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친과 현남친 사이 01 삐잉 시점 자니? 오전 12:27 또 시작이다. 인터넷 유머사이트에서나 볼 법한 '구남친' 의 습격이. 미친 구남친 새끼는 잠도 안 자는지 늘 이 시간이면 메세지를 보내온다. 멘트는 항상 일관성있게, 자니? 답장을 하기에도, 안 하기에도 애매한 입장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카톡 몰래보기 어플을 이용하여 보고 모르는 척 하는 것. 친구들이 알면 니가 차놓고 이게 무슨 주접이냐고 할 지도 모른다. 그치만 차단하긴 싫고 그렇다고 말 섞긴 더 싫은데 어떡해. 이 지겨운 짓거리도 벌써 한 달 째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와 이 빌어먹을 구남친 새끼가 헤어진지도 한 달 째라는 것이다. 헤어짐의 이유같은 건 딱히 없었다. 내게 있어서 구남친과의 5년은 너무도 긴 시간이었다. 처음엔 같이 있는 시간이 마냥 행복했었다. 내가 먼저 고백했을 정도로 나는 구남친을 좋아했었으니까. 대중적인 표현으로 1초가 1시간같다고 해야될까.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만남은 지겨워졌고 구남친의 모든 것은 식상해졌다. 평소엔 그저 귀여웠던 그 모습들이 꼴 보기 싫어지고, 사랑한단 표현도 하지 않고. 흔히 하는 말로 질렸다, 라고 말 할 수도 있겠다. 뭐, 앞서 말한 이유같지도 않은 것들 때문에 망설임 없이 이별을 통보 한 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한 달 전부터 만나고 있는 '현남친' 때문이랄까? 구남친 시점 역시나 1이 사라지지 않은 너와의 대화창. 벌써 한 달 째 보내고 있는 말을 오늘도 보내본다. 자니? 백 번을 보내도 보지 않을 너를 알고 있지만. 아니, 백 번을 보내면 그땐 봐주려나. 잠시동안 진지하게 고민했다. 정말 백 번을 보내볼까. 하지만 잠 귀가 밝은 네가 혹시라도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깰까, 고민은 오래가지 못했다. 네가 잠에 들었는지, 아님 누군가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잠식되어 잠을 못 이루는지. 헤어진지 한 달이 되어도 그게 그렇게 궁금한 내 마음을 네가 알리가 없겠지. 처음 네게서 이별을 통보 받았을 때. 그땐, 어떤 반응을 보였더라? 아마도 한참을 벙쪄 있었던 것 같다.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이별이 아닌 문자 한 통으로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은 적은 처음이었기에. 받는 사람에 따라 더 상처 받을수도, 혹은 그 반대일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후자였다. '헤어지자' 단 네 글자로 어떻게 네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네가 언제부터 내게 질렸는지, 나의 어떤 모습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런 건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단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 너는 내가 싫어졌고 나는 여전히 네가 좋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헤어졌다는 것. 나는 우리가 헤어진 다음 날 밤부터 너에게 흔한 구남친 레파토리를 선물했다. 매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에 너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자니? 오늘 보내고, 내일 보내고, 모레 보내고. 그렇게 흔해빠진 멘트를 보내고 나서도 한참을 그 채팅방에 남아 1이 사라질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너는 나를 차단한건지 아니면 일부러 보지 않는건지 1이라는 숫자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몰려오는 졸음을 쫓으머 하릴없이 기다리던 나는 매일 밤, 아니 새벽 세 시가 넘어 잠 들기 일쑤였다. 나는 아직도 널 좋아하고, 사랑하고, 매일같이 그립고 보고싶은데 너는 나를 완전히 놓은걸까? 오늘도 난 너에게 자니? 라는 많은 뜻이 담긴 메세지를 남긴 채 잠이 든다. 아침엔 1이 사라져 있길 바라면서. 준회 시점 나는 잘생겼다. 그리고 멋있다. 목소리도 굵직하니 남자답고 키도 훤칠하다. 고로 나는 여자가 많다. 방년 21세. 버라이어티한 나의 인생사를 책으로 풀어 낸다면 아마 여자 이야기가 반도 넘을 것이다. 절대 여자에게 먼저 접근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신념이다. 그러나 나의 신념을 단 두 시간만에 깨 버린 여자가 있었다. 현재 연애중인 나의 사랑. 나의 이유. 나의 뮤즈. 그녀를 본 순간 머릿 속 어딘가에서 천사의 종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에게 관심이 없는건지 아님 나에게만 관심이 없는건지, 날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오기가 생긴 나는 일부러 그녀의 주위를 배회했고. 드디어 눈이 마주친 그녀와 나!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23살이랬다. 액면가는 고딩이래도 믿을 것 같이 생겼는데 말이다. 보기보다 까칠한 맛도 있고, 무엇보다 숨김이 없었다. 그녀는 나와 사귄 지 다 이틀만에 만나고 있는 남자가 있다고 밝혔다. 5년이나 사귀었다고? 사실 조금 많이 놀랐지만 뭐, 흔히 겪었던 케이스였기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했다. 그래서 언제쯤 헤어지려고? 내 물음에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가 앉은 자리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사진이라도 보여주려나 싶어 그녀의 가녀린 손에 들린 커다란 스마트폰만 주시했다. 화면을 몇 번 두드리던 그녀는 내게 화면을 내보였고, 나는 그녀에게 또 한 번 반하고 말았다. '헤어지자' 네 글자가 적혀있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그녀의 얼굴을 보고. 그 짓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 '이 여자 정말 화끈하네' 그렇게 연애한지도 어느 덧 한 달이다. 그 동안 그녀에게 삼 십번은 더 반했을것이다. 매일같이 다른 모습,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그녀를 보다보면 한 여자와 5년이나 사귀는것도 불가능하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불만인것. 슬쩍 들여다 본 그녀의 핸드폰에 설치 된 '카톡 몰래보기' 라는 어플. 그녀의 '현남친'은 나다. 대체 누구의 카톡을 몰래 보는거지? 대체 누가 보낸 카톡을 들키지 않고 보려는 걸까. 나는 그 어플의 존재 유무를 확인한 날 밤 잠을 이루지 못 했다.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나의 천사, 나의 뮤즈. 그녀의 얼굴을 애써 지워내고 핸드폰을 켜 검색창을 켰다. 그리고 검색했다. '구남친 잊는 법' 눈치 채셨겠지만 구남친은 한빈이 현남친은 준회입니다 뭐...과거의 남자냐 현재의 남자냐에 따라 아련할 수도 있고 약간 코믹할 수도 있어요 나이는 준회가 21살 삐잉이와 한빈이가 23살 입니다 댓글 달고 구독료 받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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