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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윤도운 엑소 이재욱
보낸이 전체글ll조회 2074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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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보낸이
























02

완벽한 이혼



























다녀왔습니다. 어깨 위에 아슬하게 걸쳐있던 가방이 힘없이 손목까지 흘러내렸다. 다녀왔다는 인사에도 대답 없이 앉아 고고하게 커피를 들이키는 양엄마를 본 도아가 표정을 구겼다. 오늘도 여전히 싹수 없는 아줌마네. 검은색에 반짝거리는 체인이 달려있는 명품 가방을 잡고 질질 끌어 방까지 걸어가던 도아가 세 번째 계단에 다다랐을 때쯤 들려오는 양엄마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춰 섰다.



“만나고 왔니?”



그녀가 도아에게 한 치의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물어왔다. 한 손에는 아버지가 양엄마에게 준 반지를 끼고, 귀와 목에는 온통 비싼 장신구를 찬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부잣집 사모님이라고 볼 만했다. 속물 같은 년. 도아는 그녀를 쳐다보며 고귀하신 양엄마의 머리카락을 모조리 쥐어뜯는 상상을 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만나고 왔어요. 그 한 마디를 끝으로 계단을 오르자 양엄마의 목소리가 도아의 발목을 다시금 붙잡았다.



“혹시나 착각하고 있을까 봐 말해주는 건데, 너 팔려가는 거야.”

“말이 좋아 결혼이지, 돈거래하고 결혼하면 그게 팔려가는 거 아니겠니.”



그녀가 책장을 넘기며 커피잔을 천천히 내려놨다. 그녀의 비수 같은 말은 도아를 향해 있었으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듯 책 속 글자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마치, 너 같은 건 사람답게 눈 보면서 대화할 가치도 없다는 듯 철저하게 도아를 아래로 깔보는 그녀의 행태에 도아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아, 엄마도 팔려온 거예요?”

도아는 ‘엄마’라는 단어에 그녀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강조해서 말했다. 이건 백 퍼센트 도아가 의도한 말이었다. 그녀의 양엄마는 도아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도아가 삐딱한 시선으로 넓은 거실 소파에 앉아 고귀하게 누릴 거 다 누리며 커피나 처마시는 양엄마를 쳐다봤다. 계단 위에 올라와있는 도아가 바라보는 시선은 그녀의 양엄마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시선이었다. 이 각도 괜찮네. 도아가 그렇게 생각하며 일부러 허리를 더 꼿꼿이 세웠다.



“…지금 네가 대담한 척할 때가 아니라는 거 잘 알 텐데.”

도아의 입에서 나온 ‘엄마’ 소리에 그녀의 시선이 마침내 도아에게로 향했다. 옅게 꿈틀거리는 양엄마의 눈썹이 거슬렸다. 도아가 입안에서 자신의 혀를 굴렸다.



“근데요?”



“너, 죽은 네 전 남자친구 때문이지?”



“…말 조심하세요.”



“멍청하긴.”



양엄마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몸을 돌려 앉았다. 그녀의 말 끝에 비웃음이 가득 섞인 바람이 새어 나왔다. 도아는 주먹이 덜덜 떨릴 정도로 손을 꽉 말아 쥐었다. 고급 진 백색의 대리석 계단 위 양엄마를 내려보는 도아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얕게 올라간 양엄마의 입꼬리가 마치 자신이 우위라는 듯 내보였다. 개 같은 년. 거지 같은 년. 도아의 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가 입안 여린 살을 씹으며 힘이 잔뜩 실린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도아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 위에 털썩 누워버렸다. 그녀의 한숨이 넓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도아가 한 쪽 팔을 눈 위에 올리고 숨을 골랐다. 그녀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네 명이 누워 자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넓은 침대도, 예쁘게 꾸며진 넓은 방도 전혀 아늑한 공간이 되지 못했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기분. 도아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그때를 떠올렸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행복하게 웃으며 지내던 그 시절을.



“…엄마 보고 싶다.”

자신도 모르게 읊조린 물기 서린 문장에 도아가 다시금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가 이불에 고개를 파묻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떠올리고 싶어. 도아는 그저, 온몸으로 발버둥 치고 있을 뿐이었다.




















































[김선호] 02.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이














































“아 씨 배고파….”

