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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단편/조각 팬픽 만화 고르기
기타 변우석 이동욱 빅뱅 세븐틴
모가파 전체글ll조회 1359l

 

 

 

 


 

 

 

 

 

 

 

 

 

 

 

 

 

 

 

 

 

 

 

 

 

 

 

 

 

 

 

 

 

 

 

 

 

 

 이사를 가게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본가도 학교와는 그닥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그 역으로 대여섯개 정도 되는 거리도 싫어서 학교 주위에 있는 다른 방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안이하게 편안함을 찾게 된다. 벌써 늙어 버린건가. 괜히 실없이 웃고 있는데 이삿짐을 싸는 것을 도와주겠다며 와서는, 줄곧 놀기만 하고 있던 수정이가 다가와 내가 짐을 정리하여 넣고 있던 상자 안을 기웃거린다. 혼자 노는 것이 이제 싫증이 났나보다, 어린아이같은 호기심에 눈을 반질반질하게 빛내는 수정이가 귀엽다.

 

 

 

 

 

 

 

 

 

 

 

 

 

 

 

 

 

 

 

"안 도와줄꺼야? 계속 놀기만 하고."

 

 

 

 

 

 

 

 

 내 말에 수정이가 입술을 비죽이며 '안 놀았다, 뭐-' 라고 작게 웅얼 거린다. 같은 나이이지만, 이런 사소로운 행동에서 알 수 있듯이 수정이는 어리다. 사귀게 된지는 이제 일 년이 가까워 온다. 귀엽고, 어린 사람이다. 가끔 연인이라기 보다는 어린 동생같다. 도저히 같은 25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때가 종종있다.

 

 

 

 

 

 

 

 

 

 

 

 

 

 

 

 

"근데 수정아, 너 오후에 강의 있다고 안했어?"

 

 

 

 

 

 말이 끝나자마자 경악한 표정으로 놀라더니, 급하게 가방을 챙긴다. 역시 어리다. 쿡쿡 웃으며 보고 있으려니 수정이 울상인 얼굴로 나를 한번 흘겨보고는 '갈게-' 하고 작게 손을 흔든다. 나도 작게 손을 흔들어 준다.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확인한 후, 나는 정리하고 있던 짐을 마저 정리하려 책장에서 꺼내어 잔뜩 쌓아놓은 책들로 손을 다시 뻗었다.

 

 

 

 

 

 

 

 

 

 

 

 

 

 

 

 

 

 

"고등학교 교과서가 아직도 있네?"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차르륵 그 교과서를 넘겨 보는데 무언가 툭 하고 떨어진다. 정리하던 상자 앞에 떨어져 있는 그것을 주우려 몸을 굽히다가, 아예 주저 앉아 그것을 주워들었다.

 

 

 

 

 

 

 

 

 

"아…."

 

 

 

 

 그것은 사진이었다. 서로의 어깨의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 어렸던 날의 나와, 세상에서 최고로 그리운 사람.

 

 

 

 

 

 

 

 

 

 

 

 

 

 

 

 

"우이판…."

 

 

 

 

 

 

 

 

 갑자기 한꺼번에 몰려오는 그리운 기억들 때문에 나는 눈을 감았다. 하얗게 튀어오르던 햇빛, 바람에 흔들리던 교복 깃, 언제나 다정했던 그의 어깨, 눈부신 기억들, 웃음소리, 사랑스러운 목소리, 마주잡은 손, 푸른 새벽.

 

 

 

 

 

 

 

 

 

 

 

 

 

 

 

 

 

 

이것은, 그와 나의 최초의 사랑이야기.

 

 

 

 

 

 

 

 

 

 

 

 

 

 

 

 

 

 

 

 

 

 

 

 

 

 

 

 

 

 

 

 

- 

 

 

 

 

 

 

 

 

 

 

 

 

 

 

"크리스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진학한 후, 새학기가 되자마자 캐나다에서 교환학생으로 왔던 우이판이 교탁 옆에 서서 처음으로 했던 인사이자 자기소개였다. 교환학생이기 때문일까, 그의 존재는 이질적이고 튀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그의 큰 키와 뚜렷한 이목구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겨가지고 유창하게 하는 한국말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무뚝뚝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고집스럽게 꾹 다물어져 있는 입도, 언제까지나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눈빛도. 보기드문 결 좋은 밝은 색의 머리카락이 목을 살짝 덮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참 잘생겼네, 라고 생각했다.

