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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몽 (虛 夢)

w. 봉구스


















--05--



















민규는 차오르는 숨을 고르는 것도 잊은 채 제 눈에 보이는 것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굉음과 함께 꺼지지 않고 여전히 울리는 비상벨.

함께 훈련을 하다 나온 석민이 민규의 뒤를 곧 따라왔고 주변을 살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쪽은 연구실, 한쪽은 전멸한 상태. 검은 연기가 점점 연구실 전체를 잡아먹으려는 듯 범위를 넓혀갔다.

가까스로 전멸을 피한 다른 연구실 사람들이 혼비백산으로 뛰어나왔다. 콜록콜록- 소리가 귀를 아프게 하는 비상벨과 함께 섞여 들렸다.



"여주…."


"여주 찾아야 해."



많은 인파들 속에서 민규는 별안간 정신을 차렸다. 

정한의 지시 이후 블랙스톤에 대해 빠짐없이 조사하느라 연구실에 박혀있던, 오늘도 꼼짝 않고 있었을 여주를 찾아야 했다.

정신없이 연구실 사람들을 대피시키던 석민이 민규가 읊조린 말을 듣고 한 연구원에게 물었다.




"혹시 김여주 못 봤어요?"

"그게... 같은 연구실에 계셨긴 한데…."

"어디예요?"

"5 연구실입니다."




연구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규는 점차 덮쳐가는 불길과 연기 속으로 겁도 없이 뛰어들었다. 석민은 그 연구원의 등을 떠민 후 민규를 쫓았다. 

감정적인 민규가 무모하게 앞뒤 안 가리고 뛰어가는 것도 화가 났고 혹여나 여주가 잘못됐을까 봐 걱정도 됐다. 이 폭발이 고의적인 것이라면 만에 하나 있을 반대편 사람의 존재 여부까지도.

복잡한 감정은 결국 석민이 스스로 짓이긴 입술에 핏방울을 맺히게 했다. 




"김여주!"




모두들 정신없이 급한 불을 끄며 남아있는 사람들의 생사를 확인했다. 자욱한 연기 뒤로 누군가가 있는지 살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저만치 앞서갔던 민규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리고 곧 누군가를 등에 업고 나왔다. 연신 기침을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등에 업힌 존재를 확인한 후 짧은 숨을 내쉰 석민이 민규의 뒤를 받혀주었다.




"얼른 의무실로 가."




하필 정한이 부재 중일 때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심적으로는 킬러들의 짓임이 분명한데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석민은 파괴된 곳을 응시했다. 검은 구름들은 석민을 겁먹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현장에 나가며 여러 번 겪었던 킬러와의 충돌에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섬뜩한 기분이 등을 자꾸만 떠미는 기분이 들었다.

침을 꼴깍 삼킨 석민은 상황을 수습하러 밑에서 더 내려온 사람들에게 맡긴 후 민규의 뒤를 따랐다.

연기 속 흐릿한 실루엣은 차마 눈치채지 못한 채.




흐릿한 실루엣은 누구도 눈치 못 챌 만큼 아른아른하다 점점 진정되는 상황 속에 모습을 감췄다.

이 모든 상황을 다 봤을 실루엣은 한참 떨어져 있는 곳에서 자신이 쓰던 방독면을 벗었다. 그는 당황스러운 듯, 하지만 어딘가는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이었다.

땀범벅이 되어 젖은 앞머리를 탈탈 털며 그는 읊조렸다.


"찾았다."라고.
















허몽

W.봉구스

























"정한이 형, 여기."

"여주 괜찮아?"

밖에서 업무를 보다 소식을 듣고 급하게 들어온 정한을 발견한 민규가 그간의 상황 설명을 했다. 석민이 주는 물을 연신 마신 후 겨우 진정된 사람 치고는 침착했다.



"저 다친 곳 없어요, 괜찮아요."

"그래, 다행이다."



매번 침착하게 굴었던 정한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어디에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뻔히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필연적으로 킬러들과 부딪혀야만 하는 때가 온 것이라, 정한은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을 빨리 끝내려면 어찌 됐든 빨리 블랙스톤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다. 



"여기서 뭐 발견된 사람은 없었고?"

"수습요원한테 보고 들은 걸로는 없었어요."

"바깥 CCTV 영상은?"


절레절레, 석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CCTV는 이미 그들이 손을 쓴 뒤였다. 정한은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한차례 쓸어내렸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저를 쳐다보는 눈길들에 정한은 가슴이 턱 막혔다.

부담은 결국 회피를 낳았다.




"일단 연구실 수습부터 하고 차근히 생각해 보자."

"킬러들은 여기서 안 멈출 거예요. 알죠?"
"…누군가를 찾고 있다고 했어, 그때."

"네? 누구요?"

"저번에 현장 나갔을 때 킬러 한 명을 마주친 적이 있었어."

"최한솔은 아닐 테고. 맨날 같이 나와 있는 사람 말하는 거예요, 혹시?"

"응. 그 사람은 우리를 다 아는 것 같아. 처음 보는데 내 이름이랑 능력을 다 알고 있었어."



여주는 침대에서 일어나 반쯤 타버린 자신의 가운을 꼭 쥐었다. 누군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모니터 너머로 항상 한 프레임에 걸려 보이던 그 사람.

불현듯 아예 불타버린 연구실 속 자신이 숨겨놓은 것이 떠올랐다.



"제가 알아볼게요."

"일단 며칠 좀 쉬어. 놀랐을 텐데."

"회의부터 한 번 여시죠."



석민과 민규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서로의 얼굴만 감상했다. 마주보던 두 시선은 이내 한 얼굴로 향했다.

보고할 것이 있구나, 정한은 자신의 핸드폰을 뒤적거리며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던 여주를 가만히 지켜봤다. 찰나의 고민을 했던 미간이 곧 펴졌다.




"1시간 뒤에 모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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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구스
너무 늦게 왔는데 분량도 양심 없어서 이번 얘기는 구독료가 없습니다.
저 짧은 글을 쓰는 데도 뭐가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현생이 어마무시하네요...ㅠㅠ
봐주셨던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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