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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의 작고 보잘 것 없는 세력이었던 BU가 어느순간부터 주변의 세력들을 먹어치우고, 끝내 모든 곳을 자신들의 세력으로 만드는 일에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모두가, 그 모두가 BU를 특별할 것 없는 세력이라 치부했던 그 어리석었던 무시와, 그 무시의 안에서 가장 적절한 시기를 노리며 힘을 키우던 BU정부의 인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허나 언젠가부터 BU의 권력이 기울고있었다. 

 

변두리에서 일어난 소규모 저항군들의 봉기에 대처하지 않았던 게 그것의 화근이었다. 세력을 통합할 때의 그 현명했던 정부인사들의 모습은 어디로 간건지, 통합 후 10년이 채 되지않아 어느새 자신의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해진 그들은 저항군이 점점 커지고, 숨통을 죄이듯 자신들의 지역 바로 위까지 내려왔을 때도, 그저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해있었다. 그간의 평화에서 비롯된 여유로움에 정부가 무엇을 해도 어련히 잘하겠지- 넘겼던 BU의 국민들은 자신의 이웃이었던 이의 쓰러진 시체 옆에서 정부를 규탄하기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저항군의 편으로 넘어가 BU의 국민들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밀기도 했다. 


 

그런 아비규환 속에서 무너져가는 BU를 다시 바로 세운 이들이, 스메랄도. BU의 군을 담당하는 조직이었다. 


 

스메랄도는 BU의 통일 때도 정부와 함께였다. 어떤 이는 BU의 세력통일은 스메랄도가 없었다면 결코 달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라고 말할 정도로 큰 기여를 했고, 이번 저항군의 진압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저항군의 봉기에 대한 책임을 누구하나 떠맡기 싫었던 정부를 대신해 스메랄도의 수장, 호석은 BU의 모든 통솔권을 임시로 자신에게로 넘기곤, 저항군이 빼앗은 지역들을 다시 되찾아오기 시작했다. 시체가 쌓인 채 불에 타오르던 지역들은 호석의 통솔 아래 하나,둘 씩 고요를 되찾았고, 그런 그의 활약상을 집중보도 하던 매체들에 의해 BU 국민들의 지지는 당연스레 정부에서 그에게로 옮겨가고 있었다. 


 

시대의 바람이 그에게로 불고 있었다. 


 


 


 


 

** 


 


 

 

 


 


 

 

근키너대: 근데 우리키티 너무 대단하죠; 

01 


 


 


 


 


 

"여주씨~ 이것도 좀 처리해줘요. 요새 키티가 일이 많네~" 


 


 

여기저기 울려퍼지는 전화벨 소리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하얀 가운을 입고 서류를 든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 그중에서 가장 바빠보이지 않는 내 맞은 편의 상사가 나에게 뜬금없이 메일을 보내왔다. 내가 이 팀에 온 지는 일주일 밖에 되지않았지만 그 간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자기가 처리해야할 일을 모두 나한테 떠맡기려는 게 분명했으나 야속하게도 내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네..을긌습느드...^^ 이런 말 뿐이었다. 여기서 정당한 말로 거절이라도 하면 내 상사는 분명 인사담당자에게 쪼르르 달려갈 게 분명했고, 스메랄도에 입사한지 두달만에 8번의 인사이동을 겪은 나는 겨우 일주일을 버틴 이 팀에서 또 다른 팀으로 이동해야할 게 분명했으니까. 


 

또 다시 업무이동을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어떻게 이 입사하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는 스메랄도에 수석으로 입사했는데. 이제는 내 팀을 찾아 정착해야할 때였다. 2달째 이팀 저팀을 전전하며 스메랄도 내에서 할 수 있는 온갖 업무를 겪으니 아무리 야심찬 포부로 입사한 나라도 지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나는 이렇게 앉아서 업무를 처리하는 직무로 입사를 한 게 아니었다. 나는 군인으로 입사를 했었다. 그런 내가 가운을 입고 심지어 실험실도 아닌 곳에 있으니 정말 여간 기운이 빠질만한 일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영재소리를 들으며 자라온 내가 군인으로써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도 모자랄 판에 대체 왜 이런 신세가 되어버렸냐면, 전부... 내 탓 아닌 내 탓이었다. 


