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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3층에서
 

















02 


 


 


 


 


 


 


 


 


 


 


 


 

아무래도 나, 이 사람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손에 봉다리를 챙겨 들고 괜히 옷매무새를 단장하며 남자의 방 앞을 천천히 발소리를 내며 지나쳤다. 혹시나 어제처럼 내가 지나가는 인기척을 듣고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나오기는커녕 너무나도 잠잠한 복도에 괜히 민망해진 나는 조식이나 먹자며 그 많은 계단을 후다닥 내려가다 말고 1층에 멈추어 괜히 카운터를 살폈다. 


 


 


 


"어, 어제 오신 손님이신가 봐요! 뭐 찾으세요?" 


 


"아, 아니에요!" 


 


"혹시, 형 찾으세요?" 


 


"형이요? 아니요, 아닌데." 


 


 


 


생각지 못한 직원의 등장에 당황한 나는 대충 대답을 얼버무리고 계단으로 향했다. 그런 나의 뒤통수에 대고 직원은 형이 운동하러 갔다며 전해 주었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아침부터 운동이라니, 왜 그렇게 체격이 좋으신가 했더니 자기 관리도 열심히 하시는구나- 왜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지. 

이제 인정해야 한다. 나는 유태양 말 그대로 금사빠가 맞고 이미 그 남자한테 반하다 못해 짝사랑이 시작되었다고.

지하에 도착하니 어제 도망치느라 처리 못 한 설거지는 온데간데 없이 테이블 위엔 조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약은 드셨어요?" 


 


 


 


먹을 만큼 접시에 옮겨 담은 조식 거리를 양손에 들고 방으로 가려던 찰나,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져 온 순간부터 난 두근거렸고 목소리가 들리자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재윤이다. 


 


 


 


"아니요, 밥 먹고 먹으려고요." 


 


"아직 밥 안 드셨구나. 아침이 늦네요, 저는 이제 점심 먹으려구요." 


 


"아, 제가 알람을 못 맞추고 잠에 들어서..." 


 


"같이 먹어요." 


 


 


 


남자는 불쑥 내 앞으로 다가와 프라이팬을 들더니 자신의 점심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순간 코앞을 가깝게 스쳐 지나간 남자의 향에 난 넋을 놓았다. 이 사람은 어떻게 땀 냄새도 안 나. 


뭐 더 필요한 거 있으세요? 물어 오는 남자의 말에 그제서야 망상 속에서 빠져 나와 자리에 앉았다. 


 


 


 


 

"커피 좋아하세요?" 


 


 

"아니요, 제가 카페인에 약해서..." 


 


"다행이다, 딸기 갈아 드릴게요." 


 


"딸기요?" 


 


"네, 딸기 얼려뒀거든요. 딸기 스무디 해 먹으려고." 


 


 

"커피 드실 줄 알았는데." 


 


"저 커피 싫어해요, 쓰잖아요." 


 


"카페하신다면서요?" 


 



"낮엔 카페하고 밤엔 술 팔아요. 동생은 낮에 일하고 저는 밤에 일하고." 


 


"우와, 신기하다... 그런 식으로도 영업 할 수 있는지 몰랐어요." 


 


"여주 씨는 무슨 일 하세요?" 


 


"저요…? 저는 아무것도 안 해요. 취준생이라." 


 


"직업 말고, 어떤 일을 평소에 하시나 해서요. 잠시만요!" 


 


 


 


나는 어떤 일을 하더라. 여태까지 무얼 했지. 남자는 내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을 던지고는 요란하게 딸기 스무디를 갈더니 예쁜 잔에 담아내게 건네며 앞자리에 앉았다. 


