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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청? 마이베이비 전체글ll조회 1416l 1

 

 

 

 

이 글의 내용은 픽션입니다. 이번 화에는 과거 위주로, 자극적인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명찰에 석자가 눈에 띄었다. 처음 보는 후배는 이동혁을 밀치고 들어왔다. 의도해서 그런 거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동혁의 표정은 구겨졌다. 

 

 

"오.. 성혁?" 

 

"저기, 저 오성혁 맞는데. 여기 여린 누나 있어요?" 

 

"엥. 너 왜 여깄어??" 

 

 

차마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뒤에서 김여린이 튀어나왔다. 우리 반도 아니면서 자주 있었는데 이 애도 알고서 찾아온 걸로 보였다. 그새 소문이 1층까지 났나. 

 

왜 하필 이름이 성혁이어서 거슬리게 하는 걸까. 사이로 들어온 동혁의 표정처럼 내 안면도 구겨졌다. 그런 나를 보는 시선이 앞에서 느껴지자 바로 풀었지만. 

 

 

"한 대 치겠어요 아주." 

 

"까불지 말고, 왜 왔니." 

 

"서운하게 왜 그런 질문을 해요." 

"근데 쟤 저번에 저 누나 번호 물어보던 애인데 친해졌나 봐요." 

 

 

곁눈질로 대화를 나누던 둘을 지켜보던 동혁이 내 눈을 빤히 보았다. 

 

 

"누나, 오늘따라." 

 

"뭐. 욕하게?" 

 

"눈이 예쁘네요." 

 

 

동혁의 눈빛이 어딘가 모르게 나를 투영 시켰다. 전부터 느껴지던 감정의 소용돌이가 다시 한 번 일으켰다. 꾸준히 해온 말이지만 동혁을 보면 내가 떠오른다. 그걸 이동혁. 본인은 모르는 거 같지만. 그래서 나도 모른 척하기로 한다. 우리는 엇갈렸고, 모두가 자신에게 유일하면서도 동일한 선택을 하니까. 

 

 

 

 

 

 

[김정우] 첫사랑은 시무룩 8 | 인스티즈

 

첫사랑은 시무룩 

김정우 

동스청 이동혁 

 

 

 

 

 

 

 

 

시작은 확고한 사과로 시작한다. "미안해, 정우야." 정작 미안해할 필요가 없는데도 상대는 사과를 해왔다. 세상이 무너질 듯 무릎이라도 꿇을 줄 알았다. 어느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흔한 클리셰처럼 나도 그럴 줄 알았다. 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거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지만 스스로 의문이 들 정도로 그게 다였다. 본인이 더 안절부절해하는 여린을 보았다. 저의 감정조차도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김여린을 좋아한다 믿어온 건, 눈 오던 그날이었다. 옆에서 시준희가 날 불렀지만 온 세상이 암흑처럼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혹시나, 하고 한 번 더 바라봤다. 누군가를 이성으로서 생각하게 되는 건 확연히 달랐다. 김여린이 동스청을 좋아한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설마 고백 한 번 했다고 감정이 식어버린 걸까. 그대로 돌아가는 여린의 뒤꽁무니만 시선으로 쫓았다. 

 

 

 

 

벽에 기대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시준희가 보였다. 나를 발견하자 화들짝 놀라며 어색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할 말 있는데." 

 

"...."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말해줄게."  

 

이런 얘기는 시준희에게 밖에 하지 못했다. 우정 그 이상의 소울메이트. 그게 시준희였으니까.  

 

 

다소 놀란 모습을 보였지만 금세 체념했다. 

 

내 표정을 유심히 바라보던 시준희는 곧 입을 열었다. 얼핏 파르르 떨리던 입가를 발견했지만 못 본척했다. 

 

 

"아니, 너 김여린 좋아하는 거 맞아." 

"넌 아직 그대로야." 

 

 

그리고 역시나 시준희는 애매한 나에게 확신을 주었다. 그제서야 단단해지는 마음이 허무했다. 