 


 

입사 전, 스메랄도의 필기테스트, 체력테스트를 가뿐히 넘기고, 마지막 인성 면접까지 완벽하게 본 후 면접장을 나온 나는 머릿 속을 꽉 채우는 합격의 예상에 소리없는 환호를 지르며 다른 테스트가 치뤄지고 있는 복도를 조심히 거닐고 있었다. 내릴 수 없는 광대를 억지로 감추지 않으며 옆으로 스쳐가는 필기테스트 장의 작은 창문을 흘깃 스쳐보며 지나가던 나는 창문 너머로 아주 잠깐 스쳐간 장면에 반사적으로 발길을 멈춰 그 창문 앞으로 뒷걸음질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살짝 본 장면이 잘못 본게 아니라면,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참가자는 손에 작은 종이를 쥔 채 감독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으니까. 추측을 지니고 다시 그 테스트장으로 되돌아 갔을 땐 그 추측은 사실이 되어있었다. 감독관이 자신의 쪽을 보고있지 않을 때, 참가자는 손에 있던 작은 종이를 펼쳐 훑고 베껴쓰기를 반복하고있었다.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가 없었다. 저 참가자는 대체 무슨 양심으로 다른 이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컨닝페이퍼를 만들어 온 것도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폭넓은 영역의 지식을 요구하는 스메랄도의 필기테스트는 매 기수마다도 아니고, 시험이 치뤄지는 테스트마다 모두 문제가 다르기로 악명이 높았다. 그런데 그는 대체 어디서 테스트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는 말인가? 


 

나는 그 장면을 보자마자 복도를 지나가고있던 감독관을 붙잡아 그 사실을 알렸다. 내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켜 감독관에게 알릴 때 즈음엔, 시선을 느낀 듯한 그와 눈이 마주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색이 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러게 컨닝을 왜 해- 하며 후련한 마음으로 스메랄도를 나섰고, 2주 후 합격소식을 받아볼 수 있었다. 허나 내가 처음으로 불려간 곳은 내가 지원했던 군 조직이 아닌 내가 고발했던 그의 얼굴과 꼭 닮은 인사담당자의 앞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어느정도 내 앞길이 비포장도로겠다-라는 예상은 했는데, 


 


 

"아, 그 쪽이 이번 기수 수석이라는..." 


 

"네.네. 맞습니다. 70기, " 


 

"필기테스트 컨닝을 잡아낸 김여주씨?" 


 


 

길을 걷는 게 아예 허용조차 안될 줄은 몰랐지. 


 


 


 

세상에 모든 학연,지연,혈연은 싹 다 없어져버려야한다. 그 인사담당자는 처음엔 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업무에 날 배정해주길래, 군에 자리가 없어서 그런가보다. 그래도 동생같은 사람은 아닌가 보다! 하고 살짝 괜찮은 인상이 생길까 말까 할 즈음부터 내 팀을 일주일마다 온갖 핑계를 대고 바꾸기 시작했다. 그것도 상사 성격이 지랄맞기로 악명높은 팀으로만. 3번째 팀에서 노총각 히스테리에 걸린 상사에게 내가 입은 하얀 가운이 유난히 하얀게 맘에 안든다며 한시간 동안 핀잔을 들었을 때 나는 알아챘다. 아, 담당자새끼, 내가 제 발로 여기서 기어나가는 걸 원하는구나. 