 

 

 

 

 

 

 

 

 

 

 

 

 

 

 당시의 반장이었던 내 옆에 앉게 되었는데, 우이판은 날 전혀 신경쓰지 않았었다. 책상에 엎드려 자기만 했었는데 나는 그런 우이판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기만 하였다. 말을 걸기에는, 그 어린 날의 나에게 우이판은 너무 커다랗고 무서워보였다. 우이판은 우리 나이의 걸맞지 않은 날카로움이 있었다. 꼭 베어버리기라도 할 것 같은. 우이판이 전학 온 첫날부터 반 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에 여러 소문이 나돌았다. 하나의 말로 정리하면, 우이판은 그 나라의 전 학교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사고를 쳐 어떻게 수습을 하지 못해 반강제로 전학을 오게 됐다는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지 그의 인상은, 무엇보다 무표정일때의 인상은 정말로,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매서운 느낌이 풍겨왔기 때문이다.

 

 

 

 

 

 

 

 

 

 

 

 

 

 

 

 

 

 

 나도 학교에 나도는 그런 소문을 믿는 평범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우이판에게 특별한 관심을 표하지 않았다. 난 겁쟁이였고, 평범했다. 무난한 생활이 좋다고 스스로 항상 생각해왔었다. 그런 생각이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깨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그 날도 별 다를 것이 없는 날이었다. 나는 우이판에게 여전히 말 한마디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영어 수업이 끝난 후 쉬는 시간이 왔지만, 지루했던 수업의 파장이 너무 컸는지라, 반 아이들 거의 모두가 책상에 엎드려버렸다. 나도 거의 쓰러지듯 책상 위에 엎드렸다. 무심코 옆으로 고개를 향하게 하고 누웠는데, 우이판과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

 

 

 

 

 

 

 

 

 

 

 

 

 

 으아…. 어떤 표정을 지어야 되는 걸까. 당황스러웠던 내가 아무 소리도 못하고 눈만 껌뻑이고 있자, 우이판의 눈은 금새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가득 찼다.

 

 

 

 

 

 

 

 

 

 

 

"뭘 봐."

 

 

 

 

 

 

우이판이 말했다. 으악, 이걸 정말 어쩐다. 눈을 그냥 꽉 감아버릴 껄.

 

 

 

 

 

 

 

 

 

 

 

 

 

 

"보…보려던게 아니고…."

 

 

 

 

 

 

 내가 더듬거리며 말하고 있으려니, 우이판은 그저 날 뚫어지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의 관한 소문들이 소문인지라, 나는 누운 그 자세로 굳어서 어버버 거릴 수 밖에 없었다. 몸이 뻣뻣해지는 느낌이었다. 쪽팔려라. 눈을 꽉 감았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엄마야, 나 이제 맞는거 아니야?

 

 

 

 

 

 

 

 

 

 

 

 

 

 

 

 

 

 

 

 

"귀엽네."

 

 

 

 

 

 

 

 

 뭐? 눈을 뜨니, 우이판은 여전히 책상에 엎드린 채 끅끅 대며 웃고 있었다. 나중에 듣게 된 것인데, 우이판은 전에 학교에서도 전혀 조용한 학생은 아니었으나, 강제전학을 당할 만큼 큰 사고는 쳐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오히려 우이판은 공부를 잘했다. 1학기 중간고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랄만큼. 그저 한국어를 잘해서, 운이 좋아서, 게다가 아버지의 일이 잠시 이쪽으로 발령나게 되어 아버지를 따라 잠시 머무를겸, 한국 문화도 체험해 볼 겸 교환학생을 오게 된 것 뿐이라고 했다. 내가 말해 준 학교 내에서의 소문에 대해 어이없다며 허- 하고 웃을 뿐이었다. 우이판은, 자신이 꼭 왕따라도 당하는 것 같은 기분에 기분이 나빠서 줄곧 인상을 쓰고 다닌 것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이판은, 웃는 얼굴이 정말로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 우이판의 입장에서 보면 터무니없던 오해(?)가 풀린 후에도 우이판의 남다른 인상때문이었는지 다른 친한 친구들이 우이판의 곁에 생긴 것은 아니지만, 실상을 알고 난 후 실컷 웃어버린 나는 우이판과 둘도 없는 사이가 되버렸다. 우이판이 있는 곳에는 내가 있었고, 내가 있는 곳에는 우이판이 있었다. 2학년 2학기에 들어선 후로는, 우이판과 나는 정말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가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그런 사이.

