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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남ll조회 742l
이 글은 7년 전 (2017/1/22) 게시물이에요

괜찮아, 이렇게 좀 더 있자 | 인스티즈


바람이 부는 까닭은

미루나무 한 그루 때문이다

 

미루나무 이파리 수천, 수만 장이

제 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흔들고 싶거든

자기 자신을 먼저 흔들 줄 알아야 한다고

 

바람이 부는 까닭/안도현






괜찮아, 이렇게 좀 더 있자 | 인스티즈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신경림






괜찮아, 이렇게 좀 더 있자 | 인스티즈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이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을 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것일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은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첫사랑/류시화






괜찮아, 이렇게 좀 더 있자 | 인스티즈


구름이 많이 모여 있어

그것을 견딜 만한 힘이 없을 때

비가 내린다

 

슬픔이 많이 모여 있어

그것을 견딜 만한 힘이 없을 때

눈물이 흐른다

 

밤새워 울어본 사람은 알리라

세상의 어떤 슬픔이든 간에

슬픔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를

눈물로 덜어내지 않으면

제 몸 하나도 추스를 수 없다는 것을

 

슬픔의 무게/이정하






괜찮아, 이렇게 좀 더 있자 | 인스티즈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 없이 살아가는 뭇 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새와 나무/류시화






괜찮아, 이렇게 좀 더 있자 | 인스티즈


네게로부터 불어온 바람에

나는 한참을 기침했다

 

다 나을 만하니

또다시 불어온다

 

코를 간지럽히고

참으려 해 봐도

너는 이내 터져 나온다

 

그댄 꽃이었던가

 

꽃가루/엄지용





괜찮아, 이렇게 좀 더 있자 | 인스티즈


홀로 자려고 눕는 그 순간부터

나의 천장은 널 담은 액자였다가

푸른 바다가 되고

꽃 내음 가득한 들판이었다가

한 편의 영화를 담는 스크린이 된다

 

그리곤 생각한다

 

보고 싶다

 

천장/엄지용






괜찮아, 이렇게 좀 더 있자 | 인스티즈

한 해골이

비스듬히 비석에 기대어 서서

비석 위에 놓인 다른 해골의 이마에

손을 얹고 있다

 

섬세한 잔뼈들로 이루어진 손

그토록 조심스럽게

가지런히 펼쳐진 손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이

안구가 뚫린 텅 빈 두 눈을 들여다본다

 

(우린 마주 볼 눈이 없는걸)

(괜찮아, 이렇게 좀 더 있자)

 

해부극장/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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