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차기작과 도부자 메일링을 기다리시는 우리 독자님들을 달래줄 단편 프로젝트
EP1. 수호 : 오빠입니다
EP2. 세훈 : 오! 마이 로미오!
EP3. ?? : ?
오! 마이 로미오! : 이과 로미오 문과 줄리엣
Oh! My Juliet!
( BGM : 우연히 봄 - 로꼬, 유주 )
줄리엣의 정원에 숨어든 로미오는 줄리엣이 아무도 모르게 털어놓은 독백을 듣고,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줄거리 中
" 야 줄리엣 "
" 미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
" 왜 줄리엣 "
으아아아ㅏ아아아ㅏㅏ으ㅡ아아앙!!!!! 난 진짜 내가 그 소문의 문과 줄리엣인 줄 몰랐다고.... 솔직히 뭐.. 아예 모른 건 아니고 그냥 은근히 느낌이 오긴했는데 오세훈이 그날 나보고 줄리엣이라고 못을 박았을 때 얼마나 놀랬는지, 지금 생각해도 심장이 덜컹거리는게.. 거기다 하필 옆에 친구까지 있었던 바람에 내가 줄리엣이라는 소문은 삽시간에 전교로 퍼져나갔다. 오세훈이 나를 좋아한다니 기분은 좋지만 덤으로 놀림까지 받으니... 이건 뭐... 원래 오세훈을 무서워했지 싫어하진 않았던 나였기에 좀 친하게 지내볼까 해서 인사라도 받아줄라치면 엄청난 관심 때문에 시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주변에서 난리다.
" 이과반 애들 또왔다 "
" 아 대체 내 얼굴을 왜 궁금해하는건데 "
" 문과 줄리엣이라서? "
이제는 이과반에서까지 내 얼굴을 구경하러 올 정도니, 이게 바로 연예인의 기분일까..? 아 짜증나... 궁시렁거리며 창문 커튼 뒤로 몸을 피하자 앞문에 모여있던 이과반 남자애들이 갑자기 웅성거렸다. 커튼 틈 사이로 보니 다들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는데, 이제 종 칠 시간이라 그런가 핸드폰 시계를 보았지만 아직 수업까지는 5분정도 여유가 있다. 커튼을 살짝 걷어 고개를 빼고 보니 뭐야, 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 뭔데 여기 다 몰려있어 "
" ㅇ.. 아니.. 우린 그냥.. "
" 뭐, 왜 "
보통의 남자애들보다 키가 한 뼘정도 커보이는 오세훈은 특유의 매서운 눈빛으로 위협을 했다.
" ㅅ..세훈이 너는 여기 왜 왔어.. "
" ... "
뭐 그런 쓸 때 없는 걸 물어보냐는 듯 질문을 한 남자애를 위아래로 흘겨보는 오세훈. 저럴 때는 나한테 망고 주고, 과자 사주던 오세훈이 아닌 것 같아 조금은 무섭다. 그 위협적인 눈빛에 압도당한 남자애들은 제 본진인 이과반으로 물러갔고 어느새 오세훈 홀로 당당히 교실 앞문을 독차지했다. 숨이라도 참으면 더 알아채지 못할 까 흡 숨을 삼키며 커튼 뒤로 꽁꽁 숨는데 이제는 반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니 줄리엣 없어요... 설마설마하며 아랫입술만 꾹 무는데
" 야 "
" ... "
" 안녕 "
문에 붙여놓은 다른 반 학생 출입 금지 표지문은 씹어먹어버리고 성큼성큼 걸어들어온 오세훈이 나를 가려주고 있던 커튼을 거침없이 걷고 인사를 했다. 모른 척 좀 해주지... 예상했던 상황에 크게 놀라지않은 나는 안녕,하고 해주는 인사에도 죄를 지은 사람처럼 눈을 내리깔며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몸을 옆으로 피했다. 여기서 괜히 친한 척 했다간 졸라 놀림 받을 거 같거든...?
"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
" .. 그냥.. "
작게 대답을 하며 오세훈 뒷편에 있는 애들의 눈치를 보니 공부하던 애들까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우리 상황을 지켜보고있다. 공부 해 얘들아...
" 그냥? "
" ㅇ..어.. 그냥.. 뭐 좀 생각하느라 "
" 아 ... 내가 방해했나보네 "
내가 방해했나보네, 하며 고개를 돌리는 오세훈도 꽤나 당황한듯 눈을 여러번 깜빡였다. 원래도 어색했지만 더 어색해진 것같아 괜스레 미안해진 나는 숙제해야겠다, 들으란 식으로 중얼거려주고 제자리로 향했다. 여전히 얼굴 위로 느껴지는 오세훈의 눈빛이었지만 애써 무시해주고는 다 푼 문제집을 펼쳤다. 다른 애들이 보기에는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겠지만 곁눈질로 몰래 바라본 오세훈은 아직도 아까 서있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우두커니 서있었다. 내가 너무 티내게 피했던 걸까, 미안함만 더욱 더 커져간다.
