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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그리고 둘, 하나>
 

 

 


 


 


 


 


 


 

정재현 동생 정린. 

 

 

오빠는 97년 2월생, 나는 98년 12월생. 연년생이지만 만 나이로는 2살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렸을 때에는 오빠가 나를 정말 살뜰히 챙겼다고한다. 유치원에서 쉬는 시간마다 우리 교실로 찾아와서 준희 뭐하고있나 지켜보는 게 어린 정재현의 하루 일과 중 하나였다는데, 이건 얼마 전 본가 이사 준비를 하다가 창고에서 찾은 유치원 가정통신문 덕분에 알게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는 정재현을 조금 미워했다. 

 

 


 

’린이 지인짜 예쁘다아’ 하며 나를 좋아해주던 친구들이 내 친오빠가 누군지 알게되면 ‘린이도 예쁘긴한데 린이네 오빠가 훠얼씬 더 예쁘더라' 하는 말들을 듣고 자라면서 상처도 많이 받으면서 나는 관심받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게됐다. 어차피 그 관심은 전부 오빠한테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원망스럽게 공부까지 잘해버린 정재현은 모든 선생님들이 예뻐하는 아이였다. 나는 매년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담임선생님에게 ‘ 네가 재현이 동생이구나~ 린이도 오빠처럼 공부 열심히 할 수 있지? ‘ 라는 말을 들었고, 중학교는 무조건 오빠랑 다른 학교에 가겠다고 결심했다. 

 

 

 


 


 

다행스럽게도 정재현은 집에서 가까운 남중으로 갔고,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나는 오빠 없는 학교에 가는 게 너무 좋아서 밤새 울었다. 

 

 

 


 


 

중/고등학생 때의 오빠랑 나는 거의 남이었다. 조금 친한 옆집 사는 사람 정도? 애초에 둘 다 공부한다고 바빠서 집에 늦게 들어오고 내가 사춘기가 와서 집에서는 거의 말을 안했기 때문에 그냥 데면데면 지냈다. 부모님 없이 둘이 집에 남으면 어색할 정도로 멀어졌지만 사이가 나쁘진 않았다. 애초에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싸울 일도 없는 탓이 컸다. 서로를 대하는 게 어색했다는 말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그렇게 지냈던 우리 남매의 사이가 조금 변한 건 정재현이 수능을 친 이후였다. 정재현은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봤는데, 살갑게 지내지는 않지만 오빠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빠의 수능날, 나는 정재현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수능이 끝날 때까지 학교 근처 카페에서 한 시간에 한 번씩 기도하면서 기다렸다.  

 


 

 

 

“ 오빠! 여기 여기!! 수능 잘 봤어? “ 

 

“ 아... 린아... 나 어떡하지? 나 지방대 갈 거 같아... “ 

 

“ 뭐? 아... 아니다. 우선 밥부터 먹자 내가 맛집 데려가줄게! “ 

 


 


 

 

 

수능을 치고 나온 오빠는 정말 초면이었다. 모의고사 올1등급 받는 사람이 도대체 수능을 어떻게 본 건지 1교시 국어에서 5문제나 찍었다는데 내년의 내 모습인가 싶고 시무룩해하는 오빠가 너무 안쓰러워서 일주일 치 용돈을 투자해서 초밥집에서 특선초밥을 사먹였다.  

 

밥을 먹는 도중 도저히 못참겠다며 정재현이 답을 맞추기 시작했는데 그의 수능점수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5개나 찍었다던 국어는 100점이었고 국어에서 멘붕이 와서 정신이 없었다던 수학은 두개 틀려 95점이었다. 수학을 제외하면 평소 모의고사 성적이랑 비슷한 정도였는데 어떻게 지방대라는 결론이 나온 건지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봤다. 

 


 

 

"아까 뭐라그랬더라? 지방... 지방대?" 

 

“아... 내가 이렇게 많이 틀려본 적이 없어서 이정도 틀리면 지방대 가는 줄 알았어 “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용돈 털어 사준 특선초밥이 아까웠다. 

 

 

 


 

 

 

정재현은 K대에 합격했다.  

 

 

 

나는 정말 미친듯이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정재현 생각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도 많이 컸고, 어릴 때부터 정재현이 S대에 입학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평소보다 수능을 조금 망쳐서, K대였다. 정재현은 학교에 애정이 전혀 없었고 1학년 1학기 강의에 전부 결석을 하면서 학점 0.00을 기록했다. 

 

 

 


 


 

엄마는 자기도 알게모르게 S대에 합격하기를 기대했던 게 오빠를 부담스럽게 만든 것 같다고 매일같이 펑펑 우셨다. 정재현때문에 박살난 집안 분위기 때문에 나의 고3 생활은 좀 혼란스러웠다.  

 


 

 
 

 

“ 오빠.. 그냥 학교 잘 다니면 안돼?? 누구는 가고싶어도 못 가는 학교잖아. S대가 가고싶으면 재수를 해. 왜 그러는거야? “  

 


 

그 날 인생 처음으로 오빠한테 신경질을 내며 말했는데 정재현은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해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부터는 착실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여름방학 이후 나의 고3 생활은 아주 순조로웠다. 심지어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수능 성적이 훨씬 좋아서 이전에는 꿈도 못꿨던 K대 식품공학과에 지원해봤고, 합격해버렸다.  

 


 

내가 K대라니..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K대에 입학하면 평생 ‘정재현 동생’ 으로 살아야할 것 같아서 불안해졌다. 그래서 진지하게 재수를 고민했지만 ‘정재현이 다니는 학교’ 인 것만 빼면 과분하게 좋은 학교였고, 재수를 해도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서 거짓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가 남매라고 말만 안하고다니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입학했다. 

 

 

 

 

 

 

 

‘린아! 너 왜 너네 오빠 얘기 안했어?‘ 

 

‘아니 경영 정재현이 친오빠면 말을 했어야지ㅠㅠㅠㅠㅠ 우리 린이 뭐 좋아해? 먹고싶은 거 있어?‘ 

 

 


 

 

아니나다를까 정재현은 K대 경영 존잘남으로 페이스북 페이지에 박제당한 사람이었고, 이럴거면 그냥 연예인을 하는 게 어떨지 싶을정도로 유명했다. 정재현이랑 같이 있는 모습 한 번 들켜서 이렇게 나의 캠퍼스라이프도 날아가는구나~ 하고 그냥 자포자기했다. 

 


 

 

 

그래도 정재현 동생으로써 좋은 점도 아주 많다. 

 


 

예를 들어서 정재현을 짝사랑하는 수많은 언니들의 보호로 ‘정린을 까면 살해당한다’ 라며 린까살이라는 유치한 별명도 생겨서 꼰대 복학생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친오빠가 정재현이니까 웬만한 남자는 눈에 안차지? 라며 언니들은 존잘만 가득가득한 미팅을 주선해줬다.  

 

 

 


 


 

“그 정재현 동생이면 우리는 눈에 안차겠다.”  

 

 


 

 

숨기고 숨겨도 정재현 동생이라는 내 아이덴티티는 숨겨지지 않았고 미팅자리에서까지 그런 말을 들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해서

 


 

 

 

“그래!! 다 흐리멍텅하게도 생겼네!!! 멍게같은 것들아!!!!” 

 

 

 


 

질러버리고 그 날은 혼자 울면서 집에 왔다. 

정재현 진짜 싫어. 아니야 정재현은 잘못없어. 아니? 근데 정재현 진짜 싫어. 무한반복이었다.  

 

 

 

 


 


 

 

오빠랑 같은 학교지만 다 큰 남매 둘이 같은 방에 자취를 시키기도 좀 그렇고 오빠도 가까이 있는데 막내딸 혼자 따로 살게 하기도 불안하셨던 부모님은 오빠 자취방과 같은 건물에 내 자취방을 마련해주셨고 오빠는 1층, 나는 3층이었다. 정재현과 같은 건물에 살면서 감시당하는 기분이 없지않아 좀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더 많았다. 집밥을 공유할 수 있어서 음식물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고, 바퀴벌레가 나오면 정재현이 잡아주고, 무엇보다 내가 아무리 취하고 필름이 끊겨도 안전하게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쓰레기들의 이상형, 자취하고 잘 취하는 사람이었지만, 친오빠가 같은 건물에 사는 여자애를 어떻게 해보려고 할만큼 간땡이가 팅팅 부은 사람은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님의 선택이 아주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원래 부모님은 정재현 바로 옆집에 내가 살았으면 했는데 나보다 일주일 먼저 그 집을 계약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정재현의 동기, 베프, 여사친 김여주 언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내가 할 이야기는 이 둘과의 관계다.  

 

 

 

내가 입학하자마자 정재현과 같은 건물에 자취를 하면서 서로 들락날락하며 서로의 친구들 얼굴을 자주 보게됐는데, 정재현 자취방에서 가장 많이 본 정재현 친구가 김여주언니였다. 그 언니를 처음 본 건 정재현이 새벽 두 시에 전화로 나를 깨운 날이었다.  

 

 


 

 

“린아. 자고있었어?” 

 

“어어...왜?” 

 

“진짜 미안한데 내 친구가 좀 많이 취해서... 네 방에서 재워줄 수 있어?” 

 

“뭐야...오빠방에서 안재우고 왜?” 

 

“아, 여자애라서 내 방에 재우기 좀 그래서.” 

 

 

 


 


 

남중 남고 나온 정재현이 여사친이라니. 아니 사실 남중남고 아니었어도 혈육의 여사친은 좀 충격적일 것 같다. 잠깐 어버버거리다가 알겠다고 한 뒤 문을 열어줬다. 정재현은 자연스럽게 내 침대에 여주언니를 눕히고 바닥에 이불을 깔아줬다. 물어보지도 않고 나를 당연히 바닥에서 재울 생각이었던 정재현이 얄미웠지만 졸리기도 하고 손님한테 침대를 양보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그냥 잘자라고 정재현을 내려보냈다. 

 

 

 


 

자려고 불을 끄려다가 언니의 다 번진 눈화장이 신경쓰여서 클렌징티슈를 들고 침대 옆에 앉아 얼굴을 살살 문지르는데 여주 언니 눈이 갑자기 번쩍 뜨였다. 너무 놀라서 티슈도 떨어트리고 눈을 꿈뻑거렸는데 언니는 베시시 웃었다. 

 

 

 

“뭐야아.. 정재현이야?” 

 

“아...아니... 저는 정재현 동생!” 

 

“아니? 정재현이 여자야?? 이거 꿈인가?” 

 

“그러니까 저는 정재현 동생...” 

 

“정재현 머리 길어도 잘생겼네에...” 

 

 


 

어쩐지 기분이 상해서 정재현을 다시 부르고 내쫓아버릴까 잠깐 고민했지만 화장이 지워지다 말아서... 여자의 의리로 정재현은 부르지 않았다. 그냥 떨어진 티슈를 버리고 새 티슈를 꺼내 얼굴을 닦아줬다. 

 


 

 

 

“화장 안지우고 자면 내일 속상할 거 같아서. 다 지우면 불 꺼줄게요.” 

 

“여자 재현이도 다정하네에? 정재현 너 진짜... 아무한테나 그러면 진짜.... 흠....” 

 

 

 


 

정재현을 어떻게 해버릴지 진심으로 고민하는 얼굴을 말없이 치덕치덕 문대고 스킨 묻힌 화장솜으로 얼굴을 한 번 더 꼼꼼하게 닦아줬다. 아 나도 누가 술취했을 때 이렇게 화장 지워줬으면 좋겠다. 

 

 

 


 

“근데 있쟈나... 재현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 재현이 아니라 재현이 동생 정린이요.” 

 

“나는 니 동생이 너무 미워...” 

 

 


 

 

허. 걱정돼서 잠도 미루고 화장까지 다 지워줬더니 갑자기 내가 밉대. 이 언니 뭐지? 승질나서 화장솜을 휙 버리고 불을 껐다. 수분크림까지 발라주려던 내가 등신이지 뭐. 나도 내 침대 뺏어간 사람 밉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잠이 안왔고 침대 위에서 중얼중얼거리는 소리도 짜증나서 괜히 혼자 밤새 이불만 뒤척거렸다. 그렇게 새벽 네시 쯤 잠이 들었는데 아침 일곱시부터 정재현이 문짝 부서지듯이 두들기는 바람에 늦잠도 못자고 깨버렸다. 일어나서 침대 위를 휙 째려봤지만 밤새 남의 속은 다 뒤집어놓은 사람은 속 편하게 쿨쿨 자고있었다.  