집에서 뭐라도 먹고 나올걸. 도아가 키보드를 타닥거리며 자신의 배를 분질렀다. 제겐 그리 달갑지 않은, 아니 제가 증오하는 그 사람을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는 게 정신건강에 훨씬 좋았다. 그놈의 집구석, 그놈의 집구석. 하며 계속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제 양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리게 된 도아가 고개를 젓고는 안경을 고쳐 썼다. 서류를 뒤적거리던 도아가 갑자기 울리는 전화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점심 먹었어? 안 먹었으면 집 앞으로 나와. 사줄게.




…김선호?
이 남자가 왜 내 전화번호를… 아, 그 망할 아줌마.
도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숨을 한 번 고른 도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지금 일하는 중이라서.”


-가출했어?


“가출이라니요. 저 스물아홉이에요.”


-곧 서른이네?


“아, 진짜!”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낸 탓인지, 아님 수화기 너머 큭큭 웃어대는 목소리의 주인 때문인지, 도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진짜 왜 이래. 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 그쪽이랑 밥 먹을 시간 없어요.”


-계약해 줄게.


“아 시간 없다니ㄲ…… 네?!”


-네 제안, 받아들인다고.



도아의 눈, 코, 입이 잔뜩 확장되었다.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작고 하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역시, 역시! 해낼 줄 알았어! 주먹을 꽉 쥐고 콩콩 뛰어다니며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예스, 예스를 외치던 도아가 목을 큼, 가다듬고는 대답했다.





“…어딘데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그녀가 하나로 질끈 묶여있던 머리를 풀어헤쳤다.




















*





















“그러니까…,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조건이 있다 이거죠…?”


응. 선호가 손으로 스테이크를 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조건이 뭔데요?”

보나 마나 돈이겠지 뭐. 도아가 입안으로 음식을 집어넣으며 묻자 선호가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집에 일찍 들어오기, 잠은 나랑 같이 자기, 밥 먹을 때 같이 먹기, 호칭은…”



[김선호] 02.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W.보낸이
























02

완벽한 이혼



























다녀왔습니다. 어깨 위에 아슬하게 걸쳐있던 가방이 힘없이 손목까지 흘러내렸다. 다녀왔다는 인사에도 대답 없이 앉아 고고하게 커피를 들이키는 양엄마를 본 도아가 표정을 구겼다. 오늘도 여전히 싹수 없는 아줌마네. 검은색에 반짝거리는 체인이 달려있는 명품 가방을 잡고 질질 끌어 방까지 걸어가던 도아가 세 번째 계단에 다다랐을 때쯤 들려오는 양엄마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춰 섰다.



“만나고 왔니?”



그녀가 도아에게 한 치의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물어왔다. 한 손에는 아버지가 양엄마에게 준 반지를 끼고, 귀와 목에는 온통 비싼 장신구를 찬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부잣집 사모님이라고 볼 만했다. 속물 같은 년. 도아는 그녀를 쳐다보며 고귀하신 양엄마의 머리카락을 모조리 쥐어뜯는 상상을 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만나고 왔어요. 그 한 마디를 끝으로 계단을 오르자 양엄마의 목소리가 도아의 발목을 다시금 붙잡았다.



“혹시나 착각하고 있을까 봐 말해주는 건데, 너 팔려가는 거야.”

“말이 좋아 결혼이지, 돈거래하고 결혼하면 그게 팔려가는 거 아니겠니.”



그녀가 책장을 넘기며 커피잔을 천천히 내려놨다. 그녀의 비수 같은 말은 도아를 향해 있었으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듯 책 속 글자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마치, 너 같은 건 사람답게 눈 보면서 대화할 가치도 없다는 듯 철저하게 도아를 아래로 깔보는 그녀의 행태에 도아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아, 엄마도 팔려온 거예요?”

도아는 ‘엄마’라는 단어에 그녀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강조해서 말했다. 이건 백 퍼센트 도아가 의도한 말이었다. 그녀의 양엄마는 도아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도아가 삐딱한 시선으로 넓은 거실 소파에 앉아 고귀하게 누릴 거 다 누리며 커피나 처마시는 양엄마를 쳐다봤다. 계단 위에 올라와있는 도아가 바라보는 시선은 그녀의 양엄마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시선이었다. 이 각도 괜찮네. 도아가 그렇게 생각하며 일부러 허리를 더 꼿꼿이 세웠다.



“…지금 네가 대담한 척할 때가 아니라는 거 잘 알 텐데.”

도아의 입에서 나온 ‘엄마’ 소리에 그녀의 시선이 마침내 도아에게로 향했다. 옅게 꿈틀거리는 양엄마의 눈썹이 거슬렸다. 도아가 입안에서 자신의 혀를 굴렸다.



“근데요?”



