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墮落天師
타락천사





[NCT/정우] 墮落天師(타락천사) 02 | 인스티즈







꿈인가. 아님 내가 미친건가.

하긴.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 정우는 한참동안이나 손바닥 위로 얼굴을 파묻고 생각했다. 그동안에는 방금 전 여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던 옆자리 그네가 제 존재를 세상에 새기듯 조금씩 흔들렸다. 정우는 천천히 얼굴을 들어올렸다.

설마했던 네가,


“….저기, 괜찮아요?”


존재했다.



/



미성년자 흡연구역으로는 이만한 장소가 없다. 낡은 놀이터 앞 아파트 공사장. 여주는 낮은 난간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익숙하게 빼어물은 담배 끝에서 순식간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주는 허공 위로 다리를 흔들었다. 두 다리 사이로 옅은 바람이 스친다. 여주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랐다.


“….여주야,”


담배가 어느정도 타들어갈 무렵이었다. 벌써 짧아진 담뱃대를 보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던 여주가 문득 저를 부르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처들었다. 꽤나 절절한 목소리. 여주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으려 주위를 한참이나 두리번거렸다.

앗, 뜨거- 그러다 문득 정신을 놓은 모양이다. 손가락 사이에서 느껴지는 홧홧한 화기에 여주는 짧아질대로 짧아진 담배를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그 무렵 여주는 난간 아래로 뛰어내려 담배를 발로 짓이겼다. 담배가 바닥에 검은 흔적을 남기며 뭉개졌다. 아, 아무래도 헛것을 들은듯 싶다. 여주는 피식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어,”



그 순간이었다.

건너편 낡은 놀이터에서 서럽게 울음을 토해내던 소년을 발견한 것은. 여주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 사람인가. 조금 전 그 애절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말이다. 딱봐도 저보다는 한참이나 작은 그네에 앉아 제 손에 얼굴을 묻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우는 소년을 한참이나 같은 자리에서 바라봤다.

이상하다. 평소같으면 모른척 자리를 떠났을텐데 말이다. 천성적으로 여주는 남에게 아주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제가 살아가기에도 벅찬 세상이었으니. 여주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소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심지어 소년의 옆, 빈 그네 위로 제 엉덩이를 붙이도 했다.

그리곤,


“저기요.”

“……..”

“아까부터 계속 봤는데요,”

“……..”

“왜 울고있어요?”



말을 걸기까지 했다.

여주는 속으로 헛웃음을 집어삼켰다. 제 유일한 친구 도영이 이 모습을 본다면 배가 찢어져라 비웃었을테다. 아무튼, 난데없는 제 목소리에 당황을 했는지, 소년의 울음이 곧 멎어들었다. 서러운 울음을 토해내던 아픈 울음소리가 멎었다. 여주는 문득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발을 작게 굴리자, 그네가 조금씩 흔들렸다. 오늘따라 햇빛이 눈이 부시도록 반짝인다. 여주는 하늘을 올려다보다 슬쩍 미간을 좁혔다. 옆자리 소년은 눈물이 멎은 후에도 계속 같은 자세를 고집했다. 소년의 작은 얼굴을 모두 가린 큼지막한 손이 영 거슬렸다. 얼굴, 보고싶은데. 여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양, 콧끝을 찡그리던 즈음.

곧 소년이 손가락 위로 파묻었던 얼굴을 들어올렸다. 여주는 순간 숨이 멎었다. 한참이나 뜸을 들이던 입술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저기, 괜찮아요?”



그게 너와 나의 첫만남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




“……….”

“………”



두 시선이 그제야 얽혀들었다. 큰 파도를 만나기라도 한 듯, 정우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그럼에도 집요하게 그녀를 쫓았다. 사람을 집어삼킬듯한 새까만 눈동자. 작고 오똑한 콧날. 항상 예쁘게 휘어있던 입꼬리. 여주가 맞았다. 정우는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미치도록 가슴이 뛰었다. 손을 뻗어 여주의 존재를 확인하지도 못했다. 그녀가 신기루마냥 사라져 버릴까봐.


