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가끔 터무니없는 이유로 나에게 행위를 요구했다.
도저히 그럴싸한 이유가 생각나질 않은건지, 아니면 생각하기도 귀찮아진건지,
어떤 때에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오고만 창의적인 이유가 행위의 시작이 되기도했다.
비식비식 비웃음이 참지못하면 그는 곧 제가 뱉은 말이 얼마나 어이없는지를 깨닫곤 귀끝을 붉히며 욕을 씹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씨발-, 뭔 좆같은 년이....아 정대현, 힘 풀어"
한바탕 치르고 온 여자와의 행위가 개거지같았다는 이유가, 행위의 시작이 되기도 했다.
그럴땐 정말 무자비하게 제 것을 박아대면서, 그는 연신 씨발,씨발-, 욕을 뱉었다.
다음날 허리와 부위가 아려 하루를 침대에서 끙끙거려야 될 정도로, 그는 제 욕구에 치우쳐 이성을 잃곤했다.
그리고 그날 아침은 옆자리의 싸늘한 냉기에 그와 나의 관계를 뼈져리게 느끼며 추접스럽게 눈물이나 떨구곤 했고,
제 잘못을 아는지 또 살랑살랑 봄바람을 이고 오는 그에게 억지로 일으켜 세워둔 벽을 허물어버리곤 했다.
그렇게나
멍청한 놈이곤 했다.
"...그만하자고? 갑자기, 왜"
어제 그가 살랑이며 몰고온 봄바람이 차갑게 식어선 날카롭게 내 목덜미를 핧고 지나갔다.
나는 목을 움츠리며 시선을 피했다.
나는 서서히 내 마음을 깨달아버렸고, 내 마음에 물들어버렸다.
이젠 그에게 보이는, 그에게 행하는 나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의식됨이 물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대답을 요구하며 나에게 고정된 눈동자에 몸이 들뜨면서도, 그것이 티날까봐 더더욱 몸을 움츠렸고, 그리고 그 꼴이 참 우스워서,
그래서 나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내 웃음에 더욱 얼굴을 굳힌 그를 보며, 나는 숨을 들이마쉬었다.
찬공기가 가득 들어왔다.
이 들뜬 마음따라 덥혀져버리기기전에, 나는 이 찬공기를 내보내야했다.
전혀 그에게 따뜻하지않은척, 찬공기를 뱉어내야했다.
그렇지않으면, 나도 모르게 뜨뜻해진 이 마음을 내보이고 말면,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나를 잡아먹을것이다.
희롱하고 희롱하며, 저없인 단 일분일초도 살 수 없게끔,
그가, 이제까지 만난 여자들에게 그래왔듯이-,
"....원나잇이 파토나는 이유야, 뻔하지 않아?"
나는, 빌어먹게도 튀어나올듯이 급박하게 뛰는 심장을 숨겨야했다.
양 손으로 그것을 꽉 틀어막고, 그것의 숨을 죽여야했다.
그의 발치에서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여자들과 똑같은 꼴이 되지않기위해,
나는 내 마음을 죽여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