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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엑소
달이랑 전체글ll조회 532l 1

墮落天師
타락천사






톡 톡

일정한 간격으로 기다란 손가락이 책상 위를 두드렸다. 정우는 턱을 괴고 멍하니 창 밖을 바라봤다. 벌써 여름이 오려나보다. 하나 둘 소매가 짧아지기 시작하더니 곧 대부분 아이들의 옷차림의 계절을 바꾸었다. 말간 햇살이 창을 타고 넘어와 정우에게 스며들었다. 와중에도 그 애는 선명했다. 아직 혼자만 계절을 바꾸지 못한 정우의 긴팔 와이셔츠 속, 그 애의 손길이 닿았던 팔목 부근이 홧홧했다.


‘정우야.’


정우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눈을 뜨고 턱을 괴던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괜시리 식은땀이 흘렀다. 셔츠의 단추를 풀어내자, 안에 입고 있던 흰색 반팔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더워서 단추를 풀었는데도, 정우는 끝내 그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손목 부근에 자리 잡은 흉터가 누군가에게 동정의 시선이 되는 것은 꽤나 불쾌한 일이다.


“자, 얘들아 책 피자.”


와중에 교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둔탁하게 교실에 울러퍼졌다. 정우는 그를 들은 체 만 체, 다시 턱을 괴고 창 밖을 바라봤다. 체육시간인지 운동장서 공을 차는 아이들이 정우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전에, 문득 학교 정문 쪽 담벼락에 기대어 있던 한 아이가 눈에 담겼다.


“거기, 무슨 일 있니?”


정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정우!!!”


교탁 앞에서 저를 목청껏 부르는 목소리에도 정우는 아랑곳 않았다. 그 애다. 정우는 정신없이 교실을 박차고 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임에도 정우가 그를 잊을리 없었다. 매일같이 그리던 여주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굳이 그녀를 먼저 찾지는 않았다. 간절하게 저를 붙잡던 여린 손길을 차갑게 내쳤던 일이 약 일주일 전이다. 제가 울고있다는 것도 모르는 양,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를 가득 달고 저를 올려다보던 그 애의 얼굴에 자꾸 제가 알던 여주와 겹쳐져 견딜 수 없던 그 찰나.

사람을 죽였다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죄를 고하던 그녀의 얼굴이 생각나 정우는 쉬지않고 정문으로 달려갔다.



/



“어, 정우야!”

“너 여기서 뭐해.”


막상 여주의 앞에 다다른 정우의 얼굴이 메말랐다. 그 날, 물기 가득한 너의 눈가가 걱정되어 미친듯이 달려왔으리라고는 정우 저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냥 발걸음이 빨라져 뛰어왔을 뿐이라고. 정우는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했다. 꽤나 먼 거리에서도 저를 알아보고 손을 흔드는 여주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지은 자신을, 정우는 기어코 발견하지 못했다.


“너 그때 교복 입고 있었잖아. 너랑 똑같은 교복입은 애 따라서 왔어.”

“아니. 내 말은,”

“너 보니깐 나도 오랜만에 교복 입고 싶다. 너랑 같이 학교 다니고 싶어.”


그럼 꽤 괜찮을 것 같거든. 내가.

여주는 뒷말을 삼키며 쓰게 웃었다. 그저 제 앞에 있는 정우의 무미건조한 물음에 횡설수설 대답을 피했을 뿐인데, 또 괜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뻔했다. 왜 자꾸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왜 정우 네 앞에만 서면 자꾸 그 날의 일을 되내이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여주는 정우의 눈을 피해 고개를 푹 숙였다.

오늘로써 단 두번째의 만남이지만 정우는 그를 탐탁치 않아하는 것 같았다. 여주는 시무룩하게 입을 다물고 발 밑에 있던 돌멩이를 밟아 밑창 아래로 굴렸다. 작은 돌멩이가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제발 정우가 저더러 당장 꺼지라고만 하지 않았음 좋겠다고. 여주는 생각했다.


