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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지호형아. 나 저거 잡아 줘라."
열일곱 되던 해에 98회 헝거게임 추첨이 끝나고, 무사히 나와 우리형 모두 걸리지 않아 마을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할 때에 동네 꼬맹이가 하나 들어와 매를 가르키며 잡아달라고 말 했었다.
"저건 너무 빨라서 안 돼. 형도 못 잡는 새야."
"아니야! 우리 엄마가 마을에서 총 제일 잘 쏘는 사람이 지호형이라고 했단 말이야."
어렸을 때 부터 새총이나 간이엽총으로 무엇인가를 맞추는 것에 재미를 붙였던 나는 어느샌가 동네에서 총을 가장 잘 쏘는 아이로 불리었고, 그것에 우리엄마는 저 아이가 내 막내아들이라며 정말 자랑스러워 하셨다. 꼬맹이네 어머니가 내 얘기를 한 적이 있던 것인지 단 한번도 잡아 본 적 없는 새를 잡아 달란 꼬맹이의 말에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알겠어 그럼, 근데 못 잡을 수도 있어."
"우와 정말? 형은 꼭 잡을 수 있을 거야!"
꼬맹이의 손을 잡고 숲으로 가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내 제스처에 그 꼬맹이는 착하게도 아무 말 없이 끄덕거렸다. 조용히 매의 옆으로 가 매가 가만히 있을 때를 틈 타 새총을 잡고 돌멩이를 걸어서 잡아 당겼다가 놓았더니 푸드득 하는 소리를 내고 매가 쓰러졌다. 얼른 뛰어가 확인해보니 죽었다. 내가 결국 성공하고야 만 것이였다.
"우와. 형 최고!"
"집에 가져가서 지호형이 잡아 줬다고 자랑해."
"응!"
하지만 그게 그 꼬맹이의 마지막 모습이였다. 나를 본받겠다며 친구들과 숲에서 놀다가 독버섯을 먹은 것이였다. 꼬맹이의 친구들은 고열에서 그쳤지만 유독 몸이 약했던 녀석은 독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 때부터였다. 죽음을 끔찍하게도 혐오하기 시작했던게, 죽음은 슬픔과 비통만을 남겨두고 모든 것을 앗아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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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든든했다. 단순히 무기의 짝이 들어맞았다는 것 뿐만 아닌 나의 아군이 생겼다는 것에서였다. 또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저 녀석의 표정이 알려주고 있었다. 뭐라고 부르면 돼요? 라는 물음에 그냥 형이라고 하라했더니 지호형, 지호형하고 부르며 귀찮게 굴기 시작했다.
"일단은 슈루탄들부터 풀어봐요."
"이 많은 열쇠꾸러미에서 짝을 어떻게 다 찾아."
"열쇠 하나가 모든 자물쇠를 풀어줄지도 모르죠."
색깔도 같고 모양도 전부 비슷하게 생긴 것이 열쇠 가운데에 구별하기 위한 번호만이 달랐다. 나야 총알은 장전하면 그만이지만 표지훈은 그게 아니었다. 안전핀이 잘못 빠지면 우리 둘 다 날라가니 서로를 위해서도 그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였다.
"열쇠 몇 번 까지 있어?"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 열쇠에 적혀있는 번호들 말야."
"음, 100번이요. 이거 처음부터 풀어ㅂ... 근데 형 왜 자꾸 반말하세요?"
"나보다 어리다며."
아니 그건 아는데 그래도... 라고 말을 이으며 계속 궁시렁궁시렁 대는 표지훈 덕에 정신이 사나웠다.
"숫자 말이야. 뭐랑 연관 되어있을 것 같지 않아?"
"뭘 말이예요?"
"이번 헝거게임 몇 회랬지?"
"100회요."
"100번 열쇠로 자물쇠 열어 봐."
지훈이 열쇠를 몇번 짤랑짤랑거리다가 어, 찾았다. 라는 혼잣말을 뱉고선 자물쇠를 열기 시작했다.
"...열렸는데요?"
"뭐? 그럼 다른 슈루탄들도 100번 열쇠로 열어 봐."
"와 대박. 다 열려요."
이거 완전 멍청한 새끼들 아냐. 100회 특집이라고 자물쇠를 전부 여는 열쇠가 100번 열쇠일 건 뭐야. 난 주최측이 정말 어리석다는 생각을 안 할수가 없었다. 어리석지 않고서야 어쩜 저럴 수 있을까.
