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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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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xxking love you
정재현







 인생은 뜬금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남들 인생 말고 내 인생은 적어도.

 오늘따라 뜬금없게 바람이 많이 불었다. 그 탓에 입술 끝에 걸려 간당대는 담배에도 불이 좀처럼 붙지 않았다. 나는 있는대로 성질을 부리며 선물받은 듀퐁 라이터를 신경질적으로 철컥였다. 비싼거 다 소용없다더니 딱 그 말이 그 말이었다. 얼마만에 찾아온 황금같은 휴식 몇분을 개비당 225원짜리 담배 하나로 퉁치겠다는데 불만이라도 있는건지. 요근래 며칠 아니 몇주는 공방 갔다가 아틀리에 갔다가 무슨 진자 왕복 운동 하는 것마냥 알차게도 돌아다녔다. 거기에다 진 쏙 빼가며 모델 캐스팅 하느라 6시 칼퇴는 호랑이 담배 필 적 얘기로 넘어간지 오래였다. 칼퇴가 왠 말. 집이라도 들어가면 다행이게요. 그런데 이 더운 바람은 어디서 자꾸 불어오는지… 두리번대다 누군가 열어놓고 나간 흡연 부스 유리문을 닫았다. 이러니까 불이 안붙지. 누적된 피로감에 찌든 입술을 감쳐물며 담배 끝자락에 불을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게 내쉰 회색빛 연기는 눈 앞을 잠시 흐렸다가 휘발됐다. 흡연 부스 유리통 너머로 훤히 비춰지는 별거없고 단조로운 거리의 양상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쉴 새없이 바닥에 부리를 쪼아대는 비둘기 무리부터 어딘가로 향하는 발걸음을 가진 사람들까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턱이 없는 비둘기를 제외하면 다들 연일 이어지는 폭염주의보에 넌덜머리가 난 얼굴들이었다. 아무렴. 덥기는 하지. 후텁지근한 흡연 부스에 자연스레 손등을 덮고 있던 얇은 흰 셔츠를 접어올렸다. 몰아치는 일이 산더미라고 하더라도 계절 감각까지 쌈 싸먹은 정도는 아니었다.

 디자이너님 지금 들어오시래요. 작은 환풍구로 연명하는 흡연 부스 속에서 익숙한 진동소리가 들렸다. 환히 밝혀진 휴대폰 화면 위에 불쑥 떠오른 어시스턴트의 톡 한 개는 스무 글자도 채우질 않았으나 망설임 없이 담배를 비벼 끄게 만들었다. 하우스 차석 디자이너가 뭘 어쩌겠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지. 수직 관계 빡빡한 이쪽 업계에서 땡땡이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반도 더 남은 채 볼품없이 짓뭉개진 담배를 한 번. 어느새 까맣게 물든 화면을 한 번 본 뒤 열이 올라오는 아스팔트 바닥을 꾹꾹 짓밟으며 스튜디오로 향했다. 오늘도 야근은 필수요 턱 끝까지 내려오는 다크써클과 누적된 피로감은 원플러스원, 그러니까 덤이었다. 진짜 이건 무슨 개고생인지 아무한테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이 숨 쉴 틈도 없는 데일리 루틴이 언제까지 이어지는지도. 

 그래도, 그래도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사표 안던지고 여지껏 거머리같이 붙어있는거다. 어릴 때부터 그림그리고 인형 옷 만들어 입히는 걸 즐겼다. 인체 비율 깡그리 무시한 그림을 그리면서도 안입는 옷 아무렇게나 리폼한 뒤 입혀놓으면서도 좋다고 실실댔다. 그러면서 장래희망은 뜬금포 터지게 수의사 적어놓았다.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데 어쨌든 당당히 수의사를 적어 초등학교 선생님 코 앞에 디밀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3학년. 우연찮게 엄마가 사준 코코 샤넬 책 하나 읽은 후로 장래희망 묻는 종이엔 꼬박꼬박 패션 디자이너라는 글자가 적혔다. 남은 초등학교 3년 그리고 올라간 중학교 3년. 마지막 절정인 고등학교 3년 내내.