 

 

 

 

 

 

 

 

 

 

"크리스, 담배 맛있어?"

 

 

 

 

 

 

 그래, 그때까지는 내가 아직 우이판을 크리스라고 부를 때였다. 학교 옥상에서 담배를 피던 우이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가 말하자, 우이판은 씨익 웃었다. 아, 웃을 때는 정말 멋있다니까. 같은 남자이고 친구인데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안되는데.

 

 

 

 

 

 

 

 

 

"웃지마."

 

 

 

 

괜히 심통난 내가 말하자, 우이판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 너도 펴볼래?"

 

 

 

 

 

 

 

 

 담배 때문이 아닌데. 바보. 게다가 나는 담배 냄새도 싫어해.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자, 우이판이 고개를 갸웃 한다. 왜 이 맛있는게 싫을까, 라는 표정이라서 나는 어이가 없어졌다. 바보. 바보.  그까짓 담배보다는 나는 네가 더 좋은데.

 

 

 

 

 

 

 

 

 

 

 

 

 

"너는 우이판이라고 불러."

 

 

 

 

 

 

 왜? 반문하는 나에게 우이판은 꽁초를 휙 날려버린 후,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그렇게 부르는게 더 좋아. 그래그래, 이 웃음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 웃음. 괜히 나는 우이판의 웃음을 따라하며 난간을 붙잡고 고개를 들었다. 작렬하는 햇빛이 감은 눈꺼풀에도 닿는다. 간질간질, 올라간 입꼬리에도 꾹 감고 있는 눈가에도 빛이 닿는다.

 

 

 

 

 

 

 

 

 

 

"이 학교에서 너만 날 그렇게 부르면 특별해지잖아. 너는 특별해."

 

 

 

 

 

 

 

 

 

 우이판 우이판, 중얼중얼 그 이름을 입으로 오물거렸다. 너도 나에게 특별해, 나는 네가 특별해.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도 흠칫하고 우이판은 굳었다. 간질간질한 그 느낌때문인지 그 말의 말투가, 예사롭지 않게 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한거지. 속으로 생각한 말을 그냥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어색한 침묵이 두려워서, 나는 앉아서 끌어안고 있던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미쳤어, 김종대. 스스로 미쳤다고 자책을 하다가 장난이었다고 말하자- 라고 다짐하고서는 고개를 들었더니 우이판의 얼굴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놀라서 숨을 크게 훕- 하고 들이마시는데, 우이판이 웃었다.

 

 

 

 

 

 

 

 

 

 

 

어라? 웃어?

 

 

 

 

 

 

 

 

 

 

 

 

 

 

"이렇게 귀여워서, 어떻게 하지."

 

 

 

 

 

 마치 혼잣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중얼 거리던 우이판이 그대로 작게 키스해왔다. 그 생소한 입술의 느낌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쪽- 낯간지러운 소리가 난 후 떨어진 우이판이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날 보며 웃었다. 너의 웃는 얼굴이 좋아. 기분이 좋아져 함께 웃었다. 그런 나를 보고 또 웃던 우이판이 천천히 다시 다가왔다. 이번에는 나도 눈을 감고 우이판의 교복 자락을 움켜 잡았다. 외국 애들은 원래 이렇게 저돌적인가? 혼자 생각하다 쿡쿡 웃기도 했다. 기분 좋은 떨림이었다.

 

 

 

 

 

 

 

 

 

 

 

 

 

 

 

 

 

 

 

 

 

 서로 너를 좋아한다던지, 사랑한다던지의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연인관계도 아닌 친구관계도 아닌 어정쩡한 날들이 시작 되었다. 하지만 나는 우이판을 사랑했고, 그도 나를 사랑했다. 마주잡은 손을 통해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던, 마법같던 나날들.

 

 

 

 

 

 

 

 

 

 

 

 

 

 

 

 

 

 

 

 

 

 

 

 

 

 

 

 

 

 

 

 

 

 

 

 

 

 

 

 

 

 

 

 

 

 

 

 

 

 

 

 

 언제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해가 점점 져가고 있어서 온통 붉은 빛이었던 그 텅 빈 교실에서 나와 우이판만 덩그러니 남아있었을 때가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이 그리운 빛들. 그 붉은 빛을 온 몸으로 받으며, 나는 창가에 걸터 앉아 반 아이들이 축구를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고, 그 옆 책상에 앉아 우이판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전반전이 끝난 것을 보고 흥미가 없어진 내가 우이판을 돌아보자, 우이판은 날 바라보며 골똘히 어떠한 생각에 잠겨있었다.

