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쟤 13살 차이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
"바다?"
"네! 바다!"
"그래. 여름도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물놀이 해야지."
"당연!!"
"조심히 가고."
"으어 가기 싫우다."
"일주일 넘게 집 안 들어가셨잖아요."
"에이 그건 좀 심했다."
"ㅋㅋㅋ 내일 약속 있다고?"
"네. 친구들이랑 밥 먹고! 놀기로!"
"응. 알았어."
"갈게용."
"응."
석류가 차에서 내려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들자
재욱도 창문을 열어 팔을 내밀어 손을 흔든다.
"전화 해."
"알겠어요. 빠빠!"
"빠빠."
문을 닫고 집에 들어간 석류에 재욱은 여전히 석류가 귀여운지 흐뭇해하며 핸들을 잡는다.
오랫동안 붙어있다가 가버리니까 또 되게 허전하네..
집에 온 재욱이 피곤한지 목 스트레칭을 하며 소파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본다.
석류 하나 없다고 집이 이렇게 텅 비어? 되게 웃기네.
석류가 와서 어지럽힌 집에 재욱은 제일 먼저 테이블 위를 치우기 시작한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먹다 남은 과자들, 쓰레기들.. 그리고 바닥에 긴 머리카락들.. 어우 청소 한 번 해야겠는데..
중얼거리며 청소기를 집어 든 재욱은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확인한다.
원래 내가 집에 들어올때쯤에 전화 오는데.. 오늘은 좀 늦네.
"……"
작은 방에 있는 컴퓨터를 닦던 재욱은 석류가 매일 시끄럽게 소리지르며 게임 하던 게 떠올라 픽- 웃는다.
잠깐 청소 하려고 했는데 거의 뭐 대청소 수준이 되어버렸고
재욱은 아예 방으로 가서 옷장 안에도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침대 위에 올려둔 핸드폰에 알림 소리가 들리지않자, 재욱은 흐음.. 하고 잠시 한참 핸드폰을 보다가
옷장 안에서 옷들을 골라 밖으로 내놓기 시작한다.
"……."
한참 옷장 안을 정리하던 재욱은 침대 위에서 시끄러운 벨소리를 내는 핸드폰에 터덜터덜 움직여 핸드폰을 확인한다.
석류에게서 오는 전화를 망설임 없이 받은 재욱이 말한다.
"네 석류씨."
- 재욱씨 뭐하센~?
"청소하고, 옷 정리 해. 버릴 것들이 꽤 많네."
- 버릴 거!? 다 예쁜데! 왜 버려요?
"네 전화 기다리다 보니까 할 게 없어서 애꿎은 옷도 버리게 되던데요."
- 아 뭐야아 내 전화 기다렸나?
"기다렸지."
- 우리 너무 오래 붙어있었나~? 나 조금 안 보인다고 막 보고싶고, 목소리 듣고싶고 그런가보다 헤헤헤헤헤헤헿ㅎ헤
"별로."
- 아 또!
"ㅋㅋㅋ 씻었어?"
- 네. 씻고 나도 엄마가 방 좀 청소하래서.. 청소하고 왔어요.
"피곤할텐데 일찍 자. 또 새벽까지 유튜브 보다가 늦게 자지 말고."
- 알겠다구요오오오올~
"대답만 하지 말구요."
- 알겠다니까아아아알! 아 또 엄마가 뭐라한다.. 카톡할게요.
"응, 알겠어."
전화를 끊고나서 재욱이 핸드폰은 침대 위로 던져두었고, 다른 옷장을 열어보더니 혼잣말을 한다.
"석류 옷이 절반이네."
"아 요즘 살찐 것 같아서 스트레스란 말이야."
"아냐 내가 딱 봤는데 딱 예뻐. 여자들은 좀 살집이 있어야 해. 벗겨 본 사람이 알지, 본인은 잘 모르더라."
"내가 살집이 있단 소리예요?"
"그렇다고해서 네가 해골은 아니잖아."
"그거야 그런데 살짝 기분 나쁜데 그거."
"아니 내 말은 네가 딱 지방이 탄탄한 게 아니라 근육이 적절하게 탄탄해서 딱 보기 좋다~ 이거지.
오오 거기서 살 빼면 삐짝 말라진다고 이제. 난 그런 거 별로야 만질 살이 있어야 만질 맛이 나지."
"ㅋ."
"그런 의미로 편의점 갈까."
"콜."
밖으로 나온 둘은 나오자마자 더운지 인상을 썼다.
예주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있자, 남길이 예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손으로 부채질하면 원래 더 더워. 그냥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져."
"당장 더운지 어찌할깝쇼. 예?"
"어쩔 수 없지 뭐. 같이 땀 흘리고 같이 씻는 수밖에."
"어우 난 그런 거 별로더라. 창피해."
"너 침대 위에 있을 때랑 맨날 달라지는 거 알지? 침대 위에서는 무슨 며칠 굶은 하이에나 마냥 붙잡고 늘어지면서.
밖에만 나오면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 마냥 조신한 척 하고 그러더라 너??"
"조신한 척이 아니라 조신한 거."
