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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불편한 날 04 | 인스티즈 

 

 

불편한 날 

 

 

04 

[ 금이 간 마음과 그 방향

 

 

 

 

 

 

 

W. 이규

 

 

 

 

 

박지민을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즈음이었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투박한 아버지의 손에 자라 그를 닮아 무뚝뚝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아버지는 날 아이 취급하지 않았다.  

 

 

 

‘ 우리 태형이는 의젓하고 벌써 철이 들었지 뭡니까. ‘ 

 

 

 

웃어 보이는 아버지와 달리 나는 외롭고 추웠다. 그런 날 아셨는지 아버지는 어느 날 내 앞에 박지민과 그의 어머니를 데려와 소개했고 나는 고개를 숙여 예의를 차렸다. 나보다 동생이겠네. 지민을 바라보자 그는 활짝- 웃어 보였다.  

 

 

 

‘ 안녕 태형아! 난 박지민이라고 해. 우리 나이도 같으니까 잘 지내보자. ‘ 

 

 

 

그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키도 작고 귀여운 얼굴에 동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동갑이었다니 조금은 놀랐다. 약간의 경계, 그 뒤편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그의 손을 잡았고 그 설렘은 어디까지 지속될까. 내 새엄마가 된 박지민의 엄마는 지독히도 나를 싫어했다. 같이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에도, 학교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할 때에도. 그녀의 눈은 어린 나의 맘에 상처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 당시 어렸기 때문에 왜 날 싫어하는지 알 수 없었고 마냥 속상하기만 했다. 엄마 생각도 많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가끔은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지민이 부러웠다.  

 

어느 날, 밖에서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들려 방 문을 살짝 열어서 보니 지민이 그의 엄마에게 혼나고 있었다. 대충 들어보니 학원 숙제를 안 했다는 게 이유였다. 지민은 많이 위축돼 보였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작은 어깨를 보고 문을 열고 나갔다. 

 

 

 

‘ 지민이가 제 숙제 도와줘서 못한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혼내지 말아주세요 저 때문이니까. ‘ 

 

 

 

그제서야 지민은 소리 내어 끅끅- 울었고 그녀는 어른이 말하는데 끼어든다고 역정을 냈다. 나는 말없이 지민에게 휴지를 건넸다. 그러곤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먹먹함에 어느 자세로 누워도 불편했다. 그 이후 날 보는 그녀의 눈빛은 더 날카로워졌다. 지민은 참 힘들겠다 싶었다. 뭐 딱히 불쌍하다는 건 아니지만. 또 큰소리가 나서 들어보니 지민은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키우고 싶어 대려 온듯했다. 그래서 그의 엄마는 당장 갖다 버리라고 화를 낸 것이었다. 지민을 따라 집 밖으로 나가 보자, 지민은 울면서 작은 병아리를 든 상자를 가슴에 소중히 안고 쭈그려 앉아 집 앞에서 울고 있었다. 나는 지민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켰고 병아리를 쳐다봤다. 작고 털이 보송하게 나있는데 귀엽지 않을 수 없었다. 

 

 

 

‘ 귀엽다. 만져봐도 돼? ‘ 

 

 

 

지민은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병아리에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쓰담아봤다. 정말 부드럽고 따뜻해서 그 따뜻함을 지키고 싶었다. 

 

 

 

‘ 너만 괜찮다면 내 방에서 몰래 키우자. ‘ 

‘ 그래도 될까...? ‘ 

‘ 붙박이장에 숨기면 모르지 않을까? ‘ 

 

 

 

지민은 울면서 고맙다고 한참을 훌쩍거렸다. 그렇게 어린아이 둘이서 저들 보다 작은 병아리를 나름 정성스레 돌봤지만 붙박이장이라는 밀폐된 공간에 있어서 그랬는지 병아리는 이틀 만에 죽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버지는 내 병아리를 데리고 있던걸 알고 계셨다고 했다. 삐약 거리는 소리가 많이 들리긴 했지. 학교가 끝나고 둘이서 같이 내 방에 들어와 붙박이장을 열었을 때 병아리가 죽어있는 걸 보고는 많이 슬펐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나는 씩씩했기 때문에, 그래야 했기 때문에. 말없이 옆에서 우는 지민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렇게 지민과 꽤나 가까워졌을 때였었나, 한때 굉장히 유행했던 게임기를 정말 가지고 싶었는데 아버지의 말이 항상 내 발목을 잡았다. 그래 나는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해. 하지만 호기심이 가득하고 어쩔 수 없는 어린이였던 나는 게임기를 사달라고 졸랐다. 새엄마라던 그 여자는 웃으며 아버지 옆에 붙어 나를 타일렀다. 저 가식이 불편했다. 그렇게 게임기에 대한 미련을 떨쳤을까. 박지민이 자신의 방으로 나를 불렀다. 