 


 


 



"...그냥 이력서 쓰고 지원할 회사들 찾고. 그게 전부예요, 제가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과정일지도 몰라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한 과정일 수 있다니. 남자가 스무디를 마시며 지나가듯 내게 건낸 말은 날 이 곳으로 이끈 지난 시간들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손으로 그림 그리고 물감을 고르고 하얀 도화지를 채워 나가는 게 좋아서 온 학교였는데, 4년간 열심히 컴퓨터를 만지며 모니터만을 채워 온 나는 점점 내 꿈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남자의 말 한 마디에 지난 시간이 다르게 다가오다니. 


 


 


 


 

"오늘부터 여행하시겠네요." 


 


 

"...아니요." 


 


 

"맞다, 감기 걸리셨지." 


 


"사실 아무 계획 없어요.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여기로 온 거라 이게 여행인지 도망인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혼자 어딘가에 온 것도 처음이라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여주 씨, 같이 마트 가요." 


 


"네?" 


 


"오늘 금요일이라 파티할 거리 장 봐야 하는데, 할 일없다는 거잖아요. 잘 됐다." 


 


"맞긴 한데-" 


 


"오늘 손님들 오셔서 저 혼자 장 보기 힘드니까 도와주세요. 저 일단 얼른 씻고 연락할게요, 그때 나와요." 


 


"이니, 저기요!" 


 



"설거지는 이걸로 쌤쌤!" 


 


 


 


남자는 비운 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싱크대에 담더니 자기 할 말만 하고 올라가 버렸다. 모처럼 방에 틀어박혀 그 누구의 눈치도 안 보며 뒹굴 거리고 싶었는데, 다 틀어졌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못다 한 세안을 제대로 하고 나갈 채비를 마친 뒤, 남자의 연락을 기다렸다. 


 


 


 


-이재윤이에요

-저 준비 다 했는데

-여주 씨는요? 


 


 


 


남자에게서 톡이 왔다. 연락한다고 해서 전화할 줄 알았 더니, 톡이라니. 이 와중에 프로필 사진은 또 왜 이렇게 잘생겼어. 여기가 가게인가 보구나, 진짜 분위기 좋네. 


 

혼자 프로필 사진에 빠져 답장도 잊은 채 사진을 넘겨 보던 중,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 오기에 나간다고 소리를 치며 황급히 가방을 챙겨 매고 문을 열었다. 


 


 


 


 

 

 

 

 

"읽고 한참 동안 답장 안 해서 같이 가기 싫은 줄 알았잖아요."




"...제가 설마요. 얼른 가요!"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남자의 모습은 아침까지 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만 보다가 이렇게 챙겨 입은 남자를 마주하니 괜히 더 두근거려 또 다시 얼굴이 빨개질까 봐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토라진 척 하던 남자는 되려 도망치듯 걸음을 재촉하는 나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듯 같이 가자며 내 뒤를 따라 내려왔다. 나는 차고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따라오던 남자는 나를 불러 세웠다. 


 


 


 


 

"여주 씨, 왜 차고로 가세요!" 


 


"차 타고 가는 거 아니었어요?" 


 


"버스 타야 하는데-" 


 


"정류장까지 한참 걸린다면서요?" 


 


"자전거 타고 가긴 싫으시잖아요." 


 


 


 


왜 나는 당연히 차를 타고 간다고 생각했을까. 앞서 걷던 나는 걸음을 멈추곤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곤 재윤의 옆으로 달려가서는 그의 발걸음에 맞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날씨가 어제보다 따뜻한 느낌이네. 


 


 


 


 


 

"하, 드디어 도착이라니 너무 힘들다. 운전 못 하실 줄 몰랐어요." 


 


"차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요. 가게도 집 근처고 어딜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 않다 보니까." 


 


"우와, 나랑 똑같네. 저도 가만히 있는 거 좋아하거든요." 


 


"그럼 여긴 어쩌다 오게 되셨어요?" 


 


"아까 한 말 그대로 도망 왔어요. 24년 동안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다 하고 살아왔는데, 이대로 다음 달에 졸업하고 이대로 취직을 해서 그렇게, 그렇게 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아서." 


 


"도망친 게 아니라, 드디어 여주 씨의 길로 온 거 아닐까요." 