" 열심히 해 "
그 때 였다. 내 문제집 한 중간 위로 작고 네모난 마이쮸 하나가 던져진게. 차마 고개를 들어 오세훈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마이쮸만 만지작 거리자 마지막으로 갈게, 하며 반을 빠져나간다. 나는 그제야 오세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인사라도 받아줄걸, 인사도 못받아줬네.
날 좋아해주는 건 고맙지만 아직은 부담스러웠기에 피하면 괜찮아질까 했지만 내 크나 큰 착오였나보다.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마이쮸를 까자 대체 얼마나 품에 품고있었는지 금방이라도 녹아버릴 듯 말랑거린다. 픽, 실없이 웃으며 마이쮸를 입안에 넣었지만 오세훈이 내 차가운 반응에 어떤 표정으로 우리 반을 나갔을지 알 것만 같아 마음만 더 아려온다.
바스락, 접힌 자국이 선한 마이쮸 포장지를 만지작거리던 나는 곧 꾹꾹 쪽지 모양으로 이쁘게 접어 필통 안에 고이 넣어두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
한순간에 뻘쭘해져버린 줄리엣과의 사이를 느낀 세훈이는 반으로 돌아가는 복도 한중간에서 자꾸만 걸음을 멈추었다. 아, 진짜. 뭐지?. 다시 발을 옮기다가도 또 멈추고, 이게 아닌데... 교무실 앞을 지나가다가도 멈춰서, 왜 저러지? 하고 중얼거리는 세훈이는 줄리엣이 자신을 피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기분이 착잡해졌다. 줄리엣이 나를 피하기 시작한 건 내가 안녕, 줄리엣 하고 인사하고부터 였나. 내가, 싫은건가. 그때 엄청 용기내서 말한건데, 속으로 수천번,수만번의 고뇌 끝에 겨우겨우 한 말인데.
교복 주머니에 손을 꽂고 힘없이 걸어가던 세훈이는 아이들이 복도에 아무렇게나 버려놓은 과자 봉지를 찼다. 공기만이 가득한 과자 봉지는 잠깐 공중에 떴다가 곧 비실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세훈이는 그 모습이 꼭 자신의 모습같아서 심호흡을 하듯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켰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백현이처럼 순하게 성형이라도 해야하나. 부모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외모 탓을 하다 힘없이 자신의 반으로 마저 걸었다.
" 뭐야, 왜 그래? "
아침부터 줄리엣에게 줄거라며 새학기 필수품인 마이쮸를 들고 방방 뛰던 세훈이가 시무룩하게 모습을 드러내자 교실 뒷편에서 종인이와 낄낄 거리며 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장난치던 백현이가 관심을 보였다. 짝사랑을 하면서 부쩍 더 감성적이게 된 세훈이를 달래주는 방편이랄까.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핸드폰만 보던 종인이 또한 괜스레 눈동자를 굴리며 눈치를 보았다.
눈물은 흘리지 않지만 작게 코를 훌쩍거리며 반 안에 들어온 세훈이는 줄리엣에게 하나를 뜯어서 주고는 손도 대지않았던 마이쮸를 종인이와 백현이 손에 하나씩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제 자리에 앉아서 엎드리는데 그 꼴이 처량하기 짝이 없다. 이번엔 진짜 차인 모양인데? 표정으로 종인이에게 말을 건내던 백현이는 입을 꾹 다물다가 이내 살랑살랑 세훈이에게 다가가자 종인이도 그 뒤를 따랐다.
" 야, 다 그런거지 뭐. 힘내 "
" 맞아 새끼야! 여자 때문에 우는 거아니야! "
누가 울었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건데 왜 아무도 몰라주지? 엎드려있던 세훈이는 얼척이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안그래도 속상해 죽겠는데 친구라는 놈들은 동네방네 다 들으란 식으로 떠들고 앉아있으니... 영혼리스한 눈동자로 조용히 해.. 하고 나즈막히 속삭이는 세훈이.
" 잊어버려! 우리 또 다른 줄리엣 찾으러갈까? "
그 말에 세훈이는 눈썹을 움찔거리다가 기지배처럼 힘을 주지 않은 주먹으로 퍽퍽 소리나게 백현이의 팔뚝을 여러번 쳤다. 나름대로 위로랍시고 한 말인데 분노의 공격을 받은 백현이는 그대로 아! 하며 쳐맞을 수 밖에 없었다.
" 다른 줄리엣은 있을 수가 없어 "
...미친놈.. 쓸때없이 로맨티스트인 세훈이에 종인이는 남몰래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마치 혈관까지 오그라드는 느낌? 고개를 든 채 책상 위로 엎드린 세훈이의 등에 백현이가 따라 엎드리고 그 위로 종인이가 엎드리고, 초등학생들이 햄버거 놀이라며 하는 짓을 하고있자니 맨 밑에서 답답해진 세훈이가 난데없이 왁!!! 하며 허리를 일으켰다.