 

 

 

‘ 태형아 너 이거 되게 하고 싶어 했잖아! 나도 너랑 하고 싶어서 엄마한테 조르고 졸라서 샀어. 같이하자! ‘ 

 

 

 

어린 나의 마음을 감추려 몇 겹이나 감싸 만든 어른스러움이라는 포장. 그 포장은 찢어졌고. 비로소 나는 진정 어린아이처럼 즐거움을 누렸다. 니가 잘하네 내가 잘하네 티격태격거리며 어린아이 둘이 있는 방 안은 순수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간질거리는 이 느낌이, 상기된 목소리와 카랑카랑한 웃음소리가 영원했으면 소망했다.  

 

 

 

‘ 이 못된 자식! 숙제도 못하게 시간 뺏더니, 이젠 지민이 것 뺏어서 마음대로 하니까 좋니? ‘ 

‘ ...뺏은 거 아니에요. ‘ 

‘ 이게 어디서 말대꾸야? 누구한테 배운 버르장머리니? 혹시 숙제도 니가 시켜서 한거 아니야? ‘ 

 

 

 

고개를 푹 숙이고 억울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박지민을 쳐다봤다. 그 영원했으면 좋겠었던 순간은, 박지민이 내 눈을 피했을 때 끝났다. 그날 아버지에게 살짝 꾸중을 듣고는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아버지 저 진짜 안 그랬어요. 아버지에게 그녀가 날 향한 눈빛과 말들이 폭력적이라는 것을 말할 수 없던 이유는 단지 내가 어른스러운척하느라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을까, 소리가 새어 나갈까 덥고 땀이 삐질삐질 나는데도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엉엉 울었다. 그런 걸 알고 계셨는지 울고 나서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책상엔 내가 가지고 싶던 게임기가 잘도 포장되어 올려져 있었다. 포장을 뜯는데 간질거리는 느낌도, 상기된 목소리도, 카랑카랑한 웃음소리도 느껴지지도, 나오지도 않았다. 불을 끄고 방을 나가버렸다. 문을 열자 박지민이 서있었고 무언가 머뭇거렸다. 미안해. 지민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고 지민을 지나쳤다. 뭐가 미안한 건데? 부운 내 눈이 창피해서 고개를 더 숙였다. 지민의 엄마는 아버지가 없을 때 지민에게 나와 말도 섞지 말라고 하곤 했었다. 아버지 앞에선 한없이 다정한 그 모습이 역겨웠다. 

 

 

 

‘ 처음부터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잖아요. ‘ 

 

 

 

저 말을 내뱉은 날부터 나를 무시만 하던 그녀는 폭언을 일삼았다.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미움을 받는 게 속상했다.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은 감옥 같았고, 따뜻했던 식탁 위는 가시방석에 앉은 것 마냥 불편했다. 방에 들어가 귀를 틀어막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게임기를 들어 붙박이장 깊은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중학생이 되었고. 나는 많이 외로웠다. 아버지... 저 있잖아요, 

 

 

 

‘ 우리 태형이 잘 하고 있지? ‘ 

‘ ...... ‘ 

‘ 아빠는 널 믿는다. ‘ 

 

 

 

너무 힘들어요. 말할 수 없었다. 내 입은 굳게 닫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믿는다는 거세요? 씩씩했던 명랑했던 아이는 점점 입을 닫고 눈을 가렸다. 아버지는 이런 나를 그저 사춘기라고 단정 지어 생각하셨다. 반대로 지민은 싹싹했고, 아버지는 그런 지민에게 나를 잘 챙겨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 부탁을 받지 않아도 그전부터 지민은 영악하긴 하지만 나에게 우호적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였었나, 지민과 같이 하교를 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뺨을 맞았다.  