'같은 반 친구로 생각한 적 없어.' 저의 친구에게 고백을 하던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었기에 고백이란 단어에 무던해졌다. 다시 상기시켜주자 거대한 벽을 넘었다는 걸 깨달았다. 

 

 

 

 

교실로 돌아온 준희는 평소와 다를 거 없는 분위기에 조용히 자리로 가 앉았다. 무언가 거친 파도가 휩쓸고 간 듯했는데 그 잔해 속에는 별거 없었다. 머리를 쓸어 뒤로 넘긴 이시영이 핸드폰만 들여봤다. 

 

 

"또 안 냈어? 양아치냐 진짜." 

 

"아, 사정이 있어서 그래." 

 

"사정은 무슨. 그냥 내기 싫다고 해라." 

 

"야 너 구성희라고 아냐?" 

 

 

두 손을 들어 짐을 싸던 분주함이 멎어들었다. 지겹도록 자주 떠오르던 이름이었다. 

 

 

"넌 몰라?" 

 

"아니, 우리 중학교 때 도둑 들었었잖아." 

 

"구성희 모르냐고." 

 

"?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래." 

 

"구성혁 쌍둥이잖아." 

 

"어..?" 

 

 

멍청히 입만 벌리던 이시영이 손뼉을 짝 쳤다. 맞네. 맞아. 기억났다. 이제서야 알아채면 뭐 하니. 싸늘하게 대하던 구성혁만 기억하고 옆에서 도와주던 구성희는 기억하지 못한 게 흠이었다. 

 

 

"그럼 그 도둑이 그 새끼 동생이었어!?" 

 

"몇 년 전 일인데 그걸 지금 찾고 있어." 

 

"저기요 이 무심아. 도둑놈이 무얼 훔쳐 갔는지 기억 안 나세요?" 

 

"나. 학급비 13만 원. 그리고 이미 지난 일이고. 마지막으로 다시 찾았잖아." 

 

"정확히는 네가 누명 쓸 뻔한 일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의 상황은 심각했다. 그런데 도둑이 그 아이였던 건 처음 듣는 얘기다. 다른 학교였는데 어떤 방법으로 그게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와서 찾아내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시영 말로는 찾아낸 게 아니라 밝혀진 거라지만. 어쨌든 과거는 과거였다. 그냥 떠오르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 학급비 10만 원? 정도 남았대. 나눴으면 좋겠다 인정?" 

 

점심시간이었다. 양치를 하고 나오면서 자연스레 나누던 대화였다. 중 3 당시의 반장은 김정우였다. 그런 거 못한다면서 추천으로 거론되니까 공약을 열심히 말하기는 했다.

"여러분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드리겠습니다." 성의 없는 공약이었음에도 반장으로 당선된 것은 김정우였다. 다들 내신 쌓기 바빴지 반에 중심이 되는 반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물론 반장이 된다면 더 수월했겠지만. 

 

김정우는 기왕 반장이 된 거 열심히 본분을 다했다. 생기부에도 유리할 테니까 귀찮아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학급비 남은 거 알지. 뭐 할래? 담임이 상의하고 알려달래." 

 

 

교탁으로 나간 김정우와 부반장이 애들을 앉히고 말했다.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13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었기에 왜 때문에 많이 남았냐고 물어보는 질문이 대다수였다. 

 

 

"나눠 가져 그냥." 

 

 

한 아이가 이렇게 말하자 동의하는 애들이 과반수였다. 13만 원을 30명이 넘는 애들이 나눠가지기엔 심각하게 부족했다. "뭐, 2원씩 나눠 가지려고? 생각하고 말하자." 

다른 아이가 그렇게 말하자 또다시 수긍했다. 우리 반은 잘 휘둘려서 탈이었다. 피자를 먹기엔 싫어하는 애가 있었고, 치킨을 먹기엔 애매했고. 결국 확정 지은 건 하나였다. 

 

 

"그럼 기부하는 걸로 전달한다? 반대 없지?" 

