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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도 말했듯이 사람들은 날 보고 쿨한 성격이라고 한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칼단발을 하고 학교에 갔을 때도 이시영이 더 차가워 보인다면서 " 여태까지 본 머리 중에 제일 잘 어울리는 머리 스타일 " 이라 했다.

칭찬이 맞는지 헷갈렸다. " 칭찬이야; " 내 아니꼬운 표정에 눈으로 욕하지 말라며 덧붙인 말을 듣고 칭찬인 걸 알았다. 냉한 분위기가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자르고서야 알았다. 이게 다 김정우 때문이지만.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이상형에서 정반대인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이 사실인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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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시무룩

김정우

동스청, 이동혁

수학여행을 간 적이 있다.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일정 중 하나가 놀이공원이었다. 사람은 많았고, 더웠다.

그 시절엔, 아니. 그래봤자 3년 전이지만. 하여튼 지금처럼 김정우와 항상 함께였던 건 아니었다.

롤러코스터 중에서도 특히나 인기가 많았던 기구였다. 그 덕에 줄이 길었다. 그 줄 속에 서있는 익숙한 얼굴을 봤다. 짧은 머리를 한 채 허공을 보는 김정우는 특유의 풋풋함이 느껴졌었다. 따로 서있던 게 분명한데 김정우는 가까이 있었다.

키는 지금보다 작았지만 분위기를 잊을 수 없었다. 폭풍 성장의 예로 김정우를 들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사이에서 김정우만 보이던 순간부터 나는 가랑비에 맞지 않게 씌워주는 우산처럼, 비가 와도 우산의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처럼. 익숙하게 그리고 나도 모르게 다시 스며든 거 같다. 10살이던 내게 처음으로 사랑을 선물해주던 김정우를 볼 때처럼.

" 쟤 너 친구 아니야? " 중학생 때의 이시영은 김정우와 초면이었다. " 말 안 걸어? "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은 다른 친구의 말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김정우의 인기는 변하지 않았다.

" 응. 안 걸어. "

왜? 미련 가득 담은 말투로 말하는 친구에게 오늘은 아는척하기 싫다는 말로 무마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문질렀다. " 이상형? 굳이 고르자면 단발? " 이 순간에도 과거의 대화가 떠오르는 내가 참 대단했다.

" 너 설마.. 김정우 좋아해?? "

중1 때, 운동장 벤치에서 피크닉을 쪼륵 빨던 이시영이 손에 힘을 줘 음료가 이리저리 튀었다. 포기란 없던 이시영은 꼬치꼬치 캐물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답도 하기 전에 종이 쳤다는 핑계로 교실로 도망 올 수 있었다. 그래봤자 같은 반이지만.

그래도 종이 친 건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긍정이든 부정이든 했을 테니까. 그 이후로 이시영은 묻지 않았다. 그런데 은근히 김정우와 나를 붙어있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3학년이 올라가기 전 겨울방학, 구성혁이 내게 고백했다.

중2 때 김정우를 좋아한다 고백해오던 친구가 있었다. 점심을 먹다 말고 볼을 붉히며 수줍게 말한 친구는 내게 대놓고 부탁했다. " 준희, 너 정우랑 친하지..?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 " 솔직히 말하면 몇 초 정적이 이어졌다.

숟가락을 내려놓는 내 태도에 이시영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보니 부정을 하지 않았으니 김정우에게 마음이 있다 생각하고 있었단다.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2초도 걸리지 않았다.

" 미안. 도와주는 건 힘들 거 같아. "

왜 끄덕였냐고? 친한 건 사실이니까.

" 대신에 김정우랑 자주 있어 볼게. "

점점 차가워지던 공기는 내 말에 다시 원상복구됐다. 결국 둘은 잘 안됐지만. 다른 학교로 흩어진 덕에 이 얘기는 다시 할 필요 없어졌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이시영이 말했다. 내가 그렇게 말함으로써 김정우에게 마음이 없단 게 확실해졌다고. " 나 완전 바보 아냐? " 응. 너 바보 맞아. 김정우한테 마음 있으니까. 그것도 지독하게.

아, 맞다. 동스청이 다음 달에 대회가 있다고 한 게 문득 떠올랐다. 벌써 D-17 정도가 남았다고 김정우가 말했다. 시간 빠르다. 그 덕에 동스청이 학교에 나오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김정우가 보러 갈 거냐고 물어보는데 대답을 망설였다. 김정우는 백퍼 보러 갈 텐데. 나도 가야 하나.

