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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기침강 전체글ll조회 1303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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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는 움짤이 없습니다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Ep13: 담배와 꽃, 그리고 민윤기.






"우선 우리 집으로 갈까?"
"아니, 대연동으로 좀 가줄래? 나 집에 좀 들러야할 것 같은데."






"우리 그럼 다음엔 언제봐?"
"몰라. 근데 6년 뒤는 아닐걸?"



"너무해. 6시간만 지나도 난 탄소가 엄청 보고싶을걸?"


"아 억울하다, 내가 민윤기를 더 일찍 만났어야했는데,"
"왜?"



"지금까지 너와 사귄 여자애들은 모두 이 말을 들었을테니까. 
너, 희주언니한테도 이런 말 했었어?"





"와, 몇 년 만에 들어보는지 모르겠다. 
장난해? 절대 아니. 

그땐 희주가 먼저 나한테 사귀자고 했었고, 난 그냥 뭐 거절해봤자 비싼척 한다고 그랬을거니까 그냥 사겨준거야. 

그건 너도 알잖아. 희주를 사랑해보려고 노력했지. 
근데 안되니까 헤어졌어. 그런 틈에 이런 오글거리는 멘트를 칠 시간이 어디 있었겠어."






"그 말이 오글거리는거, 너도 알구나?"


"근데 탄소가 그런거 좋아하는것도, 알고있어."
"내가 또 좋아하는거 뭔지 알아?"



"음...김남준?"
"아, 장난치지 말고."
"..."

윤기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기지개를 폈다. 









"너요, 너. 윤기야, 나랑 사겨."
"아 뭐야, 왜 고백해."
바뀐 신호에 급하게 커브를 돌면 윤기가 깜짝 놀라며 나를 흘긋 보았다. 




"운전중에 고백하는건 반칙이지-"
"몰라, 너가 안하니까."

"야, 난 오늘 밤에 하려고..."
"몰라, 난 참을성 없어."



빨간 신호등에 걸리자, 윤기가 돌연 안전벨트를 풀더니 나를 꼭 끌어안았다.







"이렇게 좋은걸. 진작에 고백할걸 그랬어. 
너도 대학에서 완전 아싸시키고 바로 내여친 하는거였는데."


"미쳤어? 아싸였으면,"

"내가 책임지면 되는거지. 왜이래, 나 돈많아. 책임 완전 가능."

"아, 재수없어."









털털하면서도 달달하고 뜨거운 이런 연애. 내 인생에 처음이었다. 
몸도 마음도 성숙한 어른의 연애였다.




"근데 너 그 갈비집 알바는 왜한건데? 돈도 많은데."
"말도 마. 친구녀석들이랑 내기했어. 벌칙한거야 벌칙."

"뭐어? 벌칙? 무슨 내기를 했는데?"
"그건 비밀이야."




"여자친구한테 비밀은 없어야해."


"바로 구속 들어가는거야?" 
윤기가 피식하고 웃었다.




"당연하지. 불안해서 쓰나. 어, 여기 골목으로 들어가줘."








"...치안 너무 안좋은거 아냐? 남자들이 득실득실, 그럴 비주얼인데?"

"난 누구완 달리 서면 한복판 고급 주상복합에 자취방 구할 돈이 없어서."








"결혼해, 결혼. 나랑 결혼하자."
"뭐야, 이전개는?"

"너가 고백먼저 했으니까, 프러포즈는 선수쳐놓는거야."
"아, 적응이 안된다 넌." 




윤기가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손을 그러쥐었다. 
그런 모습이 웃겨 푸핫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웃겨?"
"당연하지, 귀엽잖아.  어, 여기. 나 올라간다?"

"나는?"
"...기다려, 여기서."




아기고양이 마냥 애절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민윤기를 뿌리치자니 마음이 약해졌다.



"탄소야, 같이 가. 응?"
"...집 더러운데. 뭐, 일단 올라가 그럼."




띠리링 하고 도어락이 열렸다.
널부러진 옷가지와 쌓인 택배 박스, 
정리좀 하고 살걸 하는 생각이 드는데 뒤에서 빼꼼 집을 둘러보는 윤기의 기척이 느껴졌다



"너 진짜, 정리 안하는구나."
"아냐! 요새 바빠서 그랬어"


윤기가 안믿는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소파에 푹 앉았다. "탄소가 어떤 모습이어도 좋아."




"누나?"
열린 현관문 틈으로 노란 머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윤기가 현관을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누구야?"
"아, 여기 사는 동생. 어, 지민아, 여긴 내 남자친구 민윤기."



