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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이재욱 윤도운 엑소
전체글ll조회 2396l 10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이 브금 쓸려고 이 글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꼭 같이 들어주세요 :D
BGM ; goodbye summer _ F(x)





굿바이 써머
Goodbye Summer
이동혁



/deep.




8.
wait for summer to end






*







「동혁아」
「나 너랑 친구 못해먹겠어」


 그 말을 처음부터 하려던 건 아니었다. 기다려달라고 말할 수도 있었고 그 밖에 수많은 다른 말들, 예를 들면 감정 처리할 시간을 달라는 둥 그런 말들을 이동혁에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굳이 굳이, 나는 그 말을 하고야 말았다. 다른 선택지가 많았는데도 구태여 그걸 선택지로 삼았던 것이다. 왜 난 이동혁에게 너랑 친구 못해먹겠단 말을 했을까. 울컥이다 집어넣은, 녀석에게 닿지 못할 말들의 탑 중 맨 위에 놓여져있던 말이라서? 아님 어떻게 해서든 끝장을 봐야겠어서? 이유야 뭐가 되었든 간에 내가 그 말을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그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그 톡 보낸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숫자 1이 지워졌다. 하지만 이동혁의 답장이 곧바로 도착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난 기다렸다. 녀석에겐 청천벽력같은 말일 것이 분명하니 난 기다렸다. 과연 이동혁은 내 선택에 화를 낼까, 아니면 무슨 말이냐고 되물을까, 또 아니면 순응하며 내 선택을 존중할까. 여태껏 봐왔던 녀석의 모습들로 답을 도출해내기엔 너무나 어려운 문제였다. 몇번을 찍어도 백퍼센트 오답일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모의고사를 또 치루는 느낌까지 들었다. 학교 근처에 위치한 떡볶이집에 친구들과 머리 맞대고 앉아 메뉴 고민할 때까지도 그 기분과 느낌은 가시질 않았다. 그렇게 난 꼼짝없이 이동혁의 답을 기다렸다. 한쪽 다리가 절로 덜덜 떨렸다. 이동혁의 대답은 정확하게 오후 4시 47분에 도착했다.


「야」
「그게 무슨말이야」


 두번째 답이 맞았다. 이동혁은 되물었다. 너랑 친구 못해먹겠단 말이 무슨 뜻을 함축하고 있냐고. 말 그대로 이동혁과 친구 못해먹겠단 말인데. 차마 그 말을 반복할 자신은 없어서 그냥 포크 쥔 손을 꿈지럭댔다. 시험 잘 봤어도 속은 풀지 못한 문제로 먹지마냥 까맣게 물들어있었다. 이동혁은 내 갑작스런 말에 놀란건지 연달아 톡을 보내다 전화를 걸어왔다. 엥, 이동혁이네? 치즈김밥 하나 떡볶이 국물에 찍어 입에 쏙 넣은 아름이가 폰 액정에 뜬 이동혁 이름 세글자 보고 우물거렸다. 무슨 일인지 알 리가 없는 친구들은 다시 떡볶이에 집중하고 난 한참을 울리다 잠금화면에 흔적을 남긴 이동혁의 전화에 집중했다. 그렇게 먹고 싶은 떡볶이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달고 짜고 매워야 할 입맛은 퍽 썼다. 오히려 이동혁 생각하는 머리며 속이며 그게 다 달고 짜고 매웠다. 아, 달다는 좀 괴리감이 있나. 아무튼 떡볶이 대신 이동혁이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애들은 맵고 짠 떡볶이에 눈물 콧물 흘리고 있는데 난 이동혁 때문에 눈물 콧물 흘릴 판이었다. 그 지긋지긋한 친구 관계 내 손으로 찢어발겨놓고, 너무나 이기적인 모양새로. 끝을 낸건 이동혁도 아니고 나였는데. 내가 친구 못해먹겠다고 한 건데. 그런데 후련하기는커녕 막막하기만 했다.


