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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일삼 전체글ll조회 707l 4













헤븐라희 1

– 피네의 사단조 -











여주는 동방 문을 열자마자 숨을 참았다. 오늘 새벽까지 n차를 달린 자들의 흔적이 선연했다. 공기 입자 사이사이에 소주와 마른안주가 서려있는 느낌이었다. 청소한 지 오래 돼 먼지가 풀풀 날리는 건 덤으로. 이 사이에서 부대끼지 않아 다행이었다. 정확히는 부대끼다 먼저 빠져나온 것이었지만.


바닥과 가구의 먼지는 고사하고 공기 중의 먼지라도 없애보고자 창문을 열었다. 날씨 한 번 더럽게 좋았다. 여주는 빨려나가는 먼지를 멍하니 보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구석에 처박혀 있는 기타케이스가 저를 부르는 듯했다. 그래, 그래. 잠시만 기다려. 앰프부터 챙기고.


기다란 콘센트 줄을 발로 차며 앰프로 다가갔다.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가 어제와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새벽에 저들끼리 앰프를 쓴 것인지 줄이 나와 있었다. 여주는 주섬주섬 줄을 정리하며 한숨을 쉬었다. 원래 동아리를 나갈 예정이긴 했지만 이렇게 일찍 물건을 뺄 줄은 몰랐다.


2년을 함께 한 동아리였다. 적당히 소속감만 느끼며 정을 주지 않으려 해도 정은 시간에서 나오는 것인지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어제만 해도 그랬다. 밸런타인데이 기념 공연을 끝으로 방학 일정도 끝이 났다. 그래서 1차를 달리고, 2차를 달리고. 붙잡는 손길을 뿌리치지 못했다. 막판엔 동방까지 치달았지만, 이 동방에서 새벽을 불태우는 것도 이젠 마지막이겠지 하는 마음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꽤나 센치하게 만들었다. 대충 말짱했던 정신을 다시 소주로 적시다가도 옥상에 오르게까지 했으니.


옥상을 오르는 계단은 동방 바로 옆에 있었다. 수많은 동아리들이 맨 꼭대기 층을 썼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옥상과 가까운 위치. 때문에 옥상은 매번 저들 차지였다. 빨랫줄마냥 걸려있는 미니전구들이나 창고를 가득 채운 소품들만 해도 그랬다. 여주는 반짝 켜진 전구와 저 너머를 응시했다. 쌀쌀한 바람이지만 적당히 취기가 올라 시원했다.




“여기서 뭐해?”




혼자 취기를 가라앉히고 있을까 현준이 올라왔다. 공연 있을 때는 목 관리를 한다며 한동안 금주하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마셔 재끼더니. 볼이 발갛게 상기된 것이 꼭 레드 문 같았다.




“그냥 혼자 궁상떨어.”




여주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낙동강이 보였다. 하도 넓어서 멀리서 보면 강인지 바다인지 분간이 안 갔다. 어쨌거나 낙동대교 위를 달리는 차들은 빛을 더해 대교를 밝히고 있었다. 옆에서 현준이 음악을 틀었다. 그날 공연한 노래였다.




“야, 틀어도 왜 이걸 틀어.”

“왜?”

“공연 끝나면 다시는 그 노래랑 안 만나는 거 몰라?”

“징크스야?”

“징크스는 아니고, 지겹고 넌덜머리나서.”

“하여간 특이해.”




여주의 성화에 현준이 노래를 바꿨다. 잔잔한 반주에 잔잔한 강물. 선선한 바람과 미니전구가 밝히는 주변. 누군가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절실히 느끼며 감상에 젖기 좋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지금껏 묵혀왔던 마음을 고백하기에 충분히 로맨틱한 분위기였다. 술도 들어갔겠다, 조명 좋고 전망 좋고. 기타의 어쿠스틱 톤이 마지막 피네(fine)를 향해가고 있을 때 현준이 입을 열었다. 문제는.




“……아.”




누군가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마음이었다는 것.


여주는 제가 지금까지 현준에게 여지를 줬었는지 빠르게 기억을 더듬었다.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합주한 것밖에 없는데. 대답이 길어질수록 현준이 여주의 눈빛을 읽어낼 시간 또한 길어졌다. 여주에게서 혼란이 빛났을 때 음악이 꺼졌고, 로맨틱한 분위기는 밤풍경에 증발되어 사라졌다. 물론 여주에게는 원래 없던 것이었다.




