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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연기였던 건지 구별이 영 안 갔다. 입은 웃는데 눈가는 왠지 촉촉하다. 눈동자가 충혈 됐는데 말끝마다 웃어제낀다. 제대로 미쳤다.




나와 윤기가 간 이후로 셋이 대충 결혼식에서 끼니를 떼우곤 곧장 술집으로 갔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따로 저녁을 먹고 합류하겠다고 하니, 대뜸 벌써 2차란다. 때문에 옷도 못 갈아입고 곧바로 태형의 집으로 와버렸다. 도착했을땐, 셋이서 술집에서 마셨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세 병은 비운 상태였다. 평균 한 병 씩 마셨겠지만 그 증상은 제각각이다. 조증 온 호석과는 다르게 정국은 볼은 발그레했지만 정신은 말짱했고, 태형은 마신 티도 안 났다.


















"야 너 이제 솔직히 말해봐. 전남친이 결혼하니까 어떠냐?"




"짜증나. 내가 먼저 했어야 됐는데."




"퍽이나! 상대도 없으면서."




"응 너나 잘하세요."




"응 벌써 너보다 잘함."




"씨발 싸울래?"




"쳐봐! 쳐봐!"














들어오자마자 로그인샷이라며 꾸역꾸역 술을 매겨서 인지, 나는 한시간도 안 돼서 벌써 알코올의 노예였다. 그리고 그걸 알아차린 호석은 나한테 쉬지 않고 스무고개 공격을 하는 중이었다.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면 뭐 속마음토크나 하고 말텐데 미친놈이 취해서 아주 처웃는게 거의 비웃는 것처럼 보인다. 염병. 세상에 좋은 주사는 없다. 내가 진짜 싸울듯이 몸을 들이밀자 옆에 있던 정국이 개 훈련 시키듯 날 막았다. 한 잔 마시고 진정하라며 뻔뻔하게 또 내 술잔을 채웠다. 이쯤 되니 얘도 이게 주사인가 싶다.




자꾸 타켓 당하니 슬슬 열 받아서 그런지, 점점 더웠다. 아까도 덥다고 하도 투덜대서 태형이 에어컨을 켜줬는데도 말이다. 원래 술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너무 더워서 볼이 화끈거렸다. 입은 옷은 체온을 더 극대화 시켰다. 살이 쪘는지 작년엔 널널하던 원피스가 이제는 껴서 질식사할 것 같다.
















"됐고. 나 집 가서 옷 좀 갈아입고 올게."


















그래서 해결책으로 현관으로 향했다. 어차피 내 자취방이나 김태형 집이나 걸어서 고작 오분 거리라 금방 뛰어갔다 오면 됐다.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내 앞에 앉아있던 놈도 딸려나오는 거다.




뭐야.


















"넌 왜 와?"




"나도 편의점 좀 들리게."


















윤기가 자신의 핸드폰을 뒷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무심코 말했다. 내가 구두를 신으니 그도 현관에서 자신의 로퍼를 구겨 신었다. 그 광경에 벌써 호석은 실눈을 뜨며 째리는 중이었다. 여전히 웃음은 훤한 채로.


















"너네 또 토끼면 뒤진다 진짜."




"토끼긴 뭘 토껴. 다 사정이 있었다니까 참."




"이기적인 새끼들..."




"술 더 사올 테니까 잠자코 있어."














나 대신 윤기가 답을 하며 문 밖으로 내 등을 떠밀었다. 그 이후로 호석도 분명 또 뭐라고 대꾸를 한 것 같지만, 음악 소리에 현저히 묻혔다. 문이 닫히자 오로지 밤 공기만 요란했다. 대충 오늘따라 유난히 신난 호석이 뒷담이나 하며 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편의점을 지나쳤는데도 윤기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편의점 여긴데?"




"집까지 같이 가줄게. 밤 길 위험해."




"언제는 밤 길이 날 무서워한다며. 이중인격이냐?"




"그니까. 밤 길이 위험하다고. 너 감시해야지."


















얘는 정말. 내가 시비 걸 때마다 할 말을 미리 다 생각 해놓는 것 같다. 한번도 말로 진 적이 없다. 얘가 내 자식이었다면 엄마한테 따박따박 말대꾸하지 말라며 잔소리나 했을 것이지만, 하필이면 우린 친구라서 나는 매번 얘한테 지고 설득 당할 뿐이다. 항상 일리 있게 말한다. 가벼운 대화라도 나보다 한 치 앞에 서서 내 생각을 읽는 듯하다. 그래서 곧이곧대로 얘기해주지 않아도 윤기는 알았다. 그래서 편했다. 때론 자존심때메 솔직하지 못할 때에도 얘는 내 표정만 봐도 아니까. 사실 지금도, 거리의 가로등이 고장나서 골목이 꽤 무서웠다. 오분거리라 눈 질끈 감고 그냥 뛰어갔다 올라 그랬는데 얘가 같이 있으니 걸음이 느긋해졌다. 그리고 그는 그 깜빡거리는 불빛 아래로, 다 아는 것처럼 웃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금세 집 앞이었다. 나는 열쇠를 돌리다 말고 답답하게 잠긴 셔츠와 빳빳한 바지를 입은 그를 쳐다봤다. 얘도 옷이 불편하겠네.


















