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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휘 전체글ll조회 1315l 1

여인이었구나.

人圖

- 12 -





꿈을 꿨다. 전에도 한번 꿔본 아주 익숙한 꿈이었다. 푸른 초원 위에 나 홀로 덩그러니 있었다. 손을 들어 확인해봤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잡아왔다. 화들짝 놀라며 뒤로 돌자 그곳에는 윤기가 미소를 띤 채 날 보고 있었다.




" 스승님… "




그를 부르자 윤기는 뒤로 돌아보았고 그 동시에 내 시선도 그의 뒤를 향하였다. 그곳에는 네 사람이 서 있었다. 그들은 내가 아는 이들이었다. 전정국, 김태형. 그리고 그 옆에는 두 명의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그전에 꿨던 꿈속에서도 이 세 사람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 두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보이지 않은 검은 실루엣을 뚫을 듯이 보는데 그때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검은 실루엣이 점점 제 모습을 찾아갔다.




" 당신들은… "




제 모습을 찾은 두 사람의 정체는 다름 아닌 박지민과 김석진이었다. 두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갑자기 주변이 붉게 변하였다. 그 동시에 어디선가 도화지가 날아왔고 날아온 도화지가 내 시야를 가렸다가 하늘로 날아가는 순간 그들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들을 찾고 있던 순간 허공에서 날아다니던 도화지가 내 앞으로 떨어져 내려왔고 그 도화지를 잡자 붉게 변했던 주변이 갑자기 불길로 가득했다. 불길이 나를 감싸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는 묵묵히 도화지를 내려다봤다. 도화지 속에는 다섯 사람이 그려져있었고 그 도화지를 내려다본 내 두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동시에 도화지는 불길에 휩싸여 까맣게 타 재가 되어버렸고 나는 그대로 꿈에서 깨어났다.




'

'

'





… "




눈을 뜨자 보이는 건 낯선 천장이었다. 순간 돌아왔나?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끼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 인기척은 곧바로 내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다가왔고 천장만을 올려다보고 있던 나는 시선을 도륵 굴려 내 옆에 앉아있는 자는 쳐다봤다.




" 화시, 정신이 드신 겁니까? "




잠시 그가 누구인가 생각해봤다. 정확히 5초 후 상황 파악이 된 나는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 형님… "




갈라져 나온 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지민은 기쁜 듯이 웃어 보였다.




" 다행이다 참으로 다행이야… "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던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그런 내게 말해오는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 고뿔에 걸려 사흘 동안 사경을 헤맸었습니다. "




고뿔 감기감기에 걸렸다는 지민의 말에 눈을 감으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봤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머리가 지끈거려왔고 결국엔 지민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 저… "




그러나 상황을 물어보려던 나는 생각을 바꿔 다른 걸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 물 "




나의 말에 지민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고 잠시 후 다급하게 들어온 그의 손에는 물컵이 들려있었다. 조심스럽게 앉혀주는 지민의 손길에 겨우 자리에 앉았고 몸을 일으킨 순간 이마에서 툭하고 무언가가 이불 위로 떨어졌다. 물에 젖은 수건이었다. 나 이 정도로 아팠던 건가…? 떨어진 물수건을 잡고 그의 옆에 있던 물이 담긴 대야에 넣은 후 다시 물컵을 들어 내 입가에 대어 천천히 물을 마시게 도와주는 지민이었다. 목을 축이자 따끔거렸던 목이 조금씩 진정되었고 조금 괜찮아짐을 느꼈다. 다시 날 자리에 눕혀주는 지민의 손길에 아무런 힘없이 그저 그를 따랐고 자리에 누운 내 이마 위로 물수건을 꾹 쥐어짜 반듯하게 올려주었다.




" 어떻게 된 것입니까? "




나의 물음에 잠시 아무 말 없던 지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제가 산보를 나갔던 도중 강에 누군가가 빠져있었기에 다급하게 구하고 보니 다름 아닌 화시, 그대였습니다. "

" 강? "




지민의 말에 조금씩 지난날이 생각났다. 폭포가 보이는 낭떠러지 주변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말이 서있는 곳으로 화살이 박히게 되었고 놀란 말이 나를 향해 달려오다가 그대로 날 쳐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낭떠러지 밑에 있는 물에 빠져버렸었지… 그나저나 그 화살은 도대체 어디서, 누가, 왜 쏜 것일까. 천장을 바라본 채 생각에 잠겨있는데 옆에 있던 지민이 말을 걸어왔다.




" 괜찮으신 건가요? "

예. 온몸이 쑤시는 것 빼고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




나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많이 아프냐고 묻는 지민. 그런 지민의 모습에 내가 잘못 말한 건가 싶어서 아니라고 말하며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 그냥 단순히 근육통인 것 같아요. 며칠만 지나면 싹 다 나을 거예요. "

" 혹시 모르니 제가 당장 가서 의원을 데려오겠습니다! "

" 괘, 괜찮은, "




괜찮다고 말하기도 전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는 지민. 그런 지민의 사라져가는 그림자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다시 시선을 들어 천장을 올려다봤고 내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 전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윤기는 지금쯤 날 걱정하고 있을까. 태형도 날 찾고는 있을까. 내가 절벽에서 떨어지고 물에 떠밀려가던 걸 지민이 강에서 발견했다고 했었지. 그리고 그대로 감기에 걸린 나를 데리고 이곳으로 와서 간호해줬고 그로부터 4일이 지났다고 했었어. 그럼 그동안 의도치 않게 서로 떨어지게 된 윤기와 태형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감기는 어느 정도 떨어진 듯싶었던 나는 그저 윤기의 얼굴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안전하게 환국에 잘 도착했니 민윤기?

나는 걱정 말아. 나도 곧 따라가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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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 (美人圖) - 12 | 인스티즈





" 그리운 향이군. "




눈을 감고 뒷짐을 진 채 허공에 날아다니고 있는 매화향은 맡던 정국은 씩 웃어 보였다. 그러다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였다.




" 너는 지금쯤 환국에 도착했겠지. "




어두운 밤하늘 위에 떠있는 별을 보고 있던 정국은 자신의 소매에 넣어놨던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가 꺼내든 것은 다름 아닌 곱게 접어놓은 도화지와 연분홍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져 선이 그러져있는 하얀 연적이었다. 그가 들고 있는 연적은 다름 아닌 그녀가 장국을 떠나기 전 그려놨던 것이었고, 그의 손에 들려있는 또 다른 도화지는 그녀가 예전에 정국과 함께 기방에 갔을 때 그렸던 그림이었다.