“내, 내가, 동아리 안에서 연애하는 걸 안 좋아해서.”

“아…….”

“못 받아줄 것 같아. 미안.”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는 말은 생략했다. 최소한의 배려였다. 네 마음을 짓밟을 생각은 없고 그저 너와 나의 마음이 맞지 않았을 뿐이었노라고. 그러니 이 풍경을 조금 더 곱씹으며 추슬러 달라는 뜻으로, 옥상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더랬다.


여주가 창문을 닫으며 회상을 마쳤다. 원래였으면 여주도 적당히 이 먼지 구덩이를 뒹굴다 해장하고, 돌아올 새 학기 일정에 이리저리 깔짝거리다 자연스럽게 사라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준의 마음을 확인한 이상 그 깔짝도 없어야 했다. 여주가 현준에게 했던 말은 진심이었으니까.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도합 8년 동안 기타를 치고 밴드부에 몸담으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였다. 동아리 안에서의 연애는 죽음뿐이다. 잘 사귈 때야 문제가 없지만, 사랑싸움과 치정은 언제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법이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팀워크 박살의 위험을 감지하는 건 항상 여주였고, 때문에 가슴 졸이는 것도 항상 여주였다.


왼쪽 어깨에는 기타 케이스를, 오른손에는 앰프를 들고 동방을 나섰다. 문을 닫자 밝은 소리를 내며 닫히는 도어락이 끝을 말하는 듯했다. 체인락(CHAIN樂). 입구부터 가득한 그래비티가 동아리 색깔을 드러내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이제 또 언제 공연해보려나. 곳곳을 눈으로 담던 여주가 어렵사리 눈을 돌렸다.


기타 잡을 날이 오긴 하려나.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발걸음 하나에도 미련을 담았다.




















♬ The Phoenix – Fall out boy












“야, 강선재.”




요란하게 열린 문이 거창하게 닫혔다. 연습실 안에 있는 누가 들어도 전정국이 왔구나, 할 소리였다. 이윽고 들린 목소리가 그랬다. 하지만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뱉는 거친 숨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잠시 합주를 쉬고 있던 멤버들이 일제히 정국을 쳐다봤다.




“너 돌았냐?”




정국이 이름을 불러도 본 체 만 체 하던 선재가 휴대폰에서 시선을 돌렸다. 아 뭐가. 품에 있는 기타를 이리저리 휘청이는 모양새가 정국의 언성을 높였다.




“‘뭐가?’ 진짜 뭔지 몰라서 물어?”

“몰라서 묻지 그럼 알고 묻냐? 뭔데 또. 뭐가 불만인데.”

“너 씨발, 오흰한테 알짱거리지 말랬지.”

“내가 언제 걔한테 알짱거렸어. 걔 친구한테 알짱거렸지.”




선재가 기타를 세워두고 일어섰다. 정국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연습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얼마 전에도 정국의 여자친구 일로 한 바탕한 일이 있었다. 밸런타인데이 공연을 앞두고 있던 터라 멤버들이 어르고 달래 어찌 저찌 무마시켰었는데. 그 새를 못 참고 또 누군가가 불을 붙인 모양이었다.




“걔 친구한테 네가 무슨 연이 있어서 알짱거려. 오흰 타고 알짱거린 거 아니야.”

“근데?”

“이 새끼 뻔뻔한 거 봐라. 오흰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한 건 귓등으로도 안 들었지?”

“야. 너 그거 집착이야. 자꾸 그러면 흰이도 지겨워한다니까?”

“진짜 맞고 싶어 환장했구나.”




순간적으로 너무도 평소와 같은 얼굴로, 너무도 평온한 목소리로 말하기에 멤버들은 다음 일이 일어나리라 생각지도 못했다. 눈 깜짝할 새에 선재는 세워둔 기타 위로 넘어졌고, 그 위로 정국이 올라탔다. 그러고 한동안 주먹과 고성. 윤기가 키보드 전원을 끈 채 건반을 눌렀다. 정국의 폭풍 같은 성량과 선재의 신음이 음표라도 되는 듯, 하나하나 정성스레 눌렀다. 윤기의 소리 없는 연주에 맞춰 남준이 선재를, 지민이 정국을 붙잡았다.




“좆같은 새끼야. 너 이러려고 우리 팀 들어왔냐? 이러려고 그날 술자리에 낀 거냐고!”