 

 

 

‘ 더러운 새끼! 니가 무슨 말로 지민이를 꾀었길래...! ‘ 

 

 

 

지민의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였다. 나와 지민은 등하교 시에 만 붙어있지 특별히 흔한 친구끼리 하는 것들은 한 적이 없었다. 이번엔 지민의 눈을 보려 하지 않았다. 침묵할 그가 뻔하기 때문에 보지 않았다. 원망과 경멸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볼 그녀가 뻔하기 때문에 고개를 들지 않았다. 굳이 그러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방에 들어가 귀를 틀어막아버렸고 무어라 중얼대는 그녀의 불평 섞인 말이 뭉개져 들려왔다. 언제나처럼 빨리 잠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되뇌며 억지로 눈을 감았다. 원래도 좋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성적과 미소를 잃은 무미건조한 내 표정은 아버지에게 한숨을 안겨드렸다. 한 번은 학교에서 의무로 참가야 하하는 그리기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칭찬은커녕 따뜻한 미소도 건네주지 않으셨다.  

 

 

 

‘ 지민이 넌 공부를 정말 잘하는구나. 우리 태형이도 지민이 네 반만큼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 

 

 

 

불이 꺼진 어두운 방. 방문에 기대 바깥의 이야기를 들었다. 기뻐 보이셨다. 이상하리만치 배가 아파왔다. 

 

 

 

‘ 잘했구나 지민아. 앞으로도 힘내서 열심히 하렴. ‘ 

 

 

 

고개를 숙였다. 내 발밑 문틈으로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이 너무나도 싫었다. 아버지의 밝은 미소가 새어 들어온 것만 같았다. 꿈을 찾아 헤매는 이 시기에 그 헤맴마저 포기해버렸다. 이 어두운 방 안처럼 내 마음은 까맣게 그을렸고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불빛에 괴로워했다. 그렇게 나는 자랐다.  

박지민보다 먼저 집을 나서 학교에 가고, 학교가 끝나면 해가 질 때까지 발걸음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걸었다. 거리에 사람이 사라질 즘 느지막이 집에 들어갔다. 나를 반겨주는 사람 없이 내 방처럼 어두운 집이 익숙했다.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굳게 닫혀있는 내 방 문고리를 잡았다. 다른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지금 오니. ‘ 

‘ ... 네. ‘ 

‘ 일찍 다녀라 앞으로는. ‘ 

 

 

 

네. 문고리를 돌려 열어 들어갔고 방 문과 함께 내 마음도 닫혔다. 공허한 기분 속에서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고 푸르스름한 새벽 즈음 교복을 갖춰 입고 집을 나섰다. 지민과 부딪힐 일이 없으니 그의 엄마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무시하는 듯한 눈은 여전했다. 이른 새벽 거리를 걸으니 해가 다 들지 않아서 그런지 온 세상의 사물이 다 회색처럼 보였다. 조용했고 나의 발 소리와 숨소리만 간혹 들렸다. 그래서 혼자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으니까. 고등학교는 어디로 가야 할까. 졸업하면 그 후엔 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그 집에서 나는 어떤 존재일까. 한참을 걷다 보니 인적이 드문, 옆에 하천이 흐르는 근린공원에 다다랐다. 조용하게 흐르는 물도, 풀과 나무도 나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벤치에 앉아 잡념을 머릿속에서 늘어놓는 사이 제법 밝아진 주변에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등교 시간이 다 되었다.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 핸드폰을 욱여넣었다. 아버지의 기대가 만들어낸 가식적인 나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갔다. 학교에 가지 않았다. 땡땡이를 쳤다고 들으면 아버지는 내게 무슨 말씀을 하실까. 미간을 찌푸렸다. 그만 생각하자. 책가방에서 노트와 필통을 꺼내 눈앞에 담긴 풍경을 내 마음이 느낀 대로 스케치했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태형아 어디야? 왜 학교 안 와. 

 

 

 

박지민이다. 지민이 내 눈을 피하던 그때가 떠올랐다. 욕을 읊조렸다. 스케치 위에 볼펜으로 여러 번 선을 겹쳐 그었다. 핸드폰 전원을 끄고 노트와 필통을 가방에 집어넣고는 자리를 떴다.  

 

 

 

 

 

 

또 느지막이 집에 들어가자 이번엔 아버지가 거실에 앉아계셨다. 다녀왔습니다 얼른 주무세요.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가려 했는데 아버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발을 멈췄다. 