" 이런 중요한 물건들을 두고 가다니. 너도 참 어지간히도 바빴나 보구나. "




손에 들고 있던 연적과 도화지를 보던 정국은 픽 웃었고, 그러다 다시 소매에 곱게 넣어놨다. 선국에 있어야 할 정국이 현재 빈국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는 선국으로 떠나지 않았고 태형이 장국을 떠나고 3일 후 정국은 그녀가 머물렀던 집을 방문했었다. 그녀가 없는 빈 방을 한번 둘러보고 곧바로 선국으로 떠나려고 했었다. 방 안을 둘러보고 있던 그의 눈에 연적이 들어왔고 그 연적을 들던 정국은 이불 밑에 깔려있던 도화지의 끄트머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칠칠맞게 이런 것도 두고 간 그녀를 향해 혀를 한번 차던 정국은 접어져있던 도화지를 한번 펼쳐보았다. 펼친 도화지는 바로 그녀가 이 시대로 오고 처음으로 그렸던 '백가도'였다. 그림을 감상하던 정국은 불현듯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동안 정국이 봐왔던 수많은 그림들은 그저 그랬다. 하지만 그녀가 그린 그림은 조금 더 섬세했고, 부드러웠으며 아름다웠다. 춘화도를 그린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은 만큼 정국이 본 그림은 매우 기려했다.  그 그림을 말없이 보고 있던 정국은 다시 도화지를 곱게 접으며 연적과 함께 자신의 소매에 넣어놨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정국은 뒷짐을 진 채 방을 나섰다.




" 크흠. 오랜만에 벗이나 보러 갈까나. "




그렇게 정국은 자신의 귀환을 뒤로한 채 그녀가 있을 환국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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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처해야 할 곳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빈국이었다. 말을 타고 열심히 달려 어느덧 빈국에 도달한 정국은 밤하늘이 깔린 탓에 잠시 빈국에서 머물다 가기로 했다. 말도 어느 정도 지친 듯 보여 그곳에서 이틀은 머물다 갈 예정이었다. 빈국 안에 있는 객정을 잡은 정국은 잠이 오지 않아 야행을 하기로 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매화향에 취하며 길을 걷고 있던 정국은 어느 초막집에 눈길이 갔다.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던 것인지 방문을 열고 나오는 한 사내가 정국의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늦은 만큼 주변이 꽤 어두웠던 탓에 등장한 사내의 얼굴은 정확히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다 정국은 생각했다. 저런 추옥한 집에서 살기에는 사내의 옷매무새가 매우 단정하고 화려한데? 저런 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사내의 차림새가 수상쩍어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정국이었다.




" 꼭 조심하십시오. 혹여 위험한 일이 생겼다 하면 큰 소리를 내셔야 합니다. "

" 잘 알겠습니다. 어서 빨리 가야 한다 하지 않으셨나요? 서둘러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




먼저 나온 사내의 뒤로 또 다른 사내가 뒷모습을 보인 채 나온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정국은 픽 웃었다.




" 뭐야, 남색이었나. "




못 볼 걸 봤다고 생각한 정국은 뒤로 돌았다. 그러다 문득 정국의 머릿속으로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고, 생각지도 못한 얼굴이 떠오르자 정국은 당황했다.




" 아니야! 미친 게지, 갑자기 그놈 얼굴이 왜 떠오른 것인지… "




분명 좀 전에 그녀의 연적과 그림을 본 탓이라고 생각한 정국은 그대로 자신의 숙처로 가려고 했다.




" 화시, 내일 일출이 뜨기 전에 바로 오겠습니다. "




익숙한 단어가 멀리 있던 정국의 귀에 정확히 꽂혔고 그대로 가려던 정국은 다시 몸을 돌렸다.




" 화시? "




분명 정국이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왜냐하면 그 이름은 윤기가 그녀에게 붙여준 호였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아 보이는 사내가 어딘가로 가는 것이 보였고 어느새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정국은 설마 싶으며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천천히 떼며 그곳으로 갔다. 호롱불이 밝게 비쳐있었고 안에서 움직임이 보이는 모습에 정국은 마른침을 한번 삼키다가 문을 벌컥 열었다. 그곳에는 정국 자신이 알고 있던 얼굴이 보였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 또한 그의 두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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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 (美人圖) - 12 | 인스티즈





낮에 지민이 의원을 데려왔고 진찰을 받던 나는 다행히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감기가 심해지지 않으려면 몸조리 잘하라는 의원의 말이 있었고, 그 이후 지민은 정말 지극정성으로 날 돌봐줬다. 너무 지극정성이어서 부담되어가지고 오히려 감기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며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내 걱정과는 반대로 몸은 점점 편해져 갔다. 오늘 하루 종일 내 곁에만 있던 지민은 밤이 되니 자신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지민을 배웅 나간다고 하고 일어나니 괜찮다며 날 도로 자리에 앉히는 지민이었다. 안 그래도 하루 종일 누워있기만 해서 그런지 이젠 머리가 지끈거리는 내 말에 지민은 화들짝 놀라며 날 다시 자리에 앉혀주었다. 생각보다 순진한 지민의 모습에 나는 웃음이 터졌고 지민은 웃음보가 터진 내 모습에 민망해하였다. 이제 정말 돌아가야 하다는 지민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돌아가는 길을 배웅해주려 했었다. 하지만 지민은 끝까지 괜찮다며 따라오지 말라는 말을 하고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오겠다는 말을 끝으로 지민은 뒷모습을 보였다. 멀어져 가는 지민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갑자기 가슴을 압박시키고 있던 붕대가 불편해져 잠시만 느슨하게 풀까,라는 생각과 함께 저고리의 앞섶을 살짝 열고 붕대를 매만지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확 열려졌다. 아니, 분명히 문고리를 잠가놨는데 어떤 무식한 힘을 가진 놈이 저렇게 문을 확 열어제끼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란 나는 눈을 크게 뜬 채 앞섶을 제대로 여미지 못한 채 문 앞에 서있는 사람을 올려다봤다. 설마 지민이 다시 돌아온 건가? 아니면 윤기나 태형이 날 찾아온 걸까? 아니면 설마 밤도둑인가? 여러 생각을 한 나였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의외의 인물이 자리에 서있었다. 인상을 쓴 채 날 내려다보고 있는 푸른 도포를 입은 전정국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 (美人圖) - 12 | 인스티즈

여인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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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전에도 한번 꿔본 아주 익숙한 꿈이었다. 푸른 초원 위에 나 홀로 덩그러니 있었다. 손을 들어 확인해봤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잡아왔다. 화들짝 놀라며 뒤로 돌자 그곳에는 윤기가 미소를 띤 채 날 보고 있었다.