 

 

 

 

 

“아이씨.... 뭐야 아침부터....” 

 

“린이 너 오늘 1교시잖아. 1층에 밥 해놨어. 셋이 밥먹자.” 

 

“쩝.... 그래. 씻고 오빠친구 깨워서 같이 내려갈게.” 

 


 


 

 

 

정재현이 요리는 또 기깔나게 잘해서 아침밥 먹으면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샤워하러 화장실 들어가기 전에 침대를 다시 쳐다봤지만 김여주 언니는 아직도 꿈나라 여행중인지 미동도 않고 누워있었다. 그냥 안씻기고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내 소심한 복수였다. 

 

 

 

샤워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소리에 여주언니가 잠에서 깼고 밥 먹으러 1층 갈 거니까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준비되면 내려오라고 말을 전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냥 저 언니 정재현 좋아하는 거 같은데 꾸질꾸질하게 데려가면 좀 미안할 것 같아서.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방은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미역국인가? 

 

 


 


 


 


 


 

 

 


 

“어, 왔어? 여주는?” 

 

“씻는데 나 있으면 불편할 거 같아서 나 먼저 왔어. 미역국이야?” 

 

“응응. 식기 전에 너 먼저 얼른 먹어.” 

 

“오빠는?” 

 

“나는 여주 내려오면 같이 먹을게.” 

 

 


 

 

어차피 나도 밥 먹고 바로 수업 가야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스팸에, 계란말이에, 김치볶음까지? 평소보다 좀 신경썼네.  

 


 


 

 

 

“여자친구야?” 

 

“응? 여주?” 

 

“응.” 

 

“여주 그냥 친한 친구야~” 

 

“그래?” 

 

 


 

[엔시티/정재현] 셋 그리고 둘, 하나 | 인스티즈 

 


 


 


 


 


 


 

정재현 동생 정린. 

 

 

오빠는 97년 2월생, 나는 98년 12월생. 연년생이지만 만 나이로는 2살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렸을 때에는 오빠가 나를 정말 살뜰히 챙겼다고한다. 유치원에서 쉬는 시간마다 우리 교실로 찾아와서 준희 뭐하고있나 지켜보는 게 어린 정재현의 하루 일과 중 하나였다는데, 이건 얼마 전 본가 이사 준비를 하다가 창고에서 찾은 유치원 가정통신문 덕분에 알게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는 정재현을 조금 미워했다. 

 

 


 

’린이 지인짜 예쁘다아’ 하며 나를 좋아해주던 친구들이 내 친오빠가 누군지 알게되면 ‘린이도 예쁘긴한데 린이네 오빠가 훠얼씬 더 예쁘더라' 하는 말들을 듣고 자라면서 상처도 많이 받으면서 나는 관심받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게됐다. 어차피 그 관심은 전부 오빠한테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원망스럽게 공부까지 잘해버린 정재현은 모든 선생님들이 예뻐하는 아이였다. 나는 매년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담임선생님에게 ‘ 네가 재현이 동생이구나~ 린이도 오빠처럼 공부 열심히 할 수 있지? ‘ 라는 말을 들었고, 중학교는 무조건 오빠랑 다른 학교에 가겠다고 결심했다. 

 

 

 


 


 

다행스럽게도 정재현은 집에서 가까운 남중으로 갔고,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나는 오빠 없는 학교에 가는 게 너무 좋아서 밤새 울었다. 

 

 

 


 


 

중/고등학생 때의 오빠랑 나는 거의 남이었다. 조금 친한 옆집 사는 사람 정도? 애초에 둘 다 공부한다고 바빠서 집에 늦게 들어오고 내가 사춘기가 와서 집에서는 거의 말을 안했기 때문에 그냥 데면데면 지냈다. 부모님 없이 둘이 집에 남으면 어색할 정도로 멀어졌지만 사이가 나쁘진 않았다. 애초에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싸울 일도 없는 탓이 컸다. 서로를 대하는 게 어색했다는 말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그렇게 지냈던 우리 남매의 사이가 조금 변한 건 정재현이 수능을 친 이후였다. 정재현은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봤는데, 살갑게 지내지는 않지만 오빠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빠의 수능날, 나는 정재현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수능이 끝날 때까지 학교 근처 카페에서 한 시간에 한 번씩 기도하면서 기다렸다.  

 


 

 

 

“ 오빠! 여기 여기!! 수능 잘 봤어? “ 

 

“ 아... 린아... 나 어떡하지? 나 지방대 갈 거 같아... “ 

 

“ 뭐? 아... 아니다. 우선 밥부터 먹자 내가 맛집 데려가줄게! “ 

 


 


 

 

 

수능을 치고 나온 오빠는 정말 초면이었다. 모의고사 올1등급 받는 사람이 도대체 수능을 어떻게 본 건지 1교시 국어에서 5문제나 찍었다는데 내년의 내 모습인가 싶고 시무룩해하는 오빠가 너무 안쓰러워서 일주일 치 용돈을 투자해서 초밥집에서 특선초밥을 사먹였다.  

 

밥을 먹는 도중 도저히 못참겠다며 정재현이 답을 맞추기 시작했는데 그의 수능점수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5개나 찍었다던 국어는 100점이었고 국어에서 멘붕이 와서 정신이 없었다던 수학은 두개 틀려 95점이었다. 수학을 제외하면 평소 모의고사 성적이랑 비슷한 정도였는데 어떻게 지방대라는 결론이 나온 건지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봤다. 

 


 

 

"아까 뭐라그랬더라? 지방... 지방대?" 

 

“아... 내가 이렇게 많이 틀려본 적이 없어서 이정도 틀리면 지방대 가는 줄 알았어 “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용돈 털어 사준 특선초밥이 아까웠다. 

 

 

 


 

 

 

정재현은 K대에 합격했다.  

 

 

 

나는 정말 미친듯이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정재현 생각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도 많이 컸고, 어릴 때부터 정재현이 S대에 입학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평소보다 수능을 조금 망쳐서, K대였다. 정재현은 학교에 애정이 전혀 없었고 1학년 1학기 강의에 전부 결석을 하면서 학점 0.00을 기록했다. 

 

 

 


 


 

엄마는 자기도 알게모르게 S대에 합격하기를 기대했던 게 오빠를 부담스럽게 만든 것 같다고 매일같이 펑펑 우셨다. 정재현때문에 박살난 집안 분위기 때문에 나의 고3 생활은 좀 혼란스러웠다.  

 


 

 
 

 

“ 오빠.. 그냥 학교 잘 다니면 안돼?? 누구는 가고싶어도 못 가는 학교잖아. S대가 가고싶으면 재수를 해. 왜 그러는거야? “  

 


 

그 날 인생 처음으로 오빠한테 신경질을 내며 말했는데 정재현은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해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부터는 착실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여름방학 이후 나의 고3 생활은 아주 순조로웠다. 심지어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수능 성적이 훨씬 좋아서 이전에는 꿈도 못꿨던 K대 식품공학과에 지원해봤고, 합격해버렸다.  

 


 

내가 K대라니..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K대에 입학하면 평생 ‘정재현 동생’ 으로 살아야할 것 같아서 불안해졌다. 그래서 진지하게 재수를 고민했지만 ‘정재현이 다니는 학교’ 인 것만 빼면 과분하게 좋은 학교였고, 재수를 해도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서 거짓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가 남매라고 말만 안하고다니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입학했다. 

 

 

 

 

 

 

 

‘린아! 너 왜 너네 오빠 얘기 안했어?‘ 

 

‘아니 경영 정재현이 친오빠면 말을 했어야지ㅠㅠㅠㅠㅠ 우리 린이 뭐 좋아해? 먹고싶은 거 있어?‘ 

 

 


 

 

아니나다를까 정재현은 K대 경영 존잘남으로 페이스북 페이지에 박제당한 사람이었고, 이럴거면 그냥 연예인을 하는 게 어떨지 싶을정도로 유명했다. 정재현이랑 같이 있는 모습 한 번 들켜서 이렇게 나의 캠퍼스라이프도 날아가는구나~ 하고 그냥 자포자기했다. 

 


 

 

 

그래도 정재현 동생으로써 좋은 점도 아주 많다. 

 


 

예를 들어서 정재현을 짝사랑하는 수많은 언니들의 보호로 ‘정린을 까면 살해당한다’ 라며 린까살이라는 유치한 별명도 생겨서 꼰대 복학생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친오빠가 정재현이니까 웬만한 남자는 눈에 안차지? 라며 언니들은 존잘만 가득가득한 미팅을 주선해줬다.  

 

 

 


 


 

“그 정재현 동생이면 우리는 눈에 안차겠다.”  

 

 


 

 

숨기고 숨겨도 정재현 동생이라는 내 아이덴티티는 숨겨지지 않았고 미팅자리에서까지 그런 말을 들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해서

 


 

 

 

“그래!! 다 흐리멍텅하게도 생겼네!!! 멍게같은 것들아!!!!” 

 

 

 


 

질러버리고 그 날은 혼자 울면서 집에 왔다. 

정재현 진짜 싫어. 아니야 정재현은 잘못없어. 아니? 근데 정재현 진짜 싫어. 무한반복이었다.  

 

 

 

 


 


 

 

오빠랑 같은 학교지만 다 큰 남매 둘이 같은 방에 자취를 시키기도 좀 그렇고 오빠도 가까이 있는데 막내딸 혼자 따로 살게 하기도 불안하셨던 부모님은 오빠 자취방과 같은 건물에 내 자취방을 마련해주셨고 오빠는 1층, 나는 3층이었다. 정재현과 같은 건물에 살면서 감시당하는 기분이 없지않아 좀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더 많았다. 집밥을 공유할 수 있어서 음식물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고, 바퀴벌레가 나오면 정재현이 잡아주고, 무엇보다 내가 아무리 취하고 필름이 끊겨도 안전하게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쓰레기들의 이상형, 자취하고 잘 취하는 사람이었지만, 친오빠가 같은 건물에 사는 여자애를 어떻게 해보려고 할만큼 간땡이가 팅팅 부은 사람은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님의 선택이 아주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원래 부모님은 정재현 바로 옆집에 내가 살았으면 했는데 나보다 일주일 먼저 그 집을 계약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정재현의 동기, 베프, 여사친 김여주 언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내가 할 이야기는 이 둘과의 관계다.  

 

 

 

내가 입학하자마자 정재현과 같은 건물에 자취를 하면서 서로 들락날락하며 서로의 친구들 얼굴을 자주 보게됐는데, 정재현 자취방에서 가장 많이 본 정재현 친구가 김여주언니였다. 그 언니를 처음 본 건 정재현이 새벽 두 시에 전화로 나를 깨운 날이었다.  

 

 


 

 

“린아. 자고있었어?” 

 

“어어...왜?” 

 

“진짜 미안한데 내 친구가 좀 많이 취해서... 네 방에서 재워줄 수 있어?” 

 

“뭐야...오빠방에서 안재우고 왜?” 

 

“아, 여자애라서 내 방에 재우기 좀 그래서.” 

 

 

 


 


 

남중 남고 나온 정재현이 여사친이라니. 아니 사실 남중남고 아니었어도 혈육의 여사친은 좀 충격적일 것 같다. 잠깐 어버버거리다가 알겠다고 한 뒤 문을 열어줬다. 정재현은 자연스럽게 내 침대에 여주언니를 눕히고 바닥에 이불을 깔아줬다. 물어보지도 않고 나를 당연히 바닥에서 재울 생각이었던 정재현이 얄미웠지만 졸리기도 하고 손님한테 침대를 양보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그냥 잘자라고 정재현을 내려보냈다. 

 

 

 


 

자려고 불을 끄려다가 언니의 다 번진 눈화장이 신경쓰여서 클렌징티슈를 들고 침대 옆에 앉아 얼굴을 살살 문지르는데 여주 언니 눈이 갑자기 번쩍 뜨였다. 너무 놀라서 티슈도 떨어트리고 눈을 꿈뻑거렸는데 언니는 베시시 웃었다. 

 

 

 

“뭐야아.. 정재현이야?” 

 

“아...아니... 저는 정재현 동생!” 

 

“아니? 정재현이 여자야?? 이거 꿈인가?” 

 

“그러니까 저는 정재현 동생...” 

 

“정재현 머리 길어도 잘생겼네에...” 

