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톱스타는 날 좋아해
W.1억
샵에서 메이크업도 받고, 드레스도 입고 시상식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왔어?"
오늘도 여전히 너무 잘생긴 주지훈에 헉 하고 놀랄 뿐이다. 같은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둘의 대화는 별로 오고 가지 않았다.
뭔가 아는 사이기는 한데 되게 어색한... 나한테는 아직 너무 너무 대선배 느낌이 강해서....
"시상식은 처음이겠네."
"네!? 아, 네!....저!! 아이돌분들 이렇게 많은 것도 처음이라서 되게 떨리구요... 관객들도 엄청 많고..."
"대본 받았어?"
"아, 넵!...."
"너무 떨지 말고. mc들은 긴장하면 엄청 티나."
"…네!"
"드레스 예쁘네."
"아, 감사합니다...!"
사실은 드레스 입은 게 너무 어색해서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몰랐는데. 예쁘다고 무심하게 말해주고선 핸드폰을 보시기에 나는 그래도 조금은 자신감이 붙었다.
우리는 특별 mc라서 레드카펫에 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매니저 언니의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스타일리스트 분의 손길을 받고 있던 주지훈이 내게 말한다.
"한참 막 아이돌 좋아할 때 아닌가?"
"어... 아이돌은 학생 때 많이 좋아했어요!... 샤이니... 좋아했었구요..."
"그래? 지금은 좋아하는 연예인 없어?"
"…음. 어.. 주지훈 선배님.."
"와 그렇게 막 그러지 말지? 진짜로 좋아하는 연예인 있으면 말해봐."
"진짜로 좋아하는 연예인이요?...."
"응."
"어..음.."
"말해도 돼. 진짜 솔직하게."
"저 하정우 선배님이요!..."
"아, 정우형 좋아해? 그럼 신과함께 봤을 때도 정우형만 보였겠네."
"네.. 에? 아니요!? 당연히 저는 하원맥에.. 하하하..."
"안 되겠네 김여을이.."
우리의 대화에 웃는 대기실에 있는 분들은 다 웃었다.
"아, 한 번 맞춰볼까?"
네? 하고 주지훈을 바라보자 대본을 가리킨다. 그럼 나도 대본을 들고서 고개를 끄덕인다.
대충 대본을 맞춰보고선 PD분이 들어와 우리에게 무대는 어떻게 올라갈 것이며, 카메라는 어떻게 될 것이며 등등을 알려주셨다.
나는 이해는 했지만 너무 어색하고 무서워서 떨었고, 주지훈은 그런 내게 말한다.
"어차피 나랑 팔짱 끼고 올라갈 거니까. 그냥 나만 따라와."
"아, 네! 감사합니다.."
한참 무대들을 다 구경했을까, 벌써 우리 차례가 다 왔다.
모니터로 구경만 하다가 이제 막 가려니까 어찌나 떨리던지.. PD가 와서 준비 해주세요~ 하면 우리는 무대 뒤에 서있는다.
대본을 한 손에 꼭 쥐고서 긴장한 듯 후- 숨을 내쉬면 주지훈이 내게 말한다.
"팔짱."
"네? 아, 네!..."
키가 한참 큰 주지훈은 내 옆에 바짝 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팔짱'이라 했고, 나는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긴장을 해서일까.. 아니면 주지훈의 얼굴을 보고 설레서일까. 팔짱을 낀 채로 한참 있으면 곧 PD가 5초 뒤에 나간다고 신호를 준다.
우리가 나가면서 웅장한 소리가 깔렸고, 함성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함성도 처음이고, 이런 무대도 처음이라 너무 긴장이 됐다.
마이크 앞에 서자마자 팔짱을 풀고서 주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안녕하세요. 주지훈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여을입니다."
긴장한 나를 힐끔 본 주지훈이 잘했다는 듯 웃어주는데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주지훈의 목소리가 무대를 울렸다.
"무대나 수상자 분들 모두가 역대급이신 것 같습니다. 그쵸 여을씨?"
"네!..저도 무대를 보는 내내 가슴이 떨렸는데요.. 그게 음악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 맞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음악만이 가진 힘이 아닐까요?"
"네. 케이팝은 우리 나라를 소개하는 걸 넘어서 문화 그 이상의 힘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예, 이제 새로운 문화를 창조 해낸 골든디스크어워즈 디지털음원부분 대상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먼저 아티스트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먼저 전달 하고 싶습니다."
