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이 죽은지 정확히 1년이 지났다. 부평에 위치한 납골당을 다녀와 오랜만에 남들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렇게나 많이 울어놓고, 아직도 살아있는 것 같은 이승현 생각에 가슴이 다시 저릿해 온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방향제 옆에 있는 껌을 발견했다. 이승현이 심한 금단현상으로 불안해 할때마다 건냈던 껌이였다.
아직도 이승현과의 첫만남부터 마지막 그 순간까지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를 만나기도 전 부터 약물중독으로 고생하던 이승현은, 작년에는 결국 헤로인과 코카인을 세차례에 걸쳐 복용하고, 자기 손으로 목에 칼을 겨누었다.
혼자 있기 위해 날 군것질 심부름을 시켰고, 그 사이에 모든일은 벌어졌다.
마약 복용 후 자해를 하는 경우는 여태까지 살면서 번번했었으니깐, 난 크게 당황을 하지 않고 지혈을 하려다가 손을 놓고 말았다.
그날 만큼은 충독적인 자해가 아니였다. 이승현은 계획을 하고 두려움에 마약을 복용한 뒤 목을 찔렀다.
손목을 여러번 긋다가 실패했는지, 목 깊숙이 과도가 들어가 있었다. 병원에 데려가야한다는 기초적인 상식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여러번 칼로 몸을 쑤시면서까지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이유가 뭐였는지. 내가 못해준게 뭐가 있다고, 몇번씩이고 자살을 감행한건지 난 정말 알 수 없었다.
대체 내가 못해준게 뭐가 있냐며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는 이승현을 붙들고 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작년의 생각에 등골이 오싹할 만큼 소름이 돋았다. 손을 씻고 침대에 걸터 앉아, 아직도 걸려있는 이승현과 내 사진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은 시절이 언제쯤이였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멍하게 바라만 보다 이승현의 올라가 있는 입가를 문질러봤다. 쌍카풀 없는 눈매도, 높은 콧대도. 한번씩 만져보았다.
차라리 바로 병원에 데려가서 지혈을 하고 수술을 했더라면, 이승현은 살 수 있었을까? 두번 다시 하지 않기로 했던 죄책감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어느샌가 고인 눈물을 닦자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이승현이 먼 사람처럼 느껴져, 또 다시 눈물이 찼다.
모든게 힘들고 지쳐서 나도 이승현 처럼 죽을 생각을 하고는, 부엌으로 가면 냉장고에 아직도 붙여있는 이승현이 썼던 포스트잇들을 보고
또 그 말간 웃음이 생각나 모든걸 포기하고 목놓아서 엉엉 우는 것. 그게 내 전부였다.
어느 곳 하나에 이승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서재, 부엌, 침실, 안방, 드레스룸, 거실. 심지어 욕실까지도. 모두 이승현으로 도배가 되있었다.
이승현이 좋아했던 샴푸, 이승현이 골라줬던 옷들, 같이 썻던 침대, 아직도 남아있는 이승현의 초록색 칫솔까지. 모든게 변함없이 남아있었다.
눈을 감았다 다시 뜨면 이승현이 눈 앞에 있을 것 같다.
침실을 가면 이승현이 꿍얼대며 내 목을 안을 것만 같고, 화장실을 가면 욕실에 걸터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승현이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정작 이승현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