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은 그만하고 쭉 이어 써볼게 ㅋㅋ
어지간 하면 김일병 썰은 이번편에 끝내 보겠음
" 김일병 수련생님 부천 살았었죠?"
라고 말을 걸었던 이유는 내가 입대하기전에
김일병에 대해서 좀 많이 알아 봤었거든..
알고 보니 나랑 걸어서 10분 거리도 안되는 곳에 사는 1살 형이더라구
나온 고등학교도 우리집 근처였고..
그래서 저렇게 말을 걸었는데 처음엔 놀라는듯 하더니
내가 사는 동네 말해 주니까 반갑다고 해주더라구 ㅋㅋ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내가 도수기시절 cctv로 봤는데
얘가 책을 엄청 많이 보는거야 그래서 무슨 책 보냐 했더니
판타지 소설 보는중이라고.. 나도 당시엔 판타지나 무협소설을
꽤나 좋아해서 말이 어느정도 잘통하는 느낌을 받았어
물론, 노가리 까다가 고참들 지나가면 마네킹처럼 서있곤 했지 ㅋㅋ
그러던중 얘가 나한테 책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판타지 소설의 명작중 명작 '드래곤 라자'를 추천해줬는데 (크.. 판잘알)
며칠 안지나서 얘네 누나가 택배로 전권 보내줬더라구
나한테 재밌다고 나중에 다른것도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전역때까지 이런저런 책들 얘기를 종종했었지 ㅋㅋ
그리고 이등병 시절엔 뭔가 고참들 몰래 수감자랑 우정 쌓는 재미? 그런게 있었던거 같아
육군교도소는 기본적으로 수감자들이 생활하는 방식이 군인들과 같아
8시 일과 시작, 5시 끝, 10시 취침, 6시 기상이 기본이지
교도소는 3개 소대로 나뉘어져 있는데
1소대는 간부 수감자 (신분이 간부인데 죄를 지은 사람들이 1소대야 살인, 횡령등이 많지)
2소대는 병사 수감자 (신분이 병사인데 죄를 지은 사람들이 2소대지 탈영, 항명죄, 혹은 여호와의 증인이 많아)
3소대는 미결 수감자 (아직 재판중인 애들 얘네는 범죄자로 확정지을수 없는게 무죄로 나가는 애들도 많아)
짤에 보이는 갈색이 3소대 하늘색이 1,2소대거든
근데 사형수들은 특별 취급을 받는게 1소대에 생활하면서 갈색 수감복을 입고 있어
왜 사형 판정을 받았는데 기결수가 아니냐면 아직 '사형집행'을 안받았기 때문에
계속 미결인 상태로 있는거지..
우리가 흔히들 하는 말로 '징역' 산다고 하잖아?
'징벌'이 아니고 '징역'이기 때문에 수감자들은 교도소내에서 일을 하면서 지내 (영화 광복절 특사 보면 이해가 빠를거야)
군대에 보급 되는 침대 있지? 그거 전부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만드는거야 ㅋㅋ
물론, 월급도 받고 기술자격증도 딸수 있어 (나도 한식 요리사 자격증 따서 나왔음ㅋ)
잡설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1소대지만 갈색옷을 입고 있는 특성때문에
김일병은 다른 수감자들한테 가끔 시비를 받곤했어 (특히 3소대 애들이 많았던거 같아)
내가 군생활하면서 본것만 한 서너번이니까..
내가 못본거 까지 하면 꽤나 되겠지
근데 이게 참 웃긴게 얘는 외관상 보기엔 덩치도 작고 참 쌈도 못하는 찌질이 모범생형이야
기세 좋게 시비를 걸었던 덩치 큰 수감자도 얘가 정색빨고 하면
겉으론 아닌척 하지만 깨갱하는 경우가 두루 있지
"너 조심해라. 내가 숟갈로 버린다."
기억나는 말중 하나는 아마 이거였을거야
그 얌전하던애가 지 신상에 위협이 오니까 저런 말을 하더라구
물론 크게 싸우거나 그런건 없었어 저게 내 군생활중 김일병이 한말중에
제일 위협적인 말이였지.
