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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엑소 이재욱 윤도운
인티공식왕비 전체글ll조회 1208l 1


여름방학. 무료한 오전.
덥기라고 하면 다행인데 덥지도 않아서 더 심심하다.


탈탈탈, 딱히 낡은 것도 아니지만 참 볼품 없는 소리로 돌아가는 선풍기.
미적지근한 공기를 맞으면서 소파 위에 누워있는 형을 보았다. 정확히는 형 다리에 자리잡고 있는 무수한 다리털을 보았다.


형이 교복을 입고 있었던 학생 때도 형은 저렇게 다리털이 많았던가? 아니면 어른이 되서 저렇게 많아지는걸까? 후자라면 정말 끔직하다. 나도 저렇게 다리털이 생긴다는 것이니까.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괜한 조바심이 일었다.

“형.”

“왜.”

“형 다리털 옛날부터 많았어?”

“……너 아까부터 내 다리털 본거냐?”

“응.”

“어쭈. 많이 컸다. 심창민?”

“나 원래 평균 키보다 더 크거든.”

“180은 넘고 말해라?”

“흥.”


형은 그렇게 말했지만 무슨 흥미라도 생겼는지 뒤집어있던 몸을 일으켜 소파 위에 앉았다.

“근데 왜, 부럽냐?”

“아니……”

그건 정말 아닌데.

“자고로 남자란, 털이 많아야지.”

“아. 어.”

“아어? 아어? 어린 노무 새끼가 싸가지없게, 응?”

또 시작되었다. 저렇게 일방적인 시비! 형은 갑자기 손을 뻗어 내 뒷목을 잡더니 그 상태로 마구 턱을 비볐다. 따갑게 올라온 턱수염이 내 여린 목살에 스치자 비명이 막 새어나온다.

“아악! 하지마!”

“하지마세요, 해야지. 어?”

“하지마세요! 하지마세요!”

그러자 아저씨같이 웃는다.

어쩌면 형은 엄마보다는 아빠같다.

 

 

---------------------------------------------------------------------

 

 

 

 

2.

 


“어어어어엉, 엄마 언제 오는데. 어어엉.”

이것은 한달쯤 된 이야기다.

“울지마. 왜 울어.”

윽박지르고 욕하는 평소와는 달리, 형은 제법 누그러진 목소리로 나를 위로했다.

“엄마 진짜 오는거 맞아? 왜 안와? 왜 전화도 안해?”

“왜 안와. 니네 엄만데. 전화 할거야. 체코는 원래 전화가 잘 안돼.”

“……거짓말.”

나는 매우 총명하고 영리했지만 그래도 결국은 12살 꼬맹이라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서 운 적이 몇번 있었다. 답을 아는 질문에도 다시 한번 되묻는 헛수고를 한 적이 몇번 있었다. 그 날도 그랬다.

“왜 내가 너한테 거짓말 해.”

“형은 옛날부터 나한테 거짓말 많이 했잖아.”

“무슨 거짓말.”

“밥 먹고 바로 자면 다음 날 바로 돼지 된다고…”

“그래서 돼지 됐잖아. 너 지금 돼지잖아. 아니야?”

“아니야! 돼지 아니야!”


형은 도마뱀인가, 아무튼 그거 같았다. 능글능글해서 화제를 엄청 잘 돌렸다. 나는 엄마가 보고싶어서 울었지만 나중에는 화가 나서 또 울었다. 그 날도 그랬다. 형은 나보고 또 돼지라고 했다.

갑자기 내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더니 날 자기 아빠다리 위에 얹혔다. 그리고 반팔 티셔츠 안에 고이 숨겨놓았던 내 뱃살을 마구 만져댔다.

“이래도 아니야? 어휴, 배 봐. 서울대공원가면 사육장에 가둬놓겠네.”

“아니야! 아니야! 만지지마!”

“어쭈, 바둥거려? 어?”

이번에는 내 뒷목을 깨물어대기 시작했다. 아, 진짜 아팠다.

