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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어쩌다 로맨스 08 | 인스티즈


어쩌다 로맨스
w.챼리




나는 쿨하게 인정 해 버리기로 했다.

요 며칠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였다. 처음에는 장장 4년 동안 내 마음 어딘가에 숨어있던 그리움 따위의 감정이 튀어나온 거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엔 단순히 오랜만에 보는 김태형이 원래도 잘생겼었는데 더 잘생겨져서 나타나서(심지어 몸도 좀 좋아져서) 단순히 외모에 끌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태형이 권민기를 때리고, 찾아가 울던 나를 달래줬던 날, 주저앉아 우는 나를 껴안아줬을 때, 내 손을 잡고 집까지 데려다 주었을 때, 돌아가기 전 다정하게 내 머릴 쓰다듬었을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김태형이 좋다. 이건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여주. 어디 아파? 또 얼굴이 빨개.”




그리고 그걸 깨닫고 인정한 이후, 나는 김태형과의 만남이 못 견디게 불편해졌다. 어차피 좋아한다고 고백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김태형은 나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 뻔했고, 감정이 있다고 치더라도 깨졌다가 붙은 커플이 오래 갈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괜히 고백 했다가 결국에는 이도 저도 아닌 사이가 되느냐, 아니면 지금처럼 친구로라도 지내느냐, 둘 중에서 저울질을 한다면 나는 무조건 후자였다. 

하지만 내 몸의 자연적인 반응, 이를테면 볼이나 귀 같이 김태형만 보면 빨개지는 것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덕분에 최근 이주 동안 김태형에게 어디 아프냐는 말을 정확하게 열 일곱 번이나 들어야 했다.




“더워서 그래….”




나는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엉덩이를 살짝 떼 김태형과 조금 떨어져 앉았다. 같이 공부를 하자고 하기에 카페에 왔는데 김태형이 맞은 편이 아니라 옆 자리에 앉는 바람에 로션 냄새라든가 체취같은 게 너무 잘 맡아져서 몹시 괴로웠다. 김태형의 품에 안겼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맞다, 권민기 휴학 했대.”
“응. 들었어.”
“다행이다. 괜히 너랑 마주칠까봐 걱정했는데.”




김태형은 그렇게 말하며 내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고개를 돌리니 테이블 위에 턱을 괴고있던 김태형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는 게 보였다. 나는 입을 헤 벌리고 그걸 보다가 하마터면 침을 흘릴 뻔 했다. 스읍 바람을 빨아들이고 고개를 다시 돌리니 옆에서 김태형이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중간고사까지 끝난 시점에서 권민기는 결국 휴학을 했다. 전치 2주가 나왔지만 김태형을 신고 한다거나 하면서 난리를 치지도 않았다. 다행히 본인이 잘못을 했다는 것도 알고, 쪽도 팔리긴 한 모양이었다. 대신에 입원비를 포함한 병원비 전부를 김태형이 대줬다고 했다. 모아뒀던 알바비를 거의 다 썼다며 웃어보이는 김태형에게 반절만이라도 내가 내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단호했다. 꼭 이번 일이 아니었더라도 평소에 한 번쯤 패주고 싶었다면서.

아무리 상대방이 먼저 잘못을 했다지만, 사람을 기절할 정도로 팼으니 혹시라도 소문이 나쁘게 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권민기와 함께 다니던 무리의 동기들은 내게 와 사과를 하기도 했다. 평소에도 네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런 저급한 소릴 했었다며, 진작에 말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은근히 권민기와 자신들을 구분 지으려 하는 동기들에게 듣고만 있던 너네도 똑같은 놈들이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더는 말도 섞고 싶지 않아 그냥 괜찮다고 했다. 박지민은 요즘 성희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냐며 대자보라도 쓰라고 나를 달달 볶았지만 내게는 그럴 여력도 없었다. 그저 권민기가 눈에 보이지 않고, 사건도 이만저만하게 마무리 되었으니 그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래 진짜 문제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발생하는 법이다.




“아. 얘 자꾸 연락오네.”




김태형이 난감하단 표정으로 핸드폰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까부터 계속 울리던 김태형의 핸드폰을 내내 신경쓰고 있던 나는 누굴 말하는지 알면서 괜히 누군데? 하고 물었다. 




“지난번에 내 핸드폰 주워줬던 애.”




