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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전체글ll조회 928l 1

"그런데 나 강아지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몇번 봤어요. 미술관에 있다가 공원에서 자선행사한다 싶으면 바로 가서 보는 거."

"아..."

"그냥 귀여워서 이뻐하는 거랑 진짜 동물을 좋아해서 이뻐하는 거랑 제스쳐가 다르거든.  그래서 처음엔 그냥 아, 이 사람 강아지 되게 좋아하는구나,   그런데 강아지를 데려온 적도 없고 애견용품같은 건 사지 않길래 아 키우지는 않는가보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안키우는 거 보면  이 사람은 둘중의 하나겠구나 생각했지.  확실하게 책임질 자신이 생길 때 까지는 키우지 않거나,   떠나보낸 애견이 있어서 다시 못 키우거나.  ......전자에요 후자에요?"

"굳이 따지면 전자요. 키워본 적이 없거든요"

"...의외네, 후자일 줄 알았는데."

"왜요?"





그가 웃음을 천천히 지우며 말끝을 흐렸다.





"그냥." 






























코드핑크 #02 ------------------------------------------

"...모네는 아내를 굉장히 사랑한 사람이죠."



"힘든 시기를 이겨내며, 서로 의지하고 살았는데. 불행히도, 젊은 날에 아내를 잃고 말아요.  그 후로 평생 아내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근데. 어느 날, 강어귀에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쉬잔 오슈데라는 여인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데-  모네는 자신도 모르게 그 여인이 아닌 죽은 부인 까미유를 그리고 있었어요, 아들 장과 함께.....  이걸 주제로 한 그림이 몇점 있는데 모티브는 다 같아요.  다 죽은 아내를 그린 그림이죠. 얼굴을 그리지 않은 이유는 그림을 그릴 때도,  또 다 그린 후에도 얼굴을 보면 아내가 보고 싶을까봐, 모호하게 남겨 두었다네요."



"또 다른 모네의 특징은 절대 그림을 며칠에 걸쳐서 그리지 않고,  붓을 든 그날로 그림을 완성했다는 거죠. 굉장히 빠른 터치로 사물을 잡아내요.  어쩌면 인물의 자세한 묘사보다는, 그때의 감정으로 완성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니까, 자세한 묘사가 아닌 기쁨, 우울함, 슬픔 이 정도의 절제 된 표현이랄까?  아무튼, 모네는 인물보다는, 풍경을 많이 그린 화가지만,  그의 그림 속의 인물들이 모두 모호한 시선에 가려져 있는 것은 재미있는 사실이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아내이기에 행여 보고 싶을까봐,  그림에서조차 얼굴을 자세히 그리지 않았다라..... 그 그리움이 짐작조차 가지 않아요......"





창 밖을 보며 이야기하던 내 뺨 위로 시선이 느껴졌다. 그가 나를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그는 웃는 얼굴이 가끔씩 아기처럼 귀엽게 보인다. 햇살이 그 몸의 반을 섞어 이룬 듯 늘 밝은 기운의 사람.  그런 얼굴로 블랙커피만 마시다니, 아이러니한 구석이 있다.





"미술관에서 일했던 나보다도 미술적 지식이 뛰어난 걸 보면 대단해. 혹시 미술공부 따로 했어요?"





나는 대답 대신 작게 웃었다. 커피가 쓰게 느껴졌다.





".....들은 얘기예요. 들을 때는 몰랐는데, 그림을 보니 느껴지기도 했구요. 하지만 깨닫는데는 오래 걸렸어요."

"하긴, 처음엔 그림 볼 줄도 몰랐잖아? 난 그림에 구멍이 나는 줄 알았는 걸. 어찌나 무섭게 가까이서 노려보는지."

"하지만 그 그림들은 모네의 그림이 아니잖아요, 나는 지금 모네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모네의 그림이 아니면 그림이 아닌가? 모든 그림은 다 아름답다고 생각해. ......너처럼."