 그렇게 그림 그리는걸 좋아해놓고 뜬금없이 고등학교는 예고가 아닌 인문계 일반고로 갔다. 그러면서 입시 미술을 시작했다. 남들은 보충하고 야자할 시간에 물감 냄새 가득한 학원에서 4절에 구도짜고 스케치하고 색칠했다. 대회도 꼬박꼬박 나갔다. 국내 미대 탑 쓰리 안에 든다는 학교 하나 가기 위해서. 그렇게 3년 가까이 돈 바치고 시간 바쳤는데 뜬금없이 그만뒀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냥 유학 준비하려구요. 조심스레 재수 여부를 물어보는 담임선생님에게 단조롭게 대답했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유학이란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람도 주변에 태반이었지만 알빠냐하고 차근차근하게 준비했다. 남들은 뜬금없었을지 몰라도 난 아니었으니까. 몇년간 세운 내 학업 계획 중 가장 큰 목표는 유학이었다. 그저 그 큰 목표를 예정보다 조금 앞당기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바라던 대로 원하던 대로. 일년 남짓한 시간 동안 준비하고 영국으로 유학 가서 자질구레한 일 다 겪어가며 쎄빠지게 공부하고 쎄빠지게 유학비용 모았다. 존버의 민족 답게 잘도 버텨냈다. 존버해서 장학금 받고 졸업했고 존버해서 유명 브랜드 남성 레디 투 웨어 팀 막내로 입사했다가 무 뽑히듯이 대뜸 다른 브랜드 차석 디자이너로 임명되었다. 천재 디자이너다 뭐다 따라붙는 꼬리표들은 가볍게 스루했다. 내가 천재였으면 이렇게까지 노력할 이유가 없지. 물론 존버할 이유도.


“내일 있을 쇼 세부사항 점검하라고 하시던데요.”


 네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옆에 붙어 할 일을 일러주는 어시스턴트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하루 내내 틀어놓은 에어컨 덕분에 뭉쳐졌던 더운 기운이 단숨에 달아났다. 리허설도 큼지막한 일들도 일찌감치 했고 모델별 행거에 걸린 의상들 체크하고 음향 체크하면 오늘 할 일은 끝이었다. 떨어질라치면 리필해놓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 한 모금을 목구멍 너머로 넘기며 빠진 게 없는지 콘티 휙휙 넘겨가며 체크했다. 그리고 그 다음. 음향. 아침 리허설 할때만 해도 문제 없던 음향이 몇시간 만에 문제가 생길리는 없었지만 다시 한 번 더 체크한 뒤에 흩어진 소지품들을 가방에 하나씩 주워담았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디자이너님.”
“네 얼른 마무리하고 퇴근들 하세요. 피곤하실텐데.”


 다들 피곤에 찌든 얼굴로 주억인다. 파장 분위기에 이른 스튜디오를 먼저 빠져나왔다. 몇 번 오가니 익숙해진 길을 걸어 근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나부끼는 밤바람은 시원하기는 커녕 열기를 가득 품은 더운 바람이었다. 익숙한 손길로 에어팟 하나를 귀에 꼽으며 재생목록에 가득한 익숙한 노래 하나를 눌렀다. 흘러나오는 노래는 그대로 흘러넘기며 전광판에 시선을 박고 멍을 때렸다. 지하철 첫차 타고 퇴근하는 분위기랑은 사뭇 다른데도 하는 짓은 달라진게 없었다. 노래 들으면서 멍때리다 지하철 타고 집가기. 변화를 줄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지하철 안으로 몸을 구겨넣었다.

 덜컹이는 지하철의 움직임은 늘 졸음을 불러일으켰다. 평소같았다면 고개 푹 꺾으며 단잠을 즐겼을 테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쥐고 있던 휴대폰으로 시선을 내려 정보의 바다에 눈을 담궜다. 정보화 시대가 된지는 오래 되었지만 정보는 끊임없이 흘러넘쳤다. 그 흐름에 부응하듯 포털 싸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도 시간마다 훅훅 바꼈다. 오후 일곱시.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정재현. 정재현? 난데없이. 뜬금없이 정재현이 실검 1위라고? 놀란 내 손가락은 망설임도 줏대도 그 무엇도 없이 그 이름 석자를 눌렀다.

