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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키도 전체글ll조회 695l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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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로록- 하는 소리와 함께 컵 밑바닥에 남은 커피들이 빨대를 타고 올랐다. 지루한 얼굴로 노트북을 두드리던 은수가 입술 새에 물린 빨대를 잘근잘근 씹었다. 답답하거나 복잡할 때 나오는 은수의 버릇이었다. 은수의 입에서 잔뜩 잇자국이 나 평평해진 빨대가 모습을 드러낼 때면 항상 주변에서 타박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럴 사람도 없다.





“이 스애끼... 나더러 뭘 어쩌라는 거야...”





은수는 두 시간 전 ‘수정만 좀 부탁해’ 따위의 말과 함께 덜컥 파일 몇 개만 보내버린 선배를 원망하는 중이었다. 아무리 은수가 후배라지만 한 팀이라는 명목하에 정확하게 분담된 책임이라는 게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은수의 품으로 들어와 있는 꼴을 보자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벌써 두 시간 째 같은 자세로 앉아 물만 들이켜며 비슷한 말을 썼다, 지웠다 하던 은수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힘없이 멈췄다. 머리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은 은수가 습관처럼 중얼거렸다.

민윤기, 민윤기라면 어떻게 했을까...




"네 일은 네가 해, 이새끼야 했겠지 뭐."
"예?"
"윤기형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다며."
"제가 중얼거렸나요."
"적어도 여기 앉은 사람은 다 들었으니까 중얼거린 건 아니라고 본다."





남준의 말에 은수가 공허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기이하기도 한 그 모습에 팔뚝을 쓸어내린 호석이 손을 뻗어 은수의 등을 토닥였다. 영화제를 위해 꾸려진 팀에 단지 재능이 있다는 이유로 코가 꿰인 후배를 향한 작은 위로였다. 물론 은수를 꿰어온 것이 호석 본인이라는 죄책감도 한몫했다.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게 경험이라지만 졸업 작품은 솔직히... 자기 졸업 때 한 번만 해도 되잖아. 휴학 중임에도 학교에 나와 앉아있는 모습을 보자니 영 안쓰러웠다.




"재작년에 그 뭐냐, 촬영장에서 3명인가 그대로 튀고 다음 학기 휴학 때려서 다들 찾으면 죽인다고 그랬었잖아."








남준은 그때가 떠올랐는지 진저리를 쳤다. 은수는 그저 그런 일을 감히 겪어보지 못함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손가락은 멈춰있는 상태고 도무지 스스로가 해결할 수 없는 범위의 일이라고 결론을 내린 은수는 그대로 노트북을 덮고 책상 위로 엎어졌다. 될 대로 되라지. 수정이라는 건 사실 은수가 아니라 감독을 맡은 윤기의 몫이었으므로 윤기가 오기 전까지는 은수 능력 밖의 일이기도 했다. 아, 제발 잠깐이라도 쉬게 천천히 왔음 좋겠는데.





"아, 감독님 마침 잘 오셨네. 막내 죽는 것 좀 보셔."





엎드려있던 은수는 호석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서늘한 기운이 목 뒤로 닿는 것을 느꼈다. 시선. 이건 윤기의 시선이 공기를 타고 결국 은수에게까지 닿은 것이다. 은수는 지금 이 시선을 격려로 느껴야 할지 압박으로 느껴야 할지 구분조차 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민윤기는 우리의 감독이고 은수 본인은 막내였으므로 어느 쪽이든 은수가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 정도.







"왜, 도망가고 싶대?"




"주호가 일정 수정을 얘한테 맡겼나 봐요."
"그놈 웃기네. 얘가 뭘 안다고."





작게 터지는 타박과 함께 은수의 머리 위로 턱 하니 손이 얹어졌다. 막내가 예쁨 좀 받는다 싶더니 어느새 공공재가 된 듯한 머리통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 은수의 시야로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무언가를 적고 있는 남준과 한층 가벼운 표정의 호석을 거쳐 모자를 눌러쓴 윤기의 얼굴까지 들어왔다.





"막내 힘드냐."
"어... 막내 같은 일만 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법 당당하게 나오는 말에 윤기가 답지 않은 웃음을 내보였다. 웃는 얼굴은 잔뜩 풀려서 보기가 좋은데 가만히 있는 얼굴은 얼마나 사람을 긴장시키는지. 은수는 윤기의 선 안에 든 사람이 된 지금도 처음 제대로 본 날을 떠올리곤 했다. 