 

 


 

어쩐지 기분이 상해서 정재현을 다시 부르고 내쫓아버릴까 잠깐 고민했지만 화장이 지워지다 말아서... 여자의 의리로 정재현은 부르지 않았다. 그냥 떨어진 티슈를 버리고 새 티슈를 꺼내 얼굴을 닦아줬다. 

 


 

 

 

“화장 안지우고 자면 내일 속상할 거 같아서. 다 지우면 불 꺼줄게요.” 

 

“여자 재현이도 다정하네에? 정재현 너 진짜... 아무한테나 그러면 진짜.... 흠....” 

 

 

 


 

정재현을 어떻게 해버릴지 진심으로 고민하는 얼굴을 말없이 치덕치덕 문대고 스킨 묻힌 화장솜으로 얼굴을 한 번 더 꼼꼼하게 닦아줬다. 아 나도 누가 술취했을 때 이렇게 화장 지워줬으면 좋겠다. 

 

 

 


 

“근데 있쟈나... 재현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 재현이 아니라 재현이 동생 정린이요.” 

 

“나는 니 동생이 너무 미워...” 

 

 


 

 

허. 걱정돼서 잠도 미루고 화장까지 다 지워줬더니 갑자기 내가 밉대. 이 언니 뭐지? 승질나서 화장솜을 휙 버리고 불을 껐다. 수분크림까지 발라주려던 내가 등신이지 뭐. 나도 내 침대 뺏어간 사람 밉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잠이 안왔고 침대 위에서 중얼중얼거리는 소리도 짜증나서 괜히 혼자 밤새 이불만 뒤척거렸다. 그렇게 새벽 네시 쯤 잠이 들었는데 아침 일곱시부터 정재현이 문짝 부서지듯이 두들기는 바람에 늦잠도 못자고 깨버렸다. 일어나서 침대 위를 휙 째려봤지만 밤새 남의 속은 다 뒤집어놓은 사람은 속 편하게 쿨쿨 자고있었다.  

 

 

 

 

 

“아이씨.... 뭐야 아침부터....” 

 

“린이 너 오늘 1교시잖아. 1층에 밥 해놨어. 셋이 밥먹자.” 

 

“쩝.... 그래. 씻고 오빠친구 깨워서 같이 내려갈게.” 

 


 


 

 

 

정재현이 요리는 또 기깔나게 잘해서 아침밥 먹으면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샤워하러 화장실 들어가기 전에 침대를 다시 쳐다봤지만 김여주 언니는 아직도 꿈나라 여행중인지 미동도 않고 누워있었다. 그냥 안씻기고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내 소심한 복수였다. 

 

 

 

샤워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소리에 여주언니가 잠에서 깼고 밥 먹으러 1층 갈 거니까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준비되면 내려오라고 말을 전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냥 저 언니 정재현 좋아하는 거 같은데 꾸질꾸질하게 데려가면 좀 미안할 것 같아서.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방은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미역국인가? 

 

 


 


 


 


 


 

 

 


 

“어, 왔어? 여주는?” 

 

“씻는데 나 있으면 불편할 거 같아서 나 먼저 왔어. 미역국이야?” 

 

“응응. 식기 전에 너 먼저 얼른 먹어.” 

 

“오빠는?” 

 

“나는 여주 내려오면 같이 먹을게.” 

 

 


 

 

어차피 나도 밥 먹고 바로 수업 가야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스팸에, 계란말이에, 김치볶음까지? 평소보다 좀 신경썼네.  

 


 


 

 

 

“여자친구야?” 

 

“응? 여주?” 

 

“응.” 

 

“여주 그냥 친한 친구야~” 

 

“그래?” 

 

 


 

[엔시티/정재현] 셋 그리고 둘, 하나 | 인스티즈 

 


 


 


 


 


 


 

정재현 동생 정린. 

 

 

오빠는 97년 2월생, 나는 98년 12월생. 연년생이지만 만 나이로는 2살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렸을 때에는 오빠가 나를 정말 살뜰히 챙겼다고한다. 유치원에서 쉬는 시간마다 우리 교실로 찾아와서 준희 뭐하고있나 지켜보는 게 어린 정재현의 하루 일과 중 하나였다는데, 이건 얼마 전 본가 이사 준비를 하다가 창고에서 찾은 유치원 가정통신문 덕분에 알게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는 정재현을 조금 미워했다. 

 

 


 

’린이 지인짜 예쁘다아’ 하며 나를 좋아해주던 친구들이 내 친오빠가 누군지 알게되면 ‘린이도 예쁘긴한데 린이네 오빠가 훠얼씬 더 예쁘더라' 하는 말들을 듣고 자라면서 상처도 많이 받으면서 나는 관심받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게됐다. 어차피 그 관심은 전부 오빠한테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원망스럽게 공부까지 잘해버린 정재현은 모든 선생님들이 예뻐하는 아이였다. 나는 매년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담임선생님에게 ‘ 네가 재현이 동생이구나~ 린이도 오빠처럼 공부 열심히 할 수 있지? ‘ 라는 말을 들었고, 중학교는 무조건 오빠랑 다른 학교에 가겠다고 결심했다. 

 

 

 


 


 

다행스럽게도 정재현은 집에서 가까운 남중으로 갔고,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나는 오빠 없는 학교에 가는 게 너무 좋아서 밤새 울었다. 

 

 

 


 


 

중/고등학생 때의 오빠랑 나는 거의 남이었다. 조금 친한 옆집 사는 사람 정도? 애초에 둘 다 공부한다고 바빠서 집에 늦게 들어오고 내가 사춘기가 와서 집에서는 거의 말을 안했기 때문에 그냥 데면데면 지냈다. 부모님 없이 둘이 집에 남으면 어색할 정도로 멀어졌지만 사이가 나쁘진 않았다. 애초에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싸울 일도 없는 탓이 컸다. 서로를 대하는 게 어색했다는 말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그렇게 지냈던 우리 남매의 사이가 조금 변한 건 정재현이 수능을 친 이후였다. 정재현은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봤는데, 살갑게 지내지는 않지만 오빠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빠의 수능날, 나는 정재현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수능이 끝날 때까지 학교 근처 카페에서 한 시간에 한 번씩 기도하면서 기다렸다.  

 


 

 

 

“ 오빠! 여기 여기!! 수능 잘 봤어? “ 

 

“ 아... 린아... 나 어떡하지? 나 지방대 갈 거 같아... “ 

 

“ 뭐? 아... 아니다. 우선 밥부터 먹자 내가 맛집 데려가줄게! “ 

 


 


 

 

 

수능을 치고 나온 오빠는 정말 초면이었다. 모의고사 올1등급 받는 사람이 도대체 수능을 어떻게 본 건지 1교시 국어에서 5문제나 찍었다는데 내년의 내 모습인가 싶고 시무룩해하는 오빠가 너무 안쓰러워서 일주일 치 용돈을 투자해서 초밥집에서 특선초밥을 사먹였다.  

 

밥을 먹는 도중 도저히 못참겠다며 정재현이 답을 맞추기 시작했는데 그의 수능점수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5개나 찍었다던 국어는 100점이었고 국어에서 멘붕이 와서 정신이 없었다던 수학은 두개 틀려 95점이었다. 수학을 제외하면 평소 모의고사 성적이랑 비슷한 정도였는데 어떻게 지방대라는 결론이 나온 건지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봤다. 

 


 

 

"아까 뭐라그랬더라? 지방... 지방대?" 

 

“아... 내가 이렇게 많이 틀려본 적이 없어서 이정도 틀리면 지방대 가는 줄 알았어 “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용돈 털어 사준 특선초밥이 아까웠다. 

 

 

 


 

 

 

정재현은 K대에 합격했다.  

 

 

 

나는 정말 미친듯이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정재현 생각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도 많이 컸고, 어릴 때부터 정재현이 S대에 입학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평소보다 수능을 조금 망쳐서, K대였다. 정재현은 학교에 애정이 전혀 없었고 1학년 1학기 강의에 전부 결석을 하면서 학점 0.00을 기록했다. 

 

 

 


 


 

엄마는 자기도 알게모르게 S대에 합격하기를 기대했던 게 오빠를 부담스럽게 만든 것 같다고 매일같이 펑펑 우셨다. 정재현때문에 박살난 집안 분위기 때문에 나의 고3 생활은 좀 혼란스러웠다.  

 


 

 
 

 

“ 오빠.. 그냥 학교 잘 다니면 안돼?? 누구는 가고싶어도 못 가는 학교잖아. S대가 가고싶으면 재수를 해. 왜 그러는거야? “  

 


 

그 날 인생 처음으로 오빠한테 신경질을 내며 말했는데 정재현은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해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부터는 착실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여름방학 이후 나의 고3 생활은 아주 순조로웠다. 심지어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수능 성적이 훨씬 좋아서 이전에는 꿈도 못꿨던 K대 식품공학과에 지원해봤고, 합격해버렸다.  

 


 

내가 K대라니..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K대에 입학하면 평생 ‘정재현 동생’ 으로 살아야할 것 같아서 불안해졌다. 그래서 진지하게 재수를 고민했지만 ‘정재현이 다니는 학교’ 인 것만 빼면 과분하게 좋은 학교였고, 재수를 해도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서 거짓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가 남매라고 말만 안하고다니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입학했다. 

 

 

 

 

 

 

 

‘린아! 너 왜 너네 오빠 얘기 안했어?‘ 

 

‘아니 경영 정재현이 친오빠면 말을 했어야지ㅠㅠㅠㅠㅠ 우리 린이 뭐 좋아해? 먹고싶은 거 있어?‘ 

 

 


 

 

아니나다를까 정재현은 K대 경영 존잘남으로 페이스북 페이지에 박제당한 사람이었고, 이럴거면 그냥 연예인을 하는 게 어떨지 싶을정도로 유명했다. 정재현이랑 같이 있는 모습 한 번 들켜서 이렇게 나의 캠퍼스라이프도 날아가는구나~ 하고 그냥 자포자기했다. 

 


 

 

 

그래도 정재현 동생으로써 좋은 점도 아주 많다. 

 


 

예를 들어서 정재현을 짝사랑하는 수많은 언니들의 보호로 ‘정린을 까면 살해당한다’ 라며 린까살이라는 유치한 별명도 생겨서 꼰대 복학생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친오빠가 정재현이니까 웬만한 남자는 눈에 안차지? 라며 언니들은 존잘만 가득가득한 미팅을 주선해줬다.  

 

 

 


 


 

“그 정재현 동생이면 우리는 눈에 안차겠다.”  

 

 


 

 

숨기고 숨겨도 정재현 동생이라는 내 아이덴티티는 숨겨지지 않았고 미팅자리에서까지 그런 말을 들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해서

 


 

 

 

“그래!! 다 흐리멍텅하게도 생겼네!!! 멍게같은 것들아!!!!” 

 

 

 


 

질러버리고 그 날은 혼자 울면서 집에 왔다. 

정재현 진짜 싫어. 아니야 정재현은 잘못없어. 아니? 근데 정재현 진짜 싫어. 무한반복이었다.  

 

 

 

 


 


 

 

오빠랑 같은 학교지만 다 큰 남매 둘이 같은 방에 자취를 시키기도 좀 그렇고 오빠도 가까이 있는데 막내딸 혼자 따로 살게 하기도 불안하셨던 부모님은 오빠 자취방과 같은 건물에 내 자취방을 마련해주셨고 오빠는 1층, 나는 3층이었다. 정재현과 같은 건물에 살면서 감시당하는 기분이 없지않아 좀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더 많았다. 집밥을 공유할 수 있어서 음식물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고, 바퀴벌레가 나오면 정재현이 잡아주고, 무엇보다 내가 아무리 취하고 필름이 끊겨도 안전하게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쓰레기들의 이상형, 자취하고 잘 취하는 사람이었지만, 친오빠가 같은 건물에 사는 여자애를 어떻게 해보려고 할만큼 간땡이가 팅팅 부은 사람은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님의 선택이 아주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원래 부모님은 정재현 바로 옆집에 내가 살았으면 했는데 나보다 일주일 먼저 그 집을 계약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정재현의 동기, 베프, 여사친 김여주 언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내가 할 이야기는 이 둘과의 관계다.  

 

 

 

내가 입학하자마자 정재현과 같은 건물에 자취를 하면서 서로 들락날락하며 서로의 친구들 얼굴을 자주 보게됐는데, 정재현 자취방에서 가장 많이 본 정재현 친구가 김여주언니였다. 그 언니를 처음 본 건 정재현이 새벽 두 시에 전화로 나를 깨운 날이었다.  

 

 


 

 

“린아. 자고있었어?” 