 


"네?" 


 


"부모님에게서 도망친 건 맞을 수 있지만, 그 간 부모님의 길을 걷다가 드디어 여주 씨의 길을 걷게 된 게 아닐까- 싶어서요. 물론 저는 여주 씨의 24년이란 시간을 알지 못해서 주제넘은 말이었다면 죄송해요." 


 


"....." 


 


"어, 버스다! 우리 지금 오는 버스 타면 돼요." 


 


 


 


어른 같았다. 내 자신이 여전히 19살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고 생각하며 지내 온 것에 반하여, 이 남자는 어른이라는 생각이 단번에 드는 순간이었다. 그와 대화를 나눌 때면,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나는 그 짧은 찰나 순간순간 반하는 듯 했다. 


 

버스에 오른 우리는 맨 뒷자리로 향했고 창가에 앉은 나는 창밖을 바라보니 어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곳의 풍경이 이제서야 눈에 가득 들어왔다. 푸르른 바다와 하늘에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짧은 영상을 찍어 태양이에게 보내주었다. 

어제는 좀 힘들었는데 나와 보니까 너무 예쁘네, 너도 바다 좋아하니까 왔으면 좋아했을 것 같아, 오길 잘했다. 


 


 


 


 

"너무 예뻐요. 어젠 자전거 타느라 못 봤는데." 


 


"있는 동안 눈에 가득 담아 가세요." 


 


"친구도 왔으면 좋아했을 텐데, 아쉽다." 


 


 


 


몇 정류장 지나지 않아서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마트로 향했다. 누구랑 같이 장 본 게 얼마 만인지,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 따라 마트 갔던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근데, 어쩌다가 혼자 오시게 됐어요?" 


 


"친구는 아직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느라 바빠서요." 


 


"아, 하긴. 친구들도 준비하느라 바쁠 시기겠구나." 


 


"저 사실 친구가 한 명밖에 없거든요." 


 


"우와- 나도 한 명밖에 없는데, 내 동생. 그럼 친구랑 엄청 친하겠네요." 


 


 

"부모님끼리도 알고 지내시고 집도 바로 마주 보고 있는 아파트라 거의 붙어 지내다시피 해서 엄청 친해요. 맞다, 걔가 303호에 사는데 재윤님이 주신 방이 303호라 신기했어요!" 


 


"그런 친구면 같이 못 와서 아쉬울 만하겠네요. 다음에 집 돌아가시면 친구랑 제 가게 놀러 오세요." 


 


"서비스 주시고 그런 건가-" 


 


"당연하죠-!" 


 


 


 


 

어느새 장보기를 마치고 남자와 많이 친해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쯤, 전화가 울렸다. 


 


 


 


"먼저 나가서 전화 받으세요, 저는 계산하고 나갈게요." 


 


"네! 여보세요?" 


 


"성여주, 너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나 여행 왔잖아." 


 


 

 

[SF9/이재윤/유태양] 사랑은 3층에서 02 | 인스티즈 

 

"읽고 한참 동안 답장 안 해서 같이 가기 싫은 줄 알았잖아요."




"...제가 설마요. 얼른 가요!"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남자의 모습은 아침까지 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만 보다가 이렇게 챙겨 입은 남자를 마주하니 괜히 더 두근거려 또 다시 얼굴이 빨개질까 봐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토라진 척 하던 남자는 되려 도망치듯 걸음을 재촉하는 나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듯 같이 가자며 내 뒤를 따라 내려왔다. 나는 차고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따라오던 남자는 나를 불러 세웠다. 


 


 


 


 

"여주 씨, 왜 차고로 가세요!" 


 


"차 타고 가는 거 아니었어요?" 


 


"버스 타야 하는데-" 


 


"정류장까지 한참 걸린다면서요?" 


 


"자전거 타고 가긴 싫으시잖아요." 