영화 촬영을 위해 후배 몇몇을 뽑아 팀을 꾸리던 때, 과톡에 올라온 시놉시스들과 더불어 지원자를 찾는 멘트들에도 은수는 심드렁하게 손가락만 움직일 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윤기의 시놉시스를 읽었고, 은수는 그날 처음 민윤기가 얼마나 재능이 있는 사람인지 알았다. 비단 은수만의 생각은 아니었는지 다른 선배들과는 다르게 유독 지원자도 많았다. 이건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채용해 간 것과 비슷했으니까. 
물론 은수는 당시 막 휴학 중에 들어갔으므로 참여할 생각은 솜털만큼도 없었지만, 그날 저녁 은수의 세상이 완전히 뒤집힐만한 연락이 왔던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은수야 너 따로 할 일 없으면 우리 팀 좀 도와줄래? 도와줘요 천재 휴학생~!]
-석선배-






갑자기 왜 이 바닥은 경험 빼면 시체라는 말이 떠올랐는지. 왜 돈 주고도 못 사는 게 경험이라는 허물 같은 말이 떠올랐는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당장 알바도 안 구해지던 인생에서 발생한 생산력 있는 권유에 홀라당 넘어가 버린 꼴이었다.
그렇게 약 30분 정도를 고민하던 은수는 결국 긍정의 답을 호석에게 보냈고, 물고기가 낚싯줄에 걸리듯 그대로 꿰여 바로 다음 날 민윤기를 포함한 연출팀 몇몇과 대면해야 했다.























주연 배우가 꽤 든든한 사람으로 캐스팅됐다는 것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진행에 속도가 붙는가 싶더니 금세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늘 회의 장소는 학교가 아니면 윤기의 자취방뿐이라 여럿이 앉기 비좁은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머리들 위로 피곤함이 스쳐 지나갔다.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라는 건 그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온 생활을 그것 위주로 맞춰버린다. 잠을 자도 어딘가 불안하거나 찝찝하고 늘 짐을 매달고 다니는 기분.






"그럼 촬영 스케줄은 무조건적인 거랑 조금 유동성 있는 거랑 나눠서 다시 맞춰볼게요."
"어, 시간대나 장소 꼬이는 일 없게 네가 신경 좀 써주고."






아무 말도 없이 앉아 남준과 윤기의 말을 열심히 받아적고 있던 은수는 일순간 조용해진 분위기에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윤기를 제외한 눈들이 은수를 향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찾아든 관심에 눈을 굴리던 은수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자 그 모양새를 지켜보던 호석을 기점으로 웃음이 터졌다. 한참 잠이 필요한 얼굴을 하더니 금세 웃는 모습을 보이는 남준도 멋없는 손길로 머리를 털어냈다.






"아, 우리 막내 가끔 뜬금없이 귀엽지 않냐."








"혼자 뭘 그렇게 열심히 써."
"네? 아, 회의 내용 정리해서 선배 보내드리려고요. 남준선배는 좀 자주 깜빡하시니까.“







호석은 은수가 쓰고 있던 노트를 집어 들어 쭉 읽어내리더니 이상한 감탄사와 함께 박수를 치고는 옆자리 앉은 윤기의 앞에 그대로 밀어두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감독님 칭찬이 빠질 수 없다는 무언의 압박. 은수가 호석의 체면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것처럼 호석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은수를 각별히 챙기는 중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했다. 상부상조라는 건 사실 별것 아니니까.

제 앞으로 드밀어진 노트에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바라보던 윤기의 시선이 노트 위로 옮겨붙었다. 호석이 노트를 볼 땐 간단한 구경 같았는데 윤기가 본다니 검사라도 받는 기분이라 은수는 괜스레 느껴지는 긴장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한참을 말없이 글만 읽던 윤기가 이내 테이블 위에 굴러다니던 펜을 집어 들어 노트 위로 무어라 끄적였다. 혹시 틀린 부분이 있나 싶어 걱정하는 은수와 달리 슬쩍 훔쳐본 호석의 표정은 지나치게 밝아 상황파악만 더 어려워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품으로 돌아온 노트를 확인하자마자 은수 또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머쓱하거나 어색한 웃음이 아니라 약간의 어이없음을 담은 가벼운 웃음.








