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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이준혁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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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 자꾸 삭제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이번엔 제대로 올라갔기를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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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화. 시작은 위태롭고 끈적하게.





비가 장마처럼 쏟아지는 날이었다. 오전에 화창했던 날씨가 거짓이라고 약 올리듯 어두컴컴한 밤이 되니 길고 굵은 장대비가 세차게 내리던 그런 날. 호텔 카르페디엠의 입구로 미끄러지듯 들어서는 매끈한 검은 세단이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멈춰 섰다. 뒷좌석의 문이 열리며 새카만 하이힐이 바닥을 딛자 가뿐한 몸놀림을 선보이며 가슴까지 오는 긴 웨이브 헤어의 여성이 차에서 내렸다.




“퇴근해도 좋아요.”




운전석에 있는 늙은 중년의 남자에게 도도한 표정으로 손짓하던 여성은 열린 차문을 닫을 생각도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또각또각 로비로 들어섰다. 입구에서부터 로비 프론트까지 쭉 이어져 있는 새빨간 카펫이 마치 영화제 레드카펫을 연상케 할 만큼 독보적인 미모의 그녀가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주위에선 아찔한 걸음걸이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니, 아찔한 스커트 길이 때문에.




“높은 곳에도 잡아놨어.”




어깨선을 타고 내려온 머리칼을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기며 프론트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아진 지배인님 오셨습니까.”




갓 입사한 것으로 알고 있는 신참 벨보이가 끌고 가던 캐리어를 멈춘 채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꽤 단정하고 바르게 생긴 얼굴과 표정이 썩 귀여워 아진이는 걷던 걸음을 멈췄다.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모여들었다. 대놓고 보는 자들도 있었고, 은근은근 훔쳐보는 시선도 있었다.




“미쳤다고 이렇게 입고 출근을 했을까, 내가?”




생글생글 눈웃음을 장착한 아진이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슬쩍 시선을 내려 왼쪽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보니 이름처럼 단정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 최 한 솔 ]


발음하기도 귀여운 이름에 시선을 한 번 보내던 아진이는 살짝 손을 뻗어 한솔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고는 다독이다 멀어졌다.




“그럼 수고해.”




걸어가는 걸음걸이가 아찔하다. 이미 익숙해진 하이힐은 더욱 경쾌한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 앞에 우뚝 걸음을 멈췄다. 기다리는 것이 딱 질색인 그녀를 알아차린 것도 아닐 텐데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 안. 통유리로 되어 있어 서울의 야경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새빨간 그녀가 호텔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지금 시간은 막 밤 12시를 넘어서 깊고, 짙지만 화려한 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띵 - !


경쾌한 도착 음이 울리며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이미 익숙한 듯 우측으로 꺾어 걸어가던 그녀는 어깨에 멘 작은 퀼팅백에서 보석으로 장식된 휴대폰을 꺼내 들어 가장 최근 통화한 목록의 맨 위 번호를 꾹 눌렀다.




- 어디야?




단 한 번의 신호음이 들리자마자 수화기를 타고 넘어오던 녀석의 목소리. 그다지 낮지도, 그렇다고 높은 음역대도 아닌 음성이 들리자 훤히 파여 맨살을 훤히 보이던 등을 타고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김태형.”




하지만, 그것도 잠깐. 또각또각 걷는 걸음에 속도를 늦추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몇 호라고?”

- 1705호




카랑카랑하지도, 그렇다고 쏘아붙이지도 않던 억양이 다시 한 번 되물었다. 얌전한 몸짓으로 눈동자만 빠르게 굴리던 아진이는 가까워지는 룸 번호에 옅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나 카드키 안 받아왔어.”

- 열려 있어. 몸만 와.




실제로 거리가 가까워지니 미세한 틈 사이로 은은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음이 보였다. 하여간, 귀찮게 하네. 귓가에 대었던 핸드폰을 떼 통화종료 버튼을 연속으로 눌렀다. 살짝 숙인 고개를 들며 핸드폰을 쥐고 있던 오른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아 살짝 힘주어 밀었다.