 

 

돌고 돌아 기부가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루가 지나고서야 학급비를 정리했다. 반장이 보관하기로 했기에 김정우의 지갑 속에는 하얀 봉투가 들어있었다. "나중에 쌤한테 전달하려고." 교육을 받으러 간 담임 쌤이었기에 잠시 동안 보관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아.." 

 

 

그날은 생리통이 심한 때였고, 버티다 못해 책상에 엎드린 채 이시영의 소매를 붙잡았다. 야.. 나 그거. 

바로 알아들은 이시영이 알겠다며 우리끼리 먹는다 전달하겠다고 나갔다. 덕분에 점심시간 20분 동안 불 꺼진 교실에서 혼자 담요를 쓰고 엎드려 있었다. 중간에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아무것도 아니겠거니 하고 잠들었다. 사건은 그때 터졌다. 

 

 

"정우야. 부담임한테 내래." 

 

"아 오키." 

 

 

지갑을 뒤지던 김정우는 표정이 굳어갔다. 부반장이 빨리 안 오고 뭐 하냐고 다가오자 만 원짜리 두 장 사이로 흰 봉투만 달랑 사라진 내부였다. 

 

 

"야 뭐야. 어디 갔어..? 잘 보관했다며." 

 

"엥. 돈 사라짐?? 미친." 

 

"횡령 아니냐;" 

 

"무슨 뜻인지는 알고 쓰는 거지? 정우 잠재적 범죄자 만들지 마라. 미친 새끼야." 

 

 

난리 통 속에 잠에서 깬 내가 고개를 들자 김정우가 앞에 서서 지갑을 들고 있었고 이시영이 옆에서 미쳤네를 연신 남발했다. 

 

 

"분명히 4교시까지 있는 거 확인했는데." 

 

"솔직히 말해. 누가 가져갔냐." 

 

 

김정우의 말에 부반장이 자기도 봤다며 외쳤다. 다른 아이가 내리깐 목소리로 말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 소심하게 거들었다. 

 

 

"4교시 이후면.. 점심시간 아니야..?" 

 

 

문장을 끝으로 시선이 나에게 박혔다. 상황 파악을 마친 나는 벌떡 허리를 세웠다. 

 

 

"나 아니야." 

 

 

 

 

 

 

추궁도 하지 않는 숨 막히는 점심시간이었다. 사실대로 말하라는 눈빛을 쏘는 애들 사이에서 나를 감싸주는 건 이시영이었다. 자수하라는 저 취급이 싫었다. 하필 김정우랑 완전히 화해도 하기 전이었다. 

 

그럴 애가 아니란 건 알았지만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머릿속에 누군가 스쳐 지나갔다. 구성혁. 다른 반이었지만 김정우를 싫어했고 나와 이간질 시키려 했다. 무엇보다 만약 내가 점심시간 때 없었다면 누가 봐도 김정우가 꿀꺽했을 거라는 오해를 사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종이 쳤고, 싸늘한 공기 사이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젊은 수학 쌤은 싸웠냐며 농담을 던졌다. 

 

 

"어떤 애가 학급비 훔쳐 가서요." 

 

 

내 쪽을 힐끗 보며 말하는 아이였다. 인상을 찡그린 채 맞서 보자 고개를 돌린다. 

 

 

"학급비를?? 야 안된다. 그거 범법행위야." 

 

 

수학쌤은 놀라며 말했고 그러니까요 하면서 받아치는 애들이었다. 억울했지만 무작정 의심을 하던 나도 다를 거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구성혁이 아닐 수도 있잖아. 아무리 그래도 선 넘은 거지. 

 

 

그러면 그게 어디 갔는데? 

 

 

 

/  

 

 

 

불행 중 다행으로 6교시가 끝나고 김정우 사물함에서 발견됐다. 김정우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교실 전체가 반장이 착각했나 보네 하고 넘어갔다.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애들은 없었다. 

