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학교 2학년이고 한국으로 교환학생 온 샤오쥔이랑 중국어 회화 교양에서 만났으면.. 중국인이 왜 중국어 수업을 듣냐면 한 과목 정도는 학점 쉽게 따려고 수강했다 치자. 왜냐면 내가 외국으로 교환학생 갔는데 한국어 회화 수업 들으면 에이쁠 맞을 거 아녀.. 암튼 중국어 회화 수업 들어갔는데 중국인이 절반 정도 되는 거임. 여기서 내 학점은 망했구나 1차 멘붕. 왜냐면 나는 진짜 기초 밖에 못하는데 시간 맞추다 보니 이걸 듣게 된 거였거든. 보니깐 인원이 중국인 반 한국인 반이라 교수님이 각각 한 명씩 회화 조를 짜주셨는데 여기서 나랑 샤오쥔이랑 같은 조 됐겠지. 앞으로는 회화 연습하려면 조끼리 같이 앉으라고 하셔서 그 때 처음 얘기해봤다. 이름은 샤오쥔이고 3학년이고 교환학생 왔다 뭐 그런거.. 그렇게 일주일에 두 번씩 보고 연습 말고 잡담도 꽤 하다 보니 많이 친해졌음. 가끔 기숙사 식당에서 만나면 인사도 하고. 샤오쥔은 교환학생이라 당연히 기숙사 쓰고 나도 집이 멀어서 기숙사 썼거든. 하루는 아침 수업 가려고 기숙사에서 나왔는데 바람도 솔솔 불고 이런 날씨에 수업을 가야된다니 한숨 픽픽 쉬면서 걷던 찰나에 지나가던 샤오쥔이 나 딱 보고 자오~ 이러는데 이 때 내 마음 저릿했을 듯. 이거 뭐지.. 분명 회화 연습 때 질리도록 들었는데 저게 저렇게 아름다운 말이었나 하면서. 난 그 날 따라 갑자기 당황해서 아침인사도 안받아주고 그냥 눈알만 요리조리 굴리다 갈 길 갈 듯. 마침 오후에 중국어 회화 수업 있던 날이었는데 샤오쥔은 내가 인사 안 받아준게 섭섭했는지 옆에서 계속 물어보고.. 난 걍 못 들었다 했음. 갑자기 자오라는 단어가 너무 아름답게 들렸거든요.. 그러면 날 미친 사람처럼 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 그리고 원래 샤오쥔은 수업 끝나면 중국인 친구들이랑 같이 가는데 나도 한 친화력 해서 어느샌가부터는 거기 같이 껴서 갈 듯. 들어보니깐 친구들이 샤오쥔한테 다들 아쥔이라 부르길래 나도 아쥔이라 부름. 나보다 한 살 많지만 그냥 친구처럼 아쥔!! 이렇게. 시험기간에는 내가 아직 실력이 부족하니깐 샤오쥔한테 연락해서 엄청 괴롭히고 그랬음. 잘 모르겠다 싶은 거 물어보고. 이 쯤되면 내가 교환학생인가 싶을 때도 있었음 ㅋㅋ 덕분에 시험 잘보고 이제 시험 끝나니깐 할 게 없더라고. 주말에 기숙사 친구들이 다 집으로 가는 바람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서 저녁 먹기 전까지도 계속 자다가 어둑어둑 해졌는데 아까 너무 자서 또 잘 수도 없고 심심하던 찰나에 샤오쥔 생각이 나서 바로 연락함. 연락하니깐 금방 나오더라. 갑자기 불러내니깐 그냥 안경 끼고 나온 것 같았음. 오 근데 안경 낀 거 처음 본당. 하니깐 이상하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잘 어울린다고 수업 때도 끼고 와주면 안되냐고 함 ㅋㅋ 뭐 기숙사 근처 크게 돌면서 쓸데 없는 얘기 계속하다가 그게 ㅋㅋㅋㅋ 그래서 그렇게 됐대 ㅋㅋㅋㅋㅋ 아쥔 엄청 웃기지? 하고 샤오쥔 딱 보니깐 나를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길래 민망해져서 장난치려고 왜 아쥔?? 내가 너무 예뻐?? 이러니깐 아쥔이 살짝 웃다가 괜히 내 후드집업 모자 씌워주고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우리 사이에 미묘한 기류 흐를 듯. 그러고 다시 기숙사 왔는데 나 여자 건물까지 데려다 주고 잘 자라고 인사해줌. 그리고 그 날 밤에 샤오쥔 얼굴 계속 생각나겠지.. 안녕하쌉사리와요.. 샤오쥔 글 자급자족하려고 아무렇게나 써봤는데 글빨도 안 먹어주고 진짜 막 쓴 듯요.. 뒷 얘기도 다 생각해뒀는데 이건 머 혼자 쓰고 혼자 봐야 될 듯한 퀄.. (대충 왕자보고싶어 짤) 밑에 사진은 밤에 불러냈을 때 안경 쓰고 나온 아쥔.. 너무 좋아서 울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