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혁] 새벽밤 02
"그쪽 맞죠? 그, ○○동에 산다던, 생존자."
동혁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고, 그 남자는 웃으며 동혁에게 손을 건냈다. 나 때려서 좀 싫지만, 그래도 인사는 해야겠죠? 제 이름은 구준회. 나이는 19살이에요. 그쪽은?
전 김동혁이고 나이는 저도… 같아요…. 동혁은 나지막히 말했고, 구준회라고 한 그 남자는 잘됬네. 말 놔, 일단 가자. 여기도 그렇게 안전하진 않거든. 이라며 동혁의 손목을 잡곤 앞장섰다. 근데 되게 못먹은거 같지는 않네. 준회의 목소리에 동혁은 고개를 들어 어?라고 대답했고, 준회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놀랄 필욘 없어. 그냥, 내 볼을봐. 나 지금 아무것도 못먹은지 이틀째라, 원래 삭은얼굴 더 삭았거든."
하하, 그래…? 억지웃음짓던 동혁의 웃음이 끊기자 다시 정적을 이루었고, 준회는 여기야. 라며 방송실이라 적혀있는 문을 열었다. 문을열자 보이는 것은 커텐으로 막아놔 빛이하나 안들어오는 교실과, 마이크 3개, 그리고 작은 카메라 하나. 그리고 토끼이빨이 인상깊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야, 김밥. 데려왔다."
"훠우, 이분이셔?"
"어. 나랑 동갑. 이름은 김동혁."
"그래? 형씨, 안녕해. 나는 김지원. 김밥이라 불러도되고, 지원아~ 라고 불러도되고. 너보단 두살 많은데, 진짜 형이라곤 하지마라. 나 되게 그런거 싫어한다."
이상한사람이다. 형이라고 불리는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되게 특이하네. 동혁은 아, 네. 짧게 대답했고, 그런 동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김지원이라고 하는 사람이 동혁에게 다가왔다. 반말해 친구야. 동혁은 억지로 눈을휘어 웃으며 아,응…. 이라고 대답했고,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이 뒤로 다시 빠졌다.
서로 멀뚱멀뚱 서있었고, 동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술을 뗐다.
"저기, 혹시 이 지역에 남아있는 사람이 저희 뿐 인가요?"
"엉, 근데…아. 이얘긴 안하는게 낫겠다."
"그냥 해, 임마. 난 괜찮아."
지원의 눈치를 보며 말하던 준회는 고개를 끄덕이곤 응 알았어. 라고 대답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실은 김한빈이라고, 우리보다 한살많고, 음…. 김밥 전 애인. 이였어. 근데 이곳으로 오다가 뜯겨버렸는데, 뭐…. 그렇게 됬어. 그래서 우리뿐이야. 근데 아직 더 남아있을 수도 있지. 니가 들은 그 방송, 우리가 3일전부터 보냈는데 너가 오늘 대답했잖아? 혹시몰라? 또 3일뒤에 누가 대답할지.
"아, 그래요? 그럼… 그런거구나… 죄송해요.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야야, 아 왜그러냐~ 분위기 쳐지게! 동혁…이라고 했나? 근데 그 가방, 뭐야?"
"아,이거…"
동혁은 가방을 조심스레 내려놓곤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작은 참치캔 통조림 두개, 그리고 물로 채워진 물통 세통과 쿠키 두봉지, 초콜릿 세개. 먹을 것이 나오니 두 남자의 눈이 번뜩, 하고 떠졌다. 지원은 준회의 어깨를 툭툭쳤고, 나지막히 야, 저거 우리 주는거겠지? 라고 속삭였고 그런 지원에게 꺼져봐,좀. 이란 차가운 말과함께 다시 준회는 음식들로 눈을 돌렸다. 물건을 다 꺼낸 동혁이 지원과 준회의 생각을 눈치 챘는지, 이거 먹을래? 라고 조심스레 말했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명은 달려들어 먹기 시작했다.
"아 씨발, 야 김밥 좀 그만 쳐먹어"
"우걱… 미친, 존나맛있어"
"아, 야 동혁아 이거"
준회는 지원이 쿠키로 눈돌린새에 초콜릿을 두개 집어 동혁에게 던졌고, 너도 먹어야지. 라는 말과함께 자신도 초콜릿을 까먹었다. 동혁은 정신없이 먹는 둘을 지켜보며 초콜렛을 하나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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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배는 별로 안부른데. 좀 살것같긴하다. 고맙다 동혁아. 진짜 쓸모있는데 이친구?"
"그러게. 아참, 야 너 그 물은 어디서 구한거야? 이근처 편의점에는 물 다 털렸던데,"
"수도관도 터졌잖아"
동혁은 자신의 옆에있던 물통을 한번 쳐다보곤 입을 뗐다. 우리 고모댁에서 가져온거야. 우리 고모댁은 물탱크 사용하더라구. 동혁의 말을 들은 두사람은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입을 뗄려고 하는 준회를 뒤로 밀어버린 지원이 동혁에게 다가와, 진짜? 진짜야? 아 씨발. 어디냐, 안내해라. 라고 말했고, 준회는 한숨을 한번 쉬더니 말했다.