 

“어어...왜?” 

 

“진짜 미안한데 내 친구가 좀 많이 취해서... 네 방에서 재워줄 수 있어?” 

 

“뭐야...오빠방에서 안재우고 왜?” 

 

“아, 여자애라서 내 방에 재우기 좀 그래서.” 

 

 

 


 


 

남중 남고 나온 정재현이 여사친이라니. 아니 사실 남중남고 아니었어도 혈육의 여사친은 좀 충격적일 것 같다. 잠깐 어버버거리다가 알겠다고 한 뒤 문을 열어줬다. 정재현은 자연스럽게 내 침대에 여주언니를 눕히고 바닥에 이불을 깔아줬다. 물어보지도 않고 나를 당연히 바닥에서 재울 생각이었던 정재현이 얄미웠지만 졸리기도 하고 손님한테 침대를 양보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그냥 잘자라고 정재현을 내려보냈다. 

 

 

 


 

자려고 불을 끄려다가 언니의 다 번진 눈화장이 신경쓰여서 클렌징티슈를 들고 침대 옆에 앉아 얼굴을 살살 문지르는데 여주 언니 눈이 갑자기 번쩍 뜨였다. 너무 놀라서 티슈도 떨어트리고 눈을 꿈뻑거렸는데 언니는 베시시 웃었다. 

 

 

 

“뭐야아.. 정재현이야?” 

 

“아...아니... 저는 정재현 동생!” 

 

“아니? 정재현이 여자야?? 이거 꿈인가?” 

 

“그러니까 저는 정재현 동생...” 

 

“정재현 머리 길어도 잘생겼네에...” 

 

 


 

어쩐지 기분이 상해서 정재현을 다시 부르고 내쫓아버릴까 잠깐 고민했지만 화장이 지워지다 말아서... 여자의 의리로 정재현은 부르지 않았다. 그냥 떨어진 티슈를 버리고 새 티슈를 꺼내 얼굴을 닦아줬다. 

 


 

 

 

“화장 안지우고 자면 내일 속상할 거 같아서. 다 지우면 불 꺼줄게요.” 

 

“여자 재현이도 다정하네에? 정재현 너 진짜... 아무한테나 그러면 진짜.... 흠....” 

 

 

 


 

정재현을 어떻게 해버릴지 진심으로 고민하는 얼굴을 말없이 치덕치덕 문대고 스킨 묻힌 화장솜으로 얼굴을 한 번 더 꼼꼼하게 닦아줬다. 아 나도 누가 술취했을 때 이렇게 화장 지워줬으면 좋겠다. 

 

 

 


 

“근데 있쟈나... 재현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 재현이 아니라 재현이 동생 정린이요.” 

 

“나는 니 동생이 너무 미워...” 

 

 


 

 

허. 걱정돼서 잠도 미루고 화장까지 다 지워줬더니 갑자기 내가 밉대. 이 언니 뭐지? 승질나서 화장솜을 휙 버리고 불을 껐다. 수분크림까지 발라주려던 내가 등신이지 뭐. 나도 내 침대 뺏어간 사람 밉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잠이 안왔고 침대 위에서 중얼중얼거리는 소리도 짜증나서 괜히 혼자 밤새 이불만 뒤척거렸다. 그렇게 새벽 네시 쯤 잠이 들었는데 아침 일곱시부터 정재현이 문짝 부서지듯이 두들기는 바람에 늦잠도 못자고 깨버렸다. 일어나서 침대 위를 휙 째려봤지만 밤새 남의 속은 다 뒤집어놓은 사람은 속 편하게 쿨쿨 자고있었다.  

 

 

 

 

 

“아이씨.... 뭐야 아침부터....” 

 

“린이 너 오늘 1교시잖아. 1층에 밥 해놨어. 셋이 밥먹자.” 

 

“쩝.... 그래. 씻고 오빠친구 깨워서 같이 내려갈게.” 

 


 


 

 

 

정재현이 요리는 또 기깔나게 잘해서 아침밥 먹으면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샤워하러 화장실 들어가기 전에 침대를 다시 쳐다봤지만 김여주 언니는 아직도 꿈나라 여행중인지 미동도 않고 누워있었다. 그냥 안씻기고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내 소심한 복수였다. 

 

 

 

샤워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소리에 여주언니가 잠에서 깼고 밥 먹으러 1층 갈 거니까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준비되면 내려오라고 말을 전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냥 저 언니 정재현 좋아하는 거 같은데 꾸질꾸질하게 데려가면 좀 미안할 것 같아서.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방은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미역국인가? 

 

 


 


 


 


 


 

 

 


 

“어, 왔어? 여주는?” 

 

“씻는데 나 있으면 불편할 거 같아서 나 먼저 왔어. 미역국이야?” 

 

“응응. 식기 전에 너 먼저 얼른 먹어.” 

 

“오빠는?” 

 

“나는 여주 내려오면 같이 먹을게.” 

 

 


 

 

어차피 나도 밥 먹고 바로 수업 가야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스팸에, 계란말이에, 김치볶음까지? 평소보다 좀 신경썼네.  

 


 


 

 

 

“여자친구야?” 

 

“응? 여주?” 

 

“응.” 

 

“여주 그냥 친한 친구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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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거 같은데. 

 

정재현을 불신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오빠는 그냥 가만히 웃기만했다. 

 


 


 

근데 그 언니가 나 밉다더라. 너 그 언니한테 내 욕하고다녔어? 물어보려다가 괜히 이간질시키는 시누이같아서 꾹 참았다.  

 

 

 


 

정재현이랑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밥 한공기를 거의 다 비웠을 때 현관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렸고 정재현이 김여주 언니를 데리고 들어왔다. 

 

 

 


 

“하하... 린아...? 린이 맞지? 재현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그래 뭔가 들으셨으니까 밉다고 했겠지. 

 

 

 

“아..네.” 

 

“아하하하하...정재현이 내 얘기는 안했어?” 

 

“네. 그래서 어제 놀랐어요.” 

 

“으아... 너무 민폐였지? 아 진짜 미안해...” 

 

“괜찮아요.” 

 

“화장도 혹시 린이가 지워준거야?” 

 

“네. 다 번졌길래.” 

 

“아 진짜 미안해서 어떡하지?” 

 

 


 


 


 


 

 

 

 


 


 

둘이 어색하게 마주앉아서 대화를 나누자 정재현은 사이에 껴서 누구 편도 못들고 안절부절하며 내 눈치를 봤다. 그래. 미안하긴 했나봐? 

 


 


 

 

 

다 비워진 그릇을 들고 일어나 싱크대에 넣고 수업 갈테니까 둘이 편하게 밥 먹으라고 자리를 비켜줬다. 그 언니는 린아 진짜 고마워! 다음에 봐!! 하며 어색하게 인사했고 나도 네, 다음에 봐요. 라고 대답은 했지만 정말 다시 보고싶지는 않았다. 이유 첫번째. 초면에, 물론 만취상태였지만 내가 밉다고 했다. 두번째. 내가 바닥에서 잤다. 세번째. 나보고 여자정재현이라고 했다. 이유를 셋 중에 딱 하나만 꼽으라면 세번째였다. 정재현이 아무리 잘났어도 혈육은 혈육이다. 그리고 머리 기니까 예쁘다도 아니고 잘생겼다? 어이없어. 저 언니 얼른 고백하고 차였으면 좋겠다. 

 

 

 


 


 

 

 

김여주 언니의 첫인상은 그닥 좋지 않았지만 정재현 옆집에 살면서 셋이 같이 밥을 먹을 일이 종종 생겨서 꽤나 자주 만나면서 친해졌다. 덕분에 언니가 종종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면 정재현이 나한테 전화를 걸었고 내가 언니 집 비밀번호를 눌러주고 정재현은 언니를 침대에 눕히고 나는 화장을 지워줬다. 이럴거면 정재현한테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게 좋지않나 싶었지만 정재현은 여자애 집 비밀번호는 아무리 친해도 남자한테 알려주면 안된다고 너도 함부로 비밀번호 알려주면 안된다고 알려준 애 있으면 얼른 바꾸라고 잔소리를 그렇게 오질나게 했다. 말은 그렇게해도 그냥 나를 여주언니 클렌징 셔틀로 이용해먹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셋이 집밥 먹고 셋이 가끔 영화보고 셋이 가끔 술자리도 가지면서 알아본 결과, 언니는 좀 귀여웠다. 누가봐도 정재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둘이 만나기 부끄러워서 괜히 나를 끼워서 정재현을 더 자주 보려는 것 같았다. 그래도 친언니처럼 나를 잘 챙겨주고 가끔 술 취해서 린이 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다 불러!! 내가 다 물어뜯어줄게!!! 하면서 나보다 십센치는 더 작은 몸으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이 조금 좋았다. 좋은 사람인데 왜 하필 정재현을 좋아해서 맨날 마음고생을 하나 싶었다.  

 

 


 


 

 

정재현을 항상 끼고만나서 언니랑 둘이 만날 일은 없었는데 하루는 언니가 정재현한테 말하지말고 혼자 나와달라고 부탁했다. 정재현 짝사랑 고민상담일 게 뻔해서 올 것이 왔구나 하며 조용히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막상 정재현 없이 둘이 만나니까 조금 어색해서 말 없이 유리잔에 꽃힌 빨대만 잘근잘근 씹는데 언니는 의외로 정재현 얘기는 하지않았다. 

 


 

 

“우리 처음봤을 때 기억나?” 

 

“네? 아아, 당연하죠. 그건 잊어버리기 힘들걸요?” 

 

“헤- 그렇지? 너는 나 처음에 봤을 때 어땠어?” 

 

“그냥 뭐...” 

 

“좀 별로였지? 진짜 미안해. 사실 나 그 때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 나거든.” 

 

“아....” 

 

“기억 안나는 척하고 지내는 게 너무 염치없는 거 같아서... 재현이 없을 때 따로 미안하다고 얘기하고싶었어.” 

 

“진짜 저 괜찮아요! 술 취해서 한 말인데요” 

 

“니가 막... 그런 얘기 듣고도 나한테 너무 잘해줘서... 으아... 진짜 착한 애한테 못된 말이나 하고! 어유 진짜 나 못됐다 그치?” 

 

 

 


 


 

괜찮다는데도 계속 미안하다며 제 머리를 쥐어박는 여주언니에게 그냥 속 시원하게 물어봤다. 그 때 왜 그런 말을 했느냐고. 언니는 한참 망설이다가 카페에서 할 얘기는 아니라며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정재현과 셋이 자주 가던 술집으로 끌고갔다. 안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얘기하지 않겠다며 버티는 언니의 입에 강냉이를 넣어주면서 궁금하긴한데 얘기 다 들어도 나는 언니편이라고 무심히 말해줬다.  

 

 

 


 


 

“야아.. 나 진짜 방금 감동받았어~~ 린이 너는 왜 여자야? 완전 내 이상형이잖아. 심쿵이다 진짜!!” 

 

“이 언니 또 헛소리하네?” 

 

“개멋있어. 개설레.” 

 

 

 


 

아무생각없이 언니 정재현 좋아하잖아요. 툭하고 내뱉어버렸다. 기분나빠할 줄 알았는데 여주언니는 어머, 그치? 나 티 많이 났지? 하면서 괜히 더 호들갑을 떨었다. 

 


 

 

 

“휴... 너랑 재현이랑 영혼이 바꼈으면 좋겠어. 정재현은 왜그러는걸까?” 

 

“왜요? 정재현 착하지않아요?” 

 

“재현이 너무 착하지... 너무 착해서 문제야! 다른 애들한테도 다 잘해주잖아. 아... 진짜 재현이 성격이 너같았으면 좋겠어!! 몰라 정재현 미워.” 

 

“제 성격은 어떤데요?” 

 

“린이 너는! 음... 무심해. 근데 가끔 잘해준다? 이런 게 츤데렌가? 아무튼 너도 남자였으면 여자 여럿 울렸겠다.” 

 

“아 언니 왜 자꾸 제 성별 바꿔요!” 

 

“아하핳ㅎ핳하하 미안미안 남자라고 하기엔 우리 린이 너무 예쁘지~” 

 

 

 


 

잠깐 혼자 다른 생각을 했다. 


 

어느새 금방 나온 안주에 언니는 술잔을 채우고 이제 진짜 얘기해주겠다며 혼자 한 잔을 들이켰다. 결국 안주없이 마실 거면서 안주는 왜 기다린건지 의문이었다.  