“너, 죽은 네 전 남자친구 때문이지?”



“…말 조심하세요.”



“멍청하긴.”



양엄마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몸을 돌려 앉았다. 그녀의 말 끝에 비웃음이 가득 섞인 바람이 새어 나왔다. 도아는 주먹이 덜덜 떨릴 정도로 손을 꽉 말아 쥐었다. 고급 진 백색의 대리석 계단 위 양엄마를 내려보는 도아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얕게 올라간 양엄마의 입꼬리가 마치 자신이 우위라는 듯 내보였다. 개 같은 년. 거지 같은 년. 도아의 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가 입안 여린 살을 씹으며 힘이 잔뜩 실린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도아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 위에 털썩 누워버렸다. 그녀의 한숨이 넓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도아가 한 쪽 팔을 눈 위에 올리고 숨을 골랐다. 그녀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네 명이 누워 자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넓은 침대도, 예쁘게 꾸며진 넓은 방도 전혀 아늑한 공간이 되지 못했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기분. 도아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그때를 떠올렸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행복하게 웃으며 지내던 그 시절을.



“…엄마 보고 싶다.”

자신도 모르게 읊조린 물기 서린 문장에 도아가 다시금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가 이불에 고개를 파묻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떠올리고 싶어. 도아는 그저, 온몸으로 발버둥 치고 있을 뿐이었다.




















































[김선호] 02.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이














































“아 씨 배고파….”

집에서 뭐라도 먹고 나올걸. 도아가 키보드를 타닥거리며 자신의 배를 분질렀다. 제겐 그리 달갑지 않은, 아니 제가 증오하는 그 사람을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는 게 정신건강에 훨씬 좋았다. 그놈의 집구석, 그놈의 집구석. 하며 계속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제 양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리게 된 도아가 고개를 젓고는 안경을 고쳐 썼다. 서류를 뒤적거리던 도아가 갑자기 울리는 전화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점심 먹었어? 안 먹었으면 집 앞으로 나와. 사줄게.




…김선호?
이 남자가 왜 내 전화번호를… 아, 그 망할 아줌마.
도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숨을 한 번 고른 도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지금 일하는 중이라서.”


-가출했어?


“가출이라니요. 저 스물아홉이에요.”


-곧 서른이네?


“아, 진짜!”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낸 탓인지, 아님 수화기 너머 큭큭 웃어대는 목소리의 주인 때문인지, 도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진짜 왜 이래. 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 그쪽이랑 밥 먹을 시간 없어요.”


-계약해 줄게.


“아 시간 없다니ㄲ…… 네?!”


-네 제안, 받아들인다고.



도아의 눈, 코, 입이 잔뜩 확장되었다.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작고 하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역시, 역시! 해낼 줄 알았어! 주먹을 꽉 쥐고 콩콩 뛰어다니며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예스, 예스를 외치던 도아가 목을 큼, 가다듬고는 대답했다.





“…어딘데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그녀가 하나로 질끈 묶여있던 머리를 풀어헤쳤다.




















*





















“그러니까…,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조건이 있다 이거죠…?”


응. 선호가 손으로 스테이크를 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조건이 뭔데요?”

보나 마나 돈이겠지 뭐. 도아가 입안으로 음식을 집어넣으며 묻자 선호가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집에 일찍 들어오기, 잠은 나랑 같이 자기, 밥 먹을 때 같이 먹기, 호칭은…”



[김선호] 02.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W.보낸이
























02

완벽한 이혼



























다녀왔습니다. 어깨 위에 아슬하게 걸쳐있던 가방이 힘없이 손목까지 흘러내렸다. 다녀왔다는 인사에도 대답 없이 앉아 고고하게 커피를 들이키는 양엄마를 본 도아가 표정을 구겼다. 오늘도 여전히 싹수 없는 아줌마네. 검은색에 반짝거리는 체인이 달려있는 명품 가방을 잡고 질질 끌어 방까지 걸어가던 도아가 세 번째 계단에 다다랐을 때쯤 들려오는 양엄마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춰 섰다.



“만나고 왔니?”



그녀가 도아에게 한 치의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물어왔다. 한 손에는 아버지가 양엄마에게 준 반지를 끼고, 귀와 목에는 온통 비싼 장신구를 찬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부잣집 사모님이라고 볼 만했다. 속물 같은 년. 도아는 그녀를 쳐다보며 고귀하신 양엄마의 머리카락을 모조리 쥐어뜯는 상상을 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만나고 왔어요. 그 한 마디를 끝으로 계단을 오르자 양엄마의 목소리가 도아의 발목을 다시금 붙잡았다.