 

5교시 쉬는 시간에 구성혁을 얼핏 본 거 같다. 예민해진 상태라 그런가. 그날따라 운도 없고 기분이 울적했다. 그런데 6교시가 끝나자마자 사물함에서 발견된 게 이상했다. 정말로 김정우가 착각한 건지 아님 도둑이 제 발 저려 가져다 놓은 건지. 아무 말 하지 않고 어떤 생각이 담긴 지 모를 눈동자로 나만 보던 김정우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대로 교실 밖으로 나간 김정우는 그날 하교도 조용히 혼자 했다. 서운하고 억울했지만 알 수 없는 마음이 들어 그게 더 컸다. 

 

 

 

 

 

 

당시 사이가 안 좋았던 걸 풀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겨울방학 고백을 받고 궁싯거리던 나를 기다려주던 끈질긴 구성혁에게 몇 개월이 지나서야 알겠다 했다. 어차피 누구도 진심이 아니었기에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 김정우의 표정은 처음 봤다. 내 어깨에 팔을 걸친 무게감이 불쾌했다. 그걸 뚫어져라 보던 김정우는 뭐냐고 한마디 던졌다. 

 

"준희랑 나랑 사귀는데." 

 

구성혁이 비웃듯 말했고 그걸 듣던 정우의 표정을 보고 나는 더욱더 어찌할 줄 몰랐다. 이 정도로 증오스러운 표정을 지은 건 처음이었다. 그대로 뒤돌아가 버린 정우였고 팔을 치워 따라가려던 나를 붙잡은 건 구성혁이었다. 

 

 

"놔." 

 

"사귄다며." 

 

"미안. 실수인 거 같다. 없던 일로 하자." 

 

"야. 3개월을 기다린 난 뭐가 되냐?" 

 

"너 어차피 나 안 좋아하잖아." 

 

 

그 말에 내 팔을 놔줬고 나는 김정우를 따라갔다. 상처받았다는 걸 티 내는 정우는 처음이라서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형용할 수 없는 죄책감과 후회감이 밀려왔다. 

 

 

말없이 이별했고, 하루 만에 구성혁과 나는 다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누구도 먼저 말을 섞지 않았다. 일주일은 모르는 사이처럼 굴던 김정우가 날 불렀다. 

 

"미안해.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굴었어."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착해빠져서 먼저 사과를 건다. 내가 부끄러워졌다. 처음으로 김정우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네가 뭐가 미안해." 

 

 

내가.. 미안해.. 

정우야 미안해.. 

 

 

선을 넘은 건 나인데. 자책감에 엉엉 울었다. 그날 알아챈 건 정우는 날 가족 이상의 친구로 보고 있구나. 나는 정우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친구구나. 그리고 나도 김정우가 없으면 안 됐다. 조금 비틀어진 감정이었어도. 

 

 

 

 

 

 

"미안해서." 

 

 

구성희는 마지막으로 내게 그런 말을 남겼다. 그것은 나에게 한 말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하고 싶은 말처럼 보였다. 지속되는 차별을 몰랐던 게 못내 죄스러워서 그의 말을 들었고, 정작 다시 엮일까 불안감 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사과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기억 속 구성희는 그랬다. 이제는 도둑질까지 추가됐지만. 뭐가 그렇게 미안하길래 그런 짓까지 자초한 걸까. 내 상식으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태도였다.  

 

 

 

 

 

 

"내가 왜 좋은데?" 

 

"친구 중에 개소리 자주 하는 애가 있거든요? 걔가 아무리 옆에서 떠들어도 누나가 보이면 로맨틱한 멜로디로 들려요." 

"조금 낯간지럽나..?" 

 

"응. 조금 올라왔어." 

 

"누나 알고보니 더 재밌는 사람이네요." 

 

 

해실해실 웃는 성혁에게 여린은 쓰게 웃었다. 처음 동스청을 모르는 척 굴었을 때 준희는 관심없어 보였다. 이후로는 그의 언급을 삼가했다. 괜히 이름 심어줘서 좋을 건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 성혁의 얼굴을 보니 누구보다 순진해 보였고 생각이 맑아 보였다. 나쁜 뜻이 아니라 오히려 제가 나쁘게 느껴졌다. 

