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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와 토비오ll조회 845l
이 글은 5년 전 (2019/4/16) 게시물이에요


































 

 4월 16일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 딱 열개 | 인스티즈

파도가 멈추지 않는 것은
너희들의 웃음을 세상으로 실어 보내기 위함
바다가 싱거워질 수 없는 것은
너희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기 때문

-수평선 中, 김성규

 4월 16일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 딱 열개 | 인스티즈

기다리래. 6835톤 배가 뒤집히는 동안, 뒤집힌 배가 선수 일부분만 남기고 가라앉는 동안,

 기다리라는 방송만 되풀이 하고 선장과 선원들이 빠져나가는 동안, 움직이면 위험하니까 꼼짝 말고 기다리래. 
해경은 침몰하는 배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하고 급히 구조하러 온 UDT대원들과 민간 잠수사들을 막고 있지만,

텔레비전은 열심히 구조하고 있으니까 안심하고 기다리래. 
오지 않는 구조대를 기다리다 지친 컴컴한 바닷물이 먼저 밀려들어 울음과 비명을 틀어막고 발버둥을 옥죄어도,

 벗겨지는 손톱과 부러지는 손가락들이 닥치는대로 아무거나 잡아당겨도, 질문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래. 
바닷물이 카카오톡을 삼키고, 기다리래를 삼키고, 기다리래를 친 손가락을 삼켜도,

아직 사망이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래. 
엄마 아빠가 발 동동 구르며 울부짖어도, 구조된 교감 선생님이 터지는 가슴에다 목을 매어도,

유언비어에 절대로 속지 말고 안내 방송에만 귀 기울이며 기다리래.
 죽음이 퉁퉁 불어 옷을 찢고 터져 나와도, 얼굴이 부풀어 흐물흐물해져도,

학생증엔 앳된 얼굴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손아귀에 그 얼굴을 꼭 쥐고서 기다리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맹골수도 물속에서 기다리래.

-기다리래, 김기택

 4월 16일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 딱 열개 | 인스티즈

가만히 기다린 봄이 얼어붙은 시신으로 올라오고 있다
욕되고 부끄럽다 이 참담한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
만족을 모르는 자본과 가식에 찌든 권력
가슴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무능과 오만이 참혹하다
미안하다 반성없이 미쳐가는 얼음나라
너희는 못 쉬는 숨을 여기서 쉰다
너희는 못 먹는 밥을 여기서 먹는다

-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中, 김선우

 4월 16일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 딱 열개 | 인스티즈

냉기가 도는 심장을 껴안고 잠이 들었다
창백한 뺨
낙제생의 분필처럼 동강 난 관절은 미련도 없이 굳어가고

우리는 막 비행을 배운 새처럼
윤기 나는 시간이 깜빡 켜질 때가 있었는데
수줍고 여린 무순 같은 입술을 오므리며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유일한 탈옥수처럼 외치던 때도

냉기가 흐르는 심장을 껴안고 잠을 청해본다
꿈에서도 냉기가 흐른다
이 커다란 움 속 총성은 꺼지지 않아
아무것도 쉬 잠들지 못하고

잡고 있던 친구의 살갗은 멍들었다
기한 지난 약속이 한 꾸러미
부풀어 오른 입술 잘 밀봉된 거짓말
검은 즙 배어나는 봄 - 봄이 한 다발
핏덩이, 핏덩이 진...... 저것은 이미 형체가 없다

잠 속인데도 배가 고파 모멸을 먼저 삼켰다
옅은 어둠을 밀어내고 점점 더 짙은 어둠이 몰려왔다

살았니 죽었니
죽었니 살았니,
궁금하지도 않은 질문을 반복하며 바닷물이 몸을 덮쳤다
아는 얼굴이 tv에 도배되는 꿈을 오늘도 꾸었다
삽시간에 죽음이 유행처럼 번졌다

냉기가 도는 심장을 껴안고 잠이 들었다

제주 바다를 헤엄치는 꿈
해처럼 어여쁜 소년을 만나는 꿈
시를 쓰는 꿈
레몬트리
레몬트리 노래하는 꿈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냉기가 도는 심장을 껴안고 잠이 들었다, 김은경