" 아니, 줄리엣이 나 피하는 거 같아 "
" 갑자기 왜 "
" 그니까 나도 그걸 모르겠어 "
찡얼찡얼, 덩치가 산만한 남정네의 어리광은 참으로 볼만했다. 그와중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세훈이의 책상 위에 무방비하게 올려진 마이쮸 하나를 더 훔쳐가던 백현이가 말했다.
" 저번에 보니까 너 싫어하는 건 아닌 것같은데 "
" 싫어했으면 급식도 나란히 앉아서 못먹지, 한 번 먹고 나서도 몇번 더 같이 먹었잖아 "
" 그러게, 근데 갑자기 세훈이를 왜 피해? "
몰라...뾰로통한 얼굴로 대답하던 세훈이는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빨간 불이 들어올게 뭐람...
" 뭐 잘못한 거 아니야? "
" 내가? "
" 왜, 여자들은 내가 뭘 잘못한지도 모르게 갑자기 화낼 때 있잖아 "
... 내가???? 눈을 크게 뜨는 세훈이의 눈가가 금세 촉촉해졌다. 뭘 잘못했냐니.. 대체 내가 뭘 잘못했지? 억울한 표정을 한 채 미동도 않다가 곧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매일 반으로 찾아가는게 싫은 걸까? 아니면 이쁜 이름이 있는데 줄리엣이라고 불러서? 그게 아니면 내 말투? 혹시 마이쮸도 싫어하는거 아니야? 사소한 부분까지 지레 겁먹은 세훈이는 초조한 심경을 드러내는 듯 딱딱, 엄지 손톱을 물어뜯었다.
진짜 어떡하지.
.
.
.
" 야야 "
" ... "
" 오세훈 "
" .. "
" 오세훈!!!! "
속으로만 끙끙 앓으며 금요일을 허망하게 보낸 세훈이는 줄리엣과 연락을 할 수 있는 수단과 시간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밤새 잠에 들지 못했다. 하필 어제 점심시간에 줄리엣 반 수업이 일찍 끝나서 먼저 먹는 바람에 밥도 같이 못먹고 쉬는시간에 찾아가도 또 피해버릴까봐 말도 못걸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작은 방 구석 침대 위에 기다랗게 누워있는 세훈이는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도 가만히있다가 볼에 뜨뜻한 무언가가 닿는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머리를 뒤로 뺐다. 세훈이에게 발을 들이밀며 귀찮도록 오세훈! 오세훈! 하는 여자
" 아 씨! 더러워! 하지좀 마!! "
" 그러게 누가 대답 안하래 "
" 누나라는게 맨날 귀찮게 굴어!! "
이번에 대학에 들어간 세훈이와 전혀 닮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없는 연년생 누나 되시겠다. 엄지발가락이 닿은 왼쪽 볼을 기분나쁘게 털며 몸을 벽쪽으로 옮기는데 열린 방문 사이로 무언가 쫄래쫄래 달려오는 소리가 난다. 세훈이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으려다 왕!왕! 거리는 짖음소리에 탄식을 하며 머리를 들었다.
" 개 들어오잖아 "
" 덕수라고 애정을 듬뿍 담아 불러주지 못하겠니? "
" 뭐래, 꺼져 좀 "
이주 전 누나가 갑자기 아무런 통보 없이 데려온 개, 덕수는 개털알레르기가 있는 세훈이에게 불청객이나 다름없었다. 제 아무리 싫증을 내도 장판을 뛰어다니는 강아지의 경쾌한 발걸음 소리는 멈출줄을 몰랐고 안그래도 줄리엣만 생각하기에도 힘든데 갑자기 산만해진 머리에 세훈이는 왜왜! 하며 울상을 지었다.
" 덕수 데리고 산책 좀 갔다오라고 "
" 니가 갔다와 "
" 안돼, 나 오늘 머리 안감았어 "
아무리 내 누나지만 진짜 더럽다. 자랑이라고 자신의 떡진 머리를 만지는 제 누나를 보던 세훈이는 할 말을 잃었다는 듯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눈만 감빡였다. 계속해서 들이미는 발을 짝! 소리가 나도록 앙칼지게 쳐내고 종아리까지 내려가버린 이불을 끌어당기자 누나가 이제는 제발 산책 좀 대신 갔다와달라며 침대에 앉아 흔들거리면서까지 보챈다. 세훈이는 참다참다 더이상 안되겠다 싶었는지 비장한 표정으로 일어나 말했다.