그러니까, 김태형은 이게 문제였다. 겨우 핸드폰 좀 주워다 준 사람도 저절로 2세의 이름까지 상상해보게 만드는 저 얼굴이 진짜 문제란 말이다. 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김태형은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다. 외모로 따지자면 내가 지금까지 봤던 사람들 중에서 단연 최고였고, 그건 다른 사람들 눈에도 그런 모양이었다. 학교 커뮤니티에 잊을만 하면 올라오는 건 물론이고 일주일에 꼭 한 두번은 지나가던 사람이 전화번호를 물었다.

권민기와의 사건이 있던 날, 김태형의 핸드폰을 주워주었다던 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그 날 내가 정국이와 함께 봤던 그 여자. 다행히 당시에 내가 오해했던 것 처럼 김태형과 뭔가 썸씽이 있는 건 아니었고, 김태형 말로는 핸드폰을 가져다 준대서 나갔는데 제 상처를 보더니 대뜸 얼굴로 손을 뻗길래 피했다고 했다. 손이 저절로 가는 얼굴이긴 하지. 그 와중에 웃기게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냥 차단하면 되잖아.”
“차단은 좀… 그래도 핸드폰 찾아줬는데.”
“그게 뭐.”
“내 거 아이폰이라 갖다 팔았으면 꽁돈 벌었을텐데 돌려 준 거잖아.”




마음 같아서는 이 답답한 놈아 핸드폰 좀 찾아다 준 게 뭐 대수라고 이러냐 하면서 김태형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고 싶었지만 내가 이 상황에서 너무 극대노하는 것도 웃겨서 그냥 입을 앙 다물었다. 사실 김태형한테 이런 식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는 걸 진즉에 알아서 평소였으면 그냥 넘겼을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좀 신경이 쓰였다. 지금 김태형을 난감하게 만드는 여자가 하필이면, 이민하, 행정학과 신입생, aka 행정학과 여신… 이기 때문이었다. 김태형이 전혀 관심이 없어보이는 건 참으로 다행인 일이긴 했지만 관심도 없으면서 이렇게 답답하게 구니까 더 어이가 없는 거였다.




“야. 반대로 너 같으면 안 돌려 줬을거야?”
“돌려줬겠지.”
“거 봐. 돌려주는 게 당연한거야. 갖다 파는게 당연한 게 아니라.”
“아무튼. 아, 그냥 한 번 만나서 얘기할까.”




김태형은 그렇게 말하면서 엄지 손가락으로 핸드폰 액정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안돼!! 라고 소리치면서 부러 관심도 없다는 표정을 하고 물었다.




“만나서 뭘 어쩌게?”
“연락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말해야지.”
“야. 차단하는 것보다 그게 더 상처일 듯.”




흠. 그런가. 김태형이 다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응. 그러니까 제발 만나지 마. 그냥 차단해. 차단해. 제발 차단해. 마음 속으로 그렇게 기도했다. 하늘이 내 기도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태형은 뭔가 결심한 듯 핸드폰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으면서 그랬다.




“그래도 만나서 잘 달래는 게 최선인 것 같아. 앞으로 학교에서 마주칠 수도 있는데 그냥 차단해 버리긴 좀 그래.”




그래 하늘이 교회도 절도 안 다니는 내 기도를 들어 줄 리가 없지……. 

마음 약한 천사 김태형은 결국 그 여자애를 만나러 가고, 나는 카페에 혼자 남아 초코 케익을 퍼 먹으며 하릴없이 김태형을 기다렸다. 명목상 공부를 하러 온 거긴 했지만, 공부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몇 시간 뒤에 카페로 돌아온 김태형은 얘기가 잘 됐냐는 내 말에 이마를 긁으며 고개를 양 옆으로 저었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지만 내색 않고 무슨 얘길 했냐고 물었더니, 오빠는 일단 여자를 만날 마음이 없고, 복학 한 지 얼마 안 돼서 공부도 해야하고, 알바도 해야하고, 그래서 시간도 없고… 어쩌고 저쩌고 했더니 갑자기 주저 앉아서 울더라는 것이었다. 나와 사귈 때에도 유독 눈물에 약했던 김태형은, 몇 번만 더 만나달라는 말에 결국 알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진짜… 뒤집어지게 열 받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 날 이후로 김태형은 종종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몇 시간 뒤에 다시 나타나고 그랬다. 같이 뭘 할 때에도 누구랑 연락을 주고 받는다든가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나는 그 새 그 여자랑 썸이라도 타는 건가 싶어서, 실연 당한 사람처럼 이별 노래를 들으면서 혼자 조금 울고 그랬다. 하지만 김태형에게 그 여자에 대해 직접 물어보지는 못 했다.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든 간에 전혀 듣고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행인 건 그 여자와는 주로 밝을 때 만나 밝을 때 헤어진다는 거였다. 