이 사람은, 낯부끄러운 말을 참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다.























































깜빡 졸았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간 정도 욕조 안에서 잠이 든 것 같았는데 긴긴 꿈을 꾼 것 같았다.  있는대로 늘어진 몸으로 힘겹게 욕실을 정리하고 나와보니, 집에 들어서면서 습관처럼 내려놓은 커피향이 잔뜩 퍼져있었다.  커피향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달력 속 숫자로는 이미 봄이라해도 아직은 겨울 외투를 정리할 때가 아니다 싶었다.



-이렇게 날이 흐리고 추운 날은 따뜻한 걸 마셔줘야 기분이 좋아져요.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커피를 한 잔 따라 들고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사이다랑 콜라는 친구사이다.



푹.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디서 그런 아재개그를... 그러다 누가 보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큼큼거리며 입술을 씹었다.



-웃으니까 더 이쁘다.



머리카랔을 필요이상으로 털면서 나는 계속 거울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모든 그림은 다 아름답다고 생각해. ......너처럼.



아무리 떨쳐내도 그의 말들이 계속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띠링.



"깜짝이야"





무슨 커다란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나는 깜짝 놀라 휴대폰을 보았다.





-토요일에 시간 되나?

-왜요?





그는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토요일에 미술관 옆 공원에서 유기동물 후원하는 자선행사를 한대요.  주기적으로 하는데 제법 규모가 커요, 볼거리도 많고 .

-아.... 저 그거 알아요, 저도 봤어요.

-강아지 엄청 좋아하잖아, 그런데 왜 안키워요?

-아... 음.... 그냥....?





할 말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끊기는 싫다.  이럴 땐 저 쪽에서 알아서 잘라주었으면 좋겠는데.



대화가 끊기고 그의 숨소리가 건너온다.  언제던가, 혼자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던 날이었던가.  손 끝을 씹으며 불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노려보던 나를 조심조심 따라 오던 인기척만큼. 딱 그만큼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가 수화기 건너 보내오는 호흡에 내 숨을 맞췄다.  이렇게 작은 두근거림 하나에 전전 긍긍하다니.  조금 웃기다. 그도 같은 마음일까.  슬깃 피어나는 미소가 말도 안되는 희망에 부푼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취미삼아 이것저것 찍다보니까 행사 때 강아지들 사진도 꽤 찍었거든, 보여줄까요?

-네





그가 사진을 보내왔다.





-혹시 행사에 참여도 하세요?

-아니, 그냥 좋아서 구경하면서 취미삼아 찍는 거.

-진짜 잘 찍으시네요.

-이 녀석은 내가 처음으로 키웠던 녀석.

-귀엽다. 근데 나이가 많아보여요. 몇 살이에요?

-이 때가 12살. 지금은 무지개다리 건넜어요.

-아... 많이 슬펐겠다.

-엄청 울었지. 사나이는 태어나서 세번 우는 줄 알았는데 최소 한 번은 더 울더라고.

-아이고.....





한참을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물어 볼 타이밍을 놓친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강아지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고, 키우지 않는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지?





-잘자고, 토요일 날 이쁘게 하고 와요~

















































"이 오빠 말 듣고 이쁘게 하고 온거야?"

"이쁘다는 말 좀 그만하면 안되요? 민망한데..."





그는 킥킥 웃으며 곤란해하는 내 표정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 강아지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몇 번 봤어요. 미술관에 있다가 공원에서 자선행사한다 싶으면 바로 가서 보는 거."

"아..."

"그냥 귀여워서 이뻐하는 거랑 진짜 동물을 좋아해서 이뻐하는 거랑 제스쳐가 다르거든.  그런데 강아지를 데려온 적도 없고 애견용품같은 건 사지 않길래 아 키우지는 않는가보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안키우는 거 보면 이 사람은 둘중의 하나겠구나 생각했지.  확실하게 책임질 자신이 생길 때 까지는 키우지 않거나, 떠나 보낸 애견이 있어서 다시 못 키우거나.  ......전자에요 후자에요?"

