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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스ll조회 346l
이 글은 4년 전 (2019/5/21) 게시물이에요







 아무도 살지 않아서 좋았다 | 인스티즈

김선우, 아무도 살지 않아서 좋았다

 

 

 

번개친다, 끊어진 길 보인다

 

당신에게 곧장 이어진 길은 없다

그것이 하늘의 입장이라는 듯

 

번개 친다, 길들이 쏟아내는 눈물 보인다

 

나의 각도와 팔꿈치

당신의 기울기와 무릎

당신과 나의 장례를 생각하는 밤

 

번개 친다, 나는 여전히 내가 아프다

천둥 친다, 나는 여전히 당신이 아프다

 

번개 친 후 천둥소리엔

 

사람이 살지 않아서 좋았다






 아무도 살지 않아서 좋았다 | 인스티즈


하종오, 사월에서 오월로

 

 

 

봄의 번성을 위해 싹틔운 너는

나에게 개화하는 일을 물려주었다

아는 사람은 안다

이 세상 떠도는 마음들이

한 마리 나비 되어 앉을 곳 찾는데

인적만 남은 텅 빈 한길에서 내가

왜 부르르 부르르 낙화하여 몸 떨었는가

남도에서 꽃샘바람에 흔들리던 잎새에

보이지 않는 신음소리가 날 때마다

피같이 새붉은 꽃송이가 벙글어

우리는 인간의 크고 곧은 목소리를 들었다

갖가지 꽃들 함께 꽃가루 나눠 살려고

향기 내어 나비 떼 부르기도 했지만

너와 나는 씨앗을 맺지 못했다

이 봄을 아는 사람은 이 암유(暗喩)도 안다

여름의 눈부신 녹음을 위해

우리는 못다 핀 꽃술로 남아 있다






 아무도 살지 않아서 좋았다 | 인스티즈


허형만,

 

 

 

앞자리에 앉은 젊은 시인이

날더러 끈이란다

끈도 끈 나름일 터

썩은 동아줄 같은 끈은

끈이라 할 수 없을 터

정년은 벌써 저만치서 나에게

손짓하며 다가오고

소주 몇 잔에

지방대학 교수 낯바닥이 화끈거린다

별들이 수런거리던 밤도

속절없이 깊어가는데

그 많은 제자들 다 어디 있는 걸까

도르래 줄처럼 칭칭 감긴

내 생의 끈을

어느 누가 잡고 있는 걸까

그 끈이 과연

존재하긴 하는 걸까

끈이 빛이라면

한줌 따뜻한 햇살이라면






 아무도 살지 않아서 좋았다 | 인스티즈


김유선, 무심한 물

 

 

 

오더니 떠나가신다

문 앞을 두드리던 빗줄기도 벼름벼름 강으로 흘러간다

꿈의 신발짝 하나도 강으로 흘러 잠수하고

속살대던 봄비도 그예는 강모래에 파묻힌다

열병 앓던 폭우도 천둥 번개 식식대던 숨소리도

언제부터인가 저 혼자 노니는 연잎 빗방울이다

안녕하신가, 안부도 아득한 어느 지점

섞여 아득한 저들

자울자울 흐르는 저녁 강물에 귀 기울이면

이 아픔, 저 상처 앓이 앓이 한 곡조가 되는데

버리면 가벼워지는가

무거운 기억은 강바닥 깊숙이 버리고

다시 흘러가는 저들

오면 가는 것을 강물을 보면 안다

오면서 떠나가신다






 아무도 살지 않아서 좋았다 | 인스티즈

이상국, 휘영청이라는 말

 

 

 

휘영청이라는 말 참 좋다

 

어머니 세상 뜨고 집 나간 말

누구 제삿날이나 되어 깨끗하게 소제한 하늘에

어머니가 걸어놓은 휘영청

휘영청이라는 말

 

내가 촌구석이 싫다고 몰래 떠날 때

지붕 위에 걸터앉아

짐승처럼 내려다보던 그 달

 

어머니가 글을 몰라 어디다 적어놓지는 않았지만

휘영청이라는 말 여태 환하다

 

오늘도 누군가를 기다린다

고개를 숙이고 돌아오는데

마음의 타관객지를 지나 떠오르는 저 휘영청

말 한 마디 못하고 떠나보낸 계집애의 입속처럼

아직도 붉디붉은 달

 

휘영청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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