" 스승님… "




그를 부르자 윤기는 뒤로 돌아보았고 그 동시에 내 시선도 그의 뒤를 향하였다. 그곳에는 네 사람이 서 있었다. 그들은 내가 아는 이들이었다. 전정국, 김태형. 그리고 그 옆에는 두 명의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그전에 꿨던 꿈속에서도 이 세 사람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 두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보이지 않은 검은 실루엣을 뚫을 듯이 보는데 그때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검은 실루엣이 점점 제 모습을 찾아갔다.




" 당신들은… "




제 모습을 찾은 두 사람의 정체는 다름 아닌 박지민과 김석진이었다. 두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갑자기 주변이 붉게 변하였다. 그 동시에 어디선가 도화지가 날아왔고 날아온 도화지가 내 시야를 가렸다가 하늘로 날아가는 순간 그들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들을 찾고 있던 순간 허공에서 날아다니던 도화지가 내 앞으로 떨어져 내려왔고 그 도화지를 잡자 붉게 변했던 주변이 갑자기 불길로 가득했다. 불길이 나를 감싸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는 묵묵히 도화지를 내려다봤다. 도화지 속에는 다섯 사람이 그려져있었고 그 도화지를 내려다본 내 두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동시에 도화지는 불길에 휩싸여 까맣게 타 재가 되어버렸고 나는 그대로 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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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을 뜨자 보이는 건 낯선 천장이었다. 순간 돌아왔나?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끼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 인기척은 곧바로 내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다가왔고 천장만을 올려다보고 있던 나는 시선을 도륵 굴려 내 옆에 앉아있는 자는 쳐다봤다.




" 화시, 정신이 드신 겁니까? "




잠시 그가 누구인가 생각해봤다. 정확히 5초 후 상황 파악이 된 나는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 형님… "




갈라져 나온 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지민은 기쁜 듯이 웃어 보였다.




" 다행이다 참으로 다행이야… "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던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그런 내게 말해오는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 고뿔에 걸려 사흘 동안 사경을 헤맸었습니다. "




고뿔 감기감기에 걸렸다는 지민의 말에 눈을 감으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봤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머리가 지끈거려왔고 결국엔 지민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 저… "




그러나 상황을 물어보려던 나는 생각을 바꿔 다른 걸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 물 "




나의 말에 지민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고 잠시 후 다급하게 들어온 그의 손에는 물컵이 들려있었다. 조심스럽게 앉혀주는 지민의 손길에 겨우 자리에 앉았고 몸을 일으킨 순간 이마에서 툭하고 무언가가 이불 위로 떨어졌다. 물에 젖은 수건이었다. 나 이 정도로 아팠던 건가…? 떨어진 물수건을 잡고 그의 옆에 있던 물이 담긴 대야에 넣은 후 다시 물컵을 들어 내 입가에 대어 천천히 물을 마시게 도와주는 지민이었다. 목을 축이자 따끔거렸던 목이 조금씩 진정되었고 조금 괜찮아짐을 느꼈다. 다시 날 자리에 눕혀주는 지민의 손길에 아무런 힘없이 그저 그를 따랐고 자리에 누운 내 이마 위로 물수건을 꾹 쥐어짜 반듯하게 올려주었다.




" 어떻게 된 것입니까? "




나의 물음에 잠시 아무 말 없던 지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제가 산보를 나갔던 도중 강에 누군가가 빠져있었기에 다급하게 구하고 보니 다름 아닌 화시, 그대였습니다. "

" 강? "




지민의 말에 조금씩 지난날이 생각났다. 폭포가 보이는 낭떠러지 주변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말이 서있는 곳으로 화살이 박히게 되었고 놀란 말이 나를 향해 달려오다가 그대로 날 쳐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낭떠러지 밑에 있는 물에 빠져버렸었지… 그나저나 그 화살은 도대체 어디서, 누가, 왜 쏜 것일까. 천장을 바라본 채 생각에 잠겨있는데 옆에 있던 지민이 말을 걸어왔다.




" 괜찮으신 건가요? "

예. 온몸이 쑤시는 것 빼고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




나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많이 아프냐고 묻는 지민. 그런 지민의 모습에 내가 잘못 말한 건가 싶어서 아니라고 말하며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 그냥 단순히 근육통인 것 같아요. 며칠만 지나면 싹 다 나을 거예요. "

" 혹시 모르니 제가 당장 가서 의원을 데려오겠습니다! "

" 괘, 괜찮은, "




괜찮다고 말하기도 전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는 지민. 그런 지민의 사라져가는 그림자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다시 시선을 들어 천장을 올려다봤고 내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 전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윤기는 지금쯤 날 걱정하고 있을까. 태형도 날 찾고는 있을까. 내가 절벽에서 떨어지고 물에 떠밀려가던 걸 지민이 강에서 발견했다고 했었지. 그리고 그대로 감기에 걸린 나를 데리고 이곳으로 와서 간호해줬고 그로부터 4일이 지났다고 했었어. 그럼 그동안 의도치 않게 서로 떨어지게 된 윤기와 태형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감기는 어느 정도 떨어진 듯싶었던 나는 그저 윤기의 얼굴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안전하게 환국에 잘 도착했니 민윤기?

나는 걱정 말아. 나도 곧 따라가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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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 (美人圖) - 12 | 인스티즈





" 그리운 향이군. "




눈을 감고 뒷짐을 진 채 허공에 날아다니고 있는 매화향은 맡던 정국은 씩 웃어 보였다. 그러다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였다.




" 너는 지금쯤 환국에 도착했겠지. "




어두운 밤하늘 위에 떠있는 별을 보고 있던 정국은 자신의 소매에 넣어놨던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가 꺼내든 것은 다름 아닌 곱게 접어놓은 도화지와 연분홍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져 선이 그러져있는 하얀 연적이었다. 그가 들고 있는 연적은 다름 아닌 그녀가 장국을 떠나기 전 그려놨던 것이었고, 그의 손에 들려있는 또 다른 도화지는 그녀가 예전에 정국과 함께 기방에 갔을 때 그렸던 그림이었다.




