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과 조련남 박지민
: 디스 민즈 워 (This Means War) - 終반전
※ 사, 사이다 보다는 환타...?
-야, 너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니야?
병원은 무슨. 내가 죽을 병 걸렸냐.
-웃기고 있네. 그러다가 죽어도 난 책임 못진다.
이 년이, 죽는다는 말을 친구한테. 이불 속에 파묻혀 간신히 귀에 대고 있던 핸드폰을 내팽겨쳤다. 아,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 결국 그렇게 학교를 뛰쳐 나온 뒤로 하필이면 타이밍에 딱 맞게 내린 소나기 덕에 감기몸살에 걸려 4일 동안 앓아누웠다. 교양으로 가득찼던 금요일은 자체 공강으로 쉬어버리고 3일 동안 집순이처럼 느즈막히 일어나서 대충 점심을 떼우고, 이불로 돌돌 싸맨 채로 티비를 본다거나 멍하니 앉아있다가 약기운에 곯아떨어지는 생활 패턴을 반복했다. 아씨, 하루 밤만 자고 나면 월요일인데. 초등학교 때 친구 일기장 훔쳐 본 이후로 학교 가기 제일 싫은 날 중에 손에 꼽는 날이다, 이번은. 조용한 와중에 침대 위에 간신히 올려져 있던 핸드폰이 진동 소리를 내더니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배터리가 다 나갔나, 검은 화면을 띄우고 있던 핸드폰 액정에 로고가 떴다.
그 날 이후로 지민이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내심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꼭 내 기대를 짓밟기라도 하듯 4일 내내 지민이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찾아오는 것은 물론 그 쉬운 메신저 하나도. 아직까지도 목요일 강의실 앞에서 본 지민이의 굳은 표정이 아른거렸다. … 생각해 보면, 어쩌면 연락이 안 오는 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르니까. 일이 꼬여버렸다는 생각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냥 죽을 때까지 듣기 싫다, 지민이의 말. 슬슬 졸음이 몰려 왔다. 난 감기약만 먹으면 정신을 못 차리겠어. 결국 하던 생각을 멈추고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잠이나 자야지.
**
아, 솔직히 말만 관리부지 하는 일도 없는데 왜….
말이라도 관리부니까 와야 된다고. 뭐, 관리부는 학생부도 아니냐?
아니, 그건 아닌데.
아, 말만 학생부지 아무것도 안 하고 이름만 올리면 된다며! 빽 소리를 지르는 나에 귀를 틀어막은 김태형이 내가 뒤집어쓴 후드를 쥐고 나를 질질 끌어 당겼다. 분명 2학년 때 학생부 자리가 빈다며 아무 것도 안 해도 되고 이름만 올라달라고 사정 사정을 하던 김태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허락해준 거였는데, 그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아침부터 꾸역꾸역 일어나 화장도 안 한 채로 콜록거리며 바닥에 뒹굴거리던 후드 집업을 껴입고는 도둑마냥 후드를 푹 뒤집어 쓰고 온 나를 발견한 김태형은 꼴이 이게 뭐냐는 핀잔과 함께 학생부 회의가 잡혔다며 막무가내로 나를 끌고 갔다.
일단 뭐 좀 먹어라. 며칠 사이에 애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진짜.
학교 안 편의점에 들어간 김태형이 눈에 보이는 대로 빵이며 삼각김밥을 내 품에 던졌다. 저 미친놈이 지금 만수르 코스프레하나. 벌써 음료수 코너로 자리를 옮긴 김태형 뒤를 졸졸 따라가 중얼거리자 인상을 팍 찡그린 김태형이 내 품에 있던 음식들을 제가 다 들고가더니 음료 하나를 집어 들고는 계산을 했다. 영수증 뽑아 주세요. 제 카드가 아니라서요. 김태형의 말에 편의점 알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니 돈도 아니면서 사주긴 뭘 사줘. 힐끔 김태형의 손에 들린 카드를 보자 익숙한 감이 왔다. … 저거 지민이 카든데. 카드 귀퉁이에 포도 스티커가 쨍하니 붙어 있는 게 지민이 카드인 게 분명했다.
내가 진짜 별 심부름을 다 한다, 너네 때문에.
….
앞에 있을 테니까 빨리 쳐먹어. 조금 있으면 회의 시작하겠다.