“문을 열어주면 되지 뭘 들어오라ㄱ……!”




순간이었다.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왼손을 홱! 낚아채는 무언의 손길에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빠르게 이끌려갔다. 덜컹. 끌려가던 반동에 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상태. 이성과 감성의 괴리감에 중심에 서 있듯 아진이는 한 남자에 의해 벽에 등을 붙인 채 아슬아슬한 자세로 기대어 있었다. 등을 타고 흐르는 찌르르한 고통보다 코끝을 찌르는 그녀가 좋아하는 향수 냄새에 잠시 심취되어 느린 움직임으로 눈꺼풀을 감았다 뜨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하아, 김태형.”




또박또박. 세 글자로 이루어진 제 이름이 불려 지니 태형은 꼭 움켜잡은 그녀의 왼쪽 손가락 사이사이에 제 손가락을 차분하게 끼워 맞췄다.




“나 등이 좀 시린데.”




여유 있던 다른 손으론 도망가지 못하도록 잘록하게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그녀의 허리를 옭아매며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세게 당기지 않아도 이끌려질 만큼 가녀린 몸짓에 이미 코앞까지 와 있는 태형의 고개가 살짝 비뚜름히 틀어졌다.





“나 보여준다고 예쁘게 하고 온 거야?”

“뭐, 착각은 자유니까?”




오늘따라 깔끔하고 센스 있게 이마를 드러낸 외모가 유독 잘나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려나.


아진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덧붙였다. 가녀리지만 강단 있어 뵈는 어깻짓에 들끓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입가 언저리에서 닿을 듯 말 듯 조곤히 입술을 열던 태형은 그녀의 오른쪽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럼 어디로 갈까.”




감사하게도 등허리, 가슴 라인까지 깊게 파인 원피스를 입고 온 여신의 목덜미에 연실 입을 맞췄다.




“소파?”




촉. 가볍고 경쾌하지만 꽤나 민망할 수 있는 소리가 그의 잇새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오늘따라 자신이 선물해준 향수를 뿌리고 왔는지 강하게 자극하는 살 냄새에 정신이 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침대?”




꼭 잡은 왼쪽 손을 아진이 머리위로 천천히 올리며 비틀었던 고개의 방향을 바꾸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틀던 태형이 살짝 장난스럽게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를 아프게 않게 깨물었다.




“하아.”




일순간 터져 나온 그녀의 야살스런 신음소리에 그의 온 신경이 마비된 것만 같았다. 오로지 청각 하나만 제 기능을 하는 듯 가쁘게 내쉬던 숨소리, 가늘게 떨리던 야한 소리에 허리 둘렀던 그의 손끝이 지분거리며 허리 라인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아니면, 욕실?”




끈덕지게 건드리는 태형의 손길에 그녀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맨 살을 여실히 드러내던 등을 따라 차가운 냉기가 스며들었지만 금세 지워버릴 만큼 뜨거운 열기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골라봐.”




제 품에 갇혀 몸을 베베 꼬던 아진이의 모습에 오히려 정신을 잃을 것 같았던 것은 태형 본인이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항상 이리 마주할 때마다 처음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오묘함 탓일까. 깍지를 끼워 고정시켰던 손가락을 조심히 풀던 그의 손길은 부드러운 살결을 미끄러지든 내려오다 자연스럽게 차가운 벽에 붙어 있는 그녀의 등 뒤로 향했다.




“아, 잠깐만.”




결박당했던 손이 풀려나자 자연스레 제게로 딱 달라붙어 있던 그의 양쪽 어깨위로 손을 얹었다. 등에서부터 퍼지던 냉기가 어느 새 야릇하게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던 그 손길에 또 다시 전율이 일었다.




“아, 잠, 잠깐만 김태형.”




목 언저리에 옅게 흔적을 남기던 태형의 얼굴이 천천히 내려갔다.




“전, 흐하, 태형.”