 4월 16일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 딱 열개 | 인스티즈

현관문 열어두마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네 방 창문도 열어두마 한밤중 넘어올지 모르니
수도꼭지 흐르는 물속에서도 쏟아진다 엄마 엄마 소리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빗줄기 뚫고 널 맞으러 가마
네가 오지 않으니 내가 가마 맨몸으로 가마 두들겨 맞으며 가마

-아기단풍 中, 김해자

 4월 16일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 딱 열개 | 인스티즈

나는 어른들의 평화를 접시 위에 놓고 맛있게 입맛 다시는 것을
평화의 쌈을 싸는 것을 보고 있어요
그래요, 엄마, 난 어젯밤엔 배추가 되는 꿈을 꿨어요
배추가 되어 엄마의 손길에 쓰다듬어지는 꿈을
방방곡곡 맛있게 적시는 꿈을
엄마의 향기 피어오르는 평화의 소금간이 되는 꿈을

그래요, 엄마, 나는 노오란 꽃잎 배추가 되어 엄마의 뜰에 누울 거예요
노오란 꽃잎 배추가 되어 엄마의 부드러운 주름에 누울 거예요
소금간이 되어 엄마의 혀끝에 앉을 거예요

-딸의 편지 中, 강은교

 4월 16일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 딱 열개 | 인스티즈

너 가라앉을 때
우리 모두 가라앉았어
너 살아올 때
우리 모두 살아올 거야
아무리 멀리 가도 잊지 못할 거야
시간이 멈추어도 잊지 않으마
세상에, 어느 세상에 또 어느 먼 곳에
이토록 간절하고 진실한 사랑의 한마디 있겠니

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사랑해요
누나 사랑해 그동안 못해줘서 미안해
선생님 괜찮으신지 여쭤봐
엄마 아빠 내 동생 어떡하지 사랑해
언니는요?
선원은 맨 마지막이야, 너희들을 구하고 나는 나중에 나갈게

슬픔으로 가다 다시 분노가
냉정으로 가다 다시 분노가
체념으로 가다 다시 분노가
용서로 가다 다시 분노가
사랑은 바닷속에 처박히고
사랑을 바닷속에 처넣고서
이제 누가 사랑을 이야기하겠는가

기다리래

죽어 넘치며 무엇을 더 기다리나
빤쓰 바람에 도망 나오는 선장과 승무원을 보며
나는 감히 생각한다
이 나라 기울 때,
선장과 승무원은 어쩔 것인지

-이제 누가 사랑을 이야기하겠는가, 박철

 4월 16일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 딱 열개 | 인스티즈

장미꽃잎이 그려진 잘 마른 베개에
엄마가 네 착한 머리를 뉘여 줄 거야
작은 물새알 같은 의문이
이제 깨어날 거야 행동이 점점 자라나 흰 파도처럼 커질 거야
언제까지 기다리래?
너는 파랗게 돌아누우며 잠꼬대를 하겠지
하늘을 뒤덮을 만큼 넓은 날개가 펼쳐질 거야
진실을 향해 날아갈 거야
너는 잠시 눈 감고 있으렴
언제까지나 기다릴래, 너는 몸을 뒤척이겠지

-한 아이에게 中, 진은영

 4월 16일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 딱 열개 | 인스티즈

못 박아야 하겠습니다
이 사태는
올가을이면
내년 봄이면 파묻어버릴 상태가 아닙니다

일백 년 내내 애도해야 합니다
죽은 꽃들을 그 앳된 초록들을
이내 피눈물의 새끼들을 망각을 물리치고 불러내야 하겠습니다
허나 지금
아 이 나라는 울음 복 울부짖음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분노의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이름 짓지 못한 시 中, 고은

 4월 16일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 딱 열개 | 인스티즈

너희들은 죽지 않았다고 
말해 주세요 
우리는 말 잘 듣는 아이들인 걸 아시잖아요 
그래요 엄마 아빠 
우리는 죽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검은 리본은 싫어요 
우리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

-엄마 아빠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 中, 안상학






 4월 16일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 딱 열개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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