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든 걸 다 잃었다.
왜 나는 행복할 수 없을까.
이제 좀 행복하게 살아볼까 싶었더니,
다시 이런 비극이라니.
나는 언제쯤 진심으로 웃을 수 있을까.
하늘은 나에게서 얼마나 더 앗아가야 만족을 할까.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모두들 울고 있었다.
세상을 다 잃은 듯이 주저앉아 땅을 치며 우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어이가 없어서 일까,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러는 걸까.
스무살, 띠동갑 아저씨 꼬시기 01
w. 돔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으로 옮겨 엄마의 영정사진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여온다. 속으로는 썩을 대로 썩어있었지만 겉은 멀쩡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가만히 앉아 자리를 지켰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진 않았지만 오신 분들은 정말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내에겐 그들의 눈길이 불쌍하다는 거로 만 보였다. 우리에게, 아니 이제는 나에겐 가족 따윈 없었다.
내 기억 속에 아버지라는 사람은 잊힌지 오래였다. 어린 나와 힘들어하는 엄마를 버리고 간 그 사람은 아마 살아가면서 많이 후회를 하고 있을 거다. 그렇게 남겨진 우리는 열심히 돈을 벌어가며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 엄마가 무슨 일이 일어나도 학교는 꼭 가야 한다며 학교 가기 싫어하는 나를 매일 아침마다 깨워 학교에 보냈다. 엄마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는 싫어 억지로 학교를 다녔다. 그렇게 어느덧 나는 나이를 먹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름 좋은 대학교에 붙었다. 심지어 장학금을 받아 엄마의 어깨에 있는 짐을 어느 정도 들어드렸다. 그렇게 행복에 취해 있기도 잠시, 맛있는 저녁을 해주겠다며 장 보러 나간 엄마는 집에 돌아오지 못 했다. 싸늘한 주검이 되어 영영 집으로 오지 못 했다. 왜 같이 나가주지 않았을까. 답이 없는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상황을 돌이키기엔 늦어버렸다.
집은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 넓은 거 같아 팔기로 했다. 어차피 엄마 명의로 되어있어 내 것도 아니긴 하지만. 돈도 없고 오고 갈 때가 없기에 집이 팔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학교를 다녀가며 생활비도 벌어야 하고, 집도 구해야 하고, 미래도 걱정해야 하고. 정말 해야 할 게 많아 고민이 된다. 삶을 포기하면 하늘에 있는 엄마가 싫어할까 두렵다.
안돼, 여주연. 정신 차리고 정리 해야지. 애써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고 집안 정리를 했다. 그러다 이게 웬걸, 옛날 사진 앨범을 발견했다. 사진기를 바라보면 웃고 있던 그때의 나, 참 행복해 보였다. 지금에 나와 다르게. 어떻게 같은 사람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이 좋았는데. 이젠 돌아갈 수도 없는 시간.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다 마지막 장에 조금 더 성숙한 고등학교 때 내가 있었다.
사진 속에 나는 어느 남자와 함께 웃고 있었다.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웃음이 끊기지 않았던 그날. 어떻게 잊고 있었을까. 아니, 잊을 수 없지.
불행했던 그때의 나에게 행복을 심어준 사람. 항상 내 편이 돼주었던 사람. 이 사람이라면 날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날 다시 웃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이었는데. 그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
재환이는 다음 편부터 등장합니다. 이번화도 약간 프롤로그 느낌이네요.
어디서 짜를까 고민하다가 너무 많이 짤라버렸드아...
다음편은 조금 낫겠죠?
댓글 읽는 재미로 사는 돔별입니다!
신알신과 암호닉은 언제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