“혹시나 착각하고 있을까 봐 말해주는 건데, 너 팔려가는 거야.”

“말이 좋아 결혼이지, 돈거래하고 결혼하면 그게 팔려가는 거 아니겠니.”



그녀가 책장을 넘기며 커피잔을 천천히 내려놨다. 그녀의 비수 같은 말은 도아를 향해 있었으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듯 책 속 글자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마치, 너 같은 건 사람답게 눈 보면서 대화할 가치도 없다는 듯 철저하게 도아를 아래로 깔보는 그녀의 행태에 도아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아, 엄마도 팔려온 거예요?”

도아는 ‘엄마’라는 단어에 그녀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강조해서 말했다. 이건 백 퍼센트 도아가 의도한 말이었다. 그녀의 양엄마는 도아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도아가 삐딱한 시선으로 넓은 거실 소파에 앉아 고귀하게 누릴 거 다 누리며 커피나 처마시는 양엄마를 쳐다봤다. 계단 위에 올라와있는 도아가 바라보는 시선은 그녀의 양엄마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시선이었다. 이 각도 괜찮네. 도아가 그렇게 생각하며 일부러 허리를 더 꼿꼿이 세웠다.



“…지금 네가 대담한 척할 때가 아니라는 거 잘 알 텐데.”

도아의 입에서 나온 ‘엄마’ 소리에 그녀의 시선이 마침내 도아에게로 향했다. 옅게 꿈틀거리는 양엄마의 눈썹이 거슬렸다. 도아가 입안에서 자신의 혀를 굴렸다.



“근데요?”



“너, 죽은 네 전 남자친구 때문이지?”



“…말 조심하세요.”



“멍청하긴.”



양엄마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몸을 돌려 앉았다. 그녀의 말 끝에 비웃음이 가득 섞인 바람이 새어 나왔다. 도아는 주먹이 덜덜 떨릴 정도로 손을 꽉 말아 쥐었다. 고급 진 백색의 대리석 계단 위 양엄마를 내려보는 도아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얕게 올라간 양엄마의 입꼬리가 마치 자신이 우위라는 듯 내보였다. 개 같은 년. 거지 같은 년. 도아의 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가 입안 여린 살을 씹으며 힘이 잔뜩 실린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도아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 위에 털썩 누워버렸다. 그녀의 한숨이 넓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도아가 한 쪽 팔을 눈 위에 올리고 숨을 골랐다. 그녀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네 명이 누워 자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넓은 침대도, 예쁘게 꾸며진 넓은 방도 전혀 아늑한 공간이 되지 못했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기분. 도아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그때를 떠올렸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행복하게 웃으며 지내던 그 시절을.



“…엄마 보고 싶다.”

자신도 모르게 읊조린 물기 서린 문장에 도아가 다시금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가 이불에 고개를 파묻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떠올리고 싶어. 도아는 그저, 온몸으로 발버둥 치고 있을 뿐이었다.




















































[김선호] 02.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이














































“아 씨 배고파….”

집에서 뭐라도 먹고 나올걸. 도아가 키보드를 타닥거리며 자신의 배를 분질렀다. 제겐 그리 달갑지 않은, 아니 제가 증오하는 그 사람을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는 게 정신건강에 훨씬 좋았다. 그놈의 집구석, 그놈의 집구석. 하며 계속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제 양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리게 된 도아가 고개를 젓고는 안경을 고쳐 썼다. 서류를 뒤적거리던 도아가 갑자기 울리는 전화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점심 먹었어? 안 먹었으면 집 앞으로 나와. 사줄게.




…김선호?
이 남자가 왜 내 전화번호를… 아, 그 망할 아줌마.
도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숨을 한 번 고른 도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지금 일하는 중이라서.”


-가출했어?


“가출이라니요. 저 스물아홉이에요.”


-곧 서른이네?


“아, 진짜!”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낸 탓인지, 아님 수화기 너머 큭큭 웃어대는 목소리의 주인 때문인지, 도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진짜 왜 이래. 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 그쪽이랑 밥 먹을 시간 없어요.”


-계약해 줄게.


“아 시간 없다니ㄲ…… 네?!”


-네 제안, 받아들인다고.



도아의 눈, 코, 입이 잔뜩 확장되었다.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작고 하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역시, 역시! 해낼 줄 알았어! 주먹을 꽉 쥐고 콩콩 뛰어다니며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예스, 예스를 외치던 도아가 목을 큼, 가다듬고는 대답했다.