 


 

 

 

“음... 내가 그 때 왜 너를 미워했냐면.” 

 

 

 


 

그래. 아까 말했듯이 내가 재현이를 많이 좋아해. 입학했을 때부터 첫눈에 반했거든. 근데 얘가 수업을 하나도 안나오는거야! 분명 입학식 날 봤는데!! 가끔 술자리에는 나오면서 수업은 안오길래 왜그러냐고 물어봤지. 백 번도 넘게 물어봤는데 절대 말 안해주다가 나중에 술 엄청 취해서 얘기해주더라. 자기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부담감에 숨도 못쉬게 답답했고 자기 자신을 옥죄이면서 살았는데, 강의 첫 날 늦잠을 자서 수업을 빠졌대. 그게 자기 인생 첫 일탈이었는데 자기한테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게 너무 좋았대. 그 때 숨통이 처음으로 트였다고하더라. 재현이는 태어나고 엄마 젖을 떼자마자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졌대. 맞벌이하시면서 재현이까지 키울 여력이 없으셔서 주말에만 부모님을 볼 수 있었대. 자기도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없는데 첫 기억이 린이 네가 태어나고 자기가 다시 서울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래. 기억나지 않을 어린 시절부터 너는 재현이한테 가족을 찾아준 보물같은 거였어. 근데 계속 커갈수록 네가 질투가 났대. 자기는 부모님 관심 받고싶어서 공부하고 뭐든 다 열심히하는데 너는 그냥 태어난 것만으로도 사랑받는 것 같아서. 또 거기다가 오빠니까 좋은 건 다 양보해야되고.... 

 

 

 


 

“린아 너 울어?” 

 

 

 

나만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재현도 나만큼 힘들었겠구나 하면서 처음으로 우리 남매가 안타까웠다. 그냥 우리 둘 다 사랑받고싶었던 거구나. 그런줄도 모르고 살면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정재현을 미워하며 지냈다. 어릴 때도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며 지냈더라면 좋았을텐데. 

 

 

 


 

정재현이 미웠던 수많은 순간들이 머릿속에 지나갔고 작지만 따뜻한 품으로 안아준 여주언니가 토닥이는대로 눈물을 쏟아냈다. 

 

 

 


 

“우리 린이 다 울었어?” 

 

“네...” 

 

“아무튼 그런 얘기를 들어서 못된 막내때문에 정재현이 마음고생 하는 줄 알고 너 챙기러 갈 때마다 내가 속으로 엄청 욕했어! 내가 오해해서 진짜 미안해!!” 

 

 

 


 

실컷 울고 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앞으로 누가 나에대해 정재현 동생이라고 떠들고다녀도 아무렇지않게 그래 내가 정재현 동생인데 뭐 어쩔래? 하고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니. 있잖아요.” 

 

“응. 말해봐.” 

 

“정재현은 착한데 절대 말을 안해요. 그냥 혼자 생각하고 입 밖으로 꺼내질 않아요.” 

 

“응. 맞아.” 

 

“정재현도 언니 많이 좋아해요. 그러니까... 잘 됐으면... 좋겠어요.” 

 

 

 


 


 

언니는 알고있다는 듯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방울방울 올라오는 눈물은 감추지 못했고 그렇게 우리 둘은 술에 절여져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근데 둘 다 취했는데 뭐 어떻게 집에 갔겠어. 또 정재현 불렀지. 

 

 


 


 

 

“하.... 내가 너네 둘때문에 못살아 진짜.” 

 

“와앙! 정재현이다!!” 

 

“정재현 못생겼어!! 우욱...” 

 


 


 


 


 

 

[엔시티/정재현] 셋 그리고 둘, 하나 | 인스티즈 

 


 


 

둘이 어색하게 마주앉아서 대화를 나누자 정재현은 사이에 껴서 누구 편도 못들고 안절부절하며 내 눈치를 봤다. 그래. 미안하긴 했나봐? 

 


 


 

 

 

다 비워진 그릇을 들고 일어나 싱크대에 넣고 수업 갈테니까 둘이 편하게 밥 먹으라고 자리를 비켜줬다. 그 언니는 린아 진짜 고마워! 다음에 봐!! 하며 어색하게 인사했고 나도 네, 다음에 봐요. 라고 대답은 했지만 정말 다시 보고싶지는 않았다. 이유 첫번째. 초면에, 물론 만취상태였지만 내가 밉다고 했다. 두번째. 내가 바닥에서 잤다. 세번째. 나보고 여자정재현이라고 했다. 이유를 셋 중에 딱 하나만 꼽으라면 세번째였다. 정재현이 아무리 잘났어도 혈육은 혈육이다. 그리고 머리 기니까 예쁘다도 아니고 잘생겼다? 어이없어. 저 언니 얼른 고백하고 차였으면 좋겠다. 

 

 

 


 


 

 

 

김여주 언니의 첫인상은 그닥 좋지 않았지만 정재현 옆집에 살면서 셋이 같이 밥을 먹을 일이 종종 생겨서 꽤나 자주 만나면서 친해졌다. 덕분에 언니가 종종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면 정재현이 나한테 전화를 걸었고 내가 언니 집 비밀번호를 눌러주고 정재현은 언니를 침대에 눕히고 나는 화장을 지워줬다. 이럴거면 정재현한테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게 좋지않나 싶었지만 정재현은 여자애 집 비밀번호는 아무리 친해도 남자한테 알려주면 안된다고 너도 함부로 비밀번호 알려주면 안된다고 알려준 애 있으면 얼른 바꾸라고 잔소리를 그렇게 오질나게 했다. 말은 그렇게해도 그냥 나를 여주언니 클렌징 셔틀로 이용해먹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셋이 집밥 먹고 셋이 가끔 영화보고 셋이 가끔 술자리도 가지면서 알아본 결과, 언니는 좀 귀여웠다. 누가봐도 정재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둘이 만나기 부끄러워서 괜히 나를 끼워서 정재현을 더 자주 보려는 것 같았다. 그래도 친언니처럼 나를 잘 챙겨주고 가끔 술 취해서 린이 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다 불러!! 내가 다 물어뜯어줄게!!! 하면서 나보다 십센치는 더 작은 몸으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이 조금 좋았다. 좋은 사람인데 왜 하필 정재현을 좋아해서 맨날 마음고생을 하나 싶었다.  

 

 


 


 

 

정재현을 항상 끼고만나서 언니랑 둘이 만날 일은 없었는데 하루는 언니가 정재현한테 말하지말고 혼자 나와달라고 부탁했다. 정재현 짝사랑 고민상담일 게 뻔해서 올 것이 왔구나 하며 조용히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막상 정재현 없이 둘이 만나니까 조금 어색해서 말 없이 유리잔에 꽃힌 빨대만 잘근잘근 씹는데 언니는 의외로 정재현 얘기는 하지않았다. 

 


 

 

“우리 처음봤을 때 기억나?” 

 

“네? 아아, 당연하죠. 그건 잊어버리기 힘들걸요?” 

 

“헤- 그렇지? 너는 나 처음에 봤을 때 어땠어?” 

 

“그냥 뭐...” 

 

“좀 별로였지? 진짜 미안해. 사실 나 그 때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 나거든.” 

 

“아....” 

 

“기억 안나는 척하고 지내는 게 너무 염치없는 거 같아서... 재현이 없을 때 따로 미안하다고 얘기하고싶었어.” 

 

“진짜 저 괜찮아요! 술 취해서 한 말인데요” 

 

“니가 막... 그런 얘기 듣고도 나한테 너무 잘해줘서... 으아... 진짜 착한 애한테 못된 말이나 하고! 어유 진짜 나 못됐다 그치?” 

 

 

 


 


 

괜찮다는데도 계속 미안하다며 제 머리를 쥐어박는 여주언니에게 그냥 속 시원하게 물어봤다. 그 때 왜 그런 말을 했느냐고. 언니는 한참 망설이다가 카페에서 할 얘기는 아니라며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정재현과 셋이 자주 가던 술집으로 끌고갔다. 안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얘기하지 않겠다며 버티는 언니의 입에 강냉이를 넣어주면서 궁금하긴한데 얘기 다 들어도 나는 언니편이라고 무심히 말해줬다.  

 

 

 


 


 

“야아.. 나 진짜 방금 감동받았어~~ 린이 너는 왜 여자야? 완전 내 이상형이잖아. 심쿵이다 진짜!!” 

 

“이 언니 또 헛소리하네?” 

 

“개멋있어. 개설레.” 

 

 

 


 

아무생각없이 언니 정재현 좋아하잖아요. 툭하고 내뱉어버렸다. 기분나빠할 줄 알았는데 여주언니는 어머, 그치? 나 티 많이 났지? 하면서 괜히 더 호들갑을 떨었다. 

 


 

 

 

“휴... 너랑 재현이랑 영혼이 바꼈으면 좋겠어. 정재현은 왜그러는걸까?” 

 

“왜요? 정재현 착하지않아요?” 

 

“재현이 너무 착하지... 너무 착해서 문제야! 다른 애들한테도 다 잘해주잖아. 아... 진짜 재현이 성격이 너같았으면 좋겠어!! 몰라 정재현 미워.” 

 

“제 성격은 어떤데요?” 

 

“린이 너는! 음... 무심해. 근데 가끔 잘해준다? 이런 게 츤데렌가? 아무튼 너도 남자였으면 여자 여럿 울렸겠다.” 

 

“아 언니 왜 자꾸 제 성별 바꿔요!” 

 

“아하핳ㅎ핳하하 미안미안 남자라고 하기엔 우리 린이 너무 예쁘지~” 

 

 

 


 

잠깐 혼자 다른 생각을 했다. 


 

어느새 금방 나온 안주에 언니는 술잔을 채우고 이제 진짜 얘기해주겠다며 혼자 한 잔을 들이켰다. 결국 안주없이 마실 거면서 안주는 왜 기다린건지 의문이었다.  

 


 

 

 

“음... 내가 그 때 왜 너를 미워했냐면.” 

 

 

 


 

그래. 아까 말했듯이 내가 재현이를 많이 좋아해. 입학했을 때부터 첫눈에 반했거든. 근데 얘가 수업을 하나도 안나오는거야! 분명 입학식 날 봤는데!! 가끔 술자리에는 나오면서 수업은 안오길래 왜그러냐고 물어봤지. 백 번도 넘게 물어봤는데 절대 말 안해주다가 나중에 술 엄청 취해서 얘기해주더라. 자기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부담감에 숨도 못쉬게 답답했고 자기 자신을 옥죄이면서 살았는데, 강의 첫 날 늦잠을 자서 수업을 빠졌대. 그게 자기 인생 첫 일탈이었는데 자기한테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게 너무 좋았대. 그 때 숨통이 처음으로 트였다고하더라. 재현이는 태어나고 엄마 젖을 떼자마자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졌대. 맞벌이하시면서 재현이까지 키울 여력이 없으셔서 주말에만 부모님을 볼 수 있었대. 자기도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없는데 첫 기억이 린이 네가 태어나고 자기가 다시 서울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래. 기억나지 않을 어린 시절부터 너는 재현이한테 가족을 찾아준 보물같은 거였어. 근데 계속 커갈수록 네가 질투가 났대. 자기는 부모님 관심 받고싶어서 공부하고 뭐든 다 열심히하는데 너는 그냥 태어난 것만으로도 사랑받는 것 같아서. 또 거기다가 오빠니까 좋은 건 다 양보해야되고.... 

 

 

 


 

“린아 너 울어?” 

 

 

 

나만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재현도 나만큼 힘들었겠구나 하면서 처음으로 우리 남매가 안타까웠다. 그냥 우리 둘 다 사랑받고싶었던 거구나. 그런줄도 모르고 살면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정재현을 미워하며 지냈다. 어릴 때도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며 지냈더라면 좋았을텐데. 

 

 

 


 

정재현이 미웠던 수많은 순간들이 머릿속에 지나갔고 작지만 따뜻한 품으로 안아준 여주언니가 토닥이는대로 눈물을 쏟아냈다. 

 

 

 


 

“우리 린이 다 울었어?” 

 

“네...” 

 

“아무튼 그런 얘기를 들어서 못된 막내때문에 정재현이 마음고생 하는 줄 알고 너 챙기러 갈 때마다 내가 속으로 엄청 욕했어! 내가 오해해서 진짜 미안해!!” 

 

 

 


 

실컷 울고 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앞으로 누가 나에대해 정재현 동생이라고 떠들고다녀도 아무렇지않게 그래 내가 정재현 동생인데 뭐 어쩔래? 하고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니. 있잖아요.” 