“하지마. 하지마! 으아! 아프다고!”

“아이고. 돼지가 말을 하네요?”

“아아아악! 삼촌이 제일 싫어!”

팔다리를 마구 휘두르자 그제야 몸을 나줬다. 그리고 어개를 으쓱해보인다.

“내가 너한테 뭘 했다고 날 싫어해?”

“진짜 싫어. 내가 나중에 형 진짜 감방 보낼거야.”

“아이고. 무섭다, 무서워.”

“…… 형이랑 얘기 안해. 나 잘거야!”

“그러시든가.”


그리고 바로 대자로 뻗어 누웠다. 씩씩거리며 잠을 청하니 별로 잠이 올것 같지 않았지만, 결국은 잠이 왔나보다. 눈을 떴을 때는 침대였고 배게가 있었고 이불이 있었다. 형이 옮긴거다. 재수없어!

 

 

-

 

 

평범한 일상은 늘 그렇듯 인지하지도 못한 채 지나쳐간다.

이제 나는 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나 혼자만이 아닌, 형도 이제는 대학교를 졸업한다.

나는 입학식이며 졸업식이며 하는 것들이 정말 싫다.

그것은 굳이 내가 엄마가 없거나 혹은 아빠가 없거나 하는 그런 거랑은 다른 거다.

그냥 살면서 누구나 다 하는 그걸 마치 자기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들뜨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는게 싫을 뿐이다.

누군가는 이런 내 깊은 뜻을 오해하여 내가 좁은 마음을 가졌다고 오해하겠지만 그런 것은 정말로 아니다.

정말이다. 그런건 아니다.


“곧 있으면 네 졸업식이네.”

“……”

“받고 싶은거 있어? 비싼 건 말고.”

“……”

솔직하게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많이 고민했다. 나도 이젠 애는 아니다. 여기서 엄마라고 대답하면 내 자신이 얼마나 우스워질지 잘 아는거다. 나는 초등학교의 끝이라는 6학년이 된 후로, 자존심인지 뭔지 하여간에 단 한번도 형 앞에서 엄마 얘기를 꺼내본 적도 없다. 물론 형도 구태여 내게 엄마 얘기를 하지도 않았고. 아주 암묵적인 룰이 된거다. 엄마라는 그 단어, 그 존재가.

 

그런 마당에 여기서 꺼낼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졸업식만큼은 엄마가 왔음 했다.

“받고 싶은건 없는데.”

“그럼? 먹고 싶은거?”

“아니. 그것도 별로 없는데.”

“그럼 뭐?”

“그냥…… 엄마랑 연락이나 했으면 해서. 왜냐면, 일단 아들이긴 하니까 그래도……”

 

나는 임기응변에 약하다. 구체적으로 생각치 않았던 것을 갑자기 말하려고 하니까 나 조차도 인상을 찌푸릴 만큼 횡설수설했다.

하지만 나는 그 와중에도 보았다. 엄마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굳어진 형의 얼굴을.

그것은 화난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는 아무렇게나 말을 마치고 형의 눈치를 보았다.

형은 한참이나 아무런 말 없다가 결국은 대답을 했다.

 

“엄마 보고 싶어?”

“응.”

“알았어.”

 
알았기는 뭐가 알았냐고. 알기만 하면 형이 엄마 만나게 해줄거냐고. 따지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어쩐지 더이상 말을 하면 안될 것 같았다. 나는 아무런 말 없이 내 방으로 들어와 역시 조금 울었다.


그리고 울다 지쳐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떴을 때는 어슴프레한게 딱 새벽이었다. 냉랭하고 축축한 공기. 이불을 대충 발로 뻥뻥 차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거실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형의 목소리였다.

 

“그래서, 안 와?”

누가 안 오는데?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하냐. 애는 생각도 안해?”

누구 얘기하는거야?

“내가 누나를 탓하든 형부를 탓하든 그게 중요해? 일단 누나가 엄마니까 할 일은 해야 될 거 아니야.”