" 이런 중요한 물건들을 두고 가다니. 너도 참 어지간히도 바빴나 보구나. "




손에 들고 있던 연적과 도화지를 보던 정국은 픽 웃었고, 그러다 다시 소매에 곱게 넣어놨다. 선국에 있어야 할 정국이 현재 빈국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는 선국으로 떠나지 않았고 태형이 장국을 떠나고 3일 후 정국은 그녀가 머물렀던 집을 방문했었다. 그녀가 없는 빈 방을 한번 둘러보고 곧바로 선국으로 떠나려고 했었다. 방 안을 둘러보고 있던 그의 눈에 연적이 들어왔고 그 연적을 들던 정국은 이불 밑에 깔려있던 도화지의 끄트머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칠칠맞게 이런 것도 두고 간 그녀를 향해 혀를 한번 차던 정국은 접어져있던 도화지를 한번 펼쳐보았다. 펼친 도화지는 바로 그녀가 이 시대로 오고 처음으로 그렸던 '백가도'였다. 그림을 감상하던 정국은 불현듯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동안 정국이 봐왔던 수많은 그림들은 그저 그랬다. 하지만 그녀가 그린 그림은 조금 더 섬세했고, 부드러웠으며 아름다웠다. 춘화도를 그린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은 만큼 정국이 본 그림은 매우 기려했다.  그 그림을 말없이 보고 있던 정국은 다시 도화지를 곱게 접으며 연적과 함께 자신의 소매에 넣어놨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정국은 뒷짐을 진 채 방을 나섰다.




" 크흠. 오랜만에 벗이나 보러 갈까나. "




그렇게 정국은 자신의 귀환을 뒤로한 채 그녀가 있을 환국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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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처해야 할 곳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빈국이었다. 말을 타고 열심히 달려 어느덧 빈국에 도달한 정국은 밤하늘이 깔린 탓에 잠시 빈국에서 머물다 가기로 했다. 말도 어느 정도 지친 듯 보여 그곳에서 이틀은 머물다 갈 예정이었다. 빈국 안에 있는 객정을 잡은 정국은 잠이 오지 않아 야행을 하기로 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매화향에 취하며 길을 걷고 있던 정국은 어느 초막집에 눈길이 갔다.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던 것인지 방문을 열고 나오는 한 사내가 정국의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늦은 만큼 주변이 꽤 어두웠던 탓에 등장한 사내의 얼굴은 정확히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다 정국은 생각했다. 저런 추옥한 집에서 살기에는 사내의 옷매무새가 매우 단정하고 화려한데? 저런 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사내의 차림새가 수상쩍어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정국이었다.




" 꼭 조심하십시오. 혹여 위험한 일이 생겼다 하면 큰 소리를 내셔야 합니다. "

" 잘 알겠습니다. 어서 빨리 가야 한다 하지 않으셨나요? 서둘러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




먼저 나온 사내의 뒤로 또 다른 사내가 뒷모습을 보인 채 나온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정국은 픽 웃었다.




" 뭐야, 남색이었나. "




못 볼 걸 봤다고 생각한 정국은 뒤로 돌았다. 그러다 문득 정국의 머릿속으로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고, 생각지도 못한 얼굴이 떠오르자 정국은 당황했다.




" 아니야! 미친 게지, 갑자기 그놈 얼굴이 왜 떠오른 것인지… "




분명 좀 전에 그녀의 연적과 그림을 본 탓이라고 생각한 정국은 그대로 자신의 숙처로 가려고 했다.




" 화시, 내일 일출이 뜨기 전에 바로 오겠습니다. "




익숙한 단어가 멀리 있던 정국의 귀에 정확히 꽂혔고 그대로 가려던 정국은 다시 몸을 돌렸다.




" 화시? "




분명 정국이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왜냐하면 그 이름은 윤기가 그녀에게 붙여준 호였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아 보이는 사내가 어딘가로 가는 것이 보였고 어느새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정국은 설마 싶으며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천천히 떼며 그곳으로 갔다. 호롱불이 밝게 비쳐있었고 안에서 움직임이 보이는 모습에 정국은 마른침을 한번 삼키다가 문을 벌컥 열었다. 그곳에는 정국 자신이 알고 있던 얼굴이 보였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 또한 그의 두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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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 (美人圖) - 12 | 인스티즈





낮에 지민이 의원을 데려왔고 진찰을 받던 나는 다행히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감기가 심해지지 않으려면 몸조리 잘하라는 의원의 말이 있었고, 그 이후 지민은 정말 지극정성으로 날 돌봐줬다. 너무 지극정성이어서 부담되어가지고 오히려 감기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며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내 걱정과는 반대로 몸은 점점 편해져 갔다. 오늘 하루 종일 내 곁에만 있던 지민은 밤이 되니 자신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지민을 배웅 나간다고 하고 일어나니 괜찮다며 날 도로 자리에 앉히는 지민이었다. 안 그래도 하루 종일 누워있기만 해서 그런지 이젠 머리가 지끈거리는 내 말에 지민은 화들짝 놀라며 날 다시 자리에 앉혀주었다. 생각보다 순진한 지민의 모습에 나는 웃음이 터졌고 지민은 웃음보가 터진 내 모습에 민망해하였다. 이제 정말 돌아가야 하다는 지민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돌아가는 길을 배웅해주려 했었다. 하지만 지민은 끝까지 괜찮다며 따라오지 말라는 말을 하고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오겠다는 말을 끝으로 지민은 뒷모습을 보였다. 멀어져 가는 지민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갑자기 가슴을 압박시키고 있던 붕대가 불편해져 잠시만 느슨하게 풀까,라는 생각과 함께 저고리의 앞섶을 살짝 열고 붕대를 매만지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확 열려졌다. 아니, 분명히 문고리를 잠가놨는데 어떤 무식한 힘을 가진 놈이 저렇게 문을 확 열어제끼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란 나는 눈을 크게 뜬 채 앞섶을 제대로 여미지 못한 채 문 앞에 서있는 사람을 올려다봤다. 설마 지민이 다시 돌아온 건가? 아니면 윤기나 태형이 날 찾아온 걸까? 아니면 설마 밤도둑인가? 여러 생각을 한 나였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의외의 인물이 자리에 서있었다. 인상을 쓴 채 날 내려다보고 있는 푸른 도포를 입은 전정국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 (美人圖) - 12 | 인스티즈

여인이었구나.

人圖

- 12 -





꿈을 꿨다. 전에도 한번 꿔본 아주 익숙한 꿈이었다. 푸른 초원 위에 나 홀로 덩그러니 있었다. 손을 들어 확인해봤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잡아왔다. 화들짝 놀라며 뒤로 돌자 그곳에는 윤기가 미소를 띤 채 날 보고 있었다.




" 스승님… "




그를 부르자 윤기는 뒤로 돌아보았고 그 동시에 내 시선도 그의 뒤를 향하였다. 그곳에는 네 사람이 서 있었다. 그들은 내가 아는 이들이었다. 전정국, 김태형. 그리고 그 옆에는 두 명의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그전에 꿨던 꿈속에서도 이 세 사람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 두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보이지 않은 검은 실루엣을 뚫을 듯이 보는데 그때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검은 실루엣이 점점 제 모습을 찾아갔다.