 

“응. 말해봐.” 

 

“정재현은 착한데 절대 말을 안해요. 그냥 혼자 생각하고 입 밖으로 꺼내질 않아요.” 

 

“응. 맞아.” 

 

“정재현도 언니 많이 좋아해요. 그러니까... 잘 됐으면... 좋겠어요.” 

 

 

 


 


 

언니는 알고있다는 듯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방울방울 올라오는 눈물은 감추지 못했고 그렇게 우리 둘은 술에 절여져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근데 둘 다 취했는데 뭐 어떻게 집에 갔겠어. 또 정재현 불렀지. 

 

 


 


 

 

“하.... 내가 너네 둘때문에 못살아 진짜.” 

 

“와앙! 정재현이다!!” 

 

“정재현 못생겼어!! 우욱...” 

 


 


 


 


 

 

[엔시티/정재현] 셋 그리고 둘, 하나 | 인스티즈 

 


 


 

둘이 어색하게 마주앉아서 대화를 나누자 정재현은 사이에 껴서 누구 편도 못들고 안절부절하며 내 눈치를 봤다. 그래. 미안하긴 했나봐? 

 


 


 

 

 

다 비워진 그릇을 들고 일어나 싱크대에 넣고 수업 갈테니까 둘이 편하게 밥 먹으라고 자리를 비켜줬다. 그 언니는 린아 진짜 고마워! 다음에 봐!! 하며 어색하게 인사했고 나도 네, 다음에 봐요. 라고 대답은 했지만 정말 다시 보고싶지는 않았다. 이유 첫번째. 초면에, 물론 만취상태였지만 내가 밉다고 했다. 두번째. 내가 바닥에서 잤다. 세번째. 나보고 여자정재현이라고 했다. 이유를 셋 중에 딱 하나만 꼽으라면 세번째였다. 정재현이 아무리 잘났어도 혈육은 혈육이다. 그리고 머리 기니까 예쁘다도 아니고 잘생겼다? 어이없어. 저 언니 얼른 고백하고 차였으면 좋겠다. 

 

 

 


 


 

 

 

김여주 언니의 첫인상은 그닥 좋지 않았지만 정재현 옆집에 살면서 셋이 같이 밥을 먹을 일이 종종 생겨서 꽤나 자주 만나면서 친해졌다. 덕분에 언니가 종종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면 정재현이 나한테 전화를 걸었고 내가 언니 집 비밀번호를 눌러주고 정재현은 언니를 침대에 눕히고 나는 화장을 지워줬다. 이럴거면 정재현한테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게 좋지않나 싶었지만 정재현은 여자애 집 비밀번호는 아무리 친해도 남자한테 알려주면 안된다고 너도 함부로 비밀번호 알려주면 안된다고 알려준 애 있으면 얼른 바꾸라고 잔소리를 그렇게 오질나게 했다. 말은 그렇게해도 그냥 나를 여주언니 클렌징 셔틀로 이용해먹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셋이 집밥 먹고 셋이 가끔 영화보고 셋이 가끔 술자리도 가지면서 알아본 결과, 언니는 좀 귀여웠다. 누가봐도 정재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둘이 만나기 부끄러워서 괜히 나를 끼워서 정재현을 더 자주 보려는 것 같았다. 그래도 친언니처럼 나를 잘 챙겨주고 가끔 술 취해서 린이 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다 불러!! 내가 다 물어뜯어줄게!!! 하면서 나보다 십센치는 더 작은 몸으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이 조금 좋았다. 좋은 사람인데 왜 하필 정재현을 좋아해서 맨날 마음고생을 하나 싶었다.  

 

 


 


 

 

정재현을 항상 끼고만나서 언니랑 둘이 만날 일은 없었는데 하루는 언니가 정재현한테 말하지말고 혼자 나와달라고 부탁했다. 정재현 짝사랑 고민상담일 게 뻔해서 올 것이 왔구나 하며 조용히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막상 정재현 없이 둘이 만나니까 조금 어색해서 말 없이 유리잔에 꽃힌 빨대만 잘근잘근 씹는데 언니는 의외로 정재현 얘기는 하지않았다. 

 


 

 

“우리 처음봤을 때 기억나?” 

 

“네? 아아, 당연하죠. 그건 잊어버리기 힘들걸요?” 

 

“헤- 그렇지? 너는 나 처음에 봤을 때 어땠어?” 

 

“그냥 뭐...” 

 

“좀 별로였지? 진짜 미안해. 사실 나 그 때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 나거든.” 

 

“아....” 

 

“기억 안나는 척하고 지내는 게 너무 염치없는 거 같아서... 재현이 없을 때 따로 미안하다고 얘기하고싶었어.” 

 

“진짜 저 괜찮아요! 술 취해서 한 말인데요” 

 

“니가 막... 그런 얘기 듣고도 나한테 너무 잘해줘서... 으아... 진짜 착한 애한테 못된 말이나 하고! 어유 진짜 나 못됐다 그치?” 

 

 

 


 


 

괜찮다는데도 계속 미안하다며 제 머리를 쥐어박는 여주언니에게 그냥 속 시원하게 물어봤다. 그 때 왜 그런 말을 했느냐고. 언니는 한참 망설이다가 카페에서 할 얘기는 아니라며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정재현과 셋이 자주 가던 술집으로 끌고갔다. 안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얘기하지 않겠다며 버티는 언니의 입에 강냉이를 넣어주면서 궁금하긴한데 얘기 다 들어도 나는 언니편이라고 무심히 말해줬다.  

 

 

 


 


 

“야아.. 나 진짜 방금 감동받았어~~ 린이 너는 왜 여자야? 완전 내 이상형이잖아. 심쿵이다 진짜!!” 

 

“이 언니 또 헛소리하네?” 

 

“개멋있어. 개설레.” 

 

 

 


 

아무생각없이 언니 정재현 좋아하잖아요. 툭하고 내뱉어버렸다. 기분나빠할 줄 알았는데 여주언니는 어머, 그치? 나 티 많이 났지? 하면서 괜히 더 호들갑을 떨었다. 

 


 

 

 

“휴... 너랑 재현이랑 영혼이 바꼈으면 좋겠어. 정재현은 왜그러는걸까?” 

 

“왜요? 정재현 착하지않아요?” 

 

“재현이 너무 착하지... 너무 착해서 문제야! 다른 애들한테도 다 잘해주잖아. 아... 진짜 재현이 성격이 너같았으면 좋겠어!! 몰라 정재현 미워.” 

 

“제 성격은 어떤데요?” 

 

“린이 너는! 음... 무심해. 근데 가끔 잘해준다? 이런 게 츤데렌가? 아무튼 너도 남자였으면 여자 여럿 울렸겠다.” 

 

“아 언니 왜 자꾸 제 성별 바꿔요!” 

 

“아하핳ㅎ핳하하 미안미안 남자라고 하기엔 우리 린이 너무 예쁘지~” 

 

 

 


 

잠깐 혼자 다른 생각을 했다. 


 

어느새 금방 나온 안주에 언니는 술잔을 채우고 이제 진짜 얘기해주겠다며 혼자 한 잔을 들이켰다. 결국 안주없이 마실 거면서 안주는 왜 기다린건지 의문이었다.  

 


 

 

 

“음... 내가 그 때 왜 너를 미워했냐면.” 

 

 

 


 

그래. 아까 말했듯이 내가 재현이를 많이 좋아해. 입학했을 때부터 첫눈에 반했거든. 근데 얘가 수업을 하나도 안나오는거야! 분명 입학식 날 봤는데!! 가끔 술자리에는 나오면서 수업은 안오길래 왜그러냐고 물어봤지. 백 번도 넘게 물어봤는데 절대 말 안해주다가 나중에 술 엄청 취해서 얘기해주더라. 자기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부담감에 숨도 못쉬게 답답했고 자기 자신을 옥죄이면서 살았는데, 강의 첫 날 늦잠을 자서 수업을 빠졌대. 그게 자기 인생 첫 일탈이었는데 자기한테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게 너무 좋았대. 그 때 숨통이 처음으로 트였다고하더라. 재현이는 태어나고 엄마 젖을 떼자마자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졌대. 맞벌이하시면서 재현이까지 키울 여력이 없으셔서 주말에만 부모님을 볼 수 있었대. 자기도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없는데 첫 기억이 린이 네가 태어나고 자기가 다시 서울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래. 기억나지 않을 어린 시절부터 너는 재현이한테 가족을 찾아준 보물같은 거였어. 근데 계속 커갈수록 네가 질투가 났대. 자기는 부모님 관심 받고싶어서 공부하고 뭐든 다 열심히하는데 너는 그냥 태어난 것만으로도 사랑받는 것 같아서. 또 거기다가 오빠니까 좋은 건 다 양보해야되고.... 

 

 

 


 

“린아 너 울어?” 

 

 

 

나만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재현도 나만큼 힘들었겠구나 하면서 처음으로 우리 남매가 안타까웠다. 그냥 우리 둘 다 사랑받고싶었던 거구나. 그런줄도 모르고 살면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정재현을 미워하며 지냈다. 어릴 때도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며 지냈더라면 좋았을텐데. 

 

 

 


 

정재현이 미웠던 수많은 순간들이 머릿속에 지나갔고 작지만 따뜻한 품으로 안아준 여주언니가 토닥이는대로 눈물을 쏟아냈다. 

 

 

 


 

“우리 린이 다 울었어?” 

 

“네...” 

 

“아무튼 그런 얘기를 들어서 못된 막내때문에 정재현이 마음고생 하는 줄 알고 너 챙기러 갈 때마다 내가 속으로 엄청 욕했어! 내가 오해해서 진짜 미안해!!” 

 

 

 


 

실컷 울고 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앞으로 누가 나에대해 정재현 동생이라고 떠들고다녀도 아무렇지않게 그래 내가 정재현 동생인데 뭐 어쩔래? 하고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니. 있잖아요.” 

 

“응. 말해봐.” 

 

“정재현은 착한데 절대 말을 안해요. 그냥 혼자 생각하고 입 밖으로 꺼내질 않아요.” 

 

“응. 맞아.” 

 

“정재현도 언니 많이 좋아해요. 그러니까... 잘 됐으면... 좋겠어요.” 

 

 

 


 


 

언니는 알고있다는 듯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방울방울 올라오는 눈물은 감추지 못했고 그렇게 우리 둘은 술에 절여져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근데 둘 다 취했는데 뭐 어떻게 집에 갔겠어. 또 정재현 불렀지. 

 

 


 


 

 

“하.... 내가 너네 둘때문에 못살아 진짜.” 

 

“와앙! 정재현이다!!” 

 

“정재현 못생겼어!! 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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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주야 나 재현이고 린이 너는 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그러면 안되지. 둘 다 정신차려. 너네 둘 다 업고 갈 수는 없어.” 

 

“아이쒸... 누가 눈치없이 정재현 불렀냐...” 

 

“응 니가 불렀어 린아.” 

 

“재현!! 나 걸을 수 있다?? 나 안취했어!” 

 

“하.... 그래 여주는 나 따라오고 린이는 얼른 업혀.” 

 

 

 


 

만취상태로 정재현한테 들쳐업혀 집에 가는 길은 반쯤 졸아서 기억이 없지만 간간이 여주 언니랑 정재현이 하는 말이 들렸다. 

 

 

 


 


 

“재현아! 너는 나랑 린이가 물에 빠지면 누구 먼저 구해줄꺼야?”  

 

“린이는 수영 잘해. 초등부 선수였어.” 

 

“린이가 수영을 못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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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이는 수영 잘한다니까?”  

 

“됐어! 정재현 미워!” 

 

“둘이 물에 빠지면 김여주 너 구해준다니까?” 

 

“몰라. 린이가 수영 잘하면 물에 같이 빠진 린이가 구해주겠지.” 

 

 

 

 

 

하여간에 정재현은 저게 문제다. 

 

 

 

 

 

 

 

그 날은 처음으로 내가 술에 취한 여주언니의 화장을 지워주지도 않았고, 여주언니의 자취방 비밀번호도 누르지않았다. 정재현은 본인 방 침대를 양보하고 김여주가 침대를 차지했다는 건 다음 날 해장하려고 정재현 방문을 벌컥 열고 눈치챘다. 그래서 그 날 밤 둘 사이에 큰 진전이 있는 줄 알았는데 어쩐일인지 둘은 서먹해졌고 어느새 우리는 셋이 아니라 둘이 되었다.  

