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로 의도치 않은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지 않을 테다.
자살에 의해서든, 타살에 의해서든.
헝거게임 ; 몰살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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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구역의 자랑이다. 우승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우리 부모님도, 나의 어린 동생도 굳게 믿어왔다. 이런 나의 자진참가는 무모한 짓이 아님에 틀림 없다고. 그 신념이, 단념이. 단 한번도 깨진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내가 완벽하길 원하셨다. 공부도 남들보다 잘 해야 하고, 체력도 남들보다 뛰어나길 원했으며, 어렸을 때 부터 안 다녀본 학원이 없을 만큼 나는 부모님의 기대치만큼 자라났다. 일년에 한 번 모든 구역에서 크게 열리는 주최측들만의 축제인 헝거 게임이 매년마다 열리는 것에 부모님은 그것 마저 나에게 요구하셨다. 난 그걸 부모님의 욕심이라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놓은 매뉴얼맨 이미지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헝거 게임에 참여하기로 했다.
어린 나의 동생은 그런 나를 제 친구들에게나 지인들에게 나의 자랑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만큼 나를 자랑스럽게 여겼고, 그것에 난 자부심이 있었다. 경쟁률 세기로 소문난 우리 구역의 대표주자로 나갔다 돌아오는 건 정말 우리 가문에게도 자랑스러울 일이라고.
"태일아. 잘 다녀오렴."
"네 아버지."
무뚝뚝하셔서 평소에 다그치기만 하실 줄 아시던 우리 아버지는 내가 추첨 당일날 처음으로 나에게 독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무엇이든지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물론. 경쟁률은 몹시 셌다. 우리 구역에서 참가를 한다는 것은 우승을 한다는 따놓은 당상이기에.
난 그런 경쟁률을, 당당히 뚫고 헝거 시티에 들어왔다.
"안녕. 2구역 김유권. 그 쪽은?"
"이태일."
한 살 어린 연합군을 만나 모든 게 잘 될 것만 같단 생각에 들떠있었다. 우리는 모두 자진참가를 했단 공통점이 있었고, 또한 우리의 무기는 모두 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형은 사람 죽여본 적 있어?"
"있으면 옥에 있지 여기있겠냐."
괜한 질문을 하는 그에게 아무런 생각 없이 대답을 내뱉었다.
시계는 우리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이 번쩍번쩍 잘도 빛이 났다. 경쟁자를 지들끼리 알아서 제거해주는 모습이 나와 유권 입장에선 편했다.
"매년 뒷구역들이 제일 먼저 죽었는데 그렇지 않아?"
"살아도 얼마 못 가. 우리가 죽이면 끝인걸 뭐."
생존자들만 다시 띄워 보여주는 시계에 유권은 의문을 품었지만 난 별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내가 모조리 죽일 사람들이였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앞으로의 계획을 짜고 있는 동안 나와 유권에게 조력자가 붙었다. 우리가 받은 물품은 '위치발견 면제권'. 무엇의 위치가 발견되는 것이 면제되는 것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게 되면 게임에 집중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가지고만 있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좀 답답한데 나가있을까"
"형 지금 나가서 어서 죽자는 미친소리 하고 있는 거야?"
"나가서 죽을 생각만 하냐. 죽일 생각을 해야지. 사람 죽이는 데 와서 몇시간째 앉아만 있으려니까 갑갑해서 그래."
미심쩍은 얼굴을 가진 유권은 느릿느릿 장비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바깥은 폐허가 되어있었다. 이미 몇차레 한 것을 시체들이 보란듯이 널브러져 있었고, 피가 여기저기 튀겨 있는데다가 스멀스멀 시체 부패하는 냄새가 벌써부터 시작된 듯 했다. 게다가 해도 일찍 져버려서 어두운 헝거시티엔 날 밝은 날보다 더 무서운 기운이 감도는 듯 했다. 그 때 집 한 채가 통채로 불에 날라가더니 다시 한 번 더 번쩍하는 시계. 7구역 8구역 여자들이 동시에 죽었네. 경쟁자가 더 줄었단 느낌에 더 신나기 시작했다.
"형은 사람 죽은 게 기쁜가봐?"
"사람 죽은 게 아니라 경쟁자가 사라진 게 기쁜 거야."
"참 정 없단 말야."
그런 말을 하면서도 자기 또한 기쁜지 실실 웃던 유권은 갑자기 얼굴이 싸해졌다.