엄마 얘기야?

“나도 누나랑 얘기하기 싫어. 근데 애가 뭔 잘못이야.”


형은 마치 갈증나는 사람처럼 무언가를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나는 인기척을 낼 수 없었다.


“졸업식이야. 비행기 표는 왕복으로 내가 끊을께. 그래도 졸업식은 와.”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는거잖아. 멍석 깔아줄때 와. 평생 원망받고 싶어?”

“나도 힘들어. 창민이도 창민이지만 누나때문에 더 힘들어. 암만 그래도 키워준 부모님한테도 연락 한번 안하는게 어딨어?”

 

 


나는 우두커니 서서 그 얘기를 다 들었다.

엄마가 나를 보고싶지 않아하는 것도 충분히 슬펐지만, 형이 나때문에 슬프다는게 더 슬펐다.

아까 흘렀던 눈물이 마저 났다.

 

 

 

 


-

 

 

 

아무리 좋은 채를 해봐도 엄마 아빠가 아니면 채울 수 없는 공간은 분명 있다. 형은 내 졸업식에 왔다. 할머니도 왔고, 할아버지도 왔다. 큰 이모도 왔고 작은 이모도 왔다.

“우리 창민이, 이제 정말 다 컸네.”

“졸업식에는 짜장면이지, 우리 아가. 할머니가 사줄게. 맛있는 데 아니?”

나는 적당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은 죄책감인지 아니면 내가 정말 감당하기 힘든건지, 졸업식 내내 내 눈을 피했다. 어쩌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헛기침을 하는 것이었다. 상처받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말 그러니 조금 슬펐다.


비싸보이는 중국집에 들어가서, 나는 짜장면을 먹으며 받은 꽃다발을 어쩌지못해서 안절부절해하고 있었다. 그때 삼촌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줘.”

“응.”

그것을 바닥 아래에 대충 내려놓고, 삼촌이 내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얼굴을 가까이 대라는 신호다. 곧 그렇게 하자 삼촌은 내가 귓가에 뭐라 뭐라 말을 해왔다.

 

“니네 엄마랑 연락했어. 정말 오고 싶어했는데 비행기 표가 없어서…… 대신 입학식때 꼭 온대.”

 

뭐라고?

난생 처음 감정의 차고 넘치는 걸 느꼈다. 온 몸이 해일이 되어 나 자신을 덮은 것 같았다. 여태껏 끝끝내 참고 있던 그 모든 울분이 터저버린 것 같았다.

단순히 화가 난 것도 아닌, 나를 놓을 정도로 분노가 인 나는 바로 눈 앞에 있는 자장면을 엎었다.

놀라버린 가족들 사이로, 더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삼촌이 있었다.


“거짓말! 이제 그만해! 거짓말 좀 그만해!”

“야, 심창민!”

“체코는 전화 통화 안된다며?!!”

“너 이게 뭐하는 짓……”

“모를 줄 알아?!!! 엄마가 나 안보고 싶대잖아! 엄마가 안보고 싶다는데 왜 형이 그래! 왜 자꾸 날 속여!!!”

“아, 아가. 왜그러니. 유, 윤호야. 창민이 왜 이러는거니.”


하얗게 질린 할머니의 얼굴보다, 놀라서 말도 못하는 이모들보다, 나는 정말 아픈 얼굴로 목석처럼 굳어버린 삼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는 이렇게 아파. 나는 이렇게 아파왔어. 사실은 어떻게든 좀 알아주기를 바랐다.


“내가 그렇게 불쌍해? 하긴! 불쌍하겠지! 엄마도 버린 앤데! 고아나 다름없는데!!! 그래!!! 버려졌는데 불쌍했겠지! 그래서 키워준거 내가 모를 줄 알아?”

한번 풀려버린 입은 주제를 모르고 날뛰기 시작했다.

“형도 날 버릴 생각이니까 나한테 말 안했던거잖아!!!!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매달릴까봐!! 그럼 못 버릴까봐!!”