" 당신들은… "




제 모습을 찾은 두 사람의 정체는 다름 아닌 박지민과 김석진이었다. 두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갑자기 주변이 붉게 변하였다. 그 동시에 어디선가 도화지가 날아왔고 날아온 도화지가 내 시야를 가렸다가 하늘로 날아가는 순간 그들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들을 찾고 있던 순간 허공에서 날아다니던 도화지가 내 앞으로 떨어져 내려왔고 그 도화지를 잡자 붉게 변했던 주변이 갑자기 불길로 가득했다. 불길이 나를 감싸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는 묵묵히 도화지를 내려다봤다. 도화지 속에는 다섯 사람이 그려져있었고 그 도화지를 내려다본 내 두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동시에 도화지는 불길에 휩싸여 까맣게 타 재가 되어버렸고 나는 그대로 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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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을 뜨자 보이는 건 낯선 천장이었다. 순간 돌아왔나?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끼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 인기척은 곧바로 내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다가왔고 천장만을 올려다보고 있던 나는 시선을 도륵 굴려 내 옆에 앉아있는 자는 쳐다봤다.




" 화시, 정신이 드신 겁니까? "




잠시 그가 누구인가 생각해봤다. 정확히 5초 후 상황 파악이 된 나는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 형님… "




갈라져 나온 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지민은 기쁜 듯이 웃어 보였다.




" 다행이다 참으로 다행이야… "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던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그런 내게 말해오는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 고뿔에 걸려 사흘 동안 사경을 헤맸었습니다. "




고뿔 감기감기에 걸렸다는 지민의 말에 눈을 감으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봤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머리가 지끈거려왔고 결국엔 지민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 저… "




그러나 상황을 물어보려던 나는 생각을 바꿔 다른 걸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 물 "




나의 말에 지민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고 잠시 후 다급하게 들어온 그의 손에는 물컵이 들려있었다. 조심스럽게 앉혀주는 지민의 손길에 겨우 자리에 앉았고 몸을 일으킨 순간 이마에서 툭하고 무언가가 이불 위로 떨어졌다. 물에 젖은 수건이었다. 나 이 정도로 아팠던 건가…? 떨어진 물수건을 잡고 그의 옆에 있던 물이 담긴 대야에 넣은 후 다시 물컵을 들어 내 입가에 대어 천천히 물을 마시게 도와주는 지민이었다. 목을 축이자 따끔거렸던 목이 조금씩 진정되었고 조금 괜찮아짐을 느꼈다. 다시 날 자리에 눕혀주는 지민의 손길에 아무런 힘없이 그저 그를 따랐고 자리에 누운 내 이마 위로 물수건을 꾹 쥐어짜 반듯하게 올려주었다.




" 어떻게 된 것입니까? "




나의 물음에 잠시 아무 말 없던 지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제가 산보를 나갔던 도중 강에 누군가가 빠져있었기에 다급하게 구하고 보니 다름 아닌 화시, 그대였습니다. "

" 강? "




지민의 말에 조금씩 지난날이 생각났다. 폭포가 보이는 낭떠러지 주변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말이 서있는 곳으로 화살이 박히게 되었고 놀란 말이 나를 향해 달려오다가 그대로 날 쳐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낭떠러지 밑에 있는 물에 빠져버렸었지… 그나저나 그 화살은 도대체 어디서, 누가, 왜 쏜 것일까. 천장을 바라본 채 생각에 잠겨있는데 옆에 있던 지민이 말을 걸어왔다.




" 괜찮으신 건가요? "

예. 온몸이 쑤시는 것 빼고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




나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많이 아프냐고 묻는 지민. 그런 지민의 모습에 내가 잘못 말한 건가 싶어서 아니라고 말하며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 그냥 단순히 근육통인 것 같아요. 며칠만 지나면 싹 다 나을 거예요. "

" 혹시 모르니 제가 당장 가서 의원을 데려오겠습니다! "

" 괘, 괜찮은, "




괜찮다고 말하기도 전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는 지민. 그런 지민의 사라져가는 그림자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다시 시선을 들어 천장을 올려다봤고 내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 전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윤기는 지금쯤 날 걱정하고 있을까. 태형도 날 찾고는 있을까. 내가 절벽에서 떨어지고 물에 떠밀려가던 걸 지민이 강에서 발견했다고 했었지. 그리고 그대로 감기에 걸린 나를 데리고 이곳으로 와서 간호해줬고 그로부터 4일이 지났다고 했었어. 그럼 그동안 의도치 않게 서로 떨어지게 된 윤기와 태형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감기는 어느 정도 떨어진 듯싶었던 나는 그저 윤기의 얼굴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안전하게 환국에 잘 도착했니 민윤기?

나는 걱정 말아. 나도 곧 따라가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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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 (美人圖) - 12 | 인스티즈





" 그리운 향이군. "




눈을 감고 뒷짐을 진 채 허공에 날아다니고 있는 매화향은 맡던 정국은 씩 웃어 보였다. 그러다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였다.




" 너는 지금쯤 환국에 도착했겠지. "




어두운 밤하늘 위에 떠있는 별을 보고 있던 정국은 자신의 소매에 넣어놨던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가 꺼내든 것은 다름 아닌 곱게 접어놓은 도화지와 연분홍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져 선이 그러져있는 하얀 연적이었다. 그가 들고 있는 연적은 다름 아닌 그녀가 장국을 떠나기 전 그려놨던 것이었고, 그의 손에 들려있는 또 다른 도화지는 그녀가 예전에 정국과 함께 기방에 갔을 때 그렸던 그림이었다.




" 이런 중요한 물건들을 두고 가다니. 너도 참 어지간히도 바빴나 보구나. "




손에 들고 있던 연적과 도화지를 보던 정국은 픽 웃었고, 그러다 다시 소매에 곱게 넣어놨다. 선국에 있어야 할 정국이 현재 빈국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는 선국으로 떠나지 않았고 태형이 장국을 떠나고 3일 후 정국은 그녀가 머물렀던 집을 방문했었다. 그녀가 없는 빈 방을 한번 둘러보고 곧바로 선국으로 떠나려고 했었다. 방 안을 둘러보고 있던 그의 눈에 연적이 들어왔고 그 연적을 들던 정국은 이불 밑에 깔려있던 도화지의 끄트머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칠칠맞게 이런 것도 두고 간 그녀를 향해 혀를 한번 차던 정국은 접어져있던 도화지를 한번 펼쳐보았다. 펼친 도화지는 바로 그녀가 이 시대로 오고 처음으로 그렸던 '백가도'였다. 그림을 감상하던 정국은 불현듯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동안 정국이 봐왔던 수많은 그림들은 그저 그랬다. 하지만 그녀가 그린 그림은 조금 더 섬세했고, 부드러웠으며 아름다웠다. 춘화도를 그린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은 만큼 정국이 본 그림은 매우 기려했다.  그 그림을 말없이 보고 있던 정국은 다시 도화지를 곱게 접으며 연적과 함께 자신의 소매에 넣어놨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정국은 뒷짐을 진 채 방을 나섰다.