「여주야」
「연락 좀 받아줘」
「얘기 좀 하고 끝내던지 말던지 해」
「제발」


 당황스러운 듯한 그의 말투가 설득하는 어조로 바뀌었다. 여과 없이 드러나는 그 말들이 콱콱 찍혀왔다. 짙게도 내려앉은 그 글자들의 조합은 소화도 안될만큼 버겁게 들이찼다. 나는,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해. 수없이 참아왔던 말을 기어코 내뱉어놓고선 미련을 버리지 못해 안달이었다. 시한폭탄과도 같던 그 말을 어떻게 내뱉었는데 왜 그 말을 들은 나까지 폭탄을 맞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지. 왜 나까지 다친것 같은지. 저번엔 이동혁이 한 말과 행동으로 입안이 텁텁해졌는데, 이번엔 내가 뱉은 말의 잔해로 입안이 텁텁해져 그만 포크를 내려놓으려던 참이었다. 야 왜이렇게 안먹어! 너 떡볶이에 환장하잖아. 그러다 쿨피스 따르며 말하는 담이에 억지로 떡볶이를 입에다 밀어넣었다. 저번처럼 급체라도 하면 어떡하지, 그 생각하면서. 억지로 양념 가득 묻힌 떡볶이며 김말이며 야끼만두며 잔뜩 밀어넣고 우물우물 열심히 씹었다. 체하면 뭐, 약 먹으면 그만이지. 막막하고 말고 이제 다 그만하고 싶었다. 오아시스 하나 찾기 힘든 이 사막같은 짝사랑도, 아슬아슬 줄타기같은 이동혁과의 친구관계도. 다 그만하고 싶었다. 너무나 무더운 여름에 지쳐버린게 분명했다.


패기 넘치던 마라톤 선수는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



 이동혁은 벙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김여주가 폭탄처럼 던진 '친구 못해먹겠다' 라는 말을 본 순간부터 어안이 벙벙해 칼답할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그 사형선고와도 같은 말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아직 그 무엇 하나 시작된게 없는데 시작도 전에 출발점이 없어져버린 기분이었다. 이게 가능해? 감정 처리할 시간 주라길래 줬더니 김여주는 대뜸 절교선언을 했다. 그러니까 어이가 없는거지. 야 이제노 니가 김여주한테 감정 처리 할 시간은 줘야지 해서 줬더니 얘 나보고 친구 못해먹겠대. 이게 뭐냐고. 마음같아선 옆에 앉아 키보드 열라게 두드리고 있는 이제노의 멱살이라도 잡고 짤짤 흔들고 싶었으나 이제노 잘못은 0.1퍼센트도 없다는걸 이동혁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동혁은 머리 뱅글뱅글 돌렸다. 한 자음도 입력하지 못하고 내버려둔 카톡 내려다보며. 머리 연거푸 쓸어넘기면서 말이다. 갑게도 내리쬐는 6월 초여름의 자외선 피해 시원한 피씨방에 쳐박혀 있는데 등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왔다.  


「야」
「그게 무슨말이야」


 일단 한 번 물었다. 그게 무슨 의미냐고. 하던 오버워치 때려치고 물었다. 장시간 활동하지 않아 나가진다는 표시가 떴는데 이동혁은 숫자 1 안사라지는 제가 보낸 톡만 죽어라 읽었다. 야 너 왜 갑자기 나가! 총도 안쏘고 가만히 서있던 맥크리는 현실의 이동혁처럼 맥없이 퇴장당했다. 그래서 그룹 맺어서 같이 하던 이제노는 어이가 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은 패배했고 제노는 쓰고 있던 헤드폰을 신경질적으로 벗으며 바로 옆자리의 동혁을 쳐다봤다. 욕이라도 할까 했는데 삽시간에 굳어져 핸드폰에만 시선 쳐박힌 이동혁 얼굴 보고 이제노는 주섬주섬 벗었던 헤드폰 다시 썼다. 보나마나 김여주랑 뭔일 있는게 분명했다. 아, 조만간 이동혁 짝사랑 끝내겠네. 물론 파국으로 끝날지 해피엔딩을 맞을지는 미지수였다. 될대로 되라지. 제노는 마우스 커서 딸깍이며 음식 주문한 뒤 다시 게임창을 열었다. 이동혁이 몇분 이내로 하던 게임 다시 시작할 리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아 왜 안받아….”