수감자와의 트러블도 트러블이지만 우리 근무자들과의 트러블도 종종 있어
수련생이 하지 말아야 되는 행동들이 있는데 별게 아니야
일과 시간내에 잠자는거, 벽에 기대기, 눕지 않기 이런건데
솔직히 벽에 기대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게 얼마나 힘든지
게이들도 아마 알고 있을거야 ㅋㅋ
근데 내 아들군번녀석이 의욕이 넘쳐서 김일병을 따라다니면서
저걸 하나하나 일일이 다 지적을 했던거지 ㅋㅋㅋㅋ
솔직히 일병쯤 넘어가면 귀찮아서 크게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수감자들을 지적하진 않아.
근데 얘가 한 이삼일 계속 지적질 하니까 김일병이 한마디 하더라구
" 너 내가 여기 왜 들어 와 있는지는 알고 그러는거지? "
내 아들놈 참 귀염귀염한 순둥이였는데 지려버렸지 ㅋㅋㅋㅋ
암튼 그 사건 이후로 신병들한테 사형수들한테 괜히 지적질 하지 말라는 교육이 추가 돼 ㅋ
김일병 관련 썰을 풀자면 진짜 수도 없이 많지만
대부분이 고참들 혹은 나, 그리고 후임들이 만들어낸 뇌피셜들도 많고
팩트가 아닌 이야기가 많아 대충 걸러 들었으면 좋겠어
한예로 얘네 아버지가 범죄 당시 입고 있던 군복을
'그것이 알고 싶다'에 많이 나오는 국립과학 연구소? 몰라 암튼 그런곳에
보내서 검증 요청을 했는데 전투복에서 화약 반응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어
그래서 면회 당시 '너는 죄 없는거 안다 아빠가 꼭 꺼내줄게.' 라고 하셨는데
'아빠 내가 한거 다 맞다니까요? 그냥 포기하세요.' 김일병이 이런말을 하고
한동안 혼자 막 괴로워하고 그랬던 일도 있었지
고참들은 당시에 저런거 보면서 '북한놈들이 내려와서 죽였다는게 사실인가 보다.'
라는 음모론을 제기 하거나 '아니야 쟤가 그런게 맞을거야.' 이딴 소리 하면서 시간 떼우고 그랬었지..
다들 알잖아? 군생활 하다 보면 너무 심심해서 , 들 많이 하는거
그러다 시간이 흘러 얘가 건강이 엄청 안좋아져
심적으로 안정이 안되니 신체에도 영향이 왔던건지
수감자나 교도관과의 대화도 많이 줄고 갑상선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도 많이 다녔어
내가 전역하기 한달전에 총기난사 진짜 본인이 한거 맞냐고 물어 보고 싶었는데
이등병때부터 수감자랑 사적인 대화 금지라는 세뇌도 있었거니와
아무래도 민감한 사안이라 걸리면 영창갈수도 있었기에 차마 그 질문을 못하겠더라..
'우리나라가 아무리 썩었어도 한명한테 그렇게 뒤집어 씌울만큼 썩진 않았겠지.'
라는 생각도 있었고 ㅋㅋ (지금보니 썩은건 정답이였네 ㅋㅋ)
고참들이 하도 음모론을 제기 하니까
은연중에 그럴수도 있을거다라는 생각을 했던거 같아
결국엔 '본인이 저지른 범죄가 맞겠지' 라고 생각하고 전역했어
아무튼 김일병과의 썰은 대충 여기까지야
2년동안 지냈다 보니 다른 썰도 수없이 많지만 글이 지루해 지니
대충 여기서 마무리 지을게
내일이나 혹은 이따 새벽이라도
더 재밌는 썰 풀러 올게
댓글좀 많이 써줘 반응 보는게 재밌네 ㅋㅋ
그럼 안녕 게이들아
5월 5일에 결혼하는데 친구가 여행 가야돼서 결혼식 못 온다고 얘기함.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