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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enti Rose 전체글ll조회 1828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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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려워

W. Valenti Rose





사랑이 어려워요.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고, 카페를 찾다가 우연한 기회로 찾은 공간에서 처음 털어놓은 말이었다. 사랑이요?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나즈막히 되물었다.
네, 사랑이요. 순수한 호감을 내보이면 이용당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터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기도 했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이 주는 낯선 느낌에 아주 차분해져서, 앞에 앉은 남자의 눈빛이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는 믿음을 줘서, 평소라면 잘 하지 않을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놓게되었다,



“사실, 제가 사람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굳이 분류하자면 강아지과라고 해야하나. 천성이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 좋아하고, 사람한테 호감 받고 싶어해서 먼저 내 마음을 꺼내놓는 사람. 그런 사람이였는데 어느순간부터 내가 먼저 좋아하면 관계에서 을이 되더라고요. 그냥 사람이든, 사랑이든. 사랑은 그 호감이 가지는 권력이 큰 것 같았어요. 항상 내가 좋아해서 만나고, 내가 더 좋아하니까 상대에게 헌신적이게 되고. 그게 질린다면서 차이는 경우가 대다수, 아니 전부였어요. 다들 말로는 받는 사랑의 가치를 알아야한다, 익숙함에 속아 당연함을 잃지 말자, 하지만 정작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는 그렇게 잘 하지 못하더라고요.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기만하는거죠, 마음을.”



맞은 편 남자가 차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속이 좀 풀리는 것 같아요. 입안에 퍼지는 새콤하고 향기로운 맛이 기분을 한결 편안하게 했다. 계속 묵혀있던 마음을 털어내고 나니 한구석이 시원했다. 좋아지는 기분에 살짝 미소를 짓자, 맞은 편 남자가 그제서야 말을 꺼냈다.



“저도 그렇게 느낄 때가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만큼 다른 사람이 나를 좋아해줬으면 하는데, 단순히 그걸 이용만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당연하다고 치부해서 그런 경우도 있고, 스스로를 그런 사랑 받을 사람이 아니라며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뭐, 대부분의 결말은 비슷했어요. 네 사랑이 부담스럽다는 인사치레같은 핑계도, 이제 넌 질린다는 가지돋친 원색적인 말도. 다 속에 가진 말들은 비슷한 결을 가지더라고요. 받는 사랑을 하려면, 주는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한다는걸 사람들은 몰라요. 그래서 받는 사랑을 꿈꾸면서, 주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무시하죠. 당신 마음, 내가 잘 알아요.”


말을 마치고 씽긋, 웃는 눈웃음이 예뻤다. 가만히 바라보며 정적이 흐르자, 남자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제 주는 사랑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저절로 고개가 끄덕였다. 왜 인지 몰라도, 그랬다.





“제가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요, 중학교때부터 친구였고, 좋아했던 건 고등학교 때에요. 흔한 청소년의 사랑이 그렇듯, 왜 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좋더라고요, 어느순간부터. 걔가 웃으면 나도 좋고, 보고만 있어도 좋은데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하면 기분나쁘고. 나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고, 나랑 더 시간 보냈으면 좋겠고, 나랑 제일 친했으면 좋겠고. 저는 이게 우정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날, “


-

“제노야, 너 저녁시간에 뭐해?”

“어, 음, 나 자습준비 할 것 같은데?”

“그럼 나 학교 앞 버스 정류장까지만 데려다주면 안돼?”

“…나 우산있는거 어떻게 알았어?”



소오름. 장난기가 잔뜩 묻어오는 말투로 웃는 제노에 마주 웃은 윤이 제노의 팔을 잡고 졸랐다. 응? 응? 안돼? 나 비 맞고 가기 싫단 말이야. 학원에 비 맞고 가면 추워, 하며 장화신은 고양이 눈을 따라하며 올려다 보는 눈빛에 항복한 제노가 윤이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가줄게. 가자, 가. 그런 눈 하지마.”

“여윽시, 제노야 사랑해!”


두 팔을 올려 크게 하트를 하는 윤을 보며 제노가 특유의 눈웃음을 크게 지었다. 아, 귀엽다 하 윤.



“쓸데 없이 학교를 크게 만들어놨어, 건물이랑 정문이랑 걸어서 20분인게 말이 돼?”

“그러게,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는거지?”

“그럼 그럼, 학교만 좁았어도 등교 1등은 나일걸?”


확신을 담아 말하는 윤이의 말투에 제노가 속으로 웃었다. 글쎄, 별로 다를 건 없을 것 같은데. 이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팔을 잡아 우산 안으로 끌어 당겼다.



“오~ 이제노 매너~”

“비 맞는거 싫다면서, 그렇게 방방 뛰면 비 안맞을 수가 없어. 교복 젖어서 학원가고 싶어?”

“당연히 싫지, 네네, 주상전하 말씀을 받잡습니다-“

꾸벅, 숙이는 척 하느라 뒤로 가는 몸에 우산을 기울였다. 그 덕에 제노의 어깨가 조금 젖었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해맑게 웃는 윤을 보면, 아무것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어, 버스 왔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이제노~ 얼른 들어가서 공부 열심히 해?”