" 죽여버린다 "
" 힝 세니 무쬬오~ 누나 무쬬오~ "
꽃받침을 하는 것처럼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누나를 보던 세훈이는 손에 바로 잡히는 작은 목베개를 던졌다. 하지만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가볍게 날아오는 목베개를 잡은 누나는 정색을 하더니 역으로 무섭게 세훈이의 등을 찌르며 공격했다.
" 좀, 갔다 , 오라고 "
" 아! 미친 왜 뼈를 때려! "
" 산책, 한 번, 나가면, 죽냐 "
" 아! 잠깐잠깐! "
" 좀 , 갔다, 와? "
결국 하극상에 실패한 죄인의 결말은 비참할 뿐, 덕수의 산책을 위해 옷을 갈아입은 세훈이는 현관에서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신발을 구겨 신었다. 빌어먹을 저게 누나라고, 속으로 웃는 낯을 하고있는 제 누나에 저주를 퍼푸어주며 문을 열자 현관문 여는 소리는 언제 들었는지 목줄을 질질 끌며 해맑게 달려오는 덕수가 보였다. 에휴, 작게 한숨을 쉬고 목줄 손잡이를 손목에 거는 세훈이는 집에서 나서기 전에 제게 손을 흔들어주는 누나를 째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머리도 안감는게, 나중에 남자친구만 데려와봐
세훈이는 아파트에서 나오자마자 처음 바깥 세상에 나와보는 강아지마냥 목줄이 허락하는 곳까지 날뛰는 덕수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먹었다.
" 야 좀 가만히 있어 "
아무리 말을 걸어봤자 뭐하랴, 알아듣지도 못하는 걸. 씁 가만히 있으랬지! 가만히! 멈춰! 짖지 마! 조용히 해! 이런 저런 말을 걸던 세훈이는 들은 척도 안하고 왕왕 거리는 덕수에 모든걸 포기했다. 꼭 지 데려온 주인 닮아가지고. 거기다 야외임에도 불구하고 개랑 가까이 붙어있어서 그런지 개털 알레르기로 인한 재채기가 멈출 생각을 안한다. 이게 다 누나년, 에취!!!!! 때문이야...
한적한 아파트 단지, 아무도 없는 인도 위에서 딱히 꽉 붙들고 있을 이유도 없겠다 설렁설렁 목줄을 잡고 계속 코만 훌쩍거리며 핸드폰에 시선을 꽂고 걷는데 어디선가 야! 오세훈! 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누나인가 싶어 흠칫하던 세훈이는 멀리, 일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를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 잘 마주치지는 않지만 지나가다가 아는 애만 보이면 붙잡고 계피 사탕 먹을래? 하고 묻는다더니 자기한테도 그럴까 싶어 슬금슬금 걸음 속도를 늦추는 세훈이. 하지만 오늘은 계피 사탕이 없는지 여자애는 계피사탕의 계도 입밖으로 꺼내지않았다.
" 뭐야 이 강아지? "
" 우리 누나 개 "
" 너네 집 개면 개지, 너네 누나 개는 또 뭐야 "
" 그런게 있어 "
관심없다는 듯이 무심하게 시선을 멀리 던지던 세훈이는 여자애가 사탕을 물고있는 꼴을 보고 자기도 달라고 보채길래 대강 주머니에 있던 사탕 하나를 건내주는데 언뜻 뒤에서 언짢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
남자친구? 혹시, 하는 시선으로 여자애를 내려보는데 사탕 하나로 우왕! 거리는 꼴이 마냥 정상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런 애도 애인이 있는데 왜 나는... 세훈이는 인생에 회의감을 느꼈다. 계속 느껴지는 남자의 시선에 주춤주춤거리던 세훈이는 갑자기 손목에서 확 달아나는 목줄 손잡이에 어!! 하고 큰소리를 냈다. 힘이 풀린 때를 틈 타 영악한 덕수가 달아나버리고만 것이다.
" 어 저 개ㅅ, 아니 덕수야!!!!!! 어디 가!!!!!! "
가까스레 자리를 피한 세훈이는 재빨리 덕수가 달아난 곳을 향해 뜀박질을 했다. 쪼그만게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분명 주차장 쪽으로 달려간거 같은데 모습이 보이지가 않는다. 이대로 잃어버리면 분명 누나한테 세상에서 들을 수 있는 온갖 욕은 다 쳐먹을 거고 나는 나대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친해진 개라서 가슴이 째지고.. 세훈이는 아직 가시지않은 재채기를 연방 내뱉으며 고개를 빼고 이리저리 둘러보던도중 막 아파트 공동 현관 앞을 지나는 여자 한 명의 곁에서 재롱을 부리고있는 덕수를 발견했다.
저 놈의 개. 새끼라면서 수컷이라고 여자는 더럽게 좋아하네. 너 딱 거기 있어. 숨을 고르던 세훈이는 깊게 호흡을 들이키고 외쳤다.