적어도 오늘 까지는 그랬다.




“김태형은 어딨어?”




오랜만에 술을 마시자고 애들을 모았는데 분명 온다고 했던 김태형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자리에 앉으면서 김태형의 행방을 묻자 핸드폰으로 축구 영상을 보고있던 정국이가 건조 먹태를 씹으면서 대답했다.




“형 걔 만나러 갔어여.”
“누구?”
“핸드폰 걔여.”
“이 시간에?”
“둘이 오늘 술 마신대여. 형 말로는 찐막이라던데.”




맨날 말은 찐막이라고 하는데 오늘도 결국 못 끊어낼 듯여. 라며 뭐가 재밌다고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웃는 정국이의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원래 온다고 했던 걸 보면 이게 선약이었던 것 같은데, 선약을 무르고 갈 만큼 그 여자애가 중요해졌나 생각하니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심지어 못 온다고 연락도 안 한 게 진짜 어이가 없는 거였다.

내가 말 없이 소주를 흡입하듯이 마시자 눈치 빠른 박지민이 무슨 일 있냐고 물었다. 무슨 일이 있긴 한데 말할 수도 없고 답답하고 짜증나서 대답도 안 하고 계속 소주만 마셔댔다. 처음에 좀 말리던 박지민은 내가 혼자 두 병을 비우자 슬슬 화가 나는지 신경도 안 쓰고 싶다는 표정으로 나를 등지고 앉았다. 거의 한 시간도 안 돼서 두 병을 비운 나는 거의 만취 상태였다. 내가 느끼기에 정신은 참 말짱한 것 같은데 몸은 축 늘어지는 상태였다. 나를 등지고 앉은 박지민이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으르렁 거렸다.




“야. 적당히 해라. 진짜.”
“니가 몬 상과니야.”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 되겠어.







 술 기운에 판단이 좀 흐려지긴 했지만 나는 제멋대로 기울어지는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말했다.




“김태녕은 어디 있대?”
“김태녕 뭔데…. 걔 아마 비어퐁.”
“우리 2차로 거기 가자. 구경하러.”
“굳이?”
“재밌짜나.”
“너 근데 더 마실 수는 있어?”
“오늘 사족이 쫌 마니 달리네.”




내 말에 혀를 한 번 쯧 찬 박지민이 나를 잡아 일으켰다. 그래, 가자. 하고 나를 쳐다보는 박지민의 눈이 내게 한심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순간 박지민은 내가 김태형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버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에 어쩐지 민망해져 다시 가지 말자고 할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 사이에 계산을 하고 온 정국이가 박지민의 반대편에서 나를 붙잡았다. 우리가 먹고있던 술집과 김태형이 있다던 비어퐁은 걸어서 겨우 3분 거리였는데, 내 걸음이 느려서인지 가는 데 10분이나 걸렸다. 가는 중에 박지민이 욕도 몇 번 했지만 그런 건 들리지도 않을 만큼 내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막상 오긴 왔는데, 다른 여자와 있는 김태형을 보는 게 두려웠다.

비어퐁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살짝 튀어나온 턱에 발이 걸리는 바람에 한 차례 넘어질뻔 한 위기를 겪은 나는 요란스럽게 폴짝 폴짝 뛰어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일으킨 소란에 안에 몇 없던 사람들이 내 쪽을 쳐다봤고, 그 중에는 당연히, 김태형도 있었다. 조금 놀란 표정을 한 김태형이 입모양으로 뭐야? 했다. 나는 보고도 못 본 척 하고 기본 안주로 나온 강냉이를 한움큼 집어 입에 넣었다.

김태형이 앉은 테이블과 썩 가까운 자리는 아니었지만, 나를 등지고 앉은 여자애의 말소리가 들릴 정도는 되었다. 그 여자도 술을 꽤 마셨는지 혀가 꼬여있었다.