"굳이 따지면 전자요. 키워본 적이 없거든요"

"...의외네, 후자일 줄 알았는데."

"왜요?"





그가 웃음을 천천히 지우며 말 끝을 흐렸다.





"그냥."





































































"이러고 놀기만해도 되는거예요? 취업 준비는 ..."

"아, 말 안했나? 나 다음 주면 다시 일 해."

"어디서요?"

"친한 선배가 웹사이트 하는데....스튜디오 겸해서 사무실 리오픈해가지고, 도와달래서.."

"사진 찍는 일이에요?"

"겸사겸사. 내가 워낙 다재다능하니까. 못하는 게 있어야 말이지."





열심히 텐트 장비와 씨름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그러니까...... 얘는 여기다 끼우고... 이건 여기에... 아라? 이게 아닌데?"





그러게... 못하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오늘 그가 못하는 거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는 캠핑에는 영 소질이 없는 것 같다.





"아, 밥부터 먹고 할까... 우리 밥부터 먹을까? 내가 도시락 싸왔는데, 라면도 하나 먹을까?





영화보러 가자고 해서 극장 앞에서 안보고 왜 여기서 보나 했더니, 그는 프로젝터 빔과 텐트장비를 챙겨왔다





"여기서 이렇게 텐트쳐도 되는거에요?"

"한강 처음 와 봐? 왜이래 아마추어같이."

"처음인데요. 이렇게 구색 맞춰서 놀러와보는 건..."





그가 순간 당황한 듯 눈을 굴렸다.





"처...처음이야?"

"네."

"아......."





그는 뒷머리를 헝클어트리며 긁적이다가 내 눈치를 살폈다.





"그... 그럼 혹시 여기서 라면 끓여 먹어 본 적 있어?"

"우리 라면도 끓여먹어요? 저 한강에서 라면 먹어본 적 없어서 궁금하긴한데"

"아니 너는 대체, 뭐 어떻게 산거야?! 서울 사람이 왜 한강에서 라면을 안먹어"

"안먹을 수도 있지. 뭐 그렇게 흥분을 해요? 제가 좀 심심하게 살았어요..."

"아니... 그래. 머.... 앞으로 안심심하게 살면 되지 뭐..."

"그런데.... 이 텐트 오늘 안에 완성되긴 하는거에요?"

".........될꺼야."

"아까부터 봤는데 그건 여기가 아니라 이쪽에 끼워야 할 것 같아요."





가만히 지켜보기가 미안해서 그의 곁에 다가가 텐트장비를 거들었다.  그러자 그가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왜요?"

"아니, 그냥."





그가 웃음을 흘리며 다시 텐트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리 말해줬으면 도시락은 내가 싸왔을텐데."

"내가 요리하는거 좋아하거든. 어때, 맛있어?"

"맛있어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그가 미소를 띄었다.





"영화 뭐 볼래? 몇개 있는데............"





그가 노트북의 폴더를 열었다.





"러브액츄얼리, 이건 너무 옛날건가?  어바웃타임도 ... 근데 이거 나 너무 좋더라.  난 사실 마블 시리즈 좋아해서 그거 다 모아놨는데."





그의 취향이 이랬구나.  몇 개의 로맨틱 코메디와 마블영화 시리즈.  그리고 미술관에서 일했던 사람답게 애니매이션도 따로 폴더로 모아놨을 정도로 많다.  내 시선이 머무는 걸 알고 그가 바로 애니매이션 폴더를 열었다.





"이거어때? 지브리는 여자들한테 백퍼 실패한적이 없지,  지브리 싫어하는 여자는 거의 없................"





나도 모르게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가 말하다 말고 내 눈치를 살폈다.  어색하게 서로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지? 우리 엄마도 그렇고 사촌동생이랑, 우리 직원들이랑, 다들 지브리 좋아하더라고."





뭐야,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거지.





"일본 애니는 별로야? 그럼 뭐 볼까? 아, 이거 좋다. 이거 봤어?"

"아뇨 아직."