" 덕수야!!!! "
*
" 덕수야!!!! "
문제집을 사러나간다는 핑계로 주말 약속을 잡은 나는 다 준비하고 나왔더니 엄마에게 꾸중을 들어 놀지 못할 것 같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역시 책은 인터넷으로 사야한다며 억지로 분을 삼키며 다시 집에 들어가려하는데 멀리서 웬 하얗고 퐁실퐁실한 강아지가 나를 향해 뛰어오고, 뒤이어 덕수야!! 하고 외치면서 달려오는 ...
" 이 놈 새끼! 너 자꾸 형 말 안들으면 무서운 아저씨가 잡아간다고! "
오세훈을 볼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만남에 우두커니 서있던 나는 아직 날 발견하지 못하고 쭈그려앉아 강아지를 끌어안고있는 오세훈을 내려다보았다. 학교에서와 달리 편한 복장을 하고있던 오세훈은 헥헥 거리는 강아지를 옆구리에 끼고 일어서며 죄송합니다. 하려다가 뒤늦게 내 얼굴을 마주하고는 화들짝 놀란다.
" 죄송합ㄴ, ㅇ, 어!!!! "
사람 민망할정도로 놀라는 오세훈에게 안녕.. 하고 어색한 인사를 건내자 스스륵 옆구리에 끼고 있던 강아지를 놓아버린다.
" 너 강아지 키워? "
" ... "
" ... 이름이 덕수? "
무릎을 꿇어앉아 부르르 털을 터는 강아지를 쓰다듬어주는데도 여전히 오세훈은 놀란 표정을 풀지않았다. 귀신이라도 봤나.. 왜 이래. 혹여나 또 강아지를 잃어버릴까 발에 밟히는 목줄을 손수 쥐어주니 그제야 상기된 목소리로 말문을 튼다.
" 너 여기 살아? "
" 어.. 나 바로 여기 살아 "
" 나 왜 몰랐지? "
아는게 더 이상하지 않나? 머쓱히 웃으며 눈을 피하자 음, 하며 가만히 서있던 오세훈이 뒷목을 긁적이며 말을 걸었다.
" 어디 놀러가? "
" 아니, 친구랑 서점 좀 같이 가려고했는데 약속이 깨져가지고 다시 집에 들어가려구 "
" 아.. "
오늘따라 이쁘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뒷말에 민망해진 내가 얼굴을 붉히니 한순간에 분위기가 말 한마디도 못 꺼낼정도로 민망해지고 말았다. 우리 발밑을 돌아다니는 강아지만 응시하면서 입을 꾹 닫고있는데 그.. 하고 말을 이어가는 오세훈에 차마 집에 들어갈 생각은 못하고 재빨리 어? 하고 대답했다.
" 너.. "
" ... "
" 혹시 나한테 화난 거 있어? "
?
내가 왜? 화나려고 해도 어색해서 화도 안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오세훈은 대역죄인마냥 고개를 숙여 제 신발코만 바라본다. 그러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갑자기... 하며 말을 시작한다.
" 학교에서 인사도 잘 안받아주고 "
" ... "
" 자꾸만 나 피하는 것 같아서.. "
개미만한 목소리지만 왠지 귀에 콕콕 박히는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진거니까. 학교에서 오세훈을 일부러 피한건 맞지만 그걸로 인해 이 애가 고민을 하고 신경을 쓸 줄은 뒤늦게야 생각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물감을 한방울 톡 떨어뜨린것처럼 어렴풋이 번져가는 미안한 마음에 오세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적막이 가라앉은 우리 사이, 새근새근 숨 쉬는 소리만이 귓가에 맴돈다. 서먹한 분위기를 느낀 오세훈이 먼저 아니, 아냐 그냥, 내 기분탓일 수도 있어. 하며 상황을 무마하려고했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미안해질뿐이었다.
뭐라고 해야하면 좋을까, 아랫입술을 꽉 물던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놀라서 그랬어 "
" ... "
" 그 유명한 문과 줄리엣이 나라는게 놀라워서 "
" 왜? "
" 그런거 있잖아 "
누가 나 좋아한다고하면 괜히 나 자신이 낯설어지고 설마, 하는 의심도 들고. 차마 말을 다 끝내지 못한 채 화난거 아니야, 하고 고개를 젓자 작게 뱉는 오세훈의 숨결이 옅게 떨리며 내 볼가에 닿아왔다.
" 나는, 너가 나 싫어하는줄 알았어 "
" 내가? "
" 내가 좋아한다고 하니까 싫어서 그런줄 알았어 "
" ... "
" 다행이다 "
내가 말하는 동안 살짝 굳어있던 오세훈이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그리고는 드디어 땅만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올려 그 까만 눈동자를 마주한다. 가만가만 불어오는 봄바람사이 말하기를 망설이는듯 잠깐 입꼬리를 꾹꾹 누르다 마침내 조용히 말한다.
" 고마워 "
.
.
