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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용은 아무리 생각해도 쓸데없이 길기만 함,,,

원래도 그랬지만,,,요.







우리 조상님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전해 내려오는 거창한 설화까지 씩은 아니고, 걍 순전히 나란 인간 기준에서 '대한민국 3대 배신'이 뭐냐 하면,

닭강정인 줄 알고 신나서 많이 받아왔는데 그저 양념치킨 소스만 발라놓은 버석한 코다리 튀김에 거하게 통수 맞는 일이라던가, 알고 보니 버거킹 새우 와퍼 주니어 세트 개 죽순이었던 롯데리아 최고참 점장님그리고…,


강영현 그럼 정말 좋겠지만 아직은 아니니까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모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용 ~ ^^ 화이팅



손바닥만 한 댕댕이도 친구들 만나러 유치원을 가는 마당에 좀 인간친화적이고 소셜한 삶 좀 사는 게 어떻겠냐고 입에 쥐나도록 잔소리 해댈 때는 그저 듣는 둥 마는 둥 드러누워 게임만 했던 강영현이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페북 계정 파고 버젓이 댓글까지 달아 놓은 이 미친 루트를 가만히 불구경하듯 구경하는 일이 아닐까.

상호 간 도의적 신뢰 관계를 통한 암묵적 합의 사항을 어기는 행위를 '배신'이라 이른다.말 그대로 믿음을 등진다는 뜻이나, 배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이라 칭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정당한 배신도 있기 때문이다,

라고 나무 위키가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줬는데, 그래봤자 1도 납득 안 가고 그저 짜증만 났다. 넘치는 배신이 흐르다 못해 한강 이룰 판인데 무슨 팔자 좋게 정당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댓글 창을 꾹 하고 누르면 이 자식이 말도 안 되는 개소리로 떡칠해놓은 댓글이 맨 위에 있었다. 페이스북이 알아서 얘 댓글을 제일 '관련성 높은 댓글'로 분류했다. 내려가려면 한참 걸리니 그만 포기하란 소리로 들렸다.

호주 멜버른 북부에서 흐르던 강이 이유 모를 핑크색으로 변했다던 뉴스 다음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현상이었다. 누가누가 제일 먼저 다나 선착순 댓글 올림픽 연 것도 아닌데 얘 한번 떴다고 전교생이 총학 정모라도 열 기세로 덤비다니. 꼬리를 물고 또 물린 답 댓글들을 죄다 모으면 아마 전공 서적 한 편 나올 것 같다는 건 얘 띄워 주려는 차원에서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좋아요' 숫자도 겁나게 늘었다. 그냥 형식적인 좋아요가 아니라, 진짜로 얘가 좋아서 눌러대는 걸지도 모를 마음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래봤자 내가 고작 가진 거라곤 플스 하나뿐인데, 그걸로 여태 되도 않은 유세 좀 부리느라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던 강 셀럽 놈의 위력을 새삼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ㄹㅇ 본인이세요?]
[존나 머야 진짜 그 여우남??]



엉, 맞어. 존나 얘겠지. 나도 신기해.

인정하기 싫지만 개쩌는 걸 부정만 하기엔 없던 양심도 찔리게 만드는 놈. 플레이 스테이션 그것도 구 버전을 빌미로 가둬두기엔 역시 너무 거대한 놈인 걸 아무래도 지금까지 나만 몰랐던 거지.



강영현 (Brian K)
표시할 학교 정보 없음
표시할 장소 없음
기본 정보 남성
☑️ 20,129명이 팔로우함
게시물이 없습니다.



프로필 사진은 페이스북이 가입 선물로 선사한 기본 회색 인간 이미지, 이렇다 할 내용 없이 텅텅 빈 자기소개, 그 속에 깃든 이상하게 묘한 간지. 메일 몇 글자만 입력하면 단 5분 만에 만들 수 있는 계정 하나도 참 강영현 답다고, 바꿀 줄 모르거나 귀찮거나 둘 중 하나일게 뻔한데 사람들이 없던 칭찬도 만들어서 했다.