[참 잘했어요.]



번듯한 필체로 적힌 그 말이 윤기답다가도 의외의 느낌이라 은수는 기껏 정리한 노트를 남준에게 건네보지도 못하고 가방에 넣었다.










“자, 그럼 이 정도만 하고 오늘은 흩어집시다.”
“그걸 왜 네가 정해.”
“뭐, 더 할 것도 없잖아요. 스케줄이 딱 나와야 얘기를 하지.”







은수가 항상 존경했던 호석의 유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좁은 거실에 모여있던 모두가 같은 바람을 가진 눈으로 윤기를 바라보자 그 따가운 눈치 또한 우스웠는지 짧은 웃음을 터트린 윤기의 입에서 승인의 말이 떨어졌다. 

앓는 소리를 내며 곧장 뒤로 드러누운 남준과 더불어 챙겨온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부산스럽게 짐을 챙기는 호석의 모습이 이제는 익숙할 정도라 어쩐지 평화로운 느낌까지 들었다. 

약속이 있다며 급하게 나가버린 호석을 선두로 하나, 둘 인사와 함께 자리를 비웠고 반 박자 늦게 짐을 챙기던 은수는 벌써 깊은 잠에 든 건지 일정한 숨소리만 내쉬는 남준을 깨워야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날부터 잡았던 은수와 남준의 저녁 약속은 피곤에 밀려 달아난 지 오래인 듯했다. 






“너도 약속 있어?”
“있었는데, 방금 없어진 것 같아요. 깨우기가 좀 미안해서.”
“아.”







은수의 말을 이해하려는 듯 슬쩍 인상을 찡그리던 윤기가 이내 남준을 한 번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잠들면 깨우는 것보단 그대로 재워두는 게 더 마음 편할 거라는 사람이 곧 남준이었으니. 






“다른 약속 없으면 나랑 가도 되겠네.”
“정말요?”
“이런 걸로 장난 안 친다. 가방 챙겨, 얘는 그냥 여기서 재우고.”







별수 없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완전히 뻗어버린 남준의 머리 밑에 쿠션을 받쳐 준 윤기가 회의 자료 가득한 테이블을 발로 밀어 치웠다. 윤기야 이미 밤을 새워가며 보고 또 봤을 것들이었다. 스텝인 은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윤기는 오죽할까. 친하지 않다는 생각에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걱정이었다. 









윤기의 자취방이나 은수의 자취방이나 결국은 학교 근처이니 지리는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데리고 나온 사람이 대접해야 하는 게 맞다며 은수의 음식 취향을 묻고 또 묻던 윤기와 겨우 상을 하나 두고 마주 앉은 은수는 그제서야 ‘어색함’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걸어오는 와중에는 춥다는 말만으로도 대충 대화의 구색이 맞았는데 막상 따뜻한 곳에 들어와 앉으니 건넬 말이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 몇 달은 더 볼 사람이랑 이렇게 어색해도 되는 건가. 윤기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슬쩍 눈치를 본 은수는 금세 관찰을 포기했다. 이렇게 신경 쓰면 그냥 할 말도 실수할 수 있으니까 그만하자.






“너 나랑 있는 거 어색하지.”
“... 아니요.”
“얼굴에서 다 티 난다.”






은수는 찔린 사람처럼 늦게 대답한 본인이 원망스러워졌다. 이런 식의 아니라는 말은 그냥 속 시원하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보다 나쁘다. 남 눈치를 잘 안 본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과에 전공도 같은 선배라 그런 건지 유독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까지 지켜본 입장에서 좀 어떠냐.”
“어, 괜찮은 것 같아요. 제가 경험이 많은 건 아니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름 순탄하지 않아요? 마찰도 적고.”







[방탄소년단/김석진/민윤기] Perfect Striker! 01 | 인스티즈

"아, 우리 막내 가끔 뜬금없이 귀엽지 않냐."








"혼자 뭘 그렇게 열심히 써."
"네? 아, 회의 내용 정리해서 선배 보내드리려고요. 남준선배는 좀 자주 깜빡하시니까.“







호석은 은수가 쓰고 있던 노트를 집어 들어 쭉 읽어내리더니 이상한 감탄사와 함께 박수를 치고는 옆자리 앉은 윤기의 앞에 그대로 밀어두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감독님 칭찬이 빠질 수 없다는 무언의 압박. 은수가 호석의 체면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것처럼 호석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은수를 각별히 챙기는 중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했다. 상부상조라는 건 사실 별것 아니니까.