.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알 것 같아서, 무엇이 고마운지 알 것 같아서. 묘한 분위기가 끝나고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강아지, 덕수의 산책을 위해 아파트 단지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같이 걸었다. 그러면서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는데, 하나는 오세훈은 엄청난 소녀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나를 꽤나 오랜시간 동안 지켜봐왔다는 것, 또 엄청 심하지는 않지만 개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 이 세가지이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그때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은근히 있을 것 같았던 고백은 없었다는 거? 뭐, 상관은 없다. 그렇다고 마음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샤프를 손에서 놓은 나는 필통 속에 고이 모셔져있던 마이쮸 포장지를 접었다 펼쳤다, 손장난을 하다가 한쪽 모서리가 찢어져나가자 한낱 쓰레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니 나한테는 쓰레기가 아닌가. 일초,일초가 빠르게 지나가는 시계를 바라보며 오세훈은 언제 나를 보러 오려나 앞문을 주시하는데 오늘따라 더 잠잠할 따름이다. 1교시나 2교시 쉬는 시간에는 날 보러 꼭 왔었는데. 초조해진 마음에 눈동자만 굴리던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렇게 서게 된 오세훈, 우리 로미오네 반 앞. 이과반 복도쪽으로 오면서 낯선 아이들의 얼굴도 많이 마주치다보니 심장이 쫄려 죽는 줄 알았다. 나보고 문방사우 냄새 난다고 할까봐... 어휴 오세훈은 어떻게 맨날 문과반 복도에 올 수 있는건지. 굳게 닫혀있는 앞문 유리창으로 애타게 오세훈을 찾았지만 대체 어디에 숨어있길래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화장실이라도 간걸까, 물어볼 수도 없게 아무도 반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발만 동동 구르다 뒷문으로 가서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안쪽을 들여다보는데 오세훈하고 같이 노는 두명만이 눈에 띈다.
...
문뜩 김종인과 마주친 시선에 히익! 질겁을 하며 문 뒤로 숨자 어느새 가까이 와서는 벌컥 문을 열어버린다. 당황한 나머지 눈만 동그랗게 떠보이니 뒤에 있던 변백현까지 쫄래쫄래 다가와서 떠든다.
" 뭐야? 너가 웬일? "
" 오세훈 보러왔겠지 "
" 그런가보네, 로미오 자 "
잔다고? 활짝 열린 문 안쪽으로 머리만 들이밀어보니 벽 가까이 붙어있는 책상열 한 중간에 곤히 엎드려 숙면을 취하고 있는 오세훈의 넓은 등짝이 보인다. 왠지 눈에 안보인다고 했어, 나는 또 어디 간줄 알고. 굳이 깨울 필요없겠다 싶어 고개만 끄덕여주고 몸을 뒤로 빼려고하자 들어오라는 듯이 옆으로 비켜서주는 김종인.
" 들어와서 깨워 "
" 깨우라고? 됐어.. 그냥 자게 냅둬.. "
" 너가 깨우면 졸라 좋아할 걸 "
들어가면 욕이라도 먹을까, 나직이 들어가도 돼? 하고 묻자 김종인은 들어오라는 손짓만 해보였다. 살금살금 도둑질하는 고양이처럼 발소리도 내지않고 반 안으로 들어가니 개구지게 웃던 변백현이 말했다.
" 로미오니까 줄리엣의 뽀뽀로 깨워줭 "
...
이 변태같은게.. 온 마음을 가득 담은 정색을 보여주자 알았어, 미안. 하고 곧바로 사과한다. 조심스레 물리책을 베개 삼아 자고 있는 오세훈 가까이 오긴했는데 이것 참, 어떻게 깨워야할지..
마침 앞자리 의자가 비어있길래 조용히 앉아 오세훈의 정수리만 바라보다가 검지 하나를 들어 뒷목을 콕콕 찔렀다.처음에는 으음, 하고 뒤척이다가 두번,세번이 거듭되자 미간을 찌푸리며 스르르 눈을 뜬다. 때에 맞춰 숨을 참으니 눈을 뜨자마자 바로 제 옆에 서있던 김종인과 변백현을 본 오세훈은 깨우지말라고, 하며 칭얼거렸다. 깨운 장본인인 나 대신 오세훈에게 한 대 얻어맞은 변백현은 어이없다는듯이 웃으며 나를 향해 눈짓을 했다. 잠도 안깬 부스스한 얼굴을 하다 계속되는 변백현의 눈짓에 겨우 나를 발견한 오세훈은 일시정지 버튼이라도 누른것처럼 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
" 안녕 "
" ㅇ..어.. 어.. "
인사하는 방법을 까먹었는지 자꾸 ㅇ.. 어..어.. 거린다. 반응이 너무 웃긴 나머지 깨워서 미안.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급히 어디가,어디가, 하며 날 붙잡는다.