“오냐, 너도 그림 열심히 그려.”

“알아써~ 학원 마치면 톡할게!”


버스 창을 사이에 두고서 열심히 손을 흔드는 윤을 보며, 버스가 지나간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 다시 교실로 향하는 동안 아무것도 오지 않는 휴대폰을 계속 확인하는 제모습을 보며, 야자 중간 중간에도 휴대폰을 확인하다가 10시에 정확하게 마쳤어! 라며 온 카톡에 자연스레 웃게 되는 모습을 보며, 이게 좋아하는 거구나 라고 깨달았다. 내가 얘를, 좋아하는거구나. 하고.



-



“그날 그 순간은 못 잊겠더라고요. 그냥, 마음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어요. 책에서,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보던 사랑들은 이렇게 무겁게 안다가왔거든요. 그런데 좋아하는 구나, 라고 자각하는 순간 마음이 돌덩이 같았어요. 새빨갛게 달궈진 돌덩이. 좋아하는게 이런거구나, 하고 느낀 순간이기도 하고.”

“그래서, 고백 했어요?”



남자가 조곤조곤 늘어놓은 이야기의 결말이 문득, 궁금해졌다. 남자는 제 몫의 차를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3년을 짝사랑했고, 영화에서 보는 대로 졸업식때 고백 하려고 했어요. 가끔은 마음이 너무 차올라서 울컥 울컥 넘치기도 하고 가끔은 이렇게 잔잔하게 좋아하기만 하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졸업식때 고백하려고 했어요. 어떻게든 마무리짓고, 시작하고 싶어서요. 그런데 못하겠더라고요. 졸업식때 꽃다발 안고, 정든 공간과 헤어지는게 슬퍼 울어서 발간 눈으로 웃고 있는 걔를 보니까 못하겠었어요. 모든 의지가 사라지더라고요. 대학가서도 연락하자, 이런 말만 하고 나왔어요.”


“아쉽다, 뭐, 그때에선 최선의 선택을 한거겠지만요.”


“저도 후회 많이 했어요. 대학 와서, 미팅 같은 걸 하면 상대로 나온 분들에게 걔가 겹쳐서 보이더라고요. 아 얘도 어디서 미팅 나가고, 남자친구 사귀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그러고 있다고 생각하면 속에서 치졸한 마음이 올라왔어요. 동시에 후회도 하고. 고백이라도 해볼걸. 그때는 고백 안하면 평생 친구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연락 끊기고, 친구도 못하고 있는 거 보면 고백 해볼걸 그랬어요, 하하.”

“그러게요, 다시 만나면 좋겠다.”




한편의 영화를 본 기분이다, 생각하며 차 한모금을 머금었다. 새콤하고 향긋한게 딱 제 입맛에 맞아서, 차를 안좋아하는데도 계속 마시게 된다. 불연듯 든 생각에 주변을 돌아봤다. 베이지 색으로 차있는 공간에 부드러운 우드톤의 가구들, 그리고 이 남자. 이 공간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의 옆에 놓인 명함에 시선을 두었다. DREAM, 이제노. 밑에 적힌 주소와 연락처에 명함 한장을 빼들었다.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명함 가져가시려고요? 저희, 또 만날수 있나요?”

“…오늘 이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요. 또 와도 되나요?”

“물론이죠, 저도 명함 받을 수 있을까요?”


저만 드리면, 기다리게 되잖아요. 남자의 눈웃음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며 명함집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오늘은 이만, 다음에 또 봐요. 이 제…노씨?”

“네, 다음에 또 봐요, 윤씨.”

잠깐 내리던 소나기는 그쳐있었다. 비가 내렸는지 모르게 하늘은 맑았고, 웅덩이만 비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걸 말해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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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1
    ㅠㅠㅠㅠㅠ제노야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설레네요 작가님...... 다음편 너무 궁금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4년 전
    Valenti Rose
    다음편 열심히 써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4년 전
    독자2
    ㅠㅠㅠㅠ설레고 뭔가 여운이 남는 글이네요 ㅠㅠㅠ٩( ᐛ )و٩( ᐛ )و
    4년 전
    Valenti Rose
    이모티콘 너무 귀엽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4년 전
    독자3
    제노야... 보면서 계속 웃었던 거 같아요 설레기도 하고.. 너무 잘 읽었습니다!
    4년 전
    Valenti Rose
    웃게 하는 글이라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4년 전
    독자4
    젠젠ㅠㅠㅠㅠㅠ 몽가 몽실몽실햐지는 느낌?? 다음편도 기대되요ㅠㅠㅠㅠ
    4년 전
    Valenti Rose
    기대해주셔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4년 전
    독자5
    와 글 분위기...새벽에 읽어서 그런가 기분이 엄청 묘하네요...
    4년 전
    독자6
    기분이 되게 이상한 느낌이에요... 글 분위기가 정말... 설레기도 하고 묘한 느낌도 들고...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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