 

씨발 그런다고 내가 제 발로 나가겠냐. 내가 여길 무슨 포부로 들어왔는데. BU의 수많은 직장 중에서도 가장 연봉이 쎄기로 유명한 게 스메랄도의 군이었다. 사업을 못하겠다면 스메랄도를 노려라!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내 꿈은 한가로운 마을에 2층 독채를 사서 귀여운 고양이 한마리랑 여생을 보내는 게 꿈이었다. 어릴 때부터 인생의 진리를 깨우친 나는 초등학교 시절 꿈 발표시간에 그걸 발표했는데, 달동네에 살던 우리집 사정을 알던 선생님이 다른 애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지. "음, 여주가 그걸 이루려면 여주 스스로 돈을 아주아주 많이 벌어야겠구나~ 모두 여주의 꿈을 위해 박수 세번 짝 짝 짝~^^"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다. 이게 초등학생한테 할 말인가? 그 때부터 나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스메랄도에 입사해서 선생님보다 더, 아주 훨씬 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는데, 그렇게 거의 10년을 바라본 이 스메랄도에서 겨우 컨닝하는 동생을 가진 인사담당자 따위 때문에 여길 제 발로 나간다?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란 거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돈 좋아하는 사람이다. 돈 좋아하는 사람은 돈만 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돈 좋아하는 사람도 스트레스 라는 걸 받는다. 매슬로우씨의 5대 욕구에 따르면 사람의 최종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라는데 나는 지금 그걸 못 이루고있다. 그러니까 지금 내 메일로 떠넘겨진 이 서류처리 업무도, 물론 할 수는 있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게 아니라고. 


 

50페이지를 한참 넘기는 파일 내용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스메랄도 군에서 업무 중 파손시킨 ○○에 대해 보상을 바랍니다- 같은 보상요구에 대한 내용들이 주르륵 늘어져있는게 보기만 해도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놀랍게도 일주일을 넘긴 이 팀의 주요업무는 스메랄도 군에서 저항군과의 전투나 다른 업무 중 부숴버린 것들을 보상해주거나 원상복귀시켜주는, 한 마디로 뒷처리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니 머리쓰는 것보단 몸을 쓰는게 더 적성에 맞는 내가 이곳에 만족할리가. 적성에 맞지않는 일은 사람을 은근히 숨막히게 했다.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대로 살라던데,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게 맞는 일일까...? 같은 철학적인 생각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원망하게도 했다. 그 예가 바로 여기 파일에 쓰여있는 파손의 지분을 반은 넘게 차지하는, 키티. 


 

키티,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키티갱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업무의 특성상 그에게 원망을 할 일이 많아서 키티라고 임의적으로 부르고있다.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스메랄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있는 소문이 하나 있었다. 스메랄도 군에서 수장인 호석과 키티갱, 둘 중에서 한 명에게만이라도 잘 보이면, BU의 90%는 다 무릎꿇릴 수 있다.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키티가. 모두가 한 번 인사라도 건네보고싶고, 친해지고 싶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 이런 사람이랑 친해요-해보고 싶은, 아는 것만으로도 큰 이익이 되는, 그런 사람. 


 

나한테도 일주일 전까지는 그렇게 마냥 대단하고 이름만 들어본 그런 사람이었다. 일주일 전까지는 말이다. 이젠 아주 그가 원망스러워 살 수가 없을 지경이다. 대체 내 업무의 반을 차지하는 키티, 이 고양이 자식은, 대체 얼마나 지 좆대로 살고있길래 가는 곳마다 저항군뿐만 아니라 스메랄도군, 민간인 사상자가 끊이지가 않고, 뭔 건물을 이만큼 부수고다니고, 이만큼 항의가 들어오게 하는지. 키티가 한 번 나갔다고만 하면 대체 그날 우리 팀에 항의 전화가 끊이지가 않았다. 입사하기 전엔 마냥 경외한 이름일 뿐이었는데, 이젠 너무 많이 들어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에게 친밀감이라도 생길 판이었다. 여기 저기서 들리는 키티, 키티, 키티, 키티...  하긴 얼마나 대단하면 이렇게 피해액이 많은데도 스메랄도에서 붙들고있을까, 한편으로는 정말 닮고 싶은 인물이었다. 나는 이 평화로운 곳에서 자판이나 두드리고있는데. 그는 수많은 작전에서 선봉을 이끌면서... 


 


 


 

"아니, 여주씨! 내가 어제 맡긴 업무는 왜 안보내줬어요?" 


 

"네? 네... 어젯 밤에 메일로 보내드렸는데요." 