“여기 왜 왔냐고.”

“어? 어,.. 그게..”

“야,”


금세 여주의 입꼬리가 하늘로 솟아났다. 아무튼 꺼지라고는 안했다. 여주는 눈동자를 굴리며 얼른 말을 골랐다. 그게,...하고 말을 늘리자, 정우는 그새를 못참고 그녀를 채근했다. 야. 건조한 부름에 여주가 잠시 미간을 좁혔다. 저번엔 여주라고 했으면서. 자기가 먼저 저를 불러놓고 이제는 모르는 양 저를 부르는 차가운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주는 정우에게 한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여주야.”

“….뭐?”

“내 이름. 감여주라고. 저번에 네가 그렇게 불렀잖아.”


정우의 무표정한 얼굴에 금이 갔다. 여주는 다시 한발자국 그에게 다가갔다. 탁한 담배냄새와 오묘하게 섞인 민트의 시원한 향기가 정우의 온몸을 감싸돌았다. 여주와는 확연히 다른 그 향기에 정우는 그제야 저를 가두어놓던 기억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정우는 짜증스레 머리를 넘기며 뒤로 물러섰다.


[NCT/정우] 墮落天師(타락천사) 03 | 인스티즈



톡 톡

일정한 간격으로 기다란 손가락이 책상 위를 두드렸다. 정우는 턱을 괴고 멍하니 창 밖을 바라봤다. 벌써 여름이 오려나보다. 하나 둘 소매가 짧아지기 시작하더니 곧 대부분 아이들의 옷차림의 계절을 바꾸었다. 말간 햇살이 창을 타고 넘어와 정우에게 스며들었다. 와중에도 그 애는 선명했다. 아직 혼자만 계절을 바꾸지 못한 정우의 긴팔 와이셔츠 속, 그 애의 손길이 닿았던 팔목 부근이 홧홧했다.


‘정우야.’


정우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눈을 뜨고 턱을 괴던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괜시리 식은땀이 흘렀다. 셔츠의 단추를 풀어내자, 안에 입고 있던 흰색 반팔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더워서 단추를 풀었는데도, 정우는 끝내 그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손목 부근에 자리 잡은 흉터가 누군가에게 동정의 시선이 되는 것은 꽤나 불쾌한 일이다.


“자, 얘들아 책 피자.”


와중에 교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둔탁하게 교실에 울러퍼졌다. 정우는 그를 들은 체 만 체, 다시 턱을 괴고 창 밖을 바라봤다. 체육시간인지 운동장서 공을 차는 아이들이 정우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전에, 문득 학교 정문 쪽 담벼락에 기대어 있던 한 아이가 눈에 담겼다.


“거기, 무슨 일 있니?”


정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정우!!!”


교탁 앞에서 저를 목청껏 부르는 목소리에도 정우는 아랑곳 않았다. 그 애다. 정우는 정신없이 교실을 박차고 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임에도 정우가 그를 잊을리 없었다. 매일같이 그리던 여주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굳이 그녀를 먼저 찾지는 않았다. 간절하게 저를 붙잡던 여린 손길을 차갑게 내쳤던 일이 약 일주일 전이다. 제가 울고있다는 것도 모르는 양,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를 가득 달고 저를 올려다보던 그 애의 얼굴에 자꾸 제가 알던 여주와 겹쳐져 견딜 수 없던 그 찰나.

사람을 죽였다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죄를 고하던 그녀의 얼굴이 생각나 정우는 쉬지않고 정문으로 달려갔다.



/



“어, 정우야!”

“너 여기서 뭐해.”