 

 

 

‘ 지민이한테 들었다. ‘ 

‘ ...... ‘ 

‘ 오늘 학교 안 가고 뭐 했니.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실망하셨을 거야. 아버지의 뒷모습에 잔뜩 주눅 들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아버지는 한숨을 쉬시고는 얼른 자라며 나를 타이르고 방에 들어가셨다. 박지민에게 화가 났다. 그 후 아버지는 내게 잘 웃어주지 않으셨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지민을 참 좋아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는 주변 분들에게 나를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아이로 자랑을 하셔서 아버지처럼 무뚝뚝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그 덕에 아버지 앞에서 힘든 내색을 한 적이 없지만. 하지만 지민은 나와는 다르게 애교도 많았고 평소에도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어찌나 재능은 많은지 성적도 상위권에 머물러 있으며,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부터 무용을 배워 대회에서 꽤나 수상을 했다는 게 의외였다. 그리고 가끔 흥얼거리는 노래마저 듣기 좋은 게 솔직히 말해 재수 없었다. 더 싫은 건 아버지가 나를 지민의 반 정도만 닮았으면 하는 그 말이 날 더 외롭게 했다. 나에게 잃은 웃음을 지민에게서 찾으셨다. 그렇게 반복되는 날을 지나 나는 고등학생이 되고 참 재수 없게도 지민과 같은 학교에 진학했다. 뭐 달라진 게 있다면 박지민과 나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번은 지민과 심하게 다툰 적이 있었다. 아니, 일방적인 내 화였다. 

 

 

 

‘ 김태형 너 어디 갔다가 지금 학교를 와. ‘ 

‘ 신경 꺼라. ‘ 

‘ 아빠가 속상해 하시는거 알ㅈ, ‘ 

‘ 누가 니네 아빠야 씨발. ‘ 

 

 

 

지민은 내가 학교를 가지 않거나 지각을 하면 아버지에게 바로 일러바치는듯 했다. 그럴 때 마다 아버지는 한숨을 쉬셨고, 지민의 엄마는 보란듯이 더 무시하고 비웃었다. 네 엄마는 니가 이러는거 알면 얼마나 속상해하시겠니. 그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꼴을 생각하니 절로 구토감이 몰려왔다. 주먹을 꽉 쥐었다.  

 

 

 

‘ 박지민. 넌 내가 무시 당하는게 참 재미있나봐. ‘ 

‘ 무슨 소리야 태형아 난...! ‘ 

 

 

 

지민과 눈을 마주친 순간 내 눈을 피하던 몇 년 전의 그 날이 생각나 화가 치밀었다. 이번에는 왜 안 피하는건데. 내 손 끝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과 단말마의 신음소리. 순간 쓰러진 지민을 보고는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그 죄책감은 잠깐, 나도 모르게 어딘지 통쾌함을 느꼈다. 쓰러져 있는 지민에게 다시 다가가 단정한 셔츠 앞섬을 잡아 들었다. 그리곤 다시 한번 지민의 고개는 돌아갔다. 그녀의 눈빛에 한번. 아버지의 한숨에 한번. 그리고 어두운 방 문 밖에서 나는 웃음소리에 한번. 계속해서 지민의 고개는 돌아갔다.  

 

 

 

‘ 나 혼날 때 뒤에서 참 재밌었지? ‘ 

‘ ...무슨 소리야 왜이래 태형아... ‘ 

‘ 그래서 이른거잖아. 아니야? ‘ 

‘ 난 니가 출결에 흠이라도 날까봐 걱정해서 그런거야! ‘ 

‘ 닥쳐 씨발!!! 니가 뭔데!!! ‘ 

 

 

 

지민의 멱살을 잡던 손을 놓아 세게 밀쳤다. 항상 곡선을 그리던 눈가는 촉촉이 젖었다. 기분이 참 이상했다. 마치 내가 나쁜 짓을 한 것 마냥 저러고 있으니, 아 나쁜 짓이네. 그 꼴이 우스워서 웃어버렸다. 왜 이것도 이르게? 지민은 한껏 미간을 좁히고는 간신히 일어나 말을 이었다. 

 

 

 

‘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나는. 우리 가족이잖아. ‘ 

‘ 풋- 야 너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진짜 웃긴다 너. 가족이라니 말은 바로 하자. 굴러들어온 주제에 가족? ‘ 

 

 

 

잠깐 눈이 커진 지민은 이내 내게 눈을 맞췄고 입가에 생긴 상처 부분을 지분거렸다. 지민은 알 수 없는 눈으로 내 눈을 응시했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지민의 말에 속이 답답했다. 속으로 욕을 잔뜩 퍼부었다. 교실 안에서 일어난 소란이니 반 아이들은 수군거렸다. 지민을 뒤로하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수군거리던 아이들의 표정은 어땠더라, 그녀의 눈이랑 똑같았으려나. 이명이 들리는 듯했다. 어디를 갈까 하다 발걸음을 빨리 옮겨 도착한 곳은 보건실이었다. 두 번 노크를 하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는듯했다. 아 다시 학교를 나갈 수도 없고 어떡하냐. 고민하고 있던 중에 

 

 

 

‘선생님 안 계시는데. ‘ 

 

 

 

침대 쪽에서 피부가 매우 하얀 남자가 나왔다. 명찰 색이 다른 것 보니 나보다 선배인 것 같았다. 명찰에는 ‘민윤기’라고 적혀있었다. 그게 윤기형과의 첫 만남이었다. 