"잘됐네 이거 정말 좋은 영화야. 고흐이야기인데 이거 유화로 만든 애니매이션이거든. 만드는데 10년이나 걸린거래."





그가 급하게 영상을 클릭했다.  당황한 듯 아랫입술을 앙다물고 영화를 트는데 집중하는 그의 옆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나는 여사친을 원하지, 근데 다들 날 좋아하잖아. 그래서 여사친이 안돼.



촘촘히 사선으로 깔린 속눈썹이 그의 시선에 따라 살짝살짝 움직였다.  그렇지. 그에게 지난 연애가 없었을리가 없다.



-보면 모르겠어요?



이렇게 심심하게 살아 온 내게도 있던 추억들이, 그에게 없을 리가 없지.



-이렇게 잘생기고 멋있는 남자사람친구가 생기면 얼마나 좋겠어.



그리고 그는 그저 남자사람친구일 뿐이다.  영화에나 집중하자.......... 그에게 들리지 않게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나는 영화 화면에 눈을 돌렸다.





살아생전 단 한점의 그림만을 팔고 요절한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 학생 때 의무적으로 관람했던 전시회가 떠올랐다. 그의 그림들과, 그가 고갱과 주고받은 편지글들이 전시되어 있던. 고흐가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후, 그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영화를 보면서- 내 마음 속 오래도록 남았던 안타까웠던 고흐의 편지글도 같이 떠올랐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내 그림이 물감값보다는 가치가 있다는 걸 알아줄거야.



만약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가서 말해주고 싶다.



-지금 당신의 그림은 세상의 모든 물감값을 합친 것 보다도 더한 가치가 있어요.



고흐가 살아낸 삶은 때론 천국, 때론 지옥이었겠지만 불행한 삶을 아름답게 살아낸 그 짧은 시간 동안 남긴 그림들은 결국 우리들 곁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그리고 영원히- 우리의 삶을 자신처럼 치열하게 살라고 가르쳐 줄 것이다.  죽음으로써 더욱 영원해진 영화같은 삶과 남겨진 그림들이 부러웠다.  저렇게 제대로 된 그림 한 점 제대로 남기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영원해야할 순간들을, 어떻게 남겨야하는 걸까.  영원할 수 있는 건 신에게서 선택받은 재능을 부여받은 소수일 뿐이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세상에서 영원한 건 없어.  하늘에게서 받은 재능을, 운이 없어 펼쳐보이기도 전에 죽어버린 사람에게도.



다소 삐뚤어진 마음으로 어지럽게 펼쳐지는 영화를 가볍게 감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익숙한 화풍이 생각 사이사이 숨쉬듯 스며들어오면서 나는 다른 이유로 점점 마음이 불편해졌다.  옆자리의 그가 감탄하며 설명을 해 줘도, 나는 화면의 그림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저 영화의 주인공- 고흐 뿐이었다.  어색한 움직임의 초상화 속 고흐가, 정면으로 시선을 맞추며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그림인데, 그 눈빛에 손발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잊고 있었다.  그가 미술관을 관두고 이후로 나와 친구가 된 후ㅡ  내가 미술관을 안가게 된게 얼마나 됐는지를.  정말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좋지?"

"....네."

"한 편 더 볼까? 너무 늦었지?"

"......"





그가 노트북을 정리하다 말고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텐트 안을 정리하다 그가 나를 계속 쳐다보며 가만히 있는 것 같아서 마주보았다.





"왜요?"

"왜 울어?"

"네?"

"너... 왜 울어..."

"아..."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는데 잠깐 흐르다 말 줄 알았더니 화수분처럼 계속 멈추질 않고 있었다.





"영화가 .... "

"감동적이긴 하지..."

"그쵸..."





슥- 눈가를 훔치는데 비워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아이고......."





그가 다가와서 나를 앉혔다.





"괜찮아. 더 울어. 정리는 좀 더 있다 하지 뭐."

"......"

"그렇게 이 영화가 맘에 들었어?"