" 동스청? 우리 반 양궁? "

고민하던 찰나에 김여린이 의문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저번에 같이 교실에서 놀았으면서 기억을 못 하는 게 신기했다. " 아아, 사람 많으면 기억 안 나. " 김정우가 어, 동스청 하며 김여린을 쳐다봤다. 지금 생각하면 저 말은 거짓인 거 같았다.

" 대회 3주 뒤 맞지? 나도 가는데. "

표정이 확 밝아진 김정우가 진심? 하고 되물었다. 응. 같이 가실? 김정우는 희미하지만 더 들뜬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나도.. 오라 했는데 안 가면 예의가 아니잖아. "

동방예의지국에서 예의를 안 지키는 건 예의가 아니다.

뜬금없는 나의 합석에도 김정우는 그냥 웃었다. 오던가. 김여린이랑 가는 거 자체가 그렇게 기쁜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평소 같으면 들떠서 웬일이냐고 몇 시까지 어쩌고 하고 제안했을 텐데. 아무리 사람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지만 속상한 감정이 들었다. 나도 이런 내가 어색하다. 차라리 기회가 왔을 때 잡았어야 했을까. 이시영에게 솔직히 말하는 게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김정우를 싫어해버릴까. 지은 죄는 없지만 이유 없이 싫어하는 방법은 있었다. 그러나 이유 없이 싫어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유를 만들기로 했다. 극단적이었지만.

우선, 김정우는 말을 자주 했다. 조잘조잘 말하는 미성의 목소리는 계속 듣고 싶었다. 아, 아, 이게 아닌데..

다시, 김정우는 오지랖이 있었다. 근데 그게 친한 사람 한정이었다. 그리고 김정우는 어릴 때부터 나를 자주 챙겨줬다. 아..

또 있다. 김정우는 따뜻했다. 말로 따뜻하게 할 줄 알았고, 행동으로 시원하게 할 줄 알았다. 공과 사도 확실했다. 아아.... 모르겠다..

김정우를 앞에 두고 싫어하는 이유를 찾으려니 계속 실패했다. 이렇게까지 실패의 연속을 겪는 건 처음이었다. 중학생 때 가창 시험도 이렇게 망치지 않았던 거 같은데.

" 왜? "

8년째 성공하지 못했다. 저 천진난만한 표정조차 좋았다. 김정우를 싫어하는 방법 같은 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몇 번째인지 모를 인정만 한다. 김정우를 좋아한다.

" 앞은 보고 다니는 거죠? "

고요하던 인도에는 이동혁의 웃음소리만이 들려왔다. 정신없이 웃던 이동혁은 굳어가는 내 얼굴을 본 건지 다시 표정관리를 했다.

" .. 괜찮아요? " " 어. " 내 뒤를 따라오는 이동혁은 내가 화난 줄 알고 보폭을 줄이려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그냥 내가 쪽팔려서라는 건 모르는듯했다. 하 씨.. 민망하다. 왜 하필이면 이동혁 앞에서 넘어지고 지랄이야.

" 시준희 선배님? 선배! "

" 거기서 말해. "

아니, 왜 계속 가까이 와. 결국 이동혁은 내가 쪽팔려서라는 걸 인지했는지 다시 정신없이 웃었다. " 그만해라. " 싸늘해진 목소리에 다시 웃음을 그쳤지만.

" 떡볶이 먹고 갈래요? 이시영이 떡볶이 사들고 오라는데. "

앞서 말하자면 이시영도 함께 가다가 과외인 걸 까먹었다고 중간에 빠진 탓에 둘이 가게 된 상황이었다. 어떻게 동생인 이동혁도 모르냐.

원래라면 김정우도 같이 여야 하는데.. 갑자기 김여린을 따라 야자하고 가겠다고 해서 결국 놀러 가자던 계획은 완전히 파투 났다.

그래서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뒤를 돌아 이동혁에게 긍정의 표시를 보였다. 이시영. 어이없다.

' 시티 분식. '

응?.. 간판을 보자 또다시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예전부터 김정우와 둘이 자주 가던 분식집이었다. 근데 사람이 많이 몰려오는 곳은 아니었다.

" 네가 여길 어떻게 알아? "

" 여기, 이시영이 자주 오는 곳인데? "

" ..? "

" 요. "

저번부터 느낀 건데 이시영보다 이동혁이 더 이해가 안 됐다. 또 은근슬쩍 반말이었다. 누나라고 안 하고 선배라고 하면서도 은근히 말을 놓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 죽어도 호칭은 안 바꾼다. 어쩌라는 거야.

