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스페셜] 87년 6월 민주화 항쟁 20주년 특집다큐 '너는 살고 내가 죽었다'

 

 

 

 

 

 

 

 

우리 다 뜻을 함께 모아서 열심히 투쟁을 해야 하지 않겠니
엄마 열심히 할게

엄마 조만간에 또 가야 돼

 

 

 

 

 

 

 

무슨 얘가 장난을 하나
너 거기서 뭐해.. 흔들었어요.
흔들었더니 싸늘하더라구요.

 

부엌 오른쪽 벽 빨래줄을 걸려고 박아둔 못에 목을 맨 채 숨져있었다.

 

그날의 충격은 평생을 큰누나를 따라 다녔다

 

 

누나가 죽기전에 남기 유서가 있었다.
유서를 발견해 가져간 경찰은 우리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누나의 시신은 가족들 동의없이 옮겨졌고 동의없이 부검됐다.
경찰은 우리가족을 죄인 다루듯이 했고 빨리 화장해라고 다그쳤다.

 

 

기관에서 나와서 저희들을 계속 감시하고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런 공포감이 너무 두려웠죠.

 

 

 

그때 세상은 한창 시끄러웠다.
누나가 죽기 한달 전 한 대학생이 물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다.

 

 

 

 

 

 

 

정부는 누나의 죽음을 서둘러 덮으려고 했다.
우리는 그때 두려웠었다.

교사였던 아버지는 공무원 신분을 볼모로 침묵을 강요당했다.
아버지는 맞서지 못했다.

 

밑에 애들이 둘이나 있으니깐...
그리고 내가 용기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애

 

 

 

 

 

 

 

지금부터 너는 살고 내가 죽었다.

 

앞으로는 내가 박선영으로 살게

 

 

 

너무 섬뜩했어요.
동생이 죽고 그 죽음으로써 뭔가 우리한테

 엄청난 변화가 오리라는 그런 예고하는 듯한 그런거...

 

 

 

 

 

 

 

 

 

 

독재타도!!

 

 

 

그날 이후 어머니는 변했다.
아침이면 뛰쳐나가 저녁이면 지쳐서 돌아왔다.

머리가 뿌옇게 수류탄을 둘러쓰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는거에요
날이면 날마다...

 

 

 

 

 

 

 

 

 

 

 

 

 

 

 

살아남은 일기 하나가 있었다.

 

"구절구절이 그렇게 소중해요"

 

이 일기장은 어머니와 나누지 못했던 딸의 뜻이였고 고통이였다.

 

"그 고통스러운 마음을 나누지 못했던게 죄책감이 가고
얼마나 말이 하고 싶었을까

왜 그렇게 몰랐는가 모르겠어.
그게 그렇게 죄책감 들고 그렇게 분해요 생각하면 정말 분해서..."

 

 

 

 

 

 

 

 

85년은 정부의 학원 자율화 발표에 따라
대학마다 학회와 서클이 부활하고 있던 때였다.

 

광주의 딸로 고등학생때부터 시국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누나는
입학 하자마자 교내 서클과 학회에 가입했었다.

 

누나의 교내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클과 학회는 사실상 폐지됐다.

 

학교측은 교대가 초등교사 양성을 위한 특수목적 대학임을 내세워
학생들의 감시와 통제를 강화했다.

 

 

 

 

 

 

당시의 교대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문서엔 학생의 구체적인 신상 외에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교대에는 다른학교에는 없는 게 있었다.
예비 초등교사들의 안보의식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여학생들을 여군 훈련소에 입사시켜
훈련을 받게 했고 학점까지 배정했다.

 

 

군인들이 하는 모든 훈련을 했다고 보면 돼요.

 

 

 

문제의 학생들은 학생지도위원실로 불려갔다.

그곳은 집회참가,절도가 되는 등 문제가 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곳이였다.

 

 

들어갔을때 너무나 섬뜩한 느낌..

 

 

저는 거기 들어갔다 나와서 너무 무서워 가지고
거기서 나와서 자취방까지 걸어오면서도 뒤에 누가 따라오나..

 

 

 

 

 

그 스티커 작업을 둘이서 하다가 울었어요.
너무 화려한 거예요.
그 스티커를 붙이는게 무서운게 아니라

 그 화려함에 둘다 질려버린거야.
아...사회의 모순이 여기에 있구나...

 

 

선영이랑 아주 대판 싸웠어요.
차라리 휴학을 해라.
그런데 그만 두지 못하겠다고 반항을 하더라구요.
'이 시국 상황을 젊은 사람이 나서서 이렇게 민주화 시켜야지'
아주 대담하게 이야기 하더라구요.