알바에게 다시 돌려받은 카드를 주머니에 쑤셔 넣은 김태형이 테이블에 음식을 우수수 쏟더니 그 앞 의자에 나를 앉히고는 맞은편에 앉아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지민이가 사주라고 했나, 카드가 지민이 거인 걸 보면. 입에 집어넣지 못하고 몇 분간 멍하니 음식들만 바라보고 있자 한숨을 푹 내쉰 김태형이 결국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알바에게 부탁해 봉지를 들고와 음식을 쏟아 넣었다. 회의 끝나고 먹던가 해라. 지금은 보니까 줘도 안 넘어갈 것 같고. 끝까지 지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은 김태형이 봉지를 내 손에 쥐어줬다.
침이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갔다. 학생부면 1학년들도 있으니까, 게다가 걔도 학생부니까. 과방 문 앞에서 서서는 섣불리 문고리를 돌리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내 뒤에서 한걸음 떨어져서 걸어오던 김태형이 머뭇거리는 나를 뒤로 살짝 밀고는 먼저 과방 문을 열었다. 역시나 안에서 우렁찬 인사 소리가 들려왔고, 아직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어물쩡거리던 나를 김태형이 끌어당겼다. 과방 안에 발을 들이자,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지는 몰라도 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 아, 이래서 오기 싫었던 건데.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마자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후배와 눈이 마주쳤다. 진짜 꼭 벌거벗고 있는 것 마냥 괜히 부끄러웠고, 민망했다. 먼저 눈을 피한 나는 눈 앞에 보이는 의자에 막무가내로 앉아서는 팔에 머리를 묻었다. 수근거리는 소리가 귀에 틀어박혔고, 옆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난 후로는 조용해졌다. 김태형의 한숨 소리가 가까이에서 났다. 눈 앞에 끼고 있던 팔찌가 보였다. 괜히 지민이 생각과 함께 후배의 얼굴이 떠올라 급하게 팔찌를 풀어버렸다.
**
너 진짜 안 갈래? 어?!
아, 좀 잔다니까.
자기는 개뿔. 혼자서 우울 빨고 앉아있을 거면서.
내 손목을 쥔 이지은의 손을 애써 풀어내고는 흘러내린 가방을 고쳐맸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기분전환을 시켜주겠다고 공강 시간에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며 꼬시던 김태형과 이지은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괜히 가서 얼굴 마주보고 있다간 걱정만 더 하게 만들 것 같아서. 한 걸음, 두 걸음 몰래 뒷걸음질을 치자 포기했다는 듯 크게 숨을 들이내쉰 이지은이 손을 내저었다. 됐다, 됐어. 혼자서 잠을 자든, 우울 빨든. 맘대로 해라.
대신, 좀 있다가 왔을 때는 괜찮아져있어야 된다, 너.
몸을 틀려는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친 이지은이 쿨하게 뒤로 돌아섰다. 말은 저렇게 하면서 걱정은 또 누구보다 많이 해요. 이첨지 같은 게. 괜히 웃음이 나와 힘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혼자 있을 공간이 없을까 싶어, 조용한 건물 안의 빈 강의실을 찾아 돌아다녔다. 거의 안 쓰는 건물이라 복도는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고 빈 강의실 안에는 먼지가 쌓여있었다. 저 먼지 마시면 안 아프던 데도 다 아프겠다. 눈 앞에 폴폴 날리는 먼지에 강의실을 찾는 걸 포기하고 근처 건물 앞 벤치에 가방을 내려놓고 풀썩 앉았다. 이왕 나온 김에 햇빛이나 쐬야지. 이어폰이 어디 갔더라. 햇빛도 쬐고 나른한 기분에 노래라도 들으려고 가방을 뒤져 이어폰을 찾는데, 갑자기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OO야, 여기 있었네.
….
넌 선배를 마주쳤는데 인사도 안 하고.
뻔뻔하게도 나를 내려다 보며 말하는 선배에 표정을 굳힌 채로 고개를 까딱 숙였다. … 마주치기 싫어. 습관처럼 입술을 깨무는데 씩 웃은 선배가 여유롭게 내 옆 자리에 앉았다. 너, 요즘 소문 이상하게 났더라? 거리를 벌리려고 옆으로 움직이는 내 어깨를 잡더니 하는 소리가. 고개를 들고 얼굴을 바라보자 눈썹을 꿈틀댄 선배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어쩌다가 들은 거라.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 듯이 뻔뻔스럽게 말하는 선배의 태도에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러게 행동을 똑바로 하고 다녔어야지.