저 생각은 뒤로하고. 이시영이 이 분식집을 알고 있다는 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김정우, 이시영, 나 이렇게 셋이 친해지고 나서 딱 한 번 와본 적이 있으니까. 그냥 새삼 이시영과 이동혁이 남매긴 남매구나 하는 걸 한 번 더 깨달은 정도?

" 아- 여긴 치즈떡볶이인데. "

이 선배 뭘 모르시네. 이동혁이 메뉴판을 보다 날 이상한 눈빛으로 보며 따졌다. 김정우도 여기 올 때마다 치즈떡볶이에 치즈김밥에 온통 치즈만을 시켜서 나랑 자주 싸웠었는데.

" 이모-! 여기 치즈떡볶이 2인분에 치즈김밥 2개. 그리고 순대 2개! 주세요. 아 순대에 간 많이 아시죠~? "

다른 곳이라면 퇴짜 먹었을 서비스라 불리는 추가 주문도 여기선 통했다. 소름 끼치게 김정우와 입맛이 같았다. 아니면 보통 사람들이 저 정도는 기본인 건가..?

" 누나, 간 먹어요? "

" 어.. 조금? "

" 오케이, 안 먹으면 나 줘요. 개이득. "

언제 또 누나로 바뀐 건지.. " 아, 선배 먹을 거면 말고. " 다시 선배로 바뀐 호칭이었다. 저걸 철벽이라 해야 해. 물렁하다 해야 해. 밀당이라 해야 해..? 이젠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 여린 선배 번호 맞아요? "

" 맞다니까. "

" 형이니까 믿어요. 오늘 연락해볼게여. "

" 꼭 친해져서 고백해~. "

" 쑥스럽게 왜 그러세요. "

명찰 색이 다른 학생 둘이었다. 노란색 명찰을 단 남자가 먼저 말했다. 다음으로 파란색 명찰을 단 남자가 말했다. 서로 주고받다가 마지막엔 파란색 명찰을 단 남자가 앞에 있는 남자의 어깨를 손으로 툭 치고 계단을 내려갔다.

' 여린? 아, 그 노래 부르던 누나 말하는 건가? '

그곳에 둘 말고도 다른 학생이 있다는 건 동혁만 알았다. 그 다른 학생이 동혁이니까.

옥상 계단에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나. 나머지 학생이 내려가자 중얼거렸다.

- 김여린 누나 번호 맞죠? -

- 누구세요. -

- 저 1학년 7반 오성혁이라고 하는데요 ! -

- 혹시 연락하는 거 괜찮나요..? -

- 죄송한데,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

- 아.. 그럼 안 되나여.. -

- 네. -

- 그래도 ! 다시 생각해주세요. 그럼 연락 기다릴게요. - 1

끈질긴 상대에 여린은 인상을 찌푸렸다. 옆에서 정우가 미간 피라며 뭐라 했지만 " 정우야. 내 맘이야. " 하고 철벽 쳤다. 사라지지 않는 1 이었다. 이유는 여린의 차단 덕이었다. 오성혁.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더군다나 연하는 관심이 없었기에 더더욱. 그리고 여린이 관심 있는 상대는

" 헐. 동스청! 겁나 오랜만이다. "

따로 있었다.

정우의 시선이 여린을 따라 그에게 닿았다.

4화 중간에 '작년에는 김정우랑 나랑 엮어서 난리더니...' 이 부분을 '예전에는 김정우랑 나랑...' 로 수정하겠습니다! 참고해주세요 !~!

💚💚

첫글과 막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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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글] [김정우] Return to Love 上  4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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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태일] 20200202 <-> 20200202  1  1개월 전

공지사항
· 안녕하세요! 공지입니다!  1개월 전
 
독자1
정주행 하고 왔어요 이걸 지금에서야 보다니 나자신 반성해라 ..... 너무 잼써요.... 흑흐고흑 정우야 사랑한다 ...
•••답글
독자2
아흐흐흐흙. ㅜㅜㅜㅜㅜㅜㅜ 미치겠어요ㅠ 어떻게 흘러갈지ㅜㅜ 너무 기대되요ㅠㅠ
•••답글
독자3
다음편.. 엄버합니다🥺
•••답글
독자4
윽 이번편도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기대되고 여린이는 동스청 좋아하나봐요 ,,아이구 많이 꼬였네요 ㅠㅠㅠㅠ잘보고가요 ❣️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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