대본을 읽고 있는 와중에 너무 대본만 보면 이상할까봐 앞을 한 번 봤다... 그러다 내가 쳐야 할 대사를 놓쳐버려서 멍하니 주지훈을 보았더니 주지훈이 대신 내 대사를 쳐주었다.
너무 당황스럽고 그래서 손을 떨려왔다.
"대중들이 가장 많이 사랑한, 단 한장의 골든 디스크 과연 그 주인공은 누가 될지 투표 해주시죠..!"
"제 35회 골든디스크어워즈 음반부문대상 영광의 이름은?"
"……."
"오늘 여을씨가 예쁘게 하고 오셨는데. 여을씨가 불러주시죠."
분명 대본에는 없는 대사였다. 나도 모르게 주지훈을 멍때리며 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이유씨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스태프분들이 나에게는 꽃다발.. 주지훈에게는 트로피를 건네주었다. 무대 위로 올라오는 아이유를 보고 떨려서 한참 쳐다보고 있었다.
먼저 내가 꽃다발을 건네주고, 주지훈이 트로피를 건네준다. 우리는 아이유의 수상소감을 들으며 조금 뒤로 빠져있었고.. 주지훈이 나를 보더니 내 어깨를 한 번 토닥여주며 말한다.
"잘했어."
대기실에 오자마자 우리는 짐을 챙겼다. 그럼 나는 주지훈에게 말한다.
"아까 진짜 감사했습니다..!"
"어떤 거?"
"아까 제가 실수 했는데.."
"그랬나?? 난 모르겠는데."
"네?..."
"고생했어."
"네! 고생하셨습니다..!"
얼결에 주지훈과 나는 같이 퇴근을 했고, 주차장도 같았다.
주지훈의 팬들은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선물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팬들은
"어! 김여을이다! 언니 예뻐요!!"
나에게 팬이라고 했다. 그럼 나는 감사합니다- 하고 감격할 뿐이다.
주지훈과 내 차는 바로 옆에 붙어있었다. 주지훈이 차에 타면서 조심스레 내게 말을 걸었다.
"여을씨."
"네??"
"아니다. 다음에 또 볼 수 있음 보자. 오늘 진짜 고생 많이 했다."
"…아, 넵!!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진짜 예뻐."
"선배님도 엄청 멋지세요! 늘 멋지셨지만..."
"ㅋㅋㅋ참나.. 간다~"
"네!!"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는 또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아, 나쁜 뜻으로 말고...
[어제 시상식 MC였더라~ ㅎㅎ 잘 봤어~ 어제 너무 예쁘던데? 이제 여을씨 대스타네!]
아중 여신님에게서 온 카톡에 감격하고....
- 감사합니다!!! ㅠㅠ선배님이.. 카톡을 보내주시다뇨...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먼저 보냈어야 했는데요...!
[아니야 ㅎㅎ 아, 여을씨 혹시 오늘 스케줄 있어?]
- 아니요! 오늘은 아무 일도 없어요!
[그럼 나랑 밥 먹을래? (이모티콘)]
여신님의 데이트 신청이다... 감히.. 나 따위가.. 여신님에게...말이다.....
콜을 하고선 씻고 나와서는 인터넷 기사를 보았다. 나와 주지훈이 같이 서있는 사진.. 팔짱을 낀 사진.. 왠지 모르게 계속 심장이 떨려왔다.
"진짜 잘생기긴 진짜 잘생기셨어.."
내 대사 아무렇지않게 쳐주는 거랑.. 팔짱 끼라고 했던 거랑..
"근데 정말 긴장 한 거 하나도 모르겠던데. 무대랑 너무 잘 어울렸어."
"아, 정말요 ㅠㅠㅠㅠ? 진짜 너무 과찬이셔서.... 저 말고 선배님이 하셨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니야,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난 오히려 여을씨가 해줘서 반응이 더 좋았다고 생각해!"
"감사합니다..."
같이 파스타를 먹으러 오긴 했는데. 모두가 다 우리를 쳐다봤다. 혹시나 진짜 김아중이겠어~ 하는 사람들과 몰래 사진을 찍는 사람들....
룸 자리로 들어가서 메뉴를 고르는데 왜 이렇게 많이 고르나 했더니..
"어... 이걸 다 드실 수 있으세요....!?"
"응?"
내 말에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려고 할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어,왔어?"
"여을씨 안녕- 시켰어?"
주지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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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