소문도 더럽게 나고, 이게 뭐냐. 내 등을 툭툭 친 선배가 킥킥 거리며 웃어댔다. 내가 너 해명을 해주려고 해도, 애들이 그걸 믿어야 말이지. 내가 참 아끼는 후밴데 말이야, OOO. 얼굴도 마주보기 싫었던 선배가 저딴 말까지 내뱉자 진짜 더이상 참기가 힘들어졌다. 옆에 있던 가방을 손에 쥐고 벤치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나를 올려다 본 선배가 미간을 찌푸렸다.
선배가 말하고 있는데 지금,
… 선배고 뭐고.
뭐? 너 뭐라 했냐.
한 번만 더 이딴식으로 말하실 거면 그땐 선배 취급은 커녕, 사람 취급도 못 받으실 생각하고 계세요. 참다 못해 속에 있던 말을 뱉어냈다. 일 커지면 뭐, 휴학하고 말지. 굳이 저런 소리 들어가면서까지 선배 비위를 맞추고 싶진 않았다. 내가 한 말에 선배는 벙찐 듯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내가 뒤를 돌자 그제서야 벤치에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고, 듣는둥 마는둥한 나는 자리를 빠져나가려 걸음을 재촉했다. 선배는 그런 내 뒤를 계속 따라왔고, 힘에 부쳐 속도가 느려진 나는 결국 오른쪽 손목을 잡혔다. 아무리 빼내려고 애써도 꼴에 남자라고 악력이 세서인지 손목은 빠지질 않았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몸을 돌리려는데,
우리 애 이런식으로 다룰 거예요, 아저씨?
내 어깨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돌려졌고, 선배는 내 손목을 놓쳤다. 놀란 마음에 고개를 드는데, 며칠 동안 보지 못했던 지민이의 얼굴이 보였다. 저한텐 소중한 OOO가구만. 너무하시네. 제 품에 안듯 내 손목을 그러쥐고 끌어 당긴 지민이가 나를 내려다 보며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
적막한 이 분위기가 낯설었다. 나의 손목을 끌고 끌다 싶이 카페로 온 지민이는 구석 테이블에 나를 앉혔다. 진동벨을 손에 쥐고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로 앞에 맞은편에 앉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지민이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괜한 손만 만지작 거렸다. … 눈도 못 마주치겠다. 갑자기 왜 이렇게 됐을까. 사귀면서, 아니 서로 알게된 이후로 싸움이란 게 뭔지도 모르고 살았던 나라 이런 상황은 어색했고, 꼭 내가 이 상황의 주인공이 아닌 관망자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작고 작은 다툼 쯤이야 당연히 있었지만 그런 다툼들은 몇일, 몇 시간 후면 다 풀리는 것들이었으니까.
마셔, 따뜻한 거야. 목 아프지.
진동벨이 울리자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지민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 시야에 지민이가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금새 자리에 돌아온 지민이가 그런 나를 보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으며 내게 홀더 두 개로 감싼 컵을 쥐어줬다. 그러게 비를 왜 맞았어, 응? 엉거주춤하게 다시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컵을 쥐고 있는 나를 보고선 옆머리를 가지런히 넘긴 지민이가 나긋하게 말했다.
… 어떻게 알았어?
응?
나 비 맞은거, 말이야.
내가 너에 대해서 모르는 게 어딨어. 작은 목소리에도 다 알아 듣고 또박또박 대답을 한 지민이가 나를 보며 평소에 항상 지어주던 웃음을 보였다. 진짜 며칠동안 줄곧 머리에 아른거리고, 보고 싶었던 것들 중 하나인데 막상 정말 보게 되니 좋은 감정 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저 웃음 뒤에 무슨 말이 나올까. 한 번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꼭 한없이 부정적이여진다. 손에 쥔 따뜻한 음료를 머뭇거리다 한 번 목으로 넘기는데, 가까이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아니 선배.