“…어딘데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그녀가 하나로 질끈 묶여있던 머리를 풀어헤쳤다.




















*





















“그러니까…,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조건이 있다 이거죠…?”


응. 선호가 손으로 스테이크를 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조건이 뭔데요?”

보나 마나 돈이겠지 뭐. 도아가 입안으로 음식을 집어넣으며 묻자 선호가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집에 일찍 들어오기, 잠은 나랑 같이 자기, 밥 먹을 때 같이 먹기, 호칭은…”



[김선호] 02.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자기야,라고 하기.”



“나 갈래요.”

도아가 얼빠진 표정으로 수저를 탁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선호가 가방을 챙겨 나가려는 도아를 붙잡고는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니 아니, 아, 잠깐만잠깐만 내 얘기 좀 들어봐.”


“혹시 변태예요?”



도아의 말에 선호가 바람 빠진 웃음을 지었다. 변태라….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선호는 그렇게 장난을 치려다가 도아의 표정을 보고는 물에 젖은 강아지처럼 입을 꾸욱 다물었다.



“물론 우리 둘이 서로 화합해서 조건을 조율할 수 있어. 어쨌거나 1년 동안 부부잖아?”

도아가 하. 소리를 내며 의자에 다시 앉았다. 팔짱을 끼고 선호를 바라보던 도아가 고민하는 듯 우물거리던 입을 열었다.



“…일단, 같이 자는 건 절대 안 돼요. 당신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참나.”


“그리고, 밥 먹을 때 같이 먹는 건 그렇다 쳐요. 근데 내가 왜 집에 일찍 들어와야 하죠? 우리가 무슨 진짜 부부인가?”


“허.”


“그리고! 호칭도…. 자기야, 이건 너무하지 않아요? 어우, 속 울렁거려.”





“ㅁ, 뭐 지금 뭐라고…”



도아가 반박하는 말마다 허, 차암, 참나, 하며 추임새 넣듯 반응한 선호가 말이 끝나자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도아를 흘겨봤다. 선호는 그저 이 상황이 웃기면서도 진지하게 반응하는 도아가 귀엽게 보였다. 그의 입꼬리가 살며시 말려올라갔다.



“후…. 그러면 일단, 이 얘기는 추후에 다시 하는 걸로 하죠.”


“얼씨구?”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박차고 걸어가는 도아에 선호가 헛웃음을 지었다. 아주 대표님 다 됐네 그냥. 선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스토랑을 빠져나와 강아지처럼 도아 뒤만 졸졸 쫓아다니던 선호가 도아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 식 다음 달에 올리는 건 알지?”


선호가 도아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뭐야, 다음 달이라고? 적잖게 당황한 도아가 걸음을 멈춰 서고 눈을 깜빡였다. 도아의 행동에 당황한 건 선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정말로 모를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선호가 헛웃음을 흘렸다. 얘네 집안도 우리 집안 못지않게 콩가루네. 그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김선호] 02.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다음 주는 상견례야.”


선호의 말에 도아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저만 모르는 일이 남들은 다 알고 있었단 사실에 분개 한 것인지, 아니면 안면도 없던 이 남자가 제게 알려주는 상황들이 쪽팔린 것인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도아는 그 순간에 하필 그 말을 떠올렸다. 너, 팔려가는 거야. 맞네. 인정하기 싫었던 그 말을 결국 이렇게 인정하게 되네. 도아는 이상하게 무언가 북받쳐오는 감정을 느꼈다. 그녀의 감정조차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거지 같아 진짜…”


도아는 울음을 참느라 잔뜩 빨개진 눈과 코를 한 채로 선호를 올려다봤다. 그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도아는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선호는 도아를 끌어안았다. 그는 도아가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귀 자락에 작게 속삭였다.


“뭐 하러 참아, 그냥 울면 되는데.”




짜증 나, 짜증 나. 김선호도, 거지 같은 집구석도 다 짜증 나. 도아는 속으로 그렇게 욕하면서도, 선호의 가슴팍에 기대 엉엉 우는 일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도아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다정했다.




































































[김선호] 02.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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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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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기다렸어요 ㅠㅠㅠㅠ 너무 재밌어요 도아 안쓰럽구 ㅠㅅㅠ
3년 전
독자3
22222도아가안쓰러워요
3년 전
독자2
재미있어요!!!!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3년 전
독자4
대박이에요 진짜 .....
3년 전
비회원181.37
도아가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ㅠㅠㅠ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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