 정재현. 설정 과다 인간이라고 불릴 만큼 흠집 하나 없는 대세 배우. 짜잘한 드라마에서 단역으로 얼굴 비추다 조연으로 차츰 업그레이드 되더니 몇 년 사이에 드라마 주연은 물론 영화 주연까지 따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적당히 캐릭터에 녹아드는 연기력과 누구나 한번쯤 시선줄만한 잘생긴 얼굴을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무시하냐고 다들 입모아 그런 말 하더라. 이쪽 업계에서도 정재현한테 러브콜 보내려고 난리도 아니었다. 코리아 엠버서더 타이틀 씌워준다는 브랜드도 있고 그냥 하우스 엠버서더 타이틀 씌워준다는 브랜드도 있었다. 필기체로 투 제이 기깔나게 적어놓은 종이를 끼워넣은 몇백만을 호가하는 선물과 함께. 그렇게 몸값도 치솟을대로 치솟은 정재현은...

 뜬금없이 내가 차석 디자이너로 있는 브랜드의 하우스 엠버서더가 되었다. 나로썬 상당히 뜬금없이. 그래 그게 실검 1위 차지한 이유였다. 내가 차석 씩이나 되는데 이 소식을 실검 1위 오른 정재현씨 이름 누르고 나서야 알았다. ‘탑’배우 정재현 레브 하우스 공식 엠버서더 임명. 나 빼고 짜기라도 한 건지 정재현이 엠버서더가 되었다는 기사와 함께 카톡이 한 두개씩 오기 시작했다. 디자이너님 소취 제대로 하셨네여 축하드려용♥. 미친 정재현이라니 말 다했네 (이모티콘) 부러워 죽겠다 야. 염병 이게 부럽니? 막막해져오는 시야에 홀드키를 꾹 누르며 두 눈도 꾹 감았다. 진짜 엿먹일려고 작정한건가. 남들 다 축하하는데 나만 기분 죽쒔다.


‘담배도 피워요?’


 … 또 그 날으로 타임슬립이다. 뜬금없이 말을 붙이고,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이던 정재현이 내 앞에 서있던 날.




Fxxking  
 디자이너와 뮤즈. 위베르 드 지방시와 오드리 햅번. 이브 생 로랑과 까뜨린느 드뇌브. 마크 제이콥스와 소피아 코폴라. 디자이너와 모델보다도 매혹적이라 칭할 수 있는 관계. 정재현은 내 뮤즈다. 그것도 몇년 동안이나. 2년 전이었던가. 정재현이 조연으로 나왔던 드라마 오분컷짜리 영상 하나 보고 입덕 제대로 해서 나름 내 뮤즈라 생각하고 옷 수십벌을 만들었었다. 정재현 이름 세글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싹다 그려놓을 만큼 모든 영감과 모든 상상력의 원천은 정재현 그 자체였다. 새로이 차석 디자이너로 임명되었을 때는 정재현이 내가 만든 옷들 입고 화보 촬영도 했었다. 이정도면 성덕 아닌가요 호호 이러면서 화보가 실린 잡지 집에 고이 모셔놓고 입에 주먹 넣으면서 울던게 엊그제 같았는데. 지금도 아직도 정재현이 뮤즈긴 한데요, 그런데요.


“담배도 피워요?”


 두번째였다. 내가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정재현이 화보 촬영을 하는 것은 세어본 손가락으론 두번째였다는 것이다. 맞춤 제작으로 화보를 찍어보는건 어떻겠냐는 말에 캘린더 앱 뒤적이며 치수 잴 만한 적당한 날을 찾다가 죄송하다고 중얼거렸다. 워낙 고인물이 판치는 업계라 어느 셀럽이 어느 디자이너의 뮤즈인지는 다들 훤히 꿰고 있었다. 그러니 이런 제안도 하는 것이겠지만…보시다시피 조금 바빠서. 패션위크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도 없는데 옷은 언제 또 만들겠냐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쉬움 가득한 음성을 들으며 허공에 대고 고개를 꾸벅거렸다. 정 그러시면 화보 촬영 때라도 오셔서 흐름 잡아주시면 안될까요? 지푸라기라도 잡을 것 같은 목소리였다. 마음이 쿠크다스보다 여린 나는 가련한 그 한 마디에 기어코 오케이를 말했다. 그래, 그 오케이한 것부터가 문제의 시작이고 소설로 치자면 발단이었다.