 오늘만 해도 열번 넘게 머리를 쓸어넘겼는데 이동혁의 손은 또 머리를 쓸어넘긴다. 김여주 얘 전화도 아예 안받아. 이동혁은 그냥 애처럼 엉엉 울고 싶었다. 갑자기? 갑자기 왜. 그래 요 며칠간 제가 잘못한게 많았다고 치자. 어제 일은 아직까지 사과 못한거라고 치자. 하지만 옛날에 일들은 김여주와도 완벽하게 풀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왜 갑자기 친구 못해먹겠단 말을 하는건지 이동혁은 알 수 없었다. 그 청천벽력같은 말 한마디 툭 던져놓은 김여주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그 폭탄 같은 발언은 이동혁에게 건너와 펑 하고 터졌는데 정작 던진 사람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게 무슨…. 이동혁은 앓는 소리 내면서 두 손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했던 친구관계가 가위날 아래 금방이라도 잘릴듯 놓여져있었다. 아니 이미 잘린것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실낱같이 이어져 이동혁 자신이 잘라내야 깨끗하게 끝이 나는 관계일 수도.


「여주야」
「연락 좀 받아줘」
「얘기 좀 하고 끝내던지 말던지 해」
「제발」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김여주는 몰라도 이동혁은 알고 있었다.


 맨날 씹어삼켰던 그 말을 머지않아 꺼내야 한다는 걸.



*



 야 조심히 들어가! 각자의 집 방향으로 뿔뿔히 흩어지며 오간 인사였다. 담이와 아름이에게 손 마주 흔들어 준 뒤 집 근처 편의점 향해 발길을 돌렸다. 저번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속 더부룩해서 까스활명수 하나 사먹을까 하고 들린 편의점이었다. 익숙한 발걸음으로 음료수 진열장 열어 까스활명수 하나 손에 쥐고 공부하면서 하나씩 주워먹을 요량으로 젤리 한 봉지 나머지 손에 쥐고 여차저차 그 손에다 컵커피까지 끼워넣은 뒤 계산대로 몸을 틀었다. 계산대 위에 하나씩 올려놓고선 지갑 뒤적이는데 계산대 바로 옆에 위치한 문이 딸랑, 하고 열린다. 간신히 찾은 체크카드 내밀고선 들어오는 인영을 향해 흘긋 곁눈질 하는데 웬걸, 이동혁이다. 얘가 여기서 왜 나오지란 물음을 띄우려다 이동혁 집에서 넘어지면 우리 집까지 코 닿는다는걸 리마인드했다. 이 편의점이 딱 중간지점이라는 것도. 다시금 깨달았다. 알바생이 내미는 카드 받아 챙기며 산 주전부리들을 한아름 안아 뒤돎과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
“…어.”


 이동혁은 빤히 날 쳐다봤고 난 어버버거렸다. 예전같았다면 야 나 이거 좀 사줘, 꺼져 이런 대화가 사이좋게 오갔겠지만 지금은 그런 말할 상황도 관계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친구 못해먹겠단 말 면전에 한 것도 아니고 톡으로 그랬으니 더더욱 그랬다. 피할 수 있다면 한달이고 두달이고 열심히 가열차게 피했겠지만 빼도 박도 못하게 마주쳤으니 어쩔 수 없었다. 아니 피할 수 있었으면 피했겠는데 이동혁 표정 보니 문 열고 나가지도 못하겠더라. 녀석이 세상이 곧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날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화가 났더라면 녀석 특유의 삼백안이 두드러졌을텐데. 그것도 없이 그저 주인잃은 강아지 같은 얼굴을 하고, 이동혁은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여기서 도망치면 진짜 친구고 뭐고 쫑나는거야. 누구의 목소리인지 모르겠으나 귓가에 언뜻 들린 말에 꼼짝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누가 먼저 눈을 피하려나 싶었는데 아디다스 반팔티에다 마찬가지로 아디다스 트랙팬츠 입은 이동혁이 먼저 시선을 틀었다.


“야. 김여주.”


