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하게 젖은 발바닥.
끈적하게 눌어붙은 그 액체들에 나는 지문을 남기고 있었다.
영원히 풀지 못하는 미제들과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이들을
우리는 어찌 해야 할까.
가끔은 강물에 던져버렸고
어느날은 땅 속에 묻어버렸다.
어디가 되었 건 춥고 외로운 건 매한가지였다.
싱크대에서 물이 넘처흘렸다.
나는 아직 닦지 못한 것들을 옆에 밀어놓았고
쓸모없다 생각되는 것들은 검은 포댓자루에 담아
차가운 냉동실에 밀어넣었다.
그가 새근거리며 잠을 자고 있었기에
그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기도를 올렸다.
좋은 꿈을 꾸게 해달라는 기도도 아니었고
악몽을 꾸지 않게 해달라는 애원도 아니었다.
그저 꿈 없는 잠을 자기를 바랐다.
꽃이 피고 지고.
달이 뜨고 지고.
아마 나도 언젠간 지겠지.
심장이 아주 짙은 붉은색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아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뜨거우며 얼마나 단단한지...
이렇게 단단한 중심부가
말 한 마디와 눈빛 하나에
그렇게 산산히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잔인한 일이었다.
칼로 베이는 일보다도 훨씬 잔인한 일이었다.
밖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의 눈을 가려주었다.
손이 너무 예쁜 사람이어서 차마 건드릴 수가 없었다.
신실한 장의사가 된 기분으로 천을 덮고는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예쁜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화학용품의 냄새는 자극적이어서
나는 목끝까지 차오르는 탄식을 억지로 밀어넣었다.
붉은 심장과 유리병.
그와 나의 관계와 우리의 놀이.
무엇을 정의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냥 미친거라고 말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결국 우리는 미친거라고...
서로에게 미친 걸 수도 있었고
같은 것에 미친 걸 수도 있었고
아니면 그냥 미친 걸 수도 있었다.
나는 찬장에 예쁘게 닦아낸 유리병을 넣었고
그녀의 시간은 심장의 날짜와 함께 멎어버렸다.
그 날을 기리는 것은 오직 나의 몫이었다.
어느새 일어난 그는 내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나는 차가움과 뜨거움을 넘나드는 그를
언제나 그렇듯 무던한 눈으로 바라봤다.
잘잤어?
하고 내가 물었다.
응.
꿈은 안 꿨지?
꿨어.
그의 대답은 간단했고
나는 아닌 척 물을 마시면서도
그의 말대로 내 기도가 전혀 닿지 않는 것만 같아
눈가를 비비며 한숨을 삼켰다.
무슨 꿈을 꿨는데....?
걱정어린 나의 질문과는 상반되게도
그는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눈을 깜빡였고
그 누구 것보다 묘한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꿈.
그가 말했다.
네가 나오는 꿈.
꿈을 현실로.....?
Bonnie & Clyde
Make Your DREAM come True
지겹게도 눈부신 태양
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