 

 

 

‘ 침대 쓸 거면 여기 이름이랑 증상 적고 침대에 누워. ‘ 

‘ 아 네... 감사합니다. ‘ 

 

 

 

명단에 적는 동안에 윤기는 나가버렸다. 시선을 명단으로 다시 돌려 증상에서 멈춰 한참을 생각했다. 난 어디가 아프지. 갑자기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다. 지민이 네 반만큼만 했으면 좋을 텐데. 배가 살살 아파왔다. 결국 아픈 증상은 대충 복통으로 적었고 침대에 누웠다. 교실 안에서의 일이 갑자기 떠올라 메스꺼워 억지로 침을 삼켰다. 진짜 짜증 나는 새끼. 지민도 내가 저를 원망하는 것처럼 나를 원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원망해서 그 추악한 마음을 가지고 평생을 불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 

 

 

 

그럼 네가 내게 한 행동들은 뭐야. 왜 눈을 피했어? 왜 침묵했어? 말할 수 없는 질문들을 곱씹으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내 손톱은 들쑥날쑥 보기 좋지 않게 잘려있었다. 지민과는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 나름의 노력을 했다만, 하필 또 최악의 상황으로 같은 반이라서 수업에 자주 빠지는 나의 행태를 아버지에게 이르곤 했다. 덤으로 그녀의 비웃음과 무시. 그럴 때마다 며칠 전 교실에서 있던 일은 반복되었다. 지민의 엄마는 귀한 얼굴에 상처가 나 방방 뛰었고 지민은 그런 그녀를 보며 학교 정문 등굣길에 튀어나온 보도블록이 있는데 매번 자각을 하지 못해 걸려 넘어진다고 둘러댔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내가 그랬다고 왜 말을 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 지금까지 지민이 한 간사한 행동을 생각해보면 당장 갖다 일러바치기도 바빴을 텐데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보건실에 자주 들락날락해 보건 선생님의 눈에 나있을 즘 윤기를 그 사이에 보건실에서 여러 번 마주쳤었다.  

 

 

 

‘ 너 꾀병이지? ‘ 

‘ 네? 아, 아닌데! 진짜 아파요. ‘ 

 

 

 

 

윤기는 나에게 동질감을 느낀다고 했다. 대체 뭔 동질감? 보건실에 자주 들락날락하는 것에서 느껴진다고 했다. 잠깐의 침묵 뒤, 조용하고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빛이 드리워진 보건실에서 둘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그렇게 윤기와 친해지게 되었다.  

 

 

 

 

‘ 형 오늘도 와 계셨네요. ‘ 

‘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누워있을라고. 대체 교실에는 왜 침대가 없냐. ‘ 

‘ 형 고3 맞아요? ‘ 

‘ 엉. 나 고3인데? ‘ 

 

 

 

윤기는 대학 진학에 대해 딱히 관심이 없어 보였으나 음악 관련 학과를 지망한다고 했다. 가봐서 나쁠 건 없다며 웃어 보였다. 나에겐 목표가 있냐고 물었다. 목표요? 

 

 

 

‘ 없어요. 솔직히 잘 모르겠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 

‘ ... 그래 내가 여기서 와닿는 조언을 해줄 수는 없겠지만 천천히 찾아봐 꼭 남들이랑 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잖아. ‘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무엇 때문에 방황하는 것일까. 윤기와 매번 보건실에서 만나다가 연락처를 교환하고 나서 윤기의 집에 여러 번 가본 적이 있었다. 악기와 여러 가지 장비들, 거기에 심취한 윤기는 빛났다. 그렇게 윤기는 졸업과 동시에 대학에 입학해 음악에 더 열중했고 새로운 작업실도 생겨 행복해 보였다. 지민과의 관계는 더 악화됐다면 됐겠지 좋아지진 않았다. 지민은 제 특기던 무용과에 진학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그의 엄마가 얼마나 속이 끓겠어. 그래서 한동안 그나마 잠잠했던 그녀의 히스테리는 시작되었다.  