"김지원. 제발 진정좀 해라. 야 동혁아. 거기가 어디야? 혹시 안내해줄 수 있어?"
동혁은 안될거야 없지. 라고 말했고, 준회는 한번 웃더니 그럼 내일 출발할까? 하고 창가로 다가가 커텐을 살짝 걷었다. 살짝 걷힌 커텐 사이로는 슬슬 지고있는 노을이 보였고, 지원은 손을 탁탁 털며 일어나 말했다.
"그럼 일단 난 생존자가 연락올지도 모르니까, 여기 있을게."
"무서운건 아니고?"
지원은 정곡에 찔렸는지 한번 주위를 둘러보더니, 아 존나, 아니거든? 야 내가 그런 찌질이로보이냐? 하…하. 그딴 좀비새끼들 뭐가 무섭다고. 준회는 그런 지원을 한심하게 한번 쳐다보더니 알겠어 그럼, 내가 동혁이랑 같이갈게. 라고 말했다. 지원은 빙긋 웃더니, 방송실 밖으로 나갔다.
"따라와봐."
"나?"
동혁은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키며 답했고, 지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동혁은 어리둥절, 하며 준회를 쳐다봤고 준회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가봐, 라고 말했다. 동혁은 조심스레 교실밖으로 발을 디뎠다. 말없이 한참을 지원을 따라갔다. 긴 복도의 이어짐 이였다. 동혁은 창문너머로 보이는 교실안을 둘러보며 걸었고, 몇몇교실에는 좀비에게 당해버렸는지 머리만없는 시체 몇 구가 나뒹굴고 있었다.
"너 소설 많이 읽어봤지? 좀비소설?"
한참을 걸으며 말이없던 지원이 입을뗐고, 동혁도 따라 말을 했다. 지원은 여기 좀비들은, 꽤 신기해. 라며 말했고, 무슨말인지 이해못하는 동혁을 한번 쳐다보곤 웃더니 말했다.
"좀비들은 보면 장기도먹고, 그러잖아? 근데 이상하게 여기있는 좀비들은 머리만 먹더라. 자기 동료로 만들려고 하면 머리는 안뜯고."
"아…"
"자기가 먹을사람, 그리고 동료로 만들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 같애."
"……그럼 그 김한빈 이란분은…"
"걔? 아, 걔는 그냥 좀비됬어~ 너네집 근처에 돌아다니고 있을 것 같은데, 분명 이곳으로 오면서 뜯겼거든."
동혁은 자신이 이곳 고등학교로 오다가 마주친 좀비가 생각났다. 얼굴이 엉망진창이 된 채 한쪽팔이 없던 남자좀비 하나. 동혁은 설마… 하며 지원의 뒤를 계속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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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큰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동혁이 움찔하며 놀라자 지원은 동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준회랑 나랑 여기 다녀봤는데, 여기는 아직 닿지못했으니까. 라고 안심시켜주었다. 교실안을 보자 화학품냄새가 동혁의 코를 찔렀다. 꽤나 마음에 들지않는 냄새에 얼굴을 찡그렸다.
"맞아. 여기 과학실, 사실 칼이나 그런거 여기 다 모아놨거든. 꽤 편리하더라고 이교실이"
"그런데 왜 여길…"
"왜 왔겠어. 내일 물가지러 가잖아 너네? 엄청 위험한데, 내가 너한테 줄게 있으니까 데려왔지"
지원은 어디보자…, 라고하며 교실을 찬찬히 뒤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이 웃으며 무언가를 가져왔다. 꽤나 날카로워보이는 사시미칼을 들고왔고 그것을 동혁의 손에 쥐어주었다. 가볍지? 그래도 이거, 막 휘두르면 안돼. 이거 그냥 목날라가니까 알겠지? 지원이 눈을 휘며 말했고, 응…이라고 동혁이 나지막히 얘기했다.
"그럼 뽀뽀."
"ㅇ,어?"
"농담이야 임마. 나도 김한빈 아직 못잊었는데, 다른남자한테 눈독들일 순 없지"
지원은 동혁의 이마를 한대 툭 치곤 교실밖으로 나갔다. 왠지 오묘한기분이 드는 동혁이였다. 동혁은 교실밖을 나서는 지원의 뒤를 따랐고, 계속 걸었을까, 지원은 갑자기 씨…발! 이라며 낮게 욕을했다.
"동혁아, 여기 있어"
지원은 한쪽팔로 동혁을 막곤 벽 옆에다 동혁을 밀어넣었다. 동혁은 으, 숨막혀… 무슨일이야? 라며 말했고, 지원은 그냥 조금만 참아 짜샤. 라며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지원은 신발장 위에 있는 소화기를 소리없이 들었고, 으어어…거리며 휘청휘청대는 좀비에게 다가갔다.