 화보 촬영은 대게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다. 새벽부터 시작한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한숨도 못자고 스튜디오 가서 부편집장이랑 화보 콘티 체크하고 의상 체크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예 패션계가 이렇게 빡세요 여러분. 퇴사각이야 늘 재지만 각도기처럼 각만 매번 잰다. 사온지 한 시간도 훌쩍 넘어 얼음이 물로 변해버린 맹맹한 돌체 콜드 브루로 버티며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꽃가루 더 날려주세요 포즈 조금만 다르게 해볼수 있을까요. 머리카락 조금만 정돈할게요. 스튜디오는 분간도 가지 않는 소음들이 즐비했다. 그 혼란 가득한 현장 속에서도 정재현은 능숙하게 촬영을 진행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포토그래퍼의 말과 함께 화보 촬영이 끝났다.


“그 쪽한테 물어본건데.”


 그러니까 이게 지금…. 도무지 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 눈만 멍청히 감았다 떴다. 화보 촬영도 끝났겠다 담배 한 개비 피울겸 흡연 구역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 담배의 절반이 타들어갔을 때 머리 위로 목소리 하나가 툭 떨어졌다. 동영상 안에서만 들을 수 있던 정재현의 목소리가. 첫번째 말은 담배도 피워요, 라는 물음표를 꼬리에 단 질문 형태의 말이었고. 두번째 말은 그 쪽한테 물어본건데, 라는 이전의 질문의 수신자가 나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말이었다. 땅바닥에 붙어 도통 움직이지를 않던 시선이 서서히 올라갔다. 메이크업을 지운 말간 얼굴에 아침에 입고 있던 회색 후드를 고대로 입은 정재현이 서 있었다.


“피우죠. 피우지 말란 법도 없고.”
“그건 그렇네.”


 싱겁다. 되돌아 오는 대답은 짧고 건조하고 그 자체로 밍밍한 커피와 같았다. 그 무미한 대답을 뱉으며 정재현은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담배 피워요? 아까 내가 받았던 질문을 그에게로 되돌려 주자 정재현은 그 잘난 입꼬리 한 쪽을 슬쩍 올리며 불을 붙였다. 두개의 담배에서 피어오른 회색빛 연기가 사이좋게 중간에서 이지러졌다. 나눌 말은 없고 정재현은 보기보다 훨씬 더 낯설고 공기는 어색해서 괜시리 옆에 놓인 재떨이에다 반쯤 남은 담배를 떨어트려 뭉갠 뒤 주머니를 뒤적였다. 새 담배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아까 피운 담배가 정확히 휴지통에 골인한 담뱃갑의 마지막 담배였다는 걸 깨닫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인생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냐 어째. 담배 하나 없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황망해 어쩔 줄을 모르고 공중을 붕붕 떠다니던 내 시선과 정재현의 시선이 대뜸 부딪혔다.


“… 담배 있어요?”
“저도 돛대라.”


 그 말을 하면서 정재현은 또 웃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우신가요. 평소에 그렇게 복숭아같이 말랑상큼하게 웃던 정재현은 어디가고 고요하게 웃는 정재현만 남았다. 어, 어째 내가 뮤즈로 삼았던 배우 정재현이랑 다른 느낌이다. 음양 따지자면 음. 온냉 따지자면 냉. 슬쩍 슬쩍 치밀어오르는 괴리감에 괜스런 콧잔등만 잘게 긁어대고 있을 찰나였다. 불쑥 입 앞으로 길고 곧은 집게 손가락과 중간 손가락이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로 다가왔다.


“…?”
“나중에 갚아요.”


 눈 감았다 뜰 새도 없이 입술 사이에 끼워진 담배를 엉거주춤 내 손가락 사이에 끼워넣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정재현은 아까보다 더 환히 웃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음양 따지자면 양이고 온냉 따지자면 온이었다. 양 볼에 우물처럼 폭 패인 보조개가 익숙했다. 환장해 마지않던 그 보조개 두개 매달고 정재현이 자기가 피던 담배, 그러니까 돛대라고 칭하는 그 마지막 한 개비 내 입에 물려준거다. 언제 적은 건지 자기 전화번호 적힌 구깃거리는 쪽지 하나 또 쥐여주고. 난데없다못해 뜬금없는 행동에 놀랄 틈도 없이 정재현은 흡연 구역을 벗어났다. 그가 신고 있던 까만색 컨버스 척테일러가 저만치 멀어졌다. 남겨진 건 소라색 셔츠에다 검정색 슬랙스 입고 투명테 안경 코에 삐죽 걸친 나였고, 덤으로 남겨진 건 반쯤 타들어가고 있던 정재현의 담배와 쪽지였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 뭐가 있었더라. 아. 정재현이 내 뮤즈인건 변화가 없는데, 정재현이 나에게.