"저 새끼 뭐야."
"뭐 누구."
"저. 저기..."
덜덜 떨며 커진 눈으로 가르키던 사람을 쫓아 바라보니, 어떤 남자가 하나 우두커니 서있었다. 웬만하면 놀라 도망가거나 죽이거나 둘 중 하나일텐데, 이 야밤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언뜻 보이는 달빛에 그를 쳐다보니 입만 웃고 있었다.
"야! 너. 너 누구야!"
"박경."
"뭐?"
"박경이라고. 11구역."
박경. 명사수라며 프로그램에서 우승후보라고 그렇게 지겹게 듣던 박경이 눈 앞에 있었다.
"너희 둘 중에 누굴 죽이는 게 더 이득이지?"
그렇게 말해놓고서도 즐거운지 한번 하하. 하고 웃고서는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없어? 그럼 심심하니까 구경거리 하나만 만들자.
너희 둘 중에 먼저 죽이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이기는 사람은 내가 한 번 살려주도록 할게."
자존심을 박박 긁는 말에 슬슬 짜증이 나려고 했다. 나도 자진을 해서 이 곳에 들어온 건데 지가 뭐라도 된 듯 저렇게 떠들 수가 있지?
"그 입 닥쳐. 만약 우리가 서롤 죽이지 않는다면 넌 어떻게 할 거지?"
내 말에 느릿하게 등 뒤에서 화살 하나를 꺼내 활시위를 잡아 당기며 말했다.
"내가 너희를 죽이면 되지."
순간 긴장된 상황에 놓이게 된 우린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려댔다.
"정말 인간이란 건. 혼자 못 살아간다는 게 너무 우스워. 연합을 왜 해? 혼자서 돌아다니는 게 겁나? 두려워?"
한 마딜 하고 호탕하게 웃더니 다시 진지하게 활시위를 잡아당기며 어서 둘 중 하난 죽어. 라고 얘길 했다.
"형."
고개를 돌려 유권을 쳐다 봤다.
"넌 저런 새끼 말을 믿냐?"
"아니. 안 믿지. 안 믿는데..."
순간 내 배 안으로 들어오는 칼날.
"나는 살아야겠어."
칼을 다시 빼내더니 또 뱃속으로 칼을 쑤셔넣어댔다.
"원래 연합이란게 말야... 단합이 잘 될 수도 있고 와해가 될 수도 있잖아?"
추악한 새끼.
"안녕, 형."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허리춤에 가지고 있던 비상용 칼을 꺼내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였다. 그런 내 노력을 들켰는지 유권은 내 팔을 발로 밟았다.
"응 미안. 나 쓰레기로 느끼고 있는 거 알아. 그렇지만 정말로 이 바닥이 원래 이렇게 더럽잖아? 형도 그걸 알고 참여한거고."
모든 게 망가졌다.
다시 우리 구역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동생의 명예를 올려주려고 했던 나의 포부가, 끝까지 믿고 있었던 저 새끼와 나와의 신뢰가.
승리하고자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나의 신념 전부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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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어제는 업로드를 하려다가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그러질 못했어요. 지금 원체 예민한 상태인데 안좋은 일들이 계속계속 겹쳐 일어나서ㅜㅜ 하지만 더 지체했다간 제 심적 부담이 따따블로 늘어날듯 해서 써왔어요. 딱히 독자들 때문이 아니고. 단지 제 부담 때문이에요. (츤츤) 그리고 경이가 스나이퍼인거 어떻게 알았지ㅋㅋㅋㅋㅋㅋㅋㅋ 들통났네요.ㅋㅋㅋㅋ 지후니지호 안나와서 많은 분들 실망하셨을까봐 걱정된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래도 지호 시점에서 태일이 죽는 걸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구 분량도 오늘따라 왠지 더 짧아보이는 느낌... 기분탓일거예여 헤헤 장난이구 이해해 주실거죠ㅜㅜ? @"@ *찰리 9월 14일 낙서 0415 새우젓 은박지 깨소금 치기 꿀벌쓰 꿀 파미아* 오늘도 어김없이 항상 헝거 게임 응원해주시는 암호닉 분들도 사랑하고, 암호닉 없이도 꾸준히 지켜봐주시는 독자 분들 제가 많이 사랑하고 감사해요. 좋은 밤 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