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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하다 전체글ll조회 1219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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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다원하다 

 

 

 

 

 

또다시 봄이 왔다.  

나한테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봄이  

나에게도, 

어느새, 

찾아왔다. 

 

첫 번째 이야기 

 

 

 

 

2019년 봄. 

 

10대의 마지막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날씨 맑음. 

왠지 모르게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하루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습관처럼 하던 인사도 오랜만에 해보고 문밖을 나서니, 

언제부터 날 기다렸던 건지 하다가 서 있었다. 

 

“강하다?” 

“아, 뭐야. 왜 이제 나와. 평소에는 일찍 일찍 나오던 애가.” 

“너 있는 줄 알았으면 더 빨리 나왔지. 말도 없이 온 건 자기면서.” 

“나 있는 줄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너 학교 가는데 당연히 같이 가지 바보야.” 

 

하다는 1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학교로 향하는 중에도 주변의 풍경은 그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마치 그날이 어제였던 것처럼. 

 

학교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던 집 덕에,  

금방 정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뒤에서 누군가 하다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하다!” 

“아, 깜짝이야. 인기척 좀 하고 다녀라.” 

“그래서 이름 불렀잖아.” 

 

진한 이목구비와 대비되는 하얀 피부, 큰 키와 단단해 보이는 몸. 

아무래도 하다와 같은 과 친구인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나도 모르게 살펴보고 있었을까, 

내가 옆에 있었다는 사실을 드디어 안 건지  

나를 돌아보는 그 아이였다. 

 

“아, 아름아 인사해. 우리 과 최승철. 친해지지는 말고.” 

“아, 안녕하세요.” 

“어? 어, 어… 안녕.” 

 

나랑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멍해 보이더니  

처음 본 사이에 반말부터 하더랬다. 

뭐야, 체육과 애들은 원래 저렇게 친화력이 좋은 건가? 

 

“야, 예쁜 건 아는데 관심 가지지 마. 얜 아무나 안 줘.” 

“강하다, 내가 아무 나냐?” 

 

둘이서 티격태격 대는 사이에 어느새  

종이 칠 시간이 다 되어버렸다. 

슬쩍 ‘우리 지각할 것 같은데…’라고 말을 해보았지만 

역시나 듣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에 나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정문 앞에 서 있는 선도부 선생님께 인사를 하니,  

오랜만이라며 날 반겨주는 선생님. 

그러게요. 여기 다시 못 올 줄 알았는데. 

 

누가 체육과들 아니랄까 봐 내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려는 중에 금방 잡히고 말았다. 

발은 또 되게 빠르네. 절대 내가 느린 것은 아니다. 

 

“한아름! 치사하게 나만 두고 가냐.” 

“나 분명 불렀는데 하다가 못 들은 거야.” 

"아무튼, 괴롭히는 애들 있거나 하면 말하고. 너한테 집적거리는 애들 있으면 더더욱 말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언제나 하다는 걱정이 많았다. 

그날 이후로 더 심해진 것 같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기에 

아무 소리 않은 채 고개만 연신 끄덕거렸다. 

 

“저, 하다 친구분도 안녕히 가세요.” 

 

하다에게만 인사를 하려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 아이의 모습에 괜히 민망해져 그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그랬더니 또 당황하며 급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 아이였다. 

그 모습을 보는데 왠지 모르게 강아지가 자꾸 떠오르는 건  

내 큰 착각이겠지. 

 

하다와 헤어지고 교실로 들어서는데, 

2학년 애들이라 본인들끼리는 다 아는 사이일 테니  

이미 무리가 완성되어 있는 듯했다. 

이번 해는 조용히 없는 듯이 보내고 싶은데… 

다행히 왼쪽 맨 뒤 끝자리가 비어 있기에 그 자리로 향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 그런지  

다들 내가 가는 방향으로 함께 시선을 옮겼다. 

자리에 앉으니 이내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식은땀이 날 것 같았지만, 며칠만 참으면 이 시선도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나마 안정이 되었다. 