 


 


 

모니터를 하도 많이 쳐다봐 뻐근한 눈을 깜박이고 있으면 갑작스레 들이미는 또 다른 상사의 얼굴에 화들짝 놀란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화난 목소리에 눈썹을 일그러뜨린 이 상사는 아까 일을 맡긴 상사와는 다른 이였다. 내게 미뤄지는 업무의 양으로 봤을 때 내 생각엔 이 팀의 업무는 내가 다 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지금도 보면 아까 업무를 맡긴 내 맞은편의 상사는 잠시 커피를 마시겠다며 자리를 비운지 한참이었다. 


 


 


 

"무슨 소리에요! 내가 아까 제출해야돼서 확인해봤는데 여주씨한테는 아무것도 안왔던데! 나 그래서 방금 여주씨 덕분에 엄청 혼나고 온 거 알아요?" 


 


 


 

메일이 안갔을리가 없었다. 분명 어젯밤 야근을 하면서까지도 나는 그 일을 모두 처리했고, 혹시 메일이 잘못갔을까 주소를 몇번을 확인했는데. 그리고 애초에 혼날만한 일이었으면 자기가 신중을 기울여서 처리를 했어야할 일이었다. 

 
 

버럭버럭 화를 내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꾹꾹 눌러대는 탓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 듯 열이 올랐다. 내가 지금 여기서 한 명 때리고 퇴사하면 다른 직장에도 소문이 날까? 부들거리는 주먹을 꽉 쥔 채 끓어오르는 화를 억지로 삭히는게 점점 힘들어지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화를 빵-터뜨린 게, 


 


 


 

"여주씨, 이런 식으로 일할거면 여기 때려쳐요! 수석이라고 오냐오냐 해줬더니 눈에 뵈는게 없나보네!" 


 

"...그럼 직접 하시지 그랬어요." 


 


 


 

스메랄도를 때려치라는 상사의 말. 


 


 


 

"...여주씨 방금 뭐라고 했어요?" 


 

"아 그럼 직접 하시지 그랬어요 라고 했습니다!!!!! 뭐요!!!!!" 


 


 


 

순식간에 조용해진 주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끓어오르는 속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나는 벙찐 채 나를 바라보는 상사를 실컷 째려본 뒤, 가슴 속에 품고만 살았던 사직서를 내 책상 두번째 서랍에서 꺼내들곤 모두가 입을 벌린 채 나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사무실을 걸어나갔다. 나를 이 거지같은 팀에 보내준 인사담당자에게 내가 드디어 나간다 이 새끼야 하고 화를 쏟아내주기 위해 찾아가려 기다리는 엘레베이터 앞에서는 자꾸만 눈물이 났다. 내 첫 직장이자 평생 직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곳인데, 이 따위 일로 내 발로 걸어나가는 내 모습이 너무도 한심하게 느껴졌기에. 


 


 


 


 

** 


 


 


 


 

"어휴, 여주씨 정말 정말 미안해요. 그 사람 내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우리 회사의 인재를 내가 잘못 대우해줬어." 


 

"......" 


 

"정말, 진심이에요. 진심. 내가 이때까지 여주씨가 군이 아니고 연구파트인줄 알고, 거기다가 배치해줘버렸어요. 악한 마음은 없었다는 거 알죠?"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내가 혹시 담당자에게 오는 길에 상사에게 뒷통수를 얻어맞고 쓰러진게 아닐까 싶은 상황이었다. 담당자의 업무실을 노크없이 열어재끼고 그의 얼굴에 사직서를 집어던졌을 땐,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는 것을 기대하고 던진 것이었는데 사직서를 떼어낸 그의 얼굴엔 사죄의 눈빛이 가득 담겨있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여주씨... 내가 정말 미안해요. 같은 말을 내뱉은 그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머리채를 쥐어잡으려했던 내 의지는 당황스러움에 묻혀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나 싶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면 그는 이미 전화로 다 들었다며 자신이 정말 미안하다며 나에게 살짝 오바스럽다고 느껴질만큼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발 퇴직하지말라며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 또라이 같은 사람이 따로 없었다. 


 


 


 

"왜,왜이러세요. 일어나세요. 보기 흉해요." 


 

"일어나면 퇴사 안할거죠? 나랑 약속해요." 