구두를 보자마자 고개를 더욱 파묻었다. 솔직히 발소리만 들었을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눈 앞에 하얀 치마가 보이고는 확신했고. 목소리를 듣고 절망했고. 내 맞은편 왼 쪽의 의자가 끼익 거리는 소리를 냈다. … OO 선배, 안녕하세요. 머뭇거리다 내뱉는 인사에 괜히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네가 뭐라고 나한테 인사를 해. 여태껏 모욕에도 아무 말 않고 있었던 나의 마음은 지민이와 함께 펑하고 터져버렸다.
내가 끙끙 앓고, 눈치를 보던 동안 과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돌던 소문을 듣지 못한 게 아니다. 그렇게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애들이 깨진 것 같다며 내가 지나갈 때마다 아이들은 쑥덕이기 바빴다. 못들은 게 아니다. 안 들은 거지. 오히려 귀에 쏙쏙 박히려는 걸 억지로 털어냈다. 지민이와 후배가 있다는 걸 건너서 듣는 사실이 너무 짜증이 나고 싫었다.
… 어디 가, OO야.
….
손에 쥐고 있던 컵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소문만으로도 듣기 싫었는데, 내 눈으로는 더 보기 싫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내 손목을 잡은 지민이가 나를 끌어당겼다. 아까 선배가 잡았을 때는 그렇게 털어내고 싶더니, 지민이가 잡으니 속수무책으로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자리에 우두커니 멈춰선 내가 멍하니 굳어있자 지민이가 팔로 내 허리를 두르고 한 번 꼭 껴안고는 내 어깨를 잡고 바로 세웠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 응? 미안해 OO야.
터덜터덜 나는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내 눈을 마주하고 하는 지민이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내가 자리로 돌아가자 그제서야 안심을 한듯 숨을 내쉰 지민이가 나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시야를 틀자 고개를 숙이고 있는 후배의 모습이 보였다.
서, 선배.
…
죄송해요, 제가. 제가 너무 죄송해요.
후배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내가 예상하던 게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건 '선배, 저 지민 오빠랑 만나기로 했어요.' 이거였었는데. 놀란 마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번쩍 드는데, 그 충격에 떨어질뻔한 컵을 지민이가 얼른 잡아 올리고는 무릎에 놓여있던 내 손을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맞잡았다. 손이 벌벌 떨리는 게 느껴졌는지, 지민이는 검지 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쓸었다. … 갑자기 무슨 말이야. 후배의 말의 의도가 궁금했다. 여태껏 해왔던 행동들이 죄송하다는 건지, 아니면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지민이와 잘 돼서 죄송하다는 건지.
그냥, 그냥 다 죄송해요.
제가 말도 안 되는 말을 믿어서…. 후배는 말을 하며 돌연 울음을 쏟아냈다. 울고 싶은 건 난데 왜 니가 울어. 눈물을 쏟아내는 후배를 보자니 괜히 속이 울컥했다. 아픈 건 나였는데. 눈물을 뚝뚝 떨어트린 후배가 고개를 들고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 선배가 하신 말들 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인 거 정말, 진짜로 알았는데요. 그랬는데….
….
저도 모르게, 사실은 전부터 선배가 너무 부러워서, 부러워서요
안 가질 거, 못 가질 거 없는 선배가 너무 부러워서 하면 안 될 행동을 제가 해버렸어요…. 후배는 횡설수설 제 말을 어지럽게 늘어놓았다. 어지러운 말 속에 내 속에 흩어져 있던 퍼즐들이 꼭 조각조각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그 술집에서 후배는 복학생에게 무언가를 들었을 거다. 사실이 아닌 무언가. 그걸 듣고서는 마음을 돌렸을 거고. 후배의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가지 않았다.
죄송해요. 그냥 다, 너무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이렇게 쉽게 끝날 것을. 사과를 하는 후배의 모습을 보니 허탈감이 몰려 왔다. 며칠동안 끙끙 앓았던 나는 뭐고, 나 하나 깎아내리려고 그렇게 애썼던 너는 뭔지 묻고 싶었다.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자 지민이가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고개를 살짝 돌리자 지민이의 얼굴이 보였고 괜히 눈물이 나왔다. 아, 진짜 울기 싫은데…. 멋대로 나오는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무는데,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스치듯 쓴 지민이가 고개를 저었다. 후배는 고개를 숙이고 테이블 위로 하염없이 눈물을 떨어트리고 있었고 카운터에서 티슈를 얻어온 지민이는 조심스럽게 내 눈물을 닦았다.
