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들어주기' 라는 말은 고급스러운 말 같지 않다.
있어보이는 척 할 때는 '지지한다'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지지'의 미학이 아닌 '편들어주기'의 미학을 통해서
'편들어주기' 라는 말 자체를 격상시켰다.
힘 있는 놈한테 찍힌 사람이 있다.
'부장이 저 모양이니...'라는 핀잔을 듣고
회사 대표가 된 대학 후배에게 술을 따르러 간다.
본인은 당연한 듯이 감내하는데
이것을 못보겠어서 대표에게 들이받는 부하직원이 있다.
'적어도 사석에선 선배님이라고 해주실 수
있는거 아닙니까? 박부장, 박부장 그러지 말고...'
과장이 상무를 들이 받을 수 있는 것은
부장 박동훈 때문이었다.
힘 있는 놈한테 찍힌 사람은 피해를 준다.
그 피해를 받은 사람은 욕할 수 있다.
구박받는 상사 옆에서 괴롭다고 말하며
못난 부장이라 말하는 대리에게 순간 싸대기가 날아온다.
파견직 여직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찍힌 사람 박동훈이
어디 겁도 없이 사람 뺨을 때리냐고
왜 때렸냐고 묻자 너무나 간단한 이유를 말한다.
'아저씨, 욕해서요'
마흔 넘은 남자가 더러운 기분에 축구하다가
공 한 번 오지 않는 것을 빌미로 축구장을 박차고 나가버리는데.
동생은 또 그걸 실드쳐준다.
형보고 뽈 못 찬다는 친구한테
'우리 형이 이천수보다 더 잘 찼어, 이 '
하면서 멱살을 잡는다.
편을 들어준다는건 합리적, 이성적 판단이 뒷받침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찍힌 부장이 당하는게 보기 싫어서, 볼 수 없어서 일개 직원이
대표한테 들이 받는 건 멍청한 짓이다.
작은 체구의 여자가 술 취한 남자의 뺨을 때리는건 위험한 행위다.
이천수보다 뽈을 잘 찼으면 대기업 부장 말고 축구 했어야 한다.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도 저렇게 이성이 마비된 채로 편을 들어주는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 박동훈은 어떤 사람인가.
‘네 번’까지는 도와주다 나아질 기미 없는 인생을 경멸하며 도망가는 사람들만 봤던 지안이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들켰다.
세상 죄중에 가장 큰 죄는 사람을 죽인 죄라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박동훈 부장은 또 편을 든다.
'나 같아도 죽여. 내 식구 패는 새끼는 다 죽여.'
이렇게까지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치밀어 오르는 감정, 처음 겪는 이 기분을
어찌할 줄 몰라서
저렇게 우는 거 같다.
자신의 모든 사생활이 침해당했던 것을 알게 된 이후에도
그는 '편들어주기'의 미학을 벗어나지 않는다.
'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박동훈의 하루 하루는 거지 같았다.
지안의 인생은 통째로 거지 같았다.
우리도 어쩔 땐 사는 게 거지 같다.
우리도 누군가의 편을 들며 살고 있고 누군가 우리의 편을 들고 있다.
우리의 옆에도 박동훈이 있고
우리는 또 누군가에겐 박동훈이다.
우리는 그래서 근근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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