 

 

 

‘ 너!!! 니가 지민이 다 망쳐놨어 알아?! ‘ 

 

 

 

더 하세요. 지민을 굳이 보려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또 침묵할 그가 뻔했으니. 한참을 그녀의 개소리를 들고 있자니 귀가 따가웠다. 그녀는 화풀이를 다 했는지 나를 한껏 노려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제서야 지민과 눈을 맞췄다. 흠칫- 놀라는 그에게 고갯짓을 해 집 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좀 떨어진 골목으로 들어갔다. 지민은 내가 어떻게 할지 알고 있는 듯 고개를 틀어 내게 왼쪽 뺨을 보여냈다. 익숙하게 지민의 멱살을 잡고 세게 내리쳤다. 

 

 

 

‘ 아, 윽... ‘ 

‘ 야 일어나라. ‘ 

 

 

 

지민을 억지로 들어 올려 몇 번이고 때렸다. 생채기가 잔뜩 난 지민의 얼굴 꼴을 보니 우스워서 꽤나 웃었다. 왜 또 넘어졌다 하게? 또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내 눈을 응시한다.  

 

 

 

‘ 너도 치던가 그러고 싶은 거 아니냐? ‘ 

‘ ...... ‘ 

‘ 씨발, 말을 하던가 사람 기분 나쁘게, ‘ 

‘ 왜 이렇게 됐어 너. ‘ 

 

 

 

손에 힘이 풀려 지민을 놓았다. 지민이 말을 이었다. 

 

 

 

‘ 아빠가 너 이러는 거 알면 기뻐하실리 없잖아. ‘ 

‘ 그럼 아버지한테 말씀드려. 내가 네 얼굴 조창 냈다고 그럼 되잖아? 그렇게 되면 아버지도 또 널 감싸주시겠지. 그걸 원하는 거 아니야? ‘ 

‘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 

 

 

 

날카로운 듯 쳐진 저 눈은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고 내게 눈을 맞춰 천천히 눈을 깜박이는 지민이다. 저 눈이 너무 싫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두운 방에 혼자 있는 내 작은 모습이 떠올라 가슴께가 따가웠다. 아, 나 그 방에는 가기 싫은데. 여러 가지 싫은 생각이 겹쳐지자 더 이상 지민과 같이 있기 싫었다. 딱지가 진 지민의 얼굴을 보자니 가슴이 답답한 것 같으면서도 불편했다. 좆같네. 지민을 뒤로하고 큰 길거리로 나가려 하자 내 팔을 잡고는 어디 가냐 묻는데 짜증이 났다. 쉽게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참견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 내가 네 얼굴 그렇게 만들었다고 가서 말해 네가 나 대신 아버지한테 좋은 아들 하면 되겠네. ‘ 

 

 

 

지민은 말없이 자리에 서서 좋지 않은 표정으로 날 지켜봤다. 더 같이 있다가는 구역질이라도 할 것 같아서 빠르게 지민에게서 멀어졌다. 핸드폰을 켜 몇 없는 연락처에서 누른 건 윤기형이었다. 연결음이 길어져 바쁜가 싶어 끊으려 했는데 윤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왜 

‘ 지금 바빠요? ‘ 

-바쁜 건가? 아무튼 작업 중 

‘ 형, 저 형 작업실 가도 돼요? ‘ 

-그러던가 

‘ 네 지금 갈게요. ‘ 

 

 

 

어둑해진 거리를 헤쳐 도착한 윤기의 작업실. 윤기는 갑자기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고 하던 작업을 마저 하라며 소파에 앉았다. 저 자고 갈래요 여기서. 윤기는 그러라며 남은 작업에 몰두했다. 소파에 신발을 벗고 누웠다.  

 

 

 

‘ 너 부모님한테 말씀드렸어? ‘ 

‘ ... 네. ‘ 

‘ 그럼 됐어. ‘ 

 

 

 

나는 곧바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미련 없이 핸드폰의 전원을 껐다. 어차피 저 포기하셨잖아요 아버지.  

 

 

 

 

 

 

 

 

윤기가 일어나 보라며 나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 몸을 일으켰다. 윤기는 밤이라도 샌 건지 매우 피곤해 보였다. 윤기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내 심기를 건드리는 이름이 들렸다. 

 

 

 

‘ 나 아까 너 자고 있을 때 잠깐 나갔다 왔었거든? 뜬금없이 바나나 우유가 먹고 싶더라? ‘ 

‘ 그런데요? ‘ 

‘ 박지민이라는 애가 너를 찾더라고. ‘ 

‘ ... 걔가 형을 어떻게... ‘ 

 

 

 

아 어제 따라왔나. 짜증 나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다. 굳은 내 표정을 보고는 윤기는 누구냐며 물었고 난 그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박지민과 나와의 관계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친구인가? 아니면 아버지가 재혼하신 분의 아들이니까 가족? 내 고민이 길어지자 윤기는 먼저 말을 꺼냈다. 