막상 여주의 앞에 다다른 정우의 얼굴이 메말랐다. 그 날, 물기 가득한 너의 눈가가 걱정되어 미친듯이 달려왔으리라고는 정우 저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냥 발걸음이 빨라져 뛰어왔을 뿐이라고. 정우는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했다. 꽤나 먼 거리에서도 저를 알아보고 손을 흔드는 여주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지은 자신을, 정우는 기어코 발견하지 못했다.


“너 그때 교복 입고 있었잖아. 너랑 똑같은 교복입은 애 따라서 왔어.”

“아니. 내 말은,”

“너 보니깐 나도 오랜만에 교복 입고 싶다. 너랑 같이 학교 다니고 싶어.”


그럼 꽤 괜찮을 것 같거든. 내가.

여주는 뒷말을 삼키며 쓰게 웃었다. 그저 제 앞에 있는 정우의 무미건조한 물음에 횡설수설 대답을 피했을 뿐인데, 또 괜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뻔했다. 왜 자꾸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왜 정우 네 앞에만 서면 자꾸 그 날의 일을 되내이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여주는 정우의 눈을 피해 고개를 푹 숙였다.

오늘로써 단 두번째의 만남이지만 정우는 그를 탐탁치 않아하는 것 같았다. 여주는 시무룩하게 입을 다물고 발 밑에 있던 돌멩이를 밟아 밑창 아래로 굴렸다. 작은 돌멩이가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제발 정우가 저더러 당장 꺼지라고만 하지 않았음 좋겠다고. 여주는 생각했다.


“여기 왜 왔냐고.”

“어? 어,.. 그게..”

“야,”


금세 여주의 입꼬리가 하늘로 솟아났다. 아무튼 꺼지라고는 안했다. 여주는 눈동자를 굴리며 얼른 말을 골랐다. 그게,...하고 말을 늘리자, 정우는 그새를 못참고 그녀를 채근했다. 야. 건조한 부름에 여주가 잠시 미간을 좁혔다. 저번엔 여주라고 했으면서. 자기가 먼저 저를 불러놓고 이제는 모르는 양 저를 부르는 차가운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주는 정우에게 한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여주야.”

“….뭐?”

“내 이름. 감여주라고. 저번에 네가 그렇게 불렀잖아.”


정우의 무표정한 얼굴에 금이 갔다. 여주는 다시 한발자국 그에게 다가갔다. 탁한 담배냄새와 오묘하게 섞인 민트의 시원한 향기가 정우의 온몸을 감싸돌았다. 여주와는 확연히 다른 그 향기에 정우는 그제야 저를 가두어놓던 기억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정우는 짜증스레 머리를 넘기며 뒤로 물러섰다.


[NCT/정우] 墮落天師(타락천사) 03 | 인스티즈



톡 톡

일정한 간격으로 기다란 손가락이 책상 위를 두드렸다. 정우는 턱을 괴고 멍하니 창 밖을 바라봤다. 벌써 여름이 오려나보다. 하나 둘 소매가 짧아지기 시작하더니 곧 대부분 아이들의 옷차림의 계절을 바꾸었다. 말간 햇살이 창을 타고 넘어와 정우에게 스며들었다. 와중에도 그 애는 선명했다. 아직 혼자만 계절을 바꾸지 못한 정우의 긴팔 와이셔츠 속, 그 애의 손길이 닿았던 팔목 부근이 홧홧했다.


‘정우야.’


정우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눈을 뜨고 턱을 괴던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괜시리 식은땀이 흘렀다. 셔츠의 단추를 풀어내자, 안에 입고 있던 흰색 반팔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더워서 단추를 풀었는데도, 정우는 끝내 그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손목 부근에 자리 잡은 흉터가 누군가에게 동정의 시선이 되는 것은 꽤나 불쾌한 일이다.


“자, 얘들아 책 피자.”


와중에 교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둔탁하게 교실에 울러퍼졌다. 정우는 그를 들은 체 만 체, 다시 턱을 괴고 창 밖을 바라봤다. 체육시간인지 운동장서 공을 차는 아이들이 정우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전에, 문득 학교 정문 쪽 담벼락에 기대어 있던 한 아이가 눈에 담겼다.


