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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 Youth











동혁이

우리 동혁이

언제 올 거야. 이 게으름뱅이.

몇 살인데 아직도 이래, 벌써 스물 하고도 몇 년인데.

와 우리 나이 되게 많다. 처음 만난 게 나 열일곱 너 열여덟이었는데 이렇게 됐네.

시간 진짜 빠르다. 근데 또 그렇게 빠른 건 아닌가.

너 처음 만났을 때 되게 무서웠던 거 알아? 거기 있던 사람들 중에서 네가 제일 무서웠어.

사람이 눈을 왜 그렇게 치켜 뜨냐?

나한텐 그렇게 안 뜨잖아. 동글동글 동혁아.



이제서야 말하는 거지만, 나 그 날 진짜 무서웠다.

네가 그 날 이야기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말 안 했는데, 나 진짜 궁금해.

그때 왜 나 데리고 뛰었어? 진짜 궁금해 죽겠어.

다른 언니들이 나가는 건 많이 봤지만 설마 나도 나갈까 싶었거든.

그래도 다들 나 막내라고, 예쁘다고 해줬잖아.

나한테는 안 그럴 것처럼 굴더니, 역시 사람은 믿을 게 못 되는 거지.

억지로 등 떠밀려 갔더니... 아 이 다음부터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아니, 생각도 안 나.

그 날은 문 열고 들어가기 전이랑 이동혁 손 잡고 뛰쳐 나온 것만 기억나.

나 초등학교 다닐 때 체육 대회하면 맨날 꼴등했거든? 근데 그 날은 나 우사인볼트. 이동혁 손 잡고.



동혁아. 우리 인생 되게 불쌍하잖아.

그래서 난 행복이라는 건 글자로 쓰고 읽을 줄만 알았지, 뭔지도 몰랐어.

근데 네 손 잡고 미친 듯이 달릴 때, 갑자기 그게 행복인가 싶더라.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나보다는 네가 더 똑똑하니까 네가 알려줘 봐. 그거 행복이었을까?

근데 나도 그렇게 멍청이는 아니라서.

그다음부터는 행복이었다는 거 알아.

너랑 집 같지도 않은 집에서 둘이 사는 거, 그거 행복이잖아.

우리 되게 열심히 살았는데, 그치.

나 온종일 남이 먹은 접시 찬 물로 벅벅 닦아대다가.

밤 열시 넘어서 가게 문 열고 나오면 제일 먼저 너 보였는데 말이야.

먹은 것도 없어서 빼빼 마른 몸에 맨날 똑같은 옷 입는데도 난 왜 너만 멋있었을까?

나 인기 되게 많은 거 너도 알지. 나 예쁘잖아.

네가 또 눈 그렇게 뜰까 봐 말 안 했는데,

 번쩍번쩍한 거 주렁주렁 달고 나한테 지 최신폰 내미는 사람 진짜 많았거든.

근데 나 걔네 하나도 안 멋있더라. 이 주먹만 한 심장이 왼편에서 안 뛰어.

걔네는 나한테 맨날 예쁘다고 해. 막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귀엽대.

넌 나한테 그런 말 한 적 한 번도 없잖아.

근데도 난 너만 좋아. 네가 예쁘다고 안 해줘도 그냥 네가 좋아.

세상 번지르르한 그 말보다 말 없이 날 한 번 더 담아 내는 네 눈이 좋아.

분명 네 입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네 눈이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 좋아.

너 되게 다정해.

그때 있잖아, 왜 우리 알바 다 잘리고 돈 한 푼도 없어서 밥도 못 먹던 때.

그 날 한파였는지 되게 추웠잖아. 우린 티비도 뭐도 없어서 한파인지도 모르니까.

그냥 되게 추웠던 날. 기억 나지.

해 뜨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제발 이 밤 잘 지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어.

난 무교인데, 믿는 거라곤 이동혁 밖에 없는데. 대체 누구한테 빌었던 걸까? 아마 너한테 빌었나보다.

내 기도가 너에게 닿아서. 네가 내 기도 들어줬나보다.

덮을 수 있는 건 다 끌어와서 나 덮어줬잖아. 심지어 네 몸으로도 나 덮어줬잖아.

같이 덮으래도 자긴 열 많아서 죽어도 안 덮는다고.

바보야, 너 그때 루돌프였거든? 아무 것도 없어서 거울도 없었던 걸 다행인 줄 알아.

그 날  세상은 어김 없이 차고, 네 가슴팍은 어김 없이 다정했고.

네 몸은 얼음장 같이 차가워도. 내 손 잡은 네 손은 항상 뜨거웠고.



동혁아.

세상이 변해서.

우리 밥그릇이. 쟁반만 하게 커지고.

우리 맨날 입는 옷이. 필요 없어져 버리고.

우리 몸 겹쳐 눕던 곳이. 푹신해지면.

그러면. 너도 내게 다시 올까.

우리 다시 손 잡을 수 있을까.

맞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네가 백 번도 더 말했는데.

그럼 내가. 내가 변하면.

네 투박한 손길이 닿던 머리. 싹둑 자르고.

네 생일 선물 사려고 모으던 돈으로. 입술 좀 빨갛게 칠하고.

네가 말랐다고 뭐라 하던 내 몸에. 살 좀 오르면.

그러면. 네가 올까?

나 오늘도 알바 끝나고 너 기다렸는데.

요즘 왜 나 데리러 안 와.

집은 왜 안 들어와.

왜 안 와.

나한테 왜. 왜 안 와.

내가 갈까.

동혁아. 너한테 내가 가줄까.

난 항상 기다리기만 해봐서.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한 번에 널 찾아갈 수 있을까.

이동혁. 넌 진짜 똑똑하긴 한가보다.

어떻게 그렇게 한 번에 갔어. 그렇게 가버렸어.



동혁아.

솔직히 나 지금 좀 무서운데. 되게 무섭긴 한데.

너한테 간다니까 괜찮아.

이거 봐. 너면 다 괜찮아진다니까.

이렇게 가다 보면. 아마 네가 있을 것 같아.

우리 만나면.

다시 만나게 되면.

다시 손 잡자.

우리 손 잡고. 손 잡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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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
3년 전
독자2
와......
3년 전
독자3
와 진짜 너무 대박... 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4
후 지금 이 감정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어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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