 

 

 

 

 

 

 

 

 

 

 

 

"무슨 생각해?"

 

 

 

 

 

 

 

 창틀에서 폴짝 뛰어내려서 우이판의 앞자리에 있는 의자를 돌려 우이판을 마주보며 앉아서 물어보자, 우이판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응?' 하고 되물으며 우이판의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여져 있던 펜 하나를 들어 책상을 일정한 간격으로 리듬을 타며 톡톡 두드렸다.

 

 

 

 

 

 

 

 

 

 

"시간."

 

 

 

 

 

 

 짧게 대답하는 우이판을 보다가, 의아한 생각이 들어 다른 질문을 하였다.

 

 

 

 

 

 

"누구의?"

 

 

 

 

 

 

 

 

 

 

 내 질문에 우이판은 왠지 모르게 툭 치면 울어버릴 것 같은, 그런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버릴 것 같은, 그런 표정. 마음이 아파서 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우리. 너하고 나의."

 

 

 

 

 

 

 

 

 

 우이판의 말에 나는 톡톡 책상을 치던 펜을 내려놓았다. 왜였을까, 그때의 나와 우이판은 충분히 행복했고 서로가 서로의 옆에 있음에 감사하고 있었던 때였는데, 그 순간 나는 꼭 우이판이 나만 두고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것 같다는, 그런 이상하고 무섭고 외로운 생각을 하였다.

 

 

 

 

 

 

 

 

 

 

 

"왜 그런 생각을 해.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너와 나의 시간은 계속 함께일꺼야."

 

 

 

 

 

 

 

 손이 약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드르륵, 의자가 끌리는 싫은 소리를 내며 우이판이 일어나서 내 양 볼을 잡고 볼에 살짝 입맞춤했다. '왜 울어.' 우이판이 말했지만, 난 울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기분에, 난 우이판의 손을 잡았다. 우이판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것을 느끼고 나서, 난 내 마음속으로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우이판을 올려다보며 묻는 나의 말에 우이판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속부터 무언가 꽉 차오르는 느낌에 나는 계속해서 우이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이판도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그 기분에, 나는 문득 소리내어 울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때 였던가, 고등학교 3학년의 거의 마지막 길목에 서서, 어느 순간 나는 한계를 깨달았다. 우이판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어정쩡하고 불안한 사이였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서로가 너무나도 좋았다. 나는 우이판의 모든 것을 좋아하고 있었다. 다정한 어깨도, 따뜻한 손도, 웃을때 근사할 정도로 멋있는 그의 얼굴도.

 

 

 

 

 

 

 

 

 

 

 

 

 

 

 가을의 끝, 낙엽이 어지럽게 바닥을 향해 떨어지던 그 계절에 우이판과 여느때같이 손을 마주잡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던 때가 있었다. 3학년이 되어서 반이 갈라지고 말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가 공존하는 시간 속에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잠깐 앉았다 가자."

 

 

 

 

 

 

 엄청나게 커다란 은행나무 밑, 나무로 된 벤치가 있었다. 우이판은 그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에게 말했다. 나도 기분좋게 웃으며 알았다고 하였다. 이런 우이판의 성격이 너무나도 좋았다. 앉았다 갈래? 가 아닌 앉았다 가자. 다. 언제나 확신 넘치는 좋은 성격. 우이판을 반짝반짝하게 하는, 그의 매력이다.

 

 

 

 

 

 

 

 

 

 

 

 

"점점 추워지네. 그래도 햇빛은 참 따뜻하다, 그치?"

 

 

 

 

 

 

 

 

 벤치에 앉은 우이판은, 가을날의 햇빛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한 그 햇빛을 마치 온몸으로 끌어 안으려는 것처럼 팔을 양쪽으로 벌리고는 나를 향해 말했다. 햇빛만큼 우이판도 강렬하게 빛났다. 우이판의 옆에 앉은 나는 그런 우이판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빛나는 사람. 지금도 그렇고, 나중에도 당신은 계속해서 빛나겠지.

 

 

 

 

 

 

 

 

 

 

 

 

 

 

 

 

 

 

"좋겠다. 너의 미래의 아내는. 질투나네."