- 기사 봤어요?


 플러팅을 한다. 이러니까 내 인생이 뜬금없는 것들 천지라는 거다. 이만큼 잘 어울리는 형용사가 없었다.





Love  
 담배 이후엔 연락. 연락 그리고 그 다음은 자잘한 만남. 종착지는 급작스러운 조우다.

 중간 생략이 심한것 같지만 진짜 딱 저 과정이었다. 중간에 조미료칠 것도 뭣도 없는 딱 저 과정으로 정재현과 마주치게 생겼다. 담배 언제 갚을까요 하나 보냈을 뿐인데 그 연락이 햇빛 쨍쨍하다 못해 정수리에 때려박는 여름까지 이어졌다. 디자이너님 오늘 뭐해요 내일 뭐해요 언제 시간나요 이러쿵 저러쿵…. 명분 하나를 가지고 오래도 끌었다. 자잘한 만남 속엔 그 명분을 싹 빼고 다른 명분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모든 연락들과 만남들에 갈피도 못잡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건 나였다. 설레는 거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가 하는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이 자꾸 자판 위를 맴돌았다. 그런데 한번도 보낸 적은 없었다. 그래요 제가 바로 금사빤데 속은 겁나게 쿠크다스인 금사빠입니다. 정재현의 행동을 플러팅이라는 단어로 묶어 부르면서도 매몰차게 끊어내지도 않고 다 받아내는 저는 금사빠입니다. 예 정재현 좋아합니다. 또 한 번 어긋지면 상처받을 걸 빤히 알면서도 좋아하게 되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오랜만이네요.”


 드디어 마주쳤다. 이런 급작스러운 조우도 설렌다. 마음 한켠으로는 헷갈렸다. 플러팅 나 엿먹으라고 하는건지 아니면 진심이라서 이러는 건지. 모쏠은 그딴거 구별할 능력도 없다. 설레기만 설레고 헷갈리기도 많이 헷갈린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드라마 다 소용없었다. 경험 쌓아야 눈치도 있는거지. 그 경험 못쌓았고 따라 눈치도 없었기에 다정한 음색으로 건넨 인사에 퉁명스럽게 네 안녕하세요 이러고 끝이었다. 정재현은 그저 웃었다. 어김없이 보조개 두개 만들면서 웃었다. 앞에 선 나는 눈도 못마주치고 갑작스런 만남만 아니었어도 인삿말 준비했을거라며 속으로 머리 쥐어뜯었다. 말이라도 해주지 진짜…. 서프라이즈랍시고 언질 하나 안해준 수석 디자이너와 어시스턴트들이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브랜드 엠버서더로만 임명된 줄 알았던 정재현이 쇼를 선단다. 뜬금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내 인생에서 뜬금없는 일이 끊이질 않았다.


“디자이너님.”
“…네.”
“얼굴 좀 보여주면 안될까요. 나 얼굴 보고싶은데.”


 세 살 차이. 심지어 정재현이 나보다 세 살 많은데 하는 짓은 영락없는 대형견이었다. 시도때도없이 연락 폭탄으로 보내는 것 하며 서슴지않는 애정표현까지 생각하자면 그런 수식어로 딱 버무려지고 뭉쳐졌다. 이번엔 대뜸 허리를 숙여 얼굴을 디미는 것에 화들짝 놀라며 시선만 이리저리 피했다. 아 헷갈리게 그러지 마세요…. 타는 내 속도 모르고 정재현은 잘도 내 눈을 쳐다보았다. 엄청 보고 싶었는데. 우리 연락만 하고 얼굴 잘 못봤잖아요. 심지어 안 본지 일주일도 넘었는데. 일주일 넘어서 오늘에서야 본건데. 나 안반가워요? 궁극기라도 찬건지 말을 쏟아낸다. 난 입을 꾹 다물었다.그러니까 그런 말들이 저는….