애들한테는 제가 다 잘 말해놓을게요, 정말로.
….
이걸로 용서가 안 될 거 아는데요, 그래도….
다급히 말을 내뱉는 후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질투심에, 홧김에 그랬을 거란 거 다 알고 있다. 내가 이때껏 봐온 후배는 분명히 그럴 애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후배의 입장도 충분히는 아니지만 이해가 갔다. 항상 자존감이 낮아 나에게 기대왔던 아이이고. 감정이 폭발해 말을 쏟아부으려고 해도 후배의 얼굴을 마주하자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눈썹을 축 늘어트리고 눈물을 떨어트리는 게 불안했나보다. 무섭기도 하고.
… 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던 후배가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멋 없게 쭉 흘러내린 눈물을 손으로 한 번 문지르고는 입을 열었다. 얼른 가라고. 내가 지금 당장은, 용서 못해줄 것 같거든 너. 내 말에 잠시 흔들렸던 후배의 눈동자에 다시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나는 일부러 그 모습을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상황 다 해결되고,
….
이 일이 지나간 일이 되고 나면 그 때 사과하러 와.
그 땐, 내가 용서해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물론 확신은 아니다. 용서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때가 되면 후배를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잠시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며 눈물을 흘리던 후배는 벌떡 일어나 나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정말 죄송해요, 언니. 그리고 … 고마워요.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멀어졌다. 아씨, 또 눈물 나오려고 해. 코를 훌쩍이자 그게 무슨 출발탄이라도 된 듯 눈물이 진짜 쏟아진다고 해도 될 만큼 흘렀다. 속상해. 속상해 죽겠다, 그동안 힘들었던 게.
이리 와, OOO.
옆에서 나를 보고 있던 지민이가 나를 끌어 당겨 안았다. 힘 없이 당겨져 지민이의 품에 얼굴을 묻은 나는 그 전의 일은 생각할 틈도 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꼭 너무 힘들었다고 알아달라고 보채는 어린 애들 처럼.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손을 올려 내 등을 토닥여주는 지민이에 끅끅대며 몸을 기댔다.
차라리 나한테 말을 하지. 투정이라도 좋으니까.
….
이렇게 아무 말 없다가 안겨서 울면 나 너무 미안하잖아.
나 네 남자친구야, OO야. 매일 어린이 취급하고 애 마냥 행동하는 박지민만이 아니라 남자친구라고. 응? 내 어깨에 제 얼굴을 댄 지민이가 내 귀 가까이에 나긋나긋이 말해왔다. … 미안해, 미안해 지민아. 끅끅대는 걸 억누르고 간신히 사과하자 내 어깨에 양 손을 올려 떼어낸 지민이가 허리를 숙여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뭐가 미안해. 내가 더 미안해, 남자친구 역할 제대로 못해줘서. 그 말에 급히 고개를 젓자, 못말리겠다는 듯 웃어보인 지민이는 앞으로 흘러내린 내 머리를 조심스러운 손길로 귀에 꽂으며 흘러내린 눈물을 제 옷소매로 닦았다. 약속해,
아프고 힘든 거 있으면 다 말하기.
혼자서 앓아도 내가 잘했다고 포도 스티커 주는 것도 아닌데. 그지, OO 어린이? 내밀어진 지민이의 새끼 손가락에 내 새끼 손가락을 끼워 넣었다. 그런 내 손을 잡아온 지민이가 다시 나를 끌어 안았다. 아픈 거, 힘든 거 다 나랑 같이 할 거야 이제. 알겠지? 지민이의 품 속에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힘을 주어 나를 더 꼭 끌어안은 지민이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도 지민이의 허리를 끌어안는데, 내 손을 쥔 지민이의 손이 꾸물댔다.
짠, 이번엔 스티커 두 개.
….
저번에 태태한테 준 것도 받아서 잘 붙여놨지?
손등에는 스티커 두 개가 붙여져 있었다. 손등을 한 번 내려다 보고, 지민이를 올려다 보자 웃은 지민이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혼자 아픈 거 참았으니까 주는 상이야. 착해, 우리 OO 어린이. 근데, 앞으로 그런 이유로 스티커 줄 일은 없으니까 혼자 아프고 힘든 거 하지 마. 같이해.
**
그런다고 넌 그 사과를 바로 받아주냐?