 


 


 

아;예;; 불편한 그의 모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어쩔 수 없이 대답하면 그는 그제서야 됐다는 듯 무릎을 탈탈 털고 일어나 자리로 돌아갔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순식간에 변해버린 그의 태도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너무 미안해서, 여주씨 새로운 업무를 손수 구해왔어요. 마침 무슨 일인지 딱 자리가 났더라고." 


 


 


 

아~ 이게 원래 잘 안나는 자린데~ 복받은거에요. 스메랄도에 이렇게 꿀보직이 없어. 그는 마치 나에게 엄청난 자리를 준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그를 믿을 수 없지만 잘 나지않는 자리라는 그의 말에 살짝 호기심이 생겨 ...뭔데요?하고 물어보면 그는 눈을 희번뜩이며 엄청 뜸을 들이며 말했다. 


 


 


 

"키티갱 감시." 


 

"미쳤어요? 안해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나온건 미쳤냐는 말이었다. 겨우 일주일이지만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져버린 이름. 키티갱. 그리고 키티갱 감시. 미쳐도 아주 제대로 미친 일이었다. 어쩐지 이 사람이 갑자기 변했다했다. 바뀔만한 일이 전혀 없었는데. 사람은 이래서 쉽게 믿으면 안된다. 몇십년을 살아온 사람이 바뀐다는 건 아주 커다란 계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왜요? 키티갱 감시. 이게 말만 감시지 키티갱 아주 착실한 사람이야. 그냥 작전 나가기만하면 언제 어디로 튈지 몰라서 감시하라는 것 뿐이지. 아주 좋은 사람이에요." 


 


 


 

키티갱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며 말에 악센트까지 넣어가며 설명하는 그의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아주 좋은 사람? 착실한 사람? 아니 회사에 파다한게 키티갱에 대한 소문인데 사기칠걸 사기쳐야지. 키티갱이 친해지면 이익이 되는 사람이라는 소문은 파다한데 그럼 왜 회사에 그와 친하다고 소문난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일반 사원들 뿐만 아니라 간부급까지도. 이유는 바로 또다른 소문에 있었다. 키티는 아주 제대로 미친놈이라고 했다. 평소엔 실실 웃으며 대해주다가도, 자신의 맘에 한번 안들면 사람, 장소 안가리고 머리를 터뜨려버리는데, 문제는 그 맘에 안든다의 장벽에 아주 낮다고. 그 예로 7년 전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키티에게 헤프게 웃고 다니던 의사 한명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일도 있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키티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찾는 사람조차도 없어졌다고 모두가 그랬다. 


 


 


 

"제가 팀을 하도 옮겨다녀서, 소문들을 동기도 없는 줄 아시나본데, 저도 다 있거든요. 그냥 제가 싫으면 싫다고 하세요." 

 

"하, 거 참. 아주 이상한 소문을 듣고 왔나본데. 거 그럴 사람 아니에요." 


 


 


 

다 알고서 말하는데도 끝까지 그럴 사람 아니라며 잡아뗴는 그의 모습에 조금씩 내 소문의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다. 저렇게 단호하게 말하는데, 진짜 소문이 잘못된 걸지도...?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랴하지만 요즘 세상엔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는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사실 내 시야가 편협했던 게 아닐까 생각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면 그는 할거에요, 말거에요? 하며 나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하 이 얇은 귀, 귀가 바람 앞의 종잇장 마냥 팔랑거려서 잘 됐던 일이 없었는데. 


 


 


 

"...조금만 고민해볼게요." 


 

"이게 날마다 생기는 보직이 아니에요. 전에 하던 사람도 아내가 출산해서 애 돌봐야하는 거 때문에 내려놓은거지. 그거 아니었으면 정년까지 했을거라고 했어." 


 

"......" 


 

"키티갱이랑 친해지면 여주씨 앞길 탄탄대로야. 그 상사한테 복수하고 싶지도않아?" 