제 앞으로 드밀어진 노트에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바라보던 윤기의 시선이 노트 위로 옮겨붙었다. 호석이 노트를 볼 땐 간단한 구경 같았는데 윤기가 본다니 검사라도 받는 기분이라 은수는 괜스레 느껴지는 긴장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한참을 말없이 글만 읽던 윤기가 이내 테이블 위에 굴러다니던 펜을 집어 들어 노트 위로 무어라 끄적였다. 혹시 틀린 부분이 있나 싶어 걱정하는 은수와 달리 슬쩍 훔쳐본 호석의 표정은 지나치게 밝아 상황파악만 더 어려워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품으로 돌아온 노트를 확인하자마자 은수 또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머쓱하거나 어색한 웃음이 아니라 약간의 어이없음을 담은 가벼운 웃음.








[참 잘했어요.]



번듯한 필체로 적힌 그 말이 윤기답다가도 의외의 느낌이라 은수는 기껏 정리한 노트를 남준에게 건네보지도 못하고 가방에 넣었다.










“자, 그럼 이 정도만 하고 오늘은 흩어집시다.”
“그걸 왜 네가 정해.”
“뭐, 더 할 것도 없잖아요. 스케줄이 딱 나와야 얘기를 하지.”







은수가 항상 존경했던 호석의 유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좁은 거실에 모여있던 모두가 같은 바람을 가진 눈으로 윤기를 바라보자 그 따가운 눈치 또한 우스웠는지 짧은 웃음을 터트린 윤기의 입에서 승인의 말이 떨어졌다. 

앓는 소리를 내며 곧장 뒤로 드러누운 남준과 더불어 챙겨온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부산스럽게 짐을 챙기는 호석의 모습이 이제는 익숙할 정도라 어쩐지 평화로운 느낌까지 들었다. 

약속이 있다며 급하게 나가버린 호석을 선두로 하나, 둘 인사와 함께 자리를 비웠고 반 박자 늦게 짐을 챙기던 은수는 벌써 깊은 잠에 든 건지 일정한 숨소리만 내쉬는 남준을 깨워야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날부터 잡았던 은수와 남준의 저녁 약속은 피곤에 밀려 달아난 지 오래인 듯했다. 






“너도 약속 있어?”
“있었는데, 방금 없어진 것 같아요. 깨우기가 좀 미안해서.”
“아.”







은수의 말을 이해하려는 듯 슬쩍 인상을 찡그리던 윤기가 이내 남준을 한 번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잠들면 깨우는 것보단 그대로 재워두는 게 더 마음 편할 거라는 사람이 곧 남준이었으니. 






“다른 약속 없으면 나랑 가도 되겠네.”
“정말요?”
“이런 걸로 장난 안 친다. 가방 챙겨, 얘는 그냥 여기서 재우고.”







별수 없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완전히 뻗어버린 남준의 머리 밑에 쿠션을 받쳐 준 윤기가 회의 자료 가득한 테이블을 발로 밀어 치웠다. 윤기야 이미 밤을 새워가며 보고 또 봤을 것들이었다. 스텝인 은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윤기는 오죽할까. 친하지 않다는 생각에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걱정이었다. 









윤기의 자취방이나 은수의 자취방이나 결국은 학교 근처이니 지리는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데리고 나온 사람이 대접해야 하는 게 맞다며 은수의 음식 취향을 묻고 또 묻던 윤기와 겨우 상을 하나 두고 마주 앉은 은수는 그제서야 ‘어색함’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걸어오는 와중에는 춥다는 말만으로도 대충 대화의 구색이 맞았는데 막상 따뜻한 곳에 들어와 앉으니 건넬 말이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 몇 달은 더 볼 사람이랑 이렇게 어색해도 되는 건가. 윤기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슬쩍 눈치를 본 은수는 금세 관찰을 포기했다. 이렇게 신경 쓰면 그냥 할 말도 실수할 수 있으니까 그만하자.






“너 나랑 있는 거 어색하지.”
“... 아니요.”
“얼굴에서 다 티 난다.”