"그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내 몸에 닿아있던 그의 손을 슬쩍 밀었다.  영화의 마지막 고흐가 쳐다보던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계속 쳐다보는게 느껴져서 무슨 말이든 해야할 것 같았다. 죄 지은 장면을 꼼짝없이 들키고나서 변명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뭔가 부정당한 기분이에요. 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아, 나 영화에 너무 빠져 봤나 봐."





그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멈추지 않는지.  나 스스로도 확실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이 마음을 정확히 알아채고 말해줄 수 있게 된다 해도 그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맞아,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그의 말투가 너무 다정해서 마주보기가 미안했다.





"다들 아는 건데, 유별나게 ... 좀 촌스러워요, 제가..."

"아냐 이뻐."

"맨날 이쁘다고만 하니까 하나도 진심 안같아요."

"진짜야"





그가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알고 있고 그러면서도 그게 아니길 기대할 줄도 알고. 그러다 상처 받고 눈물 흘릴 줄도 아는 사람이잖아..... 너는 이쁜 사람이야."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

"....."





그가 아기 다루듯 눈물을 슥 훔치더니 토닥토닥 나를 끌어안아주었다.





"세상에 영원한 게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조심스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그랬잖아, 원래 원하는대로 사는 사람은 많이 없다고.  영원해도 상관없고, 변해도 상관없고... 다 그런거야"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그의 품에 안긴 채로, 나의 손은 허공에서 계속 어색하게 맴돌았다.





"그냥 오늘 하루 열심히 현실을 살아내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힘든데. 어떻게 그런 것들까지 다 신경쓰면서 살아."





그의 말들이 포근한 달빛처럼 가슴에 내려 와 앉았다.





"그러다 정 힘들면 가끔씩 이렇게 나한테 기대면 돼."





진짜 이쁜 사람은 바로 여기 따로 있는데.





"영화에 나왔던 그림들 전시회하고 있던데, 내일 그거 보러 갈래?"





눈물이 다 잦아들고 어색하게 그의 품에서 벗어날 때까지  나는 끝내 그의 등 뒤로 손을 올리지 못했다.



























































"하여간 우리 회사는 내가 없으면 안돌아가지 뭐야, 피곤해 죽겠다."





그러려니 하며 웃어넘겨 주었다 - 사실 남자의 허풍이란게 때론 더할 나위 없이 귀엽기도 한 것아닌가. .....그러나 허풍이 아니라 진짜일 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그는 능력도 인성도 모자람없이 좋은 사람이다.



능력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가끔씩 약속시간에 늦었다.  그럴 때마다 장황한 변명을 귀엽게 늘어놓곤 했는데, 그 대신 일이 있을 때가 아니면 늘 먼저 자리에 나와 앉아 기다리거나 그 시간도 아깝다며 나를 데리러 와 부담스럽게 하기도 했기에 오히려 그가 가끔 늦어주는 것이 고마울 정도였다.  오늘도 역시나 약속시간에 늦어서 미안하다며 미리 알아놓은 예쁘장한 가게에 나를 앉혀놓고,  그는 또다시 회사에서 온 전화를 받으러 잠시 밖으로 나갔다.





"아 진짜~ 하여간 내가 이런 사람이라니까... ."





어련하시겠어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는 웹사이트때문에 정기적으로 출사를 다녔는데, 좋은 풍경이나 이쁜 것들을 찍으면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다며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주곤 했다. 같은 회사 사람도 아닌데, 내가 이 사진 팔아먹을꺼야, 하고 장난식으로 주고 받던 대화내용을 훑으며 그가 돌아올길 기다렸다.



아무래도 통화가 길어지는가보다 싶어 나가볼까 고개를 드는데, 어느새 들어온건지 그가 입구쪽에서 가만히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동안 보아온 그의 웃음이 가식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진심으로 그가 웃고 있다고 느꼈다.





"안들어오고 뭐해? 거기서..."