 


 


 


왜 나는 당연히 차를 타고 간다고 생각했을까. 앞서 걷던 나는 걸음을 멈추곤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곤 재윤의 옆으로 달려가서는 그의 발걸음에 맞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날씨가 어제보다 따뜻한 느낌이네. 


 


 


 


 


 

"하, 드디어 도착이라니 너무 힘들다. 운전 못 하실 줄 몰랐어요." 


 


"차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요. 가게도 집 근처고 어딜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 않다 보니까." 


 


"우와, 나랑 똑같네. 저도 가만히 있는 거 좋아하거든요." 


 


"그럼 여긴 어쩌다 오게 되셨어요?" 


 


"아까 한 말 그대로 도망 왔어요. 24년 동안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다 하고 살아왔는데, 이대로 다음 달에 졸업하고 이대로 취직을 해서 그렇게, 그렇게 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아서." 


 


"도망친 게 아니라, 드디어 여주 씨의 길로 온 거 아닐까요." 


 


"네?" 


 


"부모님에게서 도망친 건 맞을 수 있지만, 그 간 부모님의 길을 걷다가 드디어 여주 씨의 길을 걷게 된 게 아닐까- 싶어서요. 물론 저는 여주 씨의 24년이란 시간을 알지 못해서 주제넘은 말이었다면 죄송해요." 


 


"....." 


 


"어, 버스다! 우리 지금 오는 버스 타면 돼요." 


 


 


 


어른 같았다. 내 자신이 여전히 19살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고 생각하며 지내 온 것에 반하여, 이 남자는 어른이라는 생각이 단번에 드는 순간이었다. 그와 대화를 나눌 때면,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나는 그 짧은 찰나 순간순간 반하는 듯 했다. 


 

버스에 오른 우리는 맨 뒷자리로 향했고 창가에 앉은 나는 창밖을 바라보니 어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곳의 풍경이 이제서야 눈에 가득 들어왔다. 푸르른 바다와 하늘에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짧은 영상을 찍어 태양이에게 보내주었다. 

어제는 좀 힘들었는데 나와 보니까 너무 예쁘네, 너도 바다 좋아하니까 왔으면 좋아했을 것 같아, 오길 잘했다. 


 


 


 


 

"너무 예뻐요. 어젠 자전거 타느라 못 봤는데." 


 


"있는 동안 눈에 가득 담아 가세요." 


 


"친구도 왔으면 좋아했을 텐데, 아쉽다." 


 


 


 


몇 정류장 지나지 않아서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마트로 향했다. 누구랑 같이 장 본 게 얼마 만인지,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 따라 마트 갔던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근데, 어쩌다가 혼자 오시게 됐어요?" 


 


"친구는 아직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느라 바빠서요." 


 


"아, 하긴. 친구들도 준비하느라 바쁠 시기겠구나." 


 


"저 사실 친구가 한 명밖에 없거든요." 


 


"우와- 나도 한 명밖에 없는데, 내 동생. 그럼 친구랑 엄청 친하겠네요." 


 


 

"부모님끼리도 알고 지내시고 집도 바로 마주 보고 있는 아파트라 거의 붙어 지내다시피 해서 엄청 친해요. 맞다, 걔가 303호에 사는데 재윤님이 주신 방이 303호라 신기했어요!" 


 


"그런 친구면 같이 못 와서 아쉬울 만하겠네요. 다음에 집 돌아가시면 친구랑 제 가게 놀러 오세요." 


 


"서비스 주시고 그런 건가-" 


 


"당연하죠-!" 


 


 


 


 

어느새 장보기를 마치고 남자와 많이 친해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쯤, 전화가 울렸다. 


 


 


 


"먼저 나가서 전화 받으세요, 저는 계산하고 나갈게요." 


 


"네! 여보세요?" 


 


"성여주, 너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나 여행 왔잖아." 


 


 

 

[SF9/이재윤/유태양] 사랑은 3층에서 02 | 인스티즈 

 

"읽고 한참 동안 답장 안 해서 같이 가기 싫은 줄 알았잖아요."