은수는 찔린 사람처럼 늦게 대답한 본인이 원망스러워졌다. 이런 식의 아니라는 말은 그냥 속 시원하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보다 나쁘다. 남 눈치를 잘 안 본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과에 전공도 같은 선배라 그런 건지 유독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까지 지켜본 입장에서 좀 어떠냐.”
“어, 괜찮은 것 같아요. 제가 경험이 많은 건 아니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름 순탄하지 않아요? 마찰도 적고.”







[방탄소년단/김석진/민윤기] Perfect Striker! 01 | 인스티즈

"아, 우리 막내 가끔 뜬금없이 귀엽지 않냐."








"혼자 뭘 그렇게 열심히 써."
"네? 아, 회의 내용 정리해서 선배 보내드리려고요. 남준선배는 좀 자주 깜빡하시니까.“







호석은 은수가 쓰고 있던 노트를 집어 들어 쭉 읽어내리더니 이상한 감탄사와 함께 박수를 치고는 옆자리 앉은 윤기의 앞에 그대로 밀어두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감독님 칭찬이 빠질 수 없다는 무언의 압박. 은수가 호석의 체면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것처럼 호석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은수를 각별히 챙기는 중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했다. 상부상조라는 건 사실 별것 아니니까.

제 앞으로 드밀어진 노트에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바라보던 윤기의 시선이 노트 위로 옮겨붙었다. 호석이 노트를 볼 땐 간단한 구경 같았는데 윤기가 본다니 검사라도 받는 기분이라 은수는 괜스레 느껴지는 긴장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한참을 말없이 글만 읽던 윤기가 이내 테이블 위에 굴러다니던 펜을 집어 들어 노트 위로 무어라 끄적였다. 혹시 틀린 부분이 있나 싶어 걱정하는 은수와 달리 슬쩍 훔쳐본 호석의 표정은 지나치게 밝아 상황파악만 더 어려워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품으로 돌아온 노트를 확인하자마자 은수 또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머쓱하거나 어색한 웃음이 아니라 약간의 어이없음을 담은 가벼운 웃음.








[참 잘했어요.]



번듯한 필체로 적힌 그 말이 윤기답다가도 의외의 느낌이라 은수는 기껏 정리한 노트를 남준에게 건네보지도 못하고 가방에 넣었다.










“자, 그럼 이 정도만 하고 오늘은 흩어집시다.”
“그걸 왜 네가 정해.”
“뭐, 더 할 것도 없잖아요. 스케줄이 딱 나와야 얘기를 하지.”







은수가 항상 존경했던 호석의 유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좁은 거실에 모여있던 모두가 같은 바람을 가진 눈으로 윤기를 바라보자 그 따가운 눈치 또한 우스웠는지 짧은 웃음을 터트린 윤기의 입에서 승인의 말이 떨어졌다. 

앓는 소리를 내며 곧장 뒤로 드러누운 남준과 더불어 챙겨온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부산스럽게 짐을 챙기는 호석의 모습이 이제는 익숙할 정도라 어쩐지 평화로운 느낌까지 들었다. 

약속이 있다며 급하게 나가버린 호석을 선두로 하나, 둘 인사와 함께 자리를 비웠고 반 박자 늦게 짐을 챙기던 은수는 벌써 깊은 잠에 든 건지 일정한 숨소리만 내쉬는 남준을 깨워야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날부터 잡았던 은수와 남준의 저녁 약속은 피곤에 밀려 달아난 지 오래인 듯했다. 






“너도 약속 있어?”
“있었는데, 방금 없어진 것 같아요. 깨우기가 좀 미안해서.”
“아.”







은수의 말을 이해하려는 듯 슬쩍 인상을 찡그리던 윤기가 이내 남준을 한 번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잠들면 깨우는 것보단 그대로 재워두는 게 더 마음 편할 거라는 사람이 곧 남준이었으니. 






“다른 약속 없으면 나랑 가도 되겠네.”
“정말요?”
“이런 걸로 장난 안 친다. 가방 챙겨, 얘는 그냥 여기서 재우고.”







별수 없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완전히 뻗어버린 남준의 머리 밑에 쿠션을 받쳐 준 윤기가 회의 자료 가득한 테이블을 발로 밀어 치웠다. 윤기야 이미 밤을 새워가며 보고 또 봤을 것들이었다. 스텝인 은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윤기는 오죽할까. 친하지 않다는 생각에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걱정이었다. 