“나 좀 봐주라니까.”


 설렌다고요….





You  
 몇분의 화려한 런웨이를 위해 몇 시간을 준비하는 패션쇼 백스테이지는 난장판이나 다름없다. 옷 찢어지는 일은 다반사고 필요한 액세서리나 의상 하나 빼먹는 것도 어쩌다 일어나는 일들이다. 모델 펑크는 가끔 가다 생기는 최악의 사태고. 다행히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내 앞에 놓인 일도 만만치 않게 큰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 많은 스탭 중에서 왜 하필 내가 정재현 의상 체크를 맡게 되었는지 의문이라는 소리다. 리허설때는 기껏 다른 모델들한테로 뺑이치며 피해다녔는데 싹 다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방황하던 발걸음을 겨우 다잡아 정재현의 앞으로 다가섰다. 모델별 행거에 붙여져있는 종이 속 의상들을 모델이 다 입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해야할 일이었다.


“불편한점 있어요?”
“눈 보고 말해요. 나 거기 없는데?”


 기어코 눈을 보게끔 만든다. 눈을 마주치니 또 방긋 웃는다. 하는 수 없이 눈을 맞대고 또박또박 물었다. 불편한 점 있어요?


“자켓 아직 안입었어요. 단추도 덜 잠궜긴 한데.”


 쇼 시작은 30분 전이었지만 그 말에 마음이 급해서 손이 먼저 올라갔다. 흰 속살이 언뜻 보이는 것을 모른체 하고선 바삐 단추를 잠궜다. 그러고 나선 행거에 걸린 검은색 자켓을 들고 팔을 끼우라며 펼쳐보였다. 정재현이 팔을 끼우자 마자 가슴팍에 브로치 두어개를 매달았다. 그리고 또…. 꼼꼼히 종이를 봐가며 세부사항들을 체크해 나갔다. 올 나간 부분은 없는지 접힌 부분은 없는지. 그러다 스카프가 빠졌단 것을 알아채곤 부랴부랴 떨어져있는 실크 스카프를 주워올렸다. 그리고 또 그 앞으로 내밀었다. 어물어물 우물쭈물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이거 그냥 두르기만 하면 …. 


“직접 해줘요.”
“…”
“내가 뮤즈라며.”


 정재현이 말문을 열며 말허리를 끊어냈다. 예 뮤즈긴 한데요…. 손이 덜덜 떨렸다. 그가 고개를 살짝 숙여 스카프를 목에 두르는 것을 도왔다. 손도 떨리는데 내쉬는 숨도 못지않게 떨렸다. 본격적인 쇼가 시작되기도 전에 호흡 곤란으로 실려나갈 판이었다. 턱없이 가까워진 거리에 얼굴은 턱없이 가깝게 보였다. 숨이 섞일 만한 거리였다. 그 숨이 섞일 만한 거리를 둔 얼굴은 잘생겼고, 하얗고, 곧고 … 볼에는 어김없이. 미치도록 사랑해 마지않는 그의 보조개 두 개가. 찔러보고싶다. 문득 그런 충동이 들었다. 참아야할 그런 충동이 들어 애써 시선을 스카프에 꽂으며 준비 다되었다는 말 한마디를 휙 던졌다.


“고마워요.”


 그런데 달짝지근한 목소리와 함께 푹 숙이고 있던 볼에 입술이 가볍게 스쳤다. 그래. 뜬금없이. 정재현은,


“이건 고맙다는 인사.”


 얼빠진 얼굴로 있는 나에게 선선히 웃으며 그런 행동과 말을 했다. 




I fxxking love you  
 쇼는 성공적이었다. 성공적인 쇼였는데 내 기분은 그야말로 싱숭생숭의 끝판왕을 달리고 있었다. 수석 디자이너님과 함께 피날레에 서면서도 집중을 못했다. 박수갈채 받고나서 백스테이지 향했을때도 얼빠진 상태는 계속되었다. 그 상태는 쇼 뒷풀이에서도 계속되었다. 남들이 맥주 소주 말면서 저들끼리 구호 외칠때 혼자 소맥 깔작이면서 아까 그 상황을 수백 수천 수만번 머릿속으로 리플레이했다. 그럴때마다 볼에 와닿던 입술의 감촉과 들리던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이게 뭐냐고 진짜…. 진짜 플러팅인가. 소맥의 여파로 울려오는 머리를 싸매며 앞에 놓인 아무 안주나 깨작댔다.