" 깨우지 말라며, 자, 잘 자 "
" 아니,괜찮아, 깨워도 돼 "
깨워도 된다는 말에 다시 자리에 앉자 싱긋 눈웃음을 치는 오세훈.
" 진짜 깜짝 놀랐네 "
" 그냥, 너가 안오길래 "
" 내가 안가서 직접 온거야? "
그럼 이제부터 가지 말아야겠네, 하며 말도 안되는 말을 짓껄인다.
" 그럼 나도 안올거야 "
" 열심히 찾아가야겠네 "
내 말에 곧바로 말을 바꾸는 오세훈에 소리 없이 웃자 제 책상에 팔뚝을 받치고 몸을 내쪽으로 기울인다. 볼에 난 여드름이라도 발견할까 슬금슬금 고개를 돌리자 나를 따라 머리를 더 가까이한다.
" 부담스러 "
" 맨날 멀리서만 봤는데 이정도는 좀 참아주라 "
얼굴을 뚫을 듯 강렬한 눈빛을 받는 나는 머쓱히 아직까지 엎드려있느라 미적지근한 온기가 남아있는 오세훈의 물리책을 집어들었다. 이거이거 공부 안하고 자고, 맨날 나 보러오고 공부는 제대로 하려나하고 봤더니 남자애라고 믿기지않을만큼 깔끔한 필기들이 교과서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보다 필기 더 잘하는 듯.. 새삼스레 놀란 나는 빌린 책 아닌가 하며 여기저기 살펴보았지만 교과서 옆면에 보란듯이 적혀있는 오세훈이라는 이름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 너 공부 잘 해? "
" 못하지는 않아, 왜? "
" 뭔 못하지는 않아야, 뒤질라고. 얘 공부 졸라 잘해, 우리 반 3등인데 참고로 우리 반에 전교 1등이랑 전교 3등 있어 "
못하지는 않아, 라는 오세훈의 말에 김종인은 자기가 대신해서 열변을 토했다. 공부 졸라 잘하네... 나란 여자...못난 여자... 현실 자각 타임이 온 나는 곱게 물리책을 돌려주고 또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내 책상 서랍에서 못난 주인때문에 울고있을 문제집들에게 미안해져서...
" 어디 가 자꾸 "
" 이 정도면 얼굴도 다봤겠다.. "
" 아니, 아직인데 "
" 점심시간에 마저 봐 "
" 너무 멀어 "
한마디도 안지려고하는 오세훈에게 그럼 쉬는 시간에 자지 말고 너가 와, 하고 단호하게 말을하자 경쾌하게 알았어, 하고 대답한다.
꼭 와, 하며 인사를 해주고 이과반을 나갈 때가 되서야 느낀건데, 반 안에 있던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나하고 오세훈한테 꽂혀있더랬지.
.
.
.
지겨웠던 마지막 교시가 끝나고 가방을 챙기는데 오늘도 역시나 복도 창문가에 아른거리는 그림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가장 먼저 하교 준비를 한 애가 뒷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드르륵 창문이 열린다. 아직까지 주위 시선들이 잦아들지도 않았는데 무섭지도 않나보다. 아직 교탁에 계시는 선생님의 눈치만 보다 사물함에 집어넣을 책을 품에 안은 내가 창문가로 달려가자 얼른 나오라는 제스쳐를 하는 오세훈.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마주친 뒤, 같은 방향이라며 함께 가기 시작한지 얼마되지도 않았지만 꽤나 익숙한 느낌이다.
잠깐 기다리라며 속삭여주고 뒷쪽에 있는 사물함쪽으로 나가자 교탁에서 출석부를 체크하고 계시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 정선생님이 우리 반에 줄리엣 하나 있다고 하더니 진짜네 "
줄리엣이라는 소리에 삐걱삐걱거리며 몸을 돌리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계신 선생님과 더불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나만 바라보며 창문가 가까이 기대어있는 오세훈을 볼 수 있었다.
" 선생님들 사이에도 소문 다났어, 시집 다갔네 ○○가 "
선생님의 말씀에 대답대신 떨떠름하게 웃어주곤 얼른 가방을 메고 반 밖으로 뛰쳐나간 나는 주위 애들이 모두 날 쳐다보는 것 같은 쪽팔림에 어쩔 줄을 모르고 걸음 속도를 높였다. 어떻게 쌤들 사이에 애들 소문이 날 수가 있지 그걸 또 퍼뜨리는 쌤도 진짜.. 속으로 꽁알거리는 나는 뒤에서 날 부르는 오세훈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 채 바닥에 시선을 꽂고 꿋꿋이 걸었다.
" 같이 가자니까? "
" ㅇ.. 어 "
" 왜 그래? 점심까지만해도 말만 잘하더니 "
성큼성큼 뛰어와 나란히 내 옆에서 걷는 오세훈을 보다가, 1,2,3학년 너 나 할것없이 모두 모여 복작거리는 교문 앞을 지나갈 때가 되서야 힘겹게 말을 꺼낼 수 있었다.