“저기,…”


여주가 정우의 눈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계속해서 똑같은 부름만 되내일 뿐이었다. 저기. 저기요. 저,.. 그런 의미없는 그의 존재만을 말이다. 여주는 머쓱하게 볼을 긁적였다. 넋이 빠진듯한 소년은 대답조차 없었다. 점점 길어지는 정적에 여주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방황했다. 그러다 문득, 소년의 가슴께에 자리한 명찰이 눈에 띄었다. 김정우. 소년의 이름이 가지런히 그의 가슴께에 자리했다. 정우. 정우구나, 이름이. 예쁘다.



“정우야.”



웃기는 일이지만, 여주는 망설임없이 그의 이름을 제 입가로 가져갔다. 왜인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그의 이름 끝자락엔 나른한 미소가 퍼졌다.

 여린 목소리로 불리는 제 이름에 정우의 어깨가 흠칫 떨려왔다. 여주. 여주야. 김여주. 정우가 멍하니 여주의 이름을 되내었다. 여주의 눈동자가 놀란듯 팽창했다.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다. 제 이름은 어떻게 알았는지. 아직 19살이긴 하지만 교복을 벗은지는 꽤나 오래 전 일이었다. 여주는 아닌 걸 알면서도 제 옷차림을 다시 확인했다. 아무리 봐도 저를 모르는 사람이 단번에 제 이름을 알아챌만한 무언가는 단 하나도 없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

“혹시 날 알아?”

“……”

“저기, 정우야.”



정우는 대답이 없었다. 답답한 모양인지 여주의 고운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무렵 하늘에선 얇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맑은 햇살 아래로 떨어지는 여우비였다. 햇빛은 오래도록 정우를 비추었다. 여주가 처음 그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순간 숨을 멎은 이유이기도 했다. 숨이 멎도록 아름답고, 애틋한 눈빛. 세상의 모든 햇살이 그에게만 닿은 듯 유독 빛이 났다.

그래서 더 아팠다. 참을 수 없이. 모르는 양 지나치기엔 미치도록 가슴이 시렸다. 이렇게 빛나는 사람이 왜 이렇게 처절해야하나, 싶어서.



“담배필래?”


결국 여주는 정우의 대답을 듣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하릴없이 주머니를 뒤적이던 여주가 정우에게 슬쩍 담배곽을 내밀었다. 아마, 표현이 서투른 그녀에게는 더없이 솔직한 위로였을테다.

어색하게 내민 작은 손을 정우는 또 한참이나 내려다봤다. 의미없는 실소가 터져나왔다. 여주가 아니구나. 싶어서. 정우는 대충 고개를 주억거리며 여주가 내민 담배곽에서 담배를 하나 빼어물었다. 여주야, 내가 이젠 정말 미쳤나보다. 자꾸 네가 보이네. 정우는 여주에게 향했던 시선을 단숨에 앗아가 허공만 멍하니 응시했다. 그 애의 얼굴을 계속 보고있자니, 목이 메여서.

시선 속에서 그 애를 버리자, 영영 열릴기미 없이 닫혀있던 정우의 입술이 머뭇대며 움직였다.



[NCT/정우] 墮落天師(타락천사) 02 | 인스티즈

“…내가 어떻게 잊어.”

“어…?”

“내가 김여주를 어떻게 잊냐.”

“…….”

“아직 이렇게 선명한데.”


정우는 담배를 한모금 빨았다. 탁한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잠깐이라도 너를 잊을 수 있는 시간. 또다른 고통에 기대어 너를 잊을 수 있는. 아니, 사실 너를 더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시간. 너와의 추억이 한층 선명해져서 더없이 행복한. 이내 정우의 입가에 선명한 미소가 자리했다.

반면, 여주의 시선 속에는 여전히 정우가 자리했다. 바쁜 눈동자가 쉴 새 없이 그를 쫓았다. 웃는 낯이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 시원스레 찢어진 입가와, 예쁘게 자리한 입주름. 그리고 언뜻 보이는 입동굴까지. 근데 왜 네 눈은 이렇게 슬플까.

입을 꾹 닫은채로 정우를 가만히 지켜보던 여주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입고있던 후드집업을 벗었다. 얇은 빗방울이 금세 굵어졌다. 여주는 지체없이 정우의 머리 위로 제 후드집업을 씌워주었다. 검정색 후드집업이 햇살 위로 펄럭였다.



“네가 지어지간히도 넋이 빠진 모양인데.”

“………”

“지금 비오거든.”