그리고 고개가 확 꺾여졌다.

뺨을 맞았다.

형에게.

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이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 죄송하지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얘야, 아니. 이게 무슨……”

“이제 말해야 될 것 같아요.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와주셨는데 식사 한번 대접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누나들, 아버지랑 어머니 잘 챙겨드려. 뒷일좀 부탁할게.”

“그, 그래. 윤호야. 일단 가봐. 나중에 연락해.”

“응. 정말 죄송합니다. 가볼게요.”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 못해서, 부어오른 뺨이 너무 아파서 씩씩거리고만 있는 바보같은 내 팔목을 형이 잡았다.


“따라와.”


화난 걸까? 그래보이진 않는다. 그래도 좋은 표정은 역시 아니었다.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이모들한테 인사 한번 하지 않고 질질질 끌려나오다시피 중국집을 벗어났다.

 

 

-

 

 


형 차는 별로 좋은 차가 아니다. 큰 이모가 몇년 쓴 차를 헐값에 샀다고 했다. 부르르릉, 소리가 크다.

나는 차 문을 열었다. 넘실넘실 들어오는 바람으로 조금은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리고 상황을 살펴보니 상황이랄 것 까지도 없이 그냥 아무것도 없었다.

형은 아무런 말이 없었고 나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차만 달릴 뿐이었다.


뒤이어 나는 형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형은 나를 데려나온 그 이후로 단 한마디도 하지않았다.

나는 그제야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뺨이 쓰라리다.

“……형.”

“……”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자 차가 갑자기 서버린다.

끼이이이익.

형편없는 주차에 차 안이 온통 덜컹거린다.

형이 고개를 휙 돈다.

눈이 마주쳤다.

 

“미안해?”

“응...다신 안그럴게.”

“뭐가 미안해.”

“아까.. 소리치고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자장면 엎고..”

“네가 뭐가 미안해.”

“……응?”

“넌 미안할 거 없어… 내가 미안하지.”

“아니야. 형이 왜 미안해. 내가…… 내가 잘못한건데……”

중국집에서도 울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눈물이 찔끔 난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정말 화가 났을거라고 생각했던 형이 생각보다 그래보이진 않아서 안심이 된걸까? 그래서 눈물이 나는걸까? 그냥 주체없이 눈물이 줄줄 흐르기시작했다.

“왜 울어. 네가. 네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네가 뭘 잘 못해. 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울지마. 응?”

“……”

“형 화난거 아니야. 아까 뺨 때린 것도…… 너 미워서, 싫어서 때린거 아니야.”

“……지금은 안아파. 괜찮아.”

“퉁퉁 부었구만 뭐가 안아파. 집에 가서 치료하자. 너무 쫄지마. 응?”

“……”

“형이 다 설명할테니까.”


………집에 가자.


조금은 편안해진 적막이 있었다.

 

 

-

 

 

현관문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뻗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한 것도 없는데 몸이 천근만근이였다.

먼저 들어갔던 형은 소파 위가 아닌 그 밑에 앉아있었다.

나도 눈치껏 얌전히 그 옆에 앉았다.

 

“언제부터 알았어.”

“…… 5학년 때부터.”

“하.”

“……”

“왜 안다고 말 안했어.”

“형이 나한테 말 안했으니까…… 모르기를 바란거잖아.”

“……그래...”

“응..”

“……니네 엄마랑 연락한 건 어떻게 알았어?”

“밤에.. 새벽에.. 들었어.”

“……그랬구나.”

“응..”

그랬어. 그랬어.

나는 그랬다고 묻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잘 하고 있는건가?


“창민아. 이제부터 형이 너한테 솔직하게 다 말할거야.”

“응.”

이 순간을 나는 기다려왔을까, 혹은 영원히 오지않길 바랐던 걸까? 나조차도 모르겠다.

아직 말조차 꺼내지않았는데 시원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그 전에 하나만 약속해.”

“……뭘?”