 

 

 

 

 

“왜 요즘 여주언니는 안불러?” 

 

 

 

평화로운 어느 주말 아침, 정재현과 아침밥을 먹으며 무심한 척 물어봤다.  

 

 

 

“그냥 요즘 김여주가 바빠서.” 

 

“그래도. 옆집 살잖아.” 

 

“왜? 여주 보고싶어?” 

 

“응. 나 여주언니 좋아. 귀엽잖아.” 

 

 


 


 


 

 

정재현은 고개를 두 번정도 끄덕이고 저녁에는 셋이 먹자고 했고 그 뒤로 우리는 아무 말없이 밥을 먹었다. 오빠가 요리했으니 내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고무장갑을 끼고 그릇을 달그락거릴 때, 등 뒤에서 정재현이 여주언니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언니 저녁에 온대? 하고 물어봤지만 정재현은 대답이 없었다.  

 

 

 


 

뭔가 어긋나있다는 생각에 더는 물어보지않고 조용히 식기를 정리한 후 3층에 올라와서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김여주는 의도적으로 정재현을 피하고있고 정재현도 그걸 알고있다.  

 


 

왜?  

 

내가 모르고있는 뭔가가 있다. 나 혼자 이유를 찾으려 애써도 결론이 나지않아 그냥 바로 여주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어..린아.” 

 

“언니 정재현이랑 무슨 일 있어요?” 

 

“응. 나 정재현한테 차였어.” 

 

“네?” 

 

“린이 목소리 들으니까 좋다. 정재현보다 린이 니가 더 보고싶은 거 같아.” 

 

“언니...” 

 

“린아. 내가 아직 너네 보기가 민망해서 그래! 내가 마음정리도 좀 하고 괜찮아지면. 그 때 셋이 밥 먹자. 응? 나 이해해줄 수 있어?” 

 

 

 

 

 


 

정재현 이 미련한 놈이 결국은 저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  

 

 

 


 


 


 

그래도 같은 건물에 사는 탓에 오며가며 그녀를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정재현과 같이 마주칠 때에는 눈도 안마주치고 종종걸음으로 지나갔고 가끔 둘이 마주칠 때에는 우리 린이 진짜 오랜만이야~ 다음에 둘이 놀까? 하고 빈말을 하며 반갑게 웃어줬지만 정말 그저그런 인사치레였던 건지 다음이라는 건 끝까지 없었다.  

 

 

 

둘이었던 정재현과 나의 식사도 친해진 과 사람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점차 횟수가 줄어갔고 그렇게 김여주언니가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고 나는 대학생활에 완벽히 적응했다. 나에겐 정재현보다 더 잘생기고 잘난 남자친구가 생겼고 정재현은 여전히 혼자였다. 

 

 


 


 

 

“린아” 

 

“응응” 

 

“너네 오빠 여자 소개 시켜줄까?” 

 

“갑자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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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 연애하면서 내가 우리 린이 뺏은 거 같아서 미안해서 그러지” 

 

“그런가? 정재현 외로울까?” 

 

“사람도 잘 안만나고 밥도 맨날 집에서 혼자 먹는다면서” 

 

“음... 한 번 물어는 볼게!” 

 

 


 


 

 

정재현한테 여자를 소개시켜준다는 남자친구의 말에 솔직히 잊고있었던 이름이 떠오르지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정재현 걱정보다는 김여주는 요즘 어떻게 살고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더 컸다. 잠깐이었지만 그래도 가족같은 사이였으니까.  

 

 

 


 


 

그 대화가 있었던 주말 오후, 본가에서 부모님과 학교생활에 대해 얘기하며 밥을 먹는데 정재현은 말없이 수저만 깔짝거렸다. 그걸 말없이 지켜보던 아빠는 아직도 학교가 마음에 안들어 힘드냐고 물었고 정재현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아빠는 한숨을 푹 쉬고 해외에 갈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정재현은 그제서야 생각해보겠다며 입을 열었다. 무심하게 젓가락으로 계란말이나 집어먹는 정재현을 보고 엄마는 그 시절, 그 때처럼 또 눈물을 보이셨다. 

 

 


 

 

“재현아. 너무 힘들면 다 내려놓고 잠깐 쉬어도 괜찮아. 학벌도 물론 중요하지. 근데 엄마는 재현이 니 행복이 더 중요해.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아.” 

 

“......”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가 아니더라도 머리 식힐 겸 외국에서 리프레쉬했으면 좋겠어. 물론 이것도 네가 싫다면 강요하지않아. 그냥 이런 방법도 있다하는 제안이야. “ 

 

“네. 알겠어요. 더 생각해보고 말씀드릴게요.” 

 


 

 


 

정재현은 그냥 덤덤하게 생각해보겠다고 했지만 내가 더 벅차올라서 눈물이 날 뻔했다. 우리 엄마아빠같은 부모님이 세상에 어디있을까? 저 말을 들은 게 정재현이 아니라 나였다면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 오열했을텐데. 정재현은 다정해보이지만 참 무뚝뚝한 구석이 있다.  

 


 


 

 

 

후식으로 아빠가 서투르게 울퉁불퉁 깎은 복숭아를 먹으며 조금 무거워졌던 분위기가 풀어졌고 정재현도 그제서야 좀 웃었다. 자고가라는 부모님에게 내일 팀플이 있다고 거절한 정재현은 혼자가라며 소파에 누워있던 나를 일으켜 주차장까지 질질 끌고갔고 나는 익숙한 정재현의 차 조수석에 앉았다. 정재현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본인 취향의 팝송을 틀고 도로 위를 달렸고 나는 창문을 활짝 열고 서늘한 밤바람을 느꼈다. 사실 정재현한테 묻고싶은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정말 해외로 갈 생각인건지, 소개는 받을건지, 김여주언니랑은 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건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물어봐야할지 생각하다가 관심없는 척 눈을 감은채로 물어봤다.  

 

 

 

“정재현, 오빠는 연애 안해?” 

 

“......” 

 

“......” 

 

 

 

숨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괜히 이렇게 물어봤나 싶어서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고 정재현의 표정을 살폈다. 어딘가 슬퍼보이기도 하고, 그냥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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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뭐?” 

 

“너는 지금 연애하는 거. 어떤데? 좋아?” 

 

 


 


 

 

갑자기 생각난 이태용 얼굴에 부끄러워서 그냥... 그럭저럭... 그냥 만나니까 만나는 거지 뭐... 하고 붉어지는 얼굴을 왼손으로 가리고 창밖을 내다봤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곁눈질로 슬쩍 본 정재현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엑셀을 밟았다.  

 

 

 


 


 

“이태용이 오빠 여자소개시켜준대. 생각있어?” 

 

“니 남자친구?” 

 

“응. 너 외로워보인대.” 

 

“허... 나 그런 거 관심없어.” 

 

“김여주 그 언니 때문에?” 

 

 


 


 

 

김여주. 그 이름은 정재현과 나 사이에 알게모르게 금기시되어있던 이름이기 때문에 말을 꺼낸 나조차도 놀라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너무 과하게 놀란 것 같아서 민망했지만 정재현은 조수석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않고 또 말없이 운전만 했다. 도대체 정재현에게 김여주는 어떤 의미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이제서야 물어보는데 둘이 무슨 일 있었어?” 

 

“......” 

 

“나도 언니랑 나름 가족같이 지내서 좋았는데...” 

 

“고백 받았어. 김여주한테. 그리고 내가 거절했어. 됐지?” 

 

“뭐? 오빠 여주언니 좋아했잖아. 아니야?” 

 

“......” 

 

“왜? 왜그랬어? 나 진짜 이해가 안되서 그래.” 

 

“니가 좋아하잖아. 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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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달리고있는 차가 그대로 전복되는 사고가 나도 나에게 저 정재현의 말보다 더 상처를 줄 수 없을 것 같다.  

 


 

 

 

“....알고있었어?” 

 

“......” 

 

“양성애자인 거?” 

 

 

 


 


 


 

도로를 빠르게 달리던 차는 빨간 신호에 걸려 멈췄고, 열려있던 창을 통해 들어오던 바람도 멈췄다. 시간이 잠깐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재현은 정지된 운전석에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오빠...내가 좋아하면 양보라도 하려고 그랬어? 내가 탐내면 지금 이 차도 줄래?” 

 

“......” 

 

“그래.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들은 다 정재현 너만 좋아하더라.” 

 

“어...” 

 

“나한테 김여주 양보하겠다고? 근데 너 지금 아주 단단히 착각하는 거 같은데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린아.” 

 

“친언니같이 좋은 거지!! 연애감정으로 좋아한 거 아니야 멍청아!!!! 나는 나보다 키 작으면 안설레!!!!!” 

 

“어...?” 

 

“너 진짜 미쳤어?? 아니 그래 니 말대로 내가 그 언니 좋아했어도 너는 그러면 안돼지! 니가 뭔데 선심쓰듯이 양보한다 만다 해? 와 나 진짜 어이없네?” 

 

 

 


 


 

초록불로 바뀌었는데 어버버 거리면서 출발 타이밍을 놓친 정재현때문에 뒤에서 차들이 클락션을 울렸고 정재현은 바보같이 허둥대다 후진기어를 넣어 차가 스르르 움직였고 뒷 차에 그대로 접촉사고를 냈다. 정재현 바보라고 습관처럼 말했지만 정말 진짜 바보같은 행동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사고차량 운전자 아저씨는 어쩔줄 몰라하며 죄송하다고 말하는 정재현에게 노발대발 화를 내다가 아들같아서 참는다며 수리비만 받겠다고 전화번호를 받아갔다. 정말 살짝 긁힌 정도여서 다행이었지만 뒷 차가 출발하려고 엑셀이라도 밟았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나 이제 오빠차 다시는 안탈래. 금방 죽을 거 같아. 나 버스타고 갈래. 저 앞에 세워줘.” 

"그리고 하나 더! 나 이태용 완전 개사랑하거든? 이태용이랑 결혼할꺼야!!!" 


 


 


 


 

 

 

 

 


 


 

정재현은 내 말에 반박하려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딱히 변명할 거리가 없었는지 그대로 한숨을 크게 쉬고 알겠다며 버스정류장 앞에 나를 내려줬다. 자취방까지 다섯정거장 정도 걸리는 애매한 거리였지만 그냥 정재현이 혼자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이제 여주언니 찾아가서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게 잡겠지? 아... 이태용보고싶다. 

 

 


 

 

"용용~” 

 

“린린~ 방 도착했어?” 

 

“아니! 나 지금 탈주했어. 도로에서 뛰어내렸다?” 

 

“허억... 진짜...?” 

 

“뻥이지 바보야” 

 

“야아 너 진짜 맨날 나 놀리기만 하구..” 

 

“우리 용이 어디야? 나 데리러 올래?” 

 

 


 

 

부르자마자 택시타고 헐레벌떡 달려온 이태용이 예뻐서 보자마자 뽀뽀를 대충 100번정도 얼굴에 갈겼는데 이태용은 그 후로도 가끔 의기양양하며 그 때 내가 엄청 빨리 갔는데! 알지? 나 예쁘지? 말하며 애교를 부리곤한다. 

 


 


 


 


 

 

그 뒤로 정재현은 김여주에게 10번의 고백을 했고 9번을 차였다. 10번째 고백에서 울면서 너 없이는 한국에서 못산다고 차이면 유학 간다고 잡아달라고 늘어져서 마지못해 받아줬다나 뭐라나. 물론 여주언니 피셜이다. 마지못해 받아줬다는 사람치고 표정이 너무 밝았다. 저렇게 웃다가 입이 귀에 걸리거나 얼굴 근육이 마비될 것 같은 그런 표정. 둘이 드디어 사귄다니 내 속이 다 시원했다. 

 

 


 

 

“근데 언니” 

 

“응?” 

 

“왜 아홉번이나 찼어요?” 

 

“그거? 흥! 나 뻥 차버리고 몇 달이나 찬바람 쌩 불었던 거 얄미워서! 으유.. 한 달정도 마음고생 해봐라 했는데” 

 

“응응” 

 

“아니! 고백 텀이 너무 짧은거야!! 차면 이틀만에 또 고백하고 막 그러니까 진정성이 안느껴졌달까?” 

 

“앜ㅋㅋㅋㅋㅋ 그랬어요?” 

 

“성격이 너어어어무 급해! 아무튼! 근데 그 정재현이 또 우는데 어떻게 안받아주겠어. 그냥 내가 져준거지.” 