 

드르륵— 

 

“오랜만이네. 얘들아. 방학은 잘 보냈니?” 

“아, 뭐야. 또 선생님이에요?” 

“왜? 너무 좋지 않니? 2년째 만나는 건데. 일단 다른 얘기는 내 얘기가 끝난 뒤 하고! 우선, 작년 1반 친구들이야 나를 잘 알겠지만 나를 모르는 2반 아이들도 있을 테니 내 소개를 먼저 하겠다. 나는 올해 음악과 2학년 1반 담임을 맡게 된 김석진이라고 한다. 반갑다, 아기들." 

 

낯익은 듯, 초면인 듯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입학하면서 같이 부임하셨던 그 선생님이었다.  

엄청 젊어보였는데 능력이 좋으신가보다.  

2년 째 1반 담임이라니.  

가만히 예전에 저 선생님의 모습을 곱씹어보면서  

쌤을 쳐다보고 있는데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 오늘 등교하면서 처음 보는 얼굴이 있었지? 아름아, 나와서 너 소개 좀 해줄래?” 

 

아, 이 생각을 못했다. 

당연히 조용히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 무거워진 발을 겨우 앞으로 옮겼다.  

아이들을 정면으로 마주보니, 겨우 안정되었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새하얘진 머릿 속을 뒤로 하며 무슨 얘기를 해야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거는 석진쌤. 

 

“아름아, 쌤은 네 얘기 어쩔 수 없이 들었는데 애들은 몰라. 너라는 멋진 선배가 있었던 것만 아니까 긴장하지 말고 간단하게 네 소개만 해줘. 앞으로 2년은 더 봐야 할 얼굴들이잖아.” 

 

심호흡을 속으로 크게 한 번 하고선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 애들은 몰라. 모를 거야. 몰라야 해. 

 

“어, 안녕. 나는 한아름이라고 해. 음악과 17기인데 사정이 있어서 작년에 1년 정도 학교를 쉬었어. 그래서 이번 연도부터 너희랑 같이 수업을 듣게 됐어. 내가 한 살 많긴 하지만 절대 절대 불편해하지 말고 편하게 언니, 누나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잘 부탁해.” 

“아름이 수고했어. 들어가 봐. 그래 얘들아, 그 17기 한아름이 저 아름이란다. 너희도 알겠지만 1년 쉬었다고 천재가 어디 가진 않아. 그러니까 모르는 거나 어려운 거 있으면 아름이한테 많이 물어보고. 너희한테 엄청 큰 도움이 될 거야. 근데 만약에 왕따 이런 소리 들렸다? 그럼 내가 너네를 왕따시킬 거야 알았어?” 

“네-!” 

“대답은 잘하네. 그럼 수업 준비하고. 아, 아름이 너무 많이 괴롭히진 말아라.” 

 

석진 선생님이 나가고,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들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언니, 그럼 언니가 진짜 그 17기 수석 한아름이에요?!’,  

‘누나, 1년은 왜 쉬신 거예요?!’ 

등등 다양한 질문들이 미처 대답할 틈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어, 잠시만…! 그러면 간략하게 정리를 해서 말하면 내가 음악과 17기 한아름 맞고, 1년 쉰 건 몸이 좀 안 좋아서 쉬었어. 쉬다 보니 시기도 애매하고 회복도 덜 되고 그래서 그냥 1년 쉬어버렸던 거고. 나중에 궁금한 건 차차 대답해줄게. 내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내 도움이 필요하거나 하면 언제든지 물어봐도 좋아.”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아이들은 나를 더 좋게 봐주고 있었다. 

너희는 끝까지 몰랐으면 좋겠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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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여주 몸이 안좋아서ㅜㅠㅠ그래도 수석! 짱멋지다ㅎㅎㅎ승철이는 체육과 너무 잘 어울려❤️ 나도 쳉육과 들어갈래!!!ㅋㅋㅋㅋ 작가님 글 너무 재밌어요!!
4년 전
다원하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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