"너도 갈아입을래? 남자옷 몇개 있는데."




"나 참. 이번엔 누구꺼냐."




"이제영 껀가. 기억이 안 나네."




"참 대단하다 너도. 좀 돌려주고 그래라."




"지들이 까먹고 안 가지러 오는 거지 뭐. 난 돌려달라하면 준다고."


















지적하는 입과는 다르게 벌써 그의 발은 내 자취방 안이었다.



남녀칠세부동석 뭐라뭐라 하지만, 딱히 우리 사이에선 이상한 광경은 아니었다. 이미 중학생때부터 동석을 한 수가 손가락은 물론이요 발가락까지 총동원해도 모자랐다. 이건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었다. 내 자취방에 발을 들이지 않은 놈은 없었다. 물론 그 안에서 한다는 불순한 짓은 술 마시거나 전자담배 피거나 그뿐이고. 자기 집 열쇠를 잊어먹어 잘 때가 없을때 재워주는 것도 별 일 아니었고 벌레가 나와 잡아 달라고 해서 오는 것도 거의 일상에 가까웠다. 우린 밤과 술이 있어도, 심지어 거기에 밀폐된 공간에다가 침대까지 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질 않을 우정이었다.




윤기는 들어오자마자 내 침대에 철퍼덕 누웠다. 나름대로 정리한 건데, 내 옷장을 보면서 있지도 않는 시어머니 뺨치게 잔소리를 퍼붓는 중이었다. 좀 정리 좀 하면서 살아라, 어떻게 옷이 어딨는지 찾냐, 저러다 벌레 나오겠다, 등등 목소리는 무관심 그 자체면서 내용은 오지랖이 넘쳤다. 얘는 놀러올때마다 늘 이 사단을 냈다. 이쯤이면 얘도 익숙해졌을 만도 한데 생긴 것과는 달리 좀 깔끔한 편이라 그런지 아주 진저리가 나나 보다. 보기만 해도 몸이 가렵다나 뭐래나. 내가 겨우 찾아낸 전남친의 옷을 건네니, 그걸 쓰레기 집듯이 오직 검지와 엄지로만 집는다.


















"빨긴 했냐?"




"했을걸?"




"피부병 걸리는 거 아냐?"




"치. 병원값 내줄게."


















그가 투덜거리면서 탈의를 시작할 때쯤, 겨우 발굴한 츄리닝도 던져줬다. 궁시렁대면서도 꾸역꾸역 입기는 한다. 저럴거면 그냥 닥치고 입던가. 잠시 내 옷을 찾으려고 뒤돈 사이에 이미 그는 다 환복을 마친 상태였다. 새내기때 사귀었던 전남친이 이제부터 자고 갈 날도 많을 테니 자신의 잠옷이 될 거라며 두고간 옷이다. 이제야 확실히 기억났다. 이제영. 김태형 고등학교 동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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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72.238
급전개ㅜ대찬성!!!!!!!!!!
저도 좋아요 작가님 ㅠㅠㅠㅠ
어후 여기 분위기가 후끈후끈해서 좋으네요
오늘 찜질은 여기서 하구가야겠네^ㅁ^
잘읽었습니다!!!

•••답글
독자1
와우 급전개 너무 좋아요ㅠㅠㅠㅠ잘봤습니다... 마지막에 너무 놀랬어요....다음편 너무 기대됩니당
•••답글
독자2
와아 작가님의 취향 너무 좋네요 네... 급 전개 너무 환영하고요 굳이 태형이 아니더라도 다른 친구들과의 급 전개도 환영합니다.. (?)
작가님의 필력도 대단하시네요.. 제가 지금 탄이들 노래 들으면서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원래 한 번에 두 가지를 못하는 성격이라
읽다가 보면 어느새 탄이들 노래 따라 부르고 있던 저라서 몇 번 다시 보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님의 글은 그런 거 없이 진짜 딱 브금처럼 흐르는 탄이들 노래가 자연스레 뒤로 가고 글만 보여 순식간에 읽어내려왔습니다.
한마디로 작가님 재미있습니다... 네네.. 벌써 어남땡은 정해진 것인가요? 혹시 모르니 윤기도 예의 주시해야겠습니다.
다음 화도 기대됩니다^^

•••답글
독자3
와우 예상못한 급전개인데~~ 막상 글을 읽을 때는 급전개라고 인식도 못했었네요
그냥 두근두근하면서 읽은 것 같아요
작가니 취향 너무 좋아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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