“이거 뭐냐고….”


 어차피 아무도 신경 안쓰는데란 마인드를 가지자마자 혼잣말이 툭 튀어나왔다. 중얼거리며 끊임없이 소주와 맥주를 일대일로 붓고 숫가락을 유리잔 속에 내리꽂았다. 크림색 거품 잔잔하게 올라온다 싶을때 망설임없이 입 속으로 쏟아부었다. 술맛이 아무리 써도 내 속만큼은 아니라 끊임없이 소맥이 들어갔다. 오늘 무리하시는거 아니에요? 걱정스런 말 몇마디엔 손 휘휘 저어 물리쳤다. 괜찮아 괜찮아 이정도로 안취해. 말만 저렇게 했을 뿐 시야는 점멸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소주 두병 맥주 두병이 그렇게 동났다. 어시스턴트 한 명이 어련히 걱정이라도 된 건지 옆에 앉아 자리를 지키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가물거리는 시야를 뚜렷하게 해보려 스무번쯤 눈을 감았다 떴을때였다. 정재현 목소리가 번개처럼 번뜩 내리꽂혔다. 고개를 홱 돌려 옆자리를 쳐다보았다. 자리 지키던 어시는 어디로 가고 정재현이 떡하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태평한 낯짝이 괜스레 미워져 빈 맥주잔에 물을 부어 단숨에 들이켰다. 술이 좀 깨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정재현은 그런 내 작태를 지켜보다 불쑥 상쾌환 한 포를 내밀었다. 병주고 약주고도 아니고 뭔가 싶었는데 속이 말이 아니었다. 뱅글뱅글 도는 듯한 느낌에 급한 대로 물과 함께 쭉 들이켰다. 술마시기 30분 전에 마시라고들 하지만 이미 마실대로 마셔서 어쩔 수 없었다.


“….”


 꼭 이럴때만 술 빨리 깨더라. 무어라 할 말도 없어 입만 조가비같이 꾹 다물었다. 문득 담배가 생각나 몸을 일으키자 정재현도 덩달아 몸을 일으켰다. 뒷풀이 장소 옆 담벼락에 다다라서야 발걸음은 멈춰섰다. 느낄 여력도 없던 여름 밤바람은 인지한 후에도 여전히 후텁지근하고 끈적하고 불쾌했다. 담배를 꺼내어 물며 불을 붙이려다 가로등 불빛을 받고선 길게 늘어진 그림자 하나를 보고선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넣었다.


“아까 그 볼에….”
“네.”
“인사라고 했는데, 그거 다른 사람한테도 하면 오해해요. 그러니까,”
“무슨 오해?”


 꼭 말을 해야 아나. 되돌아오는 질문이 심기를 건드렸다. 천천히 뒤를 돌아섰다. 무늬 하나 없는 까만색 무지티에다 까만색 슬랙스를 입은 정재현은 내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냈다.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것만 같은 고요한 얼굴이었다. 그 얼굴에 마음 밑바닥까지 꾹꾹 담아 눌렀던 한 마디를 둘 사이의 공기에 던지듯 흘러보냈다. 


“그쪽이 나 좋아하는 것 같잖아요 꼭.”


 술기운은 날아간지 오랜데 멋대로 내뱉은 마지막 말은 술김이라고 치부하고 싶었다. 그만큼 내뱉기 낯뜨거웠다. 그런데도 확률은 오십대 오십 반반을 걸었다. 좋아하는게 맞다, 좋아하는게 아니다. 딱 반 갈라 확률을 정해놓고 마음이 가는 곳은 한 쪽으로 치우쳐있었다. 둘 곳 없는 시선은 정재현의 시선과 맞부딪히게 내버려뒀다. 스프레이의 효력이 다해 이마를 덮어버린 숱 많은 머리카락 아래의 검고 깊은 밤을 닮은 두 눈을 마주보았다. 그 두 눈이 옮기는 발걸음에 서서히 가까워졌다.


“맞는데.”