"무기 준비는 다 끝냈네요."
"혹시 모르니까 열쇠 소리는 최대한 내지 마."
그 순간, 밖에서 누군가 떠드는 소리가 났다.
"쟤넨 무섭지도 않은 가봐요."
내가 조용히 째려보니 지훈은 알아서 입을 다물었다. 내가 조용히 밑으로 내려가 창문 밖을 훔쳐보았다.
"아무튼 누가 보이거든 일단 네 칼 던져. 무기를 집어들어도 어쩜 너 같은 것만 주워오니?"
"닥쳐. 아까 널 그냥 죽였어야 했는데."
또 다른 연합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와 달리 혼성이라는 것이였다. 칼을 들고 있는 남자애의 모습이 굉장히 살벌했다.
"지호형. 밖에 누구예요?"
"5구역 여자애 하나랑 6구역 남자애 하나. 칼 들고 있어."
인텔리전트 시계에 떴던 모든 구역의 아이들의 얼굴이 구역과 대충 매칭돼 짐작을 했다. 시계를 다시 켜서 살펴보니 들어맞았다.
"6구역이면 그 형인데. 이민혁. 힘만 무식하게 세기로 유명한 형이요."
"너도 아까 자랑했잖아. 너 힘 무식하게 세다고."
"아. 그랬었나."
표지훈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때, 바깥에서 활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기겁을 하며 도망쳤다. 동시에 시계에 뜨는 5구역 여자애. 창문 밖을 다시 보니 그 여자애가 명치 정가운데에 화살을 맞아 쓰러져 있었다.
"누군가 이 근처에 있어. 위로 올라가자."
후다닥 올라가 다락방 문을 닫고 숨어 있었다.
"벌써 둘 씩이나 죽었어."
표지훈이 허탈한 목소리를 냈다. 안 그래도 목소리 낮은 놈이 그런 말을 하니 나 또한 같이 허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털썩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우리가 왜 이런 일을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허무감이 들었을 뿐이였다.
"형. 밑에서 발자국 소리 들려요."
눈이 다시 땡그래져 조용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해오는 탓에 난 총을 장전하고 있었다. 다시 가만히 소리에 집중을 해보니 뚜벅뚜벅 거리는 사람의 발소리가 천천히 들렸다. 침을 한 번 삼켰다. 죽으면 정말 어쩌지에 대한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우리는 문 옆에 숨어 그 애가 우리에게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였다. 그 순간,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오더니 문이 덜컹, 열렸다.
"아아아아악!"
독기가 가득한 눈으로 칼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보고 있는 6구역 민혁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총을 쐈다.
탕. 탕탕. 정말 무서워서 세번이나 쐈다. 그 때 시계에서 나는 빛. 내 바로 앞에서 죽은 민혁이 시계에서 뜨고 있었다. 내 손으로 사람을 죽였다. 그토록 싫어하던 죽음을 내가 만들어냈다. 겁이 생겨 총을 갖다 던지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괜찮아요 형. 언젠가는 해야 될 일이였어."
토닥거리며 얘기해줬다. 그리고요. 총소리랑 형 목소리 때문에 우리 여기 있는 거 다 들키겠어요. 라고 얘기함에 머리는 빨리 회전했다.
"그럼 떠나야지. 계속 머물렀다간 더 안되겠어."
"그래야겠어요. "
그렇게 우리는 이곳에 있게된지 세시간 만에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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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서론이 끝나고 점점 중간을 향해 가고 있어요. 이번 편은 재미없죠? 사실 저도 알아요. 글은 검토한답시고 몇번을 읽어보고 그 밑에 있는 독자님들 댓글도 여러번 읽어보는데 글을 쓰고 난 이자리의 제 여담이 너무 딱딱해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가 제 얘기를 가끔 하기로 했어요. *암호닉*도 받기로 했구요. 암호닉 신청해주시는 분들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제가 독자 여러분들을 잘 기억하는 수단이 될 것 같아 그러기로 했어요. 전 요즘 슈스엠을 시작했어요. 하드부터 깨라는 친구의 조언에 그러기로 하기는 했는데 엄청나게 어렵네요. 동시에 마케팅 수단이 굉장히 잘 된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세븐시즌스도 이런 거 내면 참 좋으련만. 슈퍼스타 세븐시즌스! 줄여서 슈즌스. 흠 이상한가 하여튼 독자 여러분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구요 사랑합니다.♥ 오늘은 채워진 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