 


 


 

복수하고 싶지도 않냐는 말에 아까 그 재수없는 상사가 남들 다 보는데서 치욕스럽게 내 이마를 꾹꾹 눌러대던게 떠올랐고, 입사전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말 하나가 떠올랐다.스메랄도 군에서 수장인 호석과 키티갱, 둘 중에서 한 명에게만이라도 잘 보이면, BU의 90%는 다 무릎꿇릴 수 있다- 아무래도 여기서 내가 담당자의 제안을 무시하면, 내가 그 상사의 이마를 여한없이 꾹꾹 눌러볼 수 있는 기회는 몇십년 후에야 올까말까 하겠지. 머리 속이 생각으로 가득 찼다. 당장의 복수냐, 아니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목숨을 안정적이게 챙기느냐. 


 


 


 

"안할거면 말어. 이거 하고싶다는 다른 사람들..." 


 

"할게요." 


 

"...진짜지? 물리는 거 없어." 


 

"...네." 


 


 


 

나는 당장의 복수심에 눈이 먼 사람이었다. 

조금 더 멀리봤더라면, 아마 다른 길을 선택했을지도 모르는데. 


 


 


 


 


 


 

** 


 


 


 


 


 

일단 1년만 해보기로 말을 맞춘 키티갱의 감시 역할은 딱히 뭐 엄청난 건 없었다. 나는 뭐 키티갱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무슨 의심스러운 일이라도 하면 바로 상부에 보고서를 올리는, 그런 감시를 생각했는데, 그저 키티갱이 뭐 불편하다 하면 해결해주고, 작전 나가면 앞에 나서진 말고 뒤에서 따라가주고, 아프다하면 담당 의사 불러주고, 가끔씩 말동무나 되주는, 그런 동거인 비스무리한 감시자가 되어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 꼭 필요한 감시가 아니네요?" 


 

"어,어. 아녜요.아녀. 꼭 필요해. 없으면 안돼." 


 

"왜요? 키티갱이 뭐 애도 아니고, 애완동물도 아니고. 다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 아니에요?" 


 


 


 

그렇게 이 사람이 또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는게 아닌가 다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면, 담당자는 가까이 와보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그 행동에 쭈뼛쭈뼛 귀를 갖다대면 그는 손을 입에 대고 반원을 말아 입을 가리면서, 


 


 


 

"걔가, 외로움을 많이 타."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외로움을 많이 타? 외로움을 많이타서 회사차원에서 동거인을 붙여줘야해? 참 복에 겨운 사람이었다. 그도 회사 입장에서 보면 군인에 불과한 사람이었는데, 집도 줘. 차도 줘. 밥도 줘. 돈도 줘. 의사도 붙여줘. 동거인까지 붙여줘? 이정도면 키티갱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사실은 수장이 엄청 아끼는 고양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특급대우를 받고있었다. 씨발, 부럽다. 이렇게되려면 대체 얼마나 실력이 뛰어나야 될 수 있을까. 나는 수석으로 입사하고도 수장은 내 이름 알지도 못할텐데. 


 

분명 어젯밤까지는 이런 잡다한 생각들에 키티갱이 사실 만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친근하게 다가왔는데, 


 

분명 그랬는데, 


 


 


 


 

"하... 왜이렇게 떨리냐." 


 


 


 

담당자가 알려준 스메랄도 회사와는 멀리 떨어진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한 키티의 집 앞에서 나는 마음의 준비를 대체 몇번이나 한 지 몰랐다. 청심환이라도 하나 먹고 왔어야되나. 대체 떨리는 손이 진정이 되지가 않았다. 일단 내 입사 동기인 정국이에게 키티갱 감시를 맡게 됐다고 했을 때 정국이가 보인 반응부터, 


 


 

 

[방탄소년단/박지민] 근키너대 01 | 인스티즈 

"와, 난 몇없는 내 입사동기를 이렇게 잃게 될 줄 몰랐는데. 잘 가라. 장례식엔 꼭 들를게." 


