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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는 무엇때문에

W. 토마추

 

[뇽토리] 너와, 나는 무엇때문에 04 | 인스티즈

 

 

 

 

 

지용은 힘겹게 수업을 이어나갔다. 제 친구가 죽었던 당시 상황과 어머니가 4년 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멀쩡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승현은 지용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사무실을 나섰고 수업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날카로운 지용의 모습에 학생들만 눈치를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이 학교에서 제일 어린, 유능한 교수인 지용은 표면적으로 여유롭게 수업을 이끌어 나갔고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는 녹초가 되었다. 도저히 학교에 남아 업무를 볼 상황이 되지 않았다. 다른 교수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짐을 챙겨 학교를 나서는데 지용의 눈에 정문을 등지고 있는 익숙한 검정 뒷통수가 아른거렸다. 이제 따스해진 공기 사이로 보이는 것은 분명 승현이었다. 지용은 제 체면은 신경쓰지 않고 헐레벌떡 승현에게 뛰어갔다. 승현이 지용을 보며 처음으로 웃었다. 교수님, 저랑 같이 저희 집 갈래요? 묻는 승현에게 안 된다는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미소가 절로 지용의 인상을 찌푸리게했다. 괜찮은걸까. 묻고싶었지만 지금 묻는다면 스러질 것만 같은 승현의 모습에 지용은 말 없이 승현의 발걸음을 따를 뿐이었다. 지용의 눈에 승현은 항상 불안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을 만한 아이어서 그랬을지도 몰랐다. 혹시나 전차를 탈까 싶어 바지춤에서 지갑을 꺼내들었지만 승현은 전차에는 눈도 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지용이 인력거를 타자 했지만 승현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웃을 만한 상황도 아닌데 웃는 승현이 이상해보였지만 계속 걸었다. 다리에 맥박이 뛰는 것이 느껴질 무렵 노을이 질 때 출발했던 그 둘은 달이 떠서야 목적지에 도착한 듯 보였다. 그리고 승현이 전차를 타지 않은 이유와 인력거를 타자 했을 때 웃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승현의 집이 있다는 마을에는-사실 마을이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전차는 커녕 빛조차 얼마 없었고 이런 곳에 인력거를 끌고 오면 인력거꾼에게 욕을 들어먹기 십상일 것 같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저기 모여있는 불량배들에게 시비가 붙을 듯 했다. 인력거를 탄다는 것은 돈이 꽤나 된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골목에 모여있던 불량배 중 하나가 둘에게로 걸어왔다. 지용은 긴장했지만 승현은 여유롭게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제 오냐"

 

"응"

 

익숙해보이는 둘의 대화에 지용의 얼굴이 찌푸려졌고 그 불량배 남자는 승현에게 물었다. 누구냐? 그러자 승현이 대답했다. 아는 형 친구. 그리고 대학 교수님. 그러자 불량배가 지용을 놀랍다는 듯 쳐다보며 물었다. 이 젊은 나이에? 응. 나중에도 건드리지 말고. 알겠지? 그러자 그 남자는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어유, 우리 승현이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데 설마 건드리겠어? 승현은 그저 허탈하게 웃고는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던가, 연한 달빛에 의지하며 지용이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승현이 지용의 손을 잡았다. 지용은 움찔했지만 승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렇게 천천히 걸어서 언제 도착할래요. 거리며 지용을 이끌었다. 그렇게 승현이 도착한 곳은 허름한, 나무판자로 덧대어진 집이라기보다는 움막에 가까운 곳이었다. 지용의 찌푸린 시선을 알아차린 듯 승현이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독립운동가들의 전형적인 집에 오신 걸 환영해요, 교수님.

 

아- 지용의 입에서 외마디 탄성이 튀어나왔다. 자그마치 7년 남짓이었다. 자신이 그 으리한 집에서 살게 된 것은. 하지만 제가 어머니와 조카들과 형제들과 살던 집은 잊혀질 듯 잊혀지지 않았다. 원하기만 하면 꺼내볼 수 있는 기억의 조각들. 이것보다는 아니었지만 그 집도 허름하긴 했었다. 일제가 독립운동하는 이들을 멀쩡히 살게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승현은 안그래도 손님인데 차 대접할 것이 없다며 물을 데워 지용에게 건넸다. 한참 약한 빛 사이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여러명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승현은 한순간 확 굳은 얼굴로 그나마도 약한 불을 껐고 지용은 무슨 말이라도 하려 입을 열었지만 승현의 손이 지용의 입을 덮었다. 이리저리 섞인 일본어와 발소리가 지용의 심장을 뛰게 했다. 승현의 손에서 땀이 축축하게 배어나왔지만 불쾌하지 않았다. 승현의 손 위로 제 손을 덮었다. 미세하게 떨려오던 승현의 손이 멎었다. 발소리는 점점 멀어져갔고 승현이 지용의 귓가로 속삭였다. 고마워요. 굳이 위로해주려고 한 것은 아닌데 승현에게 지용의 손짓이 위로가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지용에게 위로가 되었다. 지용의 입술이 승현의 눈가로 내리앉았다. 진한 어둠에 물에 풀은 듯 연한 달빛이 내려앉은 밤이었다.

 

 

 

 

 

흐트러진 둘이 이부자리에 누워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지용은 다시 한 번 물었다. 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온거니. 그리고 승현은 이번에 대답을 피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총살되셨으며, 하나뿐인 여동생은 생사를 모른다. 만약 찾는다 해도 자신이 책임질 수 없음이 마음을 저릿하게 한다 했다. 이곳에서 가끔 지용을 지켜보며 독립 운동을 해왔고 운이 좋아 목숨을 잃지 않았다. 승현은 제 목숨 하나 빼고는 잃을 것이 없었다. 그리고 승현이 지용에게 물었다. 우리는, 무슨 사이일까요?