아주 느리게, 서서히 입술로 길을 만들어 내듯 말캉하게 건드리며 가녀린 몸이 부서질 듯 힘주어 끌어안았다.


놓칠 수 없는 향기, 코끝에서 번지는 촉감, 눈을 떠도 감아도 보이는 새빨간 나만의 여신.




“아흐.”

“보고, 싶었어.”




아진이 정신없이 달뜬 숨을 몰아쉬니 간헐적으로 끊겨 들리던 숨소리와 함께 격한 감정에 휩싸인 그의 말문이 터졌다. 태형도 본능에 정신을 지배당해서였는지 이따금씩 불규칙적인 숨이 단어와 단어 사이에 따라붙었다.




“만지고 싶었어.”




갈구하던 마음이 구체화되어 그의 이성을 좀먹어갔다. 차분함이란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선, 아니, 적어도 아진을 보던 태형의 두 눈과 생각에선 차분함이란 단어가 애초에 없는 단어처럼 보였다.







“안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

“아흐.”




항상 이런 식이었다. 아진이에게 있어서 태형은 저 아니면 안 되는 남자라는 것이 눈에 선명하게 보일만큼 그 어떤 누구보다 자신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잠, 잠깐만.”




그의 행동을 저지해보겠다고 어깨에 얹은 손에 힘을 조금 더 세게 주니 그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진이 품에 엉겨 붙어있던 태형의 눈가가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크고 부드러운 손으로 그녀의 등을 쓰다듬던 손길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워, 태형야.”




그 스치는 손길이 야릇하고 간지러워 몸을 파르르 떨던 아진이 달뜬 미열 스민 목소리로 애처롭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아.”




골반 근처까지 내려가던 손이 멈춤과 동시에 품에 밀착되어 있던 태형의 시선이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구부정했던 허리를 바로 펴며 스스로도 힘들었는지 두 팔을 뻗어 아진을 그 안에 가둔 채 벽을 지탱하며 기대듯 섰다.




“하아, 하아, 나 숨 좀 쉬자.”




정신없던 그 찰나의 시간이 지났다. 후끈 달라 올랐던 방 안의 열기가 조금 식어갈 즈음. 주위를 돌려보면 그녀의 어깨에 메고 있던 퀼팅백이며 핸드폰은 어느 새 바닥으로 추락에 나뒹굴고 있었다.


벌써부터 지쳤는지 차가운 것도 잊은 채 벽에 비스듬히 기대 있던 아진이는 그의 양쪽 어깨를 꽉 움켜 앉은 손에서 조심히 힘을 풀었다.




“나 죽일 거야?”

“이아진.”




살짝 풀린 눈으로 목소리에 힘을 주어 되물었지만 금세 차분하게 변한 표정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아진이 푸스스 웃으며 대꾸했다.




“왜요.”



“나 좀 안아줘.”




오롯이 닿던 시선이 들어섰을 때부터 잡아먹을 것만 같이 갈구하던 느낌에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변질되었다. 순식간에, 찰나의 순간에. 아진이는 물끄러미 그 시선을 마주해 보다가 그의 어깨에 얹은 손을 거두며 자세를 고쳐 바로 섰다.




“있다가.”

“지금.”

“비와서 끈적거려.”

“상관없어.”

“아, 난 싫다고.”




금세 표독스런 눈길로 변한 아진이 태형을 쏘아보며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바닥에 떨어진 퀼팅백과 휴대폰을 주워 침대로 향했다. 아슬아슬 위태롭던 하이힐을 벗어 침대 헤드에 기대앉던 아진이는 수차례 와있던 메시지를 무심하게 흘려보다 침대 옆 협탁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살짝 이마를 드러낸 태형의 외모를 보다 시선을 천천히 발끝까지 내리고 있자니 오늘따라 핏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검은 수트를 입은 그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 무슨 일 있었나?


시선을 느낀 태형이 저벅저벅 걸음을 옮겨 비워져 있던 아진이의 옆자리에 등을 보이며 걸터앉았다.