" 크흠. 오랜만에 벗이나 보러 갈까나. "




그렇게 정국은 자신의 귀환을 뒤로한 채 그녀가 있을 환국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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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처해야 할 곳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빈국이었다. 말을 타고 열심히 달려 어느덧 빈국에 도달한 정국은 밤하늘이 깔린 탓에 잠시 빈국에서 머물다 가기로 했다. 말도 어느 정도 지친 듯 보여 그곳에서 이틀은 머물다 갈 예정이었다. 빈국 안에 있는 객정을 잡은 정국은 잠이 오지 않아 야행을 하기로 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매화향에 취하며 길을 걷고 있던 정국은 어느 초막집에 눈길이 갔다.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던 것인지 방문을 열고 나오는 한 사내가 정국의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늦은 만큼 주변이 꽤 어두웠던 탓에 등장한 사내의 얼굴은 정확히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다 정국은 생각했다. 저런 추옥한 집에서 살기에는 사내의 옷매무새가 매우 단정하고 화려한데? 저런 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사내의 차림새가 수상쩍어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정국이었다.




" 꼭 조심하십시오. 혹여 위험한 일이 생겼다 하면 큰 소리를 내셔야 합니다. "

" 잘 알겠습니다. 어서 빨리 가야 한다 하지 않으셨나요? 서둘러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




먼저 나온 사내의 뒤로 또 다른 사내가 뒷모습을 보인 채 나온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정국은 픽 웃었다.




" 뭐야, 남색이었나. "




못 볼 걸 봤다고 생각한 정국은 뒤로 돌았다. 그러다 문득 정국의 머릿속으로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고, 생각지도 못한 얼굴이 떠오르자 정국은 당황했다.




" 아니야! 미친 게지, 갑자기 그놈 얼굴이 왜 떠오른 것인지… "




분명 좀 전에 그녀의 연적과 그림을 본 탓이라고 생각한 정국은 그대로 자신의 숙처로 가려고 했다.




" 화시, 내일 일출이 뜨기 전에 바로 오겠습니다. "




익숙한 단어가 멀리 있던 정국의 귀에 정확히 꽂혔고 그대로 가려던 정국은 다시 몸을 돌렸다.




" 화시? "




분명 정국이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왜냐하면 그 이름은 윤기가 그녀에게 붙여준 호였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아 보이는 사내가 어딘가로 가는 것이 보였고 어느새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정국은 설마 싶으며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천천히 떼며 그곳으로 갔다. 호롱불이 밝게 비쳐있었고 안에서 움직임이 보이는 모습에 정국은 마른침을 한번 삼키다가 문을 벌컥 열었다. 그곳에는 정국 자신이 알고 있던 얼굴이 보였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 또한 그의 두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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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 (美人圖) - 12 | 인스티즈





낮에 지민이 의원을 데려왔고 진찰을 받던 나는 다행히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감기가 심해지지 않으려면 몸조리 잘하라는 의원의 말이 있었고, 그 이후 지민은 정말 지극정성으로 날 돌봐줬다. 너무 지극정성이어서 부담되어가지고 오히려 감기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며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내 걱정과는 반대로 몸은 점점 편해져 갔다. 오늘 하루 종일 내 곁에만 있던 지민은 밤이 되니 자신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지민을 배웅 나간다고 하고 일어나니 괜찮다며 날 도로 자리에 앉히는 지민이었다. 안 그래도 하루 종일 누워있기만 해서 그런지 이젠 머리가 지끈거리는 내 말에 지민은 화들짝 놀라며 날 다시 자리에 앉혀주었다. 생각보다 순진한 지민의 모습에 나는 웃음이 터졌고 지민은 웃음보가 터진 내 모습에 민망해하였다. 이제 정말 돌아가야 하다는 지민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돌아가는 길을 배웅해주려 했었다. 하지만 지민은 끝까지 괜찮다며 따라오지 말라는 말을 하고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오겠다는 말을 끝으로 지민은 뒷모습을 보였다. 멀어져 가는 지민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갑자기 가슴을 압박시키고 있던 붕대가 불편해져 잠시만 느슨하게 풀까,라는 생각과 함께 저고리의 앞섶을 살짝 열고 붕대를 매만지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확 열려졌다. 아니, 분명히 문고리를 잠가놨는데 어떤 무식한 힘을 가진 놈이 저렇게 문을 확 열어제끼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란 나는 눈을 크게 뜬 채 앞섶을 제대로 여미지 못한 채 문 앞에 서있는 사람을 올려다봤다. 설마 지민이 다시 돌아온 건가? 아니면 윤기나 태형이 날 찾아온 걸까? 아니면 설마 밤도둑인가? 여러 생각을 한 나였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의외의 인물이 자리에 서있었다. 인상을 쓴 채 날 내려다보고 있는 푸른 도포를 입은 전정국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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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




내 얼굴을 확인한 정국은 뭐라 하려다가 시선을 살짝 내리더니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뒤늦게 상황 파악된 나는 서둘러 옷깃을 여몄다. 설마 다 본 건가? 알아차린 걸까? 불안해진 나는 그저 땅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불안해했다. 마른침을 삼키고 방 안에 적막만이 흐르는 가운데 먼저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는 정국이었다. 닫힌 문을 보고 있자니 순간 내가 정국이의 환영을 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빨리 옷부터 입거라. "




하지만 그런 내 기대와는 다르게 문 너머로 내가 잘 알고 있는 정국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망연자실한 나는 잠시 허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설마, 진짜일까 싶어서 문 너머에 서있을 정국을 향해 물었다.




" 정말 저하십니까? "




내 질문에 잠시 침묵만이 흘렀다. 그러다 이내 정국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렇다. "




나는 결국 눈을 꾹 감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국의 물음이 내게로 건너왔다.




" 설마 아니지? "

… "

" 우선 빨리 입어. "




이미 반 이상은 확신을 가지고 있는 정국의 말에 주섬주섬 옷을 입고 매무새를 단정시킨 나는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쿵 하고 찧었다. 쿵, 하는 소리를 들은 정국은 문을 열었고 바닥에 머리를 찧고 있는 나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문을 닫으며 내게 다가와 자신의 손으로 내 이마를 짚었다.