“세상 사람들이 다 뭐라고 해도. 형은 창민이 좋아하는거.”

“......”

“진짠데.”

“....뭐야.. 쪽팔리게.”

“와. 그런 말은 누구한테서 배웠어.”

“...”

“순 앤줄 알았는데 발랑 까졌네. 어? 아무튼, 약속 할거지?”


내미는 새끼 손가락에 나 역시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위 아래로 몇번을 흔들더니 형이 웃는다.

“말해봐. 형이 누굴 좋아한다고?”

“나.”

“좋아. 잘했어.”

큰 손이 뒷머리를 흩트러놓는다.


“응..이제 말해줘.”

“그래... 그러니까.”

 

형 얘기를 먼저 할게. 너도 조금 아는 것 같긴 한데... 확실히는 모르는 것 같아서. 형은 고아야. 태어났을 때 부터 엄마 아빠가 없었어. 근데 지금의 어머니 아버지가 날 입양해주셨고, 정말 분에 넘치게 키워주셨지. 그렇게 좋은 분들한테 입양되기 전까지 형은 고아원에 있었는데. 7살때부터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어. 싸움질도 하고, 도둑질도 하고…… 정말 못된 애였는데. 그때는 그냥 그게 재밌어서 하는거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커보니까 정말 왜 그랬는지 알게되더라고. 형은 그냥 세상이 미웠던거야. 형은 엄마 아빠 얼굴도 모르고, 버림 받았고, 찬밥 신세처럼 아무도 신경써주질 않으니까. 그게 너무 서럽고 속상한데 그때는 너무 어렸고 또 그걸 말하는게 부끄럽다고 생각했으니까 아예 생각을 안하고 산거지. 그러다보니까 그렇게 나쁜 짓만 하고 다닌거야.

근데 창민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형을 입양해주시고, 또 뭐가 불만인지 여전히 사고치는 나한테 엄하게 혼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고, 또 사랑해주시면서. 형은 그때 알게 된거야. 내가 잘못 살고 있었구나. 하고.

그런데 창민아. 내가 보기에 너는... 어리기도 어렸지만 너무 여려서. 버림 받았다는 걸 버티지 못할 것 같았어. 그래. 맞아. 니네 엄마가 너 버리고 지 혼자 잘 살려고 외국으로 튀었다. 이거 맞는데... 넌 엄마한테 사랑 받은 기억도 있고, 너무 예쁘고 착하게만 커서.. 공주님 처럼 말이야. 정말 많이 상처받고 어른이 되서도 그 아픔을 못 버릴 것 같아서 형이 비밀로 하자고 했어. 그리고 나서 네가 스무살이 되었을 때.. 형 키도 따라잡을 만큼 키도 많이 커졌을 때. 그때 말해주려고 했었어. 충분히 행복해할 때. 한번 버림받은 것 쯤은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을만큼 네가 강해져있을 때.

형은... 네가 아파하는걸 보고 싶지가 않아. 동정.. 어떻게 보면 맞겠지. 근데 창민아. 넌 정말 예전부터 착하고 예쁜 애였어. 정말 순하고.. 예쁘고.. 귀엽고.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 나오는 사랑스러운 애였는데.. 그런 애가 내가 아팠던 만큼, 어쩌면 그 이상 아플텐데.. 그렇게 내버려두고 싶지는 않았어.

내가 아파봤으니까. 응? 너 만큼은.. 아프지 않아도 된다면, 조금이라도 다른 길이 있다면 그 길로 가는게 맞다고 생각했거든.

네가 보기에는 형이 다 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형도 굉장히 어려. 아직 사람 덜 됐고, 돈도 잘 못 벌고, 학자금 대출만 해도.. 그냥  너 모르는 그런거 있어. 아무튼. 형도 너랑 똑같이 어린데..