아니, 누가 받아줬다고 그러냐. 그냥 뭐, 나중에 용서해주겠단 말이지….
그거나 그거나. 어유, 우리 븅신이.
얼굴을 있는대로 힘껏 찌푸린 이지은이 내 얼굴을 제 팔에다 끼워 힘을 줬다. 아픈 거 나은지 며칠도 안 지났는데 이 사람이 진짜. 내가 끙끙대자 보다 못한 김태형이 이지은의 팔을 쥐고 말렸다. 근데 기분 나쁘다. 걘 왜 하필이면 너랑 나를 엮었대, 엮어도. 이지은의 몸부림에 뻘뻘 흘린 땀을 닦은 김태형이 숨을 몰아내쉬며 말했다. … 저 새끼가? 눈에 힘을 주어 째려보자 김태형이 어색하게 웃고는 고개를 돌리며 애꿎은 핸드폰을 꺼냈다.
근데, 걔가 갑자기 사과한 이유가 뭔데.
씩씩대며 화를 식히고 있던 이지은이 대뜸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건 나도 궁금하단 말이야. 모르겠단 뜻으로 어벙하게 고개를 내젓자 그거에 또 답답했던 이지은이 주먹으로 제 가슴팍을 퍽퍽 소리나게 때렸다. 박지민이 그 지랄을 하고 다녔는데 사과 안하고 베기겠냐. 그당새 게임을 시작했는지 핸드폰에 열중해있던 김태형이 무심코 말을 뱉었다가 급하게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 지민이? 쇼파에 금방 드러누울듯 늘어지게 앉아있던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지은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고.
지민이가 왜. 지민이가 뭐를 하고 다녔는데.
… 아,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방금 지 입으로 말해놓고선 모른단다. 지랄할래?
김태형의 발연기가 심기를 건드렸는지 대뜸 소리를 지른 이지은이 뿅뿅 소리를 요란하게 내고 있던 김태형의 핸드폰을 뺏어 제 뒤로 숨겼다. 아, 미친 이지은 개 싫다…. 해탈한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김태형의 정강이를 발로 찬 이지은이 김태형을 재촉했다. … 아니, 여자친구는 난데 니가 왜 그렇게 흥분하시는 건데요. 책상에 턱을 괸 이지은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박지민이 한동안 과실 와서 1학년들한테 이야기 듣느라고 맞지도 않은 친화력 좋은 척한다고 고생했잖아.
애들 어쩔 수 없이 말해주고, 그거 듣고 후배 걔 이름 뭐더라, 하여튼 걔 찾아가서는 지가 구구절절 오해 풀고. 나까지 끌려가서는 앞에서 니 바람남 아니라고 증언까지 했다니까.
어쩔 수 없이 입을 연 김태형이 말을 하고서는 한숨을 쉬었다. 아, 이거 박지민이 말하지 말랬는데. 너네 이거 내가 말했다고 하지 마라. 아니, 이지은 넌 그냥 입을 닫고. 김태형의 말에도 나는 대답도 하지 못한채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 다 지민이가 해결한 거였다니. 물론 내가 해결한 거라고 생각은 안 하고 있었지만 지민이가 이렇게 나서서 해결한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저 후배가 혼자 깨달았다고 생각하고 말았지.
너 비 오는데 뛰쳐 나갔다며. 박지민이 너 집 도착할 때까지 따라갔다더라.
지민이가?
걔도 비 엄청 맞고 4일 내내 존나 앓았어. 휴대폰 볼 정신도 없었는지 내 연락 다 씹더라.
아, 그래서 연락이 없었구나. 그제서야 엉성했던 조각들이 시원하게 다 맞춰졌다. 그 와중에 너 밥 안 먹었다고 챙기라고 카드까지 고이 넘겨주시고. 김태형이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이지은도 박지민 팔불출은 못말리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민이한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혼자서 앓고, 혼자서 슬퍼할 동안 지민이는 앓고 슬퍼할 정신도 없이 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그 와중에도 지민이에겐 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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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옴.
조용히 해라. 서프라이즈로 지랄하게.