 

 

 

 

 

 

 

 

 내 말에 우이판은 날 쳐다보고는, 약간 화난 듯한 그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가, 곧 슬픈 표정으로 바뀌었다. 우이판도, 나도 알고 있었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영원할 수는 없을꺼야. 그래서 슬퍼.

 

 

 

 

 

 

 

 

 

 

 

 

 

"그래도, 나는 너를 죽을때까지 잊지 않을꺼야."

 

 

 

 

 

 

 

 

 우이판의 말이 더 슬퍼서, 나는 우이판을 향해 웃어줄 수 없었다. 엉엉,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우이판은 그런 나를 잠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내 손을 잡고 일어났다. '집에 가자.' 라고 말하였다. 그 손을 잡고 집에 걸어가는 내내, 나는 뒤에서 우이판의 손을 붙잡고 계속해서 울었다.

 

 

 

 

 

 

 

 

 

 

 

 

 

 

 

 

 

 

 

 

 

 

 

 

 

 

 

 

 

 

 

 

 

 

 

 

 

 

 

 

 

 

 

 

 

 

 

 

 

 

 

 

 

 수능을 보고, 대학에 붙었다. 처음부터 같은 대학을 가자고 약속한 적은 없었다. 암묵적으로,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서로에게는 대학에 관한 상의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도는 말처럼, 그는 그의 나라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말로 뱉지 않았다. 말이란 것은 입으로 나오게되면 실제되기 때문에, 그것이 두려웠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대학같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그와 나의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졸업식을 하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때도 우리는 대학 이야기나 졸업 이야기는 한마디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시간이 아쉬워서. 마주잡은 손이 슬퍼서.

 

 

 

 

 

 

 

 

 

 

 

 

 

 

 

 

 

 

 

"잠깐 들어가도 될까?"

 

 

 

 

 

 

 

 집 앞에 다와서 우이판이 말했다. 나는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2년의 시간동안 우이판은 우리 집에 한번도 들어와 본 적이 없었다. 아직 이렇게나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게, 경험해보지 못한게 너무나도 많은데….

 

 

 

 

 

 

 

 

 

 

 

 

 

 

 

 

 

 

 

"평범한 방이네."

 

 

 

 

 

 

 

 

 

 목이 마르다는 우이판에게 유리잔에 포도쥬스를 따라서 갔다 주니, 우이판은 내 방 책상 앞에 서서 뒤적이던 교과서를 다시 책꽂이에 꽂아 넣으며 말했다.

 

 

 

 

 

 

 

 

 

 

 

 

"당연히 평범하지. 왠 교과서를 보고 있어?"

 

 

 

 

 

 

 

 

 내 말에 우이판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절대 버리면 안돼.' 우이판에게 유리잔을 넘겨주며 나는 피식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힘 없이 웃었다. 그래, 알았어. 버리지 않을게.

 

 

 

 

 

 

 

 

 

 

 

 

 

 

 

 

 

 우이판은 책상 앞에 서서 포도쥬스를 무슨 꼭 와인이라도 마시는 것 처럼 홀짝홀짝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나는 내 침대 위에 앉아서 그런 우이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우이판이 쥬스를 와인처럼 마시는 것이, 왠지 우이판에게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웃어버렸다. 우이판은 무엇을 해도, 품위있고 멋있어 보인다. 앞으로도 그럴테지.

 

 

 

 

 

 

 

 

 

 

 

 

 

 

 

 

"우이판."

 

 

 

 

 

 

 

 

 

 조용히 이름을 부르자, 우이판이 뒤돌아서서 날 바라보았다. 탁- 유리잔을 놓는 소리가, 이상하게 마음 속에서 아프게 울려왔다. 

 

 

 

 

 

 

 

 

 

 

 

 

 

"우리, 잊지말자. 꼭."

 

 

 

 

 

 

 내 말에 우이판이 나에게 슬프게 웃어주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앞으로도 잊지 못할, 앞으로도 항상 생각하며 그리워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 모습으로. 

 

 

 

 

 

 

 

 

 

 

 

 

 

 

"키스해줘."

 

 

 

 

 

 

 

 우이판은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나에게 키스해주었다.