 

 

"너는 되게 새싹같다." 

 

"왜요? 파릇파릇한가?" 

 

"아니. 맑아서." 

 

"..칭찬이죠?" 

 

 

말없이 미소짓자 성혁이 아이처럼 징징댔다. 왜요오 알려줘요! 야 종쳤다. 다음 동아리 때 보자? 헐. 말 돌리는 거? 가 아니라 다음 동아리 때요? 응. 쉬는 시간에 안봐요? 

 

"우리가 그럴 사이는 아니지." 

 

말 돌리는 여린에 마지막 말에 입을 꾹 다문 성혁이 끄덕였다. 알았어요. 다음에 봐요. 

 

 

 

 

 

처음 교실에서 구성혁과 마주쳤을 때는 좀 질 안 좋은 아인가 보네 하고 넘어갔다. 그래봤자 자신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 테니까. 앞으로도 영원히. 

 

 

"너! 담배 안 꺼?!" 

 

 

지나가던 선생님에게 뻔뻔하게 유흥질을 하다가 걸려서 도망가다 부딪혔을 때도 어깨 두어 번 털어내고 말았다. 

 

 

"재수 없네." 

"아, 너보고 한 말 아니야." 

 

 

전교 상위권을 유지하던 정우가 교실에서 유일하게 장학금을 받았던 날 시비 걸듯 굴어도 무시로 일관했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한 건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가서였다. 

 

 

-오늘 일찍 들어올거지~ 울 아들 수고했어^^♡- 

 

 

창 위로 '엄마' 라고 쓰여있는 문자 메시지에 답을 하려고 손을 들었다. 저녁 7시밖에 안됐음에도 유독 어두웠다. 환하게 비춰주는 건 휴대폰 불빛만이 다였다. 

 

 

-나 지금 거의 다 왔엉- 

 

 

그리고 창을 끄고 한 손에 휴대폰을 든 채 걸었다. 

다시 창을 켰을 때 오는 답장은 없었다. 

 

 

102동과 103동 사이에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가 보였다. 역겨움이 발끝에서부터 샤워한 듯 위로 올라왔다. 

아홉 걸음 텀을 둔 앞에서 손을 맞잡고 입을 맞대는 장면에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검은색 클러치 백에는 익숙한 초록색의 열쇠고리가 보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엄마가 차고 다닌 제가 만든 열쇠고리였다. 굳어버려 움직일 수 없는 몸은 내가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건 갑자기 풍겨오는 담배 냄새였다. 보면 안 될 걸 본 어린아이처럼 버벅대며 뒷걸음질 쳤다. 골목 사이로 마주친 눈이 사나웠지만 덤덤했다. 손에 쥔 걸 바닥으로 떨어뜨린 그는 발로 꾸욱 감정을 담아 눌렀다. 가로등 밑으로 걸어오자 얼굴이 완전히 보였다. 

 

'아버지.' 

 

그 상태로 뒤로 뛰어간 정우는 엘리베이터를 탑승해서야 숨을 골랐다. 그런 장면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 나만 제외하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교수였던 아빠는 집에 들어올 새도 없이 바빴기에 우리에게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았다. 서류 덩이에 파인 아빠는 그 장면을 다 보고 있었음에도 은둔하게 다시 손을 놀렸다. 

 

 

 

 

 

 

"구성혁. 수업시간 몇 시야." 

 

"죄송합니다." 

 

 

20분이나 늦게 조용한 적막을 뚫고 드르륵 문을 연 인물은 성혁이었다. 대충 고갯짓으로 형식적인 사과를 마치고 의자를 빼냈다. 콧대에 안경을 걸치고 무심히 노려보던 사회 선생님이 칠판을 향해 몸을 틀었다. 입학식부터 제대로 등교를 한 적이 없는 문제아가 구성혁이었다. 