 

 

 

 

 

 

 

 

 

그 무렵 누나를 막다른 길로 몰아가는 일이 생겼다.
누나는 취조실로 불려갔다.
금서를 읽은것이 문제였다.

 

 

너 그거 계속 읽을래
아버지도 공무원이고 너희 오빠도 이런거 알고 있다.
그러면 앞길이 꽉 막히게 해버리겠다.
내 한마디면 너 인생뿐만 아니라 너희 아버지랑 가지 그렇게 할거다.

 

 

 

그리고 자살하기 얼마 전
누군가에게 쫒겨 전태일 열사 기념관으로 왔다고 한다.

 

 

 

 

 

 

 

 

 

 

 

선영이의 죽음은 시대와 교대가 죽인 타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아픔이나 교대의 그런 억압적인 상황이 아니였다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지난 20년간 누나가 남긴 한권의 일기를 어머니는 읽고 또 읽었다.
살아있을때 딸의 범민을 헤아리지 못했던 자책이 있었을 것이다.

 

 

피 맺힌 역사가 나를 부른다.
나는 삶과 죽음 두갈래의 길을 놓고
오로지 투쟁
회전의자에 앉아서 안락하게 살고 싶지 않다.
피곤하게 고달프게 살고 싶다.
이땅의 노동자, 농민은 논마저 빼앗기고 점점 발 디딜곳이 사라져가고 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총 진군하여 패배자가 아니라 승자가 되소서...

 

 

그것은 누나가 가고자 했던 길이였고 어머니가 가겠다 약속했던 삶이였다.

 

 

 

 

 

 

 

 

 

 

광주의 6월
가장 격렬한 시위들은 늘 금남로에서 벌어졌다.

 

 

 

어머니가 목격한 87년 6월의 광주는 곳곳이  전쟁터였다.

그간 마음으로만 지지하던 시민들은
6월 들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때는 저희들이 거리에 나가서 시위를 할때 정말 힘든지 몰랐어요.

 

 

시위는 갈수록 격해졌지만 인파는 오히려 늘어갔다.
가슴의 품은 사람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변화는 어머니만큼이나 우리를 놀라게 했었다.
학생운동은 곧 가정파탄이라고 여기며 강경하게 반대했었던 아버지..

그랬던 아버지가 어머니에 이어 거리에 나선 것 이다.

 

 

나는 이렇게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서 애기들 보살피고 있어야만 되는가
나도 이 세상을 좀 알아야 되겠다.
세상이 뭐인가
선영이가 알고 하고자 했던 그일들이 무엇인가

 

 

 

 

 

우리도 시위현장으로 나갔다
누나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
죽음 이후 침묵했던 것에 대한 마음의 빚은 우리가족을 집안에 있을 수 없게 했다.

 

나도 모르게 대열이 만들어지고
거기서 군부독재타도를 외치면서
경찰들에게 쫒기면서 그렇게 데모를 했었고

 

 

 

 

 

광주의 격한 시위 현장엔 늘 그들이 있었다.
5월의 어머니들..
7년전 희생된 자식들을 안고 시위대열 선두에 서서 싸우던 어머니들
그 곁에 항상 선영누나의 사진을 안은 우리 어머니가 있었다.

 

 

 

박선영 열사는 서울에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광주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죠.
어머님의 그런 노력.. 따님의 사진을 목에다 걸고 시위현장에 항상 맨앞에 서시고
자식을 대신해서 그 시위현장에서 투쟁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곳에서 어머니는 오영자가 아니라 선영이 어머니 여섯글자 였다.

 

 

 

 

우리자식이 가고 약속을 했는데 내가 또 그 옛날 엄마처럼 평범하게 살았다가는
우리모두 평범한 자녀들이 우리선영처럼 그 누구가 또 죽어가고
또 군부독재가 장악하고

 

 

 

 

 

6.29선언 일주일 뒤 최루탄을 맞고 한달간 사투를 벌이던 이한열이 사망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엔 백만인파가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서울에서 노제를 마친 이한열 시신이 광주로 오고 있을 때
어머니와 우리가족은 그를 맞이하기 위해 도청 앞 광장을 꽉 채운 인파속에 있었다.

 

 

 

 

 

 

 

 

 

 

 

 

 

 

 

 

 

 

 

 

 

 

 

 .....

 

 

 

많은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내년 국회의원, 대통령 대선때는 투표 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