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쟤 13살 차이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
그 다음 날.. 석류는 오늘도 역시 재욱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겠거니 예주와 만나 점심을 먹으며 재욱의 얘기를 꺼낸다.
뭐 먼저 꺼낸 건 예주이지만, 흥분해서 밥 먹는 내내 화만 내는 석류에 예주는 박수치며 말한다.
"너 진짜 빡쳤나보네 밥 먹으면서 집중 안 하고 말만 하는 거 처음 봄."
"짜증나잖아.. 솔직히 말해서 어린 내가 거절해야 하는 결혼을! 13살이나 많은 아저씨가 거절한다니까.
진짜.. 생각할 수록 화가나서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어."
"하긴 그래.. 우리가 뻥! 차도 모자란데.. 에휴 뭐 애인분도 나름 뭔 생각이 있겠지 생각해.
아니면 그냥 연애만 한단 생각으로 찐하게 한 번 사랑해보던가."
"연애만 한단 생각으로 찐하게 한 번 사랑? 그럴 거면 왜 찐하게 사랑하냐.."
"아니면 너도 철벽을 좀 쳐보던가."
"어떻게 하는데 그거."
"그냥 평소처럼 헤헤 거리지 말고 정색하고 좀 어?"
"뭐 만나야 하지.. 어제부터 연락 한통 안 오는데."
"니가 먼저 해봐."
"싫어."
"뭐 어쩌라는 거임."
"아가리."
"ㅋ."
"하여튼간에 다시 만나게 되면 나 철벽 오지게 칠 거야. 내 생각 계속 나게."
"뉘에뉘에."
예주는 밥을 다 먹어가고, 석류는 말하느라 이제서야 집중하며 먹으려고 했을까..
재욱에게서 오는 전화에 석류는 전화를 1초 안에 받는다.
그 모습을 본 예주가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철벽은 무슨.. 노예같은데..무슨 전화 받는 게 1초컷이야.
"여보세요."
- 뭐하고있어.
"그냥 예주랑 같이 있어요."
- 밥 먹었어?
"…아, 어.. 아뇨."
- 밥 먹자, 그럼.
"어딘데요?"
- 이제 막 집 들어가려고. 예주랑 헤어지면 말해.
"아 지금 만나도 되는데. 얘 약속 있다고 간다고 해서.."
- 아, 그래? 어딘데. 데릴러 갈게
"시내요. 은행 앞으로 와요."
- 응.
전화를 끊은 석류가 숟가락을 놓고 일어서자, 예주가 팔짱을 낀 채로 석류를 바라보다 말한다.
"뭐항믜."
"너 약속있다며 가."
"니 밥은 다 남긴 거야 설마?"
"엉."
"철벽은."
"나중에."
"미친년."
"근데 나..."
"뭐."
"분명 싸웠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통화했어.. 신기해."
"에휴.. 원래 자주 싸우면 그렇긴 한데.. 야 너 또 헤벌레 웃으면서 가지 마라."
"안다고. 새끼야."
"새끼는 반말이지."
"새끼야요."
"ㅋ."
은행 앞에 주차 된 그의 차를 보았다. 웃지 말자.. 최대한 기분 안 좋은 척.. 안 좋은 척 하자.. 최면을 걸며 조수석 문을 연 나는 타자마자
너무 뻘쭘하고 어색해서 바로 안전밸트를 맨다. 차에서 나는 그의 익숙한 냄새에 킁킁.. 작게 냄새를 맡는데 그가 말한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딱히 없어요."
"뭐 시켜먹을까 그럼?"
"그래도 되고.."
분명 차갑게 대하려고 했는데 너무 아무 일도 없다는듯 대하길래 나 혼자 쌩쇼하는 느낌이라 바로 그를 힐끔 보았다.
출발하지 않고, 운전대에 손을 올린 채로 나를 바라보던 그가 날 보더니 또 입을 연다.
"뭐."
"…뭐가요."
"뭘 보냐구."
"먼저 봤잖아요."
"ㅋㅋㅋ."
"…왜 웃어요?"
"입술 삐죽 나와가지고는."
"……."
픽- 웃으며 앞을 보고 차를 움직이는 그를 힐끔 보았다. 분명 심하게 싸웠는데.. 뭐지 이 분위기는.
그의 집에 도착해 분명 원래같으면 바로 소파에 널브러졌을 텐데.. 왜 눈치를 보게 되는지 모르겠다.
천천히 움직여 소파에 앉았는데 그가 불편했는지 손목 시계를 풀어 대충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내게 말한다.
"저녁에 마카롱 먹으러 갈까."
"…그래도 되고."
"……."
"왜요..?"
"뭘?"
