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필수★ Emotional Oranges, West Coast Love )
"Let me drive you home."
("집까지 데려다 줄게.")
아까 클럽 안에서 소이가 소개했던 라크로스팀 주장이었다. 소이와 관련된 이득을 챙기려고 데려다 준다는 말을 꺼낸 게 뻔했다. 거절 대신 무표정으로 응답하다 택시를 잡으러 도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Oh, I have to give her a ride home."
("아, 그린이는 내가 데려다 주기로 해서.")
내 앞을 가로막은 건 쟈니였다. 쟈니는 이제 막 부드럽게 길가에 멈춘 리무진의 문을 열었다. Please, your Majesty. 과장되게 정중한 척을 하는 쟈니가 내 앞으로 손을 건넸다. 가볍게 그 손을 지나쳐 그의 리무진에 올라탔다. 안 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비켜줘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에 쟈니가 밖에서 차 문을 닫았다.
"Seriously? Why do you take care of her?"
("진짜? 왜 챙겨주는 거야?")
"'Cause she's Soyee's friend."
("소이 친구잖아.")
라크로스팀 주장과 얘기하면서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쟈니의 말엔 진심이 보이지 않았다. 나와 마주한 그의 눈빛이 약혼녀의 친구를 보는 눈빛은 아니었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친구의 남자친구와 잤다
교내 정원을 둘러싼 계단에 앉아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안녕, 소이 친구. 모두가 그런 식으로 인사했다. 분명 어제 파티에서 소이가 내 이름을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러 저런 식으로 인사하는 거다. 호의 반, 무시 반. 적절하게 섞은 인사는 의도가 너무 투명했으며, 내 기분을 상하게 하긴 충분했다. 차라리 예전처럼 아예 무시하던 때가 나았다.
결국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찮게 됐네, 속으로 읊조렸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귀찮은 게 많아진다. 아까 내게 인사를 한 사람 중 하나는 어제 나를 데려다준다고 했던 라크로스팀 주장이었다. 소이에게 과도하게 절친한 척을 한 그는 당연히 나를 발판 삼아 소이와 더 가까워지려는 게 목적인 듯했다. 그건 내게 아주 성가신 눈치를 줬다.
학교는 꽤 큰 주제에 공부하기 편한 공간 하나 없었다. 도서실이나 카페테리아는 죽어도 가기 싫었다. 지난번에 미니 당근 좀 먹었다고 도서실에서 주의를 받았고, 혼자서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한다며 카페테리아에서 쫓겨나듯 타박받았다. 빈 교실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녔지만 수완은 없었다.
이대로 집에 가야 하나, 본관 뒷문으로 나서는데 건물 하나가 눈에 들었다. 본관 뒤편엔 철거 예정인 별관 하나가 있었다. 혹시나 학생들이 들어가 사고라도 칠 줄 알았는지 노란 띠가 잇따라 감겨 있었다. 그런 거 안 해놔도 여기 애들은 징계 먹을까 봐 안 들어갈 텐데. 녹슨 문고리, 창문틀에 소복하게 쌓인 먼지가 그를 대변하고 있었다. 소이네 파티에서 마주친 애들한테 무시당하며 인사받을 바에야 차라리 저 먼지 구덩이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게 마음 편하겠다 싶었다.
건물을 에둘러 걷는데, 마침 좀 깨끗한 창문 하나가 있었다. 깨끗하다고 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다른 창문들에 비해 먼지가 덜 쌓여있고 덜 녹이 슨 듯 했다. 삐걱거릴 줄 알았던 창문은 생각 외로 부드럽게 열렸고, 그 안으로 넘어들어가 손을 툭툭 털었다.
"또 보네."
쟈니였다. 역시나 그의 손에 든 건 대마였다.
***
오늘은 일진이 사나운 날인가. 아침에 오늘의 사주라도 보고 나왔어야 하나. 뱉지 못 할 말들을 삼켰다. 대신 다른 단어들로 우리 사이의 공백을 채웠다.
"왜 여기 있어?"
"이 건물이 내 거니까."
"이 건물이 왜 네 건데?"
"아버지가 샀거든. 도서관을 세우겠다고."
내가 특출나게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라. 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보이며 옅은 연기를 내뱉었다. 간혹 그러는 경우가 있다고는 들었다. 제 아이를 '잘 봐달라'는 의미에서의 기부 릴레이. 사립학교에서 이 정도도 예상 못 한 적은 없었지만, 그게 한인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내 편견 어린 판단은 항상 그가 깨는 듯하다. 꽤 성실하다고 생각했던 이미지 속 그는 실제로는 대마를 피우고 비리까지 저지른다. 여러모로 대단하네. 나를 포함한 모두가 그 한소이의 완벽한 약혼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텐데.