윤기의 자취방이나 은수의 자취방이나 결국은 학교 근처이니 지리는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데리고 나온 사람이 대접해야 하는 게 맞다며 은수의 음식 취향을 묻고 또 묻던 윤기와 겨우 상을 하나 두고 마주 앉은 은수는 그제서야 ‘어색함’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걸어오는 와중에는 춥다는 말만으로도 대충 대화의 구색이 맞았는데 막상 따뜻한 곳에 들어와 앉으니 건넬 말이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 몇 달은 더 볼 사람이랑 이렇게 어색해도 되는 건가. 윤기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슬쩍 눈치를 본 은수는 금세 관찰을 포기했다. 이렇게 신경 쓰면 그냥 할 말도 실수할 수 있으니까 그만하자.






“너 나랑 있는 거 어색하지.”
“... 아니요.”
“얼굴에서 다 티 난다.”






은수는 찔린 사람처럼 늦게 대답한 본인이 원망스러워졌다. 이런 식의 아니라는 말은 그냥 속 시원하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보다 나쁘다. 남 눈치를 잘 안 본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과에 전공도 같은 선배라 그런 건지 유독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까지 지켜본 입장에서 좀 어떠냐.”
“어, 괜찮은 것 같아요. 제가 경험이 많은 건 아니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름 순탄하지 않아요? 마찰도 적고.”







[방탄소년단/김석진/민윤기] Perfect Striker! 01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영화 말고 나. 네가 감독이라고 믿을만한지 물어본 거야.”









보기보다 단도직입적인 성격이구나. 
은수의 머릿속에 있던 ‘민윤기’ 카테고리에는 또 하나의 특성이 추가되었다. 이 카테고리가 얼마나 오래 자리 잡고 있을지 혹시 은수가 직접 비워버리는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였지만 은수는 처음 윤기를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모든 정보를 차곡히 쌓아 올리고 있었다. 관심과 동질감 같은 호감의 증거가 될 것들이었다. 







“제가 지금 못 미덥다고 하면 저 쫓겨나요?”
“글쎄, 적어도 밥은 못 얻어먹겠지.”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절대 밥 때문은 아니고 저는 항상 선배 좋은 분 같다고 생각했어요.”
“사적인 감정 말고 감독으로서 어떠냐고 물어본 건데.”
“아, 저는 굳이 분류하고 싶지 않아서요. 좋은 분이 감독을 하시니까 당연히 팀원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요.”






윤기는 무어라 덧붙이려는 듯 입을 벙끗거리다 이내 됐다며 웃음으로 무마했다.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이 왜 가끔 마주칠 때마다 무표정이었는지. 은수는 새삼 제 전공이 사람을 얼마나 망칠 수 있는가를 몸소 깨달았다. 







“선배,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저희 주연 맡아주신 분 있잖아요...”
“어, 석진이 형.”
“제가 배우님 영화 보고 배운 점이 많거든요. 그래서 실제로는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요. 촬영할 때 되면 뵙긴 하겠지만 그래도 미리 알면 좋잖아요.”
“배우님이라고 부르면 도망갈걸. 안 그렇게 생겨서 부끄러움이 좀 많아, 그냥 선배라고 해. 따지고 보면 너한테도 선배 맞잖아.”
“그렇긴 한데, 혹시 불편하실까 봐요.”
“누가 봐도 배우님 쪽이 불편하지.”
“그런가요.”






제 나름의 존중이 누군가를 멋쩍게 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세상에서 사람 상대가 제일 어렵다지만 사람과 사람이 모여 만들어내는 게 영화였다. 은수는 화면으로나 봤던 석진의 얼굴을 떠올리며 선배님이라는 말을 곱씹어보았다. 사실 그 정신 없는 촬영장에서 얼마나 대화를 섞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의 식사가 엇비슷하게 끝나고 식당을 나서면서까지 한사코 거절한 은수였지만 윤기는 끝까지 은수의 안전귀가서비스를 자처했다. 집이 코앞이라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었는지 결국 거기서 거기인 길을 발맞춰 걷고 있었다. 

날이 완전히 저물어 더 차가워진 날씨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걷던 은수는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섰을 때 결국 발을 동동 굴렀다. 매일 아침 날씨를 확인해도 결국 밤만 되면 추워지니 추위에 약한 사람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나보다 두 배는 입은 것 같은데. 추위 엄청 타나 보네.”
“선배... 패딩 지퍼 올리세요. 가슴팍에 바람 들면 감기 걸려요.”
“오냐.”