내 목소리는 안들렸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는 분명 알텐데, 그는 그자리서 꼼짝도 하지 않고 계속 그대로 서 있었다.  유난히 따스한 그의 미소를 보며 나는 이 순간이 낯설지 않음을 느꼈다.  올라가는 입꼬리에 힘을 주며 시선을 휴대폰으로 떨궜다.  무언가 내 심장 가득 퍼지고 있었다. 익숙한 무언가가,  이미 예전부터 시작되고 있던 그것을 내가 모를리 없다.  무의식적으로 내리 누르고 있었는데, 그래서 늘 가슴이 답답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중심추를 잡은 손을 놓고 말았다.  잡다하고 영양가없이 이어지는 손 안의 대화를 훑으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 가장 행복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처럼.





"편안해보여서 너무 보기 좋다."

"아니.. 그냥... 이 사진이 웃겨서.... "

"내가 보내준 사진 보고 있었어?"





때마침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겨우 그의 시선이 내게서 떨어져 한숨 돌렸지만, 이후로도 나는 그 비싼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아무런 맛도 느낄 수가 없었다.  열시간 넘게 영하의 겨울밤을 헤메다 겨우 따스한 집에 돌아온 사람처럼 정신이 몽롱하고 사지의 감각도 떨어졌다.  뇌는 공중에 붕붕 떠다녔고 심장은 발등 아래로 쿵 떨어졌다.





"너 웃으면 되게 이쁜데, 그거 모르지?"





미소만큼이나 따스한 목소리 때문에 나도 모르게 움츠러 들었다.  이래도 되는걸까.



































































-오늘 많이 바빠?

-네 오늘은 야근 ㅠㅠ

-헐, 야식 쏴줄까?

-괜찮아요, 벌써 먹고 있어요.

-뭐 먹는데?

-햄버거세트요.

-알았어 맛있게 먹어~ 난 내일 올라가.

-이번에 간데는 어디에요?

-창원, 창원 진해에서 벚꽃 사진 찍고있어.

-아, 거기... 무슨 해군사관학교 거기?

-응.





그가 사진을 보내왔다.  햐얀 벚꽃잎이 날리는 아름다운 풍경들이었다.





-멋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일 다시 찍어보려고, 오전 일찍.

-좋네 핑계삼아서 여행도하고.

-그렇지! ㅋㅋㅋ





톡톡. 누가 어깨를 건드려서 보니 같이 야근하게 된 대리님이었다.





"요즘 연애해? 아주 폰을 들고 사네."

"아... 아니요 친구예요."

"아니긴~. 햄버거는 손도 안대고 톡만하네."

"아니라니까요..."

"진짜 아니야? 그럼 지금 솔로야?"

"아...음... 네 뭐..."

"그럼 내가 남자 소개시켜줄까? 아는 후배인데 진짜 괜찮은 애 하나 있거든."





대리님이 눈을 반짝이며 시험하는 목소리로 계속 말을 걸어왔다.  아, 이런 상황은 곤란하다...





"아뇨, 괜찮아요, 아 배고프다..."





급하게 햄버거를 한입 베어물다가 목이 메어 콜라를 한모금 마시고나니 그가 그 사이 또 톡으로 사진을 한가득 보내왔다.



-내 얼굴 보고 힘내서 일해!



바닷가 봄 바람에 있는대로 헝클어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가 보였다.  환한 그 미소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따라 피어났다.





"좋~을 때다"

"아니... 그게, 웃긴 걸 봐서요.."

"뭐가 그렇게 웃긴데?"





나는 콜라를 집어들며 말했다.





"콜라랑 제일 친한 게 누구게요?"





대리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안봐도 비디오다.  나도 그랬으니까. 짧은 정적을 깨기위해 얼음 땡- 외치듯이 이어 말했다.





"사이다요. 사이다랑 콜라는 친구사이다."





대리님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자기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왜 그래, 자기 답지 않게."

"나다운게 뭔데요?!"





나도 모르게 저런 드라마 메뉴얼 대사를 내뱉고는 다시 한번 정적이 흘렀다.  대리님이 이번엔 스스로 얼음 땡-외치듯이 내게 먼저 말했다.