 시선이 어긋났다. 새삼 느껴지는 더부룩한 속에 들고 있던 까스활명수를 들이부었다. 나머지 주전부리들은 얌전히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손에 남은 공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뒤돌자 어느새 계산을 마친 이동혁이 아이스크림 두 개 들고 내 앞에 서있었다. 난 갑작스레 가까워진 아디다스 로고만 쳐다봤다. 이동혁이 날 불렀다. 부르는 말 끝이 형편없이 갈라졌다. 이동혁의 손 끝이 머뭇머뭇 다가와 내 오른 손목을 쥐었다. 익숙한 이동혁의 향기가 훅 끼쳐옴과 동시에 낮은 한 마디가 들렸다. 


“나랑 얘기 좀 해.”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




 해는 아직도 지지 않고 있었다. 6시에 깜깜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직도 밝았다. 옆에 앉은 이동혁 애써 무시하며 익숙하디 익숙한 주변 풍경을 휘휘 둘러보았다. 그러다 불쑥 건네지는 아이스크림에 이동혁 얼굴은 보지도 못한 채 고맙다며 웅얼거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손에 쥐여진다. 또 내 취향 정확히 파악한 이동혁 때문에 괜시리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친구 못해먹겠다고 한 애한테 이동혁은 너무나도 착하게 굴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말을 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순식간에 손아귀에 가득 들어차버린 찬 기운을 가득 느끼며 봉지를 뜯고 한 입 크게 물었다. 불과 며칠전만 해도 천천히 녹여먹던 걸 한순간에 너무나도 크게. 이동혁은 그런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나머지 아이스크림 한 개 뜯어 입에 물었을 뿐이다. 둘 다 입 뻥긋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으니 주변의 소음이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저녁 뭐해먹지, 와 같은 말부터 시작해서 내가 먼저 그네 타고 있었는데! 와 같은 어리광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내뱉는 수많은 말들 사이에 우리가 내뱉은 말들이라곤 한 마디도 없었다. 우린 표면적으로 아주 사이 좋게 아이스크림 나눠 먹고 있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말이다.


“일단 내 생일에 너한테 화낸건 미안해.”
“왜 니가 사과해. 내가 잘못했는데. 넌 분명히 하지 말라고 했었고 내가 그냥 멋대로 축하한거야. 내 잘못 맞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이스크림이 반절 남았을때 별안간 말문을 연건 이동혁이었다. 지옥같던 어제 일이 떠올라 미간을 찌푸렸는데 이어지는 사과에 이동혁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사실 아닌가. 원치도 않는 생일 축하 한건 난데 왜 니가 사과를 해. 
그러나 이동혁은 고개를 저었다. 


“축하해주겠다고 온 건데 정색한 거 미안해. 그건 내 잘못 맞아. 그렇게까지 화낼 일 아니었어. 그냥…”
“…….”
“너 걱정돼서 그런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이동혁을 쳐다보니 시선을 피한다.


“우리가 고등학교 1,2학년이었음 몰라. 그런데 우리 고3이잖아. 심지어 오늘 모의고사였고. 내 생일은 모의고사 하루 전날이었고.”
“….”
“내 생일 하루 챙긴다고 너 모의고사 망칠까봐. 또 너 혼나고 엉엉 울까봐. 그래서 그랬어.”