"...제가 설마요. 얼른 가요!"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남자의 모습은 아침까지 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만 보다가 이렇게 챙겨 입은 남자를 마주하니 괜히 더 두근거려 또 다시 얼굴이 빨개질까 봐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토라진 척 하던 남자는 되려 도망치듯 걸음을 재촉하는 나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듯 같이 가자며 내 뒤를 따라 내려왔다. 나는 차고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따라오던 남자는 나를 불러 세웠다. 


 


 


 


 

"여주 씨, 왜 차고로 가세요!" 


 


"차 타고 가는 거 아니었어요?" 


 


"버스 타야 하는데-" 


 


"정류장까지 한참 걸린다면서요?" 


 


"자전거 타고 가긴 싫으시잖아요." 


 


 


 


왜 나는 당연히 차를 타고 간다고 생각했을까. 앞서 걷던 나는 걸음을 멈추곤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곤 재윤의 옆으로 달려가서는 그의 발걸음에 맞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날씨가 어제보다 따뜻한 느낌이네. 


 


 


 


 


 

"하, 드디어 도착이라니 너무 힘들다. 운전 못 하실 줄 몰랐어요." 


 


"차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요. 가게도 집 근처고 어딜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 않다 보니까." 


 


"우와, 나랑 똑같네. 저도 가만히 있는 거 좋아하거든요." 


 


"그럼 여긴 어쩌다 오게 되셨어요?" 


 


"아까 한 말 그대로 도망 왔어요. 24년 동안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다 하고 살아왔는데, 이대로 다음 달에 졸업하고 이대로 취직을 해서 그렇게, 그렇게 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아서." 


 


"도망친 게 아니라, 드디어 여주 씨의 길로 온 거 아닐까요." 


 


"네?" 


 


"부모님에게서 도망친 건 맞을 수 있지만, 그 간 부모님의 길을 걷다가 드디어 여주 씨의 길을 걷게 된 게 아닐까- 싶어서요. 물론 저는 여주 씨의 24년이란 시간을 알지 못해서 주제넘은 말이었다면 죄송해요." 


 


"....." 


 


"어, 버스다! 우리 지금 오는 버스 타면 돼요." 


 


 


 


어른 같았다. 내 자신이 여전히 19살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고 생각하며 지내 온 것에 반하여, 이 남자는 어른이라는 생각이 단번에 드는 순간이었다. 그와 대화를 나눌 때면,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나는 그 짧은 찰나 순간순간 반하는 듯 했다. 


 

버스에 오른 우리는 맨 뒷자리로 향했고 창가에 앉은 나는 창밖을 바라보니 어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곳의 풍경이 이제서야 눈에 가득 들어왔다. 푸르른 바다와 하늘에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짧은 영상을 찍어 태양이에게 보내주었다. 

어제는 좀 힘들었는데 나와 보니까 너무 예쁘네, 너도 바다 좋아하니까 왔으면 좋아했을 것 같아, 오길 잘했다. 


 


 


 


 

"너무 예뻐요. 어젠 자전거 타느라 못 봤는데." 


 


"있는 동안 눈에 가득 담아 가세요." 


 


"친구도 왔으면 좋아했을 텐데, 아쉽다." 


 


 


 


몇 정류장 지나지 않아서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마트로 향했다. 누구랑 같이 장 본 게 얼마 만인지,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 따라 마트 갔던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근데, 어쩌다가 혼자 오시게 됐어요?" 


 


"친구는 아직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느라 바빠서요." 


 


"아, 하긴. 친구들도 준비하느라 바쁠 시기겠구나." 


 


"저 사실 친구가 한 명밖에 없거든요." 


 


"우와- 나도 한 명밖에 없는데, 내 동생. 그럼 친구랑 엄청 친하겠네요." 


 


 

"부모님끼리도 알고 지내시고 집도 바로 마주 보고 있는 아파트라 거의 붙어 지내다시피 해서 엄청 친해요. 맞다, 걔가 303호에 사는데 재윤님이 주신 방이 303호라 신기했어요!" 