“거기, 무슨 일 있니?”


정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정우!!!”


교탁 앞에서 저를 목청껏 부르는 목소리에도 정우는 아랑곳 않았다. 그 애다. 정우는 정신없이 교실을 박차고 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임에도 정우가 그를 잊을리 없었다. 매일같이 그리던 여주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굳이 그녀를 먼저 찾지는 않았다. 간절하게 저를 붙잡던 여린 손길을 차갑게 내쳤던 일이 약 일주일 전이다. 제가 울고있다는 것도 모르는 양,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를 가득 달고 저를 올려다보던 그 애의 얼굴에 자꾸 제가 알던 여주와 겹쳐져 견딜 수 없던 그 찰나.

사람을 죽였다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죄를 고하던 그녀의 얼굴이 생각나 정우는 쉬지않고 정문으로 달려갔다.



/



“어, 정우야!”

“너 여기서 뭐해.”


막상 여주의 앞에 다다른 정우의 얼굴이 메말랐다. 그 날, 물기 가득한 너의 눈가가 걱정되어 미친듯이 달려왔으리라고는 정우 저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냥 발걸음이 빨라져 뛰어왔을 뿐이라고. 정우는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했다. 꽤나 먼 거리에서도 저를 알아보고 손을 흔드는 여주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지은 자신을, 정우는 기어코 발견하지 못했다.


“너 그때 교복 입고 있었잖아. 너랑 똑같은 교복입은 애 따라서 왔어.”

“아니. 내 말은,”

“너 보니깐 나도 오랜만에 교복 입고 싶다. 너랑 같이 학교 다니고 싶어.”


그럼 꽤 괜찮을 것 같거든. 내가.

여주는 뒷말을 삼키며 쓰게 웃었다. 그저 제 앞에 있는 정우의 무미건조한 물음에 횡설수설 대답을 피했을 뿐인데, 또 괜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뻔했다. 왜 자꾸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왜 정우 네 앞에만 서면 자꾸 그 날의 일을 되내이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여주는 정우의 눈을 피해 고개를 푹 숙였다.

오늘로써 단 두번째의 만남이지만 정우는 그를 탐탁치 않아하는 것 같았다. 여주는 시무룩하게 입을 다물고 발 밑에 있던 돌멩이를 밟아 밑창 아래로 굴렸다. 작은 돌멩이가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제발 정우가 저더러 당장 꺼지라고만 하지 않았음 좋겠다고. 여주는 생각했다.


“여기 왜 왔냐고.”

“어? 어,.. 그게..”

“야,”


금세 여주의 입꼬리가 하늘로 솟아났다. 아무튼 꺼지라고는 안했다. 여주는 눈동자를 굴리며 얼른 말을 골랐다. 그게,...하고 말을 늘리자, 정우는 그새를 못참고 그녀를 채근했다. 야. 건조한 부름에 여주가 잠시 미간을 좁혔다. 저번엔 여주라고 했으면서. 자기가 먼저 저를 불러놓고 이제는 모르는 양 저를 부르는 차가운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주는 정우에게 한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여주야.”

“….뭐?”

“내 이름. 감여주라고. 저번에 네가 그렇게 불렀잖아.”


정우의 무표정한 얼굴에 금이 갔다. 여주는 다시 한발자국 그에게 다가갔다. 탁한 담배냄새와 오묘하게 섞인 민트의 시원한 향기가 정우의 온몸을 감싸돌았다. 여주와는 확연히 다른 그 향기에 정우는 그제야 저를 가두어놓던 기억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정우는 짜증스레 머리를 넘기며 뒤로 물러섰다.


[NCT/정우] 墮落天師(타락천사) 03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웃기지마.”

“……”

“난 너 그렇게 못불러. 아니,”

“……”

“안불러.”