"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
" 뭐가? "
" 완전 주목받잖아, 세문고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뭐다 하면서 "
" 난 좋은데 "
뭐야, 소심한거 아니었나. 주목받는게 좋다니 취향 참 독특하다.
괜스레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래... 하고 대답하는데 정신이 다른곳에 팔려있던 바람에 발이 엉키면서 어쩌지도 못하게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으악! 소리도 못치고 중심을 잡기 위해 팔만 공중에 휘젓자 손을 단단히 붙잡아오는 느낌이 든다.
" 조심 "
날 잡아준건 다름아닌 바로 옆에 있던 오세훈. 겨우 중심을 잡고 숨을 돌리자 이래서 좋아. 하고 알 수 없는 말을 뱉는다.
" 뭐가? "
" 이래도 이상할 거 없잖아 "
그러면서 꼭 잡은 손을 짤랑짤랑 흔들어보이는데 원래같았으면 기겁을 하며 빼냈겠지만 보는 눈도 있고 이래도 이상할 거 없다는 말도 나름대로 맞는 말인거 같아 가만히 있자 오세훈이 활짝 웃어보인다.
" 이대로 손잡고 가도 돼? "
자기가 이래도 이상할 거 없다고 했으면서... 민망해진 기분에 억지로 먼산만 바라보며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애매모호한 내 긍정의 대답을 용케도 알아들은 오세훈은 잡은 손에 더 힘을 주며 자랑하듯이 흔들거렸다.
" 가자 줄리엣 "
오세훈은 손을 꼭 잡고 푸르른 새싹이 돋은 나무가 줄지어있는 길목으로 나를 이끌었다. 낮이 길어진 탓에 아직 지지않은 해가 환히 길을 비추었다.
그래, 우리는 이래도 이상할 거 없으니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순간만큼은 어깨에 짊어지고있던 가방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잡은 두 손에 온 몸이 따스해져온다.
주변으로부터, 그리고 나 자신으로부터 받았던 모든 짐을 잠깐 망각하고 이제서야 맑은 시선으로 다시 둘러본 주변, 봄내음은 이미 깊어질대로 깊어져있었고 내 봄또한 싹을 움틔웠다. 비록 비극인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세문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해피엔딩이길.
기대하지도 않았던 고삼에 찾아온 나의 봄.
나의 로미오.
Oh! My Romeo!
오! 마이 로미오! 完
*
사담
하이 ㅇ여러분 리히터예요.
ㅜㅜ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ㅎ응웋아우ㅏ웋우ㅠㅎ앟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러분드른 엔젤이에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텀이 길어져두ㅠㅠㅠ 저란 년을 둥기둥긱해주시규ㅠㅠㅠㅠㅠㅠㅠㅠ킁컹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여러분들 감기 조심하세여ㅜㅜㅜㅜㅜㅜㅜㅜ저 지금 감기걸렷다누우ㅜㅜㅜㅜㅜ 큰일나요 요즘 신종플루도 유행하규ㅠㅠㅠㅠㅠ 조심하세여ㅠㅠㅠㅠ 건강조심ㅠㅠㅠㅠㅠㅠ 진짜 여러분들 캐감더유ㅠㅠㅠㅠ 일일이 사랑한다고는 하지못하지만 진짜 독자님들 한분한분 모두 소중하규 사랑하규ㅠㅠㅠㅠㅠ
그리구 이건 희소식인지 아님 쓸모없는 소식인지는 모르겟는데 드디어 도부자 텍파 외전 끝부분까지 완성했,,,ㅅ,,, 네.. 잊고계신 분들도 있을지도..하하 다 그런거죠머 ㅎㅎ
(쥬륵.. )
독자님들 대다수 연령층이 학생인거 압니다!!! 지금 기간이 시험기간인거 감안해서 텍파 완성된느 즉시 3일 잠깐 열어서 짧게 멜링 받았다가 나중에 길게 열테니 학생독자분들은 걱정 다메요!! 그리구 저는 포인트로 텍파 드리지않아영. 왜냐하면 이미 여러분들께 양심없이 포인트를 많이 받았으니까.. 다만 여러분들의 성의가 쵸큼 필요합니다. 귀찮다규하지말아요ㅜㅜ 사실 도부자 텍파가 여기저기 남발되는걸 원하지 않아서 그런 면도 있지요.
하 무튼 졸린 나머지 제정신이 아니예염 머지않아 도부자 텍파 들고 올테니 기다려주세양
그리구 다음 에피소드는 누구일까요 떡밥은 다나왔네요
ps. 개인 블로그 주소 공개는 인스티즈 규칙상 허용되지않습니다ㅠㅠ 죄송합니다ㅜㅜㅜㅜ 그리구 암호닉도 장편 차기작 할 때까지 받지않아요 ㅜ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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