그래도 나는 너 책임질거야, 창민아. 네가 싫든 좋든, 네가 스무살 되서 집 나간다고 고래고래 소리질러도 절대 안보낼거니까. 응? 나중에 색시랑 같이 결혼할 때 아니면 절대 안보내줄거니까. 그니까 그런 생각 하지마. 한번 버림 받았다고.. 계속 버림받는거 아니야. 형 봐. 형은 부모님 얼굴도 모르는데.. 지금은 이렇게 너랑 재밌게 잘 살잖아. 행복하잖아. 근데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기까지 한 너는 얼마나 더 행복하겠어.

 

형 말 믿어봐. 창민아.

넌 어렸을 때부터 사랑만 받아도 되는 착하고 예쁜 애였으니까.. 분명 가면 갈수록 더 행복해질거야.


한번도 바로 보지 않았던 형의 손을 뚫어져라 보았다. 허공을 가르고 조심스레 내 뺨을 매만지는 손 끝을 보았다.

 


위로는 무엇일까?

뜨겁고 시린, 양 끝으로 밀어내졌던 극단적인 마음이 따뜻하고 시원하게 되었을 때.

그렇게 만들어준 그 어떤게 바로 위로가 아닐까.


품 안에서 등을 토닥이는 손길을 받으며 잠이 들었다.


그제야 나는 인정했다.

나는 오리고.. 형은 내가 처음 본 엄마다.

비록 형이 여자도 아니고, 오리가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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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우 어뜩해ㅠㅠㅠㅠㅠㅠㅠ 이글 너무 좋아 진짜......ㅠㅠㅠ 어우 자까쨩 진짜 궁디팡ㅠㅠㅠㅠㅠㅠㅠ 아 가씀따땃해ㅠㅠ 지금 갓방이 형제신기인것처럼 저 글속의 둘도 다시없을 형제고 가족이겠지?ㅠㅠㅠㅠㅠ 곧 잡아먹힐거긴 하지만ㅋㅋㅋㅠㅠㅠㅠㅠ
9년 전
인티공식왕비
(궁디를 내민다) 감덩이야 너...
9년 전
독자2
어러어아ㅠ픂ㅍ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4
♥♥♥♥♥♥♥♥
9년 전
인티공식왕비
고마워...★
9년 전
독자5
허어어엉어어ㅡㅇ으응으 짱좋다ㅠㅠㅠㅠㅠㅠㅠ 이런거 더써주면 날 증정할게ㅠㅠ
9년 전
인티공식왕비
^^너떄문에 안쓴다..ㅎㅎ !
9년 전
독자6
자까님 이거 언제이어줌?ㅠㅠㅠㅠㅠㅠㅠ 설정이랑 캐릭까지 취향저격이라 주거도 이거 완결나는건 보고 뒤지고싶은데요ㅠㅠㅠㅠㅠ 자비를 좀 베푸시죠 빨리 이어줘ㅠㅠㅠㅠㅠㅠ
9년 전
인티공식왕비
..ㅎㅎ..
9년 전
독자7
님 이거 담편 언제나옴여
8년 전
독자8
다음편 리얼 시급..... 나 앓다 죽을듯여 님ㅜ.ㅜ
8년 전
인티공식왕비
님 상습이죠.. 왜 자꾸 예쩐글마다 덧글달아요 하.. 우너하시는 거 있음 빨리 말씀하세여 감동받아서 써드릴테니까 ㅠㅠ
8년 전
독자9
님글이 제취향인걸 어캄요ㅠㅠ 덕분에 복습 제대로함ㅠㅠ 스폰서물 스폰서 스폰서 하으으읏 스읏폰서 흣!!
8년 전
인티공식왕비
디금디금 쑤러가요 헤헿~
8년 전
독자10
넘사랑해얌 흑흑 포인트 500 걸어놓으셈 님한텐 제가 안아끼고 조공하겠음ㅠㅠㅠㅠ하투하투
8년 전
독자11
10에게
아벌써 쪘네 하읏 넘떨린다 지금 보러감여

8년 전
독자12
야 광역저격하러 왔다 언제 신작나오세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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