"아,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오케이. 겟아웃."
"어디로 나갈까요. 나갈 곳이 없는데."
"내 품으로."
"악."
"악 뭐예요? 더러워 내가?"
"아니 그건 아닌데."
"말 걸지 마요."
"그래 그럼 편의점가서 네 돈으로 사먹어."
"? ㅋ"
편의점으로 먼저 들어간 남길이 과자를 고르다가 옆 진열대에 서있는 예주의 목소리에 예주를 바라본다.
"오빠. 이거 사줘요."
"참나 뭐 왜. 네 돈으로 사먹어."
"아 씨 진짜 아오!!"
예주가 때릴듯이 다가오자, 남길이 웃으며 예주의 머리를 감싸 안았고.
맥주도 하나씩 사들고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은 둘.. 예주가 맥주를 따다 말고 말한다.
"오징어 다리 안 샀다. 카드 한 번만 더 주십시오."
"여기."
카드를 받아 편의점으로 다시 들어선 예주가 안주를 사고서 나오려고 했을까.
웬 30초반으로 보이는 섹시하게 생긴 여자가 남길에게 웃으며 말을 걸고있자, 예주가 눈을 불을 키고 둘을 지켜본다.
여자가 가자마자 편의점에서 나온 예주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남길의 멱살을 잡는다.
"어이 김남순씨."
"어우 깜짝이야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네."
"저 여자 뭐예요."
"뭘 뭐야. 애인 있냐길래 있다고 했지."
"진짜? 거짓말 했으니까 입 봉인. 저런 섹시한 여자가 와서 묻는데 그냥 보냈다고?"
남길의 입을 틀어막는 예주에 남길이 허- 웃으며 예주의 볼을 꼬집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유 진짜 이 꼬맹이가."
분명 이 '꼬맹이' 소리는 그 누구에게 들어도 ㅈ 같은 허세의 말인데..
남길이 일어나자 예주보다 훨씬 크고, 잘생겨보이는지 예주가 당황해서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맥주를 가지고 미친듯이 뛴다.
갑자기 화내다가 자기 혼자 두고 저 멀리 냅다 뛰는 예주에 어이가 없는듯 남길이 고개를 갸웃하고서 예주를 쫒는다.
"야 정예주!!!!!!!!"
"……."
"얔ㅋㅋㅋㅋ아닠ㅋ어디갘ㅋㅋㅋㅋ"
왜인지 모르게 얼굴이 새빨개진 예주가 더 미친듯이 뛰자, 남길이 배까지 잡고 웃기 시작했다.
오늘은 직접 나와서 카페에서 관리를 한 재욱은 여자들의 시선을 받는다.
한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자 세명의 떠드는 소리가 알바생에게 들려온다.
"여기 사장인가? 사장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되게 잘생겼다.
결혼했나? 반지 낀 거 보니까 결혼한 것 같네."
"뭐 결혼 안 했으면 꼬시려고 했어?"
"그건 아닌데.. 잘생겼으니까 하는 소리지. 섹시하게도 생겼네."
"잠깐 근데.. 나 어쩌면.."
"……."
"저 사람.. 아는 사람인 것 같은데."
"진짜?"
"응. 내가 커피 받아올게."
"어! 그래그래! 아는 사람이면 대박.."
진동벨이 울리고, 여자가 일어나 카운터로 향하자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모두 여자를 바라보았다.
딱 보아도 우아하게, 단아하게 생긴 여자에 안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여자가 카운터로 향해 커피를 받으려고 했을까.. 자신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 재욱을 한참 바라보다 확신한듯 말을 건다.
"혹시.. 재욱오빠.. 맞지?"
"…맞는데 누구ㅅ.."
"나야.. 한나! 강한나.."
"아..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잘 지냈지!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지..? 긴가민가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오빠인 거 딱 알겠더라."
"너도 옛날이랑 별로 달라진 거 없는데? 포항에 살지 않았어?"
"그게 언제야~ 벌써 10년 전인데.. 아 이렇게 만나니까 너무 좋다. 여기 카페 차린 거야?"
"응. 체인점."
"옛날에 우리 학교에서 오빠 카페 사장 되게 잘 어울린다고 입이 닳도록 얘기했었는데.. 엄청 잘 어울려!"
"그래? 말이라도 고맙네. 너는 뭐하고 지내?"
"사업해. 직접 옷 디자인해서."
"예전에 매일 공책에 옷 디자인 따더니."
"응. 성공했지 뭐어.. 아, 류지환 오빠는 잘 지내? 항상 오빠랑 같이 다녔었잖아."
뒤에서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자, 한나가 눈치를 보다 재욱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서 테이블로 향했고
테이블에 앉아있던 친구들이 한나에게 묻는다.
"뭐야? 진짜 아는 사람이야?"
"아, 응. 대학 다닐 때 알았던 오빠."
"아, 대학 선배야??"
"선배는 아니고.. 선배 통해서 알게 된 오빠?"
"아, 진짜?"
"내가 좋아서 엄청 따라다녔었거든."
"아..!? 네가 따라다녔다고 네가!?"