" 뭐 하는 짓이냐! "

… "

" 그러다 정신을 잃으면 어쩌려고 이런단 말이냐! "

" 차라리 잃고 싶네요… "




망연자실한 날 눈치챈 정국은 그저 아무 말없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 그저 바닥만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런 날 보고 있던 정국은 그대로 내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심하게 아팠던 나는 이마를 짚으며 정국을 노려봤고, 나의 노려봄을 무시한 채 호롱불을 내려다보고 있던 정국은 말해왔다.




" 멍청한 소리. "

" 저하가 뭘 아신다고… "

" 네가 뭘 잘못했다고 정신까지 잃으려고 하는 것이냐. "

그냥 다? "




내 말에 다시 한번 손을 들어 딱밤자세를 취하는 정국이었고 그런 정국의 행동에 서둘러 두 손을 들어 내 이마를 가려버렸다. 나의 행동에 어이없어하던 정국은 픽하고 웃어 보였다. 그런 정국의 모습에 나는 아직까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생생한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믿고 있었다.




" 뭐가 문제냐. "

… "

" 혹시 내가 알아선 안 될 것을 알아버린 것이냐? "

" 예. "




정국의 질문에 나는 곧바로 대답했고 정국은 그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정국은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며 중얼거렸다.




" 어쩐지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

" 뭐가요… "




이 적막 속에서 정국의 중얼거림은 당연히 내 귀에 들어왔고 그런 정국을 보며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다시 시선을 들어 내 얼굴을 쳐다본 정국은 자신의 손을 몸 뒤로 짚더니 삐딱한 자세에서, 삐딱하게 틀은 얼굴로 날 보며 말했다. 저거 자세 왜 저래? 더럽게 불량하네?




" 왜 숨겼느냐. "

… "

" 내게 만이라도 진작에 알려주면 되지 않았느냐. "

" 모르겠습니다. "

 모르겠다니? "

" 왜 말하면 안 되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

" 혹, 다른 누군가가 이 사실을 절대 남에게 알려선 안된다고 하더냐? "

" 그랬나 봅니다. "

" 그랬나 봅니다는 뭐냐. 그러면 그렇다, 아니면 아니다 확실히 말해야지. "

"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그냥 묻지 마세요, 나 지금 되게 멘붕이니까! "

" 무슨 말, "




그 말과 함께 허리를 숙여 바닥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그런 날 내려다보던 정국은 자세를 고쳐앉으며 말해왔다.




" 네게도 사정이 있어 보이니 굳이 더는 묻지 않겠다. "

… "

" 차라리 잘 된 듯싶다… "




정국의 말을 들은 나는 양 팔에 묻고 있던 고개를 돌려 정국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러자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 채 미소를 띠고 있는 정국의 표정이 보였다.




" 뭐가 그리도 좋으십니까? "

 아무것도 아니다. "




그의 말에 괜히 기분이 나빠진 나는 다시 얼굴을 묻은 채 두 눈을 꼭 감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는가 싶을 때 정국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려왔다.




" 그런데 진짜로 너 여인인 것이냐? "




아직까지 내가 여자냐고 묻는 정국의 물음에 저놈이 뿌리를 제대로 뽑으려는 것이구나, 싶은 나는 벌떡 허리를 세워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 예!!! 맞습니다!!! 저 진짜로 여이, 읍. "

" 아, 알았다! 알았으니까 그렇게 크게 말하지 말거라! "




나보다 더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내 입에 자신의 손을 틀어막는 정국. 그런 정국의 얼굴을 인상 쓴 채 쳐다봤고, 구겨진 내 얼굴을 마주한 정국은 눈을 마주하다가 씩 웃어 보였다.




" 그랬구나… "

… "




[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 (美人圖) - 12 | 인스티즈


" 여인이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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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던 눈이 떠졌다. 주변이 푸른 걸 보니 아직 해가 뜨기 전 새벽인 듯싶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가슴 밑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내 가슴이 이 정도로 무겁게 느껴질 만큼 컸었나? 순간 내게 있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상상을 감히 해보았다. 손을 들어 배 윗부분을 가져다 대니 뭔가가 잡혔다. 뭐지? 싶으며 확인해보는데




" 으아아아아악!!!!! "




나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 옆에는 다름 아닌 전정국이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소리를 지르자 자신의 귀를 막으며 부스스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던 정국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해왔다.




" 뭐냐 쥐라도 나타난 게냐… "

" 쥐? 쥐라니, 당신이 쥐야! "




내 말에 미간을 찌푸린 정국은 자신의 목을 좌우로 한번 스트레칭하더니 눈을 떠 날 쳐다봤다.




" 무엄하다. "




무엄? 무엄 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 아니, 이놈은 내가 여자란 걸 알았으면 알아서 자기 집에 가서 자야 하는 게 정상 아니야? 왜 여기서 자고 있어? 내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란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서!! 어이가 너무 없어 나오려던 말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오지 못했다. 그러다 서둘러 내 몸을 살펴봤다. 설마 저놈이 이상한 짓을 한 건 아닐까 싶어서. 그런데 다행히도 옷의 흐트러짐은 보이지 않았다. 그건 전정국도 마찬가지였다. 어젯밤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은 듯싶었던 나는 뒤늦게 전정국 저놈이 왜 여기서 잔 건지 생각해봤다.




" 어제 분명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셨습니까? "

" 그랬지. "

" 그런데 어찌 여기에 있는 겁니까? "

…하늘도 너무 어두워졌고, 돌아가는 길이 꽤 걸려서. "




왠지 모르게 핑계같이 느껴졌다. 저놈은 핑계를 밥 먹듯이 잘 대는구나. 정국을 노려보다가 문득 방 안을 채워오는 푸른빛에 뒤늦게 지민이 생각났다. 이때 지민이 오면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 아니지? 지민은 내가 여자인 걸 모르잖아? 그냥 친구라고 생각하겠지… 어젯밤 정국에게 정체를 들키니 세상 모든 사람들한테 들킨 기분이 들었던 나는 조금씩 진정해갔다. 정국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내 정체를 모르니까. 아, 장국의 김석진은 알고 있었지




" 어찌 되었든 간에, 빨리 돌아가십시오. 이제 날도 밝지 않았습니까. "

 아직 어두운데… "

" 지금 혹시 억지 부리시는 겁니까? "

무엄하다. 내 신분이 있거늘, 어찌하여 내가 너에게 억지를 부린단 말이냐. "

" 그럼 빨리 돌아가십시오. "




단호한 내 말에 정국은 삐친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자신이 자고 있던 머리맡에 둔 갓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를 다듬고 갓을 쓰던 정국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올려보고 있는 날 내려다봤다.




" 뭐하고 있는 게냐. "

" 뭐가 말입니까. "




내 물음에 헛기침을 두어 번 하는 정국이었다.