어물쩍 넘어가는가 싶더니 금세 지퍼를 올려 패딩 앞섬을 여민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은수는 그제서야 만족스러운지 칭찬이라도 한마디 건넬까 고민하다 대뜸 윤기에게 받은 ‘참 잘했어요.’를 떠올렸다. 세상에는 이렇게 오래 가는 칭찬도 있다.

횡단보도만 건너면 정말로 집이 코앞이었으니 그쯤 헤어지면 되겠다고 생각한 은수는 길을 건너자마자 윤기를 돌아보았으나 윤기에게 걸려온 전화 탓에 반쯤 열었던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어. 어디? 아, 잠깐 저녁 약속이 있어서. 후배랑. 애인은 무슨, 왜 전화까지 해서 쓸데없는 소리야.”






윤기의 말만으로도 대충 예상되는 통화 내용이었지만 은수는 그저 빠져나갈 타이밍을 재는 중이었다. 가보겠다는 의사를 전해야 하는데, 손가락으로 집이 있는 쪽을 가리키거나 입을 벙끗거릴 때마다 윤기가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효과도 없이 원맨쇼나 한 꼴이 됐다. 
그냥 인사하고 튈까, 하는 생각을 할 때쯤 귀에서 핸드폰을 멀리 떼어낸 윤기가 은수를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하는 듯싶더니 곤란한 목소리를 냈다.






“막내 바쁘냐.”
“아니요. 근데 선배 바쁘신 것 같으니까 저는 먼저,”
“석진이형 만나볼래?”






윤기에게 인사를 건넨 뒤 곧장 집으로 가려 자연스레 뒷걸음질을 치던 은수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이제야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됐다. 



여전히 전화는 끊어지지 않았고 윤기는 은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대답을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뜻이었다. 
조금 전까지 집에 가려고 온갖 난리를 쳤으면서 금방 고민부터 하는 스스로가 어이없어 눈을 굴리던 은수는 그냥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어차피 볼 사람 좀 먼저 보고 익숙해지면 좋겠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단편적인 생각으로 한 선택들이 모여서 하루를 만들었다. 은수는 어쩐지 오늘 하루가 아주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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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72.238
와 대박....
내용도되게탄탄하고 소재도너무좋고 벌써 설레기시작햇어요
대작의냄새가 납니다!!!!
잘읽었어요>_<
금방 다음 편으로 돌아와주세요 작가님!!

4년 전
독자1
작가님... 글에서 냄새나여........
대작냄새!!!!! 너무 너무 재밌게 봤어여ㅠㅠㅠ 바로 신알신했슴당!!

4년 전
독자2
와우..작가님 신알신 하구 가겠습니다ㅜㅜ
정말 대작이 될 것 같은 작품입니다♥
탄이들 성격이나 말투같은것도 딱 맞는 것 같고...
이 작품의 진행은 어떻게 될지 무척 궁금하네요
다음화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4년 전
독자3
할... 1편부터 너무 재밌어여..ㅠㅠㅠㅠ 신알신 누르고가여!!💜
4년 전
독자4
이것은 대작입니다 벌써부터 대작냄새가 납니다!!!!! 작가님 신알신 하고 갑니다 💜💜
4년 전
독자5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와 오랜만에 이렇게 탄탄글 읽어보는것같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 ㅠㅠㅠ다음을주세요 ㅠㅠ
4년 전
독자6
헐 완전 재밌어요!!!!!!!!! 신알신 누르고 갈게요 암호닉 받으시면 다음 편에 신청하겠습니다 ㅎㅎㅎㅎ
4년 전
독자7
헐 작가님 어디서 무슨 냄새 안나요?
명작냄새...! 작가님 손에서 명작냄새가나요....!!!!
신알신하고 기다리겠습니다 진짜 제가 지금 3시간밖에 못자고 일하고 퇴근하고 집에 누워서 엄청 피곤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진짜 흡입력 장난아니에요..!
1화인데도 달달한 냄새두 나궁...♥
기대 됩니다!!

4년 전
독자8
작가님 너무 잘 읽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신알신 추가하고 가요❤️
4년 전
독자9
우왕 우연히 보게됐는데 문체도 그렇고 느낌도 너무 좋아요!!! 다음편도 기다릴게욧><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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