 아…. 또 새삼 깨닫는다. 이 지독하게 이어진 관계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너무나 많은 걸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 이동혁이 모를 리가 없다. 누구보다 모의고사 성적에 연연하는 나를, 또 우리 엄마를. 그도 그럴 것이 엄마와 성적 때문에 싸울 때마다 집 뛰쳐나와 울던 나를 달래준건 이동혁이니까. 그래서 그랬구나. 그런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여지껏 꽁해서 혼자 착각하고 끙끙댔던 거구나. 너무나 이기적이게도 나만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었다. 말 마친 이동혁은 그제서야 나와 시선 부딪히는데 나는 데인 것 마냥 화드득 돌라며 시선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동혁과 눈을 마주칠 깜냥이 도저히 없었다. 정해진 수순처럼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를 비참하게 만든건 이동혁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알량하게 녀석의 행동들의 의미를 넘겨짚고 마음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나 자신을 난도질했다. 그 말로가 비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짝사랑은 나까지 갉아먹었다. 혼자 시작하고 혼자 끝낸다고 나에게 남지 않는 것은 없었다. 혼자 하는 것인만큼 혼자 감내해야하는 감정들이며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것들은 차곡차곡 쌓여 녀석에게 뱉지 못한 말들과 함께 뭉쳐져 속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어디에다 덜어놓을 수도 배출할 수도 없어 커져만 갔고 희망의 불씨는 그 거대한 몸집에 파묻혔다. 또 혹시 쟤가 날, 하고 생각되는 행동들에는 그럴리가 없다는 답을 정해놓은 채 나는 스스로를 갉아먹고있었다. 아니 쟤가 날 좋아하는 건가 까진 아니더라도 녀석은 아무 의미 없이 한 행동들에 너무나 많은 의미 부여를 했다. 그러지 않아도 될걸.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말과 행동들의 형태를 뭉개버린 셈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난…. 뻑뻑하게 눈물로 잠겨오는 두 눈 꾹 누르며 울음을 참으려 애썼다. 왜 울려고 그래. 이동혁은 쓸 데없이 다정했다. 내 앞으로 자리 옮기더니 눈 힘껏 누르고 있는 내 손 붙잡아 떼면서 달래준다.


“화났던거 풀렸으면 이제 내가 물어봐도 돼?”
“…뭔데.”


잔뜩 얽매인 목소리로 물었다. 이동혁은 뺨에 길고 긴 두 줄 그어놓은 눈물 닦으며 입을 연다.


“왜 나랑 친구 못해먹겠다는건데.”


  그렇게 던진 녀석의 말은 꽤나 직구로 나한테 꽂혔다. 그 말에 이동혁의 상황 설명을 들어 심란한 머릿속이며 마음속을 억지로 정리했다. 이런 말을 기어코 하게 된 이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19년 친구 이동혁을 좋아해서. 뭐 더이상 짝사랑하면서 상처 받기 싫다거나 감정 소모 필요 이상으로 하기 싫다는 부가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근본적인 이유가 주가 되어야했다. 지금 이걸 말해도 될까. 넌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푹 수그렸다. 평소에 나한테 많이 화났어도 그런 말 함부로 안했잖아. 갑자기 이런 말 왜 했냐고. 아무 말 않는 나에게 이동혁이 다시금 낮아진 목소리로 대답을 종용한다. 


“너 좋아해서.”
“…뭐?”
“내가 너 좋아해서. 더 이상 친구 못해먹겠다고. 너랑.”


 작게 달싹였는데 나와 녀석 사이에선 그 말이 크게 울렸다. 털어놓지 못해 붙잡고 있던 말을 겨우 내뱉었다. 이제야 조금 시원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눈물 닦아주던 이동혁의 손길이 멎었다. 나는 그를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우리가 선 6월은 여름이었으나
 나의 여름은 끝이 났다.