“오빠아… 진짜 저랑 만나면 안돼요? 제가 잘 할게요, 진짜…”
“민하야 오빠는,”




김태형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절로 아랫입술이 꽉 물렸다.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니 바로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코가 매워졌다. 박지민이 작게 으이그 등신아. 하면서 휴지를 뽑아 건냈다. 그 휴지를 받아들며 아직도 정국이가 축구 영상에 빠져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쪽팔릴 뻔 했네. 나는 김태형이 못 보게 고개를 확 돌리고 조금 삐져나온 눈물을 닦았다. 진짜 열받아 죽겠네.




“나 화장실 쫌.”




내가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비틀비틀 걷자 김태형의 시선이 날 쫓는 게 느껴졌다. 화장실에 들어온 나는 세수를 하려다가 화장을 했다는 걸 깨닫고 손에 물을 조금 뭍혀 눈에 가져다 댔다. 술이 좀 깨는 기분이었다. 한 5분 쯤 있었나, 화장실에서 나오니 김태형과 여자가 보이질 않았다.




“여자애 개 꼴아서 김태형이 집에 데려다 주러 갔어.”
“…안 물었는데에.”
“야, 김여주.”




박지민이 굳은 목소리로 날 불렀다. 내내 축구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정국이가 고개를 들고 나와 박지민을 번갈아 쳐다볼 정도였다.




“아니다. 나중에 얘기하자.”




그래, 박지민은 원체 눈치가 빠른 놈이라 어떻게든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젠 놀랍다거나 부끄럽지도 않아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속이 더부룩해 테이블에 볼을 대고 누워 조금 있었더니 갑자기 뒤에서 찬 기운이 일었다. 나는 김태형이 왔다는 걸 바로 알았지만 고개를 들지 않았다.




“어, 형. 벌써 데려다줬어?”
“응. 집이 요 근처라. 근데 여주 왜 이래? 혼자 왜 이렇게 취했어.”
“몰라. 한 시간동안 혼자 두 병 마셨어.”




박지민이 대답하는 말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분명히 졸리지는 않는데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서 눈에 힘을 줘서 빡 떠야만 겨우 앞이 보일 정도로만 뜨였다. 차가운 테이블에 볼을 대고 열을 내리려는데 김태형이 내 볼을 들어 그 밑에 제 손바닥을 대면서 자리에 앉았다. 손에서 미미한 향수냄새가 났다. 걔 만난다고 향수까지 뿌리고 나갔나보네. 허, 참. 내가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자 김태형이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나를 쳐다봤다.




“너 괜찮아?”
“아니이. 바람 쐬고 올래.”




더 앉아있다가는 김태형한테 질투가 난다고 말 해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질투가 난다고 직접적으로는 말 못 하더라도 적어도 열받아 죽겠으니까 그 기집애 좀 그만 만나라는 말 정도는 할 것 같았다. 담배를 피운다며 따라 나오겠다는 박지민의 어깨를 잡아 도로 앉히고 일어섰다.




“아무도 따라 나오지 마. 혼자 이꼬 시프니까.”




나오려다가 조금 휘청 했지만 김태형이 손으로 등을 받쳐준 덕분에 넘어지지는 않았다. 쓸데 없이 매너는 또 좋아가지고. 그 기집애한테도 이렇게 막 받쳐주고 부축해주고 다했겠지? 생각할 수록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밖으로 나와 찬 바람을 맞으니 담배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 김태형이 한 말도 있고 해서 이참에 좀 끊어볼까 했는데 역시나 그렇게 쉽게 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문 앞에 쪼그려 앉아 매고 있던 가방을 뒤져 지지난주에 샀던 담배곽을 찾아냈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자마자 마음이 평온해졌다. 필터를 잘근 잘근 씹어 캡슐을 터뜨리곤 입에 담배를 문 채로 가방에서 라이터를 찾는데 위에서 쑥 튀어나온 손이 담배를 낚아채갔다. 짜증을 내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김태형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끊으라니까.”
“……”
“여주.”




내 앞에 쪼그려 앉은 김태형이 손가락을 들어 내 볼을 톡톡 두드렸다. 볼에 닿는 느낌이 간지럽고 뜨거웠다. 나는 간절했던 담배도 뺏겼겠다, 박지민한테도 들킨 마당에 더 이상 주저하고 말고가 없었다.




