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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도 8년이면 아무것도 아닌 짝사랑이다. 얼마나 더 좋아한다 외치면 알아줄까. 아니, 그 애가 아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친 적이 없다.

" 김정우가 너 좋아했으면 좋겠지. "

아니.

" 그럼, 나랑 사귀어. "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 이걸 고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정우] 첫사랑은 시무룩 6 | 인스티즈

첫사랑은 시무룩

김정우

동스청 이동혁

퍼즐의 모서리 부분은 시작의 시작이었다. 거길 맞추고 나서야 본격적인 퍼즐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 응. "

계속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다. 말을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차라리 김정우가 대놓고 말을 한다면 마음이 편해질 거 같았다.

" 나 김여린 좋아해. "

어리석은 짝사랑은 또 다른 어리석음을 가져왔다.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신경을 건드려 화나게 했다. 웃겼다. 혼자 저지르고 혼자 화내는 꼴이.

간접적인 것보다 직접적인 게 더 잘 어울렸다. 김정우가 아프면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또 김정우가 신나면 몰래 웃기도 했다. 음침하다면 음침한 행동이었다. 뒤에서 몰래. 내게 몰래는 음침했다.

" 누나. 뭐 해요? "

이동혁이었다. 또 이동혁이다. 하필 이동혁이다.

" 울어요? "

몰래 울고 있던 내 앞에 서있는 건 이동혁이었다.

" 김여린 인기 많다. "

" 그걸 이제야 안 거? "

" 1학년 후배가 개인적으로 연락했었대. "

" 그래서 뭐. 부러워? "

확고한 대답을 들었음에도 모른척했다. 몰라. 나는 모르는 거야. 김정우가 하던 말이 다시 한 번 생각났다. '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

" 아니~. 근데 걔도 이상하다. 번호 알아내는 거. "

" 이거 설마 질투..? "

그래, 김정우 말이 다 맞다. 틀린 말 하나 없다. 오직 서로가 다른 말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 그럼 고백해. 답답한 새끼야. "

괜한 화풀이는 내가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내뱉은 직접적이면서도 무모한 말이 얼마나 최악의 상황을 몰고 올 수 있는지. 그때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 정우 형 때문이에요? "

이 모든 상황 이후에 터진 게 쪽팔릴 겨를도 없었다. 심장이 차게 식는 거 같았다. 심장 대신 핏줄이 터질 듯 뛰었다. 절대 아무도 모를 거라고. 그날 옥상에서의 실수는 오늘의 실수를 가져왔다.

' 오늘도 컨디션 저조? '

' 실수라고 쳐요. '

" 누나가 김정우 보는 시선이. 날 보는 거 같아서요. "

울고 있던 내 앞에 서있는 건 몰래 울고 있는 이동혁이었다.

생각보다 조용한 경기장은 내레이션이 나오자 더 고요해졌다. 집중을 담은 침묵이었다. "동스청 선수, 입장합니다." 앞으로 몇 걸음 나와 꾸벅 인사한 동스청은 활을 들었다.

"10점!" "또 10점입니다." "금에 맞았네요. 저건 엑스 텐인가요?"

무거워 보이는 활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화살은 명중률이 뛰어났다. 연달아 최고점을 맞추는 동스청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다음 선수가 9점을 쏘면 10점을 쏘는 동스청이었다. 양궁은 잘 몰라도 잘한다는 거 하나는 알았다. 쟤 좀 멋있지 않아? 김여린이 말했다.

시선을 동스청에게서 떼지 않았다. 김정우가 동스청을 보다가 다시 김여린을 봤다. " 그러게. " 얼핏 보면 웃긴 광경이었다. 활을 쏘는 동스청. 그런 그를 바라보는 김여린. 그리고 김여린을 좋아하는 김정우. 그들을 지켜보는 나. 마치 카메라가 된 거 같았다. 나만 빠지면 완벽한 스토리가 될 거 같은 광경이었다.

인생이 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적어도 김여린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내 예상에 없었다.

김정우의 표정이 나와 같지 않기를 바란다.

" 봤어? "

" 응. 잘하더라."

동스청 원래 유명해. 김정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잘생긴 외모 덕인 줄 알았는데 이런 깊은 뜻이 있었다는 걸 오늘 알았다.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양궁 선수 중에서도 이름 알린 입장이 동스청이었다.

" 학교에선 조용하더니. 의외다."

" 동스청이 조용한 게 아니라. 안 나와서 모르는 거겠지."

" 토 달지 마."

" 내가 뭐."

됐다, 너랑 싸우는 거 입만 아파. 이상한 정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무 말이나 해 본 건데 김정우가 반박했다. 왜 나한테 화풀이야.

동스청도 이런 우리의 분위기가 이상했는지 " 먼저 가봐야 해서. " 이런 말로 자리를 피했다. " 아, 와줘서 고마워."

[김정우] 첫사랑은 시무룩 6 | 인스티즈

빨간 불이다. 신호등 앞에 서 있는 김정우가 보였다. " 정우야. " 들리지 않는지 폰만 내려다본다. " 정우야. " 계속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폰에서 시선을 뗀 눈이 앞을 향했다. 의도치 않게 마주친 눈이었다. 손을 흔들었다. 마주 흔들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 좋아해. "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고백이었다. 초록불로 바뀌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오는 김정우였다.

" 왜 인사 안 받아줘. "

' 좋아해. ' 입모양으로도 속삭일 수 없는 단어가. " 시준희? 왜 그래. " 슬펐다.

" 아니야. 너네 집 비었지. "

"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

" 없다고. 하여튼 비었지? "

" .. 어. 비었지. "

그럼 가자.

편한 사이. 편한 사이 중에서도 제일 편한 사이.

단둘이서 집에 놀러 가도 되는 사이. " 진짜 무슨 일 없는 거지? " 그런데도 비밀이 존재하는 사이. " 응. "

건조해 보이는 말투로 대답했다. 정작 속은 정리가 안된 채로 엉망진창임에도.

" 김정우~.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며? "

이시영의 입방정을 틀어막아주고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뭘 듣고 왔는지 신나가지고 김정우에게 말했다. 처음엔 당황한 티를 내더니 무던히 표정을 바꿔 말했다. " 누가 그러는데? " 나 아니니까 그렇게 보지 마라.

" 어쩐지 김여린 볼 때마다.. 읍..! 야! "

" 조용히 해.... "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헷갈렸다. 애들 다 있는 앞에서 대놓고 말하면 눈치채는 거 한순간이라는 거 모르니. 이시영이 내 손 등을 때렸다. 아프다고!

제일 얄미운 건 중간에서 내가 이러든 말든 관심 없어 하는 김정우였다. 마냥 재밌는지 우리를 쳐다봤다. ' 잘했어. ' 입모양으로 속삭이는 건 덤이었다. 머리 좋은 놈.

" 안녕하세요. 누나. "

'오성혁' 명찰에 쓰인 이름이었다. 여린이 뒷걸음질을 했다. " 저, 사실 같은 동아리였는데.. " 성혁이 소심하게 말을 했다.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깨달은 여린이 끄덕였다.

" 그럼.. 이제 저 아는 거잖아요. 그렇죠? "

다시 여린이 끄덕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망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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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공지입니다!  1개월 전
 
독자1
잘 봤습니다 넘 재밌어용ㅜㅜ
•••답글
독자2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하고 갑니다ㅠㅠㅜㅠ 너무 재밌어요퓨ㅠㅠㅠㅠ 계속 기다려지네요ㅠㅠ😭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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