"Oh, I have to give her a ride home."
("아, 그린이는 내가 데려다 주기로 해서.")
내 앞을 가로막은 건 쟈니였다. 쟈니는 이제 막 부드럽게 길가에 멈춘 리무진의 문을 열었다. Please, your Majesty. 과장되게 정중한 척을 하는 쟈니가 내 앞으로 손을 건넸다. 가볍게 그 손을 지나쳐 그의 리무진에 올라탔다. 안 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비켜줘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에 쟈니가 밖에서 차 문을 닫았다.
"Seriously? Why do you take care of her?"
("진짜? 왜 챙겨주는 거야?")
"'Cause she's Soyee's friend."
("소이 친구잖아.")
라크로스팀 주장과 얘기하면서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쟈니의 말엔 진심이 보이지 않았다. 나와 마주한 그의 눈빛이 약혼녀의 친구를 보는 눈빛은 아니었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친구의 남자친구와 잤다
교내 정원을 둘러싼 계단에 앉아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안녕, 소이 친구. 모두가 그런 식으로 인사했다. 분명 어제 파티에서 소이가 내 이름을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러 저런 식으로 인사하는 거다. 호의 반, 무시 반. 적절하게 섞은 인사는 의도가 너무 투명했으며, 내 기분을 상하게 하긴 충분했다. 차라리 예전처럼 아예 무시하던 때가 나았다.
결국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찮게 됐네, 속으로 읊조렸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귀찮은 게 많아진다. 아까 내게 인사를 한 사람 중 하나는 어제 나를 데려다준다고 했던 라크로스팀 주장이었다. 소이에게 과도하게 절친한 척을 한 그는 당연히 나를 발판 삼아 소이와 더 가까워지려는 게 목적인 듯했다. 그건 내게 아주 성가신 눈치를 줬다.
학교는 꽤 큰 주제에 공부하기 편한 공간 하나 없었다. 도서실이나 카페테리아는 죽어도 가기 싫었다. 지난번에 미니 당근 좀 먹었다고 도서실에서 주의를 받았고, 혼자서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한다며 카페테리아에서 쫓겨나듯 타박받았다. 빈 교실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녔지만 수완은 없었다.
이대로 집에 가야 하나, 본관 뒷문으로 나서는데 건물 하나가 눈에 들었다. 본관 뒤편엔 철거 예정인 별관 하나가 있었다. 혹시나 학생들이 들어가 사고라도 칠 줄 알았는지 노란 띠가 잇따라 감겨 있었다. 그런 거 안 해놔도 여기 애들은 징계 먹을까 봐 안 들어갈 텐데. 녹슨 문고리, 창문틀에 소복하게 쌓인 먼지가 그를 대변하고 있었다. 소이네 파티에서 마주친 애들한테 무시당하며 인사받을 바에야 차라리 저 먼지 구덩이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게 마음 편하겠다 싶었다.
건물을 에둘러 걷는데, 마침 좀 깨끗한 창문 하나가 있었다. 깨끗하다고 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다른 창문들에 비해 먼지가 덜 쌓여있고 덜 녹이 슨 듯 했다. 삐걱거릴 줄 알았던 창문은 생각 외로 부드럽게 열렸고, 그 안으로 넘어들어가 손을 툭툭 털었다.
"또 보네."
쟈니였다. 역시나 그의 손에 든 건 대마였다.
***
오늘은 일진이 사나운 날인가. 아침에 오늘의 사주라도 보고 나왔어야 하나. 뱉지 못 할 말들을 삼켰다. 대신 다른 단어들로 우리 사이의 공백을 채웠다.
"왜 여기 있어?"
"이 건물이 내 거니까."
"이 건물이 왜 네 건데?"
"아버지가 샀거든. 도서관을 세우겠다고."
내가 특출나게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라. 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보이며 옅은 연기를 내뱉었다. 간혹 그러는 경우가 있다고는 들었다. 제 아이를 '잘 봐달라'는 의미에서의 기부 릴레이. 사립학교에서 이 정도도 예상 못 한 적은 없었지만, 그게 한인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내 편견 어린 판단은 항상 그가 깨는 듯하다. 꽤 성실하다고 생각했던 이미지 속 그는 실제로는 대마를 피우고 비리까지 저지른다. 여러모로 대단하네. 나를 포함한 모두가 그 한소이의 완벽한 약혼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텐데.