 

 

주말을 건너 뛰고 이틀 전 밤에 마주쳤던 눈빛이 생생했다. 정우는 코를 박을 기세로 교과서를 봤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구는 게 찔렸다. 지긋지긋한 수업시간이 끝났다는 종이 치고 다들 분주하게 교실 밖을 나갔다. 고작 입학 날부터 한 달이 지난 시기였기에 가능했다. 설렘과 풋풋함으로 가득 찬 아이들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칫했다. 호기심과 큰 목소리 덕이었다. 

 

 

"정우야. 언제까지 모른 척할 거야." 

 

 

가운데 세 번째 줄 왼쪽에 앉은 정우에게 그 뒤에 앉은 성혁이 발로 차며 말을 걸었다. 평범하게 친구 사이에 인사를 건네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형이라 불러줘? 우리 따지고 보면 가족이잖아." 

 

 

쟤 왜 저래? 말려야 되는 거 아니야? 

쑥덕대기만 할 뿐, 말리려고 먼저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정우는 입술 밑부분을 짓뭉갰다. 책만 들여다보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사춘기로 가득한 교실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당사자도 아닌 갑자기 열리는 앞문이었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여전히 발은 의자 받침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걸 발견한 준희가 터벅터벅 걸어왔다. 팔을 들어 발을 힘차게 떼어냈다. 졸지에 내팽겨진 성혁은 준희를 가만히 쳐다봤다. 물밀듯 밀려오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충격과 분노와 슬픔 등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던 정우에게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너 뭐 잘못했어?" 

 

 

그때부터 웃음이 나왔다. 미친 거처럼 바라보던 시선이 느껴졌지만 행동과 정반대되는 표정을 지은 시준희가 조금 웃겼다. 팔을 잡고 애원하듯 말했다. 물론 장난 식으로 말했지만 진심도 들어있었다. 

 

 

"우리 나가자." 

 

 

얼굴이 벌게져서 팔만 내려다보던 준희와 복잡한 사정을 감추던 정우의 나이는 14살, 중학교 1학년이었다. 

 

 

 

 

 

 

 

 

 

 

 

 

 

 

 

 

 

 

 

 

참고로 준희는 정우와 구성혁 사이에 자세한 내막은 몰라요. 정우의 가정사는 대충 아는데 성혁과 관련이 있다는 건 모르는 정도? 그리고 알았다면 절대 사귀지 않았겠죠? 

하여튼 둘 다 상처는 받을 대로 받았고, 표현하는 방식이 엇갈렸던 거죠.. 물론 그게 잘못된 방향이지만요. 

 

정우는 현재 자취하면서 생활비만 받으면서 살고 있어요. 관심이 없는 걸 넘어서서 형식적이기만 한 집구석에 같이 어울리기 싫어서요. 

 

이상 추가적인 설명(?)이었습니당.. 

 

써놓고 보니까 순서가 되게 복잡하네요..🤦‍♀️ 나중에 다 정리되면 수정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러면 그때 다시 알람 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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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35
제가 가장 기다리는 글이에요! 가장 불안정안 시기의 불안정안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엇갈린 눈빛들이 정말 매일 매일 읽고 싶을 정도로 재밌네요ㅎㅎ 정우가 준희를 알아보는 날이 오겠죠? 개인적으로 스청이와 미묘한 분위기를 읽은 정우가 각성했으면 하는...ㅎㅎㅎ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3년 전
독자1
작가님 ㅠㅠㅠ 알람 보고 놀라면서 후다닥 들어왔어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재밌게 보고가용!!!
3년 전
독자2
둘만 세상에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복잡하진 않았을 텐데ㅠㅠ 마음이 아프네요...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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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 [nct/정재현] 3년 동안 짝사랑한 짝남이랑 썸타게 됨6 jayjayjay 02.14 03:06
엔시티 [NCT/재현]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나는 사랑을 할 겁니다 183 이도시너와나 10.22 13:45
엔시티 [NCT/도영] 다시 여름이었다 061 이도시너와나 10.22 12:38
엔시티 [NCT/이민형/김정우/문태일] 유자플레이버 084 루총총 10.02 18:03
엔시티 [NCT/태일] 킬러뱅뱅 특별편 ; IF ; 태일편 上 루총총 09.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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