지민이가 쭈뼛거리다가 현관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요 옆에 사는 박지민이라고해요."
"아, ...민윤기야."



어색해서 어쩔줄몰라하는 민윤기의 표정은 스무 살 이후로 처음이었다. 




"근데 지민아, 무슨일이야?"


"아, 저 화분을 좀 샀어요. 옥상에 키우려고. 
그래서 누나한테 좀 물어보려고 했는데,"
"정말? 와, 이쁘다."




작은 묘목이 심겨진 빨간 화분, 
작은 이파리가 하늘하늘 흐드러지는 파란 화분, 
그리고 아직 흙만 가득히 무얼 심었는지 모르는 작은 화분들까지, 




민들레 머리를 한 환한 얼굴로 지민이가 검은 봉지 속 화분들을 보여주었다.




"이쁘다, 옥상으로 가자. 옥상에서 같이 심을까?"
"네, 누나."



"야 김탄소 너,"
대강 신발을 신고 올라가려는데 윤기가 뒤에서 세모난 눈을 하고 따라나왔다.





"같이 가, 윤기야. 옥상보면 너도 좋아할거야." 




-
"저 형이구나?"
"뭐가?"





"누나가 말했던 ​시간이 지나도, 세월이 많이 흘러도 문득 생각나는 사람. 
그 새내기 썸. 맞죠?"



"어떻게 알았어?"



"그냥, 저 형을 보는 누나 눈빛이 그렇게 설명해."
"내가 그렇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봐?"


"아니, 아프게 봐. 되게 아프게."




바람이 불어와 노란 머리가 부스스하게 날렸다. 
옥상 가득히 자라는 덩굴 나무를 쭈그려 구경하는 민윤기의 까만 머리도 흩날렸다.





"저 애를 꼬박 6년만에 만났어. 아팠지 그 전에. 이젠 괜찮아."
"누나, 저 형 눈빛은 어떤지 말해줄까?"
"어떤데?"






"딱 그 눈빛이야. 누나가 전에 말했었잖아. 
그 사람을 위해 죽일수도, 죽을수도 있다는 노래 가사. 
그런 사랑이 어딨냐고 생각했는데 여기있네. 대박이야."


크큭 소리를 내며 지민이가 웃자 윤기가 찌릿한 눈빛으로 뒤를 홱 돌아보았다.

"저거 봐." 
평상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은 지민이가 재밌다는 듯 배시시 웃어보였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둘이?"
민윤기가 삐딱하게 다리를 짚으며 팔짱을 끼고 물었다.




"너가 재밌어, 너가." 




웃으며 답하자 윤기가 긴 다리를 휙휙 저으며 나와 지민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앉았다.



"넌 가서 물이나 줘라. 커플 사이에 껴있지말고."



윤기가 고개짓으로 화분들을 가리키며 지민이에게 말하자 지민이는 말 없이 일어섰다.
옥상 한 구석으로 가서 재떨이 앞에 선 지민이는 라이터를 켜 담배 불을 붙였다. 





"쟤 골초야?"
"그런 것 같더라. 그래서 니 생각이 많이 났어 쟤를 보면서."




"야 나 스무 살 때 저런 떡같이 생긴 애보다 훨씬 잘생겼었어. 
근데 탄소가 쟤를 보면서 날 떠올린건 좀 실망,,"


"야 민윤기. 너 그때 하나도 안잘생겼었어."
"뭐? 진심이야?"





"그때 너 미워서 못나보였어."
"지금은?"


"지금은... 음, 지금은 안미워."
"밉냐 안밉냐가 아니잖아 탄소야,"




"잘생겼어. 됐어?"
"응, 됐어."
민윤기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좌우로 몸을 흔들며 팔짱을 껴왔다.









"같이 펴, 쟤 되게 재밌는 애야."
"이제 안펴 난."
"정말?"



"응, 쟤도 아마 나중에 끊을걸?"
"어떻게 알아?"



"언젠가, 쟤도 지켜주고싶은 사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끊으려는 강한 의지가 생길거야. 장담해."
"글쎄, 저 넘치는 재떨이좀 봐. 한번에 세 개씩이나 피고있는거 안보이니?"
윤기가 어깨를 으쓱하며 글쎄? 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날 내려다보았다.