 


 


 


 


 


 


 


 


 


 


 

#정린의 착각 


 

“재현아아... 2학기부터는 수업도 잘 들으면 안될까? 나 너랑 수업도 같이 듣고 도서관도 같이 가고싶은데...” 

“내 동생도 그런 얘기 하더라. 학교 좀 잘 다니라구.” 

“진짜? 그럼 이제 잘 다닐거야?” 

“휴학할 생각이었는데... 너 나랑 수업 듣고싶어?” 

“응응! 나 족보 받은 거 짱많은데 너한테는 다 보여줄게!!” 

“그래. 뭐... 알겠어. 나도 이제 정신 차려야지.” 

“진짜? 진짜? 너 이거 내일 술 취했다고 까먹었다고 하면 안된다? 잠깐 다시다시! 나 이거 녹음할래! 자, 재현아 나 따라해봐. 나 정재현은.” 

“나 정재현은.” 

“2학기부터 김여주랑” 

“2학기부터 여주랑”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겠습니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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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자취방 


 

“재현아 나 다음학기부터 자취할 생각인데 너는 자취방 어떻게 구했어? 찾아봐도 잘 안나오네” 

“음... 내 옆방 비었는데 거기로 올래?” 

“아 진짜?” 

“응. 근데 아마 빨리 계약해야될거야.” 

“응? 왜?” 

“아는 사람 중에 내 옆방 탐내는 사람이 한 명 있거든.” 

“헐! 니 옆방을 탐낸다구? 언년이야!!” 

“여자긴하지.” 

“...집주인 전화번호 좀. 빨리. 나 지금 진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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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은 내 말에 반박하려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딱히 변명할 거리가 없었는지 그대로 한숨을 크게 쉬고 알겠다며 버스정류장 앞에 나를 내려줬다. 자취방까지 다섯정거장 정도 걸리는 애매한 거리였지만 그냥 정재현이 혼자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이제 여주언니 찾아가서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게 잡겠지? 아... 이태용보고싶다. 

 

 


 

 

"용용~” 

 

“린린~ 방 도착했어?” 

 

“아니! 나 지금 탈주했어. 도로에서 뛰어내렸다?” 

 

“허억... 진짜...?” 

 

“뻥이지 바보야” 

 

“야아 너 진짜 맨날 나 놀리기만 하구..” 

 

“우리 용이 어디야? 나 데리러 올래?” 

 

 


 

 

부르자마자 택시타고 헐레벌떡 달려온 이태용이 예뻐서 보자마자 뽀뽀를 대충 100번정도 얼굴에 갈겼는데 이태용은 그 후로도 가끔 의기양양하며 그 때 내가 엄청 빨리 갔는데! 알지? 나 예쁘지? 말하며 애교를 부리곤한다. 

 


 


 


 


 

 

그 뒤로 정재현은 김여주에게 10번의 고백을 했고 9번을 차였다. 10번째 고백에서 울면서 너 없이는 한국에서 못산다고 차이면 유학 간다고 잡아달라고 늘어져서 마지못해 받아줬다나 뭐라나. 물론 여주언니 피셜이다. 마지못해 받아줬다는 사람치고 표정이 너무 밝았다. 저렇게 웃다가 입이 귀에 걸리거나 얼굴 근육이 마비될 것 같은 그런 표정. 둘이 드디어 사귄다니 내 속이 다 시원했다. 

 

 


 

 

“근데 언니” 

 

“응?” 

 

“왜 아홉번이나 찼어요?” 

 

“그거? 흥! 나 뻥 차버리고 몇 달이나 찬바람 쌩 불었던 거 얄미워서! 으유.. 한 달정도 마음고생 해봐라 했는데” 

 

“응응” 

 

“아니! 고백 텀이 너무 짧은거야!! 차면 이틀만에 또 고백하고 막 그러니까 진정성이 안느껴졌달까?” 

 

“앜ㅋㅋㅋㅋㅋ 그랬어요?” 

 

“성격이 너어어어무 급해! 아무튼! 근데 그 정재현이 또 우는데 어떻게 안받아주겠어. 그냥 내가 져준거지.” 


 


 


 


 


 


 


 


 


 


 


 

#정린의 착각 


 

“재현아아... 2학기부터는 수업도 잘 들으면 안될까? 나 너랑 수업도 같이 듣고 도서관도 같이 가고싶은데...” 

“내 동생도 그런 얘기 하더라. 학교 좀 잘 다니라구.” 

“진짜? 그럼 이제 잘 다닐거야?” 

“휴학할 생각이었는데... 너 나랑 수업 듣고싶어?” 

“응응! 나 족보 받은 거 짱많은데 너한테는 다 보여줄게!!” 

“그래. 뭐... 알겠어. 나도 이제 정신 차려야지.” 

“진짜? 진짜? 너 이거 내일 술 취했다고 까먹었다고 하면 안된다? 잠깐 다시다시! 나 이거 녹음할래! 자, 재현아 나 따라해봐. 나 정재현은.” 

“나 정재현은.” 

“2학기부터 김여주랑” 

“2학기부터 여주랑”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겠습니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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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자취방 


 

“재현아 나 다음학기부터 자취할 생각인데 너는 자취방 어떻게 구했어? 찾아봐도 잘 안나오네” 

“음... 내 옆방 비었는데 거기로 올래?” 

“아 진짜?” 

“응. 근데 아마 빨리 계약해야될거야.” 

“응? 왜?” 

“아는 사람 중에 내 옆방 탐내는 사람이 한 명 있거든.” 

“헐! 니 옆방을 탐낸다구? 언년이야!!” 

“여자긴하지.” 

“...집주인 전화번호 좀. 빨리. 나 지금 진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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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은 내 말에 반박하려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딱히 변명할 거리가 없었는지 그대로 한숨을 크게 쉬고 알겠다며 버스정류장 앞에 나를 내려줬다. 자취방까지 다섯정거장 정도 걸리는 애매한 거리였지만 그냥 정재현이 혼자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이제 여주언니 찾아가서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게 잡겠지? 아... 이태용보고싶다. 

 

 


 

 

"용용~” 

 

“린린~ 방 도착했어?” 

 

“아니! 나 지금 탈주했어. 도로에서 뛰어내렸다?” 

 

“허억... 진짜...?” 

 

“뻥이지 바보야” 

 

“야아 너 진짜 맨날 나 놀리기만 하구..” 

 

“우리 용이 어디야? 나 데리러 올래?” 

 

 


 

 

부르자마자 택시타고 헐레벌떡 달려온 이태용이 예뻐서 보자마자 뽀뽀를 대충 100번정도 얼굴에 갈겼는데 이태용은 그 후로도 가끔 의기양양하며 그 때 내가 엄청 빨리 갔는데! 알지? 나 예쁘지? 말하며 애교를 부리곤한다. 

 


 


 


 


 

 

그 뒤로 정재현은 김여주에게 10번의 고백을 했고 9번을 차였다. 10번째 고백에서 울면서 너 없이는 한국에서 못산다고 차이면 유학 간다고 잡아달라고 늘어져서 마지못해 받아줬다나 뭐라나. 물론 여주언니 피셜이다. 마지못해 받아줬다는 사람치고 표정이 너무 밝았다. 저렇게 웃다가 입이 귀에 걸리거나 얼굴 근육이 마비될 것 같은 그런 표정. 둘이 드디어 사귄다니 내 속이 다 시원했다. 

 

 


 

 

“근데 언니” 

 

“응?” 

 

“왜 아홉번이나 찼어요?” 

 

“그거? 흥! 나 뻥 차버리고 몇 달이나 찬바람 쌩 불었던 거 얄미워서! 으유.. 한 달정도 마음고생 해봐라 했는데” 

 

“응응” 

 

“아니! 고백 텀이 너무 짧은거야!! 차면 이틀만에 또 고백하고 막 그러니까 진정성이 안느껴졌달까?” 

 

“앜ㅋㅋㅋㅋㅋ 그랬어요?” 

 

“성격이 너어어어무 급해! 아무튼! 근데 그 정재현이 또 우는데 어떻게 안받아주겠어. 그냥 내가 져준거지.” 


 


 


 


 


 


 


 


 


 


 


 

#정린의 착각 


 

“재현아아... 2학기부터는 수업도 잘 들으면 안될까? 나 너랑 수업도 같이 듣고 도서관도 같이 가고싶은데...” 

“내 동생도 그런 얘기 하더라. 학교 좀 잘 다니라구.” 

“진짜? 그럼 이제 잘 다닐거야?” 

“휴학할 생각이었는데... 너 나랑 수업 듣고싶어?” 

“응응! 나 족보 받은 거 짱많은데 너한테는 다 보여줄게!!” 

“그래. 뭐... 알겠어. 나도 이제 정신 차려야지.” 

“진짜? 진짜? 너 이거 내일 술 취했다고 까먹었다고 하면 안된다? 잠깐 다시다시! 나 이거 녹음할래! 자, 재현아 나 따라해봐. 나 정재현은.” 

“나 정재현은.” 

“2학기부터 김여주랑” 

“2학기부터 여주랑”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겠습니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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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자취방 


 

“재현아 나 다음학기부터 자취할 생각인데 너는 자취방 어떻게 구했어? 찾아봐도 잘 안나오네” 

“음... 내 옆방 비었는데 거기로 올래?” 

“아 진짜?” 

“응. 근데 아마 빨리 계약해야될거야.” 

“응? 왜?” 

“아는 사람 중에 내 옆방 탐내는 사람이 한 명 있거든.” 

“헐! 니 옆방을 탐낸다구? 언년이야!!” 

“여자긴하지.” 

“...집주인 전화번호 좀. 빨리. 나 지금 진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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룻루랄랏

제 3자의 시선으로 본 정재현과의 연애일기 어떠셨나용 

재현이 동생 이름은 그냥 재현이 이름 후보 중 하나였던 린으로 쓰여졌습니다. 

김여주에 이름을 대입해서 보셨길 바라요!! 

재현이를 혼자로 만들어야해서 남자친구 이태용이 등장했습니다. 사실 지금 쓰고있는 다음 단편 남주가 태용이라 그냥 생각없이 넣었답니당 

동성애코드가 스토리 진행상 아주 살짝 째끔 들어가있는 탓에 어떤 분들에겐 거부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ㅠㅠ 보실 분들만 보시라고 포인트 설정을 해뒀습니다! 

포인트를 모을 생각으로 설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댓글 달아주시면 포인트 돌려드립니당.. 쩜 하나라도 찍으시면 제가 포인트 돌려 드려용 


 


 

추가로 푸쉬앤풀과 김남매도 포인트로 전환했는데 그 이유는 푸쉬앤풀은 아무래도 글이 너무 어둡고 정신적으로 좀.. 그래서 이것도 보실 분들만 보시라구... 하하.. 

김남매는 제가 다시 쭉 보니까 너무.. 부끄러운 겁니다!! 김남매는 그냥 글삭하기도 좀 그렇고 부끄러우니까 여러분들 보지말라구 해놨습니다. 데헷.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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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00.192
와...손생님 저 진짜 입틀막 하면서 봤자나요..
3년 전
비회원100.192
와...손생님 저 진짜 입틀막 하면서 봤자나요..
3년 전
독자1
와..제 3자의 입장에서 둘의 연애?를 보는 게 처음이라서 신선하고 좋았어요!! 너무 설레요너오오
3년 전
독자2
아니ㅋㅋㅋㅋㅋㅋㅋ정재현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바부팅이 아니냐고ㅋㅋㅋㅋㅋㅋㅋㄱ짱귀엽네ㅋㅋㅋㅋㅋㅋㅋ작가님 완전 설레고 완전 귀여웠어요ㅠㅠ린이도 여주도 재현이도 툥이돜ㅋㅋㅋㅋ
3년 전
독자3
김남매 캐미 좋네요
재현이는 외동이라 동생있는 모습을 상상도 안해봤는데 동생 있으면 정말 잘 해줄것같아요
다정다감하고 꼼꼼하고 섬세하공ㅎㅎㅎ

3년 전
독자4
헐 이런 새로운 시선 너무 좋아요ㅠㅠ 저는 처음에 가족애 이야기인가 했잖아여,,, 대박적
3년 전
독자5
미띤 작가님 ... 너무 재밌어요 .... 외전이나 다음편 기다리고 싶어요 ㅠㅠㅠㅠㅠ 저 기다리게 해주세요 ,,,
3년 전
독자6
이런 글은 엄청 신선하네용 그래사 더 재밌어요 ㅜㅜ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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