"Oh, I have to give her a ride home."
("아, 그린이는 내가 데려다 주기로 해서.")
내 앞을 가로막은 건 쟈니였다. 쟈니는 이제 막 부드럽게 길가에 멈춘 리무진의 문을 열었다. Please, your Majesty. 과장되게 정중한 척을 하는 쟈니가 내 앞으로 손을 건넸다. 가볍게 그 손을 지나쳐 그의 리무진에 올라탔다. 안 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비켜줘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에 쟈니가 밖에서 차 문을 닫았다.
"Seriously? Why do you take care of her?"
("진짜? 왜 챙겨주는 거야?")
"'Cause she's Soyee's friend."
("소이 친구잖아.")
라크로스팀 주장과 얘기하면서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쟈니의 말엔 진심이 보이지 않았다. 나와 마주한 그의 눈빛이 약혼녀의 친구를 보는 눈빛은 아니었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친구의 남자친구와 잤다
교내 정원을 둘러싼 계단에 앉아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안녕, 소이 친구. 모두가 그런 식으로 인사했다. 분명 어제 파티에서 소이가 내 이름을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러 저런 식으로 인사하는 거다. 호의 반, 무시 반. 적절하게 섞은 인사는 의도가 너무 투명했으며, 내 기분을 상하게 하긴 충분했다. 차라리 예전처럼 아예 무시하던 때가 나았다.
결국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찮게 됐네, 속으로 읊조렸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귀찮은 게 많아진다. 아까 내게 인사를 한 사람 중 하나는 어제 나를 데려다준다고 했던 라크로스팀 주장이었다. 소이에게 과도하게 절친한 척을 한 그는 당연히 나를 발판 삼아 소이와 더 가까워지려는 게 목적인 듯했다. 그건 내게 아주 성가신 눈치를 줬다.
학교는 꽤 큰 주제에 공부하기 편한 공간 하나 없었다. 도서실이나 카페테리아는 죽어도 가기 싫었다. 지난번에 미니 당근 좀 먹었다고 도서실에서 주의를 받았고, 혼자서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한다며 카페테리아에서 쫓겨나듯 타박받았다. 빈 교실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녔지만 수완은 없었다.
이대로 집에 가야 하나, 본관 뒷문으로 나서는데 건물 하나가 눈에 들었다. 본관 뒤편엔 철거 예정인 별관 하나가 있었다. 혹시나 학생들이 들어가 사고라도 칠 줄 알았는지 노란 띠가 잇따라 감겨 있었다. 그런 거 안 해놔도 여기 애들은 징계 먹을까 봐 안 들어갈 텐데. 녹슨 문고리, 창문틀에 소복하게 쌓인 먼지가 그를 대변하고 있었다. 소이네 파티에서 마주친 애들한테 무시당하며 인사받을 바에야 차라리 저 먼지 구덩이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게 마음 편하겠다 싶었다.
건물을 에둘러 걷는데, 마침 좀 깨끗한 창문 하나가 있었다. 깨끗하다고 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다른 창문들에 비해 먼지가 덜 쌓여있고 덜 녹이 슨 듯 했다. 삐걱거릴 줄 알았던 창문은 생각 외로 부드럽게 열렸고, 그 안으로 넘어들어가 손을 툭툭 털었다.
"또 보네."
쟈니였다. 역시나 그의 손에 든 건 대마였다.
***
오늘은 일진이 사나운 날인가. 아침에 오늘의 사주라도 보고 나왔어야 하나. 뱉지 못 할 말들을 삼켰다. 대신 다른 단어들로 우리 사이의 공백을 채웠다.
"왜 여기 있어?"
"이 건물이 내 거니까."
"이 건물이 왜 네 건데?"
"아버지가 샀거든. 도서관을 세우겠다고."
내가 특출나게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라. 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보이며 옅은 연기를 내뱉었다. 간혹 그러는 경우가 있다고는 들었다. 제 아이를 '잘 봐달라'는 의미에서의 기부 릴레이. 사립학교에서 이 정도도 예상 못 한 적은 없었지만, 그게 한인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내 편견 어린 판단은 항상 그가 깨는 듯하다. 꽤 성실하다고 생각했던 이미지 속 그는 실제로는 대마를 피우고 비리까지 저지른다. 여러모로 대단하네. 나를 포함한 모두가 그 한소이의 완벽한 약혼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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