 

 

 

 

 

 

 

 

 

 

 

 

 

 욕심이었겠지만, 너와 계속해서 함께이고 싶었어.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나는 너무 슬퍼. 멋진 남자가 되는 너의 모습도 보고 싶었고, 중년의 남자가 되어 멋진 아버지가 되는 모습도 보고 싶었어. 아마 우이판 너의 아이라면 정말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울꺼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너와 함께 평생, 가장 가까운 곳에서 너를 항상 보고 싶었어. 너와 계속해서 손을 잡고, 너와 계속해서 키스하고 싶었어. 너의 근사한 웃는 얼굴도 평생. 계속해서.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래서 슬퍼. 그래서 우는거야.

 

 

 

 

 

 

 

 

 

'사랑해.'

 

 

 

 

 

 

 

 끝끝내 서로에게 하지 못한, 뜨거운 눈물과 함께, 다정한 너의 키스와 함께 삼켜버린 말.

 


 

 

 

 

 

 

 

 

 

 

 

 

 

 

 

 

 

 

 

 

 

 

 

 

 

 

 

 

 

 

 

 

 

 

 

 

 

 

 

 

 

 

 

 

 

 

 

 

 

 

 

 

 

 

 

 

 

 

 

 

 

 

 

 

 

 

 

 

 

 

 

 

 

 

 

 

 

 

 

 

 

 

 

 

 

 

 

 

 

 

 그 후에는 우이판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심지어 어떤 대학에 갔는지도 모른다. 그의 나라로 돌아갔는지, 언제, 어떻게 갔는지 조차도. 사진이 점점 흐려진다 싶었더니, 사진 위로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사랑해."

 

 

 

 

 

 

 

 

 

 

 

 

 끝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입밖으로, 힘들게 꺼내어 봤다. 혼자 있는 방 안으로 목소리가 웅웅 울리는 기분이다. 마음 속에도, 사랑한다는 말이 웅웅 울린다. 아프다.  다시 사진을 교과서 사이에 꽂으려 하다가 무심코 사진을 뒤집어봤다. 나는, 순간, 나이를 스물다섯이나 먹어버렸지만, 엉엉 소리내어 울어버렸다. 마음이 아팠다. 너무나도 아팠다. 사진 뒤에는 익숙한 필체의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사랑해.'

 

 

 

 

 

 

 

 

 그 글씨를 몇번이고 손가락으로 쓸며, 나는 마음 속에 이때까지 품어 왔던 그의 그리움을 토해내는 것 처럼 계속해서 울었다. 우이판의 모든 것이 그리웠다.

 

 

 

 

 

 

 

 

 

 

사랑해.

 

 

끝까지 하지 못했던 말. 이 세상 언젠가 당신을 만나게 된다면, 꼭 하고 싶은 말.

 

 

 

 

 

 

 

 

 

 

 

 

 

 

 

 

 

 

 

 

 

 

 

 

 

 

 

 

 

 

 

 

 

 

 

 

 

 

 

 

 

 

 

 

 

 

 

 

 

 

 

 

 

 

 

 

 

-

 

 

조금 간만에 쓰는 것 같네요

그래서 여하튼 둘은 만나게 됐을까요^_ㅠ?

나도 그게 궁금해서 외전을 쓰고 싶은데 이대로 아련하게 끝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귀찮은건 아니에요 정말이야 뜨루

 

 

 

 

제목은 거의 쓸 때 들었던 노래 제목으로 하는 편이에용

브금이랑 다를 수도 있고...결론은 내맘대로☆

 

 

 

그나저나 미리보기가 계쏙 이상하게 뜨던데 이유를 모르겠네욬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조절을 해야되는지도 모르겠고.......그냥 어떻게든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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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니 왜 저까지 울리시냐고요....울 것 같다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왜그래ㅠㅠㅠㅠㅠㅠㅠ다시만나ㅠㅠㅠㅠㅠㅠㅠ외전없나요...?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아 ㅠㅠㅠㅠㅠㅠ 이글 너무 아련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노래랑도 뭔가 분위기가....ㅠㅠㅠㅠㅠㅠ 다시만나길 바라지만 뭔가 못만낫을거 같기두 하고... 흐헣
10년 전
독자3
외전잇으면 좋겟지만일케아련터지는것도좋아요ㅠㅠ
10년 전
독자4
아아아ㅜㅜ 넘 슬프지만 예쁜 이야기네요
10년 전
독자5
어어어엉 ㅜㅜㅜㅜㅜ 열지 말고 닫아줘요 엔딩 ㅜㅜㅜㅠ 만나게 해주세요 ㅠㅠ 왜이케 풋풋하고 애절하고ㅜㅠㅜㅜㅠ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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