"왜 자꾸 그렇게 쳐다봐요.."
"그냥 보는 건데?"
"……."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어서 작게 웃어버렸다.
뭐야.. 내가 이렇게 삐져있는 게 민망할 만큼..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이상하잖아.
옷을 갈아입고 나온 그가 내 옆에 털썩 앉길래 난 좋으면서도 몸을 움츠려 옆으로 피하는 시늉을 한다.
내 행동에 그가 내 손을 잡아 깍지를 끼더니 작게 말한다.
"아직도 화났어?"
"…화났다기 보단."
"……."
"아무튼.. 화 안 났어요."
"그럼 이 오리 입술은 뭔데요."
"그냥 나온 건데."
"그냥 나온 게 아닌데? 좀 넣지?"
"내가 내밀던 말던 뭔 상관이래.."
"귀여워서 그래."
"참나."
그가 내 입술을 검지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다가도 곧 간지럽게 말한다.
"뽀뽀 해도 돼?"
"아뇨."
"하면?"
"안 돼요."
"그러니까 안 되는데 하면?"
"아 안 돼요."
"아, 한 번만 하자."
"싫어요.."
"진짜 한 번."
"…싫다니까."
곧 천천히 고갤 틀어 내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춘 그에 바로 가슴팍을 밀어냈더니 그가 가슴팍을 밀고있는
내 두 손목을 한 손으로 잡더니 다시금 다가와 입을 맞췄다.
입술이 열리고 그의 혀가 들어올 때.. 뭔가 이러다 야한 쪽으로 넘어갈 것만 같아서.. 나도 싫지는 않아서 그에게 몸을 맡기려는데
그가 입술을 떼고선 나를 가까이서 바라보기에 침을 꿀꺽 삼켰더니 그가 말한다.
"이제 안 할게 됐지?"
"…….'
네? 안 한다구요? 왜요? 그가 내게서 떨어져 자연스레 리모콘을 손에 쥐었을 때.. 나는 좌절하듯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 다음은? 그 다음 진도는? 그 다음 이야기가 안 나왔잖아요.
나름 오랜만에 야릇한 분위기에 좋았는데.. 내가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 보는 느낌이 나는지 그가 날 보며 말한다.
"왜?"
"아니.. 그게 아니라. 밥.. 밥 먹는다면서 안 시켜요?"
"너 예주랑 밥 먹고 왔잖아."
"엥?"
"네가 예주랑 만나면 먹기밖에 더 하니."
"그럼 왜.."
"너 보고싶어서 그냥 밥 먹자고 한 거야. 나도 먹었어."
"…뭐야."
"뭐가."
"…치."
그가 다시금 내 손을 잡아 깍지를 끼길래 나도 금세 풀린 듯 깍지 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런 날 힐끔 본 그에게 부끄러운듯 입술을 더 삐죽 내밀었더니, 그가 이런 내가 웃긴지 푸하하- 웃는다.
웃지 마요.. 하고 그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뭐.. 민망하고 어색하긴 한데.. 이런 우리가 신기하다.
분명 엊그제 까지만 해도 헤어질 것 처럼 다투던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을 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그때 하던 얘기는 더 하지않는 이상 우리는 더 싸울 일은 없어보였다.
지금 이 상황에선 말이다.
"얘가 너한테나 나한테나 인생에 피해를 주는 건 아니잖아. 그냥 좋게 넘어가자 어?"
"완전 피해주는데. 계속 그러면 나 오빠랑 며칠 안 만나려고."
"아 왜."
이 둘이 왜 이렇게 대화하냐면..
"하루종일 일 하다가 핸드폰 게임 한 번 했다고 애인한테 혼나는 게 말이 되냐."
"그럼 폰게임보다 내가 더 중하다면서 핸드폰만 보고 내 얘기는 뒷전인 애인은 말이 되냐."
"되냐는 반말인데?"
"그럼 너도 하던가."
"그래."
"……."
"근데 난 원래 하잖아."
"꼽나."
"와.."
"뭐요."
"꼽냐는 좀."
"뭐요."
"쎈 언니 같아서 좋다구."
"그칭?"
"그럼."
"푸헤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래서.. 우리 놀이동상 언제 가냐구요."
"금요일 어때."
"콜. 석류한테 말해보지."
"근데 내 핸드폰은 언제 줄 거냐."
"영원히 내 손에."
"으 소름."
"으??"
"너무 좋아서."
"그쵸."
"그럼~"
"게임 한 판만 하게 해주면 5만원 어때 솔깃?"
"밤에 잘 때까지 핸드폰 안 보면 섹스 두 번."
"내가 또 밤까지 핸드폰 안 보는 건 겁나게 잘하지. 이리와."
"뭘요."