“그래서 이사장님,”




아진이는 태형의 감정을 잘 다룰 줄 알았다. 한없이 저를 탐할 땐 야수와 같던 남자가 한 번 세게 말했다고 등을 보이고 앉아 있다니. 그 모습이 또 퍽 귀엽게 보이던 그녀는 살짝 손을 뻗어 그의 와이셔츠 옷자락을 조심히 움켜잡아 톡톡- 건드렸다.




“오늘 병원에 출근은 하셨고?”

“브리핑까지 다 듣고 왔어.”

“우와, 완전 착하다.”




그 행동 때문인지 태형은 금세 또 비워져 있던 아진이의 옆자리에 온전히 몸을 올려 앉아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잡아먹을 듯 더듬거리고 갈구할 땐 언제로 또 이렇게 달라진 모습에 여전히 적응이 안 되곤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우리 태형.”




옆에 기대앉은 그의 볼을 콕콕 찌르며 아이 다루듯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니 잠시 심각했던 그의 표정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모습에 매번 색다른 느낌이 들곤 했다.


물끄러미 저를 바라보던 태형의 모습에 가벼운 어깻짓과 함께 시선을 떼지 않으니 그가 다시 슬그머니 그녀의 손을 포개어 잡았다.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미치겠다.”

“미치시면 어떡해.”




푸스스 웃으며 말하던 그의 모습이 여간 섹시해보여 이번엔 아진이 먼저 잡아오던 그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깍지를 끼웠다.




“미친 남자랑은 싫은데.”




멀리 보이던 샹들리에가 보이지 않았다. 서서히 제 위로 다가온 태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진이는 맞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천천히 목 언저리에 꼭 묶여 자리 잡고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잡아당겨 조심히 풀어냈다.




“그래도 나한테 미친 거니까 용서해줄게.”




역시 그 누구보다 태형을 잘 다룰 수 있는 여자였다. 천하의 김태형을 속수무책으로 밀려나 패배감을 맛보게 할 땐 언제고, 또 다시 끌어당겨 정신없게 만들 수 있는 능력 있는 여자.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당당한 여자.


쭈욱- 당겨져 풀어진 넥타이에 다시 한 번 태형의 이성의 끈 역시 느슨해졌다. 천천히 다가온 그가 틈을 더욱 좁혀 코랄 빛으로 빛나던 아진이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비집고 들어오던 묵직함이 또 다시 그를 안달 나게 만들었다. 달뜬 숨이 두 사람을 중점으로 방 가장자리까지 널리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좀.”




숨결을 앗아가는 것에 급급하던 태형과 맞물린 입술을 살짝 뗀 아진이 불규칙적인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조금만, 천천히.”




빨리 안고 싶다. 그래야만 안정이 되는 자신이 한심했지만 그래도 갖고 싶게 안달 나는 여자임엔 확실했다. 항상 급급한 자신을 다독일 줄 아는 아진이의 목소리는 언제가 탐하고 싶게 만들다가도 복종하게 되는 힘이 있었다.


Drrrrrrrrrrrrr -


정신없이 숨결을 뺏고, 빼앗기던 와중에 시끄럽게 울리던 진동 소리.




“어?”




아진이는 고개를 돌려 제 휴대폰의 액정화면이 빛나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뻗었다. 시선이 엇갈렸지만 그 찰나의 순간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던 태형은 천천히 고개를 틀어 길고 얇은 체인으로 된 귀걸이를 낀 귓가에 입을 맞추었다.


뻗은 손아귀에 잡힌 액정화면을 들여다본 순간 아진이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자기다.”




일순간 태형의 움직임이 멈췄다. 거칠게 내뱉던 숨도, 갈구하는 정신도 모두. 아진이는 그에게 등을 돌려 갇혀 있던 품 아래에서 빠져나왔다.




“응, 자기야.”

- 촬영 들어가기 전 짬나서 전화했어.