단호한 말에 도리어 당황한 쪽은 여주였다. 아니, 내 이름이 김여주인데 그게 무슨 말인지. 아직 그 정도의 사이는 아니라는건가. 여주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정우는 그 말을 끝으로 제게서 아예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성큼성큼 긴 다리가 망설임 없이 발을 빨리하자 여주는 입술을 깨물며 정우를 쫓았다.


“잠깐만, 나 아직,”


여주가 손을 뻗어 정우를 붙잡으려던 순간이었다.

저 멀리서 별안간 축구공이 빠르게 날아와 여주를 덮치려드는 것이 아닌가. 여주는 정우를 뒤따라가던 걸음을 멈추고 눈을 꼭 감았다. 덜컥 저를 집어삼키는 두려움에 여주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저를 향해 쉴 새 없이 날아들던 작은 공들이 떠올랐다. 피할 수 있어도 피하지는 못했다. 그 뒤엔 더 큰 고통이 이어짐을 알고 있었기에. 괜찮아졌다 생각했는데, 여주의 작은 몸은 그를 선명히도 기억하나 보다.

곧이어 퍽,하고 둔탁한 마찰음이 여주의 귓가에 안주했다. 아픔은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이상해서, 여주는 슬며시 내려앉은 눈커풀을 들어올렸다.


“넌 씨발, 공이 오면 피하던가 해야지 왜 가만히 있는데.”

“………”

“…야 너,”


여주는 멍하니 제 앞을 가로막은 정우를 올려다봤다.

여주에게 날아들던 축구공은 이미 정우의 넓다란 등에 가로막히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짧막한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그녀를 타박하던 정우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저를 올려다보는 멍한 눈동자를 지긋이 내려다보던 정우가 이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혹시라도 아플까 싶어 조심스레 손목을 감싸는 손길은 퍽 다정하기까지 했다. 그녀와 맞닿은 살결이 생생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신기루가 아니었다.

정우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벗어날 수 없다. 내 앞의 김여주가 아닌, 제 기억 속 여주에게. 정우는 천천히 그녀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따라와. 그 한마디에 여주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정우가 이끄는 곳으로 흘러갔다.



/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건데.”


세상을 깨우는 정우의 목소리에 그제야 여주는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정우를 처음 만난 낡은 놀이터였다. 이번엔 그네가 아닌 페인트가 다 벗겨진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말없이 여주를 그 곳으로 끌고가서도 정우는 굳이 그녀를 그네에 앉히지 않았다. 그 공간은 오로지 자신과 제 여주만의 추억이었기에. 누구든 그 공간을 함부러 차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더욱이, 그 존재가 제 앞의 김여주라면 치가 떨리도록 싫었다. 자꾸 그 애에게 여주가 덮어져서.

여주가 멍하니 허공 위로 시선을 넘길동안, 정우는 담배를 몇 개비나 피웠다. 정우의 발 밑 아래로 담배꽁초가 점점 쌓여갈 때 즈음, 정우는 그 정적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정우의 목소리에 짜증이 뚝뚝 묻어나왔다.


“아, 미안.”


그리고 그 짜증이 무색할만큼, 무덤덤한 여주의 목소리에 정우는 힘이 빠져 피식 웃음이 새었다. 여주는 시선을 옮겨 정우를 그에 담았다. 눈이 마주치자 순식간에 세상이 맑아졌다. 여주에게나, 정우에게나 그는 비슷했다. 그 느낌이 좋아 여주는 오래도록 정우를 담았다. 반면에 정우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그 느낌이 싫었다.


“그래서. 왜 나 찾아왔는데.”


방금 전 듣지못한 대답을 정우는 다시한번 찾았다. 여전히 높낮이없이 무미건조한 음이었다. 여주는 그를 보며 픽 웃었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필래? 정우에게 물었지만, 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익숙하게 담뱃대에 불을 붙이고 입 밖으로 연기를 내뱉었다. 생각해보니 말을 고르던 좀 전의 자신이 무색할 정도로 간단한 질문이었다.