"씨발, 어느새에 들어왔대?"
지원은 살그머니 좀비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낮게 휘파람을 불었고, 거기에 반응한 좀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지원과 눈이 마주친 좀비는 지원에게 달려들었고, 이게 어딜… 이라고 말하며 지원은 소화기를 휘둘렀다.
"하…"
둔탁한 소리가 몇번나고, 머리가 짓눌려 형채를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망가진 좀비가 쓰러져 팔을 꿈틀대고 있었다. 지원은 동혁에게 말했다.
"동혁아. 과학실안 바로 앞 책상에 성냥 있는거 봤지? 그것좀 가져와줘. 얼른…"
"어,어!"
동혁은 허겁지겁 뛰어가기 시작했다. 숨이 차올랐지만, 지원이 형한테 무슨일이 일어날까봐 더 빨리 뛰었다. 동혁은 거칠게 숨쉬며 과학실 문을 열었고, 책상위에 있는 성냥곽을 잡고 다시 뛰었다. 형…! 멀리서 좀비를 밟고있는 지원을 불렀고, 성냥곽을 던져줬다. 지원은 성냥을 하나 빼더니, 불을 붙이곤 좀비의 몸에 불을 붙였다. 활활 타올랐다. 왠지 모르게 기름을 부은 듯 불이 강했다.
"이새끼들, 시체냄새 맡고 반응하거든. 우리가 안처리한 시체가 있었나봐. 이제 됬어. 가자 동혁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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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뭔 타는냄새나던데, 니네짓이야?"
"어"
"뭐했는데, 다큰것들이 불장난한거야?"
"지랄하지마 구준회, 야 우리 안태운 시체 있었냐?"
"뭐? 없었지 않아?"
"그렇지?"
"에이, 설마… 야. 설마 좀비새끼들 알아챈거야?"
"그런 것 같은데, 아 몰라, 그냥 놀러왔는걸지도 모르지"
지원은 동혁을 가리키며 말했다. 동혁이 꽤나 놀랬을걸, 좀비 죽이는걸 눈앞에서 봤으니까. 라고 말했고, 준회는 동혁에게 눈을 돌렸다. 괜찮아? 나지막히 물어보는 준회의 말에 동혁은 괜찮다고 말을했다. 지원은 웃으며 말했다. 떨리는 손은 전혀 안괜찮은 것 같은데.
"그래서 지원이가 뭐 줬는데?"
"이거…"
"김지원, 이거 김한빈형꺼 맞지?"
"어. 어차피 쓸모도 없는데, 너 가져라 동혁아."
"…"
"아 김동혁 존나 미안해하는 얼굴이야 이거, 야 괜찮다고…"
"조용히해 김지원, 아 맞다."
준회는 동혁에게 바닥에 깔린 담요더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학교 여학생들건데, 어차피 안쓰는거 우리가 모은거야. 바닥 딱딱한데 잘됬지? 오늘은 여기서 자. 동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준회는 동혁을 한번 쳐다보더니 마이크를 잡았다.
"자기전에 또 방송하고 자야지."
"또? 아, 존나 니 목소리 시끄러워서 싫다고"
"김지원 너보단 나아"
"개새끼"
준회는 한번 코웃음을 치더니 마이크를 잡고 아아… 생존자- 생존자는… 이라며 내가 처음에 들었던 방송의 멘트를 말했다. 10분간 말하고 난 뒤 준회는 스위치를 끄곤 의자에서 일어나 바닥에 누웠다.
"야 김동혁"
"응?"
"한빈이 형은 못지켰지만 넌 내가 꼭 지킬테니까, 너도 멍청이같이 행동하지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
"어…응. 그래야지."
"근데, 너 부모님은?"
동혁은 갑자기 마지막으로 들은 엄마목소리가 생각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게…. 준회는 동혁의 눈에 맺힌 눈물을 눈치 챘는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ㅇ,야… 말 안해도 돼…. 동혁은 준회의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웃겨 한번 웃고는 말했다.
"괜찮아. 우리엄마 지금 호주에 계셔. 사실 우리 가정형편이 꽤 안좋아서, 호주에서 살았었는데. 나만 이렇게 한국에 왔고, 엄마는 내년에 오실 계획이셔."
"내년? 그래 뭐, 내년이면 백신도 풀리겠지. 과학자들 몇몇 해외로 튀었으니까. 씨발, 일저지른 새끼들이 튀고 지랄이야."
동혁은 욕이란 욕은 다 하는 준회를 쳐다봤고, 준회는 뭘봐 짜샤, 라고 말했다. 동혁은 살짝 웃었고 눈을 붙였다. 잘자 준회야.
꺄 되게 설레네요.. 댓글에 심쿵 ㅇ<-<...♡ 하루만에 왔어요. 주말엔 달려야죠! 여전히 부족한 글솜씨에 부족한 분량이지만 분발하겠슴니당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