 


"그런 친구면 같이 못 와서 아쉬울 만하겠네요. 다음에 집 돌아가시면 친구랑 제 가게 놀러 오세요." 


 


"서비스 주시고 그런 건가-" 


 


"당연하죠-!" 


 


 


 


 

어느새 장보기를 마치고 남자와 많이 친해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쯤, 전화가 울렸다. 


 


 


 


"먼저 나가서 전화 받으세요, 저는 계산하고 나갈게요." 


 


"네! 여보세요?" 


 


"성여주, 너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나 여행 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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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보러 왔는데, 어디냐고." 


 


 


 


 


 


 


 


 


 


 


 

- 


 


 


 


 


 


 


 


 


 


 

날이 더워지면 더워질 수록 얼어 죽을 듯이 추운 한 겨울을 상상하곤 해요. 

그렇게 상상하다가 탄생한 글이 쟁턍의 따수움 때문에 분위기가 너무 따뜻해져 버린 느낌 ;-; 

인간 난로 쟁턍...................... 


 

다음 글은 저 천천히 돌아 오게 될 것 같아요. 

컴백 전에 들고 올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천천히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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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마음이 따수워집니당...❤️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네요ㅠㅠㅠㅠㅠ 비지엠 선정 언제나 짱이에요ㅠㅠㅠ
3년 전
오매기
감사합니다 💛💛💛
3년 전
독자2
드디어 전화속이 아닌 실제 태양이 등장하나요!!!!!!! 오늘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3년 전
오매기
두근두근 !!!!!!!!!!! 감사합니다💛
3년 전
독자3
꺄ㅠㅠㅠㅠ작가님 현생에 치여서 인스티즈 한동안 못 들어오다가 오랜만에 들어와서 힐링하고 가요!!ㅠㅠㅠ 다음화 벌써 기대되네요 넘 재밌는 글 감사해요! 🙇🏻‍♀️😊:))
3년 전
오매기
ㅠㅠ저도 현생에 치여서 다음 화 업로드 텀이 너무 늦어지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3년 전
독자4
작가님... 기다리고 있어요...
3년 전
오매기
독자님 넘 죄송해요..........ㅠ__ㅜ
셒구 활동이 끝나고 바로 돌아 오려했는데... 휴가 전 몰아치는 업무로 인해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느라 돌아 오지 못하고 있어요 흑흑흑 빠른 시일 내에 여유 되찾아 태양이와 돌아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년 전
독자5
태양이 등장... 저 지금 정주행 중인 것 같아요 하 작가님 오실 때까지 올려주신 글들 복습할게요 ㅠㅠㅠㅠㅠ
3년 전
오매기
ㅠㅠ흐억 사실 읽어주실 분들이 많을 줄 모르고 시간 날 때 여유롭게 올려 봐야지~,,~ 하고 시작하는 바람에 느리게 흘러 갈 예정이었던지라 죄송해요ㅠ__ㅜ
얼른 얼른 돌아 올 수 있도록 현생 속에서 틈틈히 열일해보겠습니다 !!!

3년 전
독자6
ㅠㅠㅠㅠ제가 늦타지라 글잡 정주행하다가 이런 보물같은 글을 이제야 발견했음다ㅠㅠㅠ 잔잔하니 브금이랑도 넘 잘어울리고 애들이랑도 분위기 잘어율려요ㅠㅠㅠㅠ 체고... 작가님 현업 화이팅하시구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아!!!👍
3년 전
오매기
헉ॱଳ͘ 몇개월이 지난 글을 찾아 읽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ㅠ__ㅜ... 현업에 큰 구조조정이 생기면서 자꾸만 미뤄지는 바람에 너무 죄송한 마음 뿐이네요....
이렇게 끝버리고 싶은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가 되더라도 꼭 다시 이어 연재 할테니 알람 기다려주세요🙃!!!!!!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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