"자기야, 지금 누구 사귀는 지 모르겠는데..... 심각하게 고려해보는게 어떨까?"

"사귀는 거 아니라니까요"

"사람이 변해도 너무 급변했잖아? 이건 백퍼 상대방 때문이라고. 사랑하면 닮는다더라"

"아닌데........"





딱히 뭐라 변명할 말이 없어서 대답을 흐리는데  대리님이 다시 한번 어깨를 툭툭 쳤다.





"이렇게 젊고 이쁜 아가씨가 왜 늘 어두워 보일까 궁금했는데 여지껏 임자를 못만나서 그랬었나 봐?  좋은 남자 만나니까 아주 그냥 반짝반짝 눈이 부시네."





대리님이 장난스럽게 눈을 가리는 시늉을 하며 계속 놀려댔다.





"대리님~"

"그만 좀 이뻐져. 질투나니까 "





-여자사람친구로라도 알고 지내고 싶을만큼 이뻐요.



이쁘다는 말이, 들으면 들을수록 진짜가 되는 마법이라도 있는건가.  내 생에 별로 들어본 적이 없던 단어였는데.  .........내가 진짜 이쁜건가? 아아 그만! 내가 점점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나도 모르게 뒷머리를 헝크러트리며 긁적이다가 생각에 잠기는데 그가 또 톡을 보내왔다.





-야근하느라 많이 힘들어?

-네 ㅠㅠ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요.

-토닥토닥.





그의 토닥토닥 네글자 밑으로 잠시의 텀을 두고 쿠폰이 딸려왔다.





-햄버거 말구 더 맛있는 거 먹어.

-안줘도 되는데...고마워요^^ 올라오면 내가 맛있는 거 사줄께요.

-됐어. 괜찮아.

-맨날 받기만하고, 미안하잖아요.

-너는 내가 뭘 주면, 그냥 예쁘게 받아서 맛있게 먹어주면 돼.

-그런게 어딨어.

-그런게 어딨긴, 여기있지.

-뭐야..

-있어 그런거. 좋아하는 사람이 나한테 기대주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워지는 거.





이 사람은, 어쩜 이렇게 말을 이쁘게 할까.  폰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뺨을 감쌌다.  초승달처럼 꼬리를 올리는 입 끝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옆 자리의 대리님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이봐이봐..... 변했어 변했어."





이번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서 그냥 대리님을 보며 씨익 웃고 말았다.





"-보기좋아."

"네?"

"자기보면 뭔가... 좀 소심해보였는데, 요샌 참 밝아서 보기 좋아. "

"제가 그랬어요?"

"지금 사람 놓치지 마. 썸타는 중인거면 꼭 잡고."

"심각하게 고려해보라고 아까 말씀하셔놓고는..."

"농담이지 이 사람아!"





대리님은  웃으며 이번에는 엄청 세게, 내 등을 한대 쳤다.





.......나는 그동안 어떤 사람이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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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마침에 일어나니 떠있네요..!
기분좋게 보구가유오...

3년 전
독자2
헐 제목에 뭔가 끌려 들어와서 인티에서 처음으로 읽어본 글인데
담담한 필체 끝에 떠오르는 장면들이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3년 전
독자3
헙 대밧... 너뮤 좋은 글이에요!!!
3년 전
비회원236.251
완결되고 댓글쓰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같은데 너무 재밌는 글이에요 작가님ㅠㅠㅠ 감사합니다
3년 전
비회원119.27
저 댓글 처음 써봐여 여기에 너무 좋아서 남겨요..!
뭔가 읽고 나니까 마음이 따뜻해지고 몽글해지는 기분이랄까여..?
제가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가 고흐 영화보는 부분에서 눈물을 쬐에금! 흘렸네요ㅎㅎ 뭔가 맘에 와닿았던 구절들이 많았어요 요즘 하루 즐겁지 않게 흘러갔는데 이 글 덕분에 위로가 되네요 즐거울수 있을거같은 그런 위로요:)
항상 좋은하루 맑은하루 되세요:)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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