기념일이고 장소고 자시고, 일일이 그런 거 안 해놔도 팔로우 건 사람만 벌써 2만 명이 넘어갔다. 그래봤자 아무것도 없는데 구경할 게 뭐 있다고 그렇게 난리 들인지. 술 먹고 실수로 점 하나만 찍어 올려도 순식간에 핫플 될 게 뻔했다. SNS 일절 없는 자발적 아싸로 살 때도 다들 알아서 꾸역꾸역 준 연예인 자리에다 앉혀 놓던 사람들인데 어련하실까.



더 보기를 열 번 더 넘게 눌러도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대댓글들을 굳이 눌러봤다. 얌전한 콜라에다 멘토스 까 퐁당 집어넣은 건 결국 나였다. 그럼 멘토스의 표면이 콜라의 표면장력을 약화시켜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분출……되는 건 잘 모르겠고 아무튼 폭발했다. 폭발한 걸 기어이 눈에 불 켜고 일일이 다 정독해내고 마는 세상 쓸데없는 짓을 했다.



경의, 인정 그리고 부정으로 마구 들끓는 꼴을 하나하나 읽어내렸다. 읽다가 그만 로케트 타고 하늘로 발사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머임 이분 페북 계정 있었음?? 페북 같은 거 안 하는 하하버스 개시크남인줄][오 머야 레알 본인??? 가계정 아니고?] 로 시작해서, [여친설 개 쌉구란줄 알았는데 리얼 참 트루였나봄] 이라든가 [하,,,ㅅㅂ 존나,,,사랑했다,,,,,,] 같은 그나마 읽을만한 정도의 댓글들을 훑은 두 눈은 곧,

[아 하나도 안 어울리던데ㅡㅡ개빡침] 에서 딱 멈췄다. 누가 할 소린가. 나도 덩달아 개빡쳤다.

뭐 이 씨ㅂ…. 보자마자 머릿속에 휴대폰이라도 든 것마냥 골이 징 울었다. 그래놓고 아무 사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면 적극적으로 가진 자의 여유나 부리는 나쁜 년 만들어 놓는 건 일도 아닌데. 피리 부는 사나이의 단 하나뿐인 절친으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10년간 충분히 경험하고 남았는데도 별 이상한 구석에서 열이 받았다. 내가 성격이 더러워진 이유의 8할은 다 강영현이 차지한다는 걸 세상 사람들은 죽어도 모른다.



"야, 너 뭘 그렇게 심각하게 봐?"
"왜 그래, 뭐 전쟁이라도 난대?"
"안 그래도 요즘 트럼프 무섭더라. 틱톡도 못하게 하고."



꼭 그런 거나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인 모양이었다. 짙은 우환이 나도 모르게 온 얼굴에 다 내려앉았을 정도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이지,



"……차라리 전쟁이 낫지."
"뭐?"
"엉? 아니야, 아무것도."



지금 내게 아무것도 아닌 게 진정 무엇인지. 얘가 나 모르게 SNS 계정을 판 게 기분이 나쁜 건지, 얼굴도 나이도 과도 모르는 아무개 인간이 남긴 요 댓글에 골이 난 건지. 나는 나한테서 나온 내 감정인데도 정확하게 규정지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이거 반 인정으로 봐야 되는 거 아냐?"
"맞아 맞아, 모두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는데."



그제서야 속에 담긴 내용들이 눈에 들어온다. 활자 사이사이에 깃든 장난기가 훤했다. 무슨 얼어 죽을 응원과 관심. 지가 문자 투표 간절한 아이돌 연습생이야, 뭐야.



강 폭스
완아
나 배고파
밥 먹자




……이 인간을 진짜 족칠까 어쩔까.문자 투표가 아니라 문자 답장이 시급한 준 아이돌의 별안간 밥 타령에 소금 뿌리고 싶어졌다. 댓글로 전달받은 '개빡침' 상태가 여전히 지속이었다. 장본인은 그딴 걸 써놓고도 발 뻗고 기숙사에서 잠이나 잘 수도 있겠지만 전달 받은 내 기분만 영 엉망이었다.

이런 기분으로 답장에 임했다간 밑도 끝도 없이 육두문자부터 튀어나올 게 안 봐도 넷플릭스가 아닐런지. 그냥 꺼버릴까 하다가 그건 좀 인류애 상실인 것 같아서 일단 홀드 버튼 눌러 가방에 집어넣으려고 했는 데,



강 폭스
휴대 전화



마침 전화가 걸려온다. 강 폭스. 누가 지어 놓은 건지 이름값 한번 톡톡히 한다.(그래봤자 내가 지었음) 작정하고 안읽씹 시전하려던 건 또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완아. 집이야?"
"……아니."
"그럼?"
"이제, 가려고."



갑자기 타임머신 타고 질풍 노도의 낭랑 십 팔세가 되어버린 내 심정을 알까. 토라진 걸 티 내긴 자존심이 무척 상하지만,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알아서들 알아줬으면 싶은 이 유치한 마음을 어떻게 하면 집어치울 수가 있지. 말 끝마다 살아있는 뚝딱이처럼 굴었다. 내가 있는 대로 뚝뚝 토막 낸 단어들을 툭툭 털어내면 케케묵은 먼지 같은 서운함이 폴폴 일어나 숨이 막히겠지.



"밥은."
"…뭐 아직…."
"아직? 배 안 고파?"



아니? 어쩌면 오늘 하루 종일 배 안 고파질걸.

패/논패 과목이 학점 따는 것보다 쉬울까 봐 신청했던 '효과적인 말하기' 교양 수업에서 분명, 효과적말하기의 시작은 '솔직하며 친근한 자세'와 더불어 '가볍고 일상적인 화제'라 배웠던 것 같은데. 이거 시험 보기로도 나왔었는데.



"밥 먹자."
"…싫어."
"왜…."
"몰라."



세 가지 중에 하나도 지킨 게 없었다. 이대로라면 이번 수업도 패스 못하고 F일게 뻔했다.













[데이식스/강영현] LMOLM(Love Me Or Leave Me) 3 | 인스티즈



LMOLM(Love me or Leave me)

3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나는 지금 얼마 전 샀던 소파 베드에 두 손 모으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알아서 우리 집 뚝뚝 비밀번호 치고 들어온 강영현이 양손 가득 들고 온 짐들을 내려놓고 정리까지 하는 모습을 최신영화 감상하듯 쳐다봤다.

물론 마음까지 편한 건 아니었다. 쟤가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난리를 부려서 일단 앉아 있긴 하는데, 이유도 말 안 하고 골이나 내고 있을 땐 언제고 우리 집 정리하는 걸 조용히 지켜만 보기엔 역시 무언가를 빚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어쩐지 영 쑥쑥 했다.



"그게 다……뭐야?"
"저번에 보니까 여기 텅텅 비었길래."



그냥 여기 오는 길에 큰 마트가 하나 있길래 즉흥적으로 한번 가본 거라 둘러댈 땐 언제고, 그건 또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건지.



"뭘 그렇게 많이 샀어."
"배고프잖아."



담다 보니 살게 많아서 그 자리에서 17만 원 치 일시불로 카드 긁고 왔다고 했다. 본인 배고파서 샀다던 17만 원어치의 장을 강영현은 모조리 우리 집 냉장고에다 집어넣었다.



자기 배고파서 이만큼이나 샀다는데, 사실 내 선호도를 고려한 쪽이 훨씬 더 많았다. 마녀사냥 같은 데 나오는 넌씨눈 놈들 아니고서야 다 눈치챌 수 있을듯.

물 빠진 사이다도 이것보단 맛있겠다고, 이건 돈 받고도 안 사 먹는다면서 굳이 레몬향 탄산수를 번들로 사다 나르고, 좋으려고 먹는 건데 왜 양치하는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민트 초코랑 내외하다가도 내가 먹고 싶다고 삐삐 치면 파인트 세 통 사 와서 같이 먹어줄 놈이라는 것쯤은 이젠 익숙하지만.



"먹고 싶은 거 없어?"
"……없어."



가끔은, 아주 가끔은. 우리 사이를 규정할 단어가 '친구'말고 다른 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을 했다. 상상은 언제나 자유니까. 상상 좀 한다고 청구서 같은 거 안 날아오니까. 정말 가끔. 진짜로 레알 쪼금.

왜 그렇게들 이 녀석에게 쩔쩔 목을 매는 건지 6분의 한 1 정도는 어쩐지 알 것도 같고. 물론 객관적 시선에서다. 다들 일단 허우대 멀쩡한 저 외관만 갖고서 좋아하고 보는 걸 텐데, 속에 품고 있는 이 모습을 누구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진짜 3차 세계대전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라는걸.



"비요뜨 사왔는데."
"……?"
"지금 줘?"



세계 전쟁이 발발하느냐 마느냐 지 손에 달린 강영현이 그 위대한 손으로 비요뜨를 맛 별로 열 세트나 사 왔다. 개수로만 어쩌자고 합이 스무 개였다.



"그거 들어갈 자리는 있어? 냉장고 자리 많이 없을건데."
"그럼 사올게."
"뭘?"
"냉장고."
"아니, 좀."



꼭 동네 편의점에 컵라면 사러 가는 사람처럼 지갑 챙겨서 운동화 꺾어 신으려는 걸 겨우 달랬다. 무슨 초딩도 아니고, 이렇게 1차원 적으로 생각하는 꼴을 세상 사람들이 좀 봐야 되는데.



"안 먹어?"
"나중…에."



안 그래도 비요뜨 먹다 죽은 귀신이 덕지덕지 붙은 난데, 괜히 무안해져서 나중에 먹는다고 사양했다. 관심종자처럼 입 삐죽 내밀고 삐져 있을 땐 언제고 넙죽 비요뜨나 받아먹고 있기엔 양심이 찔렸다고나 할까.



강영현이 냉장고 정리하다 말고 긴 고개 홱 돌려 날 본다. '얘가 왜 이걸 마다하지?' 육성으로 말하지 않아도 먹보로 보는 게 틀림없었다.

한참 말없이 나를 한참 쳐다보던 강영현이 급기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냉장고 앞에 수분을 쪼그려 앉아 있던 바람에 그새 쥐가 내린 무릎을 툭툭 두드리면서.



"……어디 아파?"



아하. 먹보로 보는 게 아니라 걱정하는 거였구나. 그것 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네 무릎이 더 아플 것 같은데.



"어?…아니, 그냥."
"그냥 왜."



갑자기 초상난 얼굴로 묻는 걸 차마 못 들은 척했다. 널브러진 짐 다 제쳐두고 이런식으로 다가오는 것도.

왜 그렇게 난리냐고? 입이 열 개 달린 괴물이래도 나는 그 어떤 찍소리도 낼 수 없었으니까.

내가 만들라고 할 땐 여태 개무시했으면서 갑자기 나한테 말도 안 하고 SNS 계정 판 게 존나 짜증나고 것도 모자라 버젓이 댓글이라는 활동을 한 게 배신감 쩔고 그 배신감이 이룬 한강물에 당장 뛰어들 수도 있을 것만 같은데 생각해보면 그게 이렇게 꽁할 일도, 별것도 아닌 걸 알아서 더 미치겠고 아무튼 돌아버리기 직전……,

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걸 어떻게 내 입으로 전하겠냔 말이야.



"왜 그래."
"…아니…라니까."
"내가 뭐 화나게 했어?"



그래. 눈치 빨라서 그런가 알긴 잘 아네.



"아냐, 그런 거."
"그럼?"
"없어…."
"내가 널 몰라, 너 아까 전화 목소리도 별로였잖아."



애처럼 토라진 마음 직접 말하긴 자신없고, 자연히 알아서 알아줬으면 싶은 이 유치뽕짝한 마음을 강영현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아……그건."
"말해봐. 왜 그러는데."



혹시 내가 이 상황을 바란 건가. 강영현이 인절미 멍멍이처럼 쩔쩔 매는 걸? 분명 맹세코 그건 아닌데.



"어디 안 좋나?"
"아니야."
"아니면 속이 안 좋아?"
"그런거 아니라고."



하얗게 질린 얼굴 봐선 자기나 거울 봐야 할 것 같은데 내 안색을 살핀다. 큰 손으로 내 멀쩡한 이마를 두어 번 짚어 내는 일까지 끝마치고 난 강영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이상하네, 열은 없는데….

그럼 당연히 없지. 열 말고 괜히 쓸데없이 열불이 나서 그렇지.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아냐."
"진짜?"
"엉, 진짜."



진짜라는 말을 대체 몇 번하게 하려고 이러는 건지. 한 명도 안기 좁아 죽겠는데 옆에 꼭 붙어 앉아서 조잘조잘 다섯 번 넘게 괜찮냐고 묻길래 여섯 번 넘게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렇다고 할 때까지 계속 그렇게 붙어서 물을 셈인 걸 내가 모를까.



"나 뭐 잘못한 거 아니고?"
"아니라니까."
"나중에 보고 약이라도 사 올게."
"그럴 필요 없어."
"그래도 걱정돼."



힘 꽉 줘봐도 물렁한 살 뿐인 팔을 또 들어 보여주니까 그제서야 다시 일어난다. 여전히 가려운 곳엔 손도 대지 못한 사람처럼 영 개운하지 못한 낯이지만 나름 누그러진 모습으로.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이미 남 일시켜놓고 열심히 쉬고 있는 게 안 보이는 건지. 편히 기대 좀 쉬고 있으라고 소파에 다시 날 바로 앉혀 놓곤 녀석은 주방을 다시 향했다. 얜 요즘 한참 빠져있다던 '요리'라는 고상한 취미 활동을 꼭 우리 집에서 했다. 귀차니즘으로 줄 세우기 하면 만리장성 쌓을 내 입장에서는 누가 뚝딱뚝딱 요리 해서 앞에 내놔주는 게 참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걸 또 다…넣게?"
"엉. 왜?"



문제는 너무 많이 한다. 많아도 너무 많아.

왜, 혹시 무슨 문제라도? 하고 묻는 것 같이 너무 천진난만하게 물어서 더 붙일 말도 없었다. 괜히 지 어깨를 으슥한다. 아하~ 더 넣으라고? 알겠어. 멍 때리고 암말 안하고 있던 나는 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저렇게 먹었다간 새우 100마리한테 쫓기는 꿈 꿀 걸.



"네가 무슨……돌고래니."



남들은 일부만 꺼내고 집게 묵어 냉동실에 집어넣어 둘 칵테일 새우 두 팩을 알새우칩 과자 뜯듯 뜯어 냄비에 한가득 다 털어 넣고 있는 이 엉뚱함은 분명 강영현의 것이 맞다.



"그런가봐."



이 자식은 정작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는 짬뽕은 얘가 아니라 나였다.



"많이 먹어."
"어? 어…."
"아, 근데 아플 것 같으면 많이 안 먹어도 돼."
"괜찮다니까."



남이 지가 한 요리 먹고 물개박수 치는 걸 보는 게 요즘의 낙이라던 강영현이 엄청 많이 담아주면서 세상 쿨한 소리를 했다. 언행불일치의 정석처럼 토마토 새우볶음 수준의 스파게티를 내놨다. 애들이랑 중식 때 자주 가는 학교 근처 파스타집이었으면 스파게티에 몇 개 안 든 새우를 아주 냉면에 하나 든 삶은 달걀 보듯 할텐데 강영현이랑 먹으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포크에 면 한 번 돌릴 때마다 새우 두 세개씩 입에 넣어도 문제 없었다. 그게 다 강영현의 성향 덕분이다. 강영현은 원래 그렇게 먹는 게 좋다고 했다. 별것도 아닌 거에 애타는 게 싫어서.

……그걸 알면서 정작 넌 왜 그래? 물으려다 그냥 새우나 마저 욱여 넣었다. 당장 대출빚이라도 내서 가게 차려주고 싶을 만큼 맛있는데, 두통 유발하는 반전 매력의 스파게티는 또 난생처음이었다.



"아, 맞다."
"……?"



강영현이 포크 돌리다 말고 번쩍 고개를 든다. 깎아 놓은 것 같은 얼굴이 바로 코앞에.



"나 그때…그거 만들었는데."
"……뭘?"
"그 뭐지……페이스북 그거"



…뭐억?! 켁켁.

나는 적힌 활자 그대로 저런 바보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번에 새우 세 마리 욱여넣다 말고 덜컥 사레가 들렸다. 덕분에 숨이 막히는 헛기침이 쏟아졌다. 강영현이 밥 먹다 말고 벌떡 일어나 냉수를 떠왔다. 얼굴 벌게 져서 반쯤 맛이 간 나를 보면서 무언가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다시 초상난 얼굴로 약 사러 간다고 지갑 챙기려는 걸 겨우 말렸다.

넌 지금 내가 어디 아픈 걸로 보이니, 시험 문제 컨닝하다 딱 걸린 사람이지.



"어어, 그래서…말해봐. 듣고 있어."
"근데 지워버렸어. 아니, 너 진짜 괜찮은 거 맞냐?"



엥.지워? 이건 또 뭔 소리야. 뭘. 어플을?



"지웠다고? 페이스북을?"
"어…왜?"



강영현의 팔로워 2만 짜리 페이스북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물론 어플만 지운 거겠지만, 아무래도 다시 접속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걸 언제 만들었는데?"
"그저껜가."
"그럼 언제 지웠어?"
"그저껜가?"



시계추 앞에서 최면 걸린 사람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막 대답한다. 냉수 한 잔 더 떠 와서 내 앞에 내밀면서.



"아니, 실컷 만들어놓고 왜 지워?"
"어차피 필요해서 잠시 깐 거야. 이것부터 마시고 물어봐 좀."



지 좋다고 올라온 대나무숲 좀 보래도 보기 좋기 씹던 놈이 대체 뭐가 필요했길래 SNS라는 걸 다 할 생각을 했지. 근데 실컷 만들어 놓고 지우긴 왜 또 지웠대. 강영현이 달아놨던 댓글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어쩐지. 수저 옆에 놓인 휴대폰이 얌전하더라니. 안 지우고 남겨 뒀으면 팔로우 신청 알림이 아주 전화벨 울리는 것처럼 울렸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거 너 친구 신청도 겁나 와있을 건데 팔로우 신청도 한 2만…아,"
"뭐?"



뭐가 필요해서 깔았던 거냐는 제일 중요한 물음은 하지 못했다. 그거 묻기도 전에 덜컥 내가 저딴 걸 말해버려서.



"아니, 그…"
"이미 봤으면서 왜 말 안했어."
"뭐냐. 아니, 내 의지로 보려던 건 아니고."

"그럼…써놓은 것도 다 봤을 거 아냐."


그래, 봤다. 봤어. 그것만 봤겠니 답 댓글 달린 것도 일일이 다 누르다가 아주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 라고 말하기도 전에 가까워진 강영현의 얼굴에 시야가 가로 막혔다. 능구렁이가 따로 없는 강영현의 얼굴이 바로 목전으로 다가온 건 순전히 녀석의 모가지가 길어서다. 뜬금없이 녹진하니 늘어지는 저 말꼬리 때문도 오만가지 상상을 하게 만드는 저 싱긋거리는 콧잔등 때문도 아니다. 정말. 아니야.



"아, 몰라. 무튼."
"원래 사람은 제일 알 것 같을 때 모른다고 하는 거야."
"조용히 좀 해."



이쯤되면 한번 지어줘야 한다. 기가 막힐 때마다 짓는 그 표정.

본인 기막힘의 이유가 전부 내 안에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뚫어져라 박힌 시선을 떼어내느라 무진장 애를 썼다.



"그래서 뭐가 2만명인데?"
"너 좋다고 친구건 사람이 그렇게나 많다고. 난 무슨 아이돌인줄."



피클 콕 찝어 입에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으면서 '개빡침' 댓글 달아 놨던 아무개 씨를 생각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음식물을 씹고 뭉게는 저작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피클에 대입 시킨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잘근잘근 마저 씹었다.

친구 신청? 그거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별 얘기도 아닌데 너무 경청해서 어쩐지 부담스럽다.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애가 포크까지 내려놓고 듣고 있는 꼴을 보니 꼭 내가 길가 지나가는 순진한 사람 아무나 붙잡고 마음 공부에 대해 설교나 하는 사람이 된 것만도 같고. 피클 마저 넣으며 둘러댔다.



"뭐 그냥 친해지고 싶거나 원래 알거나 관심있거나 하면 친구 신청 박는 거지."
"……아."
"그럼 그 사람 소식도 받아 볼 수가 있고…뭐…몰라."



고래한테 미안해질 정도로 그렇게나 많았던 새우가 하나 남았다. 한 개 남은 새우를 입에 집어 넣으면서 강영현을 가만히 올려다봤다. 필터를 갈아 끼운 것만 같이 느리게 움직인다. 뭔가 생각을 할게 있나? 진작 한 접시 다 비운 강영현이 입가를 닦던 냅킨을 옆에 가만히 내려 놨다. 대신 뜬금없이 휴대폰을 손에 쥔다. 남의 집 냉장고 정리도 모자라 근사한 요리까지 해줘놓고 좀 쉬지, 여전히 뭔가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



"뭐 해, 밥 먹다 말고."

"친해지고 싶거나, 원래 알 거나,"
"엉?"
"관심이 있거나?"



강영현이 얌전히 옆에서 잘 자고 있던 휴대폰을 별안간 꺼내들자마자, 반대편에 놓인 또다른 휴대폰 액정 화면이 깜빡 빛을 발했다.



"그럼 하나 빼고 다잖아."



어, 뭐지. 방금 이상한 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진짜 헛소리 같은 데 그거. 못 들은 척 의연한 척 귓구녕이나 간질면서 켜진 액정 화면을 들여다 봤을 땐,



강영현(Brian K)님께서 회원님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여섯 배는 더 이상한 게 날 기다리고 있었다.














[데이식스/강영현] LMOLM(Love Me Or Leave Me) 3 | 인스티즈

이 글 쓰면 살짝 현타 와서 쥐구멍 찾아 당장이라도 떠나야할 판인데,,,이딴 걸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은 아무래도 나와는 전혀 종족일 거야...

예를 들면 뭐 천사라던가 또 천사라던가 또....


+ 포인트 원래대로 내려용 편하게 읽어주세용

늘 감사합니다 만땅보스로다가 。*˚♡̷̷̷ +ˎˊ。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비회원21.140
아 자기전에 이거봤으니까 나 강영현 꿈 꿔야겟다..
제발..
넘 기엽다.. 마지막에 폰들고 잇는 움짤이 나를 과몰입녀로 만들엇다.. 작가님.. 나 죽어~!~!!~조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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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나아아아아ㅏㄱ 저두 강영현꿈꿀래요 지금 잘건데 작가님 진짜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감사합니다ㅏ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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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쟈까님~~~~~~~ㅠㅠㅠㅠ 왜 이걸 이제야 봤을까요,,,, 쟈까님의 비지엠 선정부터 글ㄲㅏ지,,, ㅇㅏ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훙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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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사랑해요 제발 제발 오래 많이 써주세여 진짜 길수록 좋아해요 사앙해요 너무 좋아요 선생님 제발 사람 하나 살여주세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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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하라유류류 너무 간질간질해서 녹아버릴 것 같아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 쓸데 완전 많이 길고 너무 좋아여 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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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자까님ㅠㅜㅜㅜㅜㅜㅜ 마이 힐링ㅠㅜㅜㅜㅜ 아니 데십 최애곡드 럽올립인데 어떻게 또 이렇게 재밌는 글을 써주시는지ㅠㅜㅜㅜ 작가님 내 거ㅠㅜ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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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와 세상에 선생님 자까님퓨ㅠㅠㅠㅠㅠ사랑해요ㅠㅠㅠ감사해요 정말루ㅠㅠㅠㅠㅠ금손님 ㅠㅠㅠㅠ엉엉 저 지금 좔좔 눈물 흘리고잇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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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나도해줘..팔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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