" 배웅해주지 않을 게냐. "




얼씨구? 이제 대놓고 요구를 하시는구만요. 아침 일찍이라 피곤함이 잔뜩 쌓였던 나는 내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이 비록 친구일지라도 사실은 선국이라는 나라의 왕세자이니 어쩔 수 없이 들어줘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던 나는 아직 다 풀리지 않은 신경통에 온몸이 쑤셔 옴을 느꼈고, 순간 중심을 못 잡던 나는 크게 휘청였다. 나 못지않게 덩달아 놀란 정국은 서둘러 내 팔을 잡았고, 팔이 잡히는 동시에 정국의 품 안에 안기는 꼴이 되었다. 생각보다 어깨가 넓은 정국의 품 안에 내가 쏙 들어가게 되자 설명 못할 설렘이 느껴졌다. 두 눈을 크게 뜬 나는 서둘러 정국의 품 안에서 나왔고 그의 얼굴을 살펴봤다. 나만큼 놀란 눈의 정국은 그저 날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괜히 민망해진 나는 먼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던 나는 새벽 공기를 맡으며 손부채질을 했다. 한숨을 낮게 내쉬는데 멀지 않은 곳에 누가 서있는 느낌을 받았고, 고개를 돌린 나는 그곳에 서있는 지민을 발견하게 되었다. 날 보고 있던 지민은 무표정으로 보고 있었고, 그런 지민의 표정을 본 나는 괜히 속이 찔렸다.




" 형님 일찍 오셨네요? "

… "




여전히 무표정을 짓고 있던 지민은 내가 등지고 있던 초막집을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뒤에 서있는 정국을 보고 있었다. 뒤늦게 상황 파악이 된 나는 뒤에 서있는 정국을 한번, 정국을 보고 있는 지민을 한번 쳐다봤다. 그러다 어색하게 웃으며 해명을 하려고 했다.




" 하하, 저기 형님. 여기 서있는 사람은… "




해명하려던 내 말은 정국을 향해 먼저 고개를 숙인 지민의 행동 때문에 멈추게 되었다. 정국은 그런 지민의 행동을 그저 주시하고만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먼저 입을 뗀 건 정국도, 나도 아닌 지민이었다.








[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 (美人圖) - 12 | 인스티즈


" 오랜만에 뵙니다, 세자 저하. "




이미 정국의 정체를 알고 있는 지민의 행동에 나는 적잖게 놀랐다.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정국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멘붕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 (美人圖) - 12 | 인스티즈


" 오랜만이네. 이국, 아니 빈국의 세자. "





정국과 지민, 그 둘은 서로 알고 있었다.

























을 그리는 세상, 미인도(美人圖)






* * *


최근엔 움짤만 저장했더니 사진이 없네요..8ㅅ8


어쨌거나 오늘은 정국데이~~~!!!!!

[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 (美人圖) - 12 | 인스티즈




우리 세자 저하는 화시가 사실은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되게 좋아하네요ㅋㅋㅋ 너 좀 귀욥..

마지막에는 화시가 나왔는데 지민이 무표정하고 있던 이유는 바로 돌담에 신발 두 켤레가 놓여있는 걸 발견해서...

'난 어제 신발 신고갔는데 왜 모르는 신발이 하나 더 있어...?' 이런 생각에 지민이의 기분은 매우 언짢.

알고보니 정국이 신발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지민이는 되게 싫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나라보다 서열이 높은 나라의 세자이니 격식을 차리는 겁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풀렸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입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세여 저처럼 앓지마시구...8 v 8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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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소휘
꺄아아아아 오랜만입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소인은 더 바랄것이 없사옵니다 (꾸벅)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큰절)
4년 전
비회원72.238
으아~~ 이편이너무좋아서 이새뱍에정주행햇사옵니다
소녀에게 귀한 시간 선물해주셔 고맙습니다
부디 다음편도 어서 나오기를, 또 짧지 않기를 바라면서 소녀 잠을 청하겠나이다
편안한밤 보내시옵소서💜

4년 전
소휘
새벽에 정주행 하셨다니..! 너무 늦은 시간에 올려서 졸린데 소인이 더 늦게 자겠끔 만든건 아닌가요.. 소인이야말로 귀한 시간 내주시고 봐주셔서 감사드릴 뿐이옵니다
다음편도 너무 짧지 않게 준비해올터이니 오늘밤도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4년 전
독자2
아악ㅠㅠㅠㅠㅠ이번화도 너무 잘 읽고 갑니다 작가님!!
4년 전
소휘
이번화도 재밌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아악!!! 👍👍
4년 전
독자3
ㅁ쳐따리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이렇게 훅 설레는 글를 써주시단여ㅠㅠㅠㅠㅠㅠ 정국이랑,,,헤헤햏 정국이가 알아버렸는데 너무 좋아하쟈나여 머ㅓ야뭐야ㅜ전덩국 뭐야뭐야ㅠㅠㅠㅠ 귀여워ㅜㅠㅠ 그리고 지미니 정색하고 냉망개 될꺼 생각하니까 너어어어무 귀여워요 작가님 글 항상 몽글몽글 기분 참 좋아져요 다음 글 도 기다리겠습니다!
연휴 잘 보내세요

4년 전
소휘
정국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저도 쓰면서 정국이...헤헿..귀여워...(코쓱) 이러면서 봤습니다ㅠㅠㅠ 지민이가 질투하는 모습도 상상하니 너무 귀여워어어엉어엉엉ㅠㅠㅠ 제 글을 읽고 기분이 좋아지다니, 그 말을 듣는 제가 더 몽글몽글거리며 기분이 좋아집니다ㅎㅎㅎㅎㅎㅎㅎ 다음 글도 최대한 빨리 들고올 수 있도록 열심히 찌고 있겠습니다!! 따뜻한 연휴 보내세요💜
4년 전
비회원191.223
흑ㅜ 글 올려주셔서 넘 고마워요ㅎㅎ 기다렸어요ㅜㅜ
4년 전
소휘
기다렸다니ㅠㅠ 너무 많이 기다리게 만든건 아닌가싶네요ㅠㅠㅠ 죄송해요ㅠㅠ 그리고 기다려주셔서 너무 고마워요ㅎㅎㅎ 늦은 새벽에 글 남기지만 오늘도 화이팅하세요!!💜
4년 전
독자4
슨생님 담편은 안 올라오나요ㅠㅠ 기다리고 이써요...💜
3년 전
소휘
제가 조만간 담편들구 오겠습니다!😢 요즘 슬럼프때문에 다음글이 도저히 안써지더라구요 흑흑...어떻게든 머리 쥐어짜낼려고 정주행하고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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