 

 

 

‘ 아무튼 걔가 너 여기 있는지, 너랑 어떻게 아는 사이냐 묻더라고. ‘ 

‘ 그래서 저 여기 있다고 말했어요? ‘ 

‘ 아니 나도 혹시 몰라서 말 안 하려 했는데 애가 참 예의가 바르더라고. 먼저 자기 신분 밝히고 왜 찾아왔는지 이유도 대고. ‘ 

‘ 말했다는 거네요. ‘ 

‘ 응. 너 가출한 거야? ‘ 

‘ 아 형!!! 왜 말했어요!!! ‘ 

 

 

 

윤기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어깨를 으쓱- 올렸다. 윤기를 잠깐 노려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날 윤기에게 나의 가정사며 지민과의 관계며 모두 토해내듯 다 이야기했다. 윤기는 아무 말이 없다가 힘들었겠네. 한마디를 하며 멋쩍게 웃으며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실 이런 내 처지를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었고 진지하게 들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 집에선 내 마음을 꼭꼭 가두어야 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들어준 그에게 정말이지 고마운 마음이었다. 

 

 

 

 

‘ 그래도 학교는 잘 가라. ‘ 

‘ 형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 

 

 

 

들어줘서 고마워요. 윤기는 징그럽다며 혀를 내둘렀고 표현에 서툰 나도 귀 끝에 열감이 느껴졌다.  

 

 

 

“ 야. 듣고 있냐? “ 

“ 네...? “ 

“ 왜 대답을 안 해. “ 

 

 

윤기는 내가 한참을 대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잠깐 다른 생각 좀 하느라, 미안해요 형. 그래 지금까지 그런 일들이 있었지. 아무튼 박지민과 나의 관계는 이렇다. 내가 어쩌다 이 거지 같은 기억을 끄집어 내게 됐냐면 탄소를 처음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학교를 땡땡이칠 때 자주 가곤 했던 공원에는 가끔 요란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다가가 보니 흔히 말하는 학교 폭력의 현장이었다.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맞은 여자아이는 끝까지 그 애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다가 사라졌나 싶으면 부끄러움도 없는지 흐느끼며 울어댔다. 좀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거기에 이유 모를 통쾌함이 들었다. 아, 박지민 이런 느낌이었냐? 억울하게 당하는 꼴을 뒤에서 지켜보는 좆같은 행동이 이런 느낌이어서 그랬구나. 새삼 지민에게 놀랐다. 그 후로 자주 그 공원에서는 탄소를 향한 폭행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어느 날은 그 아이들이 정체 모를 열쇠를 버리며 간간이 ‘김탄소’라는 이름이 역겨운 비웃음과 함께 들려왔다. 열쇠를 주워 들곤 비를 맞고 있는 탄소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 안녕. ‘ 

 

 

 

나와 눈을 맞춘 탄소의 얼굴은 진짜 우스꽝스러웠다. 간신히 웃음이 삐져나오는 것을 참고 열쇠를 건넸다. 지민의 얼굴에 상처를 냈을 때는 이런 기분이 아니었는데. 아 진짜 웃기다. 내 어릴 적 순수함은 아버지의 기대와, 지민의 엄마의 언성, 박지민의 시선 덕에 사라진지 오래였다. 내가 상처받은 걸 누군가에게 그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그동안 지민에게 화풀이를 했건만 잠깐이야 재밌지 끝엔 불편함이 남았다. 하지만 탄소는 금방 눈물을 보이는 지민과는 달랐다. 지금까지의 탄소의 모습을 보면 꼴에 자존심만 세서 절대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게 뻔하다. 하지만 표정에 다 드러나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분명 눈물이 눈에 가득 찼는데도 흘러내릴까 봐 눈 한번 깜빡이지도 않을 거다. 솔직히 말해 여태껏 쌓인 화를 풀 대상이 필요했다는 게 맞는 말이겠다. 역겨운 목적이었지. 아니나 다를까 열쇠를 받고는 고맙다는 인사 없이 나를 노려보고는 내게 등을 돌려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우산을 들고 쫓아가니 더 격앙된 목소리로 

 

 

 

‘ 따라오지 마. ‘ 

‘ 내가 우산 씌워주고 있잖아. ‘ 

‘ 씌워달라고 한 적도 없거든? 안 씌워줘도 되니까 너나 혼자 써. ‘ 

 

 

 

 

믿지 않는 눈을 하고 자꾸만 나를 밀어내는 탄소에게 약간의 자존심이 상했다. 지기 싫었다. 묘한 승부욕이 생겨 물러나지 않았다.  