“너 걔한테도 이러케 해써?”




김태형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이렇게 막 만지고, 사람 빤히 쳐다보고, 그랬냐고오.”




김태형은 곧 웃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대답했다.




“안 그랬는데.”
“그럼 나한테는 왜그래.”
“……”
“나한테도 그런 거 하지마.”
“왜?”
“너가 그러면,”
“……”
“나 떨려.”
“……”
“떨린다고오.”




나는 힘겹게 눈을 뜨고 김태형을 쳐다봤다. 김태형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순간 입을 맞추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안 돼. 그러면 안 돼 김여주. 분명 머릿속으로 뽀뽀는 안돼!! 하면서 눈을 꽉 감았는데 다시 눈을 떠보니 김태형의 놀란 눈이 보였다. 그것도 바로 내 눈 앞으로. 다시 눈을 꽉 감았다. 김태형의 체취가 코 앞에서 느껴졌다. 

내가 입을 맞추자 눈도 감지 않고 가만히 있던 김태형은 별안간 손바닥으로 내 뒤통수를 살짝 끌어당겼다. 고개를 조금 틀자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김태형의 목에 팔을 두르려는 순간, 김태형이 나를 팍 밀쳐냈다.




“그만.”
“……”
“그만해. 김여주. 너 지금… 너무 취했어.”




어색하게 허공에 떠있던 내 손이 천천히 떨어졌다. 나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김태형은 지금 무슨 표정일까. 시야가 너무 까매서 김태형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를 두고 술집 안으로 들어간 김태형이 여주 집에 간대. 박지민 니가 데려다줘. 하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내 힘들게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
이제 팍팍 좀 전개 해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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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선댓!
4년 전
독자2
후감상) 우오아아ㅏㅏ 미쳤다 ㅠㅠㅠ 여주가 질투심에 눈이 돌아갔구만요... 엄훠엄훠 태형이야 ㅠㅠㅠ왜밀어냈어 ㅠㅠㅠ엉엉 아 작가님 디스크라입하시는거 넘 잘해요 ㅠㅠㅋㅋ 김태형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고 싶었댘ㅋㅋㅋㅋㅋㅋ넘나 웃김ㅋㅋㅋㅋ하 핸드폰 주워준 여자애님은 곱게 가던길 가시길 ㅠㅠ 태형이 건드리지 말오라! 떼찌! 태형이 여주거임 ㅠㅠㅋㅋㅋ 아 작가님 오늘도 넘나 재밌게 봤어요 ! 히히 다음편 빨리 다음편보고싶드아
4년 전
독자3
허어어어어어루ㅜㅜㅠㅠㅠ머냐구우우 태형아 왜애애,,,뭔가 태형이는 술자리를 마지막으로 그 여자는 확실히 밀어냈을 것 같아요!!제발 그래야돼!!!
4년 전
독자4
태형아 왜 왜 아 여주야 원래 사랑은 어? 사람으로 잊는 거야 윤기 이용해서 잊자 윤기가 훨 나아 윤기는 이미 사회인이고 돈도 벌고 오빠고 어? 단호하고 어? 저저 김태형이는 어?
4년 전
독자5
꺄아아아아아악 다음화 진짜 너무 기대돼여..... 아 진짜 어떻게 기다리지 요새 이거 보는 맛에 살아여 작가님... 팍팍 전개돼서 둘이 빨리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ㅠㅠㅠ!!
4년 전
독자6
헐 ㅠㅠㅠㅠ다음화진짜 시급해여 ㅠㅠㅠ
4년 전
독자7
개지리는 필력
4년 전
독자8
윤기야 어딨니? 내 말 들리니?
4년 전
독자9
태형아 너도 같이 키스했는데 여기서 그만 둔다고...? 친구로 좋아하는 거 아닌데 왜 그래ㅜㅜㅜㅜ여주가 솔직해졌잖아ㅜㅜㅜㅜㅠㅠㅠㅠ
4년 전
독자10
아으 따흑!!!!!!! 아니지!!!! 아니지 이거는 아니자너 김태형이!!!!!! 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보고도 마상이
라고야 ㅜㅠㅠㅠㅠ 여주랑 잘해보라구 구냐유ㅠㅠㅠㅠㅠㅠ 윤기선배한테 가부러 그냥!!!!!!!ㅠㅠㅠㅠ우에에엥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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