 짧은 말 한 마디가 먼저 건너왔다. 키스해도 돼요, 라고 묻는 듯한 그 시선까지. 홀린듯 고개 끄덕였다. 그 깊은 눈이 가까워지기가 무섭게 입술이 맞닿았다. 뜨겁고 더운 열대야보다 더 뜨겁고 더 무덥게. 질척한 소리와 함께 혀가 얽매이고 사방이 환한 열대야 속에서 오아시스라도 찾은것처럼 서로를 붙잡았다. 나는 정재현의 목에 팔을 감고 정재현은 내 얼굴을 감싸쥐고. 뜬금없는 키스를, 한여름 밤하늘 아래에서.







/
음 디마뮤 설정이랑 비슷할 수도 있는데 판단은 독자님들 몫이니까요....
전공이 아니라 잘 몰라요 이해해주세요.......ㅎ.......
아 늦은 밤에 미안해요.......밤낮 뒤바껴서....
오랜만입니다 ♥ 전 괜찮아요 :D


암호닉
이유노잼 / 구름 / 졔졔 / 쀼 
망고정우 / 정재현처돌이 / 윤제이 / 체리 
 정우세상 / 피J / 말랑 / 바다 
핑크공주 / 사크야 마랑해 / 여울 / 썬코
 뀨링 / 비나이다 / 코코가 미래다 / 데요요 
 물복딱복 / 유잼 / 굴려굴령 / 주접이 
이스위티 / 희희J / 너를 위해 / 오웅스윝희 
열음 / 엔도시입주민 / 수박웨이 / 차차 
애옹이마크 / 99 / 휴나 / 솔직히약간진짜이제 
OR / 채채 / 발렌타인 보이 / 사랑둥이
라지피자 / 오늘도 이마크처럼 / 백일몽 / 자몽타르트 
누눙 / 나나의 하루 / 복숭아잼 / 망고쨈 
윤오왕댜님 / 호빵 / 부침개 / 마크의꾸망 / 첫사랑
머리땅땅 / 녹차라떼 / 오이52 / 단델
뇩 / 귤 / 또잉또잉 / 재현아 사랑해
김정우 처돌이 / 블랙버블 / 꾸꾸 / 또라에몽
스누피포챠코 / 김용안 / 스누피젱 / 애오옹 
째니 / 케도도 / 아아 / 정순한 청우
윤54랑 / 유노정윤오 / 구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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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희희J 임니당...딮 이라는 필명으로도 자까님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런 남자도 오예지만 저런 정재현은 크나큰 오예 입니다ㅜㅜㅠ
4년 전
독자2
딮 작가님 넘 좋은 이름인데요 ㅎㅎ 정재현도 작가님도 넘 사랑해요 딮딮러브 (。♥‿♥。)
4년 전
독자3
바꾼 필명으로도 응원해요 작가님!! 역시 이번 글도 재밌네요
4년 전
독자5
작가님 이번글도 좋아요!!! 바뀐이름도 예뻐요 ~~ 작가님글응 왜 항상좋은지,,!! 너무너무 잘보고갑니다❤
4년 전
독자6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가님께서 써오신 글들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게요 좋은 글 감사해요!!
4년 전
독자7
헐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 설렌다 하ㅠㅜㅠㅠㅠ
4년 전
독자8
바뀐 칠명듀 넘 좋구 글듀 남넘 좋아요오ㅠㅠㅠㅠㅠㅠㅠ 잘 읽었습니댱!!
4년 전
독자9
너무 재밌어요ㅠㅠ
4년 전
독자10
넘 좋아요 그런데 작가님... 뮤즈 때부터 생각했는데요 부수석이란 말은 안 쓰고 차석이라고 하는데... 바꿔써주시면 안될까요?
4년 전
넹 피드백 감사합니다~:D
4년 전
독자11
이름이가 공방과 아틀리에 오간다 했을 때 저 그 공방 생각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년 전
사실 저두염.....공방 뛰고싶네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ㅌ
4년 전
독자12
무 뽑히듯이 대뜸이라는 표현이 너무 좋아욬ㅋㅋㅋㅋㅋ
4년 전
독자13
읽다가 디마뮤 뒷얘기인가? 했네여 다읽고보니 요게 더 좋은..ㅎㅎㅎ
4년 전
독자14
왁 작가님 넘 재밌어용... 진짜 와우 입니다 글 백만왕창왕창 써주세요 작가님 짱...💚💚💚💚💚💚💚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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