… 아오, 이지은!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들은 이지은은 혼자서 화를 참지 못해 씩씩거리다 결국 지민이를 불렀고, 그 사람에게 한 방을 먹여주자며 선배까지 부르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했다. 물론 선배는 아직 내가 그 후배에게 사과를 받았는지도, 일이 해결되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술 처먹고 맨날 학교 빠지니 모를 수 밖에. 술에 환장하는 선배는 이지은이 술을 쏜다니 헤벌레하고는 금방 나가겠다며 약속을 수락했고 5분 뒤에 이 호프집 안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지민이와의 연애 사실을 들켰던 그 호프집. 지민이는 선배를 마주할 나를 걱정하며 옆자리에서 나를 살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딱히 지민이를 만나고 아까 김태형에게 들은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지민이도 말하기 싫었을 테니까.
어, 너네 이미 다 있었네.
쓸데없이 큰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우리 테이블을 발견하고 손을 흔든 선배가 팔자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뭐가 저렇게 당당해, 저 새끼는. 입 밖으로 욕이 나올 뻔 했지만 분명 내가 난리를 치면 후배에게도 해가 갈 게 분명해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나를 한 번, 지민이를 한 번 번갈아 본 선배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지은의 옆자리에 앉았고 화려한 기술로 소주를 따보이는 이지은에 금새 관심을 쏟았다. 그래, 이 쪽으로는 절대 돌아보지 마라. 금새 분위기는 부어라 마셔라로 이어지고 술에 약했던 김태형은 이미 휴대폰을 꺼내 게임을 시작한지 오래고 이지은만이 눈을 부릅뜨며 선배와 대결 아닌 대결을 하고 있었다. 선배가 이지은의 잔에 소주를 들이부었다. 저번처럼 소주잔이 아닌 맥주잔에. 어깨를 움찔한 이지은이 저에게로 오는 잔을 밀어냈다.
선배, 이건 너무.
이야, 지금 선배 말 무시하는 거냐 지금? 선배 말을 개같이 알아 들어?
….
그 놈의 선배, 선배. 선배 타령은. 씨익 웃은 선배가 가만히 앉아 눈을 부릅 뜬 이지은에게 다시 잔을 내밀었다.
이 씨발. 선배? 서언배애? 선배라고 했냐, 지금. 선배라는 새끼가 어? 나이 쳐먹어가지고 할 짓이 그렇게 없어서 후배를 골려 먹어? 게다가 아무 잘못 없는 애를? 에라이, 존나 유치한 새끼야. 내가 유치해서. 어? 유치해서 마신다, 마셔. 에이고 선배님 제가 이걸 다 쳐먹어야 선배님의 기분이 풀뤼져 그져?!
… 오, 이지은 미쳤는데? 옆에 있던 술을 발견한 이지은이 제 손에 쥐고는 술병을 나발로 불기 시작했다. 야, 미친. 저 미친년 말려라. 내가 급하게 일어나 이지은을 저지하는데, 꿈쩍도 하지 않은 김태형이 상황을 힐끔 보더니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냅둬, 저런 새끼는 한 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는 거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지은에게 큰 소리를 치며 씨발, 씨발 거리고 있던 선배가 눈에 불을 내고선 나와 김태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새끼? 저 새끼라고 했냐 지금?
아저씨, 그 쪽은 나중에 상대하시던가 하시고. 지금은 나랑 상대해야져. 예?
손을 까딱이며 선배의 한 쪽 볼을 툭 친 이지은이 술병을 들고 살랑살랑 흔들어 보였다. 저 년 맛갔네, 갔어. 나도 더이상 손 쓸 수가 없다고 생각해 결국 자리에 풀썩 앉았다. 단체로 휴학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멍하니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는데 내 옆에서 오징어를 씹던 지민이가 아 맞다 하고서는 제 주머니에 손을 넣어 꼬물거렸다. 왜, 뭐 잃어버린 거 있어? 내 물음에 고개를 저은 지민이가 금새 얼굴이 환해지더니 주머니에서 열심히 찾던 그 물건을 꺼내곤 내 손을 잡아 들었다.
… 이거 뭐야?
다음번에는 진짜 금으로 사줄게. 지금은 급하니까.
뭐, 뭐라고 지미나?
멀리서 반짝거리는 게 박힌 반지를 내 손가락에 끼워넣는 지민이에 식겁하고 손가락을 눈 앞에 들이밀자 놀란 지민이가 큐빅이라며 나를 진정시켰다. 아, 깜짝이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내 팔목을 쥐고 지민이가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소리에 온 동네방네 싸운다는 걸 소문내며 서로에게 윽박을 지르고 있던 이지은과 선배가 고개를 돌려 지민이와 나를 쳐다봤다. 그러자 이지은과 선배가 싸우는 걸 구경하고 있던 가게 안의 손님들의 시선도 덩달아 우리에게로 집중됐다. … 익숙치 않아, 이런 스포트 라이트.