+동기들이 저마다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막으며 지나가는데 
골목에서 갑자기 민윤기가 휘적휘적 걸어갔다. 
어, 분명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흘긋, 민윤기가 나온 골목을 봤을 땐, 막 비벼끈 담배꽁초가 다섯개는 족히 넘어보였다.​+








"아 맞다, 너 다섯 개는 막 피는, 그런 애였지?"
윤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담배 맛 없던데, 왜피는거니?"
윤기와 나의 스무 살, 마지막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게, 니 생각이 나서 많이 폈어. 
니가 비상계단데서 날 밀치고 가던 날, 한참을 서서 니가 담배를 던진 창 밖을 쳐다봤어."
나는 잠자코 윤기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날, 연락을 할까 말까. 
수백번, 아니 수천번을 고민했어. 

니가 날 밀치고... 날 보면서 울음을 꾹 참고... 
너무 큰 상처를 준 것 같아서 미안했어."






"...그땐 우리 너무 어렸잖아. 
괜찮아 나, 이제. 
내가 민윤기를 사랑하고, 넌 나를 사랑하고. 여기서 문제 있는사람, 있어?"




지민이가 담배를 재떨이에 푹 꽂더니 웃기다는 듯 웃자 민윤기가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지민이를 바라보았다.




"지금 두 사람 거의 세기의 사랑인거 알아요? 완전 영화보는줄,"



"억울하면 너도 연애해."
윤기가 괜히 어깨동무를 하며 조금 더 붙어앉았다.






"싫어요, 난 그냥 관객하지 뭐. 
아 누나, 저거 꽃폈던데, 봤어요?"




"아니? 정말?"





작은 꽃봉우리가 여러 개 올라온 사이로 연분홍 작은 꽃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이쁘다,"





"아직 작고, 여려요. 건들이면 시들지도 모르죠. 
힘들게 틔워낸거니까 그만큼 소중하죠."




"..."




"그치만 그런만큼, 일단 한번 피면 오래, 아주오래, 
그리고 아주 이쁘게 피어있을 것 같아요."




"지민아,"






"물주는거, 까먹어도 괜찮아요. 내가 보살필게. 
누나는 저기 저 형 잘 보살펴줘요."









​등 뒤로는 윤기가 흥얼거리고 있었다.




야 나랑 놀자 밤늦게까지 함께 손뼉 치면서
나랑 마셔 너와 나의 몸이 녹아 내리면
나랑 걷자 저 멀리까지가다 지쳐 누우면
나랑 자자 두 눈 꼭 감고 나랑 입 맞추자




-
3개월 후
이사를 가던 날 지민이는 피워낸 꽃들 중 한 뿌리를 작고 예쁜 화분에 담아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내가 옥상에서 민윤기를 그리워할 때 마다 그 애는 담배를 피며 날 보고있었댄다. 




이제 막 어렵게 시작하게 된 민윤기와 나의 사랑만큼이나 
내가 그동안 물을 주지 않아 시들어가던 화분에 정성을 쏟으며 
지민이가 힘들게 피워낸 작은 꽃도 

아직은 힘이 없고 한치 앞을 모르는 여린 존재다.




긴 시간동안 증폭된 그리움과 후회, 
어쩌면 미련이 지금의 사랑이라고 착각하게 된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윤기와 나는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인 것 처럼 
서로에게 정성을 쏟기로 했고,
남들보다 늦은 이 사랑이 한 걸음씩 나아지기를 
매일 기도한다. 




당장 내일 다시 민윤기가 담배를 찾고, 
나는 그 애를 밀치며 어딘가로 숨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나와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한 이 사람이, 
그 누구보다 소중하며 사랑스럽다.








절대 진심이 아닌 말들로 서로의 마음을 감추지 않으며, 애매한 입장으로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좋아하는 감정을 남김없이 나누는 민윤기와 나는 
이제 당분간 세상 그 어떤 커플보다 행복할 예정이다.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완결.
​-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지금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탄소와 윤기가 오랫동안 행복하길
티카티카! 즐거운 연애와 행복한 결혼까지 골인하길 바라며,,!


다음 작품도 남주는 민윤기 ㅎㅎ다정하고 따뜻한 남자로 쓰고있어요
얼른 글잡에 데리고오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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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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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87.45
ㅠㅠㅠㅠㅠㅠ작가님 너무 잘봤어요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글 뜰때마다 너무 반가워서 하루종일 기분 좋고 그래요 ㅎㅎ 완결이네요 좋은 글로서 좋은 추억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4년 전
비회원182.181
ㅜㅜㅜㅜㅜㅡㅜㅠ 너무 재밌었어요ㅜㅜㅜㅜㅜ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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