"응. 왜? 이상해?"
"어.. 완전.."
아침부터 연락이 두시간에 한 번씩 닿자 재욱은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다.
평소엔 답장 보내면 바로 보내던 석류가기에 재욱이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을 빤히 보다가 석류에게 전화를 건다.
- 엽쎄영.
"뭐하세요?"
- 그냥 친구들이랑 밥 먹었죠.. 아저씨는 밥 먹었어요?
"아니, 아직 안 먹었어. 이제 먹어야지."
- 얼른 먹지? 살 더 빠지면 큰일인데.
"알겠어. 많이 바쁜가 하고.. 친구들이랑 이제 뭐하게?"
- 영화 보게요!
"그래그래 영화 보고 연락 줘."
- 알겠어요. 울 액읭.
"응, 알겠어."
-애기가 어떻게 말을 하지? 응애라고 대답한다!
"옆에 알바생 있어."
- 얼른 응애.
"한 번만 봐주지?"
- 그럼 얼굴 보고 해줘요.
"그건 가능하지."
- 오케이이이.
"ㅋㅋㅋㅋ."
또 몇시간이 지났을까.. 알바생이 어서오세요- 하자, 석류가 고개를 꾸벅이고선 카운터로 향한다.
알바생이 어떤 걸로 드릴까요? 묻자, 석류가 '사장님이요..'하자 알바생이 네? 하고서 석류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석류가 '사장늼~'하자 컵을 닦던 재욱이 뒤돌아 석류를 보고선 말한다.
"뭐야 언제 왔어?"
"지금 왔죵."
"근데.. 뭐야?"
"뭐가요?"
매일 몸 숨기는 옷만 입다가 오늘은 가슴골 훤히 다 보이는 나시에 짧은 바지까지 입은 석류에
재욱은 좀 당황한듯 석류를 바라본다.
"왜용?"
"옷을 왜 그렇게 입었어?"
"오늘 완전 덥잖아요. 예쁘죠?"
"그렇게 입는 거 처음보는데."
"아저씨 앞에선 처음 입었으니까!"
"……"
"왜 별로예요?"
"아니야, 예쁘네."
"오예에 오늘 영혼까지 끌어 모았거든요."
"참나 ㅋㅋㅋ."
"가볼게요! 나 그냥 아저씨 얼굴 한 번 보러 온 거라서.. 애들 저어기 밖에서 기다려요."
"응, 그래그래. 얼른 가봐."
"빠빠."
석류가 가고, 알바생이 재욱을 힐끔 바라보았고.. 곧 재욱의 네번 쨰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보고서 혼자 상상을 한다.
내 또래랑 결혼했구나.. 오오.. 역시 잘생기고 봐야 하는 건가..
남길에게 전화를 해서 안 받자 5번 넘게 하자 그제서야 옆에 있던 친구가 남길의 전화를 받았다.
남길이 취했다며 데려가라는 말에 예주가 한숨을 내쉬다가도 바로 웃으며 '거기가 어딘가요' 물었고
다행이도 남길의 집 옆에 있는 술집이라 다행이었다.
술집에 도착한 예주는 술집 밖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아있는 남길에게 다가가 쭈그리고 앉는다.
"아니 뭔 술을 이렇게 취할 정도로 마셨어요?"
"뭐야.. 너 왜 여기있어."
"술 취했대서 데리러 왔지 뭘 여기있어?"
"아악.. 딱 보니까 정예주인데에."
"그래요 나 정예주야. 다른 분들은요?"
"내가 가라해쒀.. 너 오면.. 부담스러워 할까봐.."
"참나 이럴 때 보면 진짜 어른이라니까."
"…어!어!"
"왜 왜!!"
"어..."
"뭘 자꾸 어어예욬ㅋㅋㅋㅋ 완전히 취했구만. 아오 이 오빠를 어떻게 끌고 집까지 가?"
"아 섹스하고싶따.."
"어우 !조용!!"
"섹스으!~"
재욱이 10시 쯤 되어서 문을 닫고 가게에서 나왔을까.
문 옆에서 '오빠!'하자 조금은 놀란듯 옆을 보는 재욱
"……."
"되게 늦게 퇴근하네-?"
"아, 어. 왜 여기있어 넌?"
"생각해보니까.. 오빠 번호를 못 받았잖아 내가? 어차피 이 옆에서 술 마셨거든 나아.."
"술 마셨어?"
"응. 조금.. 조금 마셨어. 일단 번호! 번호 주라."
한나가 핸드폰을 건네자, 재욱이 번호를 찍어주었고..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재욱이 한나를 내려다본다.
"차는?"
"술 마신다고 해서 집에 두고 나왔지. 괜찮아 택시 타면 돼."
"우산 안 갖고 왔어?"
"아, 응.. 괜찮아. 뛰어가면 돼."
"데려다줄게."
"아니..괜찮은데. 뭐.. 그럼.. 오늘만 신세 좀 질게."
"어디 살아?"
"현암동!"
"옆동네네."
"아, 그래? 다행이네.. 근데 오빠는 뭐하고 지냈어?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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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혹시 그거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