금방 그칠 것 같으니까, 그거라도 쓰고있어.

여주는 싱긋 웃으며 다시 그네에 앉았다. 그리고는 저도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면서도 계속 실실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와, 웃긴다. 이 상황. 고개를 절절 저었다. 이런 기묘한 상황에서도 왜 자꾸 말과 행동이 생각보다 앞서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여주가 연기를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여전히 옆자리에선 대답도 없었지만, 적어도 그가 제 얘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여주는 그가 묻지도 않은 제 이야기를 천천히 나열했다.

그리고 기어코 그 이야기를 늘어놓았을 땐,


“정우야, 넌 사람 죽는거 본 적 있어?”

“………”

“난 있는데.”


정우의 싸늘한 눈동자를 마주했다.




/




정우가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

금방 그칠 줄 알았던 빗줄기는 더없이 거세져만 갔다. 급기야 정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정우가 앉아있던 그네가 정처없이 흔들렸다. 그 리듬에 맞춰 여주의 눈동자 또한 방황했다.

빗줄기는 금세 온 몸을 적셨다. 이미 정우가 내팽개친 담배의 끝자락은 희미한 빛을 앓았다. 정우는 차오르는 숨을 급하게 내쉬었다. 불규칙한 숨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씨발. 입가에선 나지막한 욕짓거리가 새어나왔다. 힙겹게 내딛는 발걸음은 위태롭게 휘청거렸다. 선명한 네 미소 위로 자꾸 그 끔찍한 기억이 겹쳐져 가슴을 옥죄었다.


“정우야, 너 괜찮,…!”


제 팔을 붙잡는 작은 손을 억세게 내쳤다.


[NCT/정우] 墮落天師(타락천사) 02 | 인스티즈

“적당히 해.”


날카로운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혀 더뎌졌다. 힘에겨워 한숨, 또 한숨. 한글자씩 천천히 내뱉는 차가운 목소리에 잠시 망설이던 여주가 다시 힘주어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여기서 놓치면 영영 그를 보지 못할 것 같았다.


“난,….나는,”


여주가 답지않게 머뭇댔다. 제게 붙잡혀 살짝 올라간 정우의 교복 소매 사이로 낯익은 흉터가 시선에 담겼다. 기어코 여주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몇 차례나 계속해서 그은 듯한 선명한 흉터. 제 것과 비슷한 흉터에 여주는 목이 메였다. 잊고있던 그 날의 기억이 점점 선명해졌다. 정우의 팔목을 간절하게 붙잡은 여린 손이 덜덜 떨렸다. 결국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빗줄기에 쓸려 이게 눈물인지 빗물인지 판단도 제대로 서지 않았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나는 이 손으로,


“….나 사람을 죽였어.”


사람을 죽였다.











/

안녕하세요!
달이랑입니다!!!!!!!!!!!!!
사실 이번편은ㅠㅠ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요...! 더이상 늦으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이렇게 먼저 글을 가져왔습니다ㅠㅠ
아마 중간에 한번쯤 내용수정이 들어갈수도 있을 것 같아요 !
그 점은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 만약 들어가게 된다면 공지 올려둘게요!!

처음부터 너무 찌통이라 쓰는 저조차도 답답하네요..
얼른 정우 웃는 짤을 좀 쓰고싶어요 정말ㅜㅜ 울 갱얼쥐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쁜 아이인데,....
그러니 이제부터 빠른 전개 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이 엉망징창인 글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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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뭐... 뭡니까 진짜 꿀잼....
3년 전
달이랑
헉 재밌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다음화 얼른 가져올게요❤️
3년 전
독자2
하... 작가님 진짜 역대급이에요 진짜 너무 재밌어요...
3년 전
달이랑
역대급이라니ㅠㅠ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화로 곧 찾아오겠습니다ㅎㅎ❤️
3년 전
독자3
직가님...저 이거 너무 좋아요...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신건지... 기대할게요ㅠㅠㅠㅠ
3년 전
달이랑
헉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 기대에 미칠 수 있도록 열심히 글 쓸게요!❤️
3년 전
독자4
어떻게 풀어갈지 상상이 안 돼요...진짜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3년 전
달이랑
저야말로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하죠💚어쩌다보니 다음화와 같이 답글을 달게 되었네요, 3화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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