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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나 해서 올려보는 BGM입니다! 어울릴 지 안 어울릴 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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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였을까, 슬픔이었을까, 놀람이었을까. 과연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큰 소리에 담긴 것은.
그리고, 나는 그 때 눈치챘다. 그는 내 몸에 그 어떤 상처도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 거짓말에 그는 한껏 놀란 표정으로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두려움과 슬픔. 그 얼굴이 마치 저를 버리고 가겠다는 엄마의 엄포를 곧이 곧대로 믿어버리는 지독히도 순진한 어린 아이와 같았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은 매말라 보이는 내 표정에 더해져 한층 더 그가 믿기 쉬워졌을 것이었다. 그는 내 말에 나를 눈기 어린 눈망울로 빤히 바라보더니 눈을 꼭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목울대가 한 번 움직이더니 다시 나를 바라봤다. 천천히 나를 일으키고, 거실로 가 소파에 앉히고 구급상자를 꺼내 손목을 정성껏 치료해주었다.
내 상처만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의 뒷통수를 가만히 내려다 봤다. 까만 뒷통수. 아이보리색 니트. 곱지만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계속해서 내 손목 위를 오가며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귀를 막고만 싶었다. 내 몸뚱아리 마저 오롯한 내 것이 아닌 너와 공유해야 한다니. 너에겐 내 몸이 네 소유라고 느껴지는구나.
다시 자리에 앉혀주고 새로운 숟가락을 꺼내 내 손에 쥐어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아까 떨어졌던 숟가락을 주어 싱크대에 넣어놓곤 다시 내 맞은 편에 앉았다.
얼마 전, 단식투쟁이랍시고 꼬박 일주일을 굶고 쓰러졌던 일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그 때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살려냈던 기억이 있다. 눈을 떴을 땐, 의사라도 왔다갔던 건지 주사바늘이 내 손등에 꽂혀 있었고, 주사바늘과 이어진 곳에서는 링거액이 똑똑, 일정한 시간을 맞추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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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들어왔다가 내 손목을 보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내게 다그치 듯 물었다. 언성은 높아졌지만 두 손은 여전히 내 손을 꼬옥 잡은 채였다. 침대에 앉아 있는 나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내 손목을 붙들고 있는 그. 어쩐지 실제 상황과는 반대되는 모양새였다.
그는 내 웅얼거림에 고개를 떨구었다. 아무 말도 않고, 미동도 없이. 무슨 생각에라도 빠진 것 같았다.
의외의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나는 냉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도 물기 어린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접으며 미소지었다. 바닷가든 어디든 상관없다. 그 곳에 도착하면 때를 봐서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 스카프까지 두르고 갔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바닷가는 휑했다. 주말이 아니라서 그런 건가. 낙담이라기 보다는 절망에 가까웠다. 내가 어떻게 잡은 기회였는데! 어쩌면, 이라며 일말의 희망을 갖고 뛰어서 도망쳐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는 달리기가 무척 빠른 사람이었고, 심지어 그의 카메라 렌즈는 계속해서 나를 뒤쫓고 있었다.
내가 그의 끈질긴 시선을 떼어놓기 위해서 은근슬쩍 말을 건네보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찰칵.
그는 운전하면서 그렇게 말했고 나는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동네의 작은 베이커리 앞에서 차를 세웠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는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별 수 없이 그와 동행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조금 고민하더니 케이크를 골랐다. 값을 지불하고 차로 돌아와, 그는 내게 케이크 상자를 맡겼다. 나는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상자를 받아들고 앞만 보고 있었다.
결국 내 생각대로 된 건 하나도 없는데 퍽이나 좋아하겠다, 속으로 비꼬았다.
그렇게 말하면서 내 쪽을 힐끔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 표정이 정말 즐거웠던 사람 같았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얼마 안 있어 집에 도착했다. 차고에 차를 주차시키고 그가 내리고, 그는 조수석 문을 열어 내 손을 잡고 현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물쇠를 걸어잠궜다. 바깥과는 분리된 다른 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그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내 손에서 케이크 상자를 가져가더니,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때마침 울린 전화를 받은 그는 몇 마디 대답하더니 전화를 끊고 케이크의 세팅을 시작했다.
쾌활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어슬렁거리며 늘 앉던 자리에 앉자, 그는 얼른 불을 끄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일렁이는 촛불에 비친 얼굴은 순진무구하게 기뻐하는 얼굴이었다. 신이 나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까지 끄고 나자, 그는 다시 형광등을 켜고 식탁으로 돌아오며 말했다.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이상하게도 이런 상황에선 저항할 수가 없게 된다.
아직 끝나지 않은 말꼬리에 마른 침을 삼키고 가만히 그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 마디는 마치 가슴 속에 단단히 박힌 날카로운 무언가를 완력으로 빼내어 토해 내는 듯한 미묘한 울림을 띄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시험 시원하게 말아먹고 대학 어디 가야하나 방황하고 있는 밤비가 돌아왔습니다!
이번 편은 무슨 완전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쓴 듯한 망글_망글
암튼!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는 여러분들께서 달아주셨던 댓글에 답글 달러 갑니다!
그럼, 다음 주까지 날도 더운데 건강 조심하thㅔ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