수화기를 타고 넘어온 간만에 들린 익숙한 목소리 탓일까. 정국의 목소리가 피곤에 찌들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활기찬 목소리에 절로 기분이 좋아 아진이 생글생글 웃고 있을 때였다.




“아, 아하.”




등 뒤에서부터 앞으로 감아오는 부드럽지만 꽤나 거친 손길에 화들짝 놀란 아진이 자칫 손에 힘이 풀려 핸드폰으로 떨어뜨릴 뻔했다.




- 아진아? 말이 왜 끊겨서 들리지? 밖이야?

“응? 아, 해, 핸드폰, 이, 고장 났나봐.”




정국의 반응에, 갑작스런 손길에 깜짝 놀란 아진이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있을 때에도 태형은 그녀의 온 몸을 크고 거칠게 감싸 안아 있는 힘껏 제게로 끌어당겼다.




“흐, 흐으.”




순간적인 움직임에 비명이 나올 뻔한 걸 꾹 참아내니 거친 숨소리가 잇새 사이로 새어나왔다. 목 뒷덜미를 타고 차분히 낙인을 찍어 내려가는 말캉한 느낌에 등허리를 타고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흐아.”

- 아진아?

“자기야. 잠깐, 만.”




끌어안던 그의 손이 온전하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피아노를 연주하 듯 침대 옆 스탠드 불빛에 드러난 쇄골을 가볍게 쓸었다.




“내, 내가 다시 할게.”




부드럽지만 야릇하게 닿던 감촉에 말까지 더듬던 아진이는 다급히 통화종료 버튼을 눌러 정국의 목소리를 끊어냈다. 손아귀에서 벗어나 듯 내려놓은 핸드폰은 움찔거리던 움직임 탓에 새하얀 침대시트가 쓸리며 기어코 바닥으로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울렸다.




“아, 잠깐.”




뒤에서부터 감싸 안은 손길이 아진이의 정신을 가지고 놀 듯 사정없이 지분거렸다. 평소보다 더욱 거친 손놀림에 깜짝 놀란 아진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너 진짜 계속 이럴 거…… 아!”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녀의 등 뒤에 밀착해 있던 태형은 금세 아진이의 위로 올라타 제 아래로 가두며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두 팔을 꽉 움켜잡아 결박 시키던 탓에 기분 나쁜 통증이 번지던 아진이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짤막한 비명을 터뜨렸다.







“나랑 있을 땐.”




쏘아보는 것도, 그렇다고 애원하는 것도 아닌 처절한 태형의 표정에 일그러진 인상이 서서히 펴졌다.




“나한테 집중하라고.”




바들바들 떨리던 움직임에 감정이 실렸는지 저를 보는 눈빛에서 숨통이 조여져오는 것이 느껴졌다.




“전정국 그 새끼 없는데도.”




아진도, 태형도 그 누구보다.




“내가 두 번째인 거.”




무엇보다 잘 알고 있었다.







“죽기보다 싫다고.”




지금 이 관계 자체가 비정상적이란 것쯤은.














안녕하세요, 스리 입니다.


드디어 오랜 시간 갈고 닦으며 준비했던 호우주의보 0화가 오픈 되었습니다.


원래 고수위 이나, 약수위로 조정해서 올릴 것 같습니다.


비정상적인 관계임을 알면서도 매달리는 김태형 X 이아진 X 전정국 세 남녀의 이야기 입니다!


제가 써왔던 모든 글을 통틀어서 호우주의보 속 김태형 캐릭터는 제 인생 캐릭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착이 큽니다.


그러니 등장인물에 대한 비방은 일절 받지 않겠습니다. 그저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이루어 지는 아슬아슬한 이야기를 같이 보고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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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72.238
미치겟으니까 얼른 1화주세요
내목숨살려내요작가님!!!

4년 전
독자1
고수위도 좋아요><♥작가님 이거 왠지 레전드 될 것 같은 느낌.... (주섬주섬) 신알신 꾹~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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