선배 마음대로 우리 막 헤어지고 그런 애들 아니거든요.
이이! 우리 그러니까, 그게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 사이거든요?! 결국 흥분을 해 꼭 구연을 하는듯한 말투가 나온 지민이가 급하게 말을 내뱉었고 옆에 있던 이지은과 김태형은 탄식을 내뱉었다. … 저 새끼는 잘 나가다가 꼭 저러더라. 그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지민이가 굳건한 표정으로 나와 맞잡은 손을 들어 올렸다. 내 네번째 손가락과 지민이의 두 번째 손가락에는 큐빅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순식간에 선배의 입이 풀로 붙여지기라도 한 듯 꾹 닫혔다.
어, 니네 여기서 뭐하냐.
….
뭐야 분위기.
노란색 머리로 우리에게 대뜸 다가와 금새 스포트 라이트를 옮겨 받은 윤기 선배가 뒷목을 긁적였다. 오, 존나 데자뷰. 복학생을 한 번 힐끔 본 윤기 선배가 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너 팔찌 또 떨어트렸, 어…. 진짜 반지 맞췄네. 번쩍 올라온 지민이와 나의 손에 당황한 윤기 선배가 한 번 더 뒷목을 긁적거렸다.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네….
뭐, 아무튼. 그런다고 이거 버릴 건 아니잖아.
어깨를 으쓱한 윤기 선배가 테이블 위에 팔찌를 올려놓고는 쿨하게 등을 돌렸다. 그러다가,
아, 씨발!
복학생의 앞에 뜨거운 오뎅탕이 들어있는 그릇을 고의인지 실수인지는 몰라도 툭 쳐버렸다. 힘 없이 떨어진 그릇은 뜨거운 국물을 복학생의 허벅지에 내뱉으며 바닥에 떨어졌고, 소리를 지른 복학생이 벌개진 얼굴로 앞에 있던 윤기 선배를 쏘아 봤다. 그러자 윤기 선배는
어, 미안.
그리고는 유유히 자리를 떴다. 아니, 뜨다가 걸음을 멈춰섰다. 아, 그 쪽이 우리 과 애들한테 이상한 소문 퍼트리고 다닌다는 걸 들었는데. 앞에 있던 복학생을 몸을 움찔거렸다. 허위 사실 유포 죄 이런 거 모르나, 그쪽은? 윤기 선배가 몸을 뱅글 돌려 복학생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쪽은 기억력이 존나 금붕어 급이신가봐.
군대 선임도 기억 못하시고. 윤기 선배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거, 겁나 무섭다…. 윤기 선배를 한 번 힐끔 보고 고개를 돌려 복학생을 주시하자 저도 놀랐는지 급하게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서 손에 들고는 윤기 선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한동안 가게 안에 정적이 가득하더니 복학생이 급하게 손을 제 머리에 올렸다. 그러자 윤기 선배가 귀찮은 듯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됐다, 됐어.
아니, 저기, 그게….
시끄러워. 확 영창 한 번 더 보내버릴까 보다.
복학생 선배의 얼굴이 허얘졌다. 좀 있다 보자. 윤기 선배는 우리인지 아님 복학생에게 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를 하고는 다시 유유히 자리를 떴다. … 그러니까 저 선배 주옥된 거 맞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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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주와 짐니의 이렇고 저렇고 한 사건은 2편 안에 끝난 조그마한 헤프닝인 걸로 합시다 헿
어제 독방이랑 댓글 반응 보고 독자님들 너무 귀여워 가지곸ㅋㅋㅋ 한참을 웃었어여 진챠 독자님들 5959
답답한 것도 싫었고 후배도 더이상 나쁘게 만들기 싫어서 얼른 헤프닝을 끝내버렸는데 조금 급한 감이 있죠? 8ㅅ8 제성함미다...
독자님들이 원하시는 사이다도... 사이다가 아니라 환타라서 죄성합니다 ㅠㅠ
※ 다음편에 마지막 암호닉 받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14편이 마지막이기 때문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