 


 

누가 키티갱 집 아니랄까봐 울타리부터 2층 독채까지 어디하나 총알 자국이 없는 곳이 없는 내 눈 앞의 집까지.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게 틀림없었다. 당장의 복수심에 눈이 먼 나새끼, 당장의 목숨은 챙길줄 몰랐구나. 당장 키티의 맘에 들지않아 키티에게 총 맞아 죽는 것보다 아마 키티를 죽이러 온 저항군들에게 죽는게 더 빠를 것 같았다. 아냐...아냐 이런 생각하지말자. 이래봬도 내가 사무 파트에만 있어서 그렇지 내가 체력테스트 2등, 필기테스트 1등, 인성면접 1등으로 들어온 스메랄도 엘리트 중 엘리트인데 고작 이런데서 죽으면 존심이 안서지. 이렇게 다짐하면서 손에 쥔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려는 참엔, 


 


 


 

"와!!!!!!!!!!씨!!!!!!!!!!!!!!!!!!!" 


 


 


 

대체 어디서 나타난지 모를 삼색고양이 한마리가 내 앞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하마터면 모르고 밟을 뻔해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고양이가 사라진 풀숲을 쳐다보면 풀숲을 기어가는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그 앞에 쭈그려앉아 이미 가버렸을지도 모를 고양이를 찾았다. 


 


 


 

 

"고양아... 고양아... 나와봐~" 


 


 


 

딱 필요한 것만 캐리어에 담아온 참이라 고양이에게 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게 아쉬울 뿐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양이. 내 꿈,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만큼 돈을 많이 벌어 2층 독채에서 귀여운 고양이와 함께 여생보내기... 소박하고 귀여운 내 꿈... 그러고 보니 키티의 집도 2층 독채였다. 묘한 위화감에 고개를 돌려 키티의 총알자국 가득한 집을 바라봤다. 오늘부터 고양이랑 살게됐긴한데... 종류가 좀 다른 고양이네...키티네... 신께서 아무래도 내 꿈을 좀 빨리 잘못 들어준 듯 했다. 고양이랑 함께 죽고 싶긴했는데, 고양이 때문에 죽고싶다는 말은 안한 것 같은데... 


 

한탄을 하면 뭐하나, 다시 고양이가 사라진 풀숲을 향해 고개를 돌려 주먹을 쥐고 천천히 흔들면 고양이가 친구로 받아들인다는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나지않는 자세를 취했다. 뭐 이런다고 사라진 고양이가 다시 나타날 것 같진 않았지만. 


 


 


 

"고양아... 좀 나와봐~" 


 

"나빈데." 


 


 


 

한참을 쭈그려 꽤 웃긴 자세로 고양이를 찾고있다보면 키티갱의 집 쪽에서 들려오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한적한 곳에서 들릴만한 목소리의 정체는 아마 딱 한명 뿐이지만 나는 그 목소리의 출처를 찾아헤맸고, 한참을 헤매던 내 시야에 머무른건 


 

 

 


 

 

[방탄소년단/박지민] 근키너대 01 | 인스티즈 

"고양이가 아니고, 나비라고." 


 


 

 


 

 

누가봐도 자신이 키티갱임을 여과없이 나타내고 있는 2층 베란다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분홍색 머릿칼의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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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0.14
이런글은 소재가 새롭네요
다음화 도 기대할께요!

4년 전
독자1
와후..키티갱..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두근두근 너무 재미있네요 한번에 빨려들어왔어요 핳😍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닷😉

4년 전
독자2
헐 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염원하던 키티갱이 여기서 ㅠㅠㅠㅠㅠㅠㅠ 할 대박 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은 목빠지게 기다릴 것같아서 ㅠㅠ 신알신 하고 가요ㅠㅠㅠㅠ
4년 전
독자3
헐 너무 재밋어요 ㅠㅠㅠㅠㅠㅠ 신알신 하구 갖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4
수루룩 읽혀서 금세 다 읽구 신알신 신청 했어욥....ㅜㅜ 혹싀 암호닉 받으시면 바니바니당큰당큰 가능할까요...?!
4년 전
슼슼
헉헉 제 첫 암호닉 독자분 감사합니다!!!! 제 마음 속에 저★장 해놓을게여
4년 전
독자5
사랑합니다....사랑해요......아....아아...이게 한 열 편 쯤 나왔을 때 읽어야했는데 후..
4년 전
독자6
어멋 키티갱이라니!!!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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