 

 

 

‘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데려다줄게. ‘ 

‘ 잘 알고 있네. 엄청 수상하니까 가. ‘ 

‘ 그렇게 비 맞으면서 가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교복도 다 더러워졌잖아. ‘ 

‘ 그게 네 알 바는 아니잖아? ‘ 

 

 

 

아 되게 예민하네. 그런 탄소와 그렇게 우연을 가장해서 탄소와는 잦은 빈도로 만났다. 내가 많이 기다렸지만. 처음엔 엄청 경계하더니 자주 봐서 그런지 경계가 누그러졌다. 그래서 같이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뭐, 탄소의 일방적은 말이지만. 그래 처음엔 불순한 의도로 탄소에게 접근했다면 요즘엔 내가 그냥 만나고 싶다. 그녀는 나와 이야기를 할 때 내 눈을 지그시 맞췄다. 저 따뜻함이, 이것저것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달라진 것처럼, 탄소도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경계만 하던 그녀는 간혹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긴 하지만 적어도 첫 만남처럼 마냥 나를 밀어내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이제 탄소를 밀어낸다는 게 그녀에게 얼마나 어이없는 일일까. 탄소는 자신이 그곳에서 폭행 당한 이유를 말해 주었다. 처음에 듣고는 이게 뭔가 싶다가도 무언가 잊은 것 같은 느낌이 지속적으로 들었다. 아 내가 뭘 잊고 있는 거지. 

 

뜬금없지만 나는 비 오는 날이 참 좋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를 이유로 들면 너는 이상하게 생각할까? 나는 사람이 무섭다. 그 눈을 마주치면 피할까 봐, 날이 선 눈으로 날 볼까 봐, 실망한 눈으로 날 볼까 봐. 나를 부정 당하는 게 무서웠다. 탄소는 그런 날 놀리듯 잔즛이 눈을 맞추곤 했다. 그래서 그런 눈을 맞출 수 있는 비 오는 날이 좋았다. 그래 그때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런 내가 탄소에게 불편한 감정을 처음 느낀 때가 있었는데 바로 같은 반 남자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아니 그 아이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처음 했을 때였다. 탄소는 항상 흐렸다. 비 오는 날씨처럼 먹구름이 낀 것 마냥. 그런데 그 아이 이야기를 할 때면 입꼬리에 살짝 미소가 걸리는 게 너무 얄미웠다. 가끔은 어딜 보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곳을 보는데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자체가 불편했다. 날 죄이는 이 불편함의 원인이 뭐야. 

 

 

 

 

 

 

 

 

 

 

 

 

안녕하세요 수화향입니다!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ㅠ 그 전 내용들을 한번 훑어보고 어떻게 표현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내용도 길어지고 시간도 엄청 오래 걸렸네요 ㅠㅠㅠ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말드려요 ㅠㅠㅠ 태형이의 과거! 어떠신가요?? 이미 결말과 캐릭터의 배경은 정해놔서 살을 어떻게 붙이느냐가 고민이었습니다. 의도치않게 길어진내용에 다가 부실한 내용.. 어떻게 느끼실지는 모르겠지만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당 아 그리고 다음화 부터는 필명을 ‘이규’ 로 바꾸려합니다! 지금 필명은 대충 지은거라 항상 신경이 쓰였는데 이제서야 바꾸게 되었어요! 다음화는 이규라는 이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ㅎㅎ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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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우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너무 재미있게 집중해서 읽었네요 태형이의 과거엔 지민이가 있군요 그를 부정하는것이 일상인 아버지와 새어머니라니..태형이의 상황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네요 태형이에게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스러운 태도를 강요하며 그의 감정을 무너뜨리고 있네요 새어머니는 그저 화풀이 대상을 태형이로 두고 있고 안타깝지만 그런 상황 사이에 있는 지민이도 걱정이 됩니다. 그의 밝은 모습이 마냥 진심은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말이죠 정말 흥미진진합니다💜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4년 전
수화향
독자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열심히 열심히 자주 찾아뵙도록 할게요 ㅎㅎㅎㅎ\( 'ω')/5화는 이규라는 필명으로 만납시다! 즐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힘이 나는군요 불끈불끈 🔥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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