여주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보고싶어서.”

“…….”

“정우, 너 보고싶어서 찾았어.”


여주가 벤치 등받이로 몸을 기댔다. 한참을 정우를 담은 시선은 어느덧 말간 하늘에 닿았다. 그제야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그 감각이 좋아 피실피실 웃음이 터져나왔다.


“정우야, 고작 두번째 만남에 이 말이 우습다는거 아는데 말이야.”

“…….”

“나는 네가 되게 좋아.”


그러니깐 너도 나한테 조금만 틈 좀 주라.

갑작스레 여주가 고개를 틀었다. 피할틈도 없이 시선이 얽혔다. 이번엔 정우도 그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요하게 그녀의 눈동자를 파고들 뿐이었다. 정우는 여주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내렸다. 세차게 가슴이 뛰었다.

미치도록,


“정우야,”


아프다.


“대답.”


정우는 주먹을 꼭 말아쥐었다. 어찌나 억세게 쥐었는지, 핏기가 사라진 하얀 주먹이 힘에겨워 파르르 떨렸다. 그저 여주를 닮은 여자애라고 여겼는데, 왜 자꾸 마음이 반응을 할까. 왜 신은 이토록 자신을 미워할까. 옹골차게 말아쥔 주먹으로 가슴을 쾅쾅치고만 싶었다. 멍이 들 정도로.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아니, 그냥 딱 죽을 수 있을 정도로 세게.


“아니다. 대답하지마. 그냥,”


그냥 피하지만 마. 다가가는건 내가 할게.

여주는 금방 말을 바꿨다. 정우의 대답이 무작정 두려워져서. 다급히 제 말문을 막는 목소리에 정우의 손바닥에선 이내 피가 새어나왔다. 짧은 손톱이 결국은 살결을 파고들었다. 그 따끔한 통증에 정우는 그제야 현실을 자각했다. 어, 정우야 너 손에 피..! 중얼거리며 다급히 제 손을 잡아오는 그녀의 손길을 빠르게 뿌리쳤다. 얼마나 힘을 주고 뿌리쳤는지, 여주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가 멀리 날아갔다. 여주가 놀란 듯 정우를 바라봤다.


“싫어.”


정우는 말했다.


“다가오지마.”


정우는 여주가 두려워했던 대답으로 낱낱이 정적을 채웠다.


“널 보는게 소름끼치도록 무서워.”

“…정우야,”

“아파. 아파서 돌아버릴 지경이야. 너따위 때문에,”


정우가 잠시 말을 잃고 머뭇거렸다.


“여주를 잃게될까 두려워졌어.”


네 위로 여주를 덧대는게 아니라,


[NCT/정우] 墮落天師(타락천사) 03 | 인스티즈

“....여주 위로 너를 덧대게 될까봐.”


그럼 영영 여주가 사라져버릴까봐.

문득 두려워졌다.










/

오늘도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번 편 이후로는 개인 일정으로 연재텀이 조금 길어질 것 같네요.
이해해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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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니 이렇게 바로 들고 와주시다니ㅠㅠㅠㅠㅠ감격...정우 마음이 이해가 돼서 너무 마음이 아파요...연재텀이 길어져도 좋아여 기다릴게요💚😊💚 작가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3년 전
독자2
헐 뭐예요.... 연재텀 길어져도 괜찮아요 원래 기다리는 자에게 행복이 오는 법..! 재밌으니깐 됐어요 ㅠㅜ!!
3년 전
독자3
아니 부족하다뇨 넘치는데요...? 진짜 너무 재밌어여 계속 볼 거예요 ㅠㅠㅠ
3년 전
비회원25.158
ㅠㅠㅠㅠㅠㅠ 아 너무 좋습니다 .,.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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