“착각도 가지각색이네. 야, 걔보다 더 예쁜 년들이 널리고 깔렸는데 내가 뭐 하러? 너야 말로 눈 좀 높여! 아, 하긴. 너 같은 또라이를 누가 받아 주겠냐만.”

“무슨 일인, 억?”




때마침 들어온 태형의 품에 지민이 뿌리쳐지고, 정국이 다시금 주먹을 날렸다. 윤기가 검은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플랫을 붙여서 사단조. 이유는.




“이럴 거면 나가, 이 새끼야!”

“그래! 나간다! 더럽고 좆같아서 나간다! 너네가 나 없이 잘 굴러갈 것 같아? 어디 박지민 새끼 붙잡고 백날 일렉 쳐봐라. 전만큼 관객이나 모을 수 있나!”




파국이라서. (死단조)






















[방탄소년단] 헤븐라희 1 | 인스티즈


“내가 정말.”

“…….”

“너네 때문에 곡이 안 써져, 곡이.”




윤기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엉망이 된 연습실을 태형과 지민이 치우고 있었고, 정국은 언제 그랬냐는 듯 풀죽은 강아지 마냥 바닥에 꿇어앉아 있었다. 선재가 뛰쳐나가고 남준이 그를 붙잡으러 간 뒤의 상황이었다.




“남준이 드럼 스틱을 네가 날리는 바람에 또 부러졌어.”

“…….”

“선재 피크가 마룻바닥 사이에 껴서 부서졌고.”

“…….”

“그리고 나는 결정적으로 떠오른 악상 하나를 아주 멀리……멀리…… 보내버렸다.”

“죄송해요, 형.”

“알긴 아는구나.”




정국은 윤기의 말이 더해질 때마다 목에 짐이 얹어지는 듯 고개를 더 푹 푹 숙였다. 어쨌거나 눈 돌아서 일 친 건 저였고, 저 때문에 앞으로 팀의 미래가 휘청일 수 있었으니.




“근데, 뭐. 남준이 스틱은 워낙 자주 분질러먹어서.”




캐비닛에 한 뭉치 쟁여뒀고.




“선재 피크는……”




걔가 알아서 하고.




“네가 무릎으로 탭댄스를 추든 마룻바닥을 닦든 떠나버린 악상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정국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윤기가 무심한 눈으로 그런 정국을 훑었다.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형.”

“강선재, 다시 안 돌아올 것 같지?”

“그럴 것 같은데. 저번부터 그걸로 협박했잖아요. 이제 자기 입으로 나간다고 했으니까 진짜 나가지 않을까요?”




태형이 막대사탕 하나를 까 물고 대답했다. 선재가 나가는 것에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자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남준이 들어왔고, 정국이 들어올 때처럼 모두가 남준을 쳐다봤다. 시선을 느낀 남준이 가만 서서 고개를 내저었다.




“……안 온대요?”




지민이 조심스럽게 첫 발을 내던졌고.




“진짜 안 온대요?”




태형이 두 번째 탄환을.




“정말로?”




윤기가 세 번째.




“전정국이랑 강선재 둘 중 선택하라는데.”

“그래서요?”

“전자를 선택했으니까 내가 지금 여기 있겠지?”




남준이 삼진 아웃 기각을 외쳤다.




그렇게 헤븐라희,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각지 공연을 싸돌아다니며 상금과 인기를 휩쓰는 밴드의 퍼스트기타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낡은 철제문에서 헤븐라희(Heavenli喜) 팻말이 흔들렸다.





















최여주 22

구 체인락 멤버

화양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재학




전정국 22

헤븐라희 보컬

화양대학교 영상학과 재학













※ <헤븐라희>는 부산을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 ♬ 음표 표시가 있는 부분부터 음악을 재생해주시면 됩니다. ‘제목 – 아티스트’ 순으로 표기됩니다.


※ 첨부한 노래들은 모두 밴드곡이며, 가끔 가사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전체적인 서사를 포괄하기도 하니 반드시 노래와 함께 감상해주세요.


윤기가 검은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플랫을 붙여서 사단조.

-> 이 부분 틀린 거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왜냐면 저는... 저는 장조/단조가 세상에서 제일 헷갈려서 포기한 사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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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우...벌써 넘 재밌어요ㅠㅠㅠㅠ
3년 전
육일삼
ㅎㅎ 감사합니다.. 벌써라는 단어가 저를 설레게 하는군요..
3년 전
독자2
정주행합니다!!!!💜
3년 전
독자3
와 첫화부터 !!! 감사해요 자까님!!!🙆‍♀️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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