"몸뚱이 내놔."
"단어 선택이 좀 그렇다?"
"너의 바디."
"더 고급지게."
"너의 나체. 너의 알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주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은 남길이 어느새 예주의 팬티를 벗겨 허공에 들어보이며 말한다.
"팬티 없네?"
팬티를 뒤로 휙 내던진 남길이 예주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자, 예주가 웃긴지 웃느라 계속 고갤 옆으로 틀었고
남길이 '어허 웃지마시게'하며 예주의 턱을 잡고선 다시 입을 맞춘다.
"……."
키스를 한참 하던 둘은 예주의 목소리로 인해 야한 키스 소리가 멈췄다.
"근데 오빠는 나랑 결혼하려고 만나나?"
"결혼?"
"응."
"연애하려고 만나지. 결혼은 만나다가 생각하는 거 아닌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왜? 나랑 결혼하고싶어?"
"아니."
"아니 는 좀 심했다."
"하던 거 마저 하지."
둘이 낮잠을 자고 있었을까.. 석류의 핸드폰 벨소리에 둘이 같이 눈을 떴고
석류가 눈을 작게 뜨고 화면을 확인하고서 전화를 받는다.
"어.."
- 이번주 금요일 에버랜드.
"뭐래.."
- 시간 확인 부탁.
"뭔 개소리야...."
- 설마 잤냐?
"…어."
- 이번주 금요일에 더블데이트 하자고! 에버랜드로!
"일단 알았어어.."
- 웅 카톡.
"어.."
전화를 끊은 석류가 눈이부신지 핸드폰을 뒤집어 아무렇게나 놓았을까, 재욱이 자신의 옆에 누운 석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한다.
"예주?"
"네에.. 뭐.. 금요일에 에버랜드 가자고.."
"에버랜드?"
"응. 더블데이트 하자구."
"남길이형 시간이 되나보네."
"으응.."
"졸려?"
"…응."
"이리와, 더 자."
재욱의 가슴팍에 안겨 숨을 고르던 석류.. 재욱도 눈을 감아 더 자려고 했을까..
석류가 재욱의 쇄골에 쪽- 하고 입을 맞추자 재욱은 간지러운지 작게 웃으며 말한다.
"간지럽다."
"히히히흐."
"아, 정수리 냄새 좋다."
"아.. 맡지 마요.."
"ㅋㅋ농담."
"진짜.."
"예뻐."
"…누가아."
"너 예뻐 죽겠다고."
"아저씨가 더 예뻐 죽겠는데."
석류가 고갤 들어 재욱을 올려다보았고, 재욱이 석류를 내려다본다.
석류가 고갤 번쩍 들어서 재욱에게 입을 맞추자, 둘만 있는 이 방에선 끈적한 키스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한참을 입을 맞추던 둘.. 석류가 입술을 조심히 뗀 후에 작게 말한다.
"아저씨 사랑해요."
"……."
"……."
"나도."
"……"
"사랑해."
이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진심이라 믿고있으니 그것 만으로 만족을 해야겠단 생각을 한 석류가 눈을 감았다.
재욱은 눈을 감은 석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댄다.
"……."
"맥주 마시자고 불러내놓고 왜 혼자 계속 멍만 때려?"
"한 번에 다섯 번 해봤냐."
"다섯 번??"
"어."
"하고 나온 거야 설마?"
"어."
"미쳤구나."
"제수씨는 자?"
"아니, 집에서 게임 해."
"이 시간에 안 잔다고?"
"아까 낮잠을 같이 좀 잤더니."
"그래도 되게 잘 만나는 것 같네?"
"형도."
"난 뭐 어린 애랑 상대도 안 될 것 같았는데 잘 만나는 거 보니까 스스로 소름돋아.
누가 알았겠어? 내가 열살 넘게 차이나는 애랑 만난다는 걸."
"ㅋㅋㅋㅋ."
"야 근데 넌 제수씨 결혼 할 생각으로 만나냐."
"결혼?"
"어. 갑자기 오늘 예주가 결혼 할 생각으로 만나냐고 물어서."
"처음엔 아니었는데."
"……"
"지금은 모르겠어. 사랑은 해."
"이야.. 근데 김재욱이 결혼 한다고 생각하니까 좀 안 어울리네."
"왜? 뭐가 안 어울려."
"넌 너무 내 머릿속에 개썅마이웨이 또라이 새끼로 찍혀있어서 결혼 안 하고 평생 혼자 연애만 하다가 죽을 것 같아."
"그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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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참 어려운 것..
아! 불맠 못 받으신 분들 댓글에 메일이랑 같이 달아주시면
첫편부터 막편까지 다 보내드릴게요 ㅎ_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