/
현실은 여름 시작...더워요.. 덥지만 마스크 꼭꼭 끼고 다니세용
아 여담이지만 댓글 달아주실때 암호닉 쓰고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없으신분들은 그냥 다셔도 됩니다:D
(원래 글마다 받아야하는데 귀찮아서.....ㅠ 어떻게 할지 고민즁이에욥..)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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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상에나ㅠㅠㅠㅠㅠㅠ 너무 짠하고 맘아파ㅜㅠㅠㅠㅜ 그 카톡 받은 동혁이가 얼마나 철렁했을지도 공감되지만 그런 마음을 먹기까지 여주가 얼마나 맘고생했을지도 이해되여ㅠㅠㅠㅠ 둘 사이에 장애물 내가 다 치워줄께ㅠㅠ 동혁아 행복하기만해ㅜㅠㅠㅠㅠㅠ 작가님 다음화도 기다릴께요ㅠㅠ💙
3년 전
독자2
아니 ㅜㅜㅜㅜ 여기서 끊어버리시면 어케요 하진짜 작가님 섬세하게 장면 쭈욱 써주시는데 상상하며 읽는 독자 죽는답니다...? 진짜 딱 고딩같고 너무 간질간질해요 ㅠㅠㅠㅠㅠ 진짜 어떡해... 브금도 굿바이 썸머 ㅜㅜㅜ 자연스럽게 해찬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 다음편 기다려요... 기다려.....
3년 전
독자3
하..하...다음편 너무...너무..시급합니다 작가님ㅠㅠㅠㅠ오늘 브금까지 그저 완벽 저는 오늘도 기억조작을 당해버리고 말았답니다 이걸 어째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4
아이고 세상 마음 찢어져ㅠㅠ얘네 너무 짠내나요ㅠㅠㅠ어쩜조와ㅠㅠ몽글몽글해 너무 망상녀라 헤어나오질 못하겠서욤ㅠㅠ 찐고딩 모먼트 못잃어..다음편도 꼭꼭 기다리겠습니다 작가님 🖤🖤
3년 전
독자5
세상에 글 너무 잘쓰시는데여ㅜㅠㅠㅠㅠㅠ 넘 몽글몽글하고 기억조작 당하고 있어요ㅠㅠ 다음편 기다립니다ㅜㅜ
3년 전
독자6
아악 작가님 진짜 너무 좋아요 엉엉어어어엉ㅜㅜㅜㅜㅜㅜㅜ 작가님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와주시니 넘 행복하고 그러네요... 작가님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3년 전
독자7
푸바입니다! 작가님 솔직히 이 브금은 반칙 아닌가요? 분위기가 한번에 쫙 깔리잖아욧! 왠지 저도 이동혁 지독하게 짝사랑해봤을거 같고 막 몽글몽글하고... 새삼 생각이 드는데 작가님의 글은 특히 서술이 엄청 좋은 것 같아요! 서술이 자세하고 뚜렷해서 감정이입이 더 잘된다고할까요? 제가 표현을 잘 못해서 어떻게 생각될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래서 작가님 글 애정합니다💚
3년 전
비회원173.4
격하게 사랑해요....뽀뽀 백번 해주고 싶어요 진짜 최쬐최쬐쬐고에요..!!
3년 전
독자8
꺄 이제 정말 둘이 요로쿵 조로쿵 하는 42가 .. 머지않았겠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오늘두 잘 읽었습니다 좋은 꿈 꾸고 계시기를 🖤
3년 전
독자9
너무잘봤어용 담편도 기대할게요~~~
3년 전
독자10
동혁이 다음편에선 엄청 신나있겠지요?ㅠㅠㅠㅠㅠ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네여...
3년 전
독자11
진짜...브금이랑 글이랑 짤이랑... 거의 뭐.. 삼합..
잘보고있어요 작가님ㅠㅠㅠㅠㅜㅜㅜㅠㅠ
앞으로 이 글은 학창시절 기억 조작물 레전드로 정하는게 국룰임....

3년 전
독자12
물복딱복입니다!! 아이고 우리 동혁이랑 여주 드디어 행복할 일만 남은거 맞겠죠???ㅠㅠㅠ글이랑 브금이랑 너무 찰떡이라 기억 조작당하는 기분이고,, 너무 설레버리네요ㅠㅠㅠㅠㅠㅠ저만 지금 광대 올라가고 있는거 아니겠죠? 여주가 고백한 거 보고 제 광대가 내려갈 생각을 안해서 다른 의미로 난감해졌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작가님이 쓰신 굿바이 써머 볼 때는 브금 무조건 굿바이 써머 듣는 게 그게 국룰이다... 맞다 그거......
3년 전
독자13
헥 ... 헉 .... 여기서 끊다니요 작가님 ㅠㅠㅠㅠ 다음편 너무너무 기다립니다 ㅠㅠㅠ 여기 엔딩맛집 땅 땅 ..💚
3년 전
독자14
선생님 왜 다음편이 없조
3년 전
독자15
저 지금 울어요
3년 전
독자16
평소 너무 좋아하는 노래 제목이라 저도 모르게 봐버린 글이네요 ㅠㅠ 나중에 1편부터 찬찬히 다 봐야겠어요 ... 넘 좋네요..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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