 

지용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친구라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고, 연인이라기에 둘의 사이는 엉켜있었다. 그리고 가족이라기엔, 가깝지 않았다. 몸을 섞었으니 따지자면 연인에 더 가까울까. 흐린 달빛에 드러난 승현의 윤곽선을 훑었다. 그저 평범한 20대 남자의 체격을 가지고 있는 승현이지만 지용의 눈에는 아주 왜소해서, 그 많은 기억들을 떠안고 있기 힘겨워 보임이 우스웠다. 승현이 지용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승현이 속삭였다. 사실, 굳이 경성제국대학에 입학 할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지용이 승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왜? 그러자 승현이 가만히 지용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사실 교수님 친구가 부탁한건 여기까지거든요. 처음 마주쳤을 때 그 종이를 전해줬어도 됐는데… 전 왜 그랬을까요? 지용이 건조하게 웃었다. 그러게.

 

결국 승현에게 총장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지용은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승현이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문이 열렸다. 누구야? 모르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승현이 대학 교수.라고 대답했고 그 남자가 급하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지용에게까지 닿여갔다. 승현이 낮게 웃으며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다며 남자에게 용건을 물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남자의 말에 승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누워있던 지용도 잠시 딱딱하게 굳었다.

 

네 동생을 찾았어. 광주에 있더라. 네가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독립운동을…

 

승현은 그 남자의 말을 끊고는 어서 돌아가라했다. 더 이상 들으면 밑도 끝도 없이 찾아갈 것만 같아 자신에게 그 이야기는 다시 꺼내지 말라고, 그리 말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수긍하며 돌아가는 듯 하다 문 앞에 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승현에게 말했다. 혹시나 마지막일까봐 보러 왔어. 수고해라. 남자가 돌아간 후 승현은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지용은 자는 척 눈을 감고 있었다. 승현의 발소리가 지용에게 다가오더니 승현의 손이 지용의 목을 감싸 안았다. 승현의 무심한 목소리가 지용의 얼굴로 내려앉았다. 지용은 몸이 떨리는 듯 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색색거리는 소리를 연기해냈다.

 

교수님. 전 교수님같은 매국노들이 죽었으면 해요. 내 가족을 죽인 일본인들의 뒤나 닦아주는 것들이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교수님은 못 죽이겠어요. 나 미쳤나봐. 사연이 있던 없던 쓰레기일 뿐인데. 왜 교수님 친구는 저에게 이런 부탁을 한걸까요?

아니, 제가 지금 교수님을 그 부탁때문이 죽이지 않는 걸까요. 아니면, 못 죽이는건가.

 

말과는 다르게 승현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다. 승현은 분노와 동정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승현에게 지용은 동정받을만한 존재였고 미친듯이 이끌리는 이였지만, 저가 그토록 증오하는 친일파였다. 지용이 진지하게 일어나야하나를 고민하고 있을 때, 승현이 지용의 목에서 손을 떼고 뒷걸음질쳤다. 좁은 집 탓에 금세 벽에 다다른 승현은 그대로 미끄러져 앉았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망설임은 독립 운동을 할 때 있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하지만 지용으로 인해 망설임이 옅게 깔렸고, 동생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그 망설임을 더 가중시켰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승현에게 이끌리는 이와 가족이 생겨났다. 망설임이 찾아왔다.

 

 

 

*

 

 

 

경성제국대학에서 외마디의 폭발음이 울렸다. 한 사람의 비명소리와 그것을 지켜보던 다른 이들의 비명소리가 섞여 괴기함을 이끌어냈다.

승현이 던진 폭탄으로 인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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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대박이네...
8년 전
토마추
대박이야?
8년 전
독자2
브금모야?
8년 전
토마추
dark paradise
8년 전
독자3
워...........대박.....ㅠㅠㅠㅠㅠ 사랑해......♥
8년 전
토마추
그래....○
8년 전
독자4
와...쯔어어어어언다독방조각때부터 쩐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쩐다
8년 전
토마추
쩔어...? 고마워
8년 전
독자5
♥♥♥
8년 전
토마추
나도
8년 전
독자6
하.....뭔데 내가 저상황?? 내눈에 흐르는거 ??하...대박이다...
8년 전
토마추
울어?
8년 전
독자7
와나 .... 아슬아슬하다 ㅜㅜ 어쩜좋아 둘의 마음을 감히 헤아리지 못하겠다 여동생의 소식을 ㅠㅠ 승현이가 너무 안타까워요...
8년 전
토마추
나도 쓰면서 안타깝다ㅠㅠㅠㅠ
8년 전
독자8
헐..... ㅅ승햔아.......진짜ㅠㅠㅠㅠ
8년 전
토마추
울지마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9
진심 대박 ㅠ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
8년 전
토마추
너무 좋아? 고마워
8년 전
독자10
아슬아슬하다 더 안타까운건 승현이 너무 덤덤하게 말해서 더 안타깝다ㅠㅠㅠ 잘보고가~
8년 전
비회원77.153
승현이 너무안타까워요..ㅠㅠㅠ브금이랑 같이보니까 더좋은듯ㅠㅠㅠㅠ
8년 전
독자11
아...갑자기 그시대 독립운동가들 후손분들은 잘 못살고 친일파 후손들은 잘사는게 생